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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이민해서 성공한 사람이 적지는 않다. 언어와 풍속이 다른 외국에서 자립하기까지의 천신만고는 실제로 겪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피눈물 나는 역경의 연속일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한국은 희망이 없다’는 사람들이 조국을 떠나고 또 이민을 꿈 꾼다. 미지의 세계에서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만류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이민은 한국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냉혹한 사실이다. 받아 들이는 나라의 선택인 것이다. 최근 홈 쇼핑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나다 이민상품만 해도 그렇다. 신청자와 상담 대기자들이 모두 캐나다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민상품은 무형상품으로 그 나라에서 만드는 것이다. 4천명 가까이 신청했지만 캐나다 요구에 맞는 적격자는 10% 미만이라고 한다. 특히 캐나다는 ‘몸만 오는 이민’ 대신 ‘돈을 싸들고 오는 이민’을 주로 반긴다. 이민 자격도 까다롭다. 기술자격증을 요구하는 독립이민과 2억7천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기업투자이민 등을 요구한다. 캐나다로 이민 간 사람들의 유망 직종이 막일을 하는 기능공과 수리공이라는 게 현지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민은 물론 방문까지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은 철저한 준비와 한국에서보다 더한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한다. 일자리를 미리 얻어 놓고 떠나는 이민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재력이 별로 없는데 한국의 교육·직장이 너무 힘들다며 떠나는 이민은 대부분 고난을 겪는다. 돈을 많이 가지고 가면 얼마동안은 편히 살 수 있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다. 국민이 국내 거주가 싫다고 이민을 떠나려고 하는 것에 국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한 장미꽃만 보이고 막상 들어가보면 온통 가시에 찔리는 게 이민의 길이다. 희망적인 환상일 수도 있다. 최근 현지정착에 실패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逆) 이주자가 증가하는 것은 이민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1년 국내로 돌아온 국민은 3천705명, 지난해에는 4천257명으로 14.9%나 증가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뿌리 내리기에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철저한 준비와 각오가 없는 ‘한국 탈출’은 무모한 도전이다.
올 추석 연휴는 큰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추석 전날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든 전농련 회장 이경해씨의 할복자살 비보, 추석 이튿날 들이닥친 14호 태풍 ‘매미’의 강타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실로 감당키 힘든 시련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100여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 등 많은 인명피해와 아직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비록 1959년의 ‘사라’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태풍이라 하지만 예고된 태풍에 이토록 큰 피해를 낸 것은 정부 당국의 방비태세를 의심케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탓하기 보다는 이재민 구휼과 재해복구가 더 시급하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남해안과 영동 일부지역 이재민들은 벌써 며칠 째 허탈속에 폐허화된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데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 재기의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기민한 정책지원과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 당국은 행정절차의 번잡을 생략한 예비비 지원으로 적기에 도움을 줄 만반의 이재민 대책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의 추진은 책상머리가 아닌 철저한 현장 위주가 되어야 한다. 태풍의 고통을 이재민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회적 온정 또한 절실하다. 현지 자원봉사로 아픔을 덜어주고 십시일반의 성금을 모으는 것도 전래의 미풍양속이다. 경기도 등 지역사회의 각급 자치단체가 재해지역을 찾아 위문하는 것 역시 능히 고려할만 하다. 이경해씨의 자살 소식은 참으로 큰 충격이다. 한 농민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린 이역 땅에서 죽음으로 농업개방에 항거했다. 이는 정부와 우리 국민, 나아가 모든 농산물 수입국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쌀 개방은 국내 주곡 농업을 붕괴시켜 농업인구의 대량 실직 사태를 낳는다. 소비자들이 여느 땐 더 싼 수입쌀을 먹을 지라도 국제사회가 충돌하는 등 비상시엔 쌀 기근에 허덕인다. 쌀 생산은 식량안보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농산물 개방을 거부하면 공산품 수출이 타격을 입어 이번엔 제조업의 실업을 가져온다. 공산품 부문은 선진국, 농산품 부문은 개도국 입장에 있는 정부의 고충이 이래서 더 크다. 쌀 개방문제는 역대 정부가 농업구조 개조를 미루어 현 정부의 부담이 더욱 높다. 그러나 어떻게든 쌀 개방만은 예외로 하여 더 유예시켜야 한다. 전례 드문 흉년에 남부지역은 태풍으로 엎친데 덮친 형상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인들 마음은 멍들어 있다. 쌀 개방으로 흥분을 폭발시켜서는 안된다.
정부의 경기도와 인천시 경시는 의도적이라는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수도권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팽배해지는 역차별이 그렇거니와 국고보조금 및 예산의 대폭 삭감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작성한 ‘2004년 예산안 편성방향 및 기금운용계획 조성안’에 3대국책항만사업으로 선정돼 추진중인에도 평택항을 제외하고 부산신항 및 광양항을 동북아중추항만으로 집중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황당하다. 더구나 경기도가 신청한 내년도 국고보조금을 심의하면서 평택항개발사업비를 735억원으로 조정, 당초 신청액수 1천45억원보다 무려 310억원을 삭감한 것은 우선 깎아놓고 보자는 식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이같은 액수는 사업기간이 마무리되는 오는 2011년까지 연평균 투자액 1천900여억원이 소요되는 현실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태라면 평택항 개발 사업은 국책사업인데도 사업비 부족으로 지연될 게 뻔하다. 인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송도 신도시 진입도로와 인천도시철도1호선 송도연장사업 등과 관련한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돼 ‘인천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말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송도와 영종도, 청라지구를 잇는 경제자유구역의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857억원의 국고 보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대부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및 공항 관광객의 교통불편 해소와 용유·무의지역 개발 촉진을 위해 추진중인 영종 북측 ~ 남측 유수지간 도로개설 사업비 120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인천시의 사업이 대부분 2007년 완공 예정이지만 사업비 삭감으로 인해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도와 인천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예산 삭감을 보면 참여정부가 주창하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도약과는 전혀 동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예산을 이렇게 대폭 깎고 국비도 최하 수준으로 투자한다면 평택항 개발과 송도경제자유구역 사업은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평택항, 송도 신도시 뿐만이 아니다. 예산 삭감을 일삼는 정부에 대한 경기도와 인천시의 대책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판교 신도시를 ‘부자특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건교부의 새로운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 아파트 값 폭등세를 꺾는 대타로 삼고자 하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 첨단의 벤처단지 조성이 주 목적이었다. 이것이 야금 야금 아파트 중심으로 변질되더니, 대형 평수 아파트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는 등 ‘부자특구’로 만들면서,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두어 강남의 유명 사설학원까지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의 유명학원을 유치하려면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갖가지 우대 정책이 불가피하다. 이는 실로 국가 공교육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으로 쥐를 잡으려다가 독을 깨는거나 다름이 없다. 또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 흡수와 강남 아파트의 주된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 강화책으로 강남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도 당치않다. 판교 신도시에만 특목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와 외국인학교를 집중적으로 설립하는 것은 사회정서의 형평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수학교 설립을 인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무시한 특정지역에 대한 특수학교의 무더기 설립은 명백한 선민의식을 키워 위화감을 크게 조성한다. 건교부 말대로 하면 판교 신도시는 부호들만 사는 아주 특별한 도시로, 마치 천국처럼 호화로운 별난 교육환경을 누리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반적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이방지대의 별천지를 만드는 게 결코 합당하다고는 믿지 않은다. 참으로 딱한 것은 건교부의 단견이다. 판교 신도시를 강남의 대체지역으로 만든다고 해서 강남 선호 경향이 크게 누그러 진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강남 열기가 다소 진정된다 해도 강남보다 더한 판교 열기가 일어나 강남 못지않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 두 부처가 서두르는 땜질 처방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제도 전반을 공교육 중심으로 개혁하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길이 먼 것같지만 가장 가까운 길이다. 어떻든 정부가 나서서 사설학원들을 큰돈 벌게 해주겠다는 정책은 정책이랄 수 없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의 목적대로 조성돼야 한다. 신도시를 양산하다 못해 이젠 별 희한한 신도시를 내놓는 건교부 계획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올 추석 연휴는 유별나게 길다. 10일, 11일(추석), 12일의 법정공휴일에 이은 13일이 토요일이다. 연휴와 일요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반공일(토요일)을 관공서가 아닌 일반 업체는 아예 휴일로 한 곳이 대부분이다. 출근을 해도 오전 한 나절의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휴일 선심을 쓴 것일 게다. 이렇다 보니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되어 휴가기간과 거의 맞먹는 셈이 된다. 2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던 게 어느 매스컴에서는 ‘3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아무튼 굉장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외국인들 눈에는 더러 이러한 명절 이동이 잘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 “뭐 하려 그토록 애를 써가며 시골을 가느냐?”는 것이다. 뿌리가 별로 없는 이민족들 눈엔 그렇게 보일 지 모르겠다. 그렇다. 명절의 대이동, 이는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느 땐 객지에 나와 먹고 살기가 바쁘다 보니 내가 누군가를 잊다가도 때가 되면 이렇게 고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공동체사회를 지탱케 해주는 구심점인 것이다. 1년에 설과 추석의 두 명절은 그래서 우리사회의 공동선을 형성해준다. 고향 찾아가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답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생활교육인 것이다. 꼭 먼 시골 고향을 찾는 것만이 명절 귀성은 아니다. 가까운 도시에서 조상의 차례(茶禮)를 지내려 후손들이 큰댁을 찾는 것도 뿌리를 찾아가는 귀성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명절 귀성은 참으로 지혜로운 전래의 뿌리문화다. 올 여름엔 비가 워낙 잦아 농사가 잘 안됐다고는 하나 가을 들녘은 역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교통체증으로 귀성길이 고생스럽긴 하지만 고생을 재미로 알면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좋은 귀성길,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빈다./임양은 주필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로 시작되는 ‘동심초’는 나에겐 추억이 깃든 곡이다. 대학때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의 영향으로 가곡을 좋아하게 된 나는 술 한잔 마시고 취기가 돌면 으레 ‘동심초’를 흥얼거렸다. 지난 8월 30, 31 양일간 예총 수원지부 (회장 김훈동)가 주최로 ‘해피 수원(Happy Suwon) 페스티벌’이 만석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두달 전부터 지역의 예술인들이 성심껏 준비했던 해피 수원 페스티벌은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행사였다. 때문에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그 날의 기후가 매우 중요하였다. 그러나 첫째날인 8월 30일, 아침에 맑았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오후 1시가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가 연일 계속된터라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 갔다. 공연시간이 다가오며, 행사를 강행할 것인가에 대한 스텝들의 고민이 무게를 더하였다. 일정을 연기하게 되면 출연진들의 스케줄과 시스템 임대 등으로 경제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공연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행사의 빠듯한 예산을 감안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었다. 공연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스텝회의는 시작되었고, 1시간 이상의 난상토론 끝에 공연을 강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인즉슨 예산손실도 손실이지만 공연일정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수원예총의 의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식적인 의전 행사만은 다음날로 연기하고, 문의해온 내빈에게 연락을 하였다. 뜻밖에 한국예총 이성림 회장은 관객이 한명만 있어도 참석하여 행사를 축하해 주고 싶다고 했다. 교향악단 연주를 위하여 무대 위에 천막을 치고 관객을 위한 우의를 준비하였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관람객들은 주위를 서성거렸고, 출연자들은 악기를 조율하였다. 무대 위에 고인 물을 닦고 있을 무렵, 이성림 회장이 도착하였고 예정된 시간이 10분 지나 공연은 시작되었다. 조명에 색깔을 입어 반짝이는 빗줄기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타는 듯 하였다. 우의를 입은 사람, 우산을 든 사람, 서 있는 사람, 젖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등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 보다도 관람객들은 한결같이 진지하였다. 솔리스트가 동심초를 부를 때는 옆에 앉은 관객의 숨소리마저 고요하였다. 오로지 빗줄기 소리와 음악뿐이었다. 비 오는 날의 동심초는 빗소리마저 애달프게 만들어 내가 대학시절 만났던 동심초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무엇인가 그 이상의 깊이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매혹적인 곡조 때문인지, 아니면 빗줄기 때문인지 관객 또한 동심초의 선율에 모두 몰입하였다. 언제 이렇게 한곡의 노래가사와 곡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매료시킬 수 있단 말인가. 아마 그 자리에 모인 400여명의 관람객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예정대로 공연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하였다. 그리고 예술을 생각하였다. 비록 많은 관객이 동참하여 화려한 공연을 펼치지는 못하였지만, 이렇듯 진한 감동으로 각자의 닫혀진 마음을 여는 공연이 몇 차례나 될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을 지닌 예술의 가치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모두가 친구였다. 비오는 날밤 들었던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가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돈다. /이석기.수원예총 기획단장
이번 여름 휴가철에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었다. 물론 공자의 유교관에 기하여 유씨성을 가진 유비를 삼국지 주인공으로 삼아 기술하였다. 그러나 글쓴이는 유비는 돗자리나 짜다가 결정적인 때만 눈물만 질질 흘려서 성공한 인생으로 낯가죽이 두터운 후혹학의 대가로 본다. 결국 유비는 아무런 직업없이 백수건달로 생활하다가 한나라의 혼란기를 틈타서 백수들을 끌어 모아 촉나라를 건설한 자로서 백수건달들이 우러러 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외상 술이나 퍼먹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는 동네 상건달이다. 오늘날 세태에선 유방은 소탕대상인 폭력배로서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할 자이다. 이런 유방도 국가혼란기에 부랑패를 모아서 한무리를 이루어 항우와의 싸움에서 정도가 아닌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한나라를 개국한 것이다. 백수건달들의 성공담은 젊은 백수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권력을 거머쥐기 위하여 오로지 정치! 정치! 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자가 줄을 이루고 있다. 공산당의 흑백선거가 아닌 모든 선거에 돈이 드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조직이 한발짝도 움직이질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돈이 없으면 홍보를 할 수 없다. 20대, 30대의 정치입문생이 무슨 돈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스의 검은 돈에 묻혀 선거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돈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정치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우선 수신제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백수건달이여! 국가에 진정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정치판만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우선 재력부터 축적한 다음 정치에 뛰어 들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돈의 유혹에서 어떻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최근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은행 무장강도 사건들이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침체된 경기와 불행을 자초한 카드빚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탄 무모한 강력범죄로 금융권 및 현금취급업소의 제2, 제3의 피해예방을 위한 완벽한 자위방범 체제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날로 기동화·광역화·지능화하는 범죄의 추세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불행에 대비하기 위한 민·경의 협력치안과 자발적 신고자세를 차제에 다시 한번 환기시킬 필요는 있을 듯 싶다.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방범요령으로 먼저 장기 출타시 빈집임을 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길어진 추석연휴 동안 집을 비울 때는 신문, 우유 등 정기 배달물품이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배달을 중지시키며 연휴 대목인 슈퍼, 주유소 등 현금취급업소에서도 출타·폐점시는 반드시 비상벨 작동상태를 확인하고 24시간 영업점의 경우 늦은 시간 출입자에 대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은행주변에서의 날치기와 외국인에 의한 현금 절도사건도 한몫을 하는데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서 주위를 산만케 한 후 현금을 절취하여 도주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니 순간의 방심으로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다./서동훈·가평경찰서
구한말(조선조) 마지막 황태자(세자) 이은(李垠) 전하의 부인인 이방자(李方子) 태자비(세자빈)께서 살아 계셨을적 일이니까 오래되긴 했다. 그 무렵 서울 프레스센터에 있는 중앙 일간지 기자였던 지지대子는 낙선제로 이방자 여사를 찾아뵙게 됐다. 가수 조용필, 조영남씨 등과 함께 가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수는 그 때도 모두 쟁쟁한 가요계의 거물이었다. 이여사는 특히 조용필씨가 부른 ‘한 오백년’을 좋아한다고 했다. 말씀은 어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했지만 왕세자빈의 비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국인임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셨다. 자연히 조용필씨와 나누는 이야기가 많자, 동석했던 조영남씨가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게 심상치 않아 뒤따라 나갔다. 가까스로 설득하여 다시 합석은 했다. 가평서 가진 제14회 경기도지사기 생활체육대회 개회식 식후 공개행사에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는 조영남씨 기사를 보면서 그간 잊었던 옛날 일이 생각나 앞서 몇줄 적었다. 조영남씨는 “(손학규지사는)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할 분”이라면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에 상당한 막간의 시간을 무대에서 할애했던 것 같다. 이젠 경기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맞는 말이긴 하다. 또 두 사람의 전공은 달라도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조영남씨가 손지사의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하여 허물이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는 초청가수로 그 무대에 섰다. 장소는 생활체육대회다. 노래를 부르다가 난데없는 대통령설이 왜 나왔는지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대에 선 가수는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도 굳이 왜 그런 시나리오가 연출됐는가에 대해 객관적 설득력이 빈곤하다. 약속된 자리에 동석했다가도 이탈하는 엉뚱한 데가 없지 않은 조영남씨이긴 하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했다. 막상 본인의 당자가 있는데서 벌인 그같은 쇼가 과연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