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곰 여우는 전래되는 옛 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상징적 동물이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아주 먼 옛날에…”라고 하였던 호랑이는 호환(虎患)이 무섭긴 했지만 영물로 쳤다. 곰은 “곰 같이 느리다”느니 “곰 같이 미련하다”느니 했으나 결코 행동이 둔하거나 어리석은 동물이 아니다. 여우 또한 약삭빠른 동물로 비유해 나쁘게 알려졌다. 그러나 알고보면 백년 묵은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옛 이야기 내용만큼 나쁜 동물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토종 여우의 사체가 계속 화제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궁금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의문의 여우 변사체가 의문의 사람 변시체보다 사인 규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독·극물로도 죽지 않았고, 입가에 흘린 피는 혀를 깨물어 생긴 것이고, 굶어 죽은 것도 아니라는 국립환경연구원의 최종 부검결과 발표는 결국 사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의 의문으로 남겨놓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수컷의 토종 여우 사체 고환에서 살아있는 정자를 채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죽은 여우 몸에서 살아있는 정자 채취가 가능했던 것은 정말 희한한 일이다. 채취된 토종 여우 정자 1㏄를 냉동 보관해 두고 인공 수정을 위한 암컷 여우를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 국립환경원측 얘기다. 호랑이 곰 여우는 국내 산야에서는 이미 멸종되었다. 여우는 1978년 지리산에서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게 26년만에 비록 죽은 것이지만 토종 여우가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토종 여우의 인공수정을 서둔다지만 국내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여우에 토종 여우가 없는 게 문제다. 결국 인공수정을 해도 반쪽 토종 여우가 생산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씨를 남기고 죽은 토종 여우가 대견하지만, 무리지어 함께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암컷이나 새끼들이 모습을 드러낼 법도 한데 영 소식이 없다. /임양은 주필
국내 노인 인구는 4백20만여명이다. 전체 인구 4천600만여명에 비해 약 9%를 차지한다. 고령사회를 앞에 둔 고령화사회인 것이다. 노년학은 노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이면 고령화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출산율 저하, 인간의 수명 연장이 고령화의 원인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사회구조 및 제도, 가치관의 변화 등에 심각한 영향을 가져온다. 선진국과는 달리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된 우리로서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성장추세는 큰 과제다. 통계청 추계는 불과 15년 뒤인 2019년이면 노인인구는 14.8%에 이르러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엔 전체인구의 다섯명 중 한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2026년이라야 기껏 20여년 남겨놓고 있다. 2050년이면 노인인구가 34.4%에 달해 국민 3명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지금의 10대들이 노인이 될 땐 그런 사회가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경제산업과 사회복지에 큰 부담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년학은 이래서 새롭게 조명되는 주요 학문으로 등장된다. 노인문제의 가장 큰 과제는 건강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노인의 86.7%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풍·관절염·요통·좌골통·고혈압·당뇨·치매 및 기타 등이다. 핵가족화의 심화는 가정에서만이 아닌 사회적 측면의 중요 현상으로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겹치는 노인세대의 빈곤율은 심각하다. 노인경제 상황이 나쁜 약 50%의 노인 가운데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세대 빈곤율은 31%나 된다. 건강문제와 겹친 경제문제의 어려움은 노인세대의 월 평균 생활비를 59만원 미만으로 잡아도 24.5%나 되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물론 벌어놓은 재력이 있거나 상당액의 연금을 받아 노후생활을 여유있게 보내는 노년층이 있긴하나 상당수의 노인들은 건강·경제적 무력감의 이중고에 덮친 고독감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모든 노인이 다 소비적인 것은 아니다. 다행히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노인들도 많다. 이런 이들에게 본인이 원하면 눈높이를 낮춘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자원봉사를 활성화 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다.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는 지난해의 경우, 산하 노인회 취업센터 운영으로 2천140여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공동작업장 운영으로 3억1천여만원의 생산고를 올렸다. 또 연인원 42만여명이 참가하는 환경 및 자연보호, 청소년 선도, 교통봉사대 등 자원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이밖에 청소년 대상의 전통 예절교육과 한문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선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좀더 제도적 보완과 예산의 뒷받침 등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노년 인력의 생산화 및 활성화에 관건이 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앞둔 이의 대비는 고령화사회에 있는 지금부터 확실하게 해두어야 제대로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의 노년층이 아닌, 바로 지금의 청·장년층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된 노년들은 이 나라를 건국하고, 6·25동란 때 피흘려 나라를 지키고, 보릿고개 때 땀흘려 오늘날 이만큼 살게 만든 고도성장의 주역들이다. 그 지혜와 경륜은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 지금의 청·장년들이 장차 노인이 되었을 땐 무엇을 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그래서 당당한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노년문제는 결코 노인의 것만이 아닌 청·장년층 모든 세대의 책임인 것이다. /이지현.(사)한길봉사회 경기도회장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5일 중·고교 교사를 뽑을 때 사범대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현행 제도가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05학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에서 사범대 가산점 및 복수전공?부전공 가산점을 없애기로 결정했고, 사범대 교수와 학생들은 ‘사범대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교사의 질 저하로 공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킬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가 되겠다는 모든 응시자들에게 형평성을 부여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교사가 되겠다는 이상을 품고 대학에 진학하여 사범교육을 받은 이들과 일반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한 이들에게 같은 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은 교직의 전문성을 인지하지 않은 처사이다. 몇 해 전에,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교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매스컴에 들춰내더니 급기야 정년을 단축시키고 교육 현장을 초토화시킨 적이 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많은 중견 교사는 교직에 환멸을 느낀다며 미련 없이 교직을 떠났다. 그 뒤로 교육 현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개혁은 커녕 기간제 교사로 채워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으니, 교직을 떠난 이들이 10여 년 뒤 다시 기간제 교사가 되어 학교에 돌아온 것이다. 공교육은 이 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교직이라는 직업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만들어 과정을 밟게 한 것은, 교직은 한 인간의 성장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전문직임을 인정한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는 바로 우리 나라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평등’이라는 미명 아래, 서투른 개혁 논리와 경제 논리에 밀려 어렵게 쌓아올린 것을 쉽게 무너트리고 있다. ‘사범대 출신이 비사범대 출신에 비해 교직에 대한 사명감, 품성, 전문성이 앞선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 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단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호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법적 근거를 만들면 합헌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바라건대, 교육부는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현명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 교수
얼마전 수업시간에 같은 학과 후배가 거친 숨을 쉬며 강의실로 들어왔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 친구는 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학교로 오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날 하룻동안의 불만을 토로했다. 경부고속철이 개통되고 일반 시민들은 그간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 귀 기울이며 고속철의 개통을 기다려왔다. 지방으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시간의 단축은 물론 편리함을 기대했고, 서울로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속철은 그런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안일한 행정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개통하였고 결국 문제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개통전부터 이러한 위기를 철도청은 사전에 미리 감지하고 적절한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 했어야 했다. 보다 구체적인 통합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누가 말하기를 “기존의 기차 보다도 실내가 덜 쾌적하다며 차라리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일반 기차를 타지, 고속철은 타지 않겠다”라는 불만 섞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표를 직접 예매하기도 힘들고, 인터넷 창구의 민원은 작동조차 안하며, 열차배차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와 더불어 불안함은 지금의 고속철도는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생각될까 심히 우려가 된다. 그동안 시민의 발이 되어준 통일호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철도는 국민의 이러한 바람을 ‘우이독경’이 아니라 귀 기울여 실행에 옮기는 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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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운동이 내일 투표를 앞두고 오늘 자정으로 끝난다. 이번의 정당 선거운동은 유별나게 살벌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은유의 언행속에 이런 경향이 심한 정치세력이 없지않다. 선거에서 이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를 타도해 깔아 뭉개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해댄다. 특히 사이버공간의 법치를 거부한 험담·악담 투성이는 무척 위험스럽게 들린다. 남북으로 분단된 설움만도 반세기 넘어 겪고 있다. 여기에 남남 갈등의 부추김은 새로운 분열이다. 분단의 아픔에 분열의 자해까지 겹친 사회상은 건강한 국가사회가 아니다. 이제 투표가 끝나는 내일 밤이면 모든 판세가 드러난다. 정당별 의석 차지가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안들 수도 있다. 곱게 보았던 사람이 되거나 떨어지기도 하고, 밉게 보았던 사람이 되거나 떨어지기도 할 것이다. 내일 밤의 개표 상황은 누구에나 다 이런 착잡한 감정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운세다. 민의의 결과다. 중요한 것은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의 시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저주의 정치는 그만 두어야 한다. 상생의 정치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형성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저주가 추방되어야 한다. 하긴 총선이 끝나도 정치판이 조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권 개편의 진통이 크든 적든 예상된다. 비록 이렇더라도 저주의 정치는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그래야 민생이 되살아난다. 저주의 정치는 정치를 위한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는 민생을 위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장 물가가 너무 올라 서민생활이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선거 바람으로 한 눈을 판 사이에 라면값은 100원 이상 오르고 ㎏당 2천원하던 감자는 거의 배로 뛰었으며, 1만원에 네마리였던 조기는 세마리로 줄만큼 껑충 올랐다. 이밖의 생필품 값도 공산품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경기불황에 겹친 물가 오름세는 서민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데도 누구 하나가 걱정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런 물가의 안정대책도,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도 다 상생의 정치에 있다. 상생의 정치는 야합의 정치와는 다르다. 상생의 정치는 민생의 정치인 데 비해 야합의 정치는 야바위속 술수다. 개혁이 결코 나쁠 수는 없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낡은 것을 뜯어 고치는 것은 시대의 발전이다. 하지만 저주의 정치로는 성공이 어렵다. 민생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가야만이 개혁도 성공한다. 개표로 지새우는 내일 밤을 겸허한 마음으로 보내자는 것은 새로운 출발의 다짐이다.
망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중대한 관심사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주의와 풍수지리 사상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매장이 주요 장법(葬法)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토지행정학회가 실시한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68.6%가 자신의 장례방법으로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4.7%가 늘어났다. 이는 매장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장례문화가 화장으로 점차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묘지가 차지하는 국토면적을 감안할 때 화장은 장려할 만한 장묘 문화이다. 그러나 화장도 문제점이 많다. 화장 후 유골을 산이나 강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가족(문중) 납골묘에 안치하는 장법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문중이나 가정에서는 납골묘를 조성할 때 석물(石物)을 과다하게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호화분묘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런 호화 납골묘 조성을 방치할 경우 봉분만 있는 매장묘보다 더 큰 자연훼손이 예상된다. 결국 묘지를 대신해 납골묘가 강산을 뒤덮을 우려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설치한 집단 납골당도 지나친 ‘님비’현상으로 추가 건립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서민들은 납골보관 시설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집단 납골당의 유골보관을 일정기간으로 단축해야 하는 제도는 이래서 필요하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개인묘지가 허용되지 않고 묘지가 집단화, 공원화 돼 있다. 집단묘지 내 납골묘에 설치되는 납골묘도 매장묘보다 훨씬 작은 묘지공간을 이용하고 있으며 평장(平葬)하여 작은 비석을 세우거나 꽃을 심어 아담한 꽃밭처럼 꾸며 놓는다. 최근 일본에서 민간단체들이 권장하고 있는 자연장이나 수목장, 그리고 독일에서 실행되고 있는 숲을 이용한 나무 무덤 등 죽음을 최대한 빠르게 자연으로 되돌리는 환경친화적 장법(葬法)들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화장을 권장하지 않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화장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받아들일 만큼 장례의식이 바뀌었다. 화장문화를 뒷받침하는 장묘정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선거전이 막판으로 다가 가면서 이천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모 정당 전 선거사무장에 대한 테러사건은 우리의 정치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새벽 귀가길, 그것도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코뼈가 주저 앉고 얼굴을 36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끔찍하기 그지 없다. 자신과 정치이념을 같이 하는 후보를 따라 묵묵히 공명정대한 선거운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당수 선거운동원들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사건을 지켜 보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개혁 원년을 이루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많은 주민들은 하탈해하고 있다. 물론 경찰의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개인적인 사고나 정치적인 테러로 규정할 순 없다. 하지만 모 정당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후보 진영의 정치테러란 충분한 근거와 정황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시점에서 아직도 우리의 정치수준은 아날로그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흑색선전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고 색깔론이 춤울 추는가하면 검은 돈이 오가던 지난 시절 선거풍토를 이번 만큼은 청산하자는게 상당수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제17대 총선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 왔다. 많은 주민들이 지켜 보고 있다. 후보들은 물론 선거운동원들도 남은 선거기간동안이라도 공명선거를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의 정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 태 철 (제2사회부 이천) kimtc@kgib.co.kr
고등학생 가운데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들 이름을 한문으로 쓸줄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될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이름도 한문으로 쓸줄 모르는 학생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한문 이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없어질 수도 없다. 이름만이 아니고 자신의 주소지도 한문으로 쓰기는 커녕 한문으로 된 제 주소지를 알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學校’(학교)를 學科(학과), ‘文化’(문화)를 文花(문화)라고 쓴 대학생들이 있었다는 일전의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것도 유명대학이라는 학생들 한문 실력이 60%나 낙제 점수였다는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의 동양 삼국은 한문권 문화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인될 수 없는 과거가 수천년동안 이렇게 형성되어 왔다. 한문을 모르고는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고전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만 한문을 배우면 된다는 이론이 나올 수 있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한문 수학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고전학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필수요건 이지만 일반인들도 사회상식 정도의 한문은 알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불가피한 생활문화다. 예를 들어 같은 ‘여정’이란 말도 旅情(여행하면서 느끼는 마음) 旅程(여행의 일정) 餘丁(강서시험 낙방자) 餘情(남은 정) 餘?(덜깬 술기운) 輿丁(가마를 맨 사람) 輿情(사회적 정서) 勵情(정신을 가다듬어 힘씀) 勵正(조선시대 정칠품 벼슬)의 뜻을 가리기 위해서는 한문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말 가운덴 동명이인이 많은 것처럼 이렇게 발음은 같아도 뜻이 다른 말이 수두룩하다. 일본은 자기나라 글과 한문을 병용하기 때문에 학교의 한문교육이 보편화하였다. 우리는 한글 전용이다 보니 한문교육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우리 글을 전용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한문을 모르는 한맹(漢盲)이 되어서는 안된다. 근래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공채시험 때 한문을 출제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멀쩡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잘못된 교육관으로 한맹이 되어가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임양은 주필
막판 선거판에 적토마, 흑마(오추마) 등 중국 삼국지와 초한지에서 나오는 명품 말(馬)들이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한다. 선거판에 웬 말 타령인가 할 것이다. 이들 명마들에 대한 자세한 이력을 굳이 살펴보고 싶지는 않으나 이 명마들이 선거판에서 그리 좋지 않게 쓰여지는 것 같아 그냥 웃고 넘어가기에는 웬지 꺼림칙하다. 잡털하나 없이 한시진에 수천리를 달린다하여 관우와 항우가 탔다는 명마 적토마와 흑마. 그런데 제17대 총선 투표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선거판에 나도는 적토마는 일명 ‘빨갱이’를 빗대는 것으로 색깔논쟁을 대변하고 있고 흑마는 각종 ‘흑색선전’을 빗대어 치열해지고 있는 상호비방을 풍자한 용어로 전국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럴싸하게 포장됐지만 선거때마다 나타났던 망령들이 막판 선거전에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어린시절 추억속에서 남아있던 ‘땅 따먹기’ 놀이도 최근 암암리에 선거판의 한 노름(?)으로 또다시 각광받고 있다 한다. ‘○○지역은 ○○○의 아성지역, ○○지역은 ○○당의 몰표지역, ○○지역은 ○○당의 자존심’ 등등. 정치판에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던 지역주의도 땅따먹기 놀이에 비유돼 또다시 망령처럼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태(舊態)들은 대부분 각당의 지도부에 의해 비롯돼 각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이나 각당이 운영하는 구전홍보대에 의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선거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십년동안 치러진 선거때마다 그 양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 본질은 그대로 안고 또다시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이런 선거판의 악태(惡態)는 진정 ‘악령(惡靈)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선거에 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나 목적을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이겨야 하나’는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강한 부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양태가 이번 제17대 총선에서도 재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양태가 선거 막판때마다 재현될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추정되는 투표율은 60%안팎이라 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한다면 투표일을 이틀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0%, 10명의 유권자중 4명은 지지후보나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은(혹은 못한) 일명 부동층(浮動層)이거나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참정권(參政權)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유권자라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각당, 각 후보들은 이들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위한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 귀를 솔깃하게 할 수 있는 사상논쟁이나 흑색선전, 출신지 등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가장 능률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부동층 유권자들이 평소에는 어떠했던 간에 최소한 선거에 임해서 만큼은 분명한 자기의사를 밝히고 투표에 참여해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을 하면 이런 구태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일까? 유권자들이 탈각탈피(脫殼脫皮)의 자세를 갖지 않으면 이번 총선을 치르고도 정치권은 결코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경기도내 731만2천여명의 유권자, 특히 스스로가 부동층이라는 생각을 작은 유권자는 정치권의 구태를 청산하는 심판자가 될 지, 아니면 투표도 하지않은채 선거후 정치권에 불만을 표출하는 주변인으로 남을 지 이제부터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정일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