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감사해야 할 사람들을 챙기게 된다. 그 과정에 자신의 대인관계를 회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행복감과 슬픔, 만족감과 서운함, 기쁨과 분노 등의 만감이 교체하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대인관계라고 하고 싶다. 정신과의사인 이동식박사의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인간이란 누구나 자기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남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대인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지 말라고 누차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다면 어떤 사람이든 자기를 무시한다고 밖에 달리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인관계의 비결은 한 마디로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존중은 과잉충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과잉충성을 하는 사람은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성을 받는 사람이 자기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대가 채워지지 않게 되며, 그런 불만족이 한 겹 두 겹 쌓이게 되면, 서운한 감정이 올라오게 되고, 상대방에게 화가 나며,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어 결국 원수지간이 되면서 관계를 끝내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사실 상대방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기대가 더 그 사람과의 관계를 그르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수성가한 분들 중에는 이런 대인관계 패턴을 보여주는 부모가 많다. 자녀가 무엇이 필요한 지 물어보지도 않고, 말해도 듣지 않고, 자신이 어렸을 적에 가졌던, 그리고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채워준 다음, ‘이제 성장조건이 완비되었으니까 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해’라는 암시를 준다. 자녀에겐 부모와 달리 다른 것이 부족한데 말이다. 돈이 아니라 신뢰, 존중 말이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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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3-12-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