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들 환경의식이 걱정된다

무분별한 도시개발·건축허가 남발은 민선자치 이후 나타난 두드러진 시·군 행정의 병폐 중 하나로 꼽힌다. 예컨대 멀쩡한 야산을 절개지가 참혹하게 드러나도록 깎아 만든 산등성 터에 집단 호화주택을 짓는 사례를 여기 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도대체 저런 곳에 어떻게 토지 형질변경 허가가 나고 건축허가가 날 수 있는것인 지, 시장·군수의 허가 경위가 석연치 않은 생태계 파괴가 심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런 가운데 취락지구 개발계획 확정 전에 내준 무더기 건축허가, 녹지축 단절 투성이의 근래 보도는 생태계 관련의 시장·군수들 인식에 위기감을 갖게한다. 평택시 등 16개 시·군이 314개지구 4천991만㎡의 취락지구에 개발계획도 서기 전에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주택도 있지만 환경 오염의 요인이 되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이 태반이다. 이는 취락지구 지정의 의의에 합당치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군수들 스스로가 난개발을 부추기는 짓이다. 이토록 우정 개발계획이 나기 전에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굳이 또 허가해주는 것은 대개의 경우 개발계획이 확정되면 건축허가가 나기 어렵기 때문임을 짐작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허가 경위에 심히 의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주 광역축·부 광역축·소규모 축 등 도내에 모두 136곳의 녹지축이 단절된 것은 한마디로 생태계의 단절이다. 생태계 교류가 이토록 파괴되어서는 자연환경이 온전치 못하고 마침내는 인간 생활에까지 재앙을 가져온다. 이엔 고속도로 같은 국책사업으로 인한 단절도 있지만 대부분이 분별없는 도시개발에 기인한 점은 시장·군수의 책임이 크다. 경기도가 뒤늦게나마 관련 조례를 제정, 체계적인 관리계획을 세워 야생동물 등의 이동연결통로 등을 설치하여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책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복원사업은 국비를 요청키로 한 건 무척 다행이다. 도가 눈에 잘 띄지 않고 성과가 선뜻 드러나지도 않은 생태계 사업에 이처럼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참으로 평가할만 하다. 문제는 앞으로 시장·군수들의 책임의식 여하에 있다. 후대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자연환경이나 생태계 파괴를 일삼아선 죄업이 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막중한 인·허가권을 가진 게 능사가 아니다. 이의 행사를 잘 해야 능사인 것이다.

수리산

안양·군포·안산·시흥시가 경계로 삼는 수리산(修理山)은 높이가 475m로 일명 견불산(見佛山)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 안산군(安山郡)의 명산으로 봉우리가 매우 빼어났으며 산곡이 깊었다. 북쪽으로 안양시, 동남쪽으로 군포시, 서쪽으로 안산시와 접하고 있어 수도권 관광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산이다. 산의 북쪽 골짜기에 있는 안양동의 작은 산촌 담뱃골은 조선 후기 헌종이 천주교를 박해하던 기해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들어와 담배를 재배하며 살던 곳이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들 중 이 땅의 두번째 신부인 최양업(崔良業)의 가족들이 겪은 수난은 매우 처참하였다. 천주교 신자들은 당고개에서 죽음을 당했는데 최양업의 어머니 주검은 못 찾고 아버지 최경환의 주검만을 거두어 수리산 골짜기에 묻었다. 그 무덤자리는 지금도 남아 있어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이 수리산이 오늘날은 수도권 남부의 각종 도로 계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동서로 산을 관통했고, 남북으로 산을 뚫을 수원~광명간 고속도로가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다 또 건설교통부가 새로운 국도대체 우회도로를 설계 중이어서 산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될 위기에 처했다. 수리산에는 이미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중 1천886m의 수리터널과 1천254m의 수암터널이 뚫려 있다. 게다가 올해 1월 수원~광명 간 수도권 서부고속도로 민자사업 승인신청서가 건교부에 제출된 상태다. 이 도로에는 148 ~ 500m의 짧은 터널 3개와 1천540m의 터널 1개, 그리고 3 ~ 4개의 고가교량이 개설돼 수리산을 종단할 계획이다. 도로계획이 모두 진행될 경우 수리산 자락을 통과하는 터널이 8개나 된다. 고속도로가 수리산과 의왕시 초평동 일대 1.7km 구간을 통과하게 되면 인근 구봉산, 생태계의 보고인 왕송저수지의 환경 파괴는 물론 마을이 분리되는 등 피해가 크다. ‘수리(修理)’라는 산명(山名)도 예사롭지 않은 터에 산자락에 도로터널만 8개가 된다면 각종 문화재와 녹지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설 속의 산신령이 계시다면 아마 대로할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니까 노선은 당연히 변경돼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누가 배신자냐?

배신인가, 아닌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됐으면서 달고 나온 그 간판을 헌 신짝 버리듯이 버렸다.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기기만 해도 변절자라고 한다. 다른 당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고 몸 담았던 당을 박살 내가며 당을 새로 만들었다. 당선의 꿀 물까지 마셨다. 볼 일을 다 보고서는 그 우물이 더럽다며 침을 뱉고 새 우물을 판다. 누가 배신자일까? 민주당(잔류파)은 통합신당을 가리켜 당선의 몰표에 은공을 모르는 배신자로 규정하고, 통합신당(탈당파)은 국민적 여망의 개혁 참여를 외면한 수구집단의 배신이라고 민주당을 욕한다. 권모술수가 갈수록 능하고 타락이 심화할 수록이 더 화려해지는 것이 정치판의 말 재주다. 말 만은 꾀가 조조라던 옛날의 조조(曹操) 뺨치게 잘들한다. 둘러대는 화술이 너무 단수가 높아 듣는 이들을 더러 헷갈리게 만든다. 배신자는 과연 누구인가? 로마 황제를 노린 케사르를 원로원에서 급습해 척살한 두 주모자 중 카시우스는 개인적인 원한으로, 브루투스는 공화정 회복을 위해 케사르의 총애를 배신했다. 추악한 배신이 있는가 하면 배신의 미학도 있다. 서로가 배신자라고 우기는 것은 책임을 서로 미루는 주술적 행위다. 그 보다는 배신을 솔직히 시인하는 용기가 배신의 미학으로 보일 수 있을터인 데도 배신의 추악한 면모만 보인다. 어차피 민주당의 신·구주류는 물과 기름이다. 개혁신당이냐, 통합신당이냐, (민주당의) 리모델링이냐 하는 지루한 기세싸움은 분당의 수순이었다. 다만 서로가 배신자 소릴 듣지않기 위해 상대가 먼저 떠나주길 속으로 바랐을 뿐이다. 결국 (당무회의의) 난투극 시리즈 끝에 신주류가 탈당하고만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일이 촉발했던 탓이다. 하지만 신주류가 탈당을 이토록 늦춘 게 나름대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호남에서 막상 어떻게 받아 들일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대선에서 95% 이상 지지해준 인심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해석되는 노력은 보인 셈이다. 배신이 아니라는 강변이 이래서 나올법도 하다. 또 대통령 당선이 오목눈이 같은 남의 새 둥지에 알을 부화하는 뻐꾸기처럼 보이지 않으려한 객관적 노력도 성립된다. 과연 누가 배신한 것일까? 기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코미디다. 민주당원 대통령이라고 하여 당을 배신하고 안하고 하는 문제와 연관되진 않는다. 민주당을 탈당해도 통합신당엔 안들어갈 것이라는 것도 쇼다. 신당의 원내 열세를 내년 총선에서 만회하려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신당행으로 발표된 이재정, 박양수, 이미경, 허운나, 조배숙, 오영식, 김기재 등 민주당 전국구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이 두려워 탈당하지 못하는 것은 신당이 내세우는 참신한 정치개혁에 어긋난다. 신당의 이미지를 출발 선상에서부터 흐리게 한다. 정치개혁도 당연하고 지역구도 타파도 당연하다. 그러나 입으로 하는 정치개혁, 지역구도 타파는 누구라 할 것없이 그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벌여 왔다. 이제 이를 능란한 화술로 포장한다고 하여 민중의 귀에 곧이 곧대로 들리긴 어렵다. 민주당(잔류파)은 과연 DJ 등뒤에 숨어 의원직 탐닉을 노리는 불한당 같은 사람들인 지, 그리고 통합신당(탈당파)은 은혜를 모르는 몰염치한 사람들인 지, 아닌 지 하는 판정은 여기선 유보한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나 자민련이 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누가 배신한 것일까? 이는 분당을 자초한 민주당이나 통합신당이 앞으로 하기에 달려 평가된다. 번드레한 말 잔치로는 안된다. 속과 겉이 다르지 않아 민중을 감동 시킬 수 있는 용기있는 실천만이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 어느 쪽이 추악한 배신인 지, 배신의 미학인 지는 내년(4월) 총선민심이 판가름 한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공모

문화예술 지원단체에서는 크고 작은 공모를 한다.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연구, 그리고 교육 의욕을 북돋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공모에 접수된 제안 사업 내용을 보면, 시대정신과 작가정신 또는 철학과 미학을 읽어내기가 쉽지않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는 지가 선명하지 않다.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이미 바뀌고 있다. 예술 또는 예술인을 위한 지원정책에서, 예술 또는 예술인을 통한 건강한 시민 문화예술 육성으로 지원 방향이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시민들은 문화예술인들이 공급하는 문화예술품을 감상하며, 향수하는데 머무르기를 원치않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의미있고 풍요롭게 하기위해, 더 많은 문화예술적 소양과 기량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뜻있게 창조하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기 이전이라 지금은 이같은 욕구가 다음세대의 교육문화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주민문화 생성으로 부분 분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문화예술인 가운데에는 예지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느끼고, 변화의 조짐을 먼저 읽는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고,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접하며, 나름대로의 식견과 가치지향을 뚜렷이 하여가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새롭게 자각하며, 새로운 출발을 예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동력 하나를 소진하고 말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보다 나은 창작과 연구, 그리고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담지자인 문화예술인들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이끌어내며, 다시금 대중의 미적 대리자, 대중의 교사로 나서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정신, 학자정신을 또렷이 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선(公共善)과 공공미(公共美)를 지향하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는지를 늘 안으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국가 망신시키는 원정출산

최근 미국, 캐나다 등으로 원정출산을 위하여 관광객을 위장, 출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원정출산 대행업체들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하여 일부 업주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하여 솜 방망이 처벌에 그칠 공산이 높다. 국내 의료기관과는 달리 외국의 의료기관 알선행위 처벌은 무리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만 불구속 입건하는데 머물러 원정출산을 한 산모 50여명까지 조사하여 그 조직적 규모가 밝혀질 것으로 보았던 기대가 어렵게 됐다. 그렇긴 하나 얼마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 이민당국이 원정출산차 미국에 관광객으로 위장, 여행한 임신부들을 조사한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임신부가 현지 출산한 아이들의 비자 신청에 출생지가 동일하여 이를 의심한 이민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니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무려 2천만~3천만원의 거액을 들여 미국 땅에서 출산하여 미국시민이 된다고 모든 것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과연 이렇게 해서라도 미국시민이 되어야 인간답게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임신부들에게 원정출산을 부추기는 대행업체들의 불법 행위는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다. 조산을 위한 제왕절개 수술을 유도하면서까지 각종 방법을 동원, 원정출산을 알선해주는 영업행태는 엄단해야 한다. 이런데도 의료법 적용이 불가능하여 관광진흥법 위반으로만 다스린다니 더 이상 발붙여서는 안될 알선 업체들의 영업행위가 근절될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원정출산을 하는 부유층의 잘못된 인식이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 강남을 비롯한 고급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부유층들로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들이다.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 의무를 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얄팍한 속셈은 이미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회지도층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어떻게 국민들이 지도층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당국은 이들 임신부 가족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서라도 이들의 비도덕성을 공개하여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시킨 원정출산을 응징하여야 한다. 이래야 열심히 사는 다대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갖는 박탈감을 달래줄 수가 있다.

외국인근로자 취업확인서 간소화해야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4년 미만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확인서를 받으려면 취업확인신청서, 고용확인서, 표준근로계약서 등 6가지 서류를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행정에 서투른 외국인들이 이 서류들을 발급받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원을 보증토록 돼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보다 큰 문제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취업확인서 발급제도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이다. 특히 돈을 받고 신청서류를 대리로 작성해주거나 가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브로커까지 등장, 외국인노동자를 이중 삼중으로 울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경기도의 공단 등지에는 이런 경우가 더욱 심하다. 각 지역 고용안정센터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취업확인신청서를 1만원에 판매하거나 3만~5만원을 받고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업자들이 생겨났다. 40만원을 받고 가짜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브로커들은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짜고 가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준 후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는 방법으로 활개치고 다닌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전체 신고 대상자인 22만여명의 3% 정도인 5천323명이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70%의 이주 노동자가 합법화되고 기업들의 인력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을 찾아 다니며 서류발급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이 서류 발급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또 한국인 사업주들도 관련서류를 마련하고 접수까지 하려면 며칠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원보증까지 책임져야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4년 이상된 노동자들의 경우 본국으로의 강제 출국이 불가피해 이미 지방으로 잠적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오히려 또 다른 불법체류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서류절차 간소화, 무료서류 판매 행위, 중간브로커의 위조서류 판매, 사업주들의 외국인근로자 신원보증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는 혼란만 가중시킨다. 새로운 방침 마련이 요구된다.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법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회생활의 강제 규범이다. 사회생활이 다양한 만큼 규범도 다양하다. 법 규범의 배경 또한 다채롭다. 이를 구명하는 학문이 법철학이다. 법 개념의 분석, 존립의 근거, 법 세계의 구조적 성격 문화적 가치 등 제반 법 현상을 고찰한다. 장차는 법철학 만이 아니고 윤리적, 논리적 고찰을 영역으로 하는 법윤리학, 법논리학 등 새로운 법 관련의 학문이 나올 전망이다. 이미 법 관련의 밀접한 학문으로 법의학이 있다. 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해석하고 감정하는 일종의 응용의학이다. 또 법의학에서 사인이나 방법 등을 규명하기 위하여 하는 해부엔 사법해부와 행정해부가 있다. 사법해부는 범죄와 관련된 것인데 비해 행정해부는 단순히 행정상의 목적으로 하여 범죄와는 무관하다. 대부분의 해부가 사법해부로 행정해부는 사실상 지극히 드물다. 법의학은 인류의 범죄와 병행하여 발달해 왔을 만큼 오래된 학문으로 혈액형 발견과 지문 감식의 개발은 과학수사에 획기적 기여를 하였다. 지금은 유전자 감식(DNA)으로 머리카락 하나만으로도 범인을 가려낼 수가 있다. 조선시대엔 변사자의 얼굴색이 청색이면 중독사나 질식사로 추정하는 등 여러가지 특이 정황에 따라 감별했다. 적자색 적흑색 담홍색 미적황색 청자색 등으로 구분하였다. 동사(凍死) 아사(餓死) 역사(轢死) 늑사(勒死) 등 창상이 없는 변사체 감정법도 있었다. 이를 수록한 책이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으로 세종조(1440년)에 간행된 이후 1748년 증보판인 ‘증수 무원록’이 나왔다. 조선시대의 검시에 쓰인 법의학 전범이다. 책 이름부터가 죽은 사람의 원한이 없도록 한다는 뜻으로 ‘무원록’으로 한 게 공정수사 의지를 가늠케 한다.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 김호씨가 원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한글판 ‘신주무원록’이 간행됐다고 한다. 비록 고전이지만 현대 법의학에도 참고가 될만한 고전으로 생각한다. /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정치시즌, 정치공해부터 척결해야

얼마전 수원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꽤나 총망받고 있는 한 인사를 만났다. “내년 선거에는 한번 나서야지요”하고 물었더니 대뜸 “나는 정치판의 오염물질(汚染物質)은 되지 않으렵니다”하고 답했다. 바야흐로 정치 시즌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내년 4월15일 실시되는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통합신당과 분당됐고 22일부터 국회의 1년 일정중 가장 빛을 발하는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또 지역에서는 너도나도 출마준비에 나서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고개를 처들고 있다. 외형적으로 본다면 열심히 일하는 의원, 변화를 모색하는 정치지망생 등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속을 한번 들여다 보면 영 신통치가 않은 것 같아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감사는 시작되자마자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변모해 증인 바꿔먹기나 하고 ‘때는 이때다’는 듯이 여야를 막론하고 폭로성 발언들이 재현되고 있다. 또 지역주의 타파를 언제 부르짖었느냐는 듯이 서서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특히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초년병들까지 ‘지역정서가 어떠니, 호남·영남세니’하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정치행위라는 미명하에 지금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눈멀어 정치공해(政治公害) 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다. 학자들의 정치적 정의는 다양하지만 어느 누구도 공해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정의는 없다. 일각의 학자들은 공동생활속에 개개인의 풍습이나 도덕 등 자율적인 규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질서를 국가권력이란 배경으로 법과 그 밖에 방법을 동원해 유지시키는 작용과 함께 위로부터의 통치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항쟁 및 그 밖의 활동을 정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립된 거번먼트(goveknment) 정치는 국가만으로 한정되는 인간활동뿐 아니라 회사, 노동조합, 학교, 가정 등 어디서나 발생하는 이해 대립이나 의견차를 조정해 나가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정치를 계급적 시각에서 고찰해 피지배계급으로 통칭되는 대중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위해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행위자체를 정치라고 규정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은 최고선(最高善)에 있는 인간을 인격적인 존재로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정치 목적을 정치·경제·권력·국가대 국가 등 각종 국·내외적 제도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학자가 많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정치는 과연 어느 정의에 해당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판에 몸담은 모든 이에게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고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제거해 국민의 화합과 권익을 보호하기위해’라는 답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짓일까? 지금 우리 국민들은 IMF당시때 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으로 도탄지고(塗炭之苦)의 심정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들이 난의포식(暖衣飽食)의 기대를 잃지 않도록 공해로 뒤덮인 정치판을 확 뒤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4월15일은 축제일이 아닌 분노의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글로벌 경영시대의 브랜드가치

글로벌 경영의 특징은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과 경영이 한나라에서 다른 나라에로 이동하는 국제화관계를 뛰어넘어 국경이라는 시장구분이 없어져 글로벌화된 환경속에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전세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통합된 경영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촉진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의 글로벌화 시대에서 기업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글로벌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목표달성을 꾀하여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환경에서의 경영전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전략이다. 기업들은 글로벌환경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초월해 세계시장의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킬만한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핀란드의 노키아, 독일의 메르세데스, 일본의 도요타,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 프랑스의 샤넬, 입셍로랑, 한국의 삼성 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성공한 브랜드는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명품브랜드의 고객들은 값을 따지지 않고 필요할 때 물건을 살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의 가치는 엄청나다. 세계 1위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700억달러를 상회하고 11위인 도요타는 21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108억달러(13조원)로 서울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렇듯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 것이 기업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다.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은 경기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리딩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행동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일만이 글로벌경영시대에 한국기업과 한국경제가 살길이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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