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

세균성 이질과 콜레라 등 각종 전염병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연구, 백신을 개발하는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다. 이 국제백신연구소를 자체 채용한 경비원 2명이 지키고 있다니 그동안 사고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2명이 24시간 교대로 건물 내·외곽을 순찰하며 경비하고 있다면 한 명이 경비하는 셈이다. 백신연구소의 중요성에 비해 경비 상태가 너무 미약하다.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정부가 연구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1998년 9월 외교통상부와 체결했다. 백신연구소는 외교 공관과 같은 치외법권을 인정 받는 기관에 속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건물 안전조치 문제를 서울대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다르다. 연구비 등 관련경비 지원만을 담당한다고 책임을 회피한다. 서울대 역시 “우리는 부지만 제공할 뿐 경비와 관리는 연구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모른 체 하고 있다. 하도 답답해 백신연구소가 서울 관악경찰서에 경비문제를 문의했더니 “경찰서에서 처리하기에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외교부를 통해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대학 구내에 경비 경찰을 상주시키기가 곤란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1997년 설립된 백신연구소는 서울대 연구공원내 5천여평 면적에 신축한 지하 1층, 지상 5층의 본부건물에서 동물실험실, 최첨단 컴퓨터센터와 연구실 등을 갖췄다. 백신 연구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연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비가 철저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가 경비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제기구인 백신연구소가 만일 일본이나 북한, 특히 북한에 있게 됐다면 어떻게 경비했을까. 한국처럼 2명이 경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 테러집단이 바이러스를 탈취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새만금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최근 몇년동안 개발과 환경에 대한 논란의 한가운데 새만금사업이 있었다. 한때 환경단체를 비롯한 일부의 사업중단 요구로 사업이 잠시 보류되기도 했지만 민관공동조사가 추진되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타당성·경제성·효율성 등을 검토, 정부에서는 지난 2001년 5월 새만금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확정, 환경친화적인 순차적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공사중단 결정을 내렸고 사흘후인 18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방조제에 대한 보강공사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의 새만금 사업 재개의지가 전북지역의 민심 달래기 등의 정치적 논리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 이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검증한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개발언은 이러한 타당성을 토대로 새만금 사업 혼란을 종식시키고 국책사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고자 하는 사명감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각하판결을 받은 소송건이 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결정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인정된다면 의회와 행정부의 정책결정 기능이 법원의 판단 아래로 귀속될 수도 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중요한 사업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려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법원의 역할은 정부의 어떤 결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재판부의 논리라면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중인 모든 국책사업은 사법부의 판결을 거쳐서 시행해야 마땅할 것이다. 행정법원이 제시한 수질조사 자료는 2001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후 수질개선작업이 계속 이루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가 제시한 수질대책에 근거해 하수관거 1천267km 정비, 환배수로 통수량 30t으로 증대, 인공수초섬 0.4ha를 조성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3월말 현재 수질은 3급수로 개선됐으며 정부도 계속 수질 향상을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환경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갯벌 생태계 파괴는 농지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소멸되는 것은 사실이나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커 축조된 방조제 앞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된다. 근래에 완공됐거나 현재 진행중인 간척지구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 축조된 방조제 앞에 새로 형성된 갯벌을 이용해 다시 간척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갯벌과 농지의 가치를 비교하면 농경지의 경제적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농지는 미곡생산, 수산물생산, 수질정화, 대기정화, 자연재해, 토양유실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 갯벌가치가 높다는 주장은 외국의 자연습지 등에서 측정한 정화능력을 한국 갯벌의 정화능력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새만금 사업을 이제와 중단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1조 5천억원이 투자된 방조제와 배수관문이 무용지물이 될뿐 아니라 이미 축조해 놓은 방조제의 토사유실로 바다와 갯벌을 뒤덮어 갯벌과 어장의 황폐화 등 또다른 환경재앙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또 중규모 저수지 200곳 분량인 새만금 담수호의 농업용수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정부정책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떨어져 환경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지난 99년에도 2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돼 780억원 정도의 피해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방조제 토사유실 등 하루 2억원 상당의 손실이 우려된다. 이제 어느 것이 국가에 이로운가를 판단해야 할 때가 왔다. 국책사업이 더이상 위험한 이분법적인 잣대와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새만금사업을 세계에 세울만한 개발과 보전의 모범적 사례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영관.농업기반공사 경기도본부홍보팀장

천자춘추/경영의 기본, 타협.신용.윤리

경기의 침체상태가 심각하다. 지금 경기의 불황은 공급과 소비측면에서 함께 나타나는데에 문제는 더욱 크다고 할수 있다. 제조기업현황지수와 소비자평가 및 기대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황에서 탈출의 길은 없는 것인가. 우선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분배우선정책에서 분배와 조화를 이루되 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활동과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업의 외적환경개선을 바탕으로 기업의 내부환경과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경영인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글로벌경쟁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내의 생산, 인사, 재무, 조직 및 마케팅 등 분야별 경영전략이 구체적으로 연구되어 글로벌스탠더드의 모델을 설정하고 시행하는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경영마인드를 바탕으로 이루어질수 있는 것이다. 첫째는 타협정신이다. 기업활동은 항상 상대가 있다. 제품이나 가격에 대한 우리측 의견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과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신용이다. 기업의 거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래당사자간의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서면적계약이 분쟁 야기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서면적계약 역시 신용을 바탕으로 이행되어질때 당사자간 기업활동에 신뢰와 믿음이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윤리와 도덕성이다. 바른제품의 생산과 적정한 가격의 책정, 성실한 계약이행과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개발, 투명한 경영과 경제사회에의 기여 등 모든 경영활동이 윤리와 도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과 행동의 경영매너가 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이와 같은 타협, 신용, 윤리는 경영의 기본일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지도자와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독자투고/여름철 슬기로운 전력 사용을...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됐고 에어컨 및 각종 냉방기기의 사용이 늘어나 여름철 전력사용이 급증했다. 여름철 전력사용 과다는 전력예비율의 감소를 일으켜 이 때를 제외하고는 유휴시설이 될 발전소를 짓기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해야하는 국가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여름철 무더위는 절전을 통한 에너지절약으로 슬기롭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 전력과부하의 주요 원인인 에어컨의 경우 실내적정냉방온도인 26~28℃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전력최대부하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시간대인 2시와 4시사이에는 가급적 냉방기기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에어컨 필터를 2주일에 한번 꼴로 먼지 청소를 해주면 5%의 절전효과와 함께 실내공기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규로 에어컨을 구입할 때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에어컨의 경우 3등급 제품보다 약 23%의 전기절감 효과가 있으므로 꼼꼼이 살펴본다. 이웃 일본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여름철에 가정과 사무실을 대상으로 냉방 실내온도를 28℃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요청하는 19가지 에너지절약 제안을 내놓는 등 범국민적인 절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소비의 97%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크다./정진원·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사 기술부

7월 25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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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문예회관 전시장 개선하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의 올해 예산 중 전시분야와 관련된 예산이 전무상태이고 미술분야 전문인력(큐레이터)이 없다는 것은 종합예술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시설관리 등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는 관계자의 답변 또한 미술계의 불만을 자초한 것으로 적당치 못하다. 현재 도문예회관의 전시장은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대·소 전시장이 지하에 위치한 것은 당초 설계상 문제로 차치하더라도 지상과 지하 전시장을 유일하게 연결하는 리프트를 기아 마모 등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을 못한다면 있으나마나한 시설이다. 더구나 지하 구석에 방치해 먼지로 얼룩진 간이벽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전시작품의 품격저하는 물론 전시장의 미관을 크게 해쳐 관람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1991년 개관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은 지방문화예술 활성화와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굴지의 문화공간이다. 그동안 대·소 공연장과 전시장, 국제회의장 등에서 괄목할 만한 많은 행사가 열려 크게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최근에는 국악단, 연극단, 무용단, 팝스오케스트라 등 도립예술단이 경기도내 농어촌 지역 곳곳을 찾아 다니며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어 대단한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도문예회관의 전시분야 소홀은 천려일실이다. 미술계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미술계의 건의 등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이 올해 ‘헤르만 헤세 특별기획전’을 비롯 ‘운보 김기창 특별전’ ‘천상병 시인 추모 10주년 기념전’ 등 굵직한 행사를 기획한 경우에 비하면 전시장 활용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본보가 보도(24일자 10면)한대로 도문예회관의 전시장 활성화 방안은 다양하게 있다. 정원 규정상 여의치 못했다 하더라도 필수요원인 큐레이터는 반드시 상근해야 한다. 특히 지역미술인들과 공동으로 전시장 운영문제를 유기적으로 토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처럼 100% 대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여러 미술단체나 지역의 사립 미술관, 박물관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획전을 여는 것도 도문예회관 전시장 활성화의 한 방법일 것이다. 전문경영인이 새로 책임을 맡은 도문예회관다운 역량있는 개선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대선자금 공개없이 시비할 수 있나

우리는 어제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이어 한나라당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데도 한나라당은 공개를 거부한 채 민주당 발표만을 힐난한다. 물론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를 우리도 액면 그대로는 믿지 않는다. 우리 역시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대목을 한나라당에서 지적하기 앞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 내용은 조작된 것이라면서, 정작 자당의 대선자금 발표엔 꼬릴 내리는 건 공당답지 않다. 자기 당의 대선자금에 구린데다 있어 국민에게 밝히지 못한다면, 그 주제에 상대 당의 자금이 구리다는 비난은 뭐 묻은 무엇이 뭘 나무라는 거나 같다. 국민은 대선자금을 은폐하는 한나라당 보단 그렇게라도 대선자금을 발표한 민주당에 무게를 더 두는 쪽이 많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를 물타기로만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녕, 한나라당이 200억원 모금설이나 굿모닝 시티 자금 유입설 등 민주당의 대선자금 의문을 규명하고자 할 용의가 있으면 이래선 안된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양당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나 특검수사를 통한 검증 과정에서 그같은 의문을 풀도록 해야한다. 사리가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당의 시비거리는 ‘음모론’을 방패삼아 숨긴채, 상대 당에 대한 ‘카더라 설’(說)만을 가지고 정치공세를 일삼는 것은 대선자금 규명 진의가 의심된다. 한나라당이 끝내 대선자금 공개를 할 입장이 못되면 민주당의 발표를 두고 시비 삼을 자격이 있다할 수 없고, 굿모닝 시티 자금의 의문 또한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한나라당의 처신이 어느 여우가 높이 달린 포도를 따먹으려다 안되자 ‘저 포도는 시다’고 했다는 이솝 우화를 연상케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우리는 민주당을 두둔키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커서 하는 말이다. 최병렬 대표 취임 이후 걸었던 기대가 무산되고 있다. 당내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당의 진로는 여전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치공세는 그 방법이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민주당과 함께 검증을 받고자 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책임 공당의 자세다.

미리 쓰는 유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밀라노 공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자신을 군사 기술자로 꼭 취직시켜 달라고 썼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오르기 몇시간 전 시누이에게 보낸 편지는 최후의 심경을 담은 ‘유서’이다. 칼 융은 1912년 프로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선생님은 노예근성을 가진 제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적었다. 콜럼버스가 항해자금을 담당한 관리에게 보낸 편지는 “향료와 광산, 나체로 생활하는 주민”들에 대해 말하면서 새로운 땅을 발견한 흥분을 표출했다. 갈릴레이는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한 달의 경이로운 모습을 호들갑스럽게 전했다. “4개월 사이에 대량의 우라늄으로 핵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에너지와 라듐과 유사한 원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유력해져 왔습니다. (중략) 현재의 정세를 생각하면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핵반응 연구를 하고 있는 물리학자 그룹과 접촉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939년 8월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 연구에 착수할 것을 진언했던 이 편지에는 놀랍게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반핵(反核) 평화운동에 만년을 바친 것으로 알려진 이 위대한 과학자는 사실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를 부추겼던 것일까? 훗날 아인슈타인은 “내 생애에서 커다란 잘못은 그 편지에 서명한 것이었다”고 술회하며 “하지만 그것은 나치가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했다. 편지는 세월이 한참 흐른 뒤 편지를 쓴 사람들의 당초 의도를 뛰어 넘어 숨겨져 있던 사고방식과 감정, 애정과 실망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진심이 담겨 있다. ‘유서’ 또한 편지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쓰는 유서는 가장 절실한 편지다. 받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사실은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다. 격월간 문예지 ‘한국문인’ 8.9월호가 황금찬 시인 등 문인들이 미리 쓴 유언장을 특집으로 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서 미리 쓰기’가 유행할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기고/기업경영에 성별은 없다

여성 경영인을 보는 사회적 시각은 보편화 되었다. 적어도 “여자가 사업을 해?”하고 과거와 같은 의문의 눈길로 보는 사회가 지금은 아니다. 여성의 사회참여엔 한계가 없다. 예컨대 국내에서도 여성장관이 많이 나왔다. 외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일반화됐다. 핀란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다 여성이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대통령도 여성이다. 특히 필리핀은 2대가 연거푸 여성 대통령이다. 힐러리는 2008년 대선에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여성 대통령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장관에 이어 조만간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많다. 주목할 대목은 여성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는 비교적 평온하여 전보다 나라가 안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성 경영인 기업은 부도율이 남성 경영인 기업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아 여성 경영 기업의 안정성이 훨씬 더 높다. 여성이기 때문에 경영이 소극적이라는 것은 당치 않다. 남성 못지않은 적극성과 결단력에 플러스 알파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가미된 게 여성기업의 안정성이 높은 이유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말한다. 2만달러 시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잠재된 여성 능력의 사회참여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 객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여성 경영인은 그같은 경제발전의 첨단에 서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여성 경영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전향적인데 비해 주변의 관련 기관, 즉 기업환경은 아직도 후진적 시각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동료 및 후배 여성 경영인들의 이같은 호소는 공동체 사회발전과 지방경제 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여성 경영인 역시 경영상 행정 또는 재정 및 금융을 접해야 할 때가 많다. 기업 규제가 심한 행정의 경직성, 대출 한도가 조족지혈인 재정자금의 긴축성, 정부 발표와 은행 창구가 다르기 일쑤인 금융자금의 괴리성 등 이런 것들로 인해 겪는 경영인의 고충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다를바가 없다. 문제는 그같은 업무를 다루는 주요 포인트가 모두 남성 일색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여성 경영인들을 대하는 그들이 대개는 신임을 주지 못하는데 있다. 여성 경영인에게 어떤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규제의 완화, 재정자금의 기여도 제고, 금융자금의 활성화 등 제반 시정을 요하는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 경영인에 대한 관련 당국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어야 하는 점은 촉구된다. 여성 경영인을 대하는 사회적 시각의 전향성과는 전혀 반대로 기업 환경의 시각이 후진적인 것은 역차별이다. 기업의 기여는 경영인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환경은 이처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전국적 현상이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경기도 지역사회만이라도 기업환경의 선도적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여성 경영인들의 분발이 한층 더 있어야 하겠지만 환경의 변화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구조와 프로세스 전환, 행정의 경영화 마인드, 금융기관의 탄력성 정착 등 이런 것들이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환경의 변화적 역할인 것이다. 우리 여성 경영인들은 이에 부합된 긍지와 소명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또 뛰고 있다. /전재은.경기도여성경제인연합회장

천자춘추/서로에게 이익되는 노사관계

금년 들어 두산중공업·화물연대·조흥은행·철도·지하철 등 대형분규로 인해 노사갈등이 우리사회와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대형분규이후 노동계의 ‘6월말 7월초 시기집중투쟁’이 이어지고, 중앙교섭·지역별 집단교섭 등 새로운 교섭구조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법제도 개선사항의 논란 등으로 기업단위 노사관계만으로는 원만히 풀 수 없는 노사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에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노와 사가 자주적인 주체로서 참여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고 노사 모두에게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면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고가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4명의 학생에게 3개의 아이스크림을 주고 서로 상의하여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하자, 4명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 체육부장, 미화부장으로서 학급의 각종 일들에 봉사하였으니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다투다가 결국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려 아예 맛도 보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로 섬 게임과 같이 이번에 한해 내가 양보를 하고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는 ‘분배적 협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갈등 당사자 모두가 공정한 결과라고 인정하는 ‘이익적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녹도록 사태가 진전된 것은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6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의 노사관계는 크게 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노사관계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한 것 같다. 국내외적으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진정 우리, 또한 국가를 생각하는 대승적인 마음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노사관계가 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하다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려 아무도 먹지 못하는 그 아이들이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가슴속에 품고 이 뜨거운 여름에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한 노사관계가 이곳 인천·경기지역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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