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초선의원의 여름방학

4·15총선이 끝나고 거의 넉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뭘 했을까. 한 2주간 임시국회 치른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는 듯. 그래도 변변한 휴가도 안가고 매일같이 의원 사무실을 지키고 앉았었으니 뭔가는 했을 것 아닌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바뀐 고정관념 중에 하나는 국회의원은 월급이 아깝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는 일 없이 국민 세금만 축 낸다는 국회의원. 그간 6월과 7월에 각각 5백여만원의 세비를 받았다. 물론 세금 떼고 뭐 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는 고액의 급료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액수다. 우리 당의 한 의원은 월급쟁이 생활을 해 왔는데 그때보다 영 적다고 시큰둥 한다. 나 역시 방송 생활보다는 턱없이 적다. 세비의 형식이지만 월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감히 국회의원 월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배짱 좋게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 대부분은 자신의 급료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회의원이 뭘 그렇게 했는데? 아니, 열심히 일 했는데 경제가 이꼴이야? 소릴 내 지르실지 모른다. 경제에 대해선 할 말 없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초선 의원 혼자 힘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라고나 할까. 나의 요즘으로 돌아가면 휴가도 못가고 매일 오전 9시까지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 일도 일이지만 나의 아내와 딸이 보기에 출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의원이란게 역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직업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할까여서다. 9시에 출근해서는 오후 6시까지 꼬박 뭔가를 한다. 홈페이지 정리도 하고 정기국회 자료 정리도하고 회의도 하고 지역 민원도 챙기고 정부부처를 방문도 하고 또 의원 사무실에서 보고도 받고 요즘 인기 있는 싸이월드에 들어가 젊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물론 밥도 먹고 아무튼 6시가 금방 된다. 이 더운 여름 월급 값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지역에선 요즘도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난리다. 아마도 내가 인기가 좋은가 보다. 주로 쓰는 표현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도 등산 버스 출발 때 와서 인사해라, 일일 찻집, 바자회, 동창회 등등에 참석해라. 어느 지역 의원은 지역에서 자꾸 부르니까 “국회의원이 나라 일 하는 사람이지 지역 일 하는 사람이냐”고 말했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용기는 가상했으나 그것은 의원 입에서 나와선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의원회관 곳곳에는 방을 지키고 앉아 보좌관, 비서들을 들들 볶는 의원들이 많다. 이제 국회의원은 어깨에 힘주고 어영부영 대접만 받는 시절은 아닌 듯 싶다. 요즘 대부분의 의원들은 월급 값은 하며 산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 을)

발언대/속타는 지역경제, 희망은 있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지루하다. 이러한 폭염 속에 우리 경제는 지속적인 내수침체의 장기화, 원자재 값 폭등, 자금 사정 악화로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엔 천정부지로 치솟고있는 국제유가, 그나마 우리경제를 버텨왔던 수출의 둔화 조짐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시련을 맞고있다. 또한 세계경제 흐름은 현재보다 더 복잡하면서도 급변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시장 변화 등 BRICs시장, FTA등 차별적 지역주의 등으로 세계시장은 국가간 통상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5대 교역상대국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순으로 집계되었고, 무역수지 흑자국으로는 중국, 홍콩, 미국, 멕시코, 베트남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BRICs가 차세대 세계경제의 성장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공업 4개국인 NICs에서 BRICs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목받는 이들 국가는 모두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보유해 거대 경제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여 시장을 선점하려는 다국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속에 역시 나라와 지역경제 발전의 뿌리이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2%에 달하는 등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한 우리경제의 파수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자본과 인력 측면에서 열세와 경험부족으로 인하여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세계시장이 확대되고 국내시장에서도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을뿐 아니라, 치솟는 유가와 원자재 수입가격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역시 수출이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있다는 점을 볼 때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과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수출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및 지원이 절실하다. 따라서 수원시에서는 적극적이고 차별화된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 지원을 위해 최근에 캄보디아 및 베트남과 자매도시결연을 체결해 경제교류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며,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 대폭적인 확대실시는 물론 각종 지원도 확대해 중소기업 해외마케팅을 업그레이드해 나아갈 계획이다. 현재의 지루한 폭염이 분명히 막을 내리듯이, 우리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리라 확신한다. /심언형 수원시 국제통상과

8월 13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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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경기일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지면을 개편하면서 오피니언 면을 대폭 강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요일별 칼럼을 신설합니다. 독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다 진솔한 지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경기일보는 우리 사회와 국가 안팎의 이슈들에 대해 깊이있고 다양한 시각과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경기시론’ 매주 월요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깊이있고 예리한 필치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기시론’을 신설합니다. 고순철 협성대 교수(지역사회개발학), 노태구 경기대 교수(정치학), 이원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이종선 경기도박물관장(한국상고사학회장)의 글이 답답한 세상에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신세묵 칼럼’ / ‘홍사종 칼럼’ 매주 화요일에는 대표적인 향토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신세묵씨의 칼럼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인 홍사종씨(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의 칼럼을 격주로 싣습니다. 두 칼럼니스트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사회 이슈들에 대해 진지한 담론을 펼쳐낼 것입니다. ■‘경제프리즘’ 수요일에는 경제전문가들을 초청, 국내외 경제 흐름과 쟁점 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경제프리즘’을 마련합니다. 필진은 김인호 한양대 산업경영대학원장, 김창수 한국토지공사 토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종선 산업자원부 자문위원, 홍종운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상담위원 등입니다. ■‘시민중계석’ / ‘교단에서’ 매주 목요일에는 시민사회단체(NGO)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시민중계석’과 교육현장의 애환과 비전을 제시하는 ‘교단에서’를 격주로 싣습니다. ‘시민중계석’은 염태영 수원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해숙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등입니다. 또한 ‘교단에서’는 김국회 수원 화홍고등학교 교감, 남명자 아주대 교수(교육학), 임용담 안산 석수초등학교 교장이 엮어갑니다. ■‘장병용의 아름다운 이야기’ 수원 등불감리교회 목사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랑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병용씨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매주 금요일 격주로 실립니다. 아름다움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미학적 글쓰기를 해온 장 목사는 ‘못난 놈들에게 부침’ ‘먹감나무 한그루’ ‘아름다운 동행’ 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문화카페’ 각계 문화계 인사들이 예술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카페’를 금요일 격주로 마련합니다. 구자흥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소설가 김별아씨, 박석무 다산연구소 소장이자 경기실학현양추진위원회 위원장, 윤명철 한국해양연구소장(탐험가)이 참여하는 칼럼은 세파를 일깨우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전공노’ 파업은 자승자박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노동3권 쟁취를 위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단체 행동권을 불허하는 ‘공무원노조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낼 것으로 알려져 이에 반발, 대정부 투쟁 선언과 함께 파업기금 100억원 모금까지 나선다는 것이다. 전공노의 이같은 파업 벼르기엔 이른바 ‘하투’(夏鬪)에 실패한 민노총의 작용이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우려되는 바가 적잖다. 민노총은 LG정유 등 고임금의 ‘귀족노조’가 벌인 전면파업이 사회적 멸시와 냉대 속에 불과 20여일만에 백기 투항한 실패를 만회키 위해 전공노 파업을 부추기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전공노가 정작 파업에 들어가면 LG정유보다 훨씬 더한 민중사회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왜냐하면 LG정유 노조는 그래도 자신들이 창출한 기업이윤으로 임금을 받는데 비해 전공노 노조는 순전히 국민과 지역주민의 세부담인 국세와 지방세로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무원 노조에 파업같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조직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것은 명백하다. 공권력보다는 단체행동권이 우선시되는 공직사회가 국민과 지역주민을 위한 공무원의 소임을 다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무원문화가 고도로 발달된 선진국에서도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은 나라가 많은 것은 이미 잘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경제의 장기침체로 인한 민생고가 날로 늘어 청년실업자가 넘치는 등 민중사회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다 못해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졸자가 지원하는 가운데 몇십대의 경쟁을 이루고, 9급 공채시험이 백 수십대의 경쟁률을 이루는 판이다. 이러한 판에 공무원이 예컨대 월급 올려달라며 파업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보장 받겠다는 것은 민중사회에 집단이기로 비치기에 딱 알맞다. 노동운동도 떼쓰기가 통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노동쟁의는 실패로 끝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법외 단체인 전공노 파업은 완전히 불법이다. 공연한 불법파업으로 어떤 사법조치의 희생이 있어도 동정받기가 심히 어려운 사회정서다. 정부가 비록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진 않지만 ‘공무원노조법안’을 국회에 내는 것만도 전향적 조치다. 전공노가 무모한 파업으로 치닫는 것은 명분없는 자승자박임을 간곡히 일러 둔다.

외국 위조지폐 차단대책 없나

국내에서 유통되는 외국화폐가 그동안은 주로 미국 ‘달러’였지만 지금은 개방화·국제화시대여서 유럽의 ‘유로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다량 사용되는 다국적화가 됐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외국 위조지폐가 부쩍 증가하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달 28일 제주도에서 외국인 3명이 위폐 1만5천400유로(2천200만원 상당)를 우리 돈으로 환전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환전된 유로화는 100유로(약 14만4천원)권 154장으로 위조 유로화가 국내에서 대량으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위조 유로화가 대량으로 나도는 것은 사실상 예고된 사건이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위폐 감별 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환전소들은 달러화 위폐 감식기는 보유하고 있으나 기타 위폐 감식기는 없는 실정이다. 외환전문은행인 외환은행조차 340여개 점포 가운데 50여 곳에만 기타 통화 위폐 감식기를 설치한 정도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는 일부 은행지점만 위조된 기타 통화를 구분할 수 있는 감별기를 설치했을 뿐이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 해 국내에서 발견된 외국 위조지폐는 모두 544장으로 2002년(288장)에 비해 90.2%나 늘어났다. 이 중 위조 달러화가 413장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기타 위조 외화’도 131장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폐가 발견될 경우 대외 신인도 추락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부분 위폐 발견 사실을 숨기고 있는 점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100만~200만 달러 규모의 위폐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최근 들어 종이의 조직과 무게, 색조마저 진짜 지폐와 구분이 가지 않는 위폐가 등장하는 등 전문 위폐범들의 위조지폐 제작 기술이 날로 발전하여 외화 위폐에 눈 뜨고 당하고 있는 격이다. 이런데도 우리나라에 비(非)달러 통화를 감식할 수 있는 감식전문가는 외환은행 위폐감별팀 3명이 전부인 실정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조차 감식 전문가가 없다. 국제화·개방화시대에 한국은행이 배포한 ‘외국화폐 견본’을 보고 육안으로 비교하는 원시적 위폐 식별작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 아니다.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동두천 시민들의 기나긴 여름

동두천 주민들의 여름나기가 그 어느 지역보다 뜨겁다. 미군 재배치 문제로 가뜩이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주민들은 가까운 소요산 국민관광지와 탑동 자연 발생유원지를 찾지만 이 또한 짜증의 연속이다. 이미 좋은 자리는 상인들이 점거했기 때문이다. 더위를 피해 휴가를 가고 싶은 주민들은 최근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미군 이전문제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빼앗긴 게 더 짜증스럽다. 주민들은 쉴만한 곳을 찾아 헤매다 더위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고, 그나마 자리를 마련하면 먼저 와서 놀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또 한번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주민들의 배려도 잊혀진 지 오래다. 여기에 소요산 국민관광지도 얌체족들이 야간 취사행위금지구역에서 버젓이 취사행위를 자행하고 있어 관광지를 찾은 주민들에게 불쾌감마저 주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시 주최로 탑동에 위치한 왕방산주차장에서 길거리 콘서트를 열었다. 가뜩이나 좁은 편도1차선 도로에 피서객들과 구경꾼들의 차량으로 넘쳐나면서 행사가 끝나는 2시간30분 동안 이 곳을 지나치는 차량들은 평상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40분이 넘게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노고를 잘알고는 있지만 단속 소홀로 인해 고충을 겪는 주민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장중 kcc2580@kgib.co.kr

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을 칠하고 / 삼단같이 머리를 따아 내린 사나이 /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 날나리를 부는 저녁이면 /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 람프 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 내 남성(男聲)이 십분 굴욕되다. / 산 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 은반지를 사 주고 싶은 /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 처녀야 / 나는 집시의 피였다. / 내일은 또 어느 동리를 들어간다냐. /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 노새의 뒤를 따라 /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 길에 오르는 새벽은 / 구경꾼을 모으는 날나리 소리처럼 /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사슴’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노천명(盧天命·1913~1957)의 詩 ‘남사당(男寺黨)’이다. ‘사당(寺黨)’은 패를 지어 이곳 저곳 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파는 여자이고, 남사당은 사당 복색을 하고 돌아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팔고 사는 남자다. 남사당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로써 안성(安城)남사당패가 예로부터 유명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는 수 많은 농악과 풍물단이 있다. 그러나 전통있는 풍물을 시립화(市立化)해 계승·발전시키고 문화관광상품으로 육성시켜 나가는 지자체는 안성시가 유일하다. 그런데 오는 13일부터 그리스에서 개최되는 제28회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공연을 펼친다는 소식이다. 문화관광부가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팀으로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을 추천한 것이다. 안성 남사당풍물단은 지난 해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비롯 이스탄불과 부르사에서 13회나 해외 공연을 펼쳐 이미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바우덕이풍물단은 아테네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오므니와 광장과 거리에서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줄타기 등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을 15차례 펼친다. 전통 연희의 해학과 서민적인 작품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노천명의 시 ‘남사당’이 그 나라 말로 낭송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수원, '마을나무' 심기운동을

수원의 명칭은 고려 원종 12년(1271년) 수원도호부로 승격되면서 생겼다. 이전 고구려 땐 매홀이라고 했던 것을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수성군으로 개칭된후 한동안은 수주군으로 불렀다. 지금의 수원 동·서·남·북문을 중심으로 하는 구 시가지가 조성된 것은 조선조 정조 21년(1797년) 화성 축성이 준공되면서였다. 이후 일제시대에 몇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8월15일 수원군 수원읍이 시로 승격, 수원시와 화성군으로 분리되기 전까지는 화성군 역시 수원군에 속했다. 건국 후에도 1983년 2월15일 용인군 수지면 이의리가 수원시 이의동으로 편입되는 등 5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이 있었다. 8세기의 수성을 효시로 수주·수원 등 예부터 ‘물 수자’와 인연이 깊었던 것은 국내 농업과학의 메카를 예고했던 것 같다. 이래서인지 시내 동명 역시 물과 연관되는 것이 많다. 천천(泉川)동, 구천(龜川)동, 곡반정(谷泮亭)동, 남수(南水)동, 북수(北水)동, 지(池)동, 인계(仁溪)동, 원천(遠川)동 등이다. 오목천(梧木川)동, 매탄(梅灘)동 처럼 물과 나무의 합성어 동명도 있다. ‘오동나무 냇’(오목천동), ‘매화나무 개울’(매탄동)이란 상상만 해도 운치 넘치는 정경이다. 흥미로운 건 곡반정동(온수골)의 泮자가 ‘물반반 자’라는 점이다. 나무와 꽃 이름을 딴 동명 가운데는 매화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 좋은 매화 열매라는 호매실(好梅實)동, 매화 향기라고 하는 매향(梅香)동, 매화 다리란 뜻의 매교(梅橋)동, 매화 뫼를 상징하는 매산(梅山)동 등과 매탄동이 모두 ‘매화나무 매 자’ 돌림이다. 아마 옛날에 매화나무 터나 매화나무 골이 많았던 것 같지만 이밖의 꽃나무 이름도 가지 가지다. 무성한 파초를 연상케 하는 파장(芭長)동, 배나무를 말하는 이목(梨木)동, 밤밭을 뜻하는 율전(栗田)동, 솔대골의 송죽(松竹)동, 대추나무가 많은 조원(棗園)동, 가는 버드나무골의 세류(細柳)동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장지(長芝)동은 지치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의 지치를 딴 동명으로 지치 뿌리는 화상과 동상, 습진 등의 약제로 쓰인다. 또 당수(棠樹)동의 棠은 ‘땅이름자 당’으로 아마 이 마을에 있던 어떤 대표적인 나무가 지명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대황교(大皇橋)동은 정조대왕이 융릉을 행행하면서 이 다리를 건너다닌 연유로 붙여진 명칭이다. 이외에도 버드내(細川) 가는골(細谷) 곳집말(庫舍村) 꽃뫼(花山) 샘내(泉川) 못골(池동) 인도내(仁溪동) 먼내(遠川동)등 순수한 우리 말의 예쁜 자연부락 이름이 지금도 전해온다. 돌아보면 물의 고장인 명성과는 달리 산업화로 많이 오염됐다. 논밭의 대지화로 저수지 또한 그 기능을 잃고 있다. 상수원으로 보호받고 있는 광교저수지와 수원천만이 겨우 청정의 명맥을 잇고 있다. 동명이 유래된 나무들도 많이 사라졌다. 이미 농업용 기능을 잃은 저수지 수질을 회복하여 공원화 하는 것도 좋지만 마을나무를 많이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매화나무·배나무·밤나무·소나무·대나무·대추나무·버드나무·오동나무 등은 다 수원의 마을나무들이다. 이런 마을나무를 동마다 매년 집에서 또는 아파트 그리고 동네 공터나 골목길 가로수로 심는 ‘마을나무’ 심기운동을 수원시가 주도하길 바라고 싶다. 마을나무 명칭이 아닌 동은 시목(市木)인 소나무나 시화(市花)인 철쭉 아니면 마을나무를 따로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해마다 심으면 수년 후엔 마을나무들로 콘크리트 도시의 삭막함을 더는 푸른 청록 공간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나무’ 심기운동은 곧 내고장 사랑으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정서 배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진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직업윤리

인간의 삶 속에서 먹고사는 것과 인간 상호 관계는 오늘날의 직업과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업을 “떳떳하게 맡아서 하는 계속적인 일” 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크게 생업과 천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생업은 가족의 삶을 위한 일인 반면에, 천직은 사회에 대한 참여와 봉사를 강조한다. 또 직업에 대해서는 자아실현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직업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시지푸스의 바위 끌어올리기’일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실직으로 인해 개인이 사회적 역할마저 박탈되는 가공의 인물이 되어 분노·좌절·무력감을 갖게 될 때, 직업은 현대인의 생존을 의미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생존의 전략대상이 되어 직업 획득은 가히 투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본래 인류는 서로 모여 관계를 맺고 공존해 왔지만, 때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서 삶을 영위해 왔다. 이 같은 사회구조와 인간관계 속에서 직업인으로서 삶의 안정과 행복을 위하여 일정한 룰이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직업윤리이다. 우리가 직업에서 윤리를 논하는 이유는 직업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며, 직업윤리를 준수해야 할 이유 또한 인간이 직장생활 속에서 좀 더 안정되고 윤택한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의 바람직한 윤리적 삶이란 어떠한 것일까? 첫째, 항상 자기 직업에 감사하면서 일하고, 직장을 가정처럼 생각해야 한다. 둘째, 직업 속에 자아실현의 길이 있음을 깨닫고, 공동체 내에서 여러 갈등과 문제를 대화로써 풀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직업의 가치는 보람지수에 있는 것이지 직종에 있는 것이 아니며, 직업은 생계수단도 되지만 사회에 대한 봉사에도 무게의 중심이 실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넷째, 직업은 있어야 하나, 일하기 싫다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다섯째, 직업을 가진 직장인은 직분의식, 책임의식, 장인정신, 명예심이 요청되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소명의식을 갖고 받아들이며, 자기 몫은 반드시 성취하려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직업은 한 사람의 생애를 결산할 때 그 성패 여부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성공적 직장생활을 위한 직장인의 윤리적 삶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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