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신도시, 환경보전에 신중을 기하라

김포지역은 세계적으로 4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재두루미를 비롯, 흑두루미, 개리 등 희귀 철새들의 서식 경유지다. 서해안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뒤섞이는 자연환경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포지역 한강 하구엔 황복, 참게, 뱀장어 등 수십종의 수서생물이 서식해 풍부한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수리부엉이, 참매 등 10여종의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저어새 등이 겨울을 나고 있다. 김포지역은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일본열도로 이동하는 두루미, 기러기 류 등 철새들의 주요 이동로이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해 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한 운양동, 장기동, 양촌면 일대 480만평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203호), 개리(325호)의 도래지다. 건교부는 이같은 김포시 일대를 다음달 신도시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내년 말까지 개발계획을 수립, 2005년부터 토지 보상을 실시하고 2006년 신도시개발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포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토지공사는 “환경부의 2003년 겨울철 조류동시센서스와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조류 월동실태 조사자료를 인용하고 조류전문가에 자문을 의뢰, 현지 조사를 통해 보완한 것”이라고 ‘사전환경성 검토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고의로 축소했다”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의혹 제기에 설득력이 있다. 김포지역의 철새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새가 도래하는 10월부터 다음해 3~4월까지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토지공사가 제시한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에는 지난 8월10 ~ 12일 3일간만 조사한 것으로 돼 있다. 환경보전논리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개발이긴 하지만 김포지역 신도시 건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방식으로 개발을 계속한다면 결국 사람도 잘 살 수 없다. 개발계획 확정 과정에서 환경 보전 대책 마련을 당부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한강 건너편에서 북한을 마주 보고 있는 접경지역, 또 강화도와 인접해 있는 서울 근교에 자연생태계가 유지되는 도시 하나 쯤은 남아 있어야 한다.

문학의 자유

보리스 파르테르나크의 대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시인이자 의사인 한 지식인의 운명적 삶을 그렸다. 195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소련 정부의 압력으로 파스테르나크는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 책의 소련내 출간도 금지됐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혁명의 이념에 어울리지 않는 ‘반동적인’ 인물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닥터 지바고’는 데이비드 린이 감독하고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철로에 쌓인 눈(雪)을 분수처럼 양쪽으로 뿜으며 달리는 열차, 눈과 얼음의 성(城)안에서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시(詩)를 쓰는 주인공, ‘내 사랑은 어디에(Somewhere my love)’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주제곡은 한없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소설로서 수많은 독자를, 영화로서도 세계적인 팬을 갖고 있는 ‘닥터 지바고’가 최근 러시아에서 다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외신(外信)이 들어왔다. 러시아 연방교육부가 이 소설을 청소년 필독도서 목록에서 제외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푸틴 정권하에서 싹트고 있는 러시아 민족주의가 과거 공산주의 치하의 ‘그림자’보다는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질 이스탄터 등 러시아 저명작가 13명이 공개 항의 서한을 보내고 “푸틴 정권의 관료주의 집단이 역사를 자기들의 입맛대로 왜곡하려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역사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집권층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역사적 진실이 통제되고 재단돼 온 사례를 우리도 짧은 근·현대사 속에서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 그러나 소위 ‘역사 바로 세우기’는 권력자들이 늘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자기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소설‘닥터 지바고’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지배적이던 당시 문학 풍토에서 보리스 파르테르나크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러시아 혁명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격동의 러시아 근·현대사를 ‘피와 살’을 가진 탁월한 문학작품으로 형상해 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작품이 자유에서 구속돼서는 안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오천원권 화폐 ‘오죽헌’ 아닌 ‘자운서원’으로

지난 7월 파주시의회에서는 좀 특별한(?) 결의문을 채택하여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에 건의문을 낸적이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오천원권 화폐에 그려져있는 오죽헌을 ‘자운서원’으로 바꿔달라는 건의문이다. TV, 라디오, 신문 등 많은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관련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율곡 선생의 유덕과 얼을 다시 한번 재창출하고 역사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심도있는 역사적 재조명과 고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릉은 율곡선생이 1536년에 태어나 6세까지 성장한 생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오죽헌’이라는 어원은 율곡 선생의 이종사촌 동생인 권처균이 1569년에 외할머니로부터 재산을 분배받아 살면서 집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자기의 호를 오죽헌이라고 지음으로서 비롯된 것이다. 보물 165호로 지정된 것 또한 율곡 선생의 생가이기 때문이 아니고 조선시대의 중요 건축물로서 보존가치가 있어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파주는 율곡 선생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세거지이며 뿌리인 본향이다. ‘화석정’은 율곡선생의 5대조인 이명신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이 8세 되던 해 여기서 ‘화석정 8세부시’를 지었으며 ‘십만양병론’을 주창하던 곳이다. 또한 집안이 모여 살던 곳이 밤나무가 많은 ‘밤골’이여서 선생의 ‘율곡’이라는 호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며 지금도 ‘율곡리’라는 행정리로 존속되고 있다. 특히 ‘자운서원’은 율곡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당시 제자와 유림들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과 제자인 김장생, 박세체의 위패를 함께 봉안하고 있으며 묘정비와 신도비가 그 증표를 더해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율곡 선생을 비롯한 가족 13기의 묘소가 자운서원에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신사임당도 부군 이원수와 함께 여기에 어울무덤을 하고 있다.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역시 율곡 선생과 당시 쌍벽을 이루는 퇴계선생의 제자와 유림들이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서 천원권 화폐에 퇴계 선생과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62년도 강릉에서 실시한 율곡제례 행사에 당시 최고의 실세인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초헌관으로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오죽헌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관계기관과 학계, 국민의 많은 관심에 힘입어 강릉 오죽헌하면 율곡이라는 국민적 정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가의 의미보다는 집안 대대로 살아온 본향이며 학문을 연마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후학을 양성하므로서 선생이 생애에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잠든 고장인 파주가 진정 율곡 선생을 대변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주장은 당연하다. 화폐를 바꾸어야하는 문제는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한 대단히 어려운 국가시책사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헌하면 율곡 선생의 모든 것처럼 여기는 국민적 정서가 우리 역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역사는 국민에게 올바로 알려져야 한다.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올바르게 이해되고 정립되어야 한다. 어떠한 힘의 논리나 국민적 정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배경과 정화에 의해 지켜가는 것이 역사의 올바른 정립이라 생각한다. /김영기.파주시의회 의원

천자춘추/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결혼식

이번 추석에 특별한 손님이 우리집을 찾았다. 피부색이 검은 스리랑카인 신혼부부가 명절인사를 온 것이다. 지난 7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있었다. 35세의 신랑은 5년전에 스리랑카에서 왔고 14년동안 교제해온 신부는 결혼을 위해 얼마전에 한국에 온 29세의 아름다운 스리랑카 여성이다. 기독교인인 신부는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기독교 예식으로 하고 싶어했다. 결혼식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자기일처럼 돕고나서며 한 여름에 정장차림으로 예배당을 가득채웠고 수원YWCA 이사들도 여러명 축의금을 가지고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그날 나는 신부의 어머니가 되어 신부를 데리고 입장했는데 결혼식에 참석치못한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마친후 사모관대 한복을 입고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로연장에서 폐백까지 했다. 수원지역 10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해 오고있는 수원 외국인 노동자쉼터에서 마련해준 이번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불러올 수 있어서 그 어느 결혼식보다 감동적이었다.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아주 싼값으로 예복과 한복, 부케, 메이크업을 해주었고 교회마당에 차려진 아름다운 피로연 식탁은 요리사가 10가지 이상의 한식으로 100인분을 준비해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축가와 웨딩마치 꽃꽂이·잔치떡을 제공해준 사람도 있었다. 쉼터운영위원장인 목사님이 주례를 서 주었고 한국어에 능통한 스리랑카청년이 통역을 해주었다. 몇주후에 신랑신부는 쵸코파이와 쥬스 한박스를 가지고 교회로 찾아왔다.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두툼한 결혼앨범을 교인들이 돌려보면서 환호했다. 한국에서의 고단하고 힘든 외국인 노동자의 삶에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결혼식에서 보여주었던 한국사람들의 진실한 사랑을 기억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 좋겠다. 신부는 서툰 한국말로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나는 예쁜 딸을 하나 얻은 기분으로 그녀를 가슴에 꼭 안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언제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때 결혼식을 했던 나라 한국을 아름답게 기억하기를 바란다. 경제 논리로서의 세계화가 무섭게 퍼져나가는 이 시대에 피부색이나 종교·문화·국적이 다른 사람들과도 형제처럼 격의없이 지낼 수 있는 세계화가 한국에서 자리잡아갈 수는 없을까? /유은옥.수원YWCA 회장

열린글밭/인생 열상(人生 十床)

몇일전 농협의 농가주부 모임에서 혼자 사시며 이제껏 한번도 생일상을 받아 본 적이 없는 83세 할머니께 ‘노인 생신상 차려 드리기’행사를 벌여 칭찬과 함께 기쁨과 회한의 울음 바다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팔순을 넘도록 혼자이신 할머니께 베푼 사랑은 어떤 색이었을까. 할머니의 만수무강을 빌며 열 가지 재미있는 생일상을 그려보려 한다. 사람은 본디 천수(天壽)를 가지고 태어나며 천수는 열번의 상(床)을 받는 것으로 누린다고 한다. 열번의 상은 백일, 돐, 회갑, 고희(古稀), 희수(喜壽), 산수(傘壽), 미수(米壽), 졸수(卒壽), 다수(茶壽)를 말한다. 주목할 것은 희수부터 한자의 초서를 이용한 숫자로서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초서를 순서대로 이어쓰면 재미있는 숫자 표기를 발견 할 수 있다. 희수의 한 초서는 七十七로 표기되므로 77세, 산수의 산은 八十으로 80세, 미수는 米자로 부수를 풀면 八十八 88세, 졸수의 졸은 九十으로 90세, 백수의 흰백은 일백에서 한획이 적어 99세, 다수의 다자는 十+十+九十八로 합하면 108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개 동양적인 의미의 계산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과거 조상들의 사농공상에서 선비와 농업이 보기좋은 모습으로 결부된 것은 아닌지.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의 주식이며 농업소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쌀이 88세 미수에 도입되고 있으며 다수에 인용되는 차 또한 재미있다. 차를 다스리 듯 건강을 다스리면 천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이란 뜻일게다. 얼마전 모 방송국에서 건강과 젊음을 유지케 하는 음식으로 마늘, 녹차, 토마토, 적포도주를 소개한 적이 있다. 효능이 탁월한 음식도 좋지만 신토불이를 재료로, 건강한 식품을 성심으로 공경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효스런 생일상이야말로 천수를 위한 최고 으뜸 생일상이리라. ‘노인상 차려 드리기’의 효성스런 마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천수는 정직하고 고운 심성을 가진 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 아닐런지./이강을·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9월 20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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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교생 현장실습, 문제점 많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전공 분야에 맞춰 학교 아닌 기업체 등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것은 오랜 교육계의 관행이다. 이론으로 배운 과목을 실제로 경험하므로써 실기 숙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본보가 보도(17일자 1면)한대로 도내 상당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이란 명목으로 기업체 등에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려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라도 학교와 기업체의 적합치 못한 처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현장 실습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은 학교측의 중대한 과오다. 학습권 침해가 분명하므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 법률상 실업계 고등학교 3년 재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최소 34시간에서 최장 6개월까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현장 실습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도내 실업계 3학년 학생 중 여학생 1만3천249명을 포함, 총 2만7천871명이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 가운데 10%가 넘는 2천897명이 법적 기준인 6개월을 초과해 실습을 받았고, 또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참여학생 중 1천233명이 법정 최저 임금인 50만2천900원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았다. 게다가 2천700여명의 학생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에 시달렸다니 학생들을 근로자로 취급,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한 셈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을 수탈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탄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장실습시 월 1회 이상 학교에 출석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습기간동안 단 1차례도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무려 4천216명으로 참여학생의 15%에 달한다. 특히 현장 실습에 나선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1만6천131명이 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현장 실습이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기업체에 잇속만 챙겨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산업체 현장 실습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임금과 근로기간 등 노동조건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현장 실습은 기업체의 임금착취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실업계 고3 학생들의 현장 실습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교육계는 물론 기업체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실질적인 현장 실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도권 ‘2순환도로’ 독자추진의 타당성

경기도가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의 독자 추진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이유가 된다. 갈팡질팡하는 건교부 시책에 보조를 맞추기 보다는 차라리 지역사회의 주관 사업으로 독자 추진하는 게 훨씬 더 능률적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경기도는 능히 이를 해낼 만 한 능력이 있다. 제2외곽순환도로가 시계 방향으로 하여 수원~화성~송도~김포~파주~양주~남양주~양평~용인으로 이어지는 연장 210km 개설에 드는 약 15조원의 사업비가 엄청나긴 하다. 이래서 이런 장기 사업이 흔히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곤 했고, 또 장미빛 계획에 그쳐 불발된 사례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의 관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제2외곽순환도로는 당장 수도권 교통난의 숨통을 트는 절대적 요체일 뿐만 아니라 장차 균형발전의 미래적 지표가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또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밝힌 지역 경쟁력 강화 차원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피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소신이 선다. 중앙정부가 내년 예산의 적자재정을 피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삭감했으면 웅도의 경기도 같은 지방정부라도 나서야 투자균형을 이룬다. 이리하여 경기도에 당부코자 하는 것은 막대한 사업비 재원으로 이미 계획된 민자유치, 택지개발 이익금도 좋지만 과감한 기채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울러 동탄~화성~오산 구간의 사업우선도 인정은 하나, 되도록이면 전 구간의 순환도로 편입 부지를 조속히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상책이다. 제2외곽순환도로는 어차피 유료도로화 해야 한다. 이의 세입을 전망한 투자계획으로 편입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면 땅값 상승 요인이 배제되어 상당 고액의 기채를 하여도 투자의 건전성 및 효율성을 충분히 기할 수가 있다. 특별회계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편입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면 공사 시기에 가서 야기되기 쉬운 국지적 분쟁이나 갈등도 미리 예방이 가능하다. 물론 전 구간의 공사 완공시기는 2010년 전후, 아니면 2015년께 가야 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4~6차로든, 추가 10차로든 간에 일단 확정지은 노선의 전 구간에 기본 부지만 수년내 확보해 두면 이미 절반의 2차외곽순환도로는 진척된 거나 다름이 없다. 이의 사업추진에 역동적 창의와 동력이 있기를 경기도에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9월 19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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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관’ 동거 ‘내정자’ 법적 지위는 없다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업무 인수 인계를)거치듯, (장관도) 업무의 인수 인계가 필요하다’는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의 말은 의문이다. 장관의 소임이 막중하긴 하지만, 1개 부처로 제한된 장관직이 국정 전반에 걸친 대통령 업무처럼 기간을 두어야 할 정도로 인수 인계가 난해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번 허성관 행자부 장관 내정자, 최낙정 해수부 장관 내정자 발표는 행자부·해수부에 모두 ‘두 장관 동거’의 이상한 현상을 가져왔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과 허성관 동장관 내정자, 허성관 해수부 장관과 최낙정 동장관 내정자의 공존은 건국 이후 처음 보는 정부조직의 기현상이다. 국가의 골격인 정부 조직은 임면권자의 공식 절차에 의해 임용되는 것이 지, 아무리 임면권자라도 말로 ‘네가 무슨 장관하라’고 해서 장관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비공식 장관 발표 경위에 헌법상의 총리 제청권이 과연 반영됐는 지, 아니면 앞으로 공식 임명에 순수한 총리 자의로 행사될 것인 지가 궁금하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태풍 피해 복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보좌관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태풍 피해의 복구 마무리가 어느 단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 장관의 적극적 퇴임 의지가 없는한 정부 조직의 기현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정자 신분으로 임용 예정부처의 업무를 브리핑 받는 것도 괴이하다. 현직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놔둔 채 그 다른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는 말을 일찍이 듣지 못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에 의해 취임이 확정된 법률적 신분이 부여된다. 그러나 장관 내정자라는 법률적 지위는 어느 법규에도 없다. 이것이 정 보좌관의 말이 말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 바람에 행자부와 해수부 공무원들이 두 장관 동거로 인해 보고 체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행자부 장관 내정자 겸, 허성관 해수부 장관을 상대로 회의를 계속할 지 여부를 논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관 내정자 파문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 퇴임과 관련한 어떤 뜻이 숨어 있는 지, 장관직 인수 인계의 새로운 개혁 의도인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 의중의 내정자 신분으로는 공조직 인사원칙을 어기는 공무 담임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개혁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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