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농심 달랠길 없나

오늘부터 사실상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늘 오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기 위하여 고향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번 추석 때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과거보다 보너스가 적어 변변한 선물도 마련하지 못한 이유 등도 있지만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은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는 농촌의 우울한 표정이다. 과거 같으면 이맘때 농촌의 들녘은 오곡이 여물어 황금들판을 이루고 도로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찾은 도시인들이 마음을 더 없이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요즈음 농촌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이후 거의 텅빈 농가가 수두룩하여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일기 불순으로 농사마저 고르지 못하여 농촌에 가기조차 민망한 실정이다. 비가 하루살이 같이 오는 바람에 벼는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쭉정이가 된게 많은가 하면 일부에서는 벼에 싹이 나고 있다고 하니 농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더구나 비로 인하여 병충해가 예년에 비하여 43%나 늘었다고 한다. 고추, 배추 등 밭농사도 마찬가지이다. 사과, 배와 같은 과일은 수확도 부진하고 당도가 떨어져 수출 역시 예년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농림부는 올 쌀 작황은 9월 날씨에 달렸다고 하면서 흉작이 되더라도 재고량 8백만섬과 의무수입량 1백43만섬을 합하면 연간 소비량 3천4백만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상으로 보면 쌀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과연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이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자못 실망이 크다.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좀더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농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탁상공론에 의한 농촌문제 해결이 아닌 농민과 더불어 아픔을 같이하는 심정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시민 역시 추석 연휴기간에 농촌에 가지만, 우리 삶의 뿌리인 농촌에서 고르지 못한 일기로 농사가 잘 안돼 마음이 아픈 농민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부쳐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과천 정부종합청사내의 부처 이전계획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이밖에도 이미 행정수도 이전을 분야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는 이같은 행정수도 이전의 기정 사실화가 과연 타당한 것인 지 의문을 가져오고 있다.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기정 사실화해도 된다고 보는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당선된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모든 국민들이 다 승인한 것은 아니다.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선거공약 이행에도 법률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게 많다. 그래서 법률적 과정에서 걸러내야 하는 것도 적잖다. 실제로 공약은 꼭 해야할 것도 있지만 해선 안될 것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우리의 의문은 과연 해야 하는가, 안해야 하는가가 객관적으로 판별돼야 한다고 보는 데 근거한다. 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다. 헌법은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 헌법 역시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됐다. 행정수도 이전이 개헌보다 못한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외교·국방·통일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또 하나 간과키 어려운 것은 행정수도의 개념이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다 옮겨간다. 국회도 옮긴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말이 행정수도 이전이 지 사실상 국가수도의 이전이다. 사실상의 국가수도 이전이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행정수도’ 표현의 개념을 국민에게 실체적으로 재정립해 보일 책임이 정부는 있다. 만약 국가수도 이전이 아니라면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수도 이전이 어떻게 다른가를 확연히 구분해 보여야 한다. 행정수도든 국가수도 이전이든 간에 이는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보는 것은 한결같은 우리의 소신이다. 당선자 시절 인수위측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가 많으면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걸 기억한다. 우리는 여기서 행정수도 이전의 찬·반을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의 어떤 결과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법률적 장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선행 조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화해도 국민투표를 거치고 나서, 하게되면 하는 것이 떳떳하다. 정부의 일방적 의사로 수도를 옳긴 일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물럿거라' 행차

전직 대통령들 나들이를 위해 시민의 교통 통제가 잦은 것으로 나타난 보도가 있었다. 경찰청이 한나라당 박종희 국회의원에게 낸 국감자료에서 이같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5명 중 4명이 지난 한해동안에 425회, 올들어서는 지난 7월말까지 261회에 걸쳐 나들이 편의를 위한 교통통제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1일 평균 1.2회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통통제 요청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최규하 전 대통령 순으로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7월말 현재까지는 외출을 잘 하지 않은 탓인 지 한번도 요청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교통통제는 교통 신호기를 조작하거나 차량소통을 일시 차단하는 것으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한다. 그렇긴 하나 외식이나 이발하러 가는 사사로운 나들이에까지 시민들의 교통을 통제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만 하다. 바쁜 것도 아니고 위해로운 일도 없는데도 거침없이 씽씽 달리는 게 전직 대통령들은 기분이 좋을 지 몰라도 교통을 통제당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전에 라모스 대통령이 탄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하여 교통경찰관이 운전기사에게 딱지를 뗀 적이 있다. 국내 민도가 필리핀보다는 낮다고 여기지 않는데도 현직 대통령이 아닌 전직 대통령들까지 교통통제 요청을 남발하는 것은 매우 언짢다. 마치 ‘아무개 대감 행차시다. 썩 물럿거라!’고 호통치곤 한 조선조 시대의 물럿거라 행차를 연상케 한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면서 일반 시민의 승용차와 나란히 선 차창 너머로 서로 눈인사를 하거나 손인사를 나누는 그런 멋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고싶다. 전직 대통령은 많은데도 그런 멋있는 전직 대통령을 한 분도 갖지못한 게 웬지 씁쓸하다. /임양은 주필

월요칼럼/불쌍하다, 매 맞는 경찰

여기 저기서 공권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위현장과 불심검문장소 에서 경찰들이 툭 하면 몰매를 맞는다. 심지어 치안센터(파출소) 안에서도 경찰들이 봉변을 당한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민중에게 지팡이를 빼앗기고 그 지팡이마저 부러져서야 무슨 힘으로 공무를 집행할 수 있나. 얼마 전 신 경장은 화물연대 지도부를 검거하려고 동료들과 불심검문하다가 얼굴을 얻어 맞고 이 몇 개가 부러졌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사람이 냅다 휘두른 주먹에 그냥 당했다. 김 순경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시위 현장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려는 사람을 저지하다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머리가 찢어져 여덟 바늘을 꿰맸다. 음식점에서 패싸움을 벌이던 취객들을 말리기 위해 출동한 경찰 4명이 10여분동안 취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밟히는 수모를 당했다. 지원 경찰 10여명이 출동해서야 겨우 살아 났다. 취객들이 오히려 가위를 들고 설치는 데야 견딜 재주가 없다. 지난 달에는 술에 취한 남자가 트럭을 몰고 용인시 원삼치안센터로 돌진해 현관을 박살냈다. “술값 문제로 시비가 붙어 파출소를 찾았는데 경찰관은 없고 문이 잠겨 있어 화가 나서 그랬다” 트럭운전사의 말이다. 어지러운 세상이다. 인천 논현치안센터에서 혼자 근무하던 김 경사는 민원인에게 맞고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제 혼자서는 소내 근무도 무서워 못할 지경이됐다. 치안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 다른 건 놔 두고 공무집행방해사범만 올 7월들어 월평균 918명이 붙잡혀 왔다. 경찰이 동네북이 아니라 허수아비만큼도 힘을 못 쓴다. 욕 먹는 건 다반사이고 멱살을 잡히거나 주먹질을 당해도 ‘민주 경찰’이기 때문에 참아야 지 별 수 없다. 범죄나 단속 현장 뿐 아니다. 일상적인 순찰 때도 112 순찰차만 보면 취객들이 다가와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가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맞장 뜨면 폭력경찰로 찍힌다. 흉악범을 체포하려고 권총 방아쇠를 당기면 함부로 총을 쏴야 했느냐고 비난 받는다. 총을 안 쏴 범인을 놓치면 권총은 장식품으로 갖고 다니냐고 욕하는 게 이 세상이다. 국가 공권력 집행의 첨병인 경찰의 권위가 이렇게 곤두박질 친 이유는 무엇보다 ‘못된 경찰’ 탓이다. 정권의 성향에 ‘코드’를 맞출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정치성 얘기도 있지만 우선은 ‘몇 마리의 미꾸라지 경찰’들 소행 때문이다. 경찰이 성매매 업소에서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다? 경찰간부와 부하 여경이 술자리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이 부녀자 납치 강도 사건에 가담했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경찰이 비리에 연루되다 보니 권위 훼손이 안될 리 없다. 경찰의 기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보호, 범죄예방, 진압, 수사 등이다. 누가 모르느냐고 따지면 정말 바보다. 부탁할 게 있다. 시민들에게 제발 매 좀 맞지 말라. 경찰이라면 적어도 호신술은 배웠을 거 아닌가. 폭력배들에게 당했어도 창피스러운 일인데 시민들이 휘두르는 주먹에 얼굴이 터지고 갈비뼈, 이가 부러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민을 두들겨 패라는 게 아니다. 권투, 태권도, 유도, 검도를 더욱 연마해서라도 최소한 자기 몸은 방어하라. 다치지 말라는 얘기다. 매 맞고 경찰서에 가면 잘 참았다고 하지 않는다. 분해서 억장 터지는 건 모르고 되레 사람들이 ‘이런 경찰 어떻게 믿고 사나’ ‘ 넋 나간 경찰’이라고 힐난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쩌니 저쩌니 하여도 대다수 국민은 치안일선에서 밤낮없이 고생하는 대다수 경찰을 신뢰한다. 봉급은 부족하지만 딴마음 절대 먹지 말라. 가끔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고 힘 내라. 시도 때도 없이 매 맞는 경찰은 불쌍해서 못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물류문제 자율적으로 풀어야

지난 5월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으로 항만마비와 물류대란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화물운송연대의 파업이 다시 일어나 물류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주시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설득으로 상호이해를 통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물류를 통한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설정한 마당에 이러한 반복되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우리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리게 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물류파업의 기본적인 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화물운송업계가 가지고 있는 물류시스템의 왜곡에 있는 것이다. 지입차량 운전자의 불안정한 지위, 복잡한 운송단계의 알선과정으로 야기되는 실질 운송비의 삭감, 육상운송 수단에의 높은 의존도, 일원화되지 못한 물류정보망, 물동량의 증가를 상회하는 운송차량의 과대공급 등이 우리나라 물류체계가 가지고 있는 깊은 병폐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화물운송업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정확히 지적되었다면 이의 해결과 치유를 위한 물류정책과 대응전략은 의외로 간단하고 상식적일 수 있다. 우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원칙적이고 일관성있는 물류정책이 정부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류업체 스스로가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적인 타결은 현재 우리사회 전반에서 불거지는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는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성공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타협의 정신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 우리네 마음이 각박함으로부터 벗어나 여유롭고 풍성함을 얻어 우리사회의 전반에 훈훈함이 함께 함으로써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독자투고/빈곤층 문제 방치 더이상은 안된다

최근 생계곤란을 이유로 빈곤층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카드빚 문제로 이모씨(여·49)와 중학생 딸(13세)이 아파트 13층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은 우리사회 빈곤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우리에게 또 한번의 충격과 안타까움을 던져 주어 다시 빈곤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IMF 사태 이후의 빈곤 문제에 대처해 왔으나 빈곤층을 수급자와 탈락자로 구분하여 탈락자의 생존은 사실상 방치해 둔 셈이다. 최근 연이은 빈곤층 자살은 우리사회 빈곤층이 우리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죽음으로써 항거(抗拒)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빈곤층의 죽음에 보건복지부가 긴급구호대책으로 의료, 교육, 주거, 생계등에 대한 부분급여를 실시하기로 하고 내년예산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그나마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빈곤층이 계속 늘고 있음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빈곤층을 이루고 있는 여성과 중·고령자의 경우에는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일자리 창출도 정부가 앞장서서 대안 마련을 해야한다. 또한 나만 잘 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우리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더 이상의 빈곤층의 증가를 막아 귀중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없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이다./안용태·인터넷독자

9월 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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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 문제점 대책 세워라

주5일 근무제 시행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은 교육현장이다. 주5일 근무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실시되더라도 주5일 수업은 여러 가지 현실상 이보다 늦게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단계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은 사교육비 증가, 맞벌이부부 자녀 보호대책, 학력 저하 등이다. 무엇보다도 토요일 학습지도 공백과 학원 수강 등으로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현재 주6일 수업을 기준으로 편성된 교육과정의 전면 개편 문제는 교육부가 당면한 과제다. 현행법상 수업일수는 10% 범위안에서 감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월 2회 실시 때까지는 현재 교육과정으로 가능하다.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른 교육부의 기본방향은 공공부분이나 일반공무원의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교육부문의 특수성과 사회적 여건 구축 정도와 공감대 형성 추이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전면 실시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계에서 인지해야 할 것은 주5일 수업의 성패는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간의 연계협력관계 사전 구축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지금 전국 162개 주5일 수업제 연구학교 및 우선 시행학교 대부분은 해당 자치단체가 마련중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으로 토요 휴무일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문화원, 청소년 문화의 집, 동사무소 등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대비해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직원을 배치하는 지자체도 있다. 의왕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교육환경을 지원할 목적으로 주민자치과 안에 ‘교육 지원팀’을 만들고 계장급 1명과 직원 1명을 배치했다. 차량 지원 등 초보단계에서의 지원이지만 앞으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 주5일 수업 실시에 대비하는 등 수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내년부터 월 1회 시행학교를 확대한 뒤 월 2회를 거쳐 점차적으로 전면 실시한다 하여도 모든 학교의 주5일 수업은 2008년 이후나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판단이다. 우려되는 문제점 타결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프로그램 등을 구축할 때 주5일 수업은 성공한다. 착실한 준비와 연구가 절실하다.

한나라당 소장파 ‘용퇴론’ 이유는 있다

한나라당이 겪는 세대 갈등은 이유가 발견된다. 남경필(수원 팔달), 박종희(수원 장안), 원희룡의원(서울 양천갑) 등 수도권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 20여명이 제기한 60대 용퇴론, 5·6공 출신 용퇴론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중 60대 이상이 무려 65%나 되어 당의 노령화로 청·장년화 추세에 거스르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당의 무기력한 조로(早老) 현상은 적잖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정부나 대여의 대립 각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남북관계엔 극우 논리로 일관하는 것은, 같은 보수층에게까지 괴리감을 안겨주는 게 바로 오늘의 한나라당이다. 무조건 극한 투쟁을 선언하는 것만이 강력한 야당인 건 아니다. 정책정당의 권위를 갖지 못하고 입으로만 하는 투쟁은 기실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 지난 대선 패배도 그렇다. 상대 후보측은 발이 부르트도록 맨발로 뛰다시피 하는 판에 한나라당은 뭘 했는가, 대개는 방안 풍수노릇만 많이한 게 다 당의 노령화 때문이었던 것이다. 특히 5·6공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신군부와 연계된 과거를 관록삼아 원로 대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 흔히 나이든 이는 경륜이 있고 나이 젊은 사람은 패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경륜과 패기의 조화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금의 한나라당에선 그같은 경륜을 찾아 보기가 무척 어렵다. 물론 젊은 층에도 패기는 커녕 비굴한 사람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노년층에 과연 경륜다운 경륜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되는가가 의문시되어 소장파의 용퇴론 확산을 쉽게 잠재우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노년층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당 차원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소장파 의원들은 지구당 위원장직을 내걸고 용퇴론 세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가 무대응으로 가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조속히 소장파 의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하여 당 분위기를 일대 쇄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장파 의원들도 명심할 것은 있다. ‘초가삼간일 망정 빈대 보기 싫다고 불태울 수는 없다’는 속언을 일러두고 싶다.

고교평준화

고교평준화 30년사는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평준화는 교육 문제이긴 하지만 당대의 사회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도입된 고교평준화는 지난해 과천·안양·군포·의왕·부천·고양 등 수도권 6개 도시가 논란 끝에 도입함에 따라 현재 23개 지역에서 실시중이다. 인천은 1975 년, 수원은 1979년, 성남은 1981년 도입했다. 일반계 고교수의 50.4%, 학생의 68%가 적용받고 있다. 작년 대선 때 불붙기 시작한 고교평준화 논쟁은 지난 7월22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고교평준화 실시지역 지정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증폭됐다. 1969년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제는 중학교 입시 병폐를 철폐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명문고 진학 열풍을 초등학교에까지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같은 고교입시제도의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추진된 것이 고교평준화였다. 고교의 전형시기를 전·후기로 나누고 공·사립 인문계의 경우 학군을 선정, 선발고사를 실시한 뒤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것이 평준화 정책의 뼈대이다. 평준화 옹호론자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준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능력에 맞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며 고교 입시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교육관련 단체 뿐 아니라 학부모·동문회, 심지어 학생들마저 사분오열돼 있는 점이다.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과열 과외의 완화, 재수생 해소 등 긍정적 평가와 고교생 학력저하 등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미래는 파란이 예고된다. 무엇보다 민선 교육감들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정책결정을 차일피일 미룰 우려가 크다. 당사자인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면 찬반 결정이 가장 정확할텐데 기성세대들이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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