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종칼럼/정조의 ‘빅쇼’를 생각해본다

수원에 와서 근무하다 보니 정조(正祖)의 발자취와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의 머리를 치게 하는 생각은 ‘쇼맨쉽’을 통하여 통합에 이르게 하는 탁월한 군주로서의 리더쉽이다. 적어도 내 짧은 상식 안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임금 중 정조만큼 쇼맨쉽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군주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쇼맨쉽’을 정직하지 못한 관점에서 바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국가와 백성의 안위를 도모하는 일인 정치는 일종의 ‘쇼’적 요소를 내포하게 마련이다. ‘쇼’를 해서라도 만백성을 편하게 해준다면 정치가 ‘道’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아무튼 정조가 벌인 화려하고 절묘한 ‘쇼’ 중 하나가 아직도 세상에 회자되고 있는 ‘정조임금의 화성행차’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시해한 노론 벽파의 음모가 상존해 있는 살얼음판과 같은 정치현실을 탕평의 지혜로 타개한 정조가 왕권의 안정과 강화를 위해 바로 ‘화성능행차’를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고 개혁정치의 새 이상을 펼 수도가 될 화성은 정조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의 땅이다. 실록은 이 행차가 재위 24년간 66회, 1년 평균 3회를 기록했다고 전하는데 그 중 절반이 아버지 묘소참배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조는 화성행차를 아직도 잠재되어 있는 적대적 권신세력에 대한 시위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권신들이 아니라 백성과의 접촉을 확대하여 이들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치적 ‘쇼’의 하이라이트가 지지대 고개에서의 ‘빅쇼’가 아니었나 싶다. 지지대고개는 지지대碑가 말해주듯 정조임금의 어가행렬이 지지부진하던 곳이라는 유래에서 불려진 이름이다. 지금은 빼곡한 건물 때문에 당시의 지형을 찾아 볼 수 없지만 나지막한 구릉지대를 사이에 끼고 지나가는 이 화려한 구경거리를 백성들이 외면할 리 없다. 구름처럼 운집한 백성들을 본 정조가 이를 놓칠 리 만무하다. 기왕에 직접적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개혁적 왕권을 강화하고자 한 그였다. ‘멈춰라’를 반복하며 멀리 융건능이 있는 화산을 향하여 효심의 낙루(落淚)를 떨구는 군주의 모습에서 도열한 백성들은 비장한 전율을 맛봤을 것이다. 정조는 매스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던 그 시대에 이미 구전 마케팅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명군 지도자다. 소수파의 추대로 임금이 된 사람으로 불안한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펼쳐지는 ‘빅쇼’는 66회의 행차기간동안 계속됐다. 정조는 가마에서 내려 울고 또 울었다. 이 모습을 본 민초들의 심정은 어떠하였겠는가. 맞는 가설일 지는 모르지만 유교사회에서 효(孝)의 끝 간데는 충(忠)이다. 만 백성은 군주의 극진한 효심 앞에서 우러나온 충성을 다짐했을 것이다. 마음을 움직여야 권력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권력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권신들이 감히 딴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천의 인마가 동원된 행차의 비용은 비쌌지만 이 쇼를 통하여 잠재적 적대세력인 기득권 세력도 슬그머니 무릎을 꿇었다. 조선왕조의 제2르네상스를 열었던 정조임금이 직접 연출한 ‘빅쇼’얘기다. 요즈음 이러한 통치자의 쇼맨쉽은 간곳없이 사라졌다. 리멤버12·19에서 지지집단과 함께 외친 ‘시민혁명’에 이어 엊그제는 ‘강남사람과 함께 수도권 이전정책을 논할 수 없다’는 요지의 통치자의 발언이 세간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분열의 언어는 ‘원맨 쇼’의 매개일 뿐이다. 지금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는 ‘빅쇼’가 필요할 때다. ‘빅쇼’의 구경이 사라진 세상속의 백성은 곤궁하고 암울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극작가

부부 관계와 법

‘부부 간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말인즉슨 옳다. 몸이 불편하거나 피곤한 데도 치근덕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남편이나 아내 어느 쪽이든 입장은 다 같다. 부부 사이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것이다. ‘내 아내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남성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말인즉슨 맞다. 또한 ‘내 남편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여성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다. 말인즉슨 이도 옳다. 얼마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성관계를 거부하는 아내에게 완력으로 대들어 상처를 입힌 남편에게 강제추행치상죄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내린 게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들 부부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아내되는 사람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아이들 방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도 남편되는 사람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항하는 아내를 안방으로 끌고가 힘으로 밀어 붙이다가 상처까지 입혀 형법상의 강제추행치상죄로 아내로부터 고소당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비정상적 관계이기 때문에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 탈이 없는 부부간엔 아무리 남편이 야속하고 또 비록 아내가 섭섭하여도 고소로 법정까지 끌고갈 만큼 사건화할 리는 만무한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같은 데선 법으로 부부 강간을 인정하는 게 말인즉슨 여권보호를 위해 바람직하긴 하나 이 역시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립될 수 없는 일이다. 부부 관계를 고소로 해결하려는 부부는 이미 사실상 부부가 아닌 것이다. 또 부부 관계를 법으로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들면 나빠졌던 사이가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수가 있다. 혼인생활을 깰 요량이 아니면 법을 너무 좋아하는 게 좋지 않다. 남편이 유죄판결을 받은 문제의 그 부부는 고소가 있은 뒤 이혼하고 말았다. 법은 부부를 확인해 주는 천사이면서도 파경을 확인해 주기도 하는 악마의 두 얼굴을 지녔다./임양은 주필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부측 생각이 옳다

‘사립학교법법’ 개정안을 둔 당정협의 자리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 같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 간에 가진 당정협의는 핵심 쟁점을 두고 사상 문제로까지 갈만큼 격론이 크게 벌어진 것으로 전한다. 당정협의가 그만큼 활발했다고 보아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쟁점은 사학재단이 갖고 있는 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에 넘기는 문제를 둘러싸고 당정간에 드러난 엇갈린 견해다. 사학재단의 교직원 임면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보는 386 의원들 주장과 사학재단이 실질적인 학교운영의 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육부측 반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결론부터 말해서 사학재단이 최소한의 인사권은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부측 견해에 동의한다. 사학재단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386 의원들 주장은 교직원 임면절차 공개 등 교육부의 다각적 사학비리 예방대책에 이미 들어있다. 근본적으로 사학재단을 수탈자본으로 보는 시각은 오류다. 사학재단을 부패 집단이나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측면과 본질이 전도된 잘못된 관점이다. 물론 과거에 부패가 적잖았으며 지금도 그같은 개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엄히 다스리는 것과 사학의 존립성을 침해하는 것은 다르다. 사학재단의 존립성을 침해당하면서 누가 재단을 설립 운영하겠는 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안 부총리가 사학재단이 실질적 학교운영의 주체임을 강조한 연유가 이에 있을 것이다. 국내 사학은 중학교 24%, 고등학교 45%, 대학 79%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측면적 요인을 이유로 본질적 기여를 외면한 채 부패집단 일색으로 치닫는 성토는 사학만이 아니고 국가교육의 모독이 되기도 한다. 사학재단을 두둔하는 게 만약 사학비리를 비호하는 것이라는 공격이 있다면 이는 성립될 수 없는 논리비약이다. 사학비리는 개혁차원에서 마땅히 척결돼야 하지만 쥐(비리)를 잡으려고 독(사학)을 깨는 것이 개혁은 아닌 것이다. 기업자본이나 기업인을 부도덕시하는 것이 386 의원들의 일반적 시각인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가 더욱 어렵다. 사학재단을 무조건 부도덕시하는 편협증 또한 국가교육을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다. 당정협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교육부측 견해에 이해가 있기를 기대한다.

천혜의 섬, 제부도를 살리자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해안이 썩어 간다. 하루에 두번씩 바닷물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현상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30만평의 제부도는 현재 120여가구의 주택과 70여개의 음식점, 40여개의 숙박업소들이 들어서 있고, 여름철은 물론 요즘도 관광객이 몰려 연간 100여만명이 찾아오는 자연 명소다. 그러나 섬 전체에 공공하수 처리시설이 전무한 상태이며 바다로 방류되는 오·폐수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는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섬 입구 차량통행로에서 1인당 1천원(성인 기준)씩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입장료를 징수, 한해 1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데도 관리·감독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민원이 높다. 일례로 1.8㎞의 백사장이 펼쳐진 제부도 해수욕장의 경우, 백사장 곳곳에 흉물스럽게 튀어 나온 수십여개의 관(管)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오·폐수가 쏟아져 나온다. 특히 해수욕장 왼쪽 도로와 맞닿은 곳의 관들은 아예 백사장 한가운데로 돌출돼 50여m 떨어진 바닷물까지 시커먼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해수욕장 곳곳을 어지럽히고 있는 관들은 모두 인접 음식점과 숙박업소의 하수로와 연결돼 있거나 수족관에 바닷물을 대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해수욕장 뿐만이 아니다. 둘레가 8㎞쯤 되는 섬 전체의 해안도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이 위치한 곳에서는 이같은 관들이 여기 저기서 발견되고, 관들이 돌출된 지점의 갯벌과 바다는 모두 오·폐수로 더렵혀지고 있는 중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화성시는 전혀 대책이 없는 상태다. 주택과 업소에서 개별적으로 정화조를 설치, 오·폐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방류하게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화성시시설관리공단도 입장료 수입은 섬 전체 청소를 비롯해, 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 시설 관리에 투입된다며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이를 관리하기조차 어렵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제부도는 수도권에 몇 남지 않은 해양 유원지 중 보존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다. 무분별한 오·폐수 방류와 행락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가 계속되면 ‘환상의 섬’이 ‘오염의 섬’으로 전락할 게 자명하다. 제부도 주민들의 자율적인 환경정화는 물론 오염원 방류를 막을 수 있는 화성시의 마을단위 하수처리장등 건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천자춘추/유리의 성

몇일전 우리나라 인터넷인구가 3천만명을 돌파했고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5%라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20대 초반의 병역의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무행정에 있어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병역비리로 인한 투명성과 형평성의 요구,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병무행정의 독자수행, 정부의 전자정부 구현을 배경으로 인터넷과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정보화를 필요하게 했다. 그리고 병무행정 정보화는 업무처리과정의 수작업에서 전산화로, 비공개에서 공개를 기치로 행정의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와 고객의 행정편익 증대를 목표로 진행되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정보화 작업은 모든 제도와 업무처리 절차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 9천여종의 프로그램과 주전산기, 서버, 고객지원시스템, 네트워크장비 등 총 3천300여대의 정보화장비를 갖추고, 병무행정 종합정보관리 시스템이 2002년 완성돼 지금까지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을 통해 활용되고 있다. 첫째,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문서처리과정을 전산화하여 종이 없는 행정과 문서의 생산, 유통, 보존 등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신전자문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부기관 최초로 전 직원에게 개인별 신분인식카드를 지급으로 업무처리 담당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실명화 하였다. 둘째,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인터넷, FAX 등을 통해 접수된 민원서류의 접수에서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처리결과를 핸드폰 문자메세지 및 E-mail을 통해 통보하고 있다. 또한 입영일자, 징병검사 결과 등 각 종 병역의무이행 과정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서비스하고 있다. 셋째, 병무민원의 행정편익을 위해 전화를 통한 주민번호 입력으로 상담직원이 병역의무자의 모든 병역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병무민원상담소를 운영하여 일평균 8천여 건에 달하는 민원상담을 처리하고 있으며 휴일 요청된 상담도 업무시작 즉시 답변하는 상담 예약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병무행정 정보화는 246개의 시·군·구 및 3천720개의 읍·면·동 병무조직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차질없는 업무수행과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정확한 고객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으며, 2000년 이후 한건의 병역비리도 없는 투명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임 낙 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월요컬럼/이런 저런 이야기

‘삼국지’에 등장하는 출중한 리더인 유비·조조·손권은 각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지녔다. 유비는 알려진 대로 무한한 배려를 바탕에 둔 온정주의자였고, 조조는 능력을 위주로 한 엄격한 선별주의자였다. 손권은 “장점은 높이 평가하고 단점은 눈감아 준다”는 인물이었다. 유비의 리더십은 주변 사람의 힘을 곧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유비는 병법에 약하고 정치 수완도 없었지만 역사에 남는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비의 리더십은 기강이 쉽게 해이해 질 수도 있는 단점을 지녔다. 결국 유비의 촉나라는 유비가 죽은 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조조의 리더십은 승률이 높았다. 조조는 싸움에서 80% 정도의 승률을 올렸다. 유비의 승률이 20% 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조조의 엄격한 리더십은 불필요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반발을 사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심어린 충성보다는 두려움에 의한 충성인 때가 많았다. 조조의 위나라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손권의 오나라는 오랫동안 건재했다. 장점을 인정하면서 단점을 가혹하게 질타하지 않은 손권의 리더십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고 내부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순자(荀子)는 리더십 여섯가지를 이렇게 정해 놨다. ▲명령이나 포고를 할 때는 권위있고 엄격하게 하라 ▲상벌을 시행할 때는 신념을 가지고 하라 ▲진지와 창고는 견고하게 만들어라 ▲부대를 이동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되 실행은 빠르게 하라 ▲적국의 동태변화를 언제나 주시하라 ▲확실한 계책이 아니면 실행하지 말라. 순자는 리더 스타일에 따라 중간관리자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우선 자신의 리더가 이상적인 리더라는 판단이 서면 혼자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말고 독단적인 상벌도 하지 말고 잠자코 있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리더가 폭군형이면 사나운 말을 다루듯 장점만 보도록 노력하고 단점은 덮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여러 스타일의 리더를 이겨내야만 자신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십팔사략(十八史?)’은 명언이 많은 저술이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 보다 어렵다”는 말도 십팔사략에서 유래됐다. 이 십팔사기에는 항우와 유방에 대해 거론하는 부분이 많다. 너무나 다른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대결은 결국 유방의 승리로 끝났다. 유방은 자신의 승리비결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는 전략에 있어서는 장량만 못하고, 내정에 있어서는 소하에 못미치고, 전쟁에서는 한신을 따라가지 못하오. 그러나 나는 이같은 인재를 다스리는 능력은 가지고 있었소. 하지만 항우는 곁에 있는 인재 범증 하나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에 패한 것이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봤자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만 ,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 유사란 점이 많아 2000년 전 고사(故事)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상징적인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이라고 하였다. 한 세대 30년이 지나야 비로소 인(仁)의 정치가 실현되고 치적이 쌓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치가가 다음 세대에 인정받기 위해 오늘을 양보하겠는가. 오늘 날 한국 정치판은 30년은 커녕 1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 친일·친북 행적 캐내는 데만 혈안이 돼 미쳐 날 뛰고 있다. 정말 희극이 따로 없다! /임 병 호 논설위원

독자생각은…말뿐인 사회복지

사회복지 단체에서 노인이나 아동을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여졌다는 기사를 듣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사회복지라는 명목아래 그래도 되는건지 당사자에게 묻고싶다. 나는 사회복지에 대해서 많이 알고 배우지는 못했지만 갈 곳없는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해택들이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서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쓰여졌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복지 이면에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봉사와 희생정신이 먼저이어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한 돈이면 따뜻한 옷과 넉넉한 반찬을 제공받을 수 있었을텐데 허름한 옷가지와 오래되고 별볼일 없는 반찬….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자신의 부모님과 아들, 딸들이 그곳에 있었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했으면 이런 행동들을 할수 있었을까? 물론 어르신들을 자신의 부모님같이 자신의 아들, 딸 같이 생각하며 봉사하는 분들이 더 많을거라 믿는다. 사회복지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사랑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더 많은 사회복지사들의 얼굴과 명예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뉴스에서 이번 사건으로 사회복지관을 대대적으로 조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일이 있을때만 이러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관리 감독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인터넷 독자

경기시론/경기대사태 해결방안

경기지역의 명문인 경기대학이 지금 내홍을 겪고 있다. 경기 구성원들의 지혜와 슬기를 어떻게 모으느냐에 따라 임시 이사가 파견될 것인지의 여부가 금명간 판명되어질 것 같다. 지난 4월 27일 손종국 총장이 교수 임용비리로 검찰에 구속된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손 총장은 구속과 더불어 총장직을 사임하였다. 그리하여 학교는 후임총장을 추대하기 위하여 서둘러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그리하여 8월 16일에는 주요 일간지에 교외인사 총장후보 공고를 내고 또 그 날부터 교내 교수들도 3일간 등록을 받았다. 문제는 비대위의 정통성 문제로 학생들은 일찍이 이를 문제삼아 탈퇴하였지만 과연 이렇게 구성된 이 기구에서 만들어 놓은 총장선출방안이 얼마만큼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총장 유고로 인한 비상사태에 교협(교수협의회)과 같은 교수사회를 대표하는 기구가 반드시 참석이 되어야 했고 나아가서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선진대학의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더욱더 최소한의 교협교수의 참여는 허용되어야 했음에도 기존의 교무위원회가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배제하였다. 그리하여 이렇게 만들어진 이 기구가 우리는 처음부터 얼마만큼 학교개혁의 의지를 견지하면서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애초부터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바로 그러한 우려가 비대위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많은 수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존의 사립학교법에 의해 재단이 선호하는 인물로 총장을 임명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는 신임 총장 선출 방식을 내놓고 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제의를 하고자 한다. 지금부터라도 교협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만들어 경기의 전 구성원이 지지하고 존경을 받는 학내외의 인물이 민주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독려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학교의 민주화가 경기구성원들의 지혜와 슬기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현 재단과 비대위의 정세판단의 미숙과 대학개혁 의지의 결여가 원인이 되어 불미스럽게도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해 경기대 사태가 해결되는 것으로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차제에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현 사태의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도록 수구보수 세력들의 총장 출마를 포기시키고 더 이상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도록 이상적인 대화기구를 통하여 더욱 더 구체적인 방안을 창출해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명실공히 깨끗한 이미지의 민주인사가 경기의 새 총장으로 선출되도록 함으로써 반세기가 넘는 경기학원의 전통과 역사를 두고 경기인 스스로의 자율적인 힘으로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내외에 천명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인 만큼 현재의 재단은 그 틀의 정통성은 유지하면서도 뼈를 깍는 자성을 통하여 거듭나는 노력을 다 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학교의 행정은 차제에 개혁의 마인드를 가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21C 대학으로 우뚝 솟을 수 있도록 환골탈퇴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 태 구 경기대 정치학과 교수

아테네 올림픽

올림픽(Olympic)은 그리스어의 올림포스(Olympos)에서 유래됐다. 올림포스는 해발 2천918m의 영산으로 산정엔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인 제우스의 궁궐이 있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믿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남쪽 엘리스주 피사에 있는 제우스 올림포스 신전에선 4년마다 운동경기가 열렸다. 여러 종목마다 우승자는 고향에 돌아가 영웅대접을 받았다. 이것이 고대 올림픽이다. BC 776년부터 시작하여 4일동안 경기를 치르고 5일째는 제우스신에게 제사를 올리면서 각 종목별 우승자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고대 올림픽은 관중 수가 스타디움 터 규모로 보아 4~5만명으로 추정될 만큼 웅대했다. 고대 올림픽이 폐지된 것은 AD 394년이다. 동로마제국 데오도시우스 1세가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천년이상 전해온 제우스 신전의 운동경기를 미신행위로 규정해 금지시켰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Athens)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 이름 아테나이(Athenai)에서 따온 명칭이다. 프랑스 교육가 쿠베르탱이 고대 올림픽 경기의 부활을 제창,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에 이어 근대 올림픽인 제1회 올림픽대회가 유서깊은 아테네에서 시작된 게 1896년이다. 지금 제28회 올림픽대회가 올림픽 본산인 아테네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개막된 아테네 올림픽은 오는 29일 폐막을 앞두고 28개 종목의 메달레이스를 향한 열전이 중반전을 숨가쁘게 넘어가고 있다. 참가국, 참가선수의 환희와 실의 등 명암이 주마등처럼 엇갈리기도 한다. 올림픽은 명실공히 최고의 수준과 최고의 권위를 갖는 종합 운동경기다. 올림픽 챔피언, 즉 금메달리스트는 일생 일대의 최대 영광이다. 시간차가 많은 아테네 올림픽 바람에 올빼미족이 늘어간다. 우리 선수들이 치르는 경기를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기위해 새벽 1~2시쯤 깨어 보다 보면 그만 잠을 설치기 십상이다. 특히 남자 축구에서 56년만에 숙원의 8강 진출에 이어 4강 신화의 고비에서 비록 2-3으로 패했지만, 그젯밤 대 파라과이 전에서는 잠을 설친 시청자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레스링 등 남은 종목의 선전을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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