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관리 이래선 안돼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잘못된 주식투자 등 연금기금을 부실하게 운용해서 거액을 날렸으면서도 가입자들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이를 축소작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런 부실과 오류들이 과거부터 여러차례 지적돼 온 적폐들인데도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올 8월까지 공단이 주식투자로 손실본 액수는 모두 503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손실액수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한국통신주식을 ‘투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액수일 뿐 이를 제외하면 실제 주식투자 손실액은 2천9백20억원이라는 주장이 옳다. 여기에 부실채권 투자손실 62억원과 외부 위탁투자 손실 560억원, 투신사의 간접투자 손실 477억원 등을 합하면 총 투자손실 규모는 4천22억원에 이른다. 이는 공단측이 밝힌 손실액 503억원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을만 하다. 문제는 이같은 손실외에도 공단보유 채권과 은행 및 투신사의 신탁 투자 공사채등 펀드들의 시가평가손실액을 포함하면 손실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공적연금 내실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30년부터 운영 적자로 돌아서고, 2040년엔 그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연금체계가 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돼 있는 탓도 있지만 이미 지적한대로 부실관리 책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단측은 1998∼99년에도 3천억여원의 손실을 낸뒤 17명의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역시 기금운용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공단구조를 부풀려 인건비 등이 지나치게 지출되는 데다 기금관리도 공공목적이란 명분아래 이자율이 낮은 분야에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에는 책임경영을 요구하고 윽박지르기 일쑤인 정부가 스스로의 판단 잘못과 방만한 운용에 따른 기금손실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손실액을 축소발표나 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당국은 연금기금을 방만하게 관리해온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한편 운영체계를 바로 잡고 기금관리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팀의 전문화는 물론 운용의 투명성도 도모해야 한다.

醫·政 협상 상호 양보를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분업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는 언급과 지난달 24일 최선정 복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한 의료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으로 그 다음 날인 25일부터 의(醫)·정(政) 협상이 재개되어 국민들은 지루하게 끌던 의료사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양측간의 협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환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난달 30일 다시 양측간의 협상이 계속되었으나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서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일 예정된 의료기관 총파업과 폐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협상의 주축인 전공의들이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또한 서로 다른 의료계 대표들의 합의가 쉽지 않아 협상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의료사태에 지쳐 있다. 특히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의료사태를 야기시킨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여야 될 것이다. 우선 정부의 협상 태도가 중요하다. 정부는 최 장관을 통하여 의약분업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부족, 의료사태에 따른 국민불편, 의료계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의료계에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 이외에 지역의보 재정의 국고지원, 대체·임의조제 금지 등 약사법 재개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여야 될 것이다. 의약분업의 큰 틀을 깨지않는 범위내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된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의료계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혀 협상에 임해야 될 것이다. 지난 3개월동안 끌어 온 의료사태는 현재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을 주지 못하고 손해만 입히고 있다. 특히 죄없는 환자들은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여 고통을 받고 있음을 우선 의사들이 직시해야 될 것이다. 더 이상 환자로부터 불신받는 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들은 의료계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대화를 통하여 이를 해결할 자세를 가지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상을 통해 의료사태를 종결해야 된다.

총재와 대표의 차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서영훈 민주당 대표간에 새삼 격(格)을 둔 다툼이 있었다. 이총재가 김대중 민주당 총재를 정국대화의 파트너로 꼽아 서대표의 대화제의를 거부한데 대해 서대표가 섭섭한 감정을 노출한데서 비롯됐다. 어떻게 보면 치기(稚氣)같기도 하지만, 따져 말하면 여야간 경색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점도 있어 언급할 필요성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총재와 대표는 격이 같을수 없다. 이모, 서모라는 자연인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조직의 위계가 그러하다. 서대표는 ‘총재가 당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라고 위임했기 때문에 야당총재와 대좌할 자격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내 사정이다. 위임이라는 것도 전권행사에 사실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당수(黨首)의 상대당 대화상대는 당수이지 그 밑의 당간부일수 없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기도하다. 현실적으로 어느 당이고 할것 없이 당의 기구가 독자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총재가 거의 당론을 주도하다시피 하는 국내 정당체질에서는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총재 또한 과거 야당 총재시절에 여당의 총재가 아닌 대표와 애써 격을 같이 해보이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은 것으로 기억한다. 예컨대 청와대서 가진 여야총재회담에서 배석할 자격이 없는 여당대표를 야당총재와 나란히 한자리에 함께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결례였던 것이다. 이제 집권여당이 된 마당에 과거에 당했던 그같은 불공정게임을 지금의 야당에게 강요할 생각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있다. 대통령의 자리와 집권 여당총재직을 행여 혼동한다면 정치발전을 위해 무익하다. 국민이 보기엔 여야총재가 만날수록이 좋고 대화는 있을수록이 좋다. 어느쪽에서든 만나자는데 한쪽이 거부하는 것은 대화정치, 상생정치의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여당총재가 갖는 대통령의 위치는 국민이 선택해준 별도의 국가직이다. 야당총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여당총재이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상궤다. 많은 국민들도 실제로 이총재와 서대표간의 만남으로 꼬인 정국이 풀릴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총재끼리의 만남이 중요한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여야총재는 서로간에 권능을 존중해야 한다. 정치인은 있어도 정치는 없는 이유가 그렇지 못한 대화빈곤에 있다.

인천공항 특별대책 마련하자

내년 3월말 개항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이 빚더미에 눌려 압사상태라고 한다. 동북아시아 중추공항을 지향한다면서 어쩌자고 이렇게 주먹구구식 아니면 임시변통식으로 공사를 추진해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연간 이자만 4천410억원을 물게 됐다니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를 지경이다. 얼마전 감사원이 밝힌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잦은 설계비용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자 1995년 11월 2차 설계변경을 통해 여객터미널 등 공항 핵심시설(부대시설 제외) 건설에 드는 건설비 5조8천229억원 가운데 40%만을 국고로 하고 나머지 60%는 차입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또 1992년 6월 이후 기본계획은 3회, 총사업비는 5회 변경해 사업비가 7조9천984억원에 달해 당초보다 2·3배 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개항 첫해 연간 공항운영사업이 5천351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의 82.4% 가량을 차입금 이자로 지출케 돼 정상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재정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성급한 착공과 마구잡이식 설계변경, 사업비 미확보뿐만이 아니라 운영준비부족, 종합시스템 시험운영 미실시 등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야기됐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결국 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없는 한 그동안 7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인천국제공항은 천덕꾸러기로 푸대접을 받을 게 분명해 참으로 걱정스럽다. 일본 간사이의 경우 정부지원금이 58%, 중국 푸동공항 67%, 홍콩 쳅락콕 공항 77%에 반해 인천국제공항은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금을 50∼60%로 상향,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된다고 한다. 추가 출자전환이나 2단계 사업비가 내년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항 정상운영은 물론, 인천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 인천국제공항건설 관련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 예산과다책정이나 수익구조 허위조작 등 73건의 위법부당사항은 책임을 엄중히 묻되 인천국제공항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별지원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국제적인 신뢰상실은 우선 예방해야 되기 때문이다.

화성 ‘원삼국시대 집터’ 발견

서울대박물관팀이 화성군 태안읍 기안리 고금산 정상부근에서 원삼국시대의 집터를 발견(본지 9월 30일자 18면보도)한 것은 서해안에선 처음인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원삼국시대는 선사 무문토기시대에서 신라초기에 이르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간 500년을 말한다. 이 시기의 선사와 역사시대를 잇는 유구가 복합적으로 발견된 것은 사료적 가치가 크다. 선사 무문토기는 지난 1979년부터 1984년 사이 수원시 서둔동 여기산 정상에서 주거지와 함께 발굴된 적이 있긴 하나 보도된 것처럼 40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유구가 다양한 시대적 유적유물과 함께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를 잇는 청동기시대의 서남부권(한강유역∼평택) 당시 사회상을 다른 청동기시대 유물과 연계, 구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이같은 유구의 발견지점이 해발 99m의 고금산 정상인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마한의 전신인 진국(辰國)시대는 한강이남의 여러 부족국가가 연맹을 이루었던 시기여서 그 당시 한 부족이나 호족이 맹주를 형성했던 유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무렵엔 또 고조선지방에서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유민이 남으로 이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조사구역에서 수습된 유적 및 유물의 문화수준으로 미루어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만 하다. 해상교통이 편리한 남양만을 앞마당 삼아 고금산 봉우리를 요새화한 부족 또는 호족은 원삼국시대 대대로 이어 살면서 인근 일원을 지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 소중한 문화유적지를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문제다. ‘문화재는 발굴되는 날부터 훼손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긴하나 그래도 두 천년세월의 신비를 드러낸 유구와 유물을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책임이다. 다른곳의 기관에서 문화재를 발굴하거나 발견하면 마치 남의 일인듯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기존의 문화유적지도 개발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기가 일쑤다. 우리 지방에 살던 선인(先人)들의 유적지를 외면하고는 향토애를 말할 수가 없다. 지방문화유적은 곧 나라의 문화유적이다. 화성군과 경기도는 서울대박물관과 유대, 문화재관리국에 고금산의 원삼국시대 유구에 대한 응분의 보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지정이 아니면 지방문화유적지로 지정, 탐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북 식량차관 제공

대북식량 60만t(1억100만달러)지원은 대체로 인정되면서도 정부의 투명치 못한 추진과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북측의 식량사정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 있지만 가뭄과 태풍으로 세계식량계획(WFP)은 133만t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량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측도 결식아동 등 밥굶는 사람이 적잖다는 말도 맞긴 맞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식량지원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국내에 밥굶는 사람이 없어서 주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평화를 산다는 비난이 있다. 남북관계 전반의 개선을 염두에 두어 신뢰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매도돼야 할 일로 보는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동포애를 발현하는 것이 더 이상 지탄을 받아야 할 시대는 아니다. 이번 대북식량지원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무상지원 10만t외의 50만t은 10년거치 20년분할상환(연리 1%) 조건의 차관방식이다. 남북간 상거래의 공식물꼬를 튼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같은 차관제공은 지난 2차 장관급 평양회담에서 북측이 요청한 100만t 가운데 일부다. 1995년의 쌀지원에 비해 중국산 옥수수 등으로 지원규모는 3배이상 늘리면서 비용은 절반이하로 줄인점 또한 전과 다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6일 경협제도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과 식량차관 제공을 합의해 놓고 여론을 의식, 발표에 이틀동안이나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인 것은 오히려 여론을 나쁘게 만들었다 할수 있다.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한 김대중 대통령의 다짐에도 크게 어긋난다. 차관제공의 재원이 남북협력기금이라는 이유로 국회동의가 필요없다고 보는 정부측 생각 역시 온당치 않다. 이번의 차관제공은 결국 1천200억원(기금)의 국민부담이다. 국민부담이 막대한 것도 그렇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한 지원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더욱 탄력을 받는다. 여야의 정국경색으로 첫 인도분의 선적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이 마당에 국회가 정상화돼 동의를 받기는 실로 어렵지만 정부여당이 마음만 잘 먹으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울러 정부의 대북정책은 앞으로도 좀더 투명하게 추진해야 국민적 합의를 얻을수 있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학교운영위도 편가르긴가

도내 일선 초중고교에 구성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내년 4월 실시될 경기교육감 선거는 지난해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일선 학교의 학운위 위원들이 직접선거로 교육감을 뽑게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학운위 위원들에게 교육감 선거권이 주어짐에 따라 일부 학운위장들이 ‘경기도학운위장 총연합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세력화 하는 과정에서 세력간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총회에서 새 회장을 뽑은 경기도학운위장 총연합회는 지난달말 일부 학운위장들이 총회와 무관하게 음식점에 모여 회장을 뽑았다가 말썽이 일자 이를 무효화하고 이날 다시 회장을 뽑는 해프닝을 벌였다. 도내 1천400명의 학운위장 중 일부 지역의 370명만 참석해 열린 총회는 그나마 참석자 중 150명이 연합회 구성과 회장선출방식에 불만을 품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등 갈등을 드러냈다. 이처럼 일부 학운위장들이 ‘연합회’라는 임의단체를 구성, 회장과 임원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집단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자문하는 교내 기구이다. 교원·학부모·지역인사가 위원으로 뽑혀 학교발전을 위해 자문해야 할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를 겨냥 세력화하고 편가르기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학운위 위원들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것은 우리의 교육자치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사전포석으로 세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학운위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6∼8월에 치러진 충남·전북·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학운위 위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되는 등 혼탁양상을 보여 각계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제 학운위 위원들은 자신들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자체가 불법선거를 배제하고 교육자치를 한 차원 높게 실현하기 위한 진일보한 제도임을 자각하고 무거워진 책임감을 깊게 느껴야 한다. 지역의 양식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에 휩쓸려 세다툼과 이합집산으로 추한 꼴을 보인다면 교육현장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미래가 암담해질 뿐이다. 학운위 위원들은 투표권 확대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더 자중자애할 것을 거듭 당부해 둔다.

교량안전검사 믿을 수 없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양호판정을 받은 교량이 외부용역 검사에서는 대부분 ‘불량’지적을 받았다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수 많은 차량들이 통과할 대규모 교량공사가 날림이라는 게 아닌가. 오래전부터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데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니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경기도가 국회 건설교통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1·2종 시설물로 분류된 도내 교량 58곳 중 31곳의 안전상태가 불량으로 판명되었다니 경기도의 책임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양주시와 양평군을 잇는 제2양평대교의 경우 1998년 도 자체점검에서는 양호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와 올 3월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의 안전점검에서는 각각 계측시스템 작동 이상과 슬래브 및 벽체균열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천 이포대교와 광동교도 자체점검 결과 이상무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5개월 뒤인 1999년 대운구조연구소가 실시한 정밀점검에서는 신축이음새 방수불량 및 교각 밑부분과 바닥판 균열 등의 하자가 지적됐다고 한다. 포천군 내촌면을 관통하는 진목교 역시 1998년 재가설 직후 자체점검에서는 아무런 문제점도 지적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B&T 엔지니어링과 대운구조연구소의 정밀점검 결과 신축이음새 불량으로 부수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교량 58곳 중 31곳이나 이렇게 공사상태가 불량하다면 도대체 자체검사는 눈 감고 했다는 것인가. 현지 출장도 하지 않고 봐주기 식으로 결과 보고를 했다는 것인가. 행정기관의 안전점검이 전문장비없이 육안으로 살피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용역기관의 분석이 사실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경기도 당국, 특히 관련부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최초로 연속압출공법, 다리 상판을 밀어내면서 하단의 박스를 건설하는 공법으로 시공된 제2양평대교는 시공당시부터 하부슬래브의 강도가 하중을 지탱하기에 크게 부족해 교량구조 전반에 걸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경기도의회의 지적을 받아 왔다는데도 공사를 강행한 모양이다. 대부분 시공부실 탓이고, 보수공사가 시급하다는 외부용역 정밀점검 결과에 대한 경기도의 답변과 대책을 요구한다.

가스폭발 무대책인가

27일 밤 시화공단의 자동차용 LPG통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가스폭발사고는 대형사고에 대한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또 한번 입증했다. 98명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이나 13명이 사망한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그리고 부천 가스충전소에서의 가스폭발 등 대형 가스 폭발사고가 잇따랐는데도 가스통 제조업체에서 부주의로 이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파악된 인명피해는 사망 4명에 15명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부상자 대부분이 중화상이어서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조그만 안전관리 소홀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 오는지 또 한번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사고의 직접원인은 자동차공장으로부터 반납된 불량 LPG통의 가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앞으로의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가스통 제조업체의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반납된 불량가스통을 해체하면서 배출되는 가스를 다른 용기에 보관하기 위한 주입기계가 없는 것이나, 안전관리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는 점은 가스통 제조공장측의 중대한 과실이다. 또 불량 가스통내 잔류가스를 제거하기 위해선 수작업이어야 마땅한게 상식인데도 스파크 위험이 큰 ‘에어건’을 사용해 밸브 볼트를 돌려 뺀 것도 믿기지 않는 부주의다. 잔업시간을 연장까지 한 상황에서 밀린 일을 대충 대충, 빨리 빨리 끝내자는 작업현장 분위기가 작은 실수로 이어지고 이것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가스의 가공할 폭발력을 감안할 때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지 않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가스는 가정이나 공장·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기본 연료다. 가까이 해서 편리한 만큼 위험성이 커지게 마련인데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가스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안전수칙을 엄수토록 하는 비상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스를 취급하는 사업자에게는 특히 작업 시작전에 반복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감독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전국 최하위의 교육환경

21세기의 학생이 19세기의 시설에서 교육을 받으면 과연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최첨단의 과학기술 발달을 구가하는 21세기는 어느 때보다도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시설의 질적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60∼70년대와 같이 춘궁기를 걱정하는 어려운 시절도 아닌데, 학생들이 판잣집 같은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면 과연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교육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국회에 제출한 바에 의하면 경기·인천지역의 초·중·고생의 약 5천700여명이 컨테이너나 조립식으로 만든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무려 153학급이, 경기지역도 17학급이 컨테이너 수업을 받고 있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이런 컨테이너 수업이 오는 2002년이나 가야 겨우 정상화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열악한 교육환경은 서울지역의 컨테이너 수업을 받는 약 5천500여명의 학생보다도 많으며, 이는 또한 전국 16개 시·도에 비하여 최고(?)의 컨테이너 교실 수업을 나타내고 있다. 경인지역은 다른 지방자치 단체에 비하여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경인지역은 계속되는 유입인구로 말미암아 교육시설 확충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에 대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열악한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시설을 갖춘 교실은 교육의 질(質)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시설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잠잘 집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삶의 질(質)을 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18년 동안 정부는 교육세라는 특별세 명목으로 무려 36조원을 거둬들였는데,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내년도 예산에 교육부문은 3조7천억원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교실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자체도 중앙정부만 기대하지 말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해야 된다. 이런 교육환경 아래서 어떻게 지역인재가 육성될 수 있겠는가. 교육이야말로 국가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인데, 아직도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면 이는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정부와 지자체는 최소한 컨테이너 교실 수업이라도 없앨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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