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채무 증가에 따른 당부

자치단체에 빚이 많은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유능한 자치단체일 수록이 빚이 많을 수가 있다. 문제는 빚의 성격에 달렸다. 악성채무가 문제인 것이다. 악성채무는 확대재생산 여부가 관건이다. 확대재생산이 담보된 투자는 비록 재원이 빚에 의한 것일지라도 권장할만 하다. 그러나 소모성 채무는 시급히 정리되어야 한다. 도 본청을 비롯한 31개 시·군 등 도내 자치단체의 빚이 올 상반기 들어 지난해 말에 비해 4천390억원이 늘어난 2조2천214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도세에 비추어 크게 걱정할만한 증가세는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형편도 못되는 것은 조짐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동안에 빚이 4천390억원이나 늘어난 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방세 세수결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세수결함의 요인인 경기불황이 내년엔 더 심화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고 보면 빚이 점점 더 커질 것은 불을 보듯이 자명하다. 마땅히 지자체마다 응분의 대책이 요망된다. 재원부족에 따른 외부차입을 무작정 늘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악성채무를 도태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물론 문제점이 적지않을 것이지만 엄정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불요불급한 지출액 삭감과 사업 우선순위의 재조절 병행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지방세 결손은 성실 납세자에게는 조세형평에 심히 반하므로 극소화해야 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증가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당부코자 하는 것은 자치단체장 판공비는 크게 줄여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례적 관광성 해외시찰비는 전액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줄이고 없앤 재정 절감액이 전체 규모에 비하면 비할것도 없이 적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징성이란 것이 있다. 어려운 때를 맞이하여 지방재정의 방만한 집행을 막기 위해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그같은 결연한 의지가 크게 작용되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에 대해 고통을 함께 하는 새로운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당부한 위의 몇가지 사항이 참작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올림픽메달값

2004 아테네 올림픽의 메달 포상금은 국가별로 다르다. 개최국 그리스올림픽위원회는 금메달리스트에게 19만유로(2억6천7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은메달은 13만2천유로(1억8천550만원), 동메달은 7만3천유로(1억250만원)를 준다. 여기에 경기단체별 포상과 기업 후원금까지 보태지면 그리스 메달리스트들은 한 순간에 돈방석에 앉게 된다. 또 그리스의 메달리스트들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해안경비대와 군, 소방대 등에 입대할 수 있는 특전이 부여된다. 그리스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금메달 7만5천유로(1억500만원), 은메달 4만유로(5천600만원), 동메달 2만4천유로(3천370만원)로 비교적 높은 포상금을 지급한다. 러시아는 금메달에 4만유로를 포상하기로 했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광고 등 부가 수입이 있는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고,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마케팅이 이뤄지는 미국은 올림픽 메달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미국의 금메달 공식 보너스는 2만5천달러(3천500만원)이다. 그러나 미국 메달리스트들 대부분이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광고 메달로 활약하고 있어 공식 포상금은 말 그대로 보너스다. 북한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인민 체육인’을 넘어 ‘공화국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다. 아파트 및 자가용 지급, 배급량 상승 등 차관급 이상 대우를 받는 공화국 영웅은 체육인이 북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한국은 대한체육회가 체육진흥기금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금메달 포상금을 1만5천달러(1천748만원), 은메달 8천달러, 동메달 5천달러로 책정했다. 지도자에게도 금메달 1만달러, 은 7천달러, 동 5천달러가 제공되고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출전 보너스로 1천달러가 지급된다. 하지만 공식 포상금보다는 경기 단체와 소속 팀 포상금이 더 많다. 마라톤 이봉주 선수의 경우 금메달을 따면 소속팀 삼성전자가 내건 2억원, 육상연맹 포상금 등을 합해 모두 4억원에 이른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획득하여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광교산의 아침/미군기지 이전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서 최종 타결된 오는 2008년까지 미군용산기지 평택 이전은 국가간의 완전 합의 사항이다.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체부지도 349만평으로 확정됐다. 오는 2008년이라야 불과 4년이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다. 미군 용산기지 평택 이전을 보는 시각은 딱(오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미군 철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미군이 아예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평택에 들어 오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는 건 평택지역사회와는 별개가 되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지역사회적 관점이다. 미군 용산기지가 이전돼 풍기가 문란해진다거나 대를 이어 온 옥토를 억울하게 수용당한다거나 하는 일이 이에 속한다. 반대로 지역 경제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기대도 있다. 아무튼 문제는 미군 철수차원에서 얘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런 정치적 접근이 아닌 순수한 지역사회적 시각에서 보는 게 지역사회가 처한 오늘의 문제를 푸는 실체라고 믿는다. 우선 미군 용산기지가 이전해 들어 오면 풍기가 문란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기우다. 용산기지 주변에 지금까지 그런 예가 없는 건 그같은 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찍이 송탄에 미공군부대가 주둔해 왔으나 풍기가 문란한 일은 거의 없었던 전례가 있다. 미군 용산기지가 이전해 들어 오면 지역경제 등에 활성화를 가져 오는 건 사실이다. 국제도시 위상이 강화된다. 해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다. 이밖에 교통·환경 등에 사소한 문제점이 없을 순 없으나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 교육분야, 특히 지역사회 외국어 수학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건 이런 긍정적 측면의 한 사례다.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바로 부지 매입이다. 대대로 이어온 옥토만이 아니고 대대로 살아온 집도 매입당할 수 있다. 농사만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 거처를 옮겨야 하는 건 보상비만으로는 위로될 수 없는 또 다른 정서가 있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땅을 어떻게 국가가 사들여야 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난제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이들도 있고 땅값을 꼬드기는 꾼들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부지를 내놓는 지주들에게 투기꾼이 아닌한 억울한 일이 있게 해선 안된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땅을 내놓는 사람들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땅 매입비나 집을 옮기는 이전비나 모두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 이들에 대한 국가시책이 다른 잡음이 먹혀 들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게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된 특별조치법 입법화다. 이런 입법 아래서 추진돼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입법(안) 수립과정에선 평택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에 바탕을 둔 평택시 의견도 반영돼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가 해야할 일이 또 있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부지 매입을 포함한 이런 저런 모든 것들을 법으로 정해 추진해야만 지역사회 신뢰와 협조가 가능하다.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한, 미군 용산기지 이전은 지역사회 발전을 가져 오는 건 부인되기 어렵다. 이를 두고 논쟁이 있는 건 좋다. 하지만 소모적 논쟁, 다툼을 위한 논쟁, 특히 외지인들의 부추김 논쟁은 지역사회를 위해 과연 유익한가를 심사 숙고해야 한다. 바로 지역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일이다. 후대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크게 보고 차분히 판단하는 성숙된 면모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 본다. /이수영 경기남부취재본부장

천자춘추/높고자하거든 먼저 낮추라

어느 때 교도님 한 분이 글씨가 새겨 있는 작은 나무판 하나를 가져와 필요하면 교당에 두고 보시라고 한다. 받아서 보니 추사 김정희 글씨를 탁본받아 새긴 것인데 처음에는 약간 초서 비슷한 흘림체로 써있어서 무슨 글씨인지를 쉽게 알아보지 못하였다. 글씨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참으로 힘있고 잘 써진 글씨였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글씨다. 무슨 글일까? 화두가 생겨 궁구하다가 글의 연관성을 생각하여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하 이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나서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니 다 공감한다. 거기에 써있는 글은 ‘欲尊先謙 過難成祥’이다. 새겨보니 높기를 원하거든 먼저 겸손하고 어려움이 지나면 상서로움이 이루어지나니라 하는 뜻인 듯하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평범한듯하나 여기에는 깊은 이치가 들어있다. 원불교에는 ‘恩生於害 害生於恩’이란 말이 있다. 은혜는 해에서 나오고 해독은 은혜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말인 것 같으나 실은 여기에 인생의 철학이 있다. 마치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낮이 지나면 밤이 오는 것이 이치며 추운 겨울이 가야 따뜻한 봄이 오고 더운 여름이 지나야 추운 겨울이 오는 것처럼 이 세상의 일도 먼저 나를 낮추어야 높아지는 이치가 있고 어려움을 잘 지내고 나면 상서로운 좋은 일이 오는 이치가 있다는 말이다. 성자 철인들은 이러한 이치에 통달하여 마음을 쓰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운 경계에서도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잘 감내하고 준비하는 생활을 하며 설사 세상의 배척을 받고 버림을 받는다 할지라도 거기에 원망을 두지 아니하고 세상을 받들기 때문에 결국 천하 대중이 다 숭배하는 가장 높은 인물이 되신 것이다. 요즈음도 한 번씩 그 글을 쳐다보며 마음을 챙겨본다. 높기를 원하거든 먼저 너 자신을 낮추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반드시 그 뒤에는 상서로움이 뒤따르는 것이니 그 좋은 일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잘 감내하라.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독자투고/“타인을 조금만 더 배려하자”

이제 우리의 질서의식도 많이 개선되어 과거와 같이 버스역에서 무질서한 모습보다는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안타까운 모습은 정거장의 줄이 인도를 가로질러 다른 통행자들에게 방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승객이나 통행자 모두 불편한 현실이 잘 개선되지 않는 것이 아직 시민의식이 부족한 단면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서구 선진국을 여행할 때 본 바로는 줄이 길을 따라 차도쪽에 형성되어 통행자들에게 전혀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에서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사이의 비좁은 틈을 뚫고 지나가려다가 서로 부딪치는 일을 여러번 목격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우산때문에 인도를 걷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버스기사나 줄을 서 있는 시민들도 도착한 버스를 향해 승차객들이 뛰어다니는 아찔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도록 기사들은 줄이 서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정차하여 손님을 태우고 시민들 또한 기다리는 미덕이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민 서로간에 약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얼마든지 더욱 쾌적한 교통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백심현·인터넷독자

8월 14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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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된 정부 ‘외자단지’ 조성비 살려줘야

외자유치는 경제회생의 수혈이다. 그것도 첨단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청정의 고급 수혈인 것이다. 이런 첨단 외자유치는 투자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외국인 전용산업단지는 그 기반이 된다.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경제를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내년도 정부예산안편성에서 산자부가 책정한 766억원의 지원비중 41.25%에 해당하는 316억원을 기획예산처가 삭감했다. 보도된 바로는 산자부 책정액의 90%가 경기도에 배정될 계획이었다. 평택 현곡 및 오성, 화성 금의 및 장안, 파주 LG필립스 당동 산업단지 등 조성이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겨우 반영된 450억원을 다 경기도에 지원한다 해도 50만여평에 이르는 부지를 사들이는데 만도 턱없이 미흡하다. 경기도와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어 입주가 확정된 외국인 26개업체는 시설 투자가 시작되는 입주 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기일을 어기면 경기도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 경기도만이 아니다.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체면만 깎이는 게 아니다. 모처럼 유치한 외자가 날아간다. 이같은 외자이탈이 중국같은 데로 가면 국내 성장동력이 되레 경쟁국의 칼자루가 된다. 외국인 전용산업단지 조성의 주체는 물론 경기도다. 도가 60%를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 40%를 산자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외자유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도다. 경기도라고 하여 재정이 유족한 것은 아니다. 빠듯한 지방재정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절반 가까이 줄면 낭패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외자유치는 절로 된게 아니다. 일본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동분서주하면서 현지 기업인들에게 설명회며 상담 등을 수없이 갖고 가진 고초 끝에 경쟁을 물리치고 성사된 것이다. 경제 불황의 으뜸이 투자 위축이다. 투자야 말로 고용확대, 소득증대, 내수진작으로 이어져 내수진작은 또 투자를 활성화시킨다. 이같은 연계고리가 막힌 실정에서 투자활성화는 내국인 자본이든 외국인 자본이든 가릴 것 없이 절박하다. 다 들어 오게 된 외자를 국내에서 투자의 발판을 마련해 주지 못해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삭감한 연유를 굳이 묻진 않겠다. 아직도 시일은 있다. 산자부의 거듭된 협의 노력과 기획예산처의 이해가 함께하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있길 간곡히 기대한다.

‘일제명의’ 국유지 속히 정리하라

광복 60년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일제시대 기관이나 일본인 명의의 땅이 한국토지대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매우 수치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유지 관리 부실 문제는 최근 2~3년간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돼 왔음에도 부실사례가 다수 발견되는 것은 공직자의 무관심과 무사안일에서 연유한다. 특히 국유지 관리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근본적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업무태만으로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이 재정경제부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유지 관리실태 자료를 보면 국유지 관리상태가 하도 엉망이어서 할 말이 없어진다. 광복 이후 올 6월 말까지 조선총독부 등 일본인 명의로 된 땅이 7천717만 8천여㎡(약 2천335만평)이나 된다. 심지어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귀속·청산법인 명의 토지도 약 1천404만3천여㎡(약 2천771만평)에 이르러 아직까지 일제 명의로 돼 있는 셈이다. 또 국유지로 등기는 돼 있기는 하지만 관리청이 지정돼 있지 않은 땅이 2억3천175만 3천㎡(약 7천10만평) 이며 소유자가 없어 국유화 대상임에도 국유화로 조치돼 있지 않은 땅이 2억2천696만6천㎡( 약 6천865만평)에 달한다. 이처럼 국유지 가운데 권리보전조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땅을 모두 합치면 5억5천33만㎡(1억6천647만평)나 된다. 국유토지가 ㎢당 평균 51억4천400만원임을 감안하면 약 2조8천309억원 상당의 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1991년 잡종 국유재산시효취득 금지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이들 토지가 권리보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장기 무단점유될 경우 국가가 소유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1985년 국유재산 실태조사 및 권리보전 조치를 시작해 20년 동안 누락된 국유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하나 아직까지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액수의 국가재산이 방치돼 있는 데다 현행법상 누군가가 해당 토지를 장기간 무단점유하면 소유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국가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총독부가 우리 국토 소유주로 돼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약장사

‘녹 혹은 의학의 승리’라는 연극은 1923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20세기 초 한 유럽 산골마을의 의사가 순진한 산골 사람들에게 각종 질병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어 병원장사에 성공하는 내용이다. 의사 ‘녹’은 병실을 북적거리게 하기 위해 마을의 학교 선생을 구슬러 마을 주민들에게 미생물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하여 강의토록 한다. 그런데 연극 속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전개된다. 외신을 보면 요즘 독일 베를린에 있는 카데/베진스키사는 최고 전성기에 있는 남성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드는 남성 ‘노화신드롬’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이 신드롬은 남성 폐경기를 의미한다. 이 회사는 여론조사기관과 홍보회사, 광고대행사, 그리고 의학 교수들을 동원하여 남성 폐경기를 공개적으로 홍보하여 기자회견을 열어 ‘남성호르몬 생산기능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들이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지난해 4월 독일시장에서 두 가지 호르몬의약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산업국가에서 인간에 관한 질병과 증후군, 장애, 전염병의 수는 무려 3만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각 질병마다 새로운 알약이 하나씩 나오며 새로운 약이 나올 때 마다 이에 맞춰 새로운 질병이 하나씩 더 생기고 있다고 한다. 질병 고안자들이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없는 병도 만든다’, 즉 약 팔려고 병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없는 병도 만드는’ 제약회사들은 연구보다 마케팅에 돈을 더 많이 쏟아 붓는다. 자사 제품을 시장에 대량으로 팔기 위해 수익의 3분의1과 전 직원의 3분의1을 투입한다. 제약회사들이 없는 병도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의사, 학자, 기자들도 동원된다. 2002년 6월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사 결과 미국의 주요신문 33개와 4대 텔레비전 방송에 실린 3가지 의약품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대상기사 207편 중 40%가 의약품의 효과를 증명하는 데이터와 수치가 빠져 있었고, 수치정보를 제공한 124편 중 83%도 단지 해당약품의 상대적 효용성만 보도했다. 한국의 제약회사들은 설마 이렇게 하지 않겠지 싶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어 안심이 되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농진청의 참신한 개혁바람

지난해 4월이던가. 참여정부 출발 한달여가 지났을 때다. 정권 초기라 정치개혁이 화두였다. 온 사회가 시끄러웠다. 이틈에 농협개혁도 삐져나왔다. 농협중앙회가 앞장섰다. 선수를 친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가세하여 농협개혁위원회도 출범되었다. 모양새는 ‘자율개혁’이었다. 하지만 알만한 농업인들은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또 농협개혁?” 그 이후 농협개혁을 둘러싼 공방은 거셌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농협개혁은 자율에서 타율로 변질되었다. 예상됐던 결론이었다. 개혁 마인드가 전무했고 정권에 생색내기가 급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올봄 파주 교하농협과 구미의 장천농협의 해산이라는 수모로 이어졌다. 조합원들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이렇게 개혁도 명제보다는 순수성이 없으면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 농촌진흥청에 부는 개혁바람은 신선한 충격이다. “농진청간부 전원 사표…과장급이상 179명 동참…청장, 구조조정후 60여명 명퇴처리 방침”이라는 기사가 활자화 된 것은 지난달 7월28일이었다. 눈을 의심했다. “어, 179명이…농진청에서…명퇴?” 여러 생각이 교차됐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농진청의 개혁발상 그 자체가 참신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한 시골 마을, 호박꽃에서 볼 수 있는 뒤영벌(일명, 호박벌)의 화분수정 모습은 볼수록 재미있었다. 그 인연으로 호박벌을 연구하는 진흥청 윤형주 박사를 만났다. 윤 박사의 연구 제목은 ‘호박벌의 대량증식’. 호박벌을 대량 증식시켜 농가에 보급하면 여름 토마토나 가지농가에서 사람을 대신해 화분받이농사를 잘 해준다. 하지만 이 연구는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벌 산란율이 평균적으로 90%는 돼야 하는데 들쭉날쭉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농촌보급은 아직도 미흡하다. 만약 윤 박사의 이 연구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수입대체 효과는 100억원에 달한다. 농업계에는 수많은 조직이 있다. 거기에는 꼭 있어야할 필요조직이 대부분이지만 없어져야할 조직도 꽤 된다. 또 필요조직 중에서도 존치될 당위성보다 강하게 개혁을 요구받는 곳도 여럿 있다. ‘농협’만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농협 못지않게 농업기반공사 등도 그 개혁범주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농촌진흥청은 어떤가? 꼭 필요한 조직이지만 개혁대상임에는 틀림없다. 과거 농진청은 우리농업의 희망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역할에 따라서 우리농업의 미래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농진청을 가보라. 윤 박사가 연구 중인 호박벌 같은 프로젝트들이 많다. 모두 보물급이다. 연구지도직이 1천200명이 넘는데 그 중에서 박사급만도 739명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통일벼가 나왔고 세계수출국 12위라는 한국의 국력도 나왔다. 최근에도 진흥청은 세계 최초 tPA라는 혈전증 치료물질을 돼지에서 개발해 냈고 일본으로 수출하는 오리엔탈나리, 핑크레이디 장미, 누에그라 등 다양한 연구로 우리농업의 희망이 되고자한다. 토종 유전자원의 DNA 뱅크 구축추진도 식물유전자 확보차원에서 우리 농진청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진흥청은 이렇게 해서 한국의 농업과학기술의 수준을 현재 OECD수준에서 2010년에는 G7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숨길 수 없다. 연구 역동성의 문제다. 이런저런 연구발표가 나오지만 실제 따지고 보면 우리농촌에 직접 적용되는 획기적(?)인 사례는 ‘없다’. 올해 진흥청 예산은 4천200억원 규모. 핵심연구 프로젝트가 100개가 된다해도 그리 모자라는 연구비는 아닐것이다. 한개라도 히트 상품이 나온다면 4천억원 예산이 1조원이 된들 뭐라할까? 이렇다할 연구실적이 없는 게 문제다. 이때 농진청 개혁은 강하게 요구받는다. 농업인이 이번 농진청 개혁에 거는 바람은 강하다. 진정한 연구기관으로의 환골탈태다. 농업연구 경쟁력 키우기다. 신선한 개혁바람이 잘 불었으면 좋겠다. 새 리더십에 성공을 빈다. /신동헌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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