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특구’ 판교 신도시, 절대로 안된다

판교 신도시를 ‘부자특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건교부의 새로운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 아파트 값 폭등세를 꺾는 대타로 삼고자 하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됐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 첨단의 벤처단지 조성이 주 목적이었다. 이것이 야금 야금 아파트 중심으로 변질되더니, 대형 평수 아파트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는 등 ‘부자특구’로 만들면서,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두어 강남의 유명 사설학원까지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의 유명학원을 유치하려면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갖가지 우대 정책이 불가피하다. 이는 실로 국가 공교육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것으로 쥐를 잡으려다가 독을 깨는거나 다름이 없다. 또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 흡수와 강남 아파트의 주된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 강화책으로 강남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도 당치않다. 판교 신도시에만 특목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와 외국인학교를 집중적으로 설립하는 것은 사회정서의 형평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수학교 설립을 인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무시한 특정지역에 대한 특수학교의 무더기 설립은 명백한 선민의식을 키워 위화감을 크게 조성한다. 건교부 말대로 하면 판교 신도시는 부호들만 사는 아주 특별한 도시로, 마치 천국처럼 호화로운 별난 교육환경을 누리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반적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이방지대의 별천지를 만드는 게 결코 합당하다고는 믿지 않은다. 참으로 딱한 것은 건교부의 단견이다. 판교 신도시를 강남의 대체지역으로 만든다고 해서 강남 선호 경향이 크게 누그러 진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강남 열기가 다소 진정된다 해도 강남보다 더한 판교 열기가 일어나 강남 못지않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 두 부처가 서두르는 땜질 처방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제도 전반을 공교육 중심으로 개혁하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길이 먼 것같지만 가장 가까운 길이다. 어떻든 정부가 나서서 사설학원들을 큰돈 벌게 해주겠다는 정책은 정책이랄 수 없다. 판교 신도시는 원래의 목적대로 조성돼야 한다. 신도시를 양산하다 못해 이젠 별 희한한 신도시를 내놓는 건교부 계획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경기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추석 귀성

올 추석 연휴는 유별나게 길다. 10일, 11일(추석), 12일의 법정공휴일에 이은 13일이 토요일이다. 연휴와 일요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반공일(토요일)을 관공서가 아닌 일반 업체는 아예 휴일로 한 곳이 대부분이다. 출근을 해도 오전 한 나절의 일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휴일 선심을 쓴 것일 게다. 이렇다 보니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되어 휴가기간과 거의 맞먹는 셈이 된다. 2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던 게 어느 매스컴에서는 ‘3천만명의 이동’이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아무튼 굉장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외국인들 눈에는 더러 이러한 명절 이동이 잘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 “뭐 하려 그토록 애를 써가며 시골을 가느냐?”는 것이다. 뿌리가 별로 없는 이민족들 눈엔 그렇게 보일 지 모르겠다. 그렇다. 명절의 대이동, 이는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느 땐 객지에 나와 먹고 살기가 바쁘다 보니 내가 누군가를 잊다가도 때가 되면 이렇게 고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공동체사회를 지탱케 해주는 구심점인 것이다. 1년에 설과 추석의 두 명절은 그래서 우리사회의 공동선을 형성해준다. 고향 찾아가는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답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생활교육인 것이다. 꼭 먼 시골 고향을 찾는 것만이 명절 귀성은 아니다. 가까운 도시에서 조상의 차례(茶禮)를 지내려 후손들이 큰댁을 찾는 것도 뿌리를 찾아가는 귀성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명절 귀성은 참으로 지혜로운 전래의 뿌리문화다. 올 여름엔 비가 워낙 잦아 농사가 잘 안됐다고는 하나 가을 들녘은 역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교통체증으로 귀성길이 고생스럽긴 하지만 고생을 재미로 알면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좋은 귀성길,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빈다./임양은 주필

기고/해피 수원 페스티벌- 비 오는 날의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로 시작되는 ‘동심초’는 나에겐 추억이 깃든 곡이다. 대학때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의 영향으로 가곡을 좋아하게 된 나는 술 한잔 마시고 취기가 돌면 으레 ‘동심초’를 흥얼거렸다. 지난 8월 30, 31 양일간 예총 수원지부 (회장 김훈동)가 주최로 ‘해피 수원(Happy Suwon) 페스티벌’이 만석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두달 전부터 지역의 예술인들이 성심껏 준비했던 해피 수원 페스티벌은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행사였다. 때문에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그 날의 기후가 매우 중요하였다. 그러나 첫째날인 8월 30일, 아침에 맑았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오후 1시가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가 연일 계속된터라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 갔다. 공연시간이 다가오며, 행사를 강행할 것인가에 대한 스텝들의 고민이 무게를 더하였다. 일정을 연기하게 되면 출연진들의 스케줄과 시스템 임대 등으로 경제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공연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행사의 빠듯한 예산을 감안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었다. 공연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스텝회의는 시작되었고, 1시간 이상의 난상토론 끝에 공연을 강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인즉슨 예산손실도 손실이지만 공연일정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수원예총의 의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식적인 의전 행사만은 다음날로 연기하고, 문의해온 내빈에게 연락을 하였다. 뜻밖에 한국예총 이성림 회장은 관객이 한명만 있어도 참석하여 행사를 축하해 주고 싶다고 했다. 교향악단 연주를 위하여 무대 위에 천막을 치고 관객을 위한 우의를 준비하였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관람객들은 주위를 서성거렸고, 출연자들은 악기를 조율하였다. 무대 위에 고인 물을 닦고 있을 무렵, 이성림 회장이 도착하였고 예정된 시간이 10분 지나 공연은 시작되었다. 조명에 색깔을 입어 반짝이는 빗줄기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타는 듯 하였다. 우의를 입은 사람, 우산을 든 사람, 서 있는 사람, 젖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등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 보다도 관람객들은 한결같이 진지하였다. 솔리스트가 동심초를 부를 때는 옆에 앉은 관객의 숨소리마저 고요하였다. 오로지 빗줄기 소리와 음악뿐이었다. 비 오는 날의 동심초는 빗소리마저 애달프게 만들어 내가 대학시절 만났던 동심초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무엇인가 그 이상의 깊이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매혹적인 곡조 때문인지, 아니면 빗줄기 때문인지 관객 또한 동심초의 선율에 모두 몰입하였다. 언제 이렇게 한곡의 노래가사와 곡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매료시킬 수 있단 말인가. 아마 그 자리에 모인 400여명의 관람객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예정대로 공연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하였다. 그리고 예술을 생각하였다. 비록 많은 관객이 동참하여 화려한 공연을 펼치지는 못하였지만, 이렇듯 진한 감동으로 각자의 닫혀진 마음을 여는 공연이 몇 차례나 될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을 지닌 예술의 가치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모두가 친구였다. 비오는 날밤 들었던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가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돈다. /이석기.수원예총 기획단장

천자춘추/백수건달들의 정치입문

이번 여름 휴가철에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었다. 물론 공자의 유교관에 기하여 유씨성을 가진 유비를 삼국지 주인공으로 삼아 기술하였다. 그러나 글쓴이는 유비는 돗자리나 짜다가 결정적인 때만 눈물만 질질 흘려서 성공한 인생으로 낯가죽이 두터운 후혹학의 대가로 본다. 결국 유비는 아무런 직업없이 백수건달로 생활하다가 한나라의 혼란기를 틈타서 백수들을 끌어 모아 촉나라를 건설한 자로서 백수건달들이 우러러 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외상 술이나 퍼먹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는 동네 상건달이다. 오늘날 세태에선 유방은 소탕대상인 폭력배로서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할 자이다. 이런 유방도 국가혼란기에 부랑패를 모아서 한무리를 이루어 항우와의 싸움에서 정도가 아닌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한나라를 개국한 것이다. 백수건달들의 성공담은 젊은 백수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권력을 거머쥐기 위하여 오로지 정치! 정치! 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자가 줄을 이루고 있다. 공산당의 흑백선거가 아닌 모든 선거에 돈이 드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조직이 한발짝도 움직이질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돈이 없으면 홍보를 할 수 없다. 20대, 30대의 정치입문생이 무슨 돈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스의 검은 돈에 묻혀 선거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돈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정치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우선 수신제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백수건달이여! 국가에 진정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정치판만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우선 재력부터 축적한 다음 정치에 뛰어 들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돈의 유혹에서 어떻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독자투고/추석연휴 범죄예방 각별한 신경을

최근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은행 무장강도 사건들이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침체된 경기와 불행을 자초한 카드빚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탄 무모한 강력범죄로 금융권 및 현금취급업소의 제2, 제3의 피해예방을 위한 완벽한 자위방범 체제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날로 기동화·광역화·지능화하는 범죄의 추세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불행에 대비하기 위한 민·경의 협력치안과 자발적 신고자세를 차제에 다시 한번 환기시킬 필요는 있을 듯 싶다.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방범요령으로 먼저 장기 출타시 빈집임을 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길어진 추석연휴 동안 집을 비울 때는 신문, 우유 등 정기 배달물품이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배달을 중지시키며 연휴 대목인 슈퍼, 주유소 등 현금취급업소에서도 출타·폐점시는 반드시 비상벨 작동상태를 확인하고 24시간 영업점의 경우 늦은 시간 출입자에 대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은행주변에서의 날치기와 외국인에 의한 현금 절도사건도 한몫을 하는데 헌 돈을 새 돈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서 주위를 산만케 한 후 현금을 절취하여 도주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니 순간의 방심으로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다./서동훈·가평경찰서

조영남 쇼 '차기 대통령설'

구한말(조선조) 마지막 황태자(세자) 이은(李垠) 전하의 부인인 이방자(李方子) 태자비(세자빈)께서 살아 계셨을적 일이니까 오래되긴 했다. 그 무렵 서울 프레스센터에 있는 중앙 일간지 기자였던 지지대子는 낙선제로 이방자 여사를 찾아뵙게 됐다. 가수 조용필, 조영남씨 등과 함께 가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수는 그 때도 모두 쟁쟁한 가요계의 거물이었다. 이여사는 특히 조용필씨가 부른 ‘한 오백년’을 좋아한다고 했다. 말씀은 어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했지만 왕세자빈의 비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국인임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셨다. 자연히 조용필씨와 나누는 이야기가 많자, 동석했던 조영남씨가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게 심상치 않아 뒤따라 나갔다. 가까스로 설득하여 다시 합석은 했다. 가평서 가진 제14회 경기도지사기 생활체육대회 개회식 식후 공개행사에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는 조영남씨 기사를 보면서 그간 잊었던 옛날 일이 생각나 앞서 몇줄 적었다. 조영남씨는 “(손학규지사는)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할 분”이라면서 ‘손학규 차기 대통령설’에 상당한 막간의 시간을 무대에서 할애했던 것 같다. 이젠 경기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맞는 말이긴 하다. 또 두 사람의 전공은 달라도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조영남씨가 손지사의 차기 대통령설을 폈다하여 허물이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는 초청가수로 그 무대에 섰다. 장소는 생활체육대회다. 노래를 부르다가 난데없는 대통령설이 왜 나왔는지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대에 선 가수는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도 굳이 왜 그런 시나리오가 연출됐는가에 대해 객관적 설득력이 빈곤하다. 약속된 자리에 동석했다가도 이탈하는 엉뚱한 데가 없지 않은 조영남씨이긴 하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했다. 막상 본인의 당자가 있는데서 벌인 그같은 쇼가 과연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임양은 주필

기고/우리의 전력사업, 선진국과는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사상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는 테러일까 아닐까. 미국 부시대통령은 테러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는 군사적 테러보다 더 가공할 만한 시장에 의한 테러다. 단지 시장을 통한 경쟁체제가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추진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5천만명에 달하는 미국과 캐나다 국민들과 25만명의 영국 런던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전력산업은 대규모 네트워크 장치산업으로 초기투자비가 많이 소요된다. 뿐만아니라 설비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원가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발전, 송배전 등 전체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집하여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커지는 ‘범위의 경제’ 효과가 매우 큰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전력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짐으로써 저장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전력산업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나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냉전 붕괴 이후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정책은 시장을 통한 효율성을 명분으로 전력산업에 대한 공공적 통제기반을 없애는 대신 사유화와 규제완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체제로 전력산업을 급속하게 재편했다. 미국도 1990년대 초반부터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완화를 추진 ,주정부 등 공공소유로 지역별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전력회사를 발전과 송배전회사로 분할하여 민간에 매각하는 사유화 작업을 벌여왔다. 또 송배전망을 개방해 민간 전력회사들간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2000년과 2001년 정전과 요금폭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캘리포니아 사태 때였다. 캘리포니아 사태는 결국 시장을 포기하고 과거와 같은 규제체제로 되돌아감으로써 일단락된 상태이지만 담합, 공급망 조작등 사태의 발단이 된 시장조작행위에 대한 조사와 법적 책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뉴욕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동북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사태 또한 일단규제완화로 인한 전력회사의 투자기피가 원인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제완화로 인한 투자기피뿐 아니라 공급량 조작행위 가능성도 있다. 충분한 공급능력이 있음에도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공급량을 줄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한 송배전망 기능을 급속도로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전력거래시스템의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만약 송배전망이 취약하다면 장기투자를 통해 보강하는 방안도 있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취약한 시스템에 대비하여 전체 전력공급의 안정도 향상을 위해 전력의 흐름을 통제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값이 싼 오하이오주의 대규모 수력발전량이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대도시로 흐르게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런던의 사태를 계기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지만, 우리나라 산업자원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구조개편이후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며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정당성을 홍보했던 산자부 관계자들은 다 어디갔나. 지난 수년간 전력노조는 구조개편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와 국회의원, 청와대, 시민단체 등 각계에 알려왔다. 그때 경고했던 사항들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산자부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교과서로 삼고 있는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이제라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허상을 걷어내고 국민적 고민을 통해 바람직한 전력산업 발전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김영배.전력노조 경기북부지부 노조위원장

천자춘추/아름다운 여신, 마고

한가위 보름달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다. 달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밤이면 가끔씩 하늘 뚫린 곳을 찾곤한다. 달을 향해 눈과 맘을 모으고 있으면, 달이 흡(吸)하고 호(呼)하는 것이 느껴진다. 옛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달을 보았다한다. 나는 보름달을 볼때마다 우리 겨레의 첫 신(神)인 ‘마고’를 떠올린다. 신라의 박제상이 썼다고 전해지는 부도지(符都誌)에는 마고신화가 기술되어 있다. - 마고는 아주 멀고 먼 옛날, 하늘의 음(音)으로부터 나왔다. 그 때는 불타는 해님만이 빛을 내 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마고는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눈부시게 반짝여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머리는 위로 틀어 올리고, 남은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고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성을 쌓고 그 속에서 살았다. 마고는 옛 세상이 몇번 종말을 맞이한 다음, 배우자 없이 홀로 궁희와 소희를 낳았다. 마고는 두 딸에게 오음칠조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다. 다 자란 궁희와 소희는 그들의 어머니같이 하늘의 정(精)을 받아, 결혼하지 아니하고 두 천녀와 두 천인을 낳았다. 합하여 네 천녀와 네 천인이었다. 궁희와 소희는 네 천녀에게는 여(呂), 네 천인에게는 율(律)을 맡아보게 하였다. - 아름다운 여신 마고와 그미의 두딸 궁희, 소희 !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받들었던 세 여신, 삼신 할미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우리의 수명을 관장하시며,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시는 분들이시다. 나는 한가위 보름달을 마주하며, 카오스로부터 코스모스를 내오신 아름다운 여신 마고를 만날 것이다. 큰 숨을 들이쉬고 소원을 빌면서….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독자투고/과속 운전 습관 바꾸자

며칠 있으면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으로 많은 사람들은 고속도로 및 국도를 이용하여 고향을 찾을 것이다. 고속도로 및 국도에는 사고위험이 높은 곳에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무인단속카메라를 피해 가기 위해 무인단속카메라 감지기를 차량에 설치하여 과속운행에 이용하고 있다. 언제 나타날지 몰라 불안해하는 운전자의 심리를 카메라 감지기를 이용해 500m 전방에서 음성안내로 듣고 카메라의 위치를 파악하여 운전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인단속 카메라의 효과를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가장 큰 목적은 과속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가 교통사고의 대부분인 만큼 부족한 경찰의 일손을 보충, 차량들의 과속을 억제해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것이다. 우리국민은 심리적으로 스스로 과속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무인단속카메라를 보기만 해도 불안해하는 것 같다. 자신이 과속하지 않고 정속 주행을 한다면 무인단속카메라를 발견하더라도 위축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과속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운전자가 규정속도를 잘 지켜 가면 경찰도 많은 예산을 들여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불의의 사고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김선동·인터넷독자

9월 9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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