"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은 1970년대 아랍 민족주의 운동의 지도였다. 이러한 나세르의 사위 마르완이 이스라엘의 간첩이었다는 기사가 최근 이집트 언론에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1973년 중동전쟁 때 이집트와 시리아의 연합공격계획을 제보하는 등 거액의 공작금을 받고 이스라엘의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실언으로 본토 장시(江西)성 러핑(樂平) 주변의 고정첩자(고첩)가 일망타진된 일이 있다. 유세 도중 중국이 배치해 놓은 기지별 미사일 수를 밝힌 것이 특히 러핑 기지는 너무나 딱 들어맞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중국 정보요원들이 끈질긴 추적끝에 무려 20여명에 걸친 고첩단을 검거한 것이다.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첩보 싸움은 20세기 최대의 막후 대결이었다. 이런 가운데 KGB가 개발한 것이 술 취하지 않는 약이다. 스파이 활동으로 술 자리를 오래해도 취하지 않기위해 만든 약이 ‘RU-21’이란 것으로 이 또한 첩보전의 비밀 병기였다. 인체에 흡수된 알코올이 취하게 만드는 아세트알데히드로의 생성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어 졌다. 지금도 첩보전은 나라마다 안전보장의 주요 활동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다. 유엔은 스파이들의 천국이다. 국가안보는 첩보전으로 시작하여 첩보전으로 끝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므로 그 이면사는 참으로 기이한 비화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어떻게 된 건지 KGB의 술 취하지 않는 약을 미국 회사가 판권을 갖게 된 사실이다. 이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가 있어 판매계약을 맺고 이미 식약청의 판매 허가까지 나 곧 시판되는 모양이다.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신다. 취하기 위해 돈주고 마신 술을 취하지 않기 위해 또 돈주고 약을 사먹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업체의 로비활동이 주된 임무인 ‘술상무’들이나 좋아할 약일 것 같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십수년 전 KGB에서 활약했을 시절에 ‘RU-21’이 시판됐으면 아마 KGB가 발칵 뒤집혔을 일이다. /임양은 주필
"영화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가 선풍적 화제에 올랐다. 내키지 않았다. 이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괜히 휩쓸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였다. 보나마나 이상한 좌경영화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실미도’에서 ‘적기가’가 두번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저들을 고무찬양한 건 아니다. 처음은 실미도 내무반 안에서 한 대원이 혼자 흥얼거리듯 불렀다. 그 대원은 평양 잠입을 생각해가며 무료함을 달랜 것이다. 그들에게 ‘적기가’는 인민군을 위장하기 위해 이미 입에 붙도록 배운 것이다. 또 한 번은 전 대원이 ‘적기가’를 합창한다. 버스를 탈취하여 부대 해체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서울시내로 달리던 중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들을 무장공비라고 허위 보도하는 걸 듣고난 뒤다. 그래서 부른 ‘적기가’는 기막히도록 허탈한 심정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그렇게 탄식한 트릭일 수 있다.(다만 부대원들 사살 명령은 확인되지 않은 작품상 줄거리다.) ‘태극기…’에서 젊은이들을 국군으로 강제 징병한 것은 사실이다. 우익단체가 용공 인사들을 부역으로 몰아 학살한 것도 맞다. 그러나 저들도 인민군으로 끌어 가고 우익 인사들을 인민재판이랍시고 벌여 학살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양쪽에서 억울한 사람이 많이 죽어갔다. 영화에서 우리쪽의 강제 징병과 학살 장면만 있고 저들이 잘못한 것은 왜 없느냐는 얘기, 그래서 용공영화라는 건 잘못된 것이다. 작품 내용의 전반으로 보아 그런 비난은 무리다. ‘지지대子’는 6·25를 중학생 때 겪으면서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3개월을 살았다. ‘적기가’도 배웠고 인민재판하는 것도 보았다. 이에 앞서 초등학생 시절 해방 직후의 우익 및 좌익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목격하였다. 반공은 건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던 한 시대의 산물이다. 반공투쟁을 지금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반공을 해야했던 과거의 시대사를 왜곡하고 부인하는 덴 분노를 금치못하는 보수주의자다. ‘실미도’와 ‘태극기…’는 이념의 갈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준 괜찮은 영화다./임양은 주필
"미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동성결혼 찬반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슈가 되었다.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케리는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는 각 주에 맡겨야 한다는 반면에 공화당의 부시는 결혼은 남녀가 당사자임을 명시하는 연방정부 헌법의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연방정부의 현행 제도는 각 주정부에 위임하고는 있다. 그러나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가 증가되는 추세 속에 이를 금하는 주에서도 시장이 결혼증명서를 발급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심각해졌다. 미국 자치단체장들도 다 같은 민선이라는 이유로 지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시장이 많은 것 같다. 흥미로운 건 부시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인 체니 부통령의 입장이다. 보도에 의하면 설흔네살난 체니의 딸이 공식선언한 동성애주의자고, 체니 역시 동성결혼 문제는 일찍이 각 주정부에 맡기자는 간접적 지지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30여년 전까지는 동성애를 금기시 했다. 최고 사형까지 처하는 주가 있었다. 이랬던게 연방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이 나면서 사정이 급격히 반전되었다. 근래 슈워제너거 캘리포니아주 지사의 허용금지 지시가 나오기까지 설흔여섯살의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발급한 남녀 동성애자 결혼증명서는 불과 5일동안에 1천200여쌍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성동성 부부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한다. 국내에서도 가끔 동성애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어느 탤런트는 커밍아웃(공식선언)한 게 화근이 되어 수년동안 출연을 할 수가 없었다. 더러는 동성애를 이상하게 보는 것을 인권유린으로까지 비약하는 논리 또한 없지 않다. 이렇긴 하나 동성결혼은 아직은 생소하다. 의문의 시각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동성 결혼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상해 보인 논쟁이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다툼의 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다. 세상 참 많이 달라져 간다. /임양은 주필
"서구(西歐)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애완동물을 기른다고 한다. 두 집에 한 마리 꼴인 1억7천300만여 애완동물이 있고 그 중 3천600만마리가 애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애완동물이 급증해 애완견만 지난해 700만마리를 넘었다. 올해 서울대 수의과 졸업 예정자는 46명이 모두 애완동물을 전공했다는 것이 애완동물의 인기를 말해 준다. 애완동물, 특히 애완견은 무엇보다 충직한 처신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위선, 배신, 거짓, 변덕 등 인간세계의 항다반사가 애견들한테는 없다. 애견들은 또 칭찬과 야단침을 솔직 단순하게 받아 들인다. 하지만 늙고 병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애완견을 내다 버리는 매몰찬 사람들이 많다. 버려지는 애완견이 한 달 평균 600마리라니 실로 불쌍하다. 신문·방송이 애완견을 기르는 데서 오는 여러 질병들을 보도하는 것도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15년에 걸쳐 두 번씩 백악관 생활을 했던 ‘스팟’이라는 부시 미국대통령의 애완견이 자주 발작 증세를 보여 안락사시켰다는 외신도 있었지만 개를 안락사 시키는 데 10만원이 든다. 병든 개를 내버리는 것보다 안락사 시키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늙고 병든 부모도, 어린 자식도 갖다 버리는 인간들이 있는 세상인데 병든 개 버리는 것을 탓할 수 만도 없겠다. 그런데 앞으로는 서울시내 아파트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이를 어길 경우 벌과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을 보면 개와 고양이, 파충류 등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입주민에 대해 계단식은 같은 줄, 복도식은 같은 층에 거주하는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르면 6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규약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단독주택에 산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구차하게 입주민의 동의까지 받아가며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이래 저래 애완동물들이 수난을 겪게 됐다. 애완견이라면 몰라도 애완 파충류를 아파트에서 기르는 것은 좀 뭣하지 않나 싶다./임병호 논설위원
"오는 4월말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할 이라크 키르쿠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 위험이 적다고 한다. 대부분의 테러는 이라크인들이 아니라 이라크의 상황이 외부에 나쁘게 비춰지도록 하려는 비(非)이라크인 단체들의 소행이라는 설명이다. 방한 중인 키르쿠크 주지사의 말이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파병부대의 명칭 ‘자이툰’은 우호적이어서 좋다. 자이툰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뜻한다. 키르쿠크는 이슬람이 다수다. 사원이나 이슬람 성지가 많다. 사원은 비이슬람 신도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불가피하게 들어간다면 이슬람 교도처럼 신발을 벗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슬람이 신성시하는 ‘코란’을 훼손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여성의 명예는 부족의 명예다. 공연히 농담이라도 걸면 큰 봉변을 당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식사를 해도 안된다. 주민들의 반감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군들이 이라크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라크가 평화로운 나라는 아니다. 테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이툰 부대의 임무가 저항세력의 색출이나 섬멸이 아닌 각종 사회간접시설 복구와 치안 유지 활동이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그래서 자이툰 부대의 ‘교전수칙’이 마음에 걸린다. 공격은 자위적 조치로만 한정한다. 저격 받은 경우에 한해 사격한다. 공격 때는 구두 경고→공중 사격→조준 사격의 단계를 거친다. 이 것이 교전수칙의 골자다. 저항세력의 돌발적인 공격이 예상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거나 한국군의 안전이 우려되는 일부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수동적이다. 수상한 자에게 구두로 경고하는 사이에, 위협을 주려고 공중사격하는 사이에 적탄이 날아오면 끝장 아닌가.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으로 키르쿠크에 주둔하는 자이툰 부대원 중 한 사람이라도 사상자가 생겨서는 안된다. 완벽한 방어가 최대의 공격이라고 하였다. /임병호 논설위원
"북한은 17~18세의 남학생들을 군사동원부(병무청)에서 성분, 신체조건, 가정환경에 따라 특수부대원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다른 병종의 신병보다 신병훈련기간이 4배나 길어 일년 정도나 된다. 이들은 무술로 단련돼 맨손으로도 적군 몇 명쯤은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며, 저격소총을 가지면 15초 이내에 200m내에서 움직이는 표적 몇개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한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그 수도 엄청나다. 북한은 최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특수부대를 10만명에서 12만2천명으로 늘렸으며 이는 숫자상으로 세계 최대규모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군 특수부대는 유사시 소형 잠수정과 고속 보트, 약 20개의 지하터널, 레이더에 잘 안잡히는 저고도 침투기인 AN-2 등을 이용, 육상·해상·공중으로 대거 침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는 평화시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몇 번에 걸친 그들의 공격 중 가장 대담했던 것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31명의 특공대가 남파됐던 이른바 ‘1·21 청와대 습격사건’이다. 그들 중 28명은 청와대 근처에서 교전 중 사망했고, 한 명(김신조)은 생포됐으며, 둘은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담력훈련’중 하나는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남쪽에 다녀왔다는 증거물을 한가지씩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임무에 실패했을 경우엔 그 자리에서 자살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남조선 혁명 총사령관 김정일’을 위한 총폭탄의 뇌관으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들의 ‘독기와 적대감’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관람객 1천만명을 넘어선 영화 ‘실미도’는 청와대를 습격한 북한군 특수부대와 똑같은 목적으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의 실체를 알린 작품이다. 몇가지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본 사람이 있다면 ‘실미도’에서 국토 분단의 아픔을 느껴보기 바란다. 남과 북은 지금도 휴전 상태다. 김정일의 가공할 ‘인간병기’인 북한군 특수부대원의 ‘적대감’ 대상은 바로 남한이다./임병호 논설위원
"키가 작거나 가슴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공무원 채용시험의 여성 응시자가 탈락했다. 응시자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기각됐다. 외신이 전한 중국 한 지방도시의 이같은 공무원 채용기준은 분명히 잘못된 성차별이다. 이런가 하면 광저우(廣州)시의 어느 대학 여강사는 자신의 누드를 인터넷에 내보내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그녀는 “내 육체의 진솔한 원초적 표현을 내가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며 반박했다고 한다. 누드의 원래 개념은 그 대상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한데도 누드의 대상은 거의가 여성이다. 자고로 화가의 누드에서 남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르누아르(1841~1919)의 많은 나부(裸婦) 작품 가운데 ‘햇빛속의 나부’는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나부의 그림들이 뱃살이 도톰한 약간은 비만형이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남성미를 과시하는 육체미 대회가 있다. 이런데도 현대 미술에서조차 누드의 대상으로 남성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이 아니라 성차이다. 예컨대 임신부가 술을 먹으면 안되는 것 역시 성차이다. 음주는 태아의 뇌세포 손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총회에서는 칵테일을 두잔만 먹어도 태아가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것이 성차별이 아닌 성차이인 것은 남성은 임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의 여성 전담 같은 건 성차별이다. 가사노동 분담은 남성도 능히 가능하기 때문인 것이다. 얼마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국회의원 선거에 ‘여성전용구’란 것을 만들려다가 그만둔 해프닝이 있었다. 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다. 성차별과 성차이는 이렇게 다르다. 차별과 차이를 혼돈하는 잘못된 관념이 여권 신장을 되레 저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임양은 주필
"120~140억년 전 이른바 대폭발(Big Bang)로 생성된 우주는 그 에너지에 의해 아직도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미지의 우주 탐험에 부단히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태양계에서 거대한 반지모양의 별 무리가 발견돼 은하계 생성 규명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 천문학회 발표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유럽 우주국(ESA)이 태양계밖 150광년 거리에 산소를 지닌 행성을 발견해 외계인 존재의 가능성을 점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별이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관측팀이 확인한 이 별은 지구서 50광년 떨어진 거리에 크기는 지구의 8분의1 정도로 밝혀졌다. 비록 크기는 지구보다 작지만 거의가 온통 탄소 결정체로 다이아몬드 덩어리라는 것이다. 학계에서 ‘백색왜성’이라고 부르는 이 다이아몬드 별은 태양처럼 빛을 뿜다가 핵융합 반응이 다 소진되고 나면 그 자체가 다이아몬드인 탄소 결정체로 남는다는 것이다. 한데,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50억년 뒤엔 태양도 핵융합 반응의 수명을 다해 역시 거대한 다이아몬드 덩어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구 생성이 약 40억년이므로 앞으로 이 보다 좀 더 지나면 태양계의 종말로 지구도 최후의 날을 맞게 된다는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만이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우주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물리학은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일부로 진짜 우주는 무변광대하기가 수백억 광년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우주는 이 순간에도 계속 팽창해 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팽창해 나가기만 하던 우주가 마침내 우주 만물을 결합시키는 어떤 힘이 갈라지면서 시스템 분열로 우주의 ‘대파열’이 일어나 우주 자체가 종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실린 이 우주 대파열설은 그 시기를 220억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무슨 소린 지 이해가 잘 안가지만 웬지 허무한 감은 든다. 그래도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임양은 주필
"국어대사전은 ‘짱’을 얼음장이나 굳은 물건 따위가 갈라질 때 나는 소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조어가 거의 일반화 돼간다. 10대들 가운데서 나온 게 성인층에서 까지 일상용어처럼 쓰이는 이 세태가 얼마나 외모 지향주의인지를 말해 준다. 이러면서 여성 채용에 용모를 보는 게 여성 비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얼마나 위선인 가를 보여준다. 미혼이라면 모르겠다. 중년 들어서 ‘얼짱·몸짱’을 찾는 것은 코미디다. 건강을 위해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마냥 ‘짱’에 도전하는 중년의 전쟁은 뭣을 위해서인 지 묻는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얼짱·몸짱’이 되어 나쁠 것은 없다. 하나, 인터넷 사이트가 뜨거운 만큼 열을 올리는 것은 병리현상이다. 얼굴이며 가슴이며 엉덩이며 뱃살이며 심지어는 팔다리까지 성형수술하는 ‘조형짱’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예로부터 미인의 기준으로 ‘3씨’가 있다. 맵씨·말씨·솜씨다. 조상들은 ‘얼짱·몸짱’을 맵씨라고 하였다. 그리고 ‘얼짱·몸짱’ 못지않게 말씨와 솜씨를 필수적 조건으로 삼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대로 가야 어울린다. 중년이면 중년다운, 장년이면 장년다운, 노년이면 노년다운 얼굴과 체구를 지녀야 격에 맞는 것이다. ‘얼짱’이나 ‘몸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상대적 가치를 추구하다가 절대적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참으로 우매한 처사다. ‘얼짱·몸짱’만이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짱’이 아닌 사람들도 행복하게들 살고 있다. ‘얼짱’이나 ‘몸짱’들은 ‘맘짱’을 모르는 것 같다. ‘맘짱’이 덜 된 ‘얼짱·몸짱’은 한낱 인형일 뿐이고 인형은 이내 싫증을 느끼게 한다. ‘맘짱’을 가꾸는 데는 ‘얼짱·몸짱’처럼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수양이기 때문이다. 속 깊은 ‘맘짱’은 참으로 매력의 진수다. 이를 모르고 ‘얼짱·몸짱’만을 찾다가는 인생이 얼음장 깨지는 소리처럼 ‘짱’하고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앞으로 새 화폐를 발행하거나 기존 화폐의 도안을 변경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은행이 초상을 확보해 두고 있는 인물이 을지문덕 정몽주 정약용 주시경 방정환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요즘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달구고 있는 10만원권 앞면의 대상인물에는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다. 한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의견들은 10만원권 ‘앞면은 민족의 시조인 단군, 뒷면은 독도로 해야 한다’는 건의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이 분분하다. 광개토대왕이나 안중근 의사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조세력이 많고, 이순신 장군을 100원짜리 동전에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단군을 능가할 무게있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 한은 홈페이지 갑론을박의 종합결론인 것 같다. 그러나 단군을 10만원권의 모델로 선정하는 데는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공공장소에 세워진 단군상에 대한 대책을 ‘설립반대’에서 ‘철거’쪽으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말 ‘단군은 역사적 실체가 없는 허구이며 단군상은 종교적 조형물’이라는 소책자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단군상 건립을 주도한 홍익문화운동재단(홍문운)이 이 책자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원이 “단군상을 세운 목적과 형상 재료를 살필 때 다소간의 종교성이 인정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한기총의 정책 전환은 이 결정에 힘입은 것 같지만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일 뿐 최종판결이 아니다. 얼마든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단군상은 현재 전국 초등학교 등에 350여개가 설치돼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단군을 종교적 지도자라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시조로 본다. 단군상은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의 동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단군 할아버지’가 10만원권에 등장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10만원권 모델에 윤동주 시인 초상을 넣자는 주장을 문단에서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아일랜드는 300년 만에 압박을 벗었고 유대 민족은 2천년을 나라없이 떠돌아 다녔으나, 그들은 민족의 전통을 상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불과 35년으로 이 지경까지 타락했다는 것은 단순히 친일자들의 수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민족 전체의 수치로서, 맹성은 물론 환골탈태의 결사적 고행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온존된 일제의 잔재는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민족의 정기를 좀먹었고, 민족의 가치관을 학살하였다. 이 흙탕물을 걷어 내지 못하는 한 민족의 자주는 공염불이요, 따라서 민족의 통일도 백일몽이다” 일제하 친일문제 연구로 친일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임종국 선생이 1989년 11월12일 60세로 작고하기 전 남긴 원고 중 한 대목이다. 임종국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지만, 문학에 뜻을 두어 시와 문학평론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6년 해설을 곁들여 그가 엮은 ‘李箱全集’은 이상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힌다. 임종국의 친일문제 연구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일문학론’(1966)으로 점화한 그의 친일 연구는 ‘일제 침략사’(1984), ‘일제 하의 사상탄압’(1986), ‘친일논설선집’(1987), ‘일본군의 조선침략사’(1988)등으로 이어져 친일파와 그의 친구들이 권력과 여론 시장을 틀어쥔 한국 사회에서 민족적 자의식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임종국의 작업은 일본제국주의의 법적 부정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면서도 실제로는 일제 협력자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의 분열증적 상황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었다. 임종국의 유지는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 문학평론가 임헌영 중앙대 교수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소장은 “친일 청산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친일 문제 청산 없이는 정치개혁도 불가능하고, 온전한 의미에서의 동아시아·세계평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할 일이 참으로 중차대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전자장(電子場·전류나 자석의 주위에 전기력과 자기력이 관련적으로 생기는 전장과 자장)의 진동이 전파하는 현상을 전자파라고 한다.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 자극을 통한 암 유발, 호르몬 변화, 신경퇴화성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게 통설이긴 하나 휴대전화를 두고는 정설이 없다.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얼마 전에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발표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휴대전화 전자파 관련 논문의 연제집 수록을 철회했다. 이 전자파 교수팀은 20대 의대생 3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4시간동안 쉬지않고 휴대전화를 사용케하고, 다른 그룹엔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못하게 한 뒤에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던 것이다. 이 결과 휴대전화를 계속 오랫동안 사용한 그룹에서 면역세포의 DNA 손상을 의미하는 수준의 지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다고 신체에 어떤 이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에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오는 24일로 예정했던 학술발표는 그대로 하게 하지만 논문게재는 정통부가 만류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따라 휴대전화를 장시간 쓰면 두통 불쾌감 집중력저하 현기증 수면장애 등을 느끼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적 증상이 아닌 심리적 신경성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유해 여부는 이미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지 오래지만 이토록 딱 부러진 연구결과나 임상보고가 아직은 없다. 그렇지만 휴대전화 없는 사람이 없고 휴대전화 사용이 일상화된 마당에 전자파는 은근히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되도록이면 덜 쓰고 되도록이면 통화를 짧게 끝내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휴대전화를 오래 걸면 전자파 에너지에 의해 생긴 열로 휴대전화기가 뜨거워 진다. 이렇게 휴대전화기가 뜨거워 질 정도로 통화를 오래하는 것은 누적될 수록이 좋을 건 없다. 통화를 짧게 끝내는 것도 문화인의 요령이다. /임양은 주필
"2003년 11월9일 화려한 무대에 현란한 무대복 차림의 암투병 홍콩스타 메인얜팡(梅艶芳·41), 그녀는 생전 마지막 콘서트인 홍콩 현지 무대에서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다. 자궁경부암 말기로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팬들을 향한 무대 사랑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죽음을 앞두고 새삼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명예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은 대중예술혼의 승화였다. 키 168㎝ 몸무게 50㎏의 이 팔등신 미녀는 미혼이었다. 천재적 가수에 낭만파 여배우의 평가를 받았던 그녀는 결국 그리고는 쓰러졌다. 지난 1월12일의 메이옌팡 영결식장엔 5천여명의 팬들이 몰려 들었다. 한 송이 꽃을 영전에 바치기 위에 몇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오열 끝에 실신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엔 여성 스타의 섹시한 매력이 작용된 것은 틀림이 없지만 이만은 아니다. 생전에 끊임없이 사비를 털어 고아들을 돌보는 데도 지칠 줄 몰랐던 인간적 매력 또한 크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메이옌팡은 역시 사후에도 빛나고 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MTV 아시아상2004’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감대상이 고인에게 시상됐다. “그녀는 타고난 배우이자 가수였으며, 그녀의 전설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시상 예찬에 식장을 꽉 채운 청중들의 박수가 한참동안 쏟아졌다. 메이옌팡의 이런 저런 면모는 상혼에 들뜬 국내 대중예술인들에게 시사하는 일깨움이 참으로 크다. 특히 요즘 전도유망한 탤런트 이승연이 위안부 누드 소동으로 연예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중스타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앞뒤 또한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돈만 되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생각은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메이옌팡 같은 생명력 있는 대중스타를 대중은 갈구한다. /임양은 주필
"‘소주 내린다’고 하였다. 소주의 제조법은 좀 복잡하다. 솥에 술밑을 채우고 소주고리라는 증류기를 얹어 밀봉하고는 장작불을 땐다. 그럼 화기로 술밑의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이 수분보다 먼저 증발하여 소주고리위에 담긴 찬물에 닿으면 이슬처럼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데 이것이 곧 소주다. 소주는 아라비아에서 시작하여 고려 후기에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다. 국내의 소주 명산지로 꼽혔던 개성 안동 제주도 등이 원나라의 일본 정벌과 관련된 지역인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은 소주가 서민용이지만 예전에는 사대부 집에서나 마실수 있었던 고급주였다. 왜냐하면 값이 비쌌으며, 값이 비싼 것은 만드는 데 곡식이 많이 들고 공정이 복잡하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흉년이 들거나하면 나라에서 소주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갑자기 곽란이 나거나 기생충이 많으면 소주로 다스려 약으로도 썼다. 이러한 예전의 소주는 지금의 소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전 소주는 증류주로서 주정 도수가 매우 높았다. 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을 피우며 활활 탔다. 원래의 소주(燒酒)는 이렇게 문자 그대로 불탔다. 이에 비해 지금의 소주는 소주 원액을 물에 탄 다음 첨가제를 섞는 희석식 제조법으로 만든다. 시중의 소주 도수가 22도에서 21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진로는 ‘참이슬’을, 두산은 ‘산’의 도수를 이렇게 1도씩 낮춘다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결과 순한 소주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취하고 싶어 마시는 술이 순하기를 바라는 건 우선 마시기는 좋지만 음주량은 더 늘 수가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원액인 주정도 그만큼 절감된다. 생산비는 절감되고 판매량이 증가되는 데도 도수 인하에 따라 값을 내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이래 저래 술꾼들만 골탕 먹는 가 보다./임양은 주필
"요즘 방영중인 SBS TV드라마 ‘왕의 여자’에 등장하는 ‘김개똥’은 조선왕 14대 선조(1552~1608)의 상궁이었는데 선조 말 의도적으로 세자 광해군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총애를 받았다. 선조가 승하한 후 김개똥은 궁중의 일을 거의 장악하였 뿐 아니라 인사 행정에 까지 관여하여 조정을 어지럽히기까지 하였다. 부정한 방법으로 벼슬하고자 하는 자들은 김개똥을 통하여 뇌물을 바쳤는데, 그 돈이 매일 수천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광해군은 그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여 상궁들은 광해군을 ‘부엉이 왕’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상궁 김개똥은 예조판서 이이첨과 함께 선조의 측근으로 있으면서 온갖 행악을 저질렀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중에 타버린 궁궐을 창건, 개수하여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자 했으나 필요한 경비가 많이 부족하였다. 김개똥은 이를 눈치채고 경비조달의 한 방법으로 뇌물 받는 일을 생각해냈다. 그 무렵 한효순은 산삼을 바치고 정승의 자리에 올랐고, 이충은 잡채를 바쳐 호조판서로 승진하였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산삼 재상, 잡채 판서’라고 하며 비아냥거렸다. 부족한 공사비를 마련한다는 명목을 내세운 뇌물수수도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천민 출신인 권충남은 뇌물을 바치고 함안 군수가 되었고, 남의 집 종이었던 김충보는 장기 군수가 되었으며, 변충길은 관의 노비로서 횡성 현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개똥의 횡포는 매우 심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이첨과 쌍벽을 이루어 부정과 매관매직을 일삼던 상궁 김개똥 주위의 궁녀들을 ‘오행당상(五行堂上)’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김개똥이 큰 농토와 많은 재물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간에서 뇌물의 일부를 착실히 가로 챈 덕분이었다. 하지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던 상궁 김개똥의 잘못을 지적한 사람은 윤선도와 이희 몇 사람 뿐 이었다. 1623년(광해 15) 3월 13일 김개똥은 정업원(淨業院)에서 불공을 드리던 중 인조반정 소식을 듣고 민가에 숨어 있다가 병사에게 잡혀 처형되었다. 부정을 겁내지 않는 측근과 그 측근에 의해 눈·귀가 가려진 주군은 이렇게 멸망했다. /임병호 논설위원
"‘사돈(査頓)’의 사전적 의미는 “①혼인한 두 집의 부모들끼리 또는 그 두 집의 같은 항렬 되는 친족끼리 서로 부르는 말 ②혼인 관계로 척분(戚分)이 있는 사람· 인친(姻親)”이다. 참여연대 부설 (사)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선·중앙·동아 언론 3사 사주들이 삼성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 및 정관계 인사들과 혼맥관계를 맺은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를 보면 사돈지간의 관계가 실감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 준오씨와 장녀 혜성씨는 LG(회장 허광수) 장녀 유정씨와 태평양(회장 고 서성환) 장남 영배씨와 각각 혼인했다. 중앙일보 고 홍진기 회장의 장녀 라희씨는 삼성 고 이병철회장의 3남 건희씨(현 삼성그룹 회장)와 결혼했다. 또 홍회장의 차녀 라영씨도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남 철수씨와 혼인했다. 동아일보 역시 김병관 회장의 장남 재호씨와 차남 재일씨가 각각 이한동 전 국무총리 차녀 정원씨, 삼성 이건희 회장 차녀 서현씨와 결혼했다. 소위 내로라 하는 사돈 관계들이다. 원래 예부터 사돈에 관한 말은 많았다. ‘사돈도 이럴 사돈 저럴 사돈 있다’ ‘사돈을 하려면 근본을 봐라’ ‘사돈의 잔치에 중이 참여한다’ ‘사돈의 팔촌’이 있는가 하면,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 ‘사돈집과 짐 바리는 골라야 좋다’ ‘사돈집 외 먹기도 각각’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도 있다. 요즘 사기혐의로 구속된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호씨 처남 민경찬씨의 653억원 펀드조성을 놓고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 제239호(2월 11일자)를 통해 “민경찬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민씨는 대통령의 처남 등 직접 사돈이 아니며, 형인 노건평씨의 처남으로 민법상 친족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자료를 내놨다. 그러니까 민씨는 ‘사돈’에 해당 안된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친한 척하며 사기치는 사람도 그렇지만,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이라도 끈이 닿으면 혹 무슨 출세나 횡재라도 할 것 처럼 사족을 못 쓰는 족속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북한은 우리를 동포로 받아주는데 남한에서는 사람으로도 안본다. 때려죽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같은 데를 가면 재중 동포들이 공공연히 하는 소리다. 재중 동포들이 모이면 “한국 사람들도 중국에 오기만 해봐라.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남한이 북한보다 좋지 못하다는 재중 동포들의 인식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강제추방 위기가 깊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한 감정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한 감정이 테러위협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주한국연변방흑룡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국무총리 민정비서관실 앞으로 보낸 편지를 보면 섬뜩하다. “중국동포 강제출국에 대한 보복으로 여의도 도시가스 시설을 폭파하겠다. 10년동안 지켜봤다. 우리는 적이다”는 협박 내용이 들어 있었다. 타이에서 ‘아키아’라는 단체이름으로 한국행 항공기에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편지가 대한항공 방콕지사로 날아든 적도 있었다. 재중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런 협박은 불법체류과정에서 겪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강제추방 단속 등이 겹치면서 커지고 있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중 경찰서를 찾는 외국여성들은 한국인 남성한테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받는다. 그들 대부분은 성폭행범 고소를 끝내 포기하고 경찰서를 떠나면서 꼭 “한국이 지긋지긋 하게 싫다”는 말을 남긴다. 문제는 경찰이나 관련 당국이 외국인들의 협박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 한국인들이 다시 극단적으로 대처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대립상황을 낳게 된다.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지금 보편적 인권차원의 치료법이 나오지 않으면 ‘너죽고 나죽자’식의 극단적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 “우릴 사람으로 안 본다”는 외국인들의 반한 감정부터 잠재워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공히 마약 먹은 것 처럼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고사를 지낼 수도 없고 정말 큰일 났다. /임병호 논설위원
"경기도의 이번 인사 가운데 괄목할 대목은 도내 초유의 여성 부단체장 기용이다. 당연한 파격적 인사로 신선하다.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이제 40대 초반으로 연부역강하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기술고시로 관계에 입신, 내무부(자치행정부)를 거친 이력 또한 이채롭다. 경기도에서 16년동안 몸담아 도내 지방행정 사정 또한 알만큼 안다할 수 있다. 도청 주택계장, 기술감사계장, 주택과장 등을 역임했다.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 이지만 성남시 수정구청장으로 일선 행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세심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하고 친화력이 돋보인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사회참여 기능에 성별의 구분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일찍이 여성미답의 걸음을 시작하는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역시 폴로 라이트의 대상이다. 임명직 부단체장이란 자리가 어떻게 보면 선출직 단체장보다 어려운 자리다. 이렇긴 하나 도시개발 분야에 일가견을 지닌 것은 현대적 행정수요에 탄력성있게 부응할 수 있는 강점이다. 대학 졸업후 한동안 현대건설에서 종사한 실무 경험은 행정에 아주 소중한 지적 자산이다. 의왕시는 전원도시다. 도시개발과 환경훼손이 상충되기 쉬운 어려움을 상호조화로 극복하는 역량을 기대해 본다. 여성 공무원은 앞으로 더욱 더 늘어간다.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또한 증가한다. 가정과 공직을 양립하는 덴 남성 공무원이나 여성 공무원이나 다 마찬가지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관계 한 길로만 매진해 달라는 것이다. 더러 전도 유망한 여성 고위 공무원이 정치권 등 옆길로 빠져 능력을 잠재우곤 하는 것을 보면 심히 안타깝다.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장차 1급 공무원까지 오르는 시범을 여성 공무원 후배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교수들이 수험생 모집에 나섰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과(科) 입학생이 미달되면 폐강되기 때문이다. 과 폐강은 곧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교수들의 노고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합격자 이탈을 막기위해 선물공세를 펴는 등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근래 일부 지방대학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대학의 수험생 유치는 미국 대학 역시 있긴 있다. 수년전 본지에 연재된 김영래 아주대 교수의 ‘미국대학통신’에 의하면 미국 대학들도 수험생, 특히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연중 PR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는 대학의 장학제도나 기숙사 시설 등 학생복지에 관한 것으로 국내 일부 대학처럼 폐강될 지경의 교수들이 실업을 면키 위한 개인적 자구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영래 교수는 샌디에이고 대학 교환교수로 가 있으면서 현지의 대학 풍속도 등 주옥 같은 내용의 ‘미국대학통신’을 본지에 시리즈로 기고한 바가 있다. 일부 지방대가 이처럼 정원 미달을 걱정하게 된 것은 그간의 산아제한으로 취학 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다. 정원 미달사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대학에 따라 면치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학이 지나치게 많은 게 원인이다. 난생 처음 듣는 대학이 참으로 많다. 대학이 거의 고을마다 있다시피 된 게 좋은건 지 나쁜건 지는 여기서 말할 논제가 아니다. 아무튼 대학은 많아서 학력(學歷)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학력만큼 학력(學力) 역시 높아진 것은 아닌 게 현실이다. 學歷은 높아지면서 學力은 떨어지고 있다. 이 연유가 오늘의 ‘대학범람’에 있다. 언젠가는 대학도 개방된다. 외국의 대학이 들어오면 이에 경쟁력 없는 대학은 문을 닫게 된다. 대학도 앞으로는 시장 자율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없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없는 대학은 자연도태 되도록 해야 된다. 대학다운 대학만 남아 존중받는 대학으로 육성돼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경기도는 예부터 서울, 즉 한양을 포옹한 기호(畿湖)의 중심지다. 기호지역은 경기도와 황해도 남부, 충청남도 북부를 포함한다. 지리적으로는 동으로 관동지방, 서로는 서해의 경기만, 남으로는 차령산맥, 북으로는 멸악산맥으로 관서지방과 경계를 이룬다. 기호의 중심인 경기도는 또 수도를 가운데 두고 사방 팔방으로 뻗어 나갔다하여 기내(畿內) 또는 기전(畿甸)이라고 부른다. 경기도는 평야가 많으면서도 남한강, 북한강 등이 흐르는 가운데 좋은 산이 많아 문자 그대로 산자수명하다. 이래서인 지 자고로 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정부 요직에 들어서는 것도 출세라 할 수 있어 이도 인물로 꼽히고 또 이만한 도내 인재는 참으로 많다. 그런데 어떻게 된 노릇인 지 이 정부는 도 출신 인재를 외면해 왔다. 전국 제일의 웅도인 경기도가 가장 홀대를 받았다. 그나마 이 정부의 유일한 도 (수원) 출신의 각료인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조만간 그만 두게될 모양이다. 오는 4·15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확인은 안됐으나 영통에 사무실까지 얻어놨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 1년동안 경제팀 수장으로서의 김 부총리 공과는 여기서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민중은 그간의 민생경제를 누구보다 체험으로 느껴왔기 때문이다. 또 좀 이상한 것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역특화발전특구법’등의 정부 입법안에서 경기도 역차별을 도 출신의 그가 주도한 사실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 지가 궁금하다. ‘국정을 위해서였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국회의원 출마가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지역구를 위해 일하겠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글쎄 수원 시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두고 볼 일이다. 국회의원에 나오든 안나오든 그가 도움은 커녕 공장 하나도 제대로 짓지못할 만큼 경기도를 역차별한 것은 심히 안타깝다. 이 정부는 남한강, 북한강이 있으므로 하여 서울의 한강이 흐르고 있는 사실을 망각하였다./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