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신중한 접근을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국군의 이라크 파병 규모가 예상했던 규모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파병 규모나 파견부대의 성격은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독자적으로 작전수행이 가능한 경보병 부대로서 폴란드에서 파견한 군대 규모라고 하니 약 2천~3천명의 병력을 요청한 것으로 생각되어 이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규모의 국군 파병은 베트남 전쟁 이래 최대의 국군 파병이다. 파병규모도 문제이지만 파병군의 성격과 비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는 현재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점령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자살테러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미군들의 희생이 전쟁 전보다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지대이다. 때문에 한국군이 어느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든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파병군에 대한 경비문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평화유지군(PKF)의 자격으로 파병하게 되면 명분도 있고 또한 비용도 유엔의 부담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성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부대 건설과 활동에 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군 1인당 월 약220여만원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러나 파병문제는 이런 몇가지 조건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또 있다. 미국과 곧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지난 4월 비전투원의 이라크 파병 때와는 규모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파병반대가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국민들이 파병에 대하여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와 국가이익을 고려해야 되지만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파병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추구해 가고 있는 일본 등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요구 받은 이라크 파병 내용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림과 동시에 격의 없는 공론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놀고 있는 소각장 광역화로 활용하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처리 용량을 크게 넘어선 소각장을 건립, 쓰레기 반입량이 적어 소각로들이 놀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인구 증가를 예상하고 크게 지었다는 지자체의 해명에 다소의 일리는 있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단 크게 짓고 보자’ 는 의도가 없었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래 분리수거가 정착되면서 쓰레기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경과야 어쨌든 막대한 예산을 들인 소각로가 잠자고 있다면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2001년 6월 산본동에 하루 200t 규모의 소각장을 지은 군포시는 하루 85t의 쓰레기가 발생해 한달에 보름은 소각로가 놀고 있다. 파주시도 512억원을 들여 지난 6월 탄현면에 소각장을 지었으나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처리용량 200t의 절반도 안되는 70여t에 불과해 완공된 지 두달이 지나도록 소각로 2기 가운데 1기가 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아직 소각장이 없는 지자체는 소각장 광역화 사업이 성사되지 않아 쓰레기 처리에 극심한 애로를 겪고 있다. 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 4개 시·군이 공동추진중인 광역소각장 사업이 2년째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게 한 예다. 양주군에 소각장을 짓고 나머지 3개 시·군이 90%의 비용을 내기로 했으나 분담금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천·하남·여주·광주·양평 등 경기 동부 5개 시·군도 최근 광역소각장 건립에는 합의했으나 50일동안 실시한 후보지 공모에 응모한 곳이 없어 재공모하는 등 난항을 겪는 중이다. 이 역시 소각장은 내 지역에 짓지 않겠다는 이기주의 탓이다. 그러나 기일이 걸리더라도 소각장은 광역화해야 한다. 인구증가에 따라 쓰레기도 늘 것이라는 예측하에 추진 중인 1시·군·구 1소각장 건립정책을 지양하고 소각장을 여러 지자체가 함께 건립, 사용하는 광역화로 전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소각장이 없어 쓰레기 처리에 고통 받는 지자체는 광역화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 놀고 있는 타지역 소각장들을 이용하면 예산 낭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건설된 소각장만으로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소각장 광역화에도 계속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한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지자체들의 대승적인 협의를 촉구한다.

이민 열풍

이민 상품이 불티 나듯이 팔린다고 한다. 이민 박람회는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국내를 떠나 살려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 가히 이민 열풍이다. 고향 떠난 타향 살이만도 서럽다는 데 하물며 모국을 떠난 타국 살이가 얼마나 서러울까. 하지만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너무 각박한 삶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싫다’고 한다. ‘직장에서 장년층 선배들을 보면 빨리 외국에 나가 살고싶다’고도 한다.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비용보다 이민이 더 싸게 먹힌다’고도 말한다. 이민을 가고싶어 하는 사람들의 말은 한마디로 국내에선 희망이 없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민은 장려할만 하다. 좁은 국토에서 보단 세계로 나가 사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1억이 넘는 이민 인구를 세계 도처에 갖고 있다. 우리 나라는 522만여명의 해외 동포가 140여국에서 살고 있다. (통일원 발행 ‘세계의 한민족총서’ 1996년판) 지금은 더 많은 해외동포가 살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희망이 없으므로 이민 나가 살고싶어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이처럼 절망의 땅에서 사는가 하는 마음도 든다. 1970년대 까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날 게 두려워 미국같은 곳으로 이민가는 풍조가 많았다. 그 때는 큰 부자들이나 갈수가 있었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어렵지 않게 이민을 갈 수가 있다. 이민 가는 게 어렵지 않은 건 좋지만 모국이 이처럼 절망의 땅으로 비치는 게 원통하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눈물겹도록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도 왜 제나라를 버리고 낯설고 물설은 타국 땅으로 그토록 나가 살고싶어 하는 지, 위정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백성들이 자기 나라에 정 붙이고 살 수 없게 만든 것은 위정자들이 지 백성들의 잘못은 아니다./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손지사를 보는 두갈래 시각

엊그제 도청의 한 공무원 상가(喪家)에서 손학규 지사를 만났다.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 그런지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경기도가 소외되면서 중앙부처와 국회,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쫓아다니며 ‘역차별’을 울부짖던 열기가 채 가시도 않은 상태에서 태풍 ‘매미’가 남부지역을 강타하자 새벽 3시부터 수해지원 준비에 나서 오전 10시부터 삽을 들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또 대권 출마설을 타고 있는 만큼 경쟁자들과 견줄 수 있는 ‘도정’을 실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심 피곤함을 더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손 지사와 함께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던 83명중 일부 공무원들이 전하는 “참으로 일 잘하는 지사,진정으로 봉사의 의미를 깨달은 수해복구 현장이었다”는 말에서 수해현장에 경기도민들의 마음을 전한 것 같아 굳이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더구나 손 지사가 “수해지원을 위해 그 새벽에 비상연락을 취했더니 복구장비나 재해구호물품은 물론이고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기위해 도시락까지 챙기는 것을 보고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효율적인 도정 수행능력이 확인됐다”며 “이번 만큼은 정말로 우리 공무원들을 칭찬해 달라”고 주문할 때는 웬지 하나되는 공직사회를 보는 것 같아 내심 신뢰감까지 더해 졌다. 도청도설(塗聽塗說·자리에서 들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곧바로 말하는 것은 덕을 잃는 일)이라 했으니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는 접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손 지사를 두고 도내 정치권에서 곱지않은 시선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도지사가 되더니 다소 거만해 졌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겸손해야지, 너무 자기 PR만 하려한다”,“사사로운 인간미가 없다” 등등. 물론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손 지사는 이런 불만에도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불만은 곧 표면화되기 쉽고 이럴 경우, 이는 도민들의 정서 분열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손 지사는 정치적으로 고성낙일(孤城落日)의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손 지사 주변에서는 의외로 ‘지사님이 정(情)이 없다’는 말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물론 손 지사 측근들은 ‘지사님이 보이는 것보다 내심 정이 많은 분’이라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같은 이야기가 수면밑에서 오가고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정이란 이심전심(以心傳心)에서 비롯되는 만큼 손 지사가 보다 많은 애정을 갖고 주변인들의 작은 노고를 알아주고 챙겨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손 지사는 물론이고 측근들도 제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방어논리를 개발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헤아릴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구인공휴일궤<九?功虧一궤(竹+貴)>·한걸음만 더 나가면 성사될 일을 손을 빼기 때문에 망친다)의 우를 범해서는 큰 일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책 선물하는 날

나의 E-메일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광고메일이다. 대개는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같은 행위를 하다 눈에 띄는 것이 있어 열어 보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 세일…”이라는 모 인터넷 서점 광고메일이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을 처음 접하게 된때가 언제인가.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기억은 ‘가을에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야만 교양인 반열에 들게 되는구나’였다. 얼마 전에 가을에는 분명 독서하기에 적합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진부한 느낌을 준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층이 많은 현시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독자층을 확보해야 된다는 점에서, 특히 영상매체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독자층 확보를 겨냥한 서적 판매 전략을 그들의 기호에 맞게 세우면 어떨까.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일본 초콜릿 업체의 상술에서 비롯되었다는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 데이(3월14일), 초콜릿과 사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 데이(4월14일), 3자가 겹쳤다는 것에 기초한 삼겹살 데이(3월3일), 과자의 모양과 숫자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에 유래를 두고 있는 빼빼로 데이(11월11일)가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에 밀착한 날로 뿌리내리고 있음에 착안하여 ‘책 선물하는 날’을 제정하는 것이다. 독서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도 젊은 세대의 생활과 밀착된 즐거운 풍속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자의 수는 그 만큼 증폭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연인사이에, 연인이 없으면 없는 사람끼리, 친구끼리, 부모와 자녀가 한권의 책을 나누는 아름다움도 맛 볼 수 있을테니,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주희 선생께서는 ‘독서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의문이 함께 일어날 때는, 잠자고 밥 먹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몰두할 수 있어야 큰 진전이 있다. 마치 전쟁에서 한 번 정도 대대적인 살상이 있어야 크게 이길 수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 같은 격물(格物)의 자세가 아니라, 목독(目讀)을 통해서라도 약간의 지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면 ‘한 권의 책’은 분명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백운화.향토사학자

발언대/재난극복에 온 국민의 힘을...

민족의 명절인 추석연휴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한반도 남해안과 영남·영동지역을 처참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 수가 100여명을 넘고 재산상의 손실도 엄청나다는 소식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태풍 ‘매미’로 인해 철도·도로·전기·통신 등 주요 국가 간선망이 끊겨 교통과 통신이 마비되거나 지체되고 열차탈선·산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울산공업단지와 여수·대구 성서공단 등에는 정전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등 대규모 산업피해가 발생하여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을 걱정하던 농민들이 물에 잠긴 들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채소밭, 떨어져 썩고있는 과일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과연 어떤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남해안 일대 어장과 양식장도 태풍의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을 바라보며 신세 한탄만 하거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신속한 복구작업에 나서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떨어진 최우선의 과제이다. 정부는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복구 및 지원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복구장비 및 자금 지원을 원활하게 하여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삶의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권 역시 정쟁을 멈추고 하루 빨리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재원확보 등 복구활동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인의 생색내기나 사진찍기용 현장방문을 삼가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들도 이번 태풍피해를 계기로 사회공헌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피해를 본 주민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재난극복은 훨씬 앞당겨 질 것이다.우리 국민은 지난해 태풍 ‘루사’의 피해복구를 위해 연인원 800여만명이 참여하여 1천300억원에 이르는 성금을 쾌척하고, 수십만명의 민·관·군이 재해복구에 발벗고 나섰다. 이번에도 직접 복구현장에 내려가 자원봉사를 하거나 성금으로 뜨거운 이웃사랑의 마음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이규빈·수원시 팔달구 매탄동

9월 1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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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종합관리법 이번엔 필히 제정하라

제14호 태풍 ‘매미’의 강습으로 허점이 드러난 재난·재해관리시스템을 속히 완비하기 바란다. 재해상황실 기능이 마비돼 피해가 더 늘어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중앙재해대책본부 중앙센터를 중심으로 16개 시·도 및 232개 시·군·구, 950개 주요 지점에 재해안전관리 단말기를 설치, 재해 발생시 자동 집계 체제를 갖추었는데도 무용지물이 된 것 역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지역 재난관리 당국이 팩스조차 쓰지 못한 채 촛불에 의지해 재해 구조에 임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전국의 소방서들이 자가발전시설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정전 때 상황실 전등을 켜고 주민들에게 비상사태를 알리는 확성기 유지 정도의 수준이다. 자가발전 시설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지역별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기관들이 오히려 ‘재난의 대상’인 셈이다. 이번 태풍은 특히 대규모 해일 및 정전피해를 가져온 데다 강진에도 버티도록 설계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과거 태풍 때 볼 수 없었던 막심한 피해가 발생,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재난·재해 관련 업무가 일원화돼 있지 않아 일사불란한 대응이 안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재난·재해 관련 법령은 13개 소관 부처별로 70여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형 자연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유형에 따라 예방·응급·복구 대책 업무가 서로 달라 효율적인 대응이 안되는 실정이다. 엊그제 정부가 국가 재난·재해를 종합관리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10월 중 정기국회에 상정 시킨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이는 이미 지난 2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소방방재청(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재탕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소방방재청의 위상과 성격 등을 놓고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설립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인데 마치 새로 마련한 것 처럼 발표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태풍과 홍수는 앞으로도 또 닥쳐온다. 그때 또 우왕좌왕하지 말고 재난관리시스템 완비는 물론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재난·재해 법령을 이번에는 정말 통합하기 바란다. 국가기간망이 망가지는 불상사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단체장 늑장사퇴 총선출마는 낙선시켜야

세월은 하수상하여도 다가올 것은 다가온다. 세월은 인간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출마 예정의 공직자 공직 사퇴 시한도 다가온다. 보통 공직자들 같으면 오는 10월14일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는 공직자도 있다.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상당수의 단체장들이 내년 총선에 뜻을 두고 있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기초단체장이 결코 국회의원 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체장은 단체장의 길이 있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이 각기 따로 있다. 이런데도 굳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시장·군수가 있다면 이 또한 참정권의 자유이므로 만류할 수는 없다. 하긴, 도내엔 단체장을 더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사법적 제한이 있어 총선 출마로 방향을 돌린 사람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동기의 총선출마 예정이든 간에 이들은 이달 말까지 단체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10월14일까지만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문제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 단체장이 이달 말까지 사퇴하면 오는 10월30일 보궐선거가 가능한데 비해 다음달 14일까지 사퇴하면 내년 6월에나 단체장 보궐선거가 가능한 데 있다. 불과 14일의 사퇴 시한을 두고 지역주민이 민선단체장 없는 고통을 약 8개월이나 감당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총선 출마예정의 단체장들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 단체장의 중도하차로 총선에 나서고자 하는 지역은 거의가 단체장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진실로 단체장으로 재직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총선출마의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면 이달 말 안으로 사퇴하는 것이 진심을 입증해 보인다 할 수 있다. 이들이 사퇴시일을 늦춰 시장·군수 등 민선단체장 없이 8개월이나 관선 대행체제로 가는 것은 자치행정에 실로 감당키 힘든 골탕을 먹이는 것이 된다. 총선출마를 예정하는 단체장들의 9월사퇴와 10월사퇴는 이래서 도덕적 양식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굳이 10월14일 시한을 채워가며 늑장사퇴하는 단체장의 총선출마는 능히 선량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진 시일이 있어서인 지 총선출마에 뜻을 둔 단체장들의 사퇴가 있는 것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유권자들은 9월말까지 이들의 처신을 더 두고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청

전례없는 웬 환대인가 싶었다. 지난 3일 워싱턴을 방문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부시가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맞아 30여분간 얘기를 나눈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연유가 이내 나타났다.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병 요청이 환대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방미 길에서 환대를 받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대표의 방미는 의문이었다. 정기국회가 개회 중이고 태풍 ‘매미’의 피해를 비롯한 갖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갑작스런 방미는 야당 대표로서 시의가 심히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대표가 백악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국무부 리처드 아미타즈 부장관, 국방부 폴 울프위츠 부장관 등 부시 행정부 요인들이 줄줄이 면담을 희망하는 환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 역시 두말 할 것 없이 전투병 파병을 위한 회유일 것이다. 전투병 파병 요청도 그렇다. 파병설은 아직껏 공식 채널로 알려졌다기 보단 비공식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파병 규모도 수백명에서 1개사단 등 중구난방이다. 정부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공식으로 받았는지, 받았으면 규모는 어느 정도며, 현지 조건은 뭣인지를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당장 밝힐 의무가 있다. 전투병 파병에 대한 국론을 모아도 알아야 할 것을 제대로 알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을 ‘왕따’시킨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세를 모아 한국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에 대한 관세 상한선 등 농산물 개방에 강력한 압력 작용을 했다. 가히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미국 주도의 세계화 힘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참으로 기분 나쁜 현상이다. 우리가 전투병 파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실로 고민이다. 북 핵 관련의 후속 6자회담도 있다. 무엇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익인가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알고도 속아 넘어가 준다’는 속담이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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