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지역정가 재편설이 분분하다. 도의원과 시·군의원의 열린우리당 입당설이 무성하다. 열린우리당이 도내 국회의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35석을 석권한 지각 변동의 여진이 꽤나 세다. 말이 지역정가 재편이지 일방적인 무더기 여당행이다. 시류와 시세를 타는 무상한 또 한번의 이합집산이 벌어지는 것 같다. 그랬다.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제2공화국 장면의 민주당 정권, 제3·4공화국은 공화당의 박정희 정권, 제5공화국 민정당의 전두환 정권에서도 그랬다. 제6공화국 들어 노태우, 김영삼의 민자당 정권에 이어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 정권에서도 역시 그랬다. 그 때마다 지역정가는 여권으로 몰렸다. 이제 노무현 정권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또 쏠린다 하여 이상할 것은 없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 옮기기가 당연하다고 또한 말하기는 어렵다. 몸 담았던 정당과 생각이 달라 옮기는 것도 아니다. 일신의 처신과 편의에 따라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지방정치인의 정당 편력은 지역사회를 우롱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들에게 정당은 정당이 아닌 붕당이다. 신념에 의한 정당활동이 아니고 이해에 얽혀 떼거리 짓는 붕당인 것이다. 조선조의 사색당파를 붕당이라고 욕할 것도 없다. 사색당파는 그래도 죽음 앞에서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는 고전적 신념을 보였다. 정당 옮기기를 신발 바꿔신기보다 쉽게 여기는 편력꾼들은 정치개혁의 대상이다. 정치개혁을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으로 나누면 의식적 정치개혁의 청산 대상이 바로 정당 편력꾼들인 것이다. 여당으로 가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서 배신을 밥먹듯이 일삼는 이들을 여당 또한 경계의 대상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정당의 당세는 이제 당원의 수가 아닌 질로 보는 진성당원 위주로 가야하는 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동지적 유대감 없이 이해관계로 얽힌 정당은 위기가 닥치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열린우리당은 어떤 정당이며, 지역정가 재편에 동요된다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지켜보고자 한다.
경기지방경찰청이 도내 학생들의 단체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단의 버스를 순찰차와 사이드카 등으로 에스코트하여 안전사고 예방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잖아도 요즘 행락철과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전국 각처에서 대형버스가 운전부주의와 기계고장으로 추락하거나 전복 되는 등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터여서 경기경찰청의 에스코트 실시는 더욱 환영받는 일이다. 경기경찰청은 이미 2001년부터 도내 학교 수학여행단의 교통안전을 위해 순찰차 동행과 사이드카의 에스코트를 실시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해만 해도 모두 651차례에 걸쳐 30만6천857명의 수학여행길을 에스코트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했다. 순찰차와 사이드카가 수학여행단 차량 이동구간을 먼저 앞서 가 지정속도 등 교통법규를 준수케 하고 출발 전 운전자의 음주여부와 학생들의 안전띠 착용 등을 확인하는 등 사전예방 활동을 벌이는 경찰의 에스코트는 수학여행단 차량 뿐만 아니라 전체 교통질서를 계도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전국 경찰서가 공조하도록 연계돼 있어 관할 지역을 넘어서더라도 수학여행단의 버스가 이동하는 지역의 경찰서에서 릴레이로 에스코트를 계속하므로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학생들에게는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수학여행을 즐기는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경기경찰은 그동안 전국 타시·도에 비해 가장 인력이 부족하면서도 각종 범죄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도민을 위한 경찰상을 심어 주었다. 경기경찰이 앞장서 하는 많은 일 가운데, 학생들의 수학여행단 에스코트는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시켜주는 사례 중 하나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버스회사로 하여금 당일 운행 차량의 사전 정비와 안전운전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경찰의 에스코트에 도내 모든 학교가 호응할 것을 당부한다. 아울러 경기 경찰의 노고에 거듭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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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춘원 이광수(李光洙·1892~?)는 평북 정주에서 5대 독자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뽕나무 잎을 도둑질해서 키웠다. 그나마 열한 살 때 콜레라로 부모를 잃었다.그는 나 이 어린 여동생 둘을 거느린 소년가장이었다. 소설가 채만식(蔡萬植·1902~1950)은 자수성가한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엔 어려움 을 모르고 살았으나 말년에는 수시로 전당포에 물건을 맡겨야 할 만큼 생활고를 겪었다. 친구의 아들에게 원고지 스무권만 보내달라고 부탁했는가 하면 아이들에게는 자기 양복 을 팔아 생활에 보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채만식은 말년에 자신이 죽으면 상여를 들꽃으로 덮고 화장을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평소 하얀 마름꽃을 좋아해 그의 호는 백릉(白菱)이었다.그는 유언대로 들꽃에 묻혀 저세상으로 갔다. 가난한 작가 이효석(李孝石·1907~1942)은 경성 토호 집안이었던 처가에 떳떳한 모습 을 보여주고싶어 백방으로 직업을 구했다. 중학시절 은사가 주선해준 취직 자리는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였다.문인들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곳이다.동료들의 지탄이 빗발쳤다. 이효석은 열흘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필승아,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 담판이다.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여 뭇먹어보겠다.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쏙쏙구리 돈을 잡아 먹는다.돈,돈,슬픈 일이다 ”죽음을 앞두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 김유정(金裕貞·1908~1937)의 편지다. 1930년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삶은 거개가 가난했다. 얼마 전 ‘돈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는 내용의 詩를 읽었다.‘돈,돈은 슬픈 일이다 ’라는 김유정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렸다.예나 지금이나 돈이 사람을 울린다.김유정은 돈이 없어 일찍 죽었다.무전유한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열린우리당이 정치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반대하진 않는다. 각급 자치단체장의 민선독재,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무위무능 및 부패 등 선출직의 윤리성 결함을 당해 지역의 국민소환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보는덴 이유가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열린우리당은 해당 주민 10% 이상의 발의와 50%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직을 해직시킬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우선 소환의 사유다. 즉 사유의 유형을 관련법에 지정해야 하고 이같은 명시는 개념이 막연한 포괄주의가 아닌 구체적 개념의 열거주의로 해야 발의의 남용을 막을 수가 있다. 주민의 10% 이상으로 발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제한하면 소환제 도입의 취지가 위축된다고 보아 인정할 수 있으나, 해직 한계선을 투표율에 상관없이 50% 이상의 찬성으로 하는 것은 좀 의문이다. 과반수 찬성도 과반수 나름인 것은 투표율에 따라 대표성이나 정당성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50% 이상인 가운데 과반수 찬성은 마땅히 의결의 대표성이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가령 20~30%의 투표율에 의한 과반수는 소환을 긍정하기가 심히 어렵다. 예컨대 지방의원 재·보선 같은 데서 흔히 보이는 그같이 낮은 투표율에도 선거가 유효한 것은 목적이 다만 최고 득표를 가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당선된 자를 해직시키는 소환은 성격이 다르다. 소환제는 원천적으로 규정이 너무 엄격하면 주민 욕구의 실효를 기하기 어렵고 규정이 너무 물렁하면 왜곡하여 남용되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조직의 대중적 선전선동이 강하게 작용되어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소환제는 비단 열린우리당만이 아니고 야권에서도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 정치권의 단일안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호 협의가 필수다. 정치권만이 아니고 학계와 사회 각계의 의견도 공청회 등을 통해 들을 필요가 있다. 국민소환제는 책임정치 구현의 담보적 장치다.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이해집단에 의해 남용되는 소환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신중을 기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의 국민소환제 도입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해 1천만 그루씩 앞으로 10년 동안 총 1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경기도를 하나의 거대한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같은 양의 나무가 보급되면 10년 후인 2014년 부터는 오존주의보 발생 건수를 한 자릿수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부분 도로변이 녹지화돼 오존주의보 최다 발생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경기도가 청정지역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경기도내 차량 증가대수는 매년 18만5천대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차 한대 당 연간 726g의 아황산가스(SO )와 3만6천670g의 질소산화물이 발생한다. 스모그와 오존(0 ) 오염이 주범인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로 인해 경기도는 지난해 28회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스모그와 비슷한 성격의 연무발생일수도 16일(수원 11일, 동두천 5일)이나 됐다. 더구나 급속한 도시화와 산불로 인해 경기도의 산림면적이 해마다 줄고 있을 뿐 아니라 인구가 급증하면서 1980년 1인당 1천303㎡이던 산림면적은 2000년 615㎡로 줄었고 10년 후에는 466㎡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무 1억 그루를 심으면 1인 당 공원면적이 현재 4.4㎡에서 10년 후 6㎡로 확대된다. 이렇게 경기도가 매년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차량 18만여대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자연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나무심기운동(푸른경기 그린(Green)프로그램 21’은 대기오염방지와 함께 날로 줄어드는 산림면적을 도시 공원으로 보충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친환경사업이다. 도시를 둘러싼 녹지축을 마련해 훼손을 최대한 막는 가운데 도심내 가로변, 철도변, 완충녹지, 학교, 강변 등에 수림대를 조성하면 녹지확보는 물론 대기를 획기적으로 정화하여 ‘청정 경기’가 이룩될 것이다. 나무를 많이 심는 일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을 막는 지구환경운동이기도 하다. 한해 1천억원에 육박하는 예산과 시·군의 협조가 문제점이지만 경기도가 추진하는 ‘한해 1천만 그루 나무심기’는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사월의 꽃잎으로 진 정진영君을 애도하며… 열흘전 아버님을 여읜 나는 아직도 아버지를 찾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헤매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곤 한다. 아버지는 봄볕이 따스해지면 가시고 싶다던 발원대로, 남녘에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던 사월 초엿새날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언 땅을 파야 할 인부의 수고와 서러움에 더욱 떨릴 상주들의 추위까지 마음쓰시던 아버지는 영별의 시간으로 마지막 이틀을 남겨주셨다. 이미 아버지는 의학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지만, 딸의 마음 깊이 겹겹이 쌓아둔 이야기를 들으시며 때론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삶의 끝자락을 놓으시던 임종의 순간에, 아버지의 영혼은 솜털처럼 부드럽게 내 마음을 감싸주고 가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와서야, 나는 정진영군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모의 주검은 땅에 묻고, 자식의 주검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쓰러지고 만 어린아들을 차마 앞세울 수 없을 정진영군 부모님의 지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생명을 나누어 가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지 않으리. 과연 이 땅에서, 새순처럼 여린 한 생명을 대체할 그 어떤 가치와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진영군의 웃음소리와 몸짓은 그 자체로 눈부신 절대 선이었음을…. 우리 모두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음을…. 진영군이여, 용서하라. 세상 모든 존재에 특별한 의미가 있듯이, 세상 모든 죽음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음은 자연의 섭리이다. 이제 진영군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죽음의 의미를 헤아리고, 그 뜻을 살리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애도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중 둘 중 하나는 학교에 대한 누적된 좌절과 스트레스로 죽고 싶을 만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절망하게 되는 자살충동을 경험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매일 두 명의 청소년이 꽃다운 목숨을 저버리고 있다. 우리들은 이 땅의 십대들을 참담한 죽음으로 내모는 학교와 사회의 가혹한 기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를 숨쉴 수 있는, 생명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가? 상처받은 아이들도 치유될 수 있는, 사랑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인가?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사월의 꽃잎으로 떨어진 진영군의 애처로운 죽음 앞에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아직 우리 지역에는 학교에서 절망한 청소년이 학교 대신 찾아 갈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은 청소년을 위해, 그들이 자신의 개성과 학습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학교가 준비되어 있다면, 더 이상 청소년의 푸르디 푸른 가슴에 피멍이 번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만이라도 청소년의 자살이라는 비극이 사라지게 된다면, 정진영군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정진영군에 대한 추모사업으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이 추진될 수 있길 염원한다. /김은미.유스웨이브대표
휴일이다. 아침 일찍 산을 향해 떠났다. 아침부터 서둘지 않고는 이래저래 나서기가 쉽지 않다. 산에는 벌써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화려한 꽃잔치를 끝내고 이제 신록빛을 내기 시작한다. 한달 사이에 초여름이 된 듯하다. 지난 겨울엔 눈이 올 때마다 묘하게 산에 오르게 되어 눈꽃을 즐겼다. 매번 올 때마다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산수유, 찔레꽃, 철쭉, 굴참나무, 단풍나무… 아는 이름을 붙여본다. 겨울에는 다들 마른 가지 같아서 어느 것인지 잘 모르겠더니 어느 결에 앞 다투어 자기이름을 얘기한다. 어린 나뭇 가지에서 푸른빛들이 돌기 시작한다. 꽃들도 제법 피었다가 사라진 흔적들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나이 많아 고목은 아닐까싶던 나무들조차 푸른빛을 내고 생명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나무 어디에 그것들을 감추었는지, 나이 많아 내 나이는 되었을 만한 그 몸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섭리에 따라, 그 몸에 기록한대로 꽃을 피우고 잎을 내고 그러다가 또 낙엽을 떨구고 겨울을 살 것이다. 그렇게 한해를 보내면 나무는 뿌리가 더 깊어져 있고 키가 자라있고 나이테가 한 겹 늘어있겠지. 나는 그 섭리에 따라 살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질문이 들어온다. 사람은 어리면 어리다고 제값을 안쳐주고 또 나이 먹으면 먹은 만큼 존경받지 못하는 요즈음, 나는 이미 나의 삶을 퇴색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는지, 나는 나의 하루하루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내가 생동감 있게 어떤 일을 해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어린 나무에게 계절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성장이 있듯이, 나이 많은 나무에게도 동일한 무게가 있는 것을 본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뿌리 깊은 나무의 위용을 보여주고 매년 몸 안에 연륜을 새겨갈수록 더욱 매력 있는 삶이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이 먹은 것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게 할 수는 없을까? 오늘 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여러 종류,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섭리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들의 삶이 그렇지 못한 안타까움이 마음 한켠에서 올라온다. 한편으로는 격려와 도전도 받는다. 내 안에 아직도 감추어져 있는 푸르름이 있어서, 섭리에 따라 드러내지고 피어날 것에 대해 신선한 기대감으로 마음 안에 품어본다. 여러 가지 생각과 나무들의 어우러짐을 내 안에 담아 산을 내려오면서, 산에서의 오늘은 특별한 쉼이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의 쉼으로 시작하는 내일은 어제와 다른 넉넉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임용걸.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우리 주변에는 항상 긴급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구조차나 구급차 등 긴급하고 신속한 현장 출동과 조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구조대원으로서 자주 발생하는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고자 현장에 출동을 하다 보면 대부분은 119구조차의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에 차로를 양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고 있는 운전자도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은 아직도 긴급차량 앞에서 저속으로 운행하며 못본 척 양보하지 않는다. 촌음을 다투며 출동하는 구조대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당장에 혼자만 교통법규를 지키고 운행하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도로 교통법규에는 일반 운전자의 긴급자동차에 대한 피양의무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현재 생명과 재산상의 긴급한 위험에 처해 있는 피해 당사자가 본인 및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가까운 이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모든 운전자들과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기대해 본다. /이영덕·인터넷독자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 앞 공원 경내에 있는 조선 초기의 어수우물(御水井)은 깊이 8m, 지름 1.5m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56호다. 이 우물은 둥근 모양새로 우물 속은 온통 돌벽으로 쌓아 올렸는데 화강석은 정방(正方) 또는 장방형으로 마름한 돌이 쓰여졌다. 석축은 각 단마다에 반월형의 마름돌을 원형(圓形)으로 맞추어 다른 석축이 튼튼히 지탱할 수 있게 하였다. 우물꼭대기 땅바닥 부분에는 네모진 장대석(長臺石)이 정(井)자형으로 놓여 있다. 조선시대 역대 임금이 종묘에 전배할 때면 이 우물물을 마시고 손을 적시었으므로 어수우물로 봉해져 내려왔는데, 그 석축 방법이라든지 석재가 닳고 닳은 상태로 미루어 그 연륜이 매우 긴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수도시설이 완비된 오늘날에 모든 우물들이 메워져서 그 자취를 감춘 중에 유독 이 우물만은 심한 가뭄에도 물이 줄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수원에서도 조선조 제22 정조대왕(1752~1800)이 마시던 어정이 발굴돼 올 상반기 중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MBC-TV의 인기드라마였던 ‘대장금’ 촬영지인 화성행궁(華城行宮)과 정조대왕의 영정을 모신 화령전(華寧殿)사이에서 발굴한 이 어정은 가로 세로 각 90㎝이며 깊이는 5.4m이다. 우물안은 40여㎝ 두께의 화강암이 14층으로 쌓여있다. 이 어정은 정조대왕이 아버지(사도세자) 능 참배차 수원에 와서 화성행궁에 머물 때는 어수로, 정조대왕이 승하한 이후에는 제수(祭水)로 사용됐다고 한다. 우물안의 물을 최근 수원시 상수도사업소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일반세균 암모니아성질소, 대장균, 맛, 색도, 냄새 등 전체 46개 항목에서 모두 합격통보를 받았다. 3년여 전 발굴했다는 이 어정을 지금에서야 공개하는 것이 아쉽지만 관광객들이 화성행궁, 화령전 등을 둘러보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관광상품화 하기로 했다는 수원시의 계획은 그럴 듯 하다. 200여년 전 우물의 수심이 4.4m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하나의 수원명소가 될 이 어정을 ‘화성행궁 어정’으로 명명했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