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금도 농약으로 범벅이 된 채소를 먹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먹는 채소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시균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원·안양·안산·구리 등 도내 4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1천697t 가운데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농산물이 1일 420t으로 이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매시장에는 아욱에서 살충제가 허용치(0.01ppm)의 170배에 달하는 1.78ppm이 나왔고 쑥갓에서 살충제인 EPN이 8.14ppm 검출돼 기준치를 무려 81배나 초과했다.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 시금치, 아욱, 적상추 등 28개 농산물에서도 각각 0.7배부터 49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자, 고구마, 배추, 고추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정자를 감소시키는 ‘클로르피리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 농약은 물과 세제로 아무리 잘 씻어도 30%가량 성분이 그대로 남는 맹독성이어서 위험이 매우 크다. 주식인 채소를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박재욱의원도 “유통공사가 평택과 이천, 노량진 등 전국 12곳의 창고에 3만여t의 농산물을 보관하면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맹독성 농약 ‘에피흄’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고 27일 주장,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피흄’은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 가스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인화수소의 호흡작용에 의해 방제를 하는 훈증제로 물이나 기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약채소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물론 농약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잔류 농약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시장에서 채소들이 팔려나가 문제의 농산물 수거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당국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관련예산과 인력을 대폭 증원, 신속한 검사체제를 강화하고 농약농산물 과다사용에 대한 중벌법규를 마련, 즉시 시행토록 해야 한다. 독초와 다름없는 농산물이 더 이상 식단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할 것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사설
경기일보
2000-10-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