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값 인상 동결?

올해 쌀 총생산 예상량이 3천677만섬으로 5년 연속 풍작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농림부가 올해 생산목표로 세웠던 3천530만섬에 비해 4.2% 147만섬이 많은 양이다. 수확기를 앞둔 지난달 두 차례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풍작을 이룬 것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피땀 흘려 일해온 농민들 덕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양곡유통을 둘러싼 여건이 만만치 않아 내년도 추곡 수매값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농민들은 올들어 농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되면서 농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도 추곡수매값 인상률은 최소한 예년 수준(5.5%)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농민들은 지난 10일 김대중대통령이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벼 수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곡 수매값이 5% 인상되고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면 7.6%의 쌀값 인상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곡 수매값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쌀 생산비와 농가부채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최근 산지 쌀값은 추곡수매값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 추곡수매값에 비해 4천∼5천원 높은 값을 형성했으나 올해는 수매값보다 2천여원정도 밑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체매입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매년 늘어나는 쌀 재고량이 내년도 추곡수매값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군다나 농가경제가 악화돼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동안 수매값 인상률 결정의 기초자료가 돼왔던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농산물값 하락 등으로 상승폭이 예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수매값 결정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촌실정이 이러한데도 예산당국 등 농업계 외부에서는 내년부터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는 것을 근거로 11월부터 12월말에 결정하는 추곡 수매값을 동결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식량 생산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며 온갖 고초를 극복하는 농민들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추곡수매값을 5% 인상하고 논농업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양평군 공언이 이행되기를 바라며 당국은 이에 따른 대책을 분명히 수립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연천군 연수·연찬회 ‘의문’

연천군이 오늘부터 28일까지 추진하는 전 공무원 연찬회와 오는 10월초 실시할 예정인 모범공무원 제주연수계획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상하간의 대화를 통한 사기진작을 도모키 위해서라고 한다. 이의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전 공무원을 5개조로 나눠 그것도 꼭 콘도에서 1박2일을 보내고 모범공무원이란 이름으로 80명을 선발, 2박3일의 제주여행을 시켜야 한다고는 믿기 어렵다. 우선 연찬회 프로그램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찬에 걸맞지 않는 내용의 그저 하룻밤 함께 보내기라면 잡담소일로 소중한 시간을 축내는 것 밖에 안된다. 제주연수란 것도 그렇다. 공무원으로서 굳이 제주까지 가서 연수할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수 없다. 관광여행의 인상이 다분하다. 사기진작을 위해 실시하는 제주여행이 자칫 잘못하면 불공정한 모범공무원 선발로 인화를 해쳐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킬 우려 또한 많다. 자치단체의 수요충족은 소관 행정구역내의 소비가 최대 덕목이라고 믿어왔다. 연천군의 연찬회가 정 필요하다면 장소가 좀 협소하고 시설이 다소 미비하더라도 관내 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자치단체구역인 포천의 업소에까지 가서 행사를 갖는 것은 자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포천도 모자라 제주에까지 뿌리려는 돈이 자그마치 약 7천만원이다. 연천군은 어느 자치단체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모로 보나 예산집행이 요구하는 합목적성에 합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찬회나 연수자체를 힐난할만큼 인색할 생각은 없다. 이같은 행사를 갖더라도 조촐한 가운데 속찬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내실을 기할수가 있다. 불행히도 연천군의 이번 행사의 경우, 호화내빈으로 보이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근무의욕을 북돋워주는 여건조성을 평소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과성 구호적 행사보다는 이런 조건충족이 더욱 긴요하다. 인사관리의 투명성, 신상필벌의 엄정성을 직원들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천군이 강행하는 연찬 및 연수는 막대한 예산을 부담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이행않거나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왜곡이 있을시엔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흥업소 취업 주부들

유흥업소 취업주부는 IMF가 시작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IMF충격은 이제 고비를 넘겼다지만 여전한 불황체감의 서민경제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30∼40대 주부의 유흥업소 접대부 취업은 도덕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 흔히 말하는 바람기 있는 ‘여편네’가 돈을 쉽게 벌려는 것으로 인식된 것이 통념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은 있다. 성남 술집화재참사에서 희생된 취업주부들의 애절한 사연은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질수 있겠는가를 생각케 한다. “엄마! 대학같은거 안가도 돼요… 제발 눈좀 떠봐요!” “좀 있으면 컴퓨터를 사준다더니…” “월세방에서 전세를 얻겠다고 그렇게 기를 쓰더니만…” 영안실을 울리는 자녀등 유족들의 울부짖음속에서 이시대 사회상의 슬픈 단면을 새삼 발견한다. 자녀들에겐 비록 술집접대부로 나간 사실조차 처음 알게된 일이겠지만 낮엔 살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허드렛일보다는 수입이 낫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손님들 술시중을 든 가장 어머니가 더할수 없이 소중한 것이다. 물론 빈곤으로부터의 완전 해방은 아무리 국태민안해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 심화의 사회구조는 소득재분배에 심한 왜곡을 빚어 문제가 우심하다. 장밋빛 여권신장론은 만발해도 한달에 기껏 100만∼200만원 벌이를 위한 이들에게 다른 일거리를 주어 생업을 돌릴수 있는 생계형 여성정책은 찾아볼수 없다. 이같은 여성정책수립은 당연히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조직에 명색이 여성부를 신설한다거나 사회복지증진을 말하는 정부가 영세 주부가장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는 것은 유감이다. 물론 어떤 시책이 서있어도 딴길로 갈 사람은 가겠지만 이런 것을 구실삼아 원칙을 외면한다면 정책빈곤을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그늘진 사회단면은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돌아보면 당장 점심굶는 아이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 여성정책문제는 이토록 어렵고도 어렵다. 하지만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이런 일을 하기위해 존재한다. 성남 화재참사 사건을 계기로 보는 유흥업소 취업 주부문제 또한 이런 차원에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해두는 것이다.

지하공동구 관리 이래서야

경기도내 5개 신도시 등의 지하공동구가 화재무방비 상태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신도시의 지하공동구들이 소방법시행령상 갖춰야할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진압의 기본설비인 소화기는 5개 신도시 지하공동구 모두가 한결같이 법정기준에 훨씬 미달된 채 형식적으로 비치됐고, 연소방지시설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이같은 화재 취약상태는 군포와 수원 매탄 지하공동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분당과 군포지역 지하공동구의 경우 시설물의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데 필수적인 지하설계도면까지 분실된 것으로 밝혀졌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지하공동구는 전력선 전화선 상수도관 초고속통신망 등 도시기반 시설들이 설치돼 첨단 도시생활을 가능케 하는 사회의 신경망이자 생명선이다. 여기가 탈이 나면 도시 기능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그럼에도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기 이를 데 없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4년 서울 동대문 지하통신구와 97년 잠실 지하공동구 화재로 그 참상을 생생히 경험했다. 특히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 화재로 5천여 아파트의 전기 전화가 끊어져 일대가 암흑천지로 바뀌고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었으며, 밀집된 금융기관의 통신망이 불통돼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하는 등 도시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것을 보았다. 이같은 충격적인 사고를 그만큼 겪었으면 누구나 지하공동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관리의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이 신도시 지하공동구에 대한 합동점검결과 미비된 소화시설을 보완토록 관할 지자체에 지시했음에도 예산타령이나 하며 미루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자체들이 그동안의 몇몇 사고에서 혼란상을 보았음에도 지하공동구 관리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시설이지만 사회의 심장역할을 하는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통신 전기 상수도 등을 관장하는 관계기관이 있으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 이를 보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화재 등으로 지하공동구 시설이 훼손되면 통신두절 등 심각한 사회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것은 국가안보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의 체전 5연패 쾌거

‘체육웅도’ 경기도가 마침내 전국체전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부산에서 열린 제81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111개, 은메달 110개, 동메달 111개로 종합득점 6만8천570점을 획득, ‘영원한 맞수’인 서울을 4천점 이상 따돌리고 출전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종합우승의 위업을 이룩한 것이다. 이는 경기도를 비롯 각급 기관·단체와 도민들이 성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로 믿으며 그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경기도의 명예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강훈을 거듭해 기량을 연마, 5연패의 큰 선물을 안겨준 1천660명의 선수단에게 치하와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낸다. 특히 우승 전략 종목인 육상, 사이클, 테니스, 축구, 사격, 역도 등의 변함없는 선전과 롤러, 수영, 태권도, 레슬링, 펜싱 등 취약했던 종목들이 크게 도약했음은 경기체육의 저력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 주었을 뿐만아니라 경기체육이 한국체육의 중추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제 전국체전 5연패 달성을 계기로 경기도체육은 앞으로 장소가 부족한 육상종목 연습장을 확보하는 등 경기종목별로 면밀히 상황을 분석, 검토하여 빠른 시일내에 체육진흥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일시적인 예산지원보다는 장기적으로 선수들이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도와 시·군 직장소속 선수들의 신분보장과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마침 임창열도지사가 5연패의 쾌거를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수 체육 중·고교생들은 도내 대학에 취학하도록 제도적인 연계체계를 만들고 체육계를 비롯 각계 각층의 의견을 모아 경기체육인의 염원인 종합체육과학센터를 건립,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체육진흥대책을 밝혔다. 아울러 비인기종목이지만 그늘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직장팀을 새롭게 창단해 균형잡힌 체육종목 관리시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국체전은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다. 도민의 총결집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는 전국 시·도간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지사가 밝힌 체육진흥대책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전국체전 5연패의 신화를 창조하고 오늘 개선하는 경기도 선수단을 다시 한번 뜨겁게 환영해 마지 않는다.

화재참사 연례행사인가

엊그제 밤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성남 지하 단란주점 화재사고 역시 안전불감증과 행정기관의 직무소홀이 빚은 참사였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23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와 50여명의 고교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인천 호프집 화재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통이 터진다. 1년전 참변을 거울삼아 행정감독을 철저히 하고 유흥업소에 대한 안전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이같은 참사는 또다시 되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화재가 발생한 단란주점의 일부가 다방으로 허가돼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67평의 영업장은 92년 중원구청으로부터 전체면적중 일부를 유흥주점으로 허가받고 일부는 다방으로 허가받은 뒤 전체를 목재합판으로 칸막이를 하고 룸 7개를 만드는 등 유흥주점으로 꾸며 불법영업을 해오다 일이 터진 것이다. 관할 지도 감독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다방영업장을 단란주점으로 불법용도변경까지 하면서 버젓이 영업해온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이며, 알고도 놔두었다면 묵과할 수 없는 범행이다. 이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문제의 업소는 성남소방서가 지난해 10월 정기점검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으나 이날은 소방법상의 각종 안전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화재탐지기와 옥내 소화전은 설치돼 있었으나 전혀 작동되지 않았으며 소화기는 비치되지 않았다. 소방점검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번 화재는 지하층에서 발생할 때마다 체험하는 종래의 화재양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입구는 좁고 내부는 가연성 실내 장식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형식상 비상구는 있기는 했으나 유도등도 없고 물건을 놓아 통로 일부가 막혀 있었다. 게다가 다중집합 이용업소에 대한 정기소방점검이 종래 1년에서 올부터 2년으로 완화된 것도 문제다. 앞으로 소방관련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소방점검을 철저히 함으로써 화재 취약건물이나 업소의 방화 및 진화체제를 완벽히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지하 유흥업소를 중점 대상으로 소방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면서도 지하 유흥업소 등의 화재 무방비 상태는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사실을 당국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 점검은 아무리 반복한들 소용이 없다. 따라서 문제의 업소에 대한 소방점검과정에서 잘못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내 직무소홀자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기대되는 ASEM

내일부터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서울에서 열린다. ASEM은 이미 지난 17일 입국한 중국의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비롯 영국의 블레어 총리 등 아시아와 유럽의 26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단군 개국 이래 한반도에서 개최되는 최대의 국제회의이다. 각국 대표단이 1천3백여명에 이르고 외신기자만도 6백80여명에 이르며 소요 예산도 무려 1백억원 이상 사용되는 그야말로 매머드 행사이다. 더구나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열리는 최초의 국제회의이기 때문에 각국의 관심은 대단하다. 이런 ASEM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다. 우선 이번 회의를 기회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위치가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ASEM이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치가 그 만큼 향상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매2년마다 열리는 국제회의이기는 하나, ASEM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와 같이 경제협력만 다루는 특정한 분야의 협력체가 아니고, 정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ASEM에 대한 국제적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으며, 이를 우리는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에 대한 국제적 지위를 격상시키는데 노력해야 된다. 둘째, ASEM을 통하여 한국은 참석국가들과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삼아야 된다. 한국과 ASEM 회원국간의 총교역량은 1천2백5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전체 교역량의 47.5%에 달한다. 또한 ASEM국가들의 대한(對韓) 투자는 외국인 전체 투자의 65%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의 교역과 투자의 확대는 한국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는 이들 국가들과 11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의 경제블록이 형성된 이후 교역여건은 악화되고 있음을 감안 ASEM 기간 중 더욱 효과적인 통상외교를 전개해야 된다. 셋째, ASEM은 아시아·유럽국가들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시아와 유럽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때로는 배타적인 가치를 가지고 정치 및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ASEM이 상호 이질적 가치의 존재를 파헤쳐 갈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상호이해를 통하여 지구촌의 공동체적 삶을 증진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철도사업 관리부실 문책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의 관리가 아직까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수원∼천안간 복복선과 분당선 복선 등 10개 철도건설사업의 사업비가 당초 4조3천800억원보다 3조3천900억원이나 더 늘어나고 사업기간도 5년이상 연장되는 등 국책사업이 엉성하게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사업의 사업비가 최초 계획에 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비판과 질타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지만 임의 설계변경이나 총사업비를 무시한 공사계약 체결 등으로 사업비가 당초보다 1∼2배 늘어나고, 사업기간이 연장되는 등 방만운영은 여전하다. 국책사업의 사업비가 중간단계에서 계속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획단계의 부실때문이다. 처음부터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비용 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단 사업을 따낸 뒤 사업시행과정에서 예산을 증액하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사업기간중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사업비가 변경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공무원들의 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요인이 크다. 공무원들의 의도는 애초 사업의 타당성 검토단계에서 소요액을 줄여 사업추진을 용이하게 한후 시행과정에서 이를 대폭 늘리면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계속사업의 경우 갖가지 이유를 붙여 증액하는 것이 쉽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이 그릇된 관행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되었음은 물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부실한 최초 설계를 계속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비리와 예산낭비도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때문에 관계당국은 실제 사업비가 초기 예상 사업비보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경우에는 사업추진 부처뿐만 아니라 초기 예산결정 책임자에게까지 함께 책임을 묻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집행과정에서의 관리체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원∼천안간 복복선과 같이 예산 집행지침을 어겨가면서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를 늘려 혈세를 낭비하는 공무원과 설계법인 및 시공업체들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교평준화 보완 필요하다

성남·고양·부천·안양시 등 경기도내 신도시 주민 70% 이상이 고등학교 평준화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지역의 고입 평준화제도 시행여부가 주목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경기도 교육청의 용역을 받아 조사한 ‘경기도 신도시 고등학교 입학제도 개선 방안’의 중간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주민 4천458명중 71.2%가 고입 평준화를 찬성했다는 것이다. 평준화 도입 이유로는 그동안 극심한 논란이 되었던 ‘입시위주의 중학교 교육정상화’가 53.9%로 가장 많았고 ‘학교간 서열이 없어지기 때문’이 24.9%, ‘지나친 경쟁을 피할 수 있어’가 11.5%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성남지역의 경우 주민중 67.7%가 구시가지만 평준화를 실시하고 분당 지역은 실시하지 않은 현행 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비평준화 지역인 분당구 주민도 75.5%가 고교 평준화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또 안양·과천·의왕·군포지역 주민도 학부모의 62.7%, 교사의 68.5%가, 부천시는 주민 80.4%가 고교 평준화를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러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교평준화 도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또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진대로 2000년 수도권 지역고교 졸업생 6천701명의 성적을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수능으로 환산한 평준화 지역 고교 졸업생의 성적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12점 높았음이 평준화를 더욱 필요화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며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른바 명문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지금 한국교육개발원은 설문조사에 이어 17일부터 20일까지 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시하는 주민공청회를 실시중에 있으며 오는 11월말까지 공청회 결과 보고서를 도 교육청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내년 2월15일 이전에 평준화정책을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 교육개발원과 도 교육청은 고교 교육평준화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공청회인 만큼 평준화 지지 계층과 비평준화 찬성 계층의 의견을 엄정히 수렴하여 상호 장단점을 보완하는 가운데 형식적인 공청회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원리가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지만 소수의 주장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판교, 벤처산업단지화 마땅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중 하나인 성남 판교 일대의 개발형태를 놓고 경기도와 건교부 및 성남시의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교통 환경 등 사회 경제적 후유증을 유발하게 될 건교부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특히 판교지역이 택지개발보다는 첨단 벤처산업단지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나섰다. 도는 이를 위해 올해 말로 끝나는 판교지역의 건축행위규제를 1년간 연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는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건교부의 방침을 찬동하면서 즉시 택지를 개발 하고 그 중 일부 용지를 벤처기업에 제공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신도시 건설에 대해 충분한 검토 끝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밝힌바 있는 우리는 판교지역을 벤처기업 중심의 사이언스파크로 개발하려는 경기도의 구상이 옳다고 판단된다. 이미 우리가 본란을 통해 지적했듯이 새로 들어설 신도시 특히 ‘판교’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단순히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인근 분당 신도시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지금도 심각한 상태에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용인지역의 난개발로 경기 동남부 지역 주민들이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성남시가 신도시 추가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성남시는 판교일대 개발예정용지 280만평 중 30만평을 벤처산업단지로 제공하고 녹지와 공공용지를 제외한 70만∼80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는 주장이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고밀도개발이 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판교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의 풍부한 배후시장과 금융 및 고급인력 등 산업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수 있는 친환경적 저밀도 벤처산업 입지로는 적지라는 경기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판교가 지식산업이 포함된 벤처산업단지로 개발될 경우 자족도시로 기능하면서 테헤란 양재 포이 과천을 잇는 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계획과 국토건설계획은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백년의 대계(大計)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계획은 목전의 개발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백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설계되고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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