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에서는 우리나라에 처음 생기는 고속 철도 열차 이름을 KTX로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한 까닭으로 최첨단, 초고속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 알맞고, 이미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진 이름이고, 프랑스, 도이치, 스페인에서도 TGV, ICE, AVE처럼 로마 글자를 쓰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따랐다는 세 가지를 내세웠다.아주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터무니 없는 말이다. 첫째, 코리아 트래인 액스프레스는 한국 의 특급 열차일뿐 열차 이름으로 알맞지 않고, 최첨단, 초고속의 이미지를 나타낸 것도 아니다. 앞으로 서울 목포 고속 열차 같은 특급 열차를 새로 만들 때는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가. 둘째, 이미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 하는데 이번에 이 이름을 밝히기 전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신문, 잡지, 방송에서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셋째, 프랑스, 도이치, 스페인에서 로마 글자 이름을 쓴다고 하는데 테제베, 이체에, 아우베에는 세 나라에서 모두 제 나라말로 지은 이름을 제 나라 글자로 쓴 것일 뿐, 무슨 세계적인 흐름에 좇은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로마 글자 이름이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짐작컨대 뜬금없이 세계화란 이름으로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미국화 바람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회사마다 앞다투어 멀쩡한 이름을 SK, KT&G, KTF, KB 따위 로마 글자로 바꾸거나 새로 짓고 있다. KTX도 바로 이런 회오리바람 속에서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 /김정섭우리말바로쓰기모임 회장
오피니언
김정섭·우리말바로쓰기모임 회장
2003-12-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