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장의 경우

일산신도시 주민등 고양시민들이 벌이는 지방세납부거부 및 시장퇴진요구운동은 자치행정의 주민참여형태로 보인다. ‘고양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저지 공동대책위’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불복종차원의 시민저항은 지방자치사상 처음인 점에서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 황교선 고양시장은 문제가 된 러브호텔이나 나이트클럽등 환경유해업소가 합법적인 것이어서 허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서류상의 구비요건으로 보아서는 흠이 없었는지 모른다. 또 합법적인 구비요건을 갖추면 누구든 허가 받을수 있는 생업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특정인의 생업의 권리도 존중돼야 하지만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은 더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현대 행정이 지향하는 조장행정이다. 특히 일산 신도시는 러브호텔같은 환경유해업소가 말썽이 된지 오래다. 지역주민의 반대속에서 허가가 계속된 것은 실로 간과하기가 어렵다. 고양시장은 주민생활을 환경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서류상으로는 합법적이라 해도 불허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에게는 이만한 재량권이 있으며, 러브호텔과 관련한 이같은 불허의 재량권행사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판례가 있다. 행정의 재량권행사는 때때로 남용돼 시비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이에비해 고양시장은 행사해야 할 재량권을 회피함으로써 행정의 난맥상을 가져왔다. 현대 행정은 법규를 일탈해선 안되지만 또 법규대로만 해도 안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합법을 빙자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허가의 난맥상은 시민생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유해환경 요인으로 등장했고 업주는 업주대로 손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양시장은 더이상 합법성만을 내세울 입장이 못된다. 시민대표들과 무릎을 맞대어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벌이는 대규모집회를 일과성 행사로 기대하고 무작정 버티는 것은 민선시장의 도리가 아니다. 물론 회동을 갖더라도 ‘공동대책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의문이 두려워 안만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지금이나마 수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갖는 것이 책임있는 시장의 자세라고 믿는다.

‘주민소환제’ 입법, 찬성한다

최근 ‘러브호텔’과 ‘환경박람회’ 등의 문제로 고양시와 하남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주민에 의한 지자체 단체장 통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소환제’ 도입이 거론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지역 단체장을 불러 특정사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제재도 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거론 자체가 오히려 늦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 포럼 21’주최 ‘민선2기 회고와 전망’포럼에 참석한 최인기(崔仁基) 행정자치부 장관이 발언한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지방행정운영 등 지방자치제도의 부분적인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던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 등 과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동안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징계수단이 없어 단체장들이 인사·재정권 등을 전횡하고 있어도 민선이라는 이유로 속수무책 상태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위축시켜 지방행정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이 있겠지만, 그러나 ‘주민소환제’는 중앙정부의 간섭이 아니라는 점에서 입법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오래전 부터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롯 전국의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병폐는 지역주민들 스스로의 감시로 해소하겠다’는 시민운동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건의와 시민운동의 결과인 주민소환제 도입 지방자치법 개정은 국회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되는 점은 주민소환제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너무 서둘러 도입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으므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차제에 주민참여 강화를 위한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투표법 등도 아울러 도입하기를 촉구한다. 간접 민주주의 문제점을 주민이 직접 보완하는 측면에서 주민소환제도와 주민감사청구제도, 주민투표제 도입 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거듭 강조해 마지 않는다.

‘노벨평화상’ 그 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발표를 두고 “독재자에게 당치 않다”는 김영삼전대통령 같은 논평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 국가적 경사이며 민족적 긍지임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사선을 넘은 민주화 장정, 간곤한 투쟁,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는 설사 지금 정치적 입지를 달리한 사람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6·15 공동선언으로 냉전의 남북관계를 화해분위기로 바꾼것은 분단 55년만에 처음 맞은 민족사의 대전환이다. 북미간의 적대관계 종식,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뒤의 김대통령의 부담이다. 우선 북측에 대한 부담을 아무래도 갖지 않을 수 없다. 6·15 공동성명은 상대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상대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이다. 대통령의 수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관측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공동성명은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함께 한것인데도 그로 인한 상은 김위원장이 배제된 것을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가 북측당국의 고충일 수 있다.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측의 소외감을 덜기 위해서는 협력교류에 유연한 상호주의마저 당분간 적용키 어려운 정부측 사정이 없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있다. 앞으로 북측과 갖는 각급회담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을 화두로 삼는데는 상당한 조심성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수상을 잘못 화제로 삼는것을 삼가야 하는 것은 우리측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원용하는것은 수상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순수성의 훼손은 대외적으로도 흠집이 된다.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아직도 2년4개월이 남았다. 지금도 나라안 사정이 여러가지로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때마다 걸핏하면 평화상수상을 들어 과시해 보이거나 또는 상을 들먹여 힐난하는 여야의 정쟁 도구화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노벨평화상의 순수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성과 함께 누구보다 당자가 되는 김대중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수상의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 들인 마음을 그대로 지켜 노벨평화상이 후대에 길이 빛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북·미 관계개선과 한반도

조명록특사의 클린턴회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전달은 예상을 뛰어넘은 새로운 북미시대를 열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철천지원수, 제국주의자’로 비난해온 미국을 협력관계의 동반자로 전환한 엄청난 변화는 더이상의 냉전논리로는 체제유지가 어려운 한계돌파구의 전술상 변화로 해석된다. 북측은 여전히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적대관계의 종식등 북미공동성명은 북측을 일단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국제사회의 테러반대 노력 지지천명은 북측 자신이 테러를 포기함으로써 외교고립에서 탈피, 다각적 경제협력관계의 모색이 가능하다. 북미 관계의 이같은 급속한 변화는 미국으로서는 현안의 대북정책으로 제시됐던 ‘페리프로세스’의 이행을 대통령선거의 적기 호재로 삼고 북측은 클린턴의 임기전 관계개선을 매듭지으려는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곧 있을 올브라이트 미국무의 방북에 이어 클린턴대통령의 연내 평양방문, 김정일위원장의 방미답방 등은 그 과정에서 국교관계 수립으로 발전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끝나든 미국의 대북기조로 굳어질 공산이 높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이다. 이를 위한 4자회담을 환영하며 평화체제 전환은 준전시의 휴전상태에 공식 종지부를 찍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남북관계 개선, 냉전구조 해체에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나 함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측의 미사일문제가 시험발사 유예에서 포기로 가기까지는 상당한 난관과 조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측의 내정불간섭 요구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문제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지 않나 하는 경계가 요한다. 그동안의 군사우위 정책이 미국과의 적대상황을 축으로 삼아온 것을 이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북측이 겪을 내부파장이다. 북측은 이를 감안, 북미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김정일위원장의 지도력의 개가라고 교시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월의 흐름, 세기의 변화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또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급류를 타는 북측의 변화가 한반도의 삼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 대북 및 대미관계에 차질없이 미리 대비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젠 독감백신 파동인가

경기·인천지역 보건소들이 독감예방백신이 모자라 비상이 걸렸다. 병·의원들이 독감예방접종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 백신을 과다 확보한데다 구매 가격문제로 일선 보건소들의 물량확보가 여의치 못해 환절기 독감예방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동안 의료계 파업으로 고통과 불편을 겪어온 국민들로서는 또다시 끓어 오르는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일선 보건소의 독감예방백신 품귀 원인은 지난해 어린이들의 접종수요가 크게 늘어 병·의원들이 물량확보에 주력했고, 제약사들이 보건소의 조달청 백신 공급단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공급을 기피한데서 비롯됐다니 기업윤리와 상도의를 떠나서라도 인간적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약사들의 이같은 공급기피로 60만명분의 물량을 확보해야 할 도내 39개 보건소중 상당수가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는가 하면 소량만을 확보한 보건소에는 백신이 떨어지기 전에 접종하려는 노인들과 어린이 보호자들이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접종 수일만에 백신이 바닥나 되돌아 가는 등 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제약회사와 판매업체들이 아무리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 도리를 저버린, 보통 상식으로선 도저히 이해못할 이같은 행태에 대해 여론으로부터 어떤 힐책과 비난을 받더라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제약회사와 판매업체들이 양질의 약품과 백신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심약한 환자를 병마로부터 구하고 노인들이나 만성질환자 및 어린이를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게 예방하는 데 일조해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기업활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업윤리다. 따라서 이번의 사태처럼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약삭빠르게 비싸게 팔수 있는 병원에 우선 공급하고 보건소엔 계약물량의 공급마저 기피하는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불안할때 자사제품가격을 올리려는 의도로 생산 출고를 조절하거나 폭리를 노린 매점매석등 상인들의 농간을 타기하고 경계해왔다. 하물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의 판매기피행위는 어떤 변명이라도 용인될 수 없다. 지금 백신 품귀현상은 보건소 스스로가 비상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 제약사들은 우선 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인식하고 하루속히 물량공급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보사당국은 재빠른 진상조사와 함께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백신공급가격의 적정여부와 유통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립교육법 개정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4명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일본 1.5명, 미국과 영국 0.9명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지난 1960∼70년대 산업화로 많은 교육기관이 필요했던 시기에 정부가 공교육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학들이 정부 보조를 거의 받지 않고 운영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사학은 전체 운영비 중 재단이 부담하는 비율이 작년 기준으로 평균 2.2%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929개 사립 중·고등학교 중 정부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는 학교는 5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학교들은 학생의 등록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건물과 땅만 사적 소유이지 사실상 국·공립학교와 거의 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립 중·고등학교 이사장은 예산결산권, 인사권 등 학교운영 전반에 걸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사립교육계의 풍토다. 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학부모들은 정작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21일 전교조, 민교협, 참여연대, 흥사단 등 28가 단체가 모여 결성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최근 밝힌 ‘사학의 비리 유형’에 따르면 각종 공사비 과다계상 횡령과 학생실습비 횡령, 물품 구입시 리베이트 수수를 비롯, 회계 부정 횡령, 국가지원금 미사용 착복, 학교 부지 등 수익용 재산 매각 횡령, 그리고 학교비 불법전용으로 부동산 주식투자 등 그 방법이 다양하다고 한다. 물론 사학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파행적인 학사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전국의 49개 중·고등학교와 학교 운영 문제로 분규에 휘말린 8개 사립대학의 실태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학이 정도를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립학교는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고, 사학의 자율성도 설립주체의 자율성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교사 등 사학구성원의 자율성으로 인식·해석해야 된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 기구와 이사선임 기준 강화, 공영이사제 확립 등을 명시한 사립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학교의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이 확보될 때 우리의 사학은 진정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중심이 돼 발전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 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추진하는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용인 亂개발 더이상 안된다

경기도가 아직도 난(亂)개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도는 최대의 난개발지역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용인 서부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도로개설 재원 마련책의 하나로 또 택지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또다른 난개발을 부추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와 한국토지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는 영덕∼고기리∼서울 양재간 도로건설 재원 6천31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용인 수지·구성·기흥 등 3개지역 120만평의 택지개발을 토지공사에 허가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3개지역 120만평의 택지개발로 환수될 개발이익을 도로건설 비용에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지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이 지역은 이미 공공택지개발 등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 2006년에는 18만9천가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미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역에 추가로 택지가 조성될 경우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용인지역의 난개발은 인구밀집에 따른 수도권 베드타운의 무계획적인 조성으로 비롯됐다. 건설업자는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분양해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아파트 건설을 수익사업 차원에서 유치하기에 급급했다. 용인지역의 베드타운은 서울 등 수도권과의 광역교통망으로 연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택지개발만 선행됨으로써 입주민과 기존 주민들은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야 하는 등 삶의 질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이 교통난을 해소한답시고 도로건설을 추진하면서 그 재원마련을 위해 또다시 대단위 택지개발을 시도함으로써 난개발의 악순환을 자초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갖가지 생활불편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난개발지역에 환경평가와 교통영향 등을 무시한채 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모한 짓이다. 경기도가 건설하려는 영덕∼고기리∼서울 양재간 도로는 ‘지방도’라기 보다는 ‘광역도’로서 건설비는 국·도비로 분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도비 마련 방안은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할 과제다. 도로건설 비용을 택지개발이익금으로 손쉽게 충당하려는 것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행정편의 주의적 발상이다. 도 당국은 난개발의 대명사인 용인지역이 또 다시 난개발에 휘말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연금부담 국민전가는 부당

요즈음 공무원 사회가 연금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그 동안 연금부담률 인상, 연금 축소 등 설왕설래하던 연금법의 개정 내용이 발표되어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정 내용에서 공무원 연금부담이 현행 월급여액의 7.5%에서 9%로 인상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9일 공무원의 연금 부담률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실시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1조3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하여 연금 기금을 운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연금법 개정안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공무원 연금법은 현재 고갈된 연금 기금의 확보를 위해서 개정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한다. 97년에 6조2천억원이나 되던 연금 기금이 현재 1조8천억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이대로 가면 연금 기금은 적자는 고사하고 파산될 지경에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개선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연금 기금이 이 지경이 될 상황까지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연금 운용을 방만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방만하게 운용한 책임은 지지않고 단순히 공무원 부담률이나 인상하여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안이한 시각은 너무도 무책임한 발상이다.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려는 계획도 문제가 있다. 공무원 연금 지급 책임은 국가에 있고 따라서 문제가 있을 때 결국 세금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부실기업의 처리를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이 공무원 연금이 부족하다고 하여 정부예산으로 무조건 지원하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연금 고갈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나 대책없이 임시방편으로 국민의 혈세나 사용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대책이다. 공무원 연금을 비롯 각종 연금 운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대단하다. 대부분의 연금 운용이 퇴직 관리들에 의하여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으며, 또한 투명성도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 각종 연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부실 운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연금 운용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잘못 운영해 놓고 손쉽게 국민의 혈세나 사용하고 또한 부담률이나 인상하는 안이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신도시 건설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일고 있다. 건교부 용역의뢰로 개발계획을 마련한 국토연구원은 수도권의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정부의 일관된 수도권 과밀화 억제시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엊그제 개최한 공청회에서 성남 판교와 화성 중부 그리고 아산만권 배후지역등 3곳에 수백만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은 또 중장기적으로 파주 고양 의정부 등 경기북부와 김포 남부, 화성 남·서부지역에도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난을 감안하면 새로운 택지개발과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은 불가피하다. IMF이후 주택건설이 큰 폭으로 줄어 최근 수도권의 전세가가 크게 오르고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월세전환까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주택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비대화를 막기 위한 개발억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였음에도 주택공급 확대 등을 이유로 신도시 개발이 무계획적으로 추진돼 왔고, 그로 인한 도시기능 기형화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말 건설된 신도시가 그렇듯 새로 들어설 신도시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단순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된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신도시 건설 방안은 기존의 고밀도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용적률을 낮추고 녹지율을 높여 환경친화적인 주거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도시건설계획은 주택정책 차원만이 아닌 수도권 균형개발과 정비계획까지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도시기반 및 생활편익시설은 물론 산업과 상업기능을 함께 갖춘 자족도시여야 한다. 당장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신도시를 건설하다 보면 과밀 혼잡의 수도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러브호텔 규제책 火急하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러브호텔 대책을 위해 경기도가 위락지구 지정 및 특정용도 제한지구 신설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주거지까지 파고드는 러브호텔의 병폐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가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상위법 개정을 촉구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러브호텔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는 조례개정안을 마련중인 것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할 중대현안이다. 경기도가 도시계획조례를 고쳐 특정용도 제한지구를 신설하면 시·군에서도 위락지구 지정 및 도시계획조례를 제정, 러브호텔을 단일지구화하고 건축위원회 사전심의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신규숙박시설의 건축을 제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요즘 러브호텔이 사회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자못 심각하다. 본보가 심층취재하여 보도중인 ‘우후죽순 러브촌’ 기사내용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대로 남한강변인 양평군 강상면·강하면 일대의 호텔, 시흥시 월곶동 러브촌, 화성군을 비롯한 경관이 수려한 농촌지역의 모텔들, 양주군 장흥면 장흥관광지 계곡의 호텔, 심지어 학교주변과 주택가까지 들어선 모텔은 이제 ‘러브호텔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의 대상까지 되었다. 경기도내 시장·군수협의회도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 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회의 및 세미나에서 시장·군수, 구청장이 숙박시설 등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건축법 조항을 신설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교주변과 주택가에 러브호텔이 난립한 이유는 일선 지자체와 정부 관련 부처들이 제각각 땜질식 처방만을 제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번에 경기도가 건교부 및 교육부 등 중앙정부에 개정을 촉구한 상업지역내 숙박시설 이격거리 확보와 용도제한 그리고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확대 및 동구역내 숙박시설 금지 등이 관철되어 러브호텔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특히 러브호텔 문제는 도시계획법 및 관련 인허가규정, 행정편의주의,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생긴 사회문제이므로 반드시 일관된 법령강화와 인허가 실명제 등이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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