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선자금 조사 특별법'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특별 기자회견 내용은 대체로 인정된다. 모두 발언이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이 수긍할만 하다. 대선자금 문제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대선자금을 공개하자는 것은 곧 정치개혁의 시동이다. 정치권력의 정점을 생산하는 대선부터가 선거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면 그 어떤 정치개혁도 무위하다. 대통령은 ‘경선 비용은 사실상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선자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전모를 여야가 다 같이 검찰 아니면 특검을 수용해서라도 검증 절차를 받자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를 예의 ‘물귀신작전’으로 거부하는덴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국민적 의혹 해소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다면 여야 공동공개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야당이 의도하는 굿모닝시티 관련 자금에 의심을 갖는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공동 검증을 거부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16대 대선자금 전모 공개 제안은 그 자체가 고백성사다.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어느 당이 돈을 더 쓰고 덜 썼는가를 가려 새삼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유로울 수 없는 대선자금의 여러 문제점을 교본적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여야 합의로 ‘제16대 대통령 선거자금 조사 특별법’같은 것을 만들자는 생각은 검토해 볼만 하다. 조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기업인들의 선거자금 수수사실을 끝내 비공개로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부득이 문제 삼는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면서 정치권은 또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과거의 족쇄에 묶여 미래 지향의 발전이 정지되곤 했던 현실에서 또 이런 전철을 밟는 게 과연 현명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지난 대선자금에 관한한 특별법으로 그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기로 한다면 실체적 진실규명도 보다 용이하고 후유증 또한 극소화가 가능하다. 물론 형사 소추하지 않을 조사를 한다는 것은 통상적 인식에 위배된다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기관의 대선자금 조사가 되든, 그 조사로 인해 정치개혁이 시동되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마침내 단절된다면 지금까지 거듭 해온 처벌보다 더욱 값진 국가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의는 어떻든 이제 정치권이 풀어야할 과제가 됐다. 여야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한다.

서민은 항상 '봉'인가?

최근 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면 개혁이 아닌 개악일 뿐만 아니라 서민을 정책입안의 희생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서민들을 위하여 만든 제도의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돈 없는 서민들을 ‘봉’으로 취급하여 가능하면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궁리나 하고 있으니 서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야속하다.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연금제도 개혁이란 이름 하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은퇴 후 매월 받을 연금액을 현행 평균 소득의 60% 수준에서 내년부터는 55%,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오는 2025년부터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에서 크게 어긋난다. 정부는 4대 연금 중 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해선 오히려 지난 연말과 올 봄에 걸쳐 관계법령 개정을 통하여 연금수령액을 인상하였다. 공무원은 특히 그동안 봉급인상이 동결되었기 때문에 임금보상 차원에서 인상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3대 연금 중 공무원과 군인 연금은 만성 적자이기 때문에 매년 정부에서 무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형평성이 위배되어도 아주 크게 위배된다. 매달 수십만원의 국민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들의 국민연금은 현재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적자를 예상하여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고, 적자인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고 오히려 연금 수령액을 증액한다면 국민들은 과연 이를 받아들이 겠는가. 나라를 건설하는데 공무원과 군인들만 공이 있고 일반 서민들은 공이 없단 말인지 정책당국자에게 묻는다. 국민연금제도는 서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개혁해야 한다.

권력과 언론

미 합중국 3대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은 독립선언서를 기초했다. ‘미국 민주주의 아버지’로 불린다. “신문없는 정부보다는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한 그의 말은 유명하다. 언론의 자유를 그만큼 중시했던 제퍼슨도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신문을 꽤나 싫어했던 것으로 전한다. 단소리 보단 쓴소릴 내뱉는 신문이 권력자에게 듣기 좋을리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긴 하다. 신문 또한 단소리 보단 쓴소리를 하는 게 본연의 사명이다. 권력자가 잘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므로 웬만히 잘해서는 잘한다 할 필요가 없다. 또 단소리만 일삼는 권력지향의 언론은 이미 민권의 언론이 아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권력과 언론은 이처럼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관계다. 권력과 언론은 필연적으로 대립 관계인 게 본질적 숙명이다. 권력에 영합하는 언론은 타락한 언론이며, 언론을 증오하는 권력은 독선이다. 왜곡된 언론은 시장의 독자가 거부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권력은 민중이 외면한다. 얼마전 미국의 백악관 대변인으로 있다가 퇴임한 플라이셔가 고별 연설에서 좋은 말을 남겼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는 자유 언론과 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정부가 있다는 사실이 미국을 강하고 자유롭게 만들었으며 이는 영원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까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기자들과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임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브리핑 룸을 나갈 때 기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말 멋있고 부럽다. 권력과 언론이 팽팽하게 평행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는 패기있는 기자가 아쉽고, 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열린 권력이 아쉽다. 권력과 대항하여 설전을 벌일 수 있는 역량있는 후배 배출이 갈망된다. 이러한 소망은 물론 가능할 것이며, 언론계 발전만이 아닌 국가사회 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임양은 주필

월요칼럼/그렇다고 자식을 죽이다니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눈물 젖은 빵조차 못 먹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얼마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세 자녀를 아파트 14층에서 떨어 뜨리고 자신도 뒤따라 투신자살한 사건도 ‘눈물 젖은 빵’조차 못 먹는 서러움을 견디지 못해서 일어난 참극이다. 자살한 주부 손씨는 가구공장에 다니던 남편, 그리고 세 자녀와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단란하게 살았다. 불행은 3년전 가구공장이 부도나면서 시작됐다. 남편은 특별한 직업 없이 일용 노동자로 일했고 손씨도 식당 주방에서 시간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 하지만 다섯 식구가 살기엔 항상 쪼달려 손씨는 은행에서 1천만원을 빌렸고 남편 명의 카드로 3천만원을 대출했다. 신용카드 3개로 빚을 돌려 막다 손씨 부부는 모두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빚 독촉에 시달렸다. 돈벌이를 위해 집을 떠난 남편은 몇 달전부터 대전의 한 공사장에서 간신히 일을 하기 시작했고 손씨는 세자녀와 함께 15평의 연립주택에서 어렵게 생활을 이어 나갔다. 손씨가 집에서 7km쯤 떨어진 다른 마을의 20층짜리 아파트 14층까지 올라가 일곱 살, 다섯 살 난 두 아이를 먼저 밀어 떨어 뜨리고 세 살 난 막내를 껴안고 투신, 삶을 마감한 날 집에 찾아온 친구에게 “살기가 힘들다, 내가 죽으면 애들은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씨가 죽은 뒤 세상 사람들은 많은 말을 하였다. 가정의 행복은 반드시 돈이 있다고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도깨비들도 웃을 일이다. 돈이 없는데 식량을 살 수 있는가. 돈 없는데 병원에 갈 수 있는가. 돈 없는데 버스 탈 수 있는가. 초등학교 1학년 큰 딸은 그날 수영장으로 현장학습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참가비 3천8백원을 내지 못해 죽었다. 돈 없으면 세상은 이렇게 냉혹하다. 사람들은 자살할만큼 독한 마음으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고 말한다. 남의 일 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리 열심히,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안되는 게 더 많은 세상일이다. 굶주려 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 사람의 서러움을 모른다. 돈에 쫓겨보지 않은 사람은 빚진 사람의 고통을 모른다. 꾼돈을 제 때 못 갚는 비애를 알 리 없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신용카드 빚, 은행대출 연체 독촉 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을 자살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는다. 손씨는 아픈 자식들을 병원에 데려 가기 위해 이웃이나 친지에게 1만~2만원을 자주 꾸어 썼다고 한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내키지 않은 발걸음으로 아이들을 업고 친정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고 한다. 그 참담함을 이 세상은 잘 모르고 가난을 무능으로, 게으름으로 몰아 붙이는 오만한 자들이 도처에서 혀를 놀린다. 그러나 손씨는 실수를 했다. 엄마도 없는 각박한 세상에 아이들을 남겨 두느니 차라리 함께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 하였겠지만 이는 살인행위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자식들을 부모 없는 고아로 만들지 않으려는 모정이었지만 너무 참혹한 행위를 저질렀다. “엄마, 살려 줘! 안 죽을래. 죽기 싫어” 아이들이 엄마에게 아파트 밖 14층 아래로 떼밀리기에 앞서 울며 매달렸다니 이 얼마나 환장할 노릇인가. 자식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절대로 없다는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다. 비록 자식들을 죽이기는 했지만 손씨는 불행한 시대의 가련한 희생자다.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적어도 병원비 1, 2만원 꾸지 않아도 되는 가정의 주부가 되시라. 어린 세 영혼과 엄마의 명복을 삼가빈다.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푸른 수원

수원시내에는 수원의 명산인 광교산에서 흘러내리는 수원천과 원천저수지에서 흘러가는 원천천, 서호에서 흐르는 황구지천이 시내를 관통, 물이 풍부하다하여 水原의 지명에 물 수(水)자가 들어간다. 수원천·원천천·항구지천에서는 맑은 물이 넘쳐나 30여년 전만해도 멱을 감고 천렵을 하였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사람과 공장과 주택이 늘어남에 따라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하천이 오염돼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고 교통이 혼잡해 수원천의 일부 구간은 복개 하였다 서울에서는 청계천 복개도로를 헐어내고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청계천을 만들기위해 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다. 맑은 물과 푸른나무가 어우러진 살아 숨쉬는 청계천을 보기위해 많은 서울시민들의 교통불편과 상인들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복원공사가 하루빨리 마무리 되기를 바라고 있다. 수원도 화성(華城)을 중심으로 녹지축 만들기가 시작되고 있다. 장안문 주변의 장안공원, 창룡문 주변의 공원화사업과 지금 시작된 화서문 주변 공원화사업도 화성을 중심으로 한 녹지축 조성사업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화성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어 성곽 주변이 푸른나무로 둘러싸인 녹지 축이 완성된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수원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앞에서 온수골까지 많은 나무를 심어 푸른 원천천변을 만들고, 수원천이나 황구지천 주변에도 많은 나무를 심은 녹지축을 만든다면 시민들이 푸른나무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면서 조깅을 하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자전거를 타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전원도시인 레치워스시와 웰린시도, 신도시인 밀턴케인즈시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시도, 차기 월드컵 축구시합이 있는 슈투트가르트시도, 프랑스 파리도 도로변과 하천변에 푸른 나무를 심어 녹지축을 만들어 살아 숨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화성 주변과 수원천·원천천·황구지천에 나무를 많이 심어 녹지축을 조성해 살기좋은 수원이 앞당겨 만들어 지도록 온 시민이 지혜를 모을 때가 되었다. 다행히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푸른경기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연구용역 중이라고 한다.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水原’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도형.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독자투고/운전중 '흡연' 삼가해야...

우리는 종종 핸드폰을 사용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러나 흡연이 핸드폰 사용과 동일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평상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10일 주엽역앞 사거리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부인과 아이를 태운채 운전중이던 가해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던 중 앞차가 정지하고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뒤에서 추돌했다. 평소처럼 무심코 운전 중 담배를 피우려다 뜻밖의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으며 일산경찰서 관내에서만 이달 들어 2차례나 흡연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같이 담배로 인한 피해는 각종 건강상의 장애뿐 아니라 교통사고까지 유발해 본인 외에도 가족들에게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항상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운전중 핸드폰 사용시 벌점과 함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운전시에 흡연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해, 핸드폰 사용과 동일하게 처우하는 규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운전시 흡연이 교통사고를 유발해 본인은 물론이고 동승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험케 한다는 점을 평상시에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덕준·일산경찰서 교통지도계

7월 2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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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단일계좌 등, 개혁안 환영한다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개정을 망라한 정치개혁안을 총괄적 관점에서 환영한다. 물론 예비후보자의 일정기간 사전 선거운동 허용, 선거연령 19세 하향,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제, 지구당 위원장 3인 이상 공동대표제, 당내 경선 낙선자 출마 제한, 선거사범의 제한적 궐석재판 도입 등 이밖에도 논의 대상의 각론적 과제는 많다. 그러나 정치개혁 시안은 상당부분 긍정적이며, 정작 정치개혁에 앞장 서야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지지부진하는 실정에서 중앙선관위가 이에 나선 것은 평가할만 하다. 특히 인터넷 실명제 선거운동 도입, 미디어 선거운동·정책홍보 활성화, 선거사범 제재의 실효성 강화 등은 현안의 해법으로 아주 시의적절 하다. 시안은 매우 폭넓게 정치개혁안을 담고 있지만 초점은 분명하다. 입은 풀고 돈은 투명하게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주요 선거운동으로 선거운동 확대, 집회·인쇄물·시설물 이용, 광고방송 연설 등에 전향적 조치를 취한 것은 선거운동의 입을 대폭 완화하였다. 반면에 선거비용 규제, 보조금제도의 탄력성, 정치자금 모금의 확대 등은 선거운동비용의 현실화와 함께 투명성 강화를 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모든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신고된 단일계좌로 처리하도록 한 것은 정치개혁의 획기적 단안이다.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비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모든 정치자금 수입 및 지출을 선관위에 신고된 회계책임자가 신고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토록 한 것은 본란이 평소 주장해온 정치자금 실명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소모적 정치풍토를 타파하고, 정치자금이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고질적 정치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만이 아니고 정당자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자금의 투명화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상 정치자금 실명제로 가는 단일계좌 거래 의무는 투명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제도적 장치다. 이번 중앙선관위의 정치개혁 시안은 다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자금의 단일계좌 거래 의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정치권의 부패추방이 없는 정치개혁은 절대로 공허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이러한 정치개혁안은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듣게 된다.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행여라도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정치개혁 관련 시안을 토대로 하는 관계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구한다.

팔당주민 생존권 고려하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팔당호의 수질오염이 양평주민들 때문이라는 식의 환경부 견해는 당치 않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양평군민비상대책협의회와 양평군 이장단의 팔당고시 백지화 투쟁은 그래서 타당성이 성립된다. 양평군 이장단이 이미 255개 리 이장직과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장직 등을 일괄사퇴한데 이어 향후 전개하겠다는 물 이용 부담금 전면 거부 운동 등은 부수적인 문제다.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환경부는 1998년 한강수계법 제정 이후 팔당호 수질 개선 1급수를 위해 무려 4조 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팔당호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감사원과 환경단체 언론 등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규제안을 내놓는 데만 급급했다. 이번에 환경부가 내놓은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종합대책 고시 개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수질보전특별대책 1권역에선 240평 이상의 창고를 신축할 수 없는 등 각종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는 90년대부터 팔당상수원 주민들의 목을 죈 규제 일변도의 완성판인 셈이다. 결국 규제는 규제대로, 주민들의 불편은 불편대로 가중되면서도 수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게현실이다. 주민들의 생존권 사수 요구는 반드시 정부시책에 반영돼야 한다. 팔당주민들 스스로가 팔당호를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경제성을 살리는 특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 방안으로 양평군민비상대책협의회와 환경단체 경기연합이 제시한 대책, 즉 상수도 취수원을 수질이 양호한 팔당호 상류로 이전하고, 팔당호를 준설하자는 건의는 심도있게 검토할 만한 개선책이다. 이미 오래 전 담수화돼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팔당호 바닥의 퇴적물 준설을 외면한 채 상류지역의 오염원에 대한 차단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비효율적이다. 환경부의 성찰을 촉구한다.

오이

오이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천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오이는 반찬으로 주로 먹지만 온몸이 푸석푸석 부어 오르는 증세를 가라 앉히는 데에도 널리 쓰인다. 오이는 차의 재료로도 유명하다. 반으로 갈라 그늘에 잘 말린 뒤 물에 넣고 끓여 먹는 것을 ‘호과차’또는 ‘오이차’라고 한다. 오이는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오이를 썰어 소주에 넣으면 술맛도 개운하고 상큼해지지만 숙취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숙취에 오이를 이용한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푸슈킨의 소설 ‘대위의 딸’을 보면 오이지물에 꿀을 타서 마시는 것이 숙취를 풀어주는 데 최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소설의 배경이 에카테리나 여황제시대니까 200년 전 쯤이 된다. 그때 이미 오이가 숙취해소용 야채로 널리 이용됐다는 얘기다.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오이가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 제 맛과 향을 뽐내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은 찬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 강판에 간 오이를 화상 부위에 붙이는 것도 찬 성질을 이용한 요법이다. 한 여름 더위를 먹고 기운이 없을 때 오이를 강판에 갈아서 발바닥에 붙이면 효과적이다. 발바닥을 오므리면 앞쪽에 음푹 들어가는 부분이 생기는데 바로 이 용천경혈에 오이즙으로 자극을 주면 메말라가는 진액을 보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이는 찬 성질이 강하므로 손발이 냉한 사람, 눈이 안쪽으로 쑥 들어간 사람, 피부색이 유난히 흰 사람은 너무 많이 섭취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선천적으로 냉한 체질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더욱 차가워지면서 건강균형이 쉽게 깨져 버린다. 저혈압이 있거나 빈혈 증세에 자주 시달리는 사람도 과식하지 않도록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며칠 전 아버지의 마을 금당리를 다녀오는 길에 시골마을 느티나무 그늘에서 노인들이 오이를 안주로 술을 드시는 모습이 하도 정겨워 ‘오이 예찬’을 해 봤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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