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취업확인서 간소화해야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4년 미만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확인서를 받으려면 취업확인신청서, 고용확인서, 표준근로계약서 등 6가지 서류를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행정에 서투른 외국인들이 이 서류들을 발급받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원을 보증토록 돼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보다 큰 문제는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취업확인서 발급제도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이다. 특히 돈을 받고 신청서류를 대리로 작성해주거나 가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브로커까지 등장, 외국인노동자를 이중 삼중으로 울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경기도의 공단 등지에는 이런 경우가 더욱 심하다. 각 지역 고용안정센터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취업확인신청서를 1만원에 판매하거나 3만~5만원을 받고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업자들이 생겨났다. 40만원을 받고 가짜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브로커들은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짜고 가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준 후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는 방법으로 활개치고 다닌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전체 신고 대상자인 22만여명의 3% 정도인 5천323명이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70%의 이주 노동자가 합법화되고 기업들의 인력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을 찾아 다니며 서류발급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이 서류 발급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또 한국인 사업주들도 관련서류를 마련하고 접수까지 하려면 며칠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원보증까지 책임져야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4년 이상된 노동자들의 경우 본국으로의 강제 출국이 불가피해 이미 지방으로 잠적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오히려 또 다른 불법체류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서류절차 간소화, 무료서류 판매 행위, 중간브로커의 위조서류 판매, 사업주들의 외국인근로자 신원보증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는 혼란만 가중시킨다. 새로운 방침 마련이 요구된다.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법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회생활의 강제 규범이다. 사회생활이 다양한 만큼 규범도 다양하다. 법 규범의 배경 또한 다채롭다. 이를 구명하는 학문이 법철학이다. 법 개념의 분석, 존립의 근거, 법 세계의 구조적 성격 문화적 가치 등 제반 법 현상을 고찰한다. 장차는 법철학 만이 아니고 윤리적, 논리적 고찰을 영역으로 하는 법윤리학, 법논리학 등 새로운 법 관련의 학문이 나올 전망이다. 이미 법 관련의 밀접한 학문으로 법의학이 있다. 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관계를 해석하고 감정하는 일종의 응용의학이다. 또 법의학에서 사인이나 방법 등을 규명하기 위하여 하는 해부엔 사법해부와 행정해부가 있다. 사법해부는 범죄와 관련된 것인데 비해 행정해부는 단순히 행정상의 목적으로 하여 범죄와는 무관하다. 대부분의 해부가 사법해부로 행정해부는 사실상 지극히 드물다. 법의학은 인류의 범죄와 병행하여 발달해 왔을 만큼 오래된 학문으로 혈액형 발견과 지문 감식의 개발은 과학수사에 획기적 기여를 하였다. 지금은 유전자 감식(DNA)으로 머리카락 하나만으로도 범인을 가려낼 수가 있다. 조선시대엔 변사자의 얼굴색이 청색이면 중독사나 질식사로 추정하는 등 여러가지 특이 정황에 따라 감별했다. 적자색 적흑색 담홍색 미적황색 청자색 등으로 구분하였다. 동사(凍死) 아사(餓死) 역사(轢死) 늑사(勒死) 등 창상이 없는 변사체 감정법도 있었다. 이를 수록한 책이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으로 세종조(1440년)에 간행된 이후 1748년 증보판인 ‘증수 무원록’이 나왔다. 조선시대의 검시에 쓰인 법의학 전범이다. 책 이름부터가 죽은 사람의 원한이 없도록 한다는 뜻으로 ‘무원록’으로 한 게 공정수사 의지를 가늠케 한다.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 김호씨가 원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한글판 ‘신주무원록’이 간행됐다고 한다. 비록 고전이지만 현대 법의학에도 참고가 될만한 고전으로 생각한다. /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정치시즌, 정치공해부터 척결해야

얼마전 수원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꽤나 총망받고 있는 한 인사를 만났다. “내년 선거에는 한번 나서야지요”하고 물었더니 대뜸 “나는 정치판의 오염물질(汚染物質)은 되지 않으렵니다”하고 답했다. 바야흐로 정치 시즌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내년 4월15일 실시되는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통합신당과 분당됐고 22일부터 국회의 1년 일정중 가장 빛을 발하는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또 지역에서는 너도나도 출마준비에 나서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고개를 처들고 있다. 외형적으로 본다면 열심히 일하는 의원, 변화를 모색하는 정치지망생 등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속을 한번 들여다 보면 영 신통치가 않은 것 같아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감사는 시작되자마자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변모해 증인 바꿔먹기나 하고 ‘때는 이때다’는 듯이 여야를 막론하고 폭로성 발언들이 재현되고 있다. 또 지역주의 타파를 언제 부르짖었느냐는 듯이 서서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특히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초년병들까지 ‘지역정서가 어떠니, 호남·영남세니’하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정치행위라는 미명하에 지금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눈멀어 정치공해(政治公害) 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다. 학자들의 정치적 정의는 다양하지만 어느 누구도 공해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정의는 없다. 일각의 학자들은 공동생활속에 개개인의 풍습이나 도덕 등 자율적인 규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질서를 국가권력이란 배경으로 법과 그 밖에 방법을 동원해 유지시키는 작용과 함께 위로부터의 통치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항쟁 및 그 밖의 활동을 정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립된 거번먼트(goveknment) 정치는 국가만으로 한정되는 인간활동뿐 아니라 회사, 노동조합, 학교, 가정 등 어디서나 발생하는 이해 대립이나 의견차를 조정해 나가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정치를 계급적 시각에서 고찰해 피지배계급으로 통칭되는 대중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위해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행위자체를 정치라고 규정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은 최고선(最高善)에 있는 인간을 인격적인 존재로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정치 목적을 정치·경제·권력·국가대 국가 등 각종 국·내외적 제도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학자가 많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정치는 과연 어느 정의에 해당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판에 몸담은 모든 이에게 ‘정치를 왜 하느냐’고 묻고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제거해 국민의 화합과 권익을 보호하기위해’라는 답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짓일까? 지금 우리 국민들은 IMF당시때 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으로 도탄지고(塗炭之苦)의 심정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들이 난의포식(暖衣飽食)의 기대를 잃지 않도록 공해로 뒤덮인 정치판을 확 뒤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4월15일은 축제일이 아닌 분노의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글로벌 경영시대의 브랜드가치

글로벌 경영의 특징은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과 경영이 한나라에서 다른 나라에로 이동하는 국제화관계를 뛰어넘어 국경이라는 시장구분이 없어져 글로벌화된 환경속에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전세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통합된 경영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촉진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의 글로벌화 시대에서 기업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글로벌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목표달성을 꾀하여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환경에서의 경영전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전략이다. 기업들은 글로벌환경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초월해 세계시장의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킬만한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핀란드의 노키아, 독일의 메르세데스, 일본의 도요타,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 프랑스의 샤넬, 입셍로랑, 한국의 삼성 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성공한 브랜드는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명품브랜드의 고객들은 값을 따지지 않고 필요할 때 물건을 살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의 가치는 엄청나다. 세계 1위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700억달러를 상회하고 11위인 도요타는 21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108억달러(13조원)로 서울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렇듯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 것이 기업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다.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은 경기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리딩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행동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일만이 글로벌경영시대에 한국기업과 한국경제가 살길이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독자투고/'바퀴달린 신발' 보호장구 꼭 착용해야

‘바퀴달린 신발에 미끄러져 초등학생 급류실종’, ‘아파트앞 노상에서 바퀴달린 신발을 타던 학생 5t 트럭에 부딪혀 숨져’… 최근 신문지상에서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던 기사의 제목들이다.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있는 가정마다 바퀴달린 신발(일명 힐리스) 한 켤레 정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들은 어른들의 바퀴달린 신발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보호장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퀴달린 신발의 경우 레저용품이 아닌 단순한 기능성 신발로만 보는 것이 문제다. 순찰차로 관내 순찰을 돌때 골목골목 마다 바퀴달린 신발을 타고 주차된 차량사이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위험천만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아이들이 바퀴달린 신발을 신고도 그 어떠한 보호장구도 없이 그리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고 신발을 신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바퀴달린 신발을 타다가 단순 골절이나 타박상 등은 다반사이고 어린이 교통사고 또한 이것 때문에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단순히 바퀴달린 신발을 타고 천진난만하게 골목을 누비는 아이들의 잘못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우선 신발을 팔때 보호장구에 대한 경고 등을 하지 않고 신발을 파는 어른들, 신발을 사주면서도 보호장구 착용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안전교육도 하지 않고 길거리로 내보내는 부모들, 자신의 아이들도 바퀴달린 신발을 타고 다니면서도 아무런 생각없이 골목길에서 속도를 내는 어른들의 문제일 것이다. /문병훈·성남남부경찰서 동부지구대

軍부대, 환경보전에 더욱 앞장서야

수도권 2천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안에 군용 저유탱크와 오수 배출 군사시설이 1천431개나 있다는 사실이 국방부 국감자료에서 드러났다. 수조원의 예산과 세금을 들여 팔당 상수원 수질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시설이 환경당국의 규제와 감시에서‘치외법권 지대’이었다면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광주시 소재 군사학교를 비롯, 양평·가평군, 남양주·이천·용인시 등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지역 안에 있는 71개 부대 1천431개의 부대막사, 식당 등에서 하루 5천여t의 오수를 한강에 배출하고 있다니 환경 당국은 무엇을 했는 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그동안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국감 자료를 통해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가운데 저장능력 130만ℓ에 이르는 20기의 저유탱크는 만일 사고가 나면 팔당 상수원을 치명적으로 오염시킨다. 특히 저유탱크는 정부가 팔당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1999년 특별법을 제정해 특별대책 지역의 신규 입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최근까지 총 저장능력 8만t의 저유탱크 4기를 새로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양평군에 자리잡은 한 방공여단 부대와 광주시의 특수교육단도 수질기준(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 20ppm)을 7.8배나 초과하는 오수를 버리다 적발됐었다. 여주군·양평군 등 육군 부대도 각각 수질기준 초과로 단속됐지만 문제는 사후 조치가 불분명한 점이다. 더구나 지난해 오염배출 지도 단속권이 한강환경감시대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간 이후에는 적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보고돼 단속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사 시설은 국방과 지역방어라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군 시설이라고 하여 국가의 환경정책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자체나 환경 당국의 규제나 감시가 있기 전 자체 정화에 더욱 노력해야 소임을 완수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면 회생불능의 상수원 오염원이 될 우려가 있는 저유탱크는 미리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환경대책에서는 군사시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문보고 알았다”

국무위원이 소관 부처와 관련되는 일을 ‘신문 보고 알았다’고 한다면 국정이 제대로 되어간다고 보기 어렵다.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판교신도시 학원단지 조성 계획을 두고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이같이 말한 사실은 매우 놀랍다. 공교육을 해치는 대규모 학원단지만이 아니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특수학교까지 집중화하려 한 건교부 계획에 이미 반대를 피력한 바가 있는 입장에서 윤 장관 역시 건교부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물론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틀을 크게 보아 이토록 국무위원들 간에 손발이 맞지 않은 건교부 발표가 있어서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두 부처의 실무진들과는 논의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윤 장관이 거짓말을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어떻든 국무위원 수준의 타결은 있지 않았던 게 사실로 보인다. 정부 부처간의 이같은 혼선은 비단 이번에 그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 준다. 얼마전에는 예산부처와 협의가 없는 보건복지부의 저소득층대책이 발표됐다가 공전되는 등 국정의 혼선 폐해가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 있다. 현대적 국정 추세는 어느 부처든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해가 갈수록이 유관부처가 많아지는 것은 국정 수요가 그만큼 다양 다변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간에도 이토록 협의사항이 중첩된 마당에 가끔 청와대 비서진에서 재를 뿌려 국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곤 하는 것도 유감이다. 국정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내각에 있다. 대통령에 대해 보좌 기능만을 갖는 수석비서관들이 내각 소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면 궤도 일탈이다.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청와대 비서진이 각료가 집행하는 국정에 직접 간여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돼 있지 않다. 이같은 원인이 국무회의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 기인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는 헌법 기구다.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등 결정은 국무회의의 심의사항이 지 추인사항은 아니다. 이런데도 국무회의가 안건을 심의답게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전 정권에선 한동안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말을 받아쓰기에 바쁜 ‘필기장관’ 일색의 국무회의 분위기였다.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정책심의가 이행되는 활성화가 이루어 져야 ‘신문 보고 알았다’는 국무위원이 나오지 않는다.

서울말. 평양말

북의 교과서를 번역해 읽어야 할 정도로 남북간 언어가 갈수록 소통이 어려워 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남북어문교류위원회 조사) 자세한 내용은 얼마전 이 난에 보도된 바가 있다. 북측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돌아 보고는 ‘길거리에 웬 외래어 간판이 그리 많느냐’고들 흔히 핀잔 투로 말한다. 그들 말로는 주체 의식이 없다는 뜻이다. 외래어 간판이 많은 게 반성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세평방 정리’, 소프라노를 ‘녀(여)성고음’이니 하는 평양 말은 세계 공통어에서 이탈되어 문제점이 없지않다. 폐쇄사회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에 외래어를 없앤다 하여 축구 경기에서 프리킥을 ‘자유축’ 또는 ‘놓고차기’, 코너킥을 ‘구석차기’로 한동안 부르다가 아무래도 국제 공용어의 정서에 맞지않아 철폐한 적이 있다. 특히 북한의 정치 용어에는 함정이 많다. 가령 민족의 ‘자조공조’란 말은 미군 철수를 전제한 저들 방식의 고려연방제를 의미하는 정치 숙어로, 남쪽의 순수한 비정치적 민족 공조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이밖에도 많은 어휘의 이질화 가운데 또 하나 예를 들수 있는 것으로 ‘통신’을 들 수 있다. 우리측은 전화와 우편을 통신으로 보는 데 비해 북측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방송까지 포함하여 통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만일 앞으로 남북통신회담을 갖는다면 이런 어휘의 혼란부터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다. 말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다. 산하, 기후, 풍습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측 말도 순수한 제주도 말은 알아 듣기가 어렵다. 사투리는 남북 간에 다 있기 마련이다. 사투리는 그 지방 특유의 토속이 담겨 어문학적 보존 가치가 또 있다. 하지만 남북의 언어 이질이 단순히 사투리 때문만이 아닌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저들의 말엔 조어가 허다하다. 북측은 평양 말을 표준어로 하고 있는데도 남측 표준어인 서울 말과 이질화된 평양 말이 분단 전보다 참으로 많다. /임양은 주필

기고/환위험 관리로 기업경영 안정성 높이자

최근 금융시장에서 원화환율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원화는 금년 4월 4일 1천258원을 기록한 이후 강세를 보여 최근에는 1천170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원화강세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5월 이후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선 점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일본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일부 작용하였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국내경기의 회복징후가 아직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 일본 경제의 회복세, 미국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의 환율조작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선 점 등으로 원화강세가 금년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계의 부채부담 등에 따른 내수부문의 급속한 위축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는 수출마저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외환당국은 원화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있으나 미국이 무역적자 누증 등으로 원화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어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미국과 미 달러화에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중국 및 홍콩 수출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아 환위험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원화강세 하에서 기업들이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수출시장 다변화, 기술개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지속적인 구조조정 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단기간에 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영업여건 변화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 환위험 관리체제 구축 및 헤지거래 등으로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금년 6월 무역협회가 수출기업 20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화환율이 1천170원을 밑돌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어 채산성 적자에 직면하는 기업이 약 3분의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위험을 관리하지 않는 업체가 69.2%에 달하였고 그나마 관리하는 업체도 수출·입대금의 결제시기를 조정하는 초보적인 내부기법만을 이용하는 기업이 41.1%로 상당부분을 차지하였으며 환위험 헤지비율도 40% 이하인 업체가 61%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환위험 관리수준이극히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위험의 소홀한 관리는 당해기업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환위험에 노출된 수출·입기업 등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환위험 관리수단으로는 리딩, 래깅, 매칭 등 내부기법 외에 금융기관 등을 통한 선물환, 통화선물, 통화옵션, 환변동보험 등의 외부기법이 있다. 환위험 관리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거래 금융기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주요 선진국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환위험 노출정도, 위험회피기간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운용하고 있다. 1인당 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고 경제체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시적 환위험 관리체제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윤승일.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아기 울음 번역기

아기 돌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부모를 위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려 주는 ‘아기 울음 번역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기계는 전자공학자인 패드로 모내가스가 개발한 것으로 내장된 마이크로칩이 아기 울음의 음량, 강도, 음파, 간격, 패턴을 분석하고,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원인을 배고픔, 졸림,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의 다섯 가지 감정으로 알려준다. 아기의 체중에 따른 기계와의 거리가 잘못되었거나 주변에 소음이 있는 경우에는 측정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험결과,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하여 언뜻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어서 일반 가정의 경우 여러 소음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수년간 1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울음 유형을 분석해 만들었다는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기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야 하고, 체중을 정확히 알아 기계와 아기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맞추며 주변의 소음이 없어야만 한다. 이 기계에 의해 원인이 분석되어 배고픔이나 졸림으로 나타났을 때는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쉽다. 그러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이 나타나면 무엇에 의한 것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기 울음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기계를 사용하는 부모가 과연 아기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아기의 울음은 매우 중요한 의사 소통 수단이다. 아기는 자기의 의사 표현에 대해 주위의 양육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세상 사람이나 사물들이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가늠하게 되며, 이에 의해 자신감, 안정감,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기계에 의존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아보려 하기보다, 사랑의 마음으로 스스로 아기 울음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부모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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