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의 성탄을 맞이하여 가정과 우리나라와 온 세상에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03년은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 기쁨과 희망보다는 불안과 갈등, 전쟁과 죽음으로 인해 어둠과 우울함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그러기에 어두움에 빛을 주시고 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죽음의 공포에서 구원해 주실 분을 갈구하게 하는 한 해였습니다.국제적으로는 이라크 전쟁과 그 후에 이어지는 테러 그리고 우리나라는 국운이 걸린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한 활동은 미진해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 재신임 문제와 위도 핵 폐기장문제,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등을 두고 집권정부나 정당들이 정치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라 경제를 위축시켜 서민들은 IMF 환란 때보다도 더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중소기업들이 줄을 이어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실업자, 노숙자, 이주노동자 등 소외 계층들이 더욱 고통스러운 해였습니다. 그 외에도 만성적인 교육문제, 격렬해진 노사갈등, 카드 빚 문제와 그에 따르는 범죄행위 등 우리사회는 비정상으로, 부정으로, 어두움으로, 죽음으로 가득합니다. 다른 한편, 많은 아파트로 인한 아파트 문화는 우리 가정이 핵가족화 되는 주 원인이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다원주의의 온상입니다. 그 결과로 이혼율 증가와 출산율 저하, 개인주의 및 이기주의는 그 도를 넘어 국가사회를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종교생활 역시 종교다원주의 흐름으로 인하여 인격적인 하느님과 계시종교의 가르침인 구원이나 영원한 삶보다도 현세에서의 즐기는 삶, 이 세상에서 누리려고 하는 삶으로서 well being을 찾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신앙인들도 열심한 신앙생활보다도 초월명상, 선, 기 수련, 헬스, 요가, 무공해식품 등의 생활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교회와 사회에 기여하려는 삶의 자세가 점점 사라져가고, 성 도덕, 생명, 환경, 사회질서 등이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현상과 흐름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입니까. 이는 어느 특정인들이나 우리 사회 어느 분야의 탓만은 아닙니다. 이는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과 삶에서 비롯한 문제입니다. 이런 난관의 근원은 물질위주의 문명추구와 현세적 행복추구, 방종한 개인주의 내지 이기주의입니다. 우리사회의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우리 각자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물질위주의 문명을 추구하고 현세의 행복을 추구하던 삶을 버리고 하느님을 믿고 하늘나라의 영원한 삶을 지향하는 삶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규범과 질서를 지키는 삶으로 바뀌고 학교교육보다 학원에 매달리고, 땀흘려 돈벌기보다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비정상적인 삶의 길을 버리는 등 정도를 걷는 삶으로 삶의 틀이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사리사욕 때문에 편가르고 대립하는 삶을 버리고 이웃과 공동체를 생각하며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희생하여 함께 잘 사는 삶의 틀로 갈 때 살 맛 나는 세상이 되고, 새로운 우리사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이와 같은 전환을, 극복을 인간과 세계 안에 이룩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믿고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을, 행복을 향해 살아가도록 하셨고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가르쳐 주셨으며 당신 삶과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의 구원자, 메시아로 오시는 예수님은 겸손하고 가난하게 외양간에서 갓난아기로 태어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도 마음이 겸손하고 가난하며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 안에 오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모든 욕심을 버리고 빈 마음으로 이웃의 기쁨과 슬픔, 아픔에 함께 하며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사회의 난관은 극복되고 우리는 메시아를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최덕기.천주교 수원교구장
오피니언
최덕기.천주교 수원교구장
2003-12-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