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4명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일본 1.5명, 미국과 영국 0.9명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지난 1960∼70년대 산업화로 많은 교육기관이 필요했던 시기에 정부가 공교육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학들이 정부 보조를 거의 받지 않고 운영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사학은 전체 운영비 중 재단이 부담하는 비율이 작년 기준으로 평균 2.2%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929개 사립 중·고등학교 중 정부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는 학교는 5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학교들은 학생의 등록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건물과 땅만 사적 소유이지 사실상 국·공립학교와 거의 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 중·고등학교 이사장은 예산결산권, 인사권 등 학교운영 전반에 걸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사립교육계의 풍토다. 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학부모들은 정작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21일 전교조, 민교협, 참여연대, 흥사단 등 28가 단체가 모여 결성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최근 밝힌 ‘사학의 비리 유형’에 따르면 각종 공사비 과다계상 횡령과 학생실습비 횡령, 물품 구입시 리베이트 수수를 비롯, 회계 부정 횡령, 국가지원금 미사용 착복, 학교 부지 등 수익용 재산 매각 횡령, 그리고 학교비 불법전용으로 부동산 주식투자 등 그 방법이 다양하다고 한다. 물론 사학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파행적인 학사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전국의 49개 중·고등학교와 학교 운영 문제로 분규에 휘말린 8개 사립대학의 실태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학이 정도를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립학교는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고, 사학의 자율성도 설립주체의 자율성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교사 등 사학구성원의 자율성으로 인식·해석해야 된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 기구와 이사선임 기준 강화, 공영이사제 확립 등을 명시한 사립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학교의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이 확보될 때 우리의 사학은 진정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중심이 돼 발전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추진하는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사설
경기일보
2000-10-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