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식품

‘2004 여성용품 및 발명품박람회’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열린 서울 삼성동 COEX 김치특별관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이런 가운데 옷차림이 형형색색인 외국인들, 신세대 주부들, 어린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김치특강에 유별나게 쏠렸다. 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실습해 보이는 강사의 손은 양념으로 범벅이 되고 얼굴에까지 고춧가루 등이 튀곤 했으나 이를 개의치 않는 열강은 관중을 매료시켰다. 현장에서 직접 시식해본 관중들에게 맛깔스런 가지가지 김치를 정성껏 비닐봉지에 담아 보기 좋은 포장으로 싸주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엄지 손가락을 내밀고 “원더풀!”을 연발, 싱글벙글해가며 포장해준 김치를 소중하게 챙겼다. 국내 업계를 대표해 한국 김치문화의 대사(大使) 역할을 한 이 업체가 바로 수원 지역사회 업체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있는 ㈜풍미식품이 이 김치특별관을 주관했다. 전래의 김치류 50여종과 기능성 고영양 김치로 연구 개발한 15종의 신제품이 전시되었다. 쇠고기포기김치, 사골김치, 양송이무침김치 등 열다섯가지 신제품은 한국농업전문학교의 위탁으로 연구 개발한 것이다. 김치는 이제 단순한 김치가 아니다. 식품학 분야의 주요 학문으로 정립됐다. 발효식품의 백미인 전통적 김치에 시대적 감각을 첨가하는 김치는 꾸준한 연구 대상인 것이다. 특히 수출하는 나라마다의 기호를 살리는 다양성은 아주 중요하다. 풍미식품은 경기도 으뜸이 인증패 수상, 세계음식박람회 금상 수상, 신지식인 인정 및 우수 경제인 수상(중소기업청) MBC 김치명인,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다. COEX 전시관에서 그토록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거기서는 김치 한포기 팔지 않았다. 한국의 김치문화 선양을 위한 완전 봉사인 것이다. 지역사회가 알든 모르든 묵묵히 그같은 일을 해냈다. 입만 산 정치 건달들 보다는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인들이 정말로 나라와 사회를 위해 기여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가정의 달, 도청직원에 대한 제언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가장(家長)이 부인으로 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나와 우리 가족은 당신을 믿어요!’이며 반면 부인이 남편으로 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이 최고야!’라고 한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로 인해 가정파탄이 줄을 잇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같은 말은 가장이나 부인이나 모두에게 그 어느 보약보다도 더 큰 보약이 돼 건강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올 가정의 달을 맞아서는 모든 가족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나누자는 제언을 하고 싶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기도청내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한 화장실에는 누군가 ‘칭찬합시다, 남의 험담을 하지 맙시다’라는 글귀를 예쁘게 코팅해 달아놓아 보는 이의 마음가짐을 흐뭇하게 한다. 동료간 혹은 상하간에 이왕이면 쌍말보다는 ‘잘 한다’는 칭찬을 한다면 두말할 나위없이 직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업무능률도 오를 것이라는 것은 새삼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도청내에서는 안 들었으면 하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아니 어쩌면 동료간에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 너무도 쉽게 튀어 나오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모 간부를 취재했던 후배기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런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입니까’라며 취재를 하자 느닷없이 그 간부가 ‘그런 말을 한 XX가 누구냐, 반드시 색출해야 돼’ 했다는 것이다. 후배기자 말대로 공직사회가 빨갱이 사회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말이 생각없이 튀어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또 얼마전에는 모 공무원과 차 한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 과에는 내부 프락치가 있어, 요즘은 보통 조심하지 않으면 안돼’하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청내에 공직기강을 감시하고 살피는 부서가 있는 만큼 분명히 내부 고발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과연 동료간에 ‘프락치’라는 용어까지 운운해야 했었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이렇지 않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동료간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며 결국은 일 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다. 이는 곧 행정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참으로 도 본청에서 동료간에 이런 말들이 횡행하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지 않다. 이래가지고서야 최고의 경기도가, 세계속의 경기도가 될 수 있는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라 했다. 입과 혀를 잘못 놀리면 결국은 자기자신이 화를 입고 몸을 다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속에서 서로 감싸주지 못할 망정 이런 행태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손학규 지사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공관으로 모셔 위로한 것은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서로 신뢰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보다 살기좋은 사회, 국가를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런 손 지사의 메시지를 공무원들도 다시금 새겨 동료간에 서로 믿고 신뢰하며 한 솥밥을 먹는 동지애를 가져보길 바란다. 가정에서 오가는 ‘나는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최고야’하는 따듯한 말이 직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스승의 날 유감(遺憾)

교직생활 35년, 이제는 교직의 꽃이라는 교장이 된지도 어느새 4년여! 올해도 어김없이 반갑잖은(?) ‘스승의 날’을 또 맞게 되었다. 왜 ‘반갑잖은’ 날이겠는가.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자랑스런 선생님들, 존경받아 마땅한 교육자들이다. 이 나라 동량(棟樑)들을 누가 가르치고 누가 키우는가! 자부와 긍지를 가지고 사명감에 불타 오직 보람과 영광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몸바쳐야 할 교직 아닌가. 그래서 예부터 교직을 신성히 여기고,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란 말도 생겨났는데! 특히, ‘스승’은 부모님보다도 앞세워 임금님 다음으로 끔찍히 여기며 극존경의 예(禮)를 다해 섬겨왔다. 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까지 이날만이라도 옛 스승을 찾아뵙거나 청와대 등 각 기관에 초청하여 깍듯한 예로 모셔왔다. 그 중에도 고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했다. 선생님들을 극진히 받들며 모든 공공 행사 때 ‘교장선생님을 상석에 모시라’는 등 교직우대 정책까지 폈다. 때문에 한때는 우리 교직자들도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자부와 긍지를 갖기도 했다. 사실, 이 땅의 모든 직업 중에 스스로의 직업에 ‘님’자를 붙이는 영광이 또 어디 있는가. 그래서 비록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 것은 없어도 제2세 국민을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敎育)’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히 사명감을 불태우며 묵묵히 이 길을 지켜온 게 사실이다. 이제 며칠 후면 다시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 제정과 관련해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청탁성 촌지니 선물이니 하여 국민의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어쩌다 한 두 사람의 몰지각한 실수 때문이지만, 이는 급격히 전체 교육자들을 욕되게 하고 성스런 이름을 먹칠케 했다. 그렇다고 부분을 보고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기실, 일부 언론은 어디서 요상한 기사만 취재하여 확대 클로즈업시키는 바람에 솔직히 ‘스승의 날’이 우리 교직자들에게는 반갑잖은 날, 모욕적인 날, 피하고 싶은 우울한 날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금년에도 많은 학교들이 행사도 없이 쉬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승’은 영원한 법, 결코 그 순수성만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부모와 스승없이 어떻게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평생토록 감사하고 받들 분은 오직 저들뿐이리라! /김남웅.광명 충현고 교장-시인

독자투고/에너지 절약,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최근 이라크사태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감산정책으로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4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4달러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자원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최근 휘발유 값 급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적으로나 가정에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나는 버스 창밖을 우연히 보다가 대낮인데도 주유소 구내에 보안등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는 에너지 낭비사례가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에너지 사용을 낭비하다가 제3의 오일 충격을 당하여 허둥대는 것보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정부·기업·개인 등 에너지절약에 대한 적합한 실천과제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에서는 불필요한 전등 끄기, 잠시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를 절전모드로 이용하기, 한 방울 물도 절수하기, 이면지를 활용하여 종이 아껴 쓰기 등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승용차 10부제를 적극 참여하고 경제속도인 70~80㎞로 운행하면 연료를 많이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여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에너지 절약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한여름이 성큼 다가와 에어컨을 사용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냉방온도를 적정온도 보다 1~2℃ 상향하여 사용시 최대전력수요 억제 및 전기절약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평상시 소홀하고 무관심한 생활자세를 바꾸어 에너지절약에 대한 작은 관심이 모아져 실천하면 가정은 물론 국가적으로 에너지로 인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의 97%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미래에 부닥칠지 모를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예방하는데 우리 모두 동참하였으면 좋겠다. /김영일·용인시 상현동 850

"5월 1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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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GB대규모 임대주택 안된다

건설교통부가 수원시와 안양시에 통보한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계획은 일방적인 조치다. 이같은 조치가 오는 7월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발효를 앞두고 취해진 점은 주목된다. 이 법의 특례규정은 해당 자치단체장과의 협의나 주민의견 청취 등을 생략한 채 건교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수원시 금곡동과 호매실동 일대 82만평에 6만여가구, 안양시 관양동 19만6천여평에 4천700여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곳은 모두 그린벨트 지역이다. 환경파괴와 녹지공간 훼손으로 인구 과밀화를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린벨트가 비록 형해화하긴 하였으나 건교부가 환경영향 평가도 없이 이처럼 마구잡이로 훼손해도 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수원시와 안양시,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교부가 앞으로 특례규정을 내세워 사업을 강행한다면 그같은 특례규정의 타당성과 효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지방분권을 한다는 이 정부가 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발상을 갖는 건 이만저만이 잘못된 게 아니다. 또 2012년까지 100만가구의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한다는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이란 것도 그렇다.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저소득층 일수록 생계를 위한 소득을 도심에서 조달한다. 그린벨트 지역 외딴 곳에 집만 덜렁 지어준다 하여 저소득층이 살아갈 수 있는것은 아니다. 자칫 얼마 안가 슬럼화하여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두말 할 것 없이 건설교통부의 수원 및 안양시 그린벨트지역 국민임대주택 건설 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 만약 특례규정을 내세워 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세찬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아울러 그같은 특례규정의 법률적 가치를 헌법재판소에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책사업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존중한다. 유독 국민임대주택 조성 등에 중앙정부의 일방적 조치가 용인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것은 곧 횡포이기 때문이다.

경찰기강 해이 문제있다

경찰관들의 파렴치한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공공질서 유지의 최전선에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부의 경찰관들이 오히려 국민들을 괴롭히거나 범죄에 연루돼 구속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니 과연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일상생활을 해야 될지 염려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어려운 근무 여건에서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일어난 경찰관 비리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과거에 비하여 경찰관들의 기강이 상당히 해이된 것을 나타내고 있다. 도대체 경찰관이 사기를 일삼고 또 신문에 난 부고란을 보고 상을 당한 빈집을 골라 절도를 하고, 가출 소녀를 선도하기는 커녕 집단으로 성관계를 갖는 등 경찰관의 자질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의 소양마저 의심받는 범죄를 다반사로 저질렀다. 과거에도 경찰관들의 비리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비리는 경찰관들이 업무상 뇌물을 받거나 또는 이권에 개입된 사례였지 이렇게 파렴치한 행위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심히 염려가 된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직업 윤리의식이 하락되고 있으며, 황금만능 사조가 팽배하여 지고 있어 경찰관들만이 예외로 취급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은 사회 공공질서 유지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경찰관들마저 범죄 유혹에 무너진다면 국민의 안녕질서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느슨해진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리는 정확한 진단으로 근원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말단 경찰관들이 행한 돌출 사건이라고 적당히 마무리하기 보다는 경찰의 위상을 거듭 정립한다는 비상한 각오 하에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과 공복의 자세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 해야 된다. 경찰이 앞으로 신임 경찰관 임용 과정에서 자질이 부족한 부적격자를 과감히 도태시키고 또 특별감찰을 벌여 가정불화를 심하게 겪는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직원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이만으로는 미흡하다. 평소의 소양교육 강화 등으로 신뢰받는 경찰상 수립을 위한 심기일전의 노력이 있기를 거듭 요망한다.

연천 ‘구석기축제’ 흐뭇

지난 1일부터 5일동안 열렸된 연천 전곡리 구석기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천군의 면밀한 계획과 공무원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안내와 원활한 차량 통제 등이 축제를 더욱 빛나게 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의 먹거리 제공은 뜨거운 날씨를 잠재울만큼 시원함을 제공했고 상냥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축제의 격을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축제기간중 방문객 60만여명은 국내 어느 축제와도 비교할 수 없을 기록이었다. 물 맑고 산 좋은 한탄강에서 치뤄진 축제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만큼 인산인해를 이뤘고 축제장 주변 넓은 주차공간도 꽉 찼으며 관광객들을 나르는 셔틀버스들도 쉴새 없었다. 더구나 멀리 경상도와 전라도 차량들이 많아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한반도 문명의 발상지란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주민들이 모두 땀 흘리고 정성을 다해 얻은 값진 결과다. 이처럼 작은 지역에서 치뤄진 전곡리 구석기 문화축제는 문화의 불모지란 오명을 씻었을뿐 아니라 지역 위상이 높아지고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연천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알려 줬다. 전국에서 유일한 구석기 문화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업그레이하기 위해선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군도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 온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환경친화적인 계획을 수립, 연천하면 구석기 문화가 숨쉬는 곳이며 한반도 최초 문명의 발상지란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할 때다. 작은 사고도 하나 없이 큰 행사를 치룬 주민들과 공무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장 기 현 (제2사회부 연천) khjang@kgib.co.kr

대통령의 오기?

‘盧 대통령은 지난 5일 저녁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열린우리당 핵심 중진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金(혁규)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내세우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는 어느 신문 보도가 틀림이 없다면 유감이다. 첫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행한 대통령의 직무관련 발언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판결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소추 당사자인 대통령이 기각을 예단하는 속셈을 비친 것은 장소가 아무리 대내 행사였다 할 지라도 신중치 못하다. 헌법재판소가 그의 예단대로 소추를 기각하게 되면 판결에 대한 권위를 대통령 스스로가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아직은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남의 당 행사에서 직무관련의 발언을 한 셈이 된다. 둘째는 도의성이다. 김 전지사는 한나라당이 세 번이나 경남지사로 공천한 사람이다. 자기 발로 나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거나 아니면 빼내었건 간에 정치적 훼절임은 부인될 수 없다. 정당 선택의 자유를 원용할 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기가 심히 어렵다. 정치개혁을 말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훼절에 그토록 애정을 갖는 것은 도의성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는 대통령의 오기다. 한나라당이 자극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제17대 국회 개회벽두부터 야당과 격돌을 불사해가며 굳이 김 전지사를 내세우겠다는 것은 마치 오기를 보는 것 같아 민중이 보기에 개운치 않다. 그동안 변화를 기대하였던 국민의 여망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국무총리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신문 보도가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전한 게 못된다고 믿고 싶다. / 임양은 주필

월요칼럼/부모자격 없는 어른들

살면서 보기에 몹시 역겨운 것 중 하나가 엄마가 어린 자녀를 때리는 모습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게 아니라 머리나 등을 계속 때리면서 울지 말라고 악을 쓰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악마가 따로 없다. 악마 중에서도 가장 저주스러운 형상이다. 그것도 거리나 공원에서다. 어린 것이 무슨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매질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엄마는 성큼 성큼 걸어가면서 서너살짜리 아이가 빨리 따라 오지 못한다고 손을 확 잡아 끄는 모습도 목불인견이다. 어린 아이의 팔이 빠져 나가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다. 한 번은 나이 지긋한 여성이 아이를 때리는 젊은 엄마에게 충고했다가 봉변 당하는 광경을 봤다. “내 새끼, 내가 야단치는 데 무슨 참견이냐”는 식이다. 학교를 다닐만큼 다녔을텐데 왜 그렇게 무례하고 무식한 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혹자들은 말하기를 이혼, 부부싸움, 카드빚 등으로 인해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원래 악하게 태어난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도 이 땅의 부모들은 자녀를 금쪽처럼 여겼다. 부모는 우물가에서 냉수로 허기를 채워도 자식들에게는 죽이라도 쑤어 먹였다. 근래 들어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학대하는 실태를 보면 엽기적이다. 걸핏하면 때리고, 버리고, 내쫓고, 죽인다. 끔찍하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한해 5천건 가까이 신고되는 사례 중 70%가 친부모의 가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장소도 집안이 80%를 차지한다. 학대 받는 아동이 45만명을 넘는다. 신고 안 된 경우까지 추산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며칠 전 고양시 도심 주택가 셋방에서 오물에 뒤범벅이 된 어린 삼남매(4, 3, 1세)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아이들이 지내던 5평 정도의 방안에는 대소변이 널브러져 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두 딸의 옷은 대변과 음식물로 뒤엉켜 있었다. 돌이 갓 지난 아들은 얼굴과 귀 부위가 심하게 곪은 채 침대와 벽 사이에 머리가 끼여 울다 지친 상태였다. 화장실은 변기가 막혀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이지 사람이 아니었다. 군포의 한 병원에 8세 딸과 6세 아들 남매가 실려 왔다. 딸은 병원 도착 즉시 숨을 거뒀고, 아들은 간 기능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이틀 전, 남매의 새엄마는 남매가 놀다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딸은 머리를 벽에 부딪힌 뒤 “엄마, 숨 쉬기가 힘들어”라며 울고 매달렸지만 새엄마는 집에 이틀이나 방치했다. 3년 전부터 남매와 같이 산 새엄마는 작년 5월에도 남매를 폭행하다 경찰에 입건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었다. 상습폭행에 시달리던 남매는 경찰의 ‘일시 보호’결정에 따라 한달 남짓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낸 뒤 집으로 돌아 갔다가 반년만에 변을 당했다. 폭행 당시 새엄마는 임신중으로 곧 엄마가 될 몸이었다. 인천에서 30대 엄마가 카드빚에 시달리다 세 자녀를 13층 아파트에서 내던진 후 자신도 투신한 자살, 이른바 ‘동반자살’이라는 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자살이 아니다. 작년 한해에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이 20건이다. 부모의 인격 결함에 27명의 어린 자녀가 참변을 당했다. 부모의 환경이 아무리 극한상황이라 하더라도 자녀를 학대하는 것은 잔혹한 범죄행위다. 수중에 돈 있을 때 부모 노릇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 공허해졌다. 쓸모 없어졌다. 아동학대는 정말 더 이상 가정내 문제가 아니다. 야만적인 사회범죄로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자식을 학대하려면 결혼을 하지 말라. 결혼하여도 자식을 생산하지 말라. 전처의 자식을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결혼(재혼)하지 말라. 전남편의 자식을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결혼(재혼)하지 말라.” 듣고 보니까 백번 옳은 소리다. 별 수 없다. 학대 받는 아동들은 못된 부모 슬하를 떠나 자립할 수 있도록 얼른 성장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이런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사회가 답답하고 원망스럽다. /임병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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