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이런데도 ‘분홍빛’ 타령인가?

이 정부의 경제팀 수장,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경제 전망을 심히 낙관했다. 4·15총선을 앞두고 수차 그같은 낙관론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선거가 끝나기가 바쁘게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우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위협하면서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은 석유수출국가(OPEC)의 결속력 강화가 가져온 20년 저유가체제 붕괴로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중동 정세의 불안, OPEC에 대한 미국의 입장 약화, 중국·인도의 고속성장 등 고유가 요인은 곳곳에 잠복해 있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난은 이미 수개월이 되었다. 이런데도 일본 등 선진국은 에너지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비해 이 정부의 정책은 정책이랄 것도 없는 1차 오일쇼크 수준에 머물러 영 불안하다. 여기에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갖가지 기업규제를 추진해 국내 기업환경은 내우외환의 처지에 놓였다. 대기업 그룹의 지배력 확장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면 기업의 투명성 확보 등 다른 방법도 있다. 굳이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가며 강행하는 것은 단견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업규제를 최대한으로 풀어 설비 투자를 활성화하는 길이다.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쓰다보면 투자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경제 5단체의 우려엔 이유가 있다. 국내 경제구조에는 예컨대 노동자의 임금이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양극화 속에 평균치가 대만의 1.5배나 되고 지난 3년 사이에 22.4% 올라 홍콩 등 경쟁국의 3~6배나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순저축률은 2002년 1.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면치 못해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저런 경제지표는 400만여명의 신용불량자, 실업사태, 내수침체, 투자부진 등의 후유증을 불러 일으키면서 성장저해의 족쇄가 되고 있다. 서민층의 체감물가 또한 높아만 간다. 이 정부가 진실로 민생을 염려한다면 공연한 규제에 급급하기 보다는 기업에 투자의욕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형식적 규제완화가 아닌 실질적 대책이 앞서야 한다. 시급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해 이 정부는 기업을 비판하기 앞서 정부 자체의 시책을 스스로가 비판해봐야 한다.

영복여중·고 학생들의 나라꽃 사랑

엊그제 수원 영복여중·고등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수원시 관내 주요 기관들을 일제히 방문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경이다. 영복여중·고생들은 어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관·단체 임직원들에게 무궁화를 가슴에 달아주며 어버이 은혜를 기렸다. 영복여중·고생들이 어버이 날에 기관·단체를 방문하여 무궁화를 달아준 것은 1973년부터 였다. 영복여자중·고등학교 초대교장 故 리화순 선생의 제안에 의해 국민정신 교육의 일환으로 나라꽃 사랑하기 및 무궁화 달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외국의 문물이 들어오면서 우리 민족과는 아무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 카네이션 꽃을 어버이 날에 다는 풍습을 고쳐 나라꽃인 무궁화를 어버이 날에 달도록 하여 민족주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나라꽃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자 영복여자중·고교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이 운동은 호응을 받았다. 영복여중·고 학생들은 5월8일 어버이 날에 즈음하여 학교자치활동시간에, 그리고 어머니들은 백목련어머니회 때 직접 무궁화를 제작하여 가정과 연계, 지도하고 나아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수원시내 주요 관공서나 언론사 및 교육기관을 방문, 홍보하거나 가두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다. 무궁화가 국화(國花)로 사랑받고 존귀하게 생각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무궁화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3~4개월을 연속해 핀다고 하여 고결함과 위인적 자용(偉人的 姿容)이 찬미되었다. 서기전 8~3세기 춘추전국시대에 저술된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도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다(君子之國有薰花草)”고 기록돼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것이며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무궁화는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국화로 강인한 민족성과 화려강산의 상징이었다. 수원영복여중·고 학생들이 ‘나라꽃 달기 캠페인’을 어버이 날 전후에 전개하는 것도 효사상의 함양과 어우러져 그 뜻이 매우 깊다. 나라꽃 사랑하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영복여중·고학생들의 정성이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 거듭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자살론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그의 자살론에서 자살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애타적 자살, 자아적 자살, 아노미(anomie)적 자살, 그리고 숙명적 자살이다. 사회통합이 너무 강할 때는 애타적 자살이, 사회통합이 너무 약해서 개인간 결합이 너무 느슨해질 때에는 이기적 자살이 많이 나타난다. 사회규범이 아예 상실돼 있는 경우에는 아노미적 자살이 많고, 과도한 억압이나 희망의 상실로 좌절이 클 때 숙명적 자살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런 사회통합력이나 사회규범 및 좌절의 강도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믿는 종교, 연령, 남녀, 주거지(도시와 시골), 그리고 계절에 따라 자살의 빈도는 달라진다는 것이 자살론의 골자다. 뒤르켐의 이론으로 보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자살의 문제는 주로 이기적, 아노미적, 숙명적 자살의 유형이 겹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류 사상 가장 유명한 자살자는 예수라는 얘기가 있다. 인류에 숭고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 나아갔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모든 사회는 자살을 애도하고 동정하면서도, 조물주나 조상에게 죄를 짓는 사악한 행위로 여기는 종교적 인식을 함께 갖고 있다. 정신의학자들은 자살이 겉보기에 자기파괴지만, 자기 정체성 또는 자아를 지키려는 궁극적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 자기 인격이 말살된 것이란 두려움으로 심리적 공황에 직면한 사람의 절박한 방어행동이라는 설명이다. 달리 정신적 말살을 피할 길이 없다는 좌절감에서 스스로 정신보다 육체의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여도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2003년 한 해에 자살자수가 1만3천명을 넘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45분에 1명씩 자살을 하고 있단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자료는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4년간(2000~2003)의 자살 기도 혹은 자살미수 경험자 수가 30만~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동반자살이라는 특이한 자살유형을 가진 나라다. 부모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 죽은 어린이들의 눈망울을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힌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도서실, 호기심의 공간

발명가 대니 힐리스, 1970년대 슈퍼컴퓨터의 선구자였던 대니 힐리스는 현재 캘리포니아州 글렌데일에 있는 발명전문회사인 어플라이드 마인즈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개인교사가 있다면 그는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이 무엇이고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내 경우는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 사서가 그 역할을 했다. 난 암석에 관한 책을 좋아했고 그녀는 그런 책을 내게 계속 가져다 주었다. 하루는 그녀가 전기에 관한 책을 갖다주면서 ‘아마 이 책도 좋아할 걸’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책은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는 바로 그런 소프트웨어를 발명할 생각이다. 검색 엔진은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발명하려는 소프트웨어는 학생에게 책을 갖다주며 ‘아마 네가 이 책을 좋아할 거야’라고 말하는 훌륭한 사서와 같은 자동화된 개인교사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지적 욕구에 따르는 자료와 정보를 안내해 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인쇄매체 시대에는 종종 한 권의 책이 개인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일화가 있었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청소년기에 책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상상하곤 하였다. 책을 통하여 위대한 영혼과도 교감하고 책을 통하여 가보지 못한 이국적인 것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에 졸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책을 통하여 저 고구려인의 기상과 신라조의 연정도 만났고 장터 서민들의 애환에 푹 빠지기도 하였다. 책은 나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반려자이자 기쁨의 원천이었다. 가난과 추위로 떨면서도 나의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릴케도 만나고 버지니아 울프도 만나곤 하였다. 모호하고 황폐한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불안의 벽에 갇혀 내일을 부정할 때에도 나는 차가운 다락방에 쪼그리고 앉아 외로운 들고양이처럼 이불 두르고 앉아서 불안의 벽을 뚫고 황폐한 내면세계에 비옥한 물기를 주곤 하였다. 책을 통하여 순수한 영혼과의 교감을 통하여. 그 시절에는 그저 몇 권의 책만으로도 풍요롭고 순수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아니하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 보라. 정말 질릴 정도로 수많은 책들이 서가에 빽빽이 꽂혀 있다. 그래서 사서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서실 활용 수업이 시급하고, 대니 힐리스가 만들려고 하는 개인용 맞춤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책을 골라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아이들이 읽은 책을 충분히 사색하고 느끼고 토론하도록 안내하는 프로그램, 아름다운 영혼과 교감할 수 있고 잠재된 인식능력에 불꽃을 붙여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어서 발명되기를 고대해 본다. 아니, 그런 선생님을 어서 만나고 싶다. 이제 학교 도서실은 아이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여 그 아이의 수준과 욕구에 맞는 책을 소개해 주고 함께 토론하고 잠재된 인식욕구에 불을 붙여주는 그런 사서교사,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교과교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제 도서실은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지적 유희를 즐기도록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현옥.수원 수일중 교장-시인

천자춘추/동아줄

사무실 창밖을 내다본다. 햇빛을 가득받은 라일락 꽃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바람이 부는가 보다. 어제 만난 사람이 떠오른다. 3년여만에 만났는데, 처음에는 약간 나이든 것 말고는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나 변함없이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예전에도 자신의 성격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고쳐보려고 애를 쓰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보다야 노력한 결과가 있는지 사람들과의 교제나 외부활동은 나아진 부분도 있다. 결국엔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었고 관련서적을 읽으면서 드디어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를 찾았다. 이름하여 ‘고정관념’, 자신이 계속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내성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무지하게 애를 쓴 결과, 말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다행이다 싶었는데, 대화가 진행되면서 그가 또다시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갇혀 있음을 본다. 4시간여를 만났는데 내 머리에 조차 새겨질 만큼 ‘고정관념’ 단어를 많이 들었다. 자신을 설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찾은 그 단어가 이제는 삶 가운데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코드가 되어있다. 자신 안에 어떤 문제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깨뜨려야하는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또 하루하루 그것을 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연장자인 관계로 몇 가지 조언을 하긴 했지만, 헤어질 때에는 오히려 새롭게 지명된 고정관념을 어깨에 한 짐 지고 큰 숙제를 받은 아이처럼 힘없이 돌아갔다. 나도 어디엔가 갇혀 있지 않을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 거의 같은 공간, 늘 비슷한 문제와 해답들, 생각들, 관점들… 어느날 우물에서 빠져 나왔는가 싶었는데, 그곳이 좀 더 큰 우물일 뿐이라면 그야말로 해와 달의 오누이처럼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온전히 구출해 주기를 기도해야하겠지, 결코 끊어지지 않는 굵고 튼튼한 줄로. 아무래도 밖에 나가 햇빛과 바람을 직접 만나야겠다. /임용걸.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독자투고/에너지절약이 곧 돈

요즈음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이 3.8%를 넘어섰고 더욱 걱정인 것은 청년실업률이 8% 정도라 하는데 IMF사태 이후 오랜 경기 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애석한 일이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나서는 20대 사회초년생 또는 젊은 층들이 애처로울 경우가 많다. 설령 어렵게 취직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정규직인지, 단기간의 계약직인지 등, 직장 또는 직업에 대한 불안 요소가 심화되어 가는 것도 사회 안정에 불안요소가 되고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은지 오래고,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원임을 생각해 볼 때, 각 가정에서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을 생각해봐야 한다. 수돗물 아껴쓰기, 세탁물 모아서 하기, 사용하지 않는 전원플러그 뽑기, 더운 음식물은 식혀서 냉장고 넣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으로 줄줄이 새어나가기 쉬운 돈을 절약해야 한다. 또한 길거리의 가로등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담당자들은 환한 대낮에 가로등이 켜있나 확인하기를 바라며, 짧은 봄이 지나면 곧 더위가 기승을 부릴 여름철이 오는데 각종 은행 창구 등 금융기관과 공공시설 등은 규정온도내에서 냉방기기를 사용해 낭비요인을 없애도록 유념하기를 바란다. 여름철 금융기관 고객창구의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과 가로등 등 공공시설의 미흡한 에너지절약관리가 국민의 세금 낭비 및 해당시설의 비용증가 등으로 연결되므로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한다. 앞에 열거한 사항들이 잘 이행될 때 개인적으로는 비용절약 등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국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보며 이러한 사소한 행위가 개인이나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생각된다./진홍균·가평군 가평읍

"5월 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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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성급회담이 지연되는 이유

남북 관계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은 군사력 대치다. 이의 완화없이는 진정한 평화 정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군 장성급 회담은 이래서 군사적 긴장 관계를 푸는 첫 단추가 된다. 이미 공사가 다 된 경의선 철도 연결이나 육로가 개통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남북간 군사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4차 남북장관급 평양회담에서 북측 권호웅 단장은 지난 13차 회담에서 합의한 군 장성급회담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한·미합동군사연습 등 때문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는 상례적 방어용 합동훈련이라고 반박하였으나 북측이 이를 모르고 하는 소린 아니다. 권호웅 북측단장이 기조연설에서부터 군사훈련을 문제삼고 나선 것을 보면 이번 회담을 앞두고 돌연 김령성 전 북측단장이 교체된 배경을 대충 짐작케 한다. 북측이 이처럼 군 장성급회담을 지연시키는 데는 핵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선군사상의 체제 수호와도 연관이 깊다. 이밖에 장관급 회담에서는 군 장성급 회담이 정식의제가 되기 어려운 북측 권력구조의 특이성에도 이유가 있다. 남측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기도 하는 2인자 인데 비해 북측 정무원 총리는 권력구조 서열에서 정상과 거리가 멀다. 남측 정부 대표는 국방부를 대변하는 권능을 지니지만 북측 정무원 대표는 인민무력부를 대변하지 못한다. 군사문제는 오직 김정일 위원장이 당·정·군을 총괄하는 국방위원회의 전권에 속한다. 이러므로 북측 대표가 설사 군 장성급 회담을 언급한다 하여도 어디까지나 국방위원회에 대한 건의 표명의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용천 열차폭파 참사 구호를 계기로 행여 화해무드를 기대한 일부의 시각이 있었다면 얼마나 큰 착각이었나를 알아야 한다. 남측은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단체와 기업, 심지어는 국민성금을 모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감동하여 달라질 북측 당국이 아니다. 대북 관계에서 감성적 접근은 언제나 판단의 오류를 가져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인내가 요구된다. 동포애로 대하면서 끊임없는 대화로 빗장문을 두드려야 한다. 평화공존, 나아가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비싸다 할 순 없다. 다만 접근에 있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성적 사유다.

의경 전면폐지, 대책 세워라

3만5천명에 달하는 의경폐지 방침은 정부 부처간의 비협조적인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심히 우려되는 사태다. 우리 사회의 치안유지 활동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의무경찰 인력 3만5천명을 올해부터 오는 2007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해 놓고 경찰인력 충원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한심하다. 그동안 의무경찰은 방범 순찰, 교통정리 등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기초 생활질서 확보에 큰 역할을 해왔다. 대체인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민생치안에 당장 구멍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국방부에서 발생했다. 군 복무 대신 의무경찰로 지원, 대체복무를 신청한 인원 중 3천명에 대해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아 현재 평상시 충원의 10% 이상이 감축된 3만여명의 의경만 치안유지 활동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방부는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 1만1천명 등 의경의 대체복무를 단계적으로 계속 줄여 2007년 초까지 3만5천명 전체를 없앤다는 폐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현역사병 북무 기한을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는 바람에 생긴 빈틈의 병력 확보를 위해서다. 문제가 있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국방부로부터 이같은 계획을 통보 받았으면서도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가 예산배정에 난색을 표한다고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여기는 것이다. 행자부도 무책임하기는 다른 부처와 다르지 않다. 국방부가 그런 계획을 세웠는 지 조차 몰랐다는 식이니 어처구니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국방부가 의경 대체복무를 인정해주지 않고 폐지 방향으로 강행할 경우, 기본적인 치안활동에 비상이 걸릴 것은 불문가지다. 현재 수준의 의경 인력이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 데도 한쪽에서는 무조건 전면폐지만 내세우고 다른 쪽에서는 대체인력을 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그러잖아도 경찰력 부족으로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터에 의경마저 폐지된다면 치안상태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부처간 협력하에 의무경찰 폐지의 문제점을 속히 해결하기 바란다.

"5월 5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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