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발전기금 통·폐합 반대한다

축산발전기금(축발기금)을 다른 기금과 통폐합하여 일반예산으로 운영하려는 기획예산처 기금평가단의 움직임은 당치 않다. 수입축산물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축산농가를 두번 울리는 것으로 발의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기획예산처는 축발기금을 그대로 존치하기보다는 기금수익과 지출의 연관성 측면에서 일반예산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은 축산업의 현실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축발기금은 축산업 발전과 축산물의 원활한 수급 및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1974년 한국마사회 특별적립금으로 시작해 2003년 말까지 모두 5조3천833억원을 조성했다. 이 중 지난해 말까지 2조8천203억원을 축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 가축개량사업 등에 사용하여 현재 기금 운용잔액이 2조5천630억원이 남은 상태다. 축발기금 재원은 절반 가량이 쇠고기 수입 개방 등 축산농가의 희생을 담보로 조성된 금액이다. 특히 축발기금은 구제역 등 악성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기금의 30% 이내에서 국회 동의가 없어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폐지된다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 긴급 방역대책을 세우기 어려워 진다. 개방화 시대에 우리 축산업이 유통·방역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상태에서 축발기금을 일반예산에 통합시키려는 것은 축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기금평가단이 축발기금 수익과 지출의 연계성이 약하다고 지적한 마사회 납입금 역시 아전인수격이다. 이는 건전한 경마 육성과 축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목적에 부합하고 있음을 간과하는 데서 연유한다.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기금존치 평가를 하며, 축발기금 존치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곧 발표할 것”이라는 기획예산처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기금의 수익과 지출의 연관성 등을 따져 예산사업과 비슷하게 사용하는 기금은 폐지하되, 기금이 없어진다고 기존 사업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표 역시 앞 뒤가 맞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킨다. 기획예산처와 기금평가단이 서로 다른 부처가 아닌 터에 공표 사항이 다르면 심히 곤란하다. 그동안 축산업 발전에 버팀목이 돼왔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축발기금은 계속 존치돼야 한다.

이부영 의장의 ‘사상논쟁’ 괴담

상생의 정치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신임 기자간담회 조짐이 이러하다. 과거사 청산의 여야 입장이 서로 다른 마당에 첫 취임 회견의 관행이던 덕담은 못한다 할지라도 험담이 지나쳐도 너무 했다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이 의장이 새로운 사실처럼 제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급장교 시절 얘기는 구문이다. 그 무렵에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았던 사실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이 때문에 적잖은 곤혹을 치르고 진급이 늦어졌다는 말이 있었다. 1963년 10월 제3공화국 들어 실시된 직선제의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당시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최대 정적이던 민정당의 윤보선 후보는 사상논쟁을 제기했다. 윤보선은 박정희에 대해 초급장교 시절의 사상적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는 1950년대의 남파 거물 간첩 황 아무개와의 접선설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윤·박 두 후보의 공방이 치열했던 이른바 사상논쟁은 5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였다. 이 의장이 이토록 해묵은 40년전의 대(對) 박정희 사상논쟁을 재연하는 이유를 잘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논쟁이 과연 유익한 가를 생각해 본다. 특히 박정희가 군내 공산주의자 프락치 총책이라는 주장은 이 의장이 어떤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심히 황당하다. ‘박정희가 자기가 포섭했던 사람을 다 불어 그 사람들은 죽게하고 자기만 살아났다’는 말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 박정희가 일본군 중위를 지내고 군사혁명을 일으키고 유신통치를 한 것에 대한 여권의 정치적 공격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까지 떠올라 이미 정리된 과거사까지 새삼 문제 삼고자 하는 사상논쟁 재연은 한술 더 뜬다고 보아 전율을 갖게 한다. 열린우리당은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다. 문제는 집권 여당의 신임 의장 일성이 어려운 민생은 재쳐둔 채 캐캐묵은 사상논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전직 대통령을 지나치게 폄훼하는 데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아갈 일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곧 상생의 정치다. 여권의 끝없는 저주는 상생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친다. 이 의장의 신임 기자회견 내용은 이래서 민중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8월 2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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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시민단체와 언론의 지방의회 질책

1992년에 탄생한 지방의회는 80년 광주민주화 항쟁과 87년 6월 민주화운동 등 민주화의 도도한 물결속에서 태동하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성장한 국민들의 참여민주주의와 자주성의 실현에 대한 의지의 분출이 지방의회를 탄생시킨 또 하나의 배경일 것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국민들의 높은 의지속에서 탄생하였던 지방의회가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신문지상에서 지방의원들의 도덕적인 문제, 각종 이권에 연루되었다는 보도, 그리고 의장 선출과정에서 나오는 조폭식 편가르기와 각종 금품매수설 등의 기사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앞에 지방의원의 한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고, 한편으로 개탄과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만든 지방의회인데…라는 한숨속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지방화의 문제는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 선진국가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기 때문이다. 즉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운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지방의회에 대한 문제제기는 다소 비난식이거나 폭로성에 그치는 문제제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의 생산적 비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미 지역주민들 또한 지방의회의 잘못된 상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생산적인 비판,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작은 실천만이 망가진 지방의회, 지탄의 대상이 된 지방의회를 조금이라도 개혁과 변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7일자 인천의 각 일간지에서는 어느 한 시민단체가 “놀고 먹는 지방의회”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도한 바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8월 회기가 열리지 않는데도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비를 챙겨 간다. 이것은 결국 8월 한달 동안 놀면서 의정활동비만 축내는 셈이며, 인천시민들은 놀고 먹는 지방의원들을 위해서 거액의 혈세만 낭비하는 셈이다”라는 식의 주장과 언론보도는 결코 생산적이지 못한, 망가진 지방의회를 조금이라도 바꾸는데는 뭔가 부족한 문제제기라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문제해결의 긍정성보다는 상호간의 반목과 질시, 그리고 상호간의 헐뜯기식으로 전락될 뿐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제기 보다는 의정활동이 단순히 의회활동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활동을 포함한 총체적인 활동이라고 볼 때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을 통해 올바른 의정활동의 견인이라고 하는 원칙과 목표속에서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현재 인천 서구의회와 남동구의회는 의장단 선거와 관련하여 파행뿐만이 아니라 금품매수 등의 엄청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아마 어느 지방의회도 의장단 선거와 관련하여 이러한 부도덕성에 자유로운 의회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제도적으로는 의장단 선거에서 부정과 부도덕이 개입할 수 없도록 관련 조례의 재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부정과 부도덕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강도 높은 자정운동을 요구하는 등의 총체적인 문제해결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지방의회로는 안된다. 바꾸어야 한다”는 애정을 갖고 지방의회를 바라본다면 한걸음 앞서 나가서 제기하는 생산적인 비판으로 새로 태어나는 지방의회로 만들어 나가자. /김 기 홍 인천 남동구의회 의원

경인지역 지진안전지대 아니다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서해안이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지질 전문가들의 진단을 간과하거나 묵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지난 13일 밤 10시42분쯤 인천시 북서쪽 20㎞ 지점에서 2.7의 지진이 발생, 인천시내와 강화, 김포에서 진도가 감지됐었다. 당시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과 남구 도화동 주민들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미세한 흔들림을 느꼈다고 한다. 강화와 김포에서도 건물이 약간 흔들리는 미동이 잡혔다. 그동안 경인지역에선 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총 44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37건이 발생한 인천의 경우 2건이 내륙지진, 나머지는 백령도·대청도 덕적도·영흥도 해역에서 일어 났다. 경기도는 아산만·평택·시흥 등에서 7건이 발생했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진 발생이 잦은 점이다. 인천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13건이 발생했다. 경기도는 인천과 사정이 달라 1980년대 2건, 1990년대 3건, 2000년대는 지금까지 2건이 발생했다. 한반도는 지질학상 유라시아판의 일부인 ‘남중국판’과 ‘북중국판’의 이동 및 충돌의 결과 지진이 생성됐으며, 역사적으로는 큰 지진의 발생주기가 45년 정도의 단주기, 400~500년의 중간주기, 1천년 단위의 장주기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 지진활동이 컸던 시기는 16~17세기로 여기에 중간주기를 고려해 볼 때 2000년 후부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1995년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에 지진 활성단층이 발견돼 핵폐기처리장 설치를 포기한 것도 황해를 건너 해주에서 인천, 경기 서부~홍성~청양~공주 등으로 이어진다는 ‘남·북 중국판’과 무관치 않다. 지진이 매우 잦은 일본이 지진에 큰 피해가 적은 것은 완벽한 지진발생 대책 때문이다. 물론 한반도 전역에 해당되지만 특히 인천과 경기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진단을 경시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태권도공원 유치신청 단일화하라

정부가 태권도공원 건립 사업을 재개했다. 2000년 유치신청을 낸 전국 24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너무 심해 정부의 선정작업 자체가 유보된 지 4년만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권도 공원은 또 다시 뜨거운 유치경쟁에 돌입했다. 연내 후보지를 결정, 공공자금과 민자 1천644억원을 들여 2013년까지 명예의 전당·종합수련원 등 기본시설과 함께 세계문화촌, 숙박촌 등 각종 관광 편의시설을 갖추는 태권도 공원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유치 신청을 낸 지자체는 2000년에 경합했던 파주·남양주·하남·포천·양주시, 여주·양평군과 강화군 등 전국에 걸쳐 모두 21곳에 이른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태권도 관계자 34만여명과 일반 관광객 등 연간 150만여명이 몰려들 태권도공원이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유치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컨대 경북 경주시와 충북 진천군, 전북 무주군은 세계적인 역사 관광명소, 화랑의 대표 인물인 김유신 탄생지, 호국무사들의 연마지 임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지역 고용 증대는 물론 각종 부대 이익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는 태권도 공원 유치에 지자체가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2000년의 경우 유치전에 각 지자체들이 적어도 10억원의 예산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홍보비 집행액만도 1개 도시당 평균 4천200만원에 이르렀다. 행정력 소모비용까지 더 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이번엔 과다 경쟁을 피하고 단일 후보지를 내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경인지역 중 어느 지자체가 선정돼도 타시·도의 어느 곳보다 더 입지적인 여건이 적합한 까닭이다. 국립 태권도공원이 통일 한국을 대비해 국토 중심부인 경인지역에 조성된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태권도 공원 유치를 신청한 경기도와 인천시, 그리고 해당 시·군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인천시와 협의가 안되면 경기도만이라도 단일화 신청을 검토해 보기 바란다.

‘고교생 義人’ 이종원·이두용군 죽음에

종원아, 두용아! 고등학교 1학년의 열일곱 나이가 너무 아깝구나. 너희들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같은 교회의 고교생 누나는 병상에서 그일을 잊지못해 이렇게 말했다더구나. ‘위급한 상황에서 나를 먼저 구하기 위해 발로 안간힘을 다해 내 등을 떠밀던 그 느낌이 생생하고, 둘이서 호흡을 맞추느라고 하나 둘 셋을 외치던 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고 말이다. 여름철 수련회 자리였던 만리포해수욕장의 난데없는 삼각파도는 비참히도 이토록 생사를 갈라놨구나. 엊그제 고양 명지병원에서 많은 친구들의 애도속에 있었던 영결식장은 그리하여 흐느낌으로 온통 눈물바다가 됐지만 한번 떠난 너희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할 수는 없었단다. 위급함에 처해 자신은 살아날 수 있는 길을 뿌리치고 더 위급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죽음을 살신성인의 의로운 죽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우리가 정말 부끄럽구나. 남의 더 큰 위급함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수정처럼 티없이 맑은 눈, 그리고 깨끗한 영혼이 경외스럽기까지 한단다. 한창 사춘기 시절인 생전에 어찌 말썽 한 번을 안피웠다고 할 수 있을까마는, 극한 상황에서 감히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지못할 의협심이 젊은 가슴에 숨겨있던 따뜻한 그 심장이 멎은 게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나. 다 키운 생때같은 자식을 졸지에 잃은 너희들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를 생각해 본다.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단다. 지금도 어딘가서 환히 웃는 얼굴로 “엄마!”하며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부모님 심정속에 너희들은 부모님 가슴에 묻혔다. 이 두 젊은이의 의로운 죽음에 우리들은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다. 고양시는 정부에 ‘의인’(義人) 신청을 해야하고 두 학생이 다닌 주엽공고와 무원고교에서는 명예졸업장을 추서해야 할 것이다. 또 교회에서는 추모비를 세워야 할 것으로 안다. 이런다 해서 앞길이 창창한 두 젊은이의 의로운 죽음에 어찌 만분의 일이나 보답이 될까마는 마땅히 해야할 도리라고 믿는 것이다. 두 젊은이는 청소년세대의 순백한 정신을 기성세대에 보여주면서, 그리고 또 기성세대에 일깨움을 주면서 떠났다. 삼가 고 이종원군, 고 이두용군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광교산의아침/維新과 참여정부

요즈음 세상은 살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국민의 70%가 희망 없이 산다고도 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돈 많은 사람들은 외국으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금년 6월말까지 외국으로 골프를 즐기러 떠난 사람은 5만8천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천328명에 비해 22.5% 늘어 났고 2001년 같은 기간 2만4천384명에 비해 117.3%가 늘어난 수치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몇만원짜리 일감을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현장을 본 어느 정치 지도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참상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한폭의 신파극과도 같은 것이 우리 삶의 현주소인 것 같다. 참여정부는 소득의 재분배로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다짐한 지 1년반 만인 지금 90여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 450여만명의 극빈자, 400여만명이나 되는 신용불량자, 또한 그 비슷한 수치의 신불예상자 등 전체인구의 4분의1 이상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 속에서 일터를 달라, 빵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함에도 정부는 개혁이라는 틀속에서 의문사진상규명, 과거사진상규명, 수도이전 등 국민생활과 먼 현안만을 앞세우고 국민의 애달픈 외침을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한다면 우리 국민이 참담하게 겪었던 6·25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 이에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를 놓고 국민의 감정과 정서는 갈기 갈기 찢겨져 나가고 있다. 더욱이 부(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최근 한 컨설팅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反)기업정서, 즉 기업가들을 죄인시하고 부를 부정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부자는 떳떳지 못한 방법과 수단으로 돈을 모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기업인은 돈을 버는 것을 죄악시해서는 선진국 진입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 부질없는 꿈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기업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더욱이 연봉 5천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투쟁은 외국 기업인의 투자마저 가로 막고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재분배 운운은 더욱 난센스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이 끝없이 불확실하고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외면한 통제 경제로 각종 규제는 국가 경제성마저 혼돈케 하고 이로 인해 중산층은 무너지고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간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상대성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로 나타나 공권력마저 침해 당하고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했던가. 그러나 자랑거리는 더욱 못된다. 졸부의 만용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규탄과 규제의 대상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 36년간의 식민지로의 학정, 감격의 8·15, 6·25의 쓰라린 피란 길, 1·4 후퇴의 혹한 등 굴절과 격동의 역사 속에서 부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포항 앞바다의 기적, 울산 앞바다의 기인 정주영의 신화, 구포·구미지구의 희망, 경부고속도로의 태동 등은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뛰어 오르게 한 모태요, 오늘을 살게 한 에너지가 아니던가. 맵고 치열함을 온몸으로 극복할 수가 있었기에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고도의 산업화를 달성한 나라의 효시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한 시대를 가리켜 유신독재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때의 유신과 독재라는 역사적인 몸부림은 우리 국민에게 가난과 무지의 멍에를 벗겨준 산업화·근대화라는 산고의 산물이었다고 함은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져 공과(功過) 모두를 까마득히 잊고 파란만장 했던 이 한 시대의 역사가 국민과 역사의 심판대에 또 다시 오르고 있다. 인생은 무상하다고들 한다. 정치도 무상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역사마저도 무상한 것인가. 그 시대를 음미하며 살아 온 산증인인 필자는 격세지감과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안순록 대기자

천자춘추/운림산방

몇 해 전 우연히 남도 여행을 하다 진도에 들렀었다. 그때는 진도에 대해 아는 것 이라곤 진돗개와 홍주 정도였지만 그 후로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 늘 진도를 가게 되곤 했는데, 그 이유는 그날 처음 만난 이후 늘 그리워하는 운림산방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운림산방을 안고 있는 첨찰산 뒤편의 모사라는 작고 아름다운 해변 때문이었다. 며칠 전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난 올 여름 휴가도 가다보니 어느새 또 진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밤새 달려 도착한 진도. 황구와 백구가 나란히 서있는 진도 다리를 지나 먼저 모사를 찾았으나 잘 생긴 소나무들을 병풍처럼 가리고 있던 곱고 소박한 해변 모사는 조개종자를 키우는 양식장으로 변해 그 곱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운림산방엘 갔다. 운림산방은 전 보다 더 고운 모습으로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지난번에 갔을 때만해도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것처럼 낡아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정성껏 수리하고 가꾸어진 깔끔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운림산방은 조선조 후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련선생이 쓰던 화실의 당호로 소허암(小許庵) 또는 운림각(雲林閣)이라고 불렸었는데 1982년 소치선생의 3대손 남농(南農) 허건선생에 의해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진도 소치선생의 집안은 또한 소치 선생이후 이대 미산(米山), 삼대 남농(南農)선생등을 배출하고 4대에 이르러서도 화업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어 그 또한 범상치 않은 일로 생각된다. 현재 운림산방은 진도군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소치 기념관을 주변과 같이 한옥으로 잘 지어 소치와 미산, 남농등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역시 아쉽고 걱정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대가의 기념관(미술관이라 해야 옳다)에 전문적인 큐레이터가 단 한사람도 없다는 점, 둘째는 소치, 미산, 남농이라는 대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현재 생존한 후손들의 작품들이 마치 같은 반열인양 오히려 더 크고 화려하게 전시되어있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미 소치, 미산, 남농은 그 자손들만의 자랑스런 선조라는 관점을 크게 벗어난, 우리 미술계의 역사적 자산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그 후손들의 짧은 생각으로 자칫 그들의 가치마저도 훼손 될까 심히 염려된다. /이승미 과천 제비울미술관 실장

생각의 지평/건강할때 헌혈을

요즈음 혈액이 부족하다고 한다. 헌혈에 대한 여러 안좋은 이야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헌혈을 꺼리고 있는데다 헌혈의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이 방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숭고한 행동이며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중의 하나라고 생각 한다.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피를 대신할만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여러가지 병이나 부상으로 피가 부족하여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그분들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며, 학생이나 군인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이 헌혈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항상 피가 부족한 상태이며 학교가 방학을 하면 피 부족은 더 심해진다고 한다. 얼마전 일간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불안한 국제정세와 헌혈의 60%를 이루고 있는 학생층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경기도내 헌혈량이 급격히 감소, 심각한 혈액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에도 도내에서 채혈된 혈액이 목표량에 크게 미달, 1년 내내 혈액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병원 등지의 혈액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밝혀져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또 혈액부족으로 수술을 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 ‘헌혈의 집’ 헌혈자에게 영화관람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한편, 봉사원과 학생들을 활용한 대대적인 헌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체내에는 남자의 경우 약 8%, 여자의 경우 약 7% 정도의 혈액이 있으며 체중이 60㎏인 남자는 4,800㎖, 50㎏인 여자는 3천550㎖의 혈액이 있다. 의학적으로 체내 혈액량의 약 15%(체중 60㎏의 남자 720㎖, 체중 50㎏의 여자 525㎖) 정도가 손실되어도 건강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한다. 헌혈을 하면 자신의 피를 400㎖정도 뽑아내게 된다. 1회 채혈되는 양은 나라마다 국민들의 여러가지 상태를 고려하여 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좀 적게 뽑는 편이다. 400㎖ 정도의 피는 우리 몸에 여분으로 있는 피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헌혈로 빠져나간 혈액량은 나이나 영양 상태에 따라 개인차는 있으나 헌혈 후 하루 정도면 대부분의 순환혈액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또한 최근 발표된 외국 사례에서는 헌혈이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 준다고 하니 헌혈은 타인이 함께 건강할 수 있는 일석이조가 아닌다. 건강할 때 헌혈합시다. /박형규 명지대 사회복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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