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국제전시장 조성문제점

농림부가 최근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908 일대 기존 고양국제전시장 부지와 맞닿은 자유로 인근 12만2천평에 대한 농지전용 심의를 마쳤다. 이번 심의에서 대체농지 조성 조건으로 전용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지난해 4월 일산 신도시 내에 입지가 확장된 동양최대 규모의 ‘고양국제전시장’ 조성사업이 1년 7개월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그동안 당초 계획 부지 10만평을 23만평 규모로 늘리는 문제때문에 사업진도가 6개월이상 지연됐었다. 고양시는 내년까지 설계를 마친 뒤 2002년 1월 1단계 공사에 들어가 2008년까지 2·3단계 공사를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고양지역에만 6만여명의 고용효과와 함께 연간 2백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또 건설업·부동산 및 개인서비스업·금융·도소매업 등 전산업에 걸친 직·간접의 경기활성화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고양시는 국제전시장과 주변시설 등으로 6만명의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일산 신도시 인구는 30만명이다. 이미 도시계획상 인구 27만4천여명을 2만여명 이상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전시장 건설에 앞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산 신도시와 자유로를 잇는 장항·이산포 인터체인지 일대와 주변 진입도로의 교통난이다. 충분한 도로 신설이나 확장이 없을 경우 전시장 조성으로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일산∼서울 교통난이 최악에 이를 게 분명하다. 상·하수도나 오·폐수 처리시설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도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양시 부담 사업비가 지나치게 많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도 있다. 시는 7백28억원의 토지 매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며 2002년까지 1단계에만 6백46억원의 전시장 건설사업비를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9년째를 맞는 일산 신도시엔 아직 미개발지가 수두룩한데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외자를 과연 성공적으로 유치해 주변 지원시설을 적기에 조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양시는 본란의 이러한 지적사항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치밀하고도 완벽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그래서 고양국제전시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명실상부한 전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대학 ‘단기강좌’ 이래선 안된다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대학 비정규 단기강좌 무엇이 문제인가’ 제하의 기획시리즈는 많은 문제점을 제시해준다. 이 기획물은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한 이모씨가 인맥구축을 위해 모대학 단기강좌를 두번이나 수강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것을 계기로 점검한 것이다. 단기강좌 개설은 제4공화국 유신정권이 대학의 반발을 무마하는 계책으로 내준 것이어서 알고보면 그 태생부터가 비정상적이다. 이렇게 시작된 각종 단기강좌는 운영마저 왜곡돼 평생교육의 허울아래 사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수강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특히 지방의원 선거때마다 말썽이 된 대학원 학력시비가 이러하다. 최종학력을 대학졸업 없이 ‘대학원수료’라고 적시, 마치 정규대학원을 마친 것처럼 해보여 사회혼란을 부추긴다. 교육법상의 최고학력은 대학이지 대학원이 아니다. 대학원은 석사 박사를 배출하는 학위기관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위기관에 비학위 단기강좌를 개설, 수강생을 마구잡이로 모집한다. 누구든 돈만 내면 되므로 자격시험이 있을 수 없다. 이어 1년이면 1년, 6개월이면 6개월만 지나면 수강을 제대로 했건 안했건간에 이수생들에게 수료식이란 것을 해준다. 비학위 수강생에겐 당치않는 학위복 학위모까지 갖춰 교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이를위해 대학에 따라서는 교수들에게 강좌수강생 모집을 할당하고 대학원 관계자는 아예 전문적 섭외에 나서기도 한다. 이수생들은 또 그들대로 ○○대학원 동문회니 동창회니 하는 모임을 갖는 예가 많다. 실로 당치않는 동문회 동창회 간판인데도 이것이 행세하는 거품사회가 돼 있다. 이같은 연유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사회혼란과 가치관을 호도하는 것이 지성이 자행할 수 있는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대학원)이 강조하는 평생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활동의 전문분야에 종사하면서 좀더 학문적 탐구가 갈구되는 것이 이즈음의 시류다. 이에 부응하면서 제대로 권위를 인정받는 단기강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학위복과 학위모를 욕보이는 허황한 수료식 따위를 갖지 않아도 배우고자 하는 참된 수강생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수증 또한 제대로 배웠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절차를 거친 이수증이 발부돼야 하는 것이다.

광역단체 국감문제점 시정해야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오늘로서 2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다. 그간 중앙 및 지방기관에 대한 국감이 실시되면서 적지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런가운데 본란은 지방정부와 관련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 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국감의 범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요구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광역자치단체의 감사범위를 고유사무는 지방의회가 구성될때까지로 한정, 위임사무만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 선진국에선 자치단체에 국감을 실시하는 나라가 없는 사실에 비추어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의 근거를 위임사무로 제한한 것이다. 법이 이러하고 또 1991년 7월 지방의회가 구성된지 9년이 지났는데도 감사대상에 여전히 국가위임사무, 지방고유사무를 가리지 않는 국감시행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위법을 저지른 처사인 것이다. 지방의회의 엄연한 고유사무 감사권을 침해, 지방자치의 본질과 발전을 해치는 독선이기도 하다. 둘째, 자치단체 국감의 정치적 악용이다. 비록 광역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의 정당소속이 가능하여도 자치단체 사무는 어디까지나 행정이지 정치가 아니다. 이점은 여야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데도 야당의 어느 의원은 유감스럽게도 국감과 무관한 정치적 인신공격성 질문을 일삼았다. 재판이 계류중인 도지사의 신상문제를 거론하는 등 정치공세장화한 것은 국감의 본궤를 심히 일탈하였다. 이에 본란은 이미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증언 등의 거부’ 등을 들어 그 부당성을 상론한바 있으므로 더 언급지는 않겠으나 정치적 탈법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무익하다. 셋째, 국감자료의 무리한 요구다. 중앙부처도 1회밖에 치르지 않는 국감을 경기도는 무려 4회나 치렀다. 업무별 소관 상임위가 다르다지만 동일사안에 대한 중복감시가 적잖았던 것은 막심한 낭비다. 이에따른 자료제출이 총 2천50건으로 3t트럭으로 3대 분량에 달한다. 자료의 분량도 방대하지만 시일 또한 촉박하여 상당한 시달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한다. 국회의원들의 직접제출 요구가 대부분이어서 국감동안 도청직원들이 국회에 가 살다시피한 것으로 안다. 이러고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공무원 이름까지 들먹이는 엉뚱한 질책으로 사기를 떨어뜨리기 예사였다. 자료제출요구는 위원회의결, 위원장 또는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을 통해 해야 함에도 개인명의로 요구하는 관행이 폐단을 낳고 있다. 이같은 준비로 도정 본연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던 국감이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었는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광역단체에 대한 국감은 이제 개선돼야 하는 것이다.

저질급식 부추기는 학교들

학교급식 업체들이 스스로 밝힌 저질급식 원인은 그동안 학교측이 저질급식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어야할 일이다. 최근 학교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업체 선정 과정에서 무리하게 시설 설치비를 요구하거나 하루 급식비를 낮추기 때문에 질 낮은 농산물이나 외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급식관리협회에 따르면 학교급식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의 시설비를 요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하루 급식비는 1천400∼1천600원으로 6년전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정이 이와 같은데 양질의 학교급식을 기대하였다니 어이가 없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러한 학교측의 무리한 시설비 요구와 현실성 없는 급식비 책정이 외국산 농산물 사용과 저품질 농산물 사용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영양상태와 건강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와 식생활개선운동본부가 초·중·고교 119곳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식재료로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는 48%에 그쳤고 절반 이상이 국내산과 외국산을 섞어 급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불량한 위생상태다. 1995년 13명(4건)에 불과했던 학교급식소 식중독사고 환자수가 1996년 543명(14건), 1997년 653명(8건), 1998년 1천385명(16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3천444명(27건)으로 늘어 지난 5년동안 환자수가 무려 264배나 급증했다. 학교급식은 급식을 하는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국내 농산물을 소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학교급식 재료의 국내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관련 기관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고 원산지 표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개선돼야할 것은 업체선정 방식과 급식비의 현실화이다. 학교가 급식업체에 시설 설치비를 요구한다는 것은 묵과해서는 안되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될 부조리 중 하나이다. 시설 설치비를 마지못해 내고 급식비가 비현실적인데 그 업체가 급식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하다. 업체 선정방식 개선과 급식비 현실화가 화급하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신속한 대처가 있기를 바란다.

‘KKK’는 ‘聖骨’인가?

여당의 ‘실명공개’ 과격 대응으로 모처럼 정상화된 정기국회 전망이 또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면책특권이용’을 비난하면서 이주영의원(한나라당)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은 논리의 전후가 맞지 않다.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 역시 온당치 않으며, 제명설은 더욱 가당치 않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대검국감에서 질문을 통한 이의원의 실명거명은 ‘공개’라기 보단 ‘확인’의 성격이 강하다.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한 정현준씨(한국디지탈라인 대표)의 사설펀드 가입의혹에 여권 실세의 ‘KKK’ 이니셜은 벌써 나돌았던 터였고 이니셜의 실체가 또 누구란 것은 이미 주지됐던 사실이다. 시중에 파다한 루머확인의 질문과정 거명은 여당 입장에선 박순용대검총장의 부인이 있었으므로 그에따른 본인들 반박으로 차단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공식으로 부정할 수 있었던 계기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계를 넘은 정치적 과잉반격은 되레 사태를 악화시켜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이런 가운데 가차명 가입설과 함께 루머는 더욱 세간에 회자돼가고 있다. 가차명설은 앞으로 검찰수사가 가려낼 과제다. 정체불명의 증권가 루머가 과거에 더러 사실화하곤 했으나 이번의 경우는 사실무근이 많았던 것처럼 그러기를 바란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역정치공세다. 말 그대로 여권 실세가 아닌 경우에도 성립이 의문시되는 고소·제소같은 강도높은 역습을 마구잡이로 강행했겠는가를 생각해 본다. 민주당의 대응은 알레르기성 과민증상이 다분하다. 우연인지 몰라도 ‘3K’는 모두가 골수 동교동계다. 만약에 어떤 선민의식에 대한 훼손으로 여긴다면 실책이다. 발끈하고 들고나서는 이유가 단순히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때문이라는 표면적 구실만으로는 도시 믿기지 않는다. 성역은 그 어디에도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범주에 속하는 것처럼 여겨오지 않았는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십상이다. 지도부의 깊은 사려를 촉구한다. 한나라당에도 할말은 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든 그를 빌미삼아 원내 의사일정과 연계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기국회도 벌써 반을 넘겨 얼마 남지 않았다. 실명공개 공방의 무모한 정쟁으로 현안이 산적한 정기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불상사가 없기를 여야에 다짐해 둔다.

부실기업퇴출 제대로 됐는가?

어제 단행된 2차 부실기업퇴출이 기대에 미흡한 가운데 그나마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어정쩡한 구조조정이 되고 말았다. 법정관리 청산이 결정된 29개사에 대한 여신규모는 11조4천억원으로 금융권이 안고 있는 잠재 부실규모 40∼50조원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한다.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처리, 금융권의 잠재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당초의 의지가 많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건강한 경제희생, 시장신뢰의 확보를 위해 망할기업은 망해야 하는 부실기업퇴출은 불가피한 것이었으나 선별이 과연 공정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현대건설 쌍용양회등 일부 부실대기업에 대한 결론유보, 이밖에 아직도 전망이 의심되는 일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기업을 회생시킨 것은 여전한 불안요인으로 살아 있다. 287개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회생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한 97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자인 은행이 책임지고 정상화시키기로 한 것은 98년 6월 1차 부실기업퇴출때와는 다른 점이 있긴 있다. 또 이근영 금감원장은 “더이상의 부실대기업과 타협은 없으며 유동성문제가 노출되면 부도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정상화 약속이 제대로 이행안돼 정부가 책임을 묻는 단계에 이르러선 마지막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무서운 대가를 치르야 하는 것이다. 부실기업이 심화할 경우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 1백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구조조정마저 수포화할 우려가 짙다. 불확실성의 이른 뇌관제거가 경제안정의 첩경이다. 구조조정 가속화등에 가일층의 분발이 요구된다. 이번 퇴출로 야기되는 시장불안, 실업자 양산, 퇴출기업의 후속조치등 직면된 많은 문제점에 대한 대책마련은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이를위해 재경부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 지원단’을 발족, 어음과 협력사 등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정부의 계획일뿐 일선 실무과정에서는 겉돈것이 그간에 보아온 체험법칙이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사람을 채용한 기업에 주기로한 채용장려금 같은 것도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누수없는 지원대책으로 진통을 극소화하는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형참사 왜 되풀이 되나

반월공단 화학공장 폭발사고같은 대형참사가 계속 되풀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대형사고를 겪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니 인재니 하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젠 지겹다. 사고가 일어날 때면 의례히 정부는 위험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비슷한 사고는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언제나 그때 뿐 시간이 흐르면 대충 대충 우물 우물 넘기는 적당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도지고 있기 때문이다. 5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학공장 폭발 참사도 이같은고질적 타성이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음을 뼈아픈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지난 9월27일 시화공단 LPG통 제조공장 가스폭발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뒤 불과 한달여만에 유사한 사고를 당했으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폭발사고 현장은 마치 폭격을 당한듯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단일화학’ 근로자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데다 부상자 48명 중 중상자가 10여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공약품 저장탱크 폭발음이 10㎞까지 들릴 정도였으며 300m 안에 위치한 인근 공장 유리창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갔으며 날아온 드럼통 콘크리트 덩어리가 널려 있어 화공약품사고의 위험성을 한눈에 보여줬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앞으로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일단 경찰은 의료용 방부제를 제조하기 위해 에탄올과 부탄올을 혼합할 때 온도를 측정하는 반응계의 과열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의 공장은 지난 97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폭발사고로 직원 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봐 인화성이 강한 화공약품을 취급하는 공장측의 안이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공장측의 공정원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과 종사자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화공약품의 가공할 폭발력을 감안할 때 철저한 시설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고가 터진후 대책마련 등 부산을 떨다 사그러지는 것이 우리의 악습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 평소 안전의식을 생활화 습관화하는 것이 대형참사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곡리 유적지관리

국가에서 처음엔 떠들썩하게 지정만 해놓고 정작 보존·관리는 부실한 문화재정책때문에 연천군 전곡리 178 일대 23만여평의 구석기 유적지가 훼손위기에 처했다. 기원전 50만∼30만년전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1979년 사적 제268호로 지정된 전곡리 유적지는 지금도 세계 학계의 지대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1978년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후 1996년까지 주먹돌도끼, 돌찍개, 돌글개, 고인돌 등 구석기 유물이 1만여점이나 출토된 그야말로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20여년째 방치돼 지금은 유적지에 잡초만 무성하고 1천여평의 유적지 발굴현장에도 울타리와 현황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유적 관리인이나 안내인도 없다. 유적지에는 벽돌공장터와 폐가옥들이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연천군에는 신석기시대에서 금석병용(金石倂用)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고인돌(支石墓)도 30여기가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 관리중인 곳은 3기뿐이다. 나머지들은 가정집이나 학교앞 도로 등에 방치돼 있거나 땅에 묻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정은 상지석리·하지석리 등 지명에까지 오를 정도로 고인돌이 많은 파주시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하·월롱면 등지에 3천여년 전 청동기시대 지석묘 50여기가 있는데도 유적으로 지정된 것은 14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문화유적지가 폐허화돼 가고 있는 이유는 사적 지정 이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등을 이유로 관리나 보존에 적극적이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경우 자체예산으로 유적지내 사유지 12만평에 대한 매입을 추진했지만 1만2천평만 사들였고 지난해 4단계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고인돌 보존을 위해 연천군은 내년 중 지석묘 공원조성 방안을 검토중이고 파주시는 고인돌 주변 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보존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보전은 해당 지자체보다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이나 민관 합동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 한탄강·임진강을 끼고 있는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의 선사유적지가 더 이상 폐허화되지 않도록 보전·관리대책이 빨리 마련돼 체계적인 보전·발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홍역창궐, 방역당국 뭘했나

전염병 홍역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이천초등교 학생들이 처음 앓기 시작한 홍역이 인근 한내·신하·마장초등교 학생들에게 번져 20일간 환자가 160명으로 늘었고, 800여명이 고열증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 이천보다 이틀뒤 고교생에 발병한 이웃 여주군에서도 환자가 갈수록 늘어 초교생과 고교생 등 90여명이 앓고 있으며, 그밖에 광주(29명) 안산(50명) 등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학생 141명이 집단감염된 이천초등교에 뒤늦게 휴업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천·여주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창궐하는 홍역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은 홍역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이 지난달 13일이었음에도 이토록 많은 학생들이 홍역바이러스에 감염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법정 2군 전염병인 홍역이 발열 두통 기침 등 감기증세와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고는 하나 4∼5년 주기로 크게 발병하고 작년에 보고된 도내 환자가 1명이었으나 올해는 9월말까지 277명으로 크게 늘어난 사실을 주목하고 주의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홍역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7∼10일임을 감안할때 발병 즉시 방역조치를 취했어도 늦을 터인데 보건당국이 발병 1주후에나 역학조사에 들어갔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교육청당국이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학교에 휴업령을 늦게마나 내린 것은 2차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한 대응이다. 주민과 학부모 역시 여기에 적극 협조하여 홍역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일부 철없는 초교생들이 홍역에 걸리면 등교하지 말라니까 일부러 환자에 접근해 감염이 확산됐다는 보건소 관계자의 말은 기가 찰 일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학교 교육과 보건당국의 예방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선 학교는 전염병 예방교육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며 보건당국 역시 방역정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전염병은 이상적인 기후변화와 인적·물적 교류 확대 등으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등 전천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들의 철저한 위생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하며 일선 학교의 위생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각 개인도 위생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고 주의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도서 정가제 의무화 문제점

최근 서점가와 독자들 사이에 도서정가제 의무화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논쟁의 발단은 문화관광부에서 도서 할인판매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골자로 한 입법예고를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으로 도서 할인판매를 하는 온라인 서점과 독자들이 반발하자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출판인 회의가 출판사들의 인터넷 서점에 대한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가 파괴되면 출판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상업적인 책들만이 범람해 양서들이 출판되기 힘들며 따라서 문화인프라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정가제 파괴는 할인경쟁을 유발,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출판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란 출판산업의 예외성을 인정한 일종의 보호장치로 생산자가 생산품의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유일한 사례로서 시장경쟁을 악화시켜 오히려 출판시장의 질적 발전을 막음으로 고객중심의 가격체계와 서비스를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폐지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도서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건전한 출판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가격경쟁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최근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도서 할인판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이를 독자들이 반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 전체 도서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던 인터넷 서점이 올해 6%까지 고속성장하고 있어 도서 할인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크다. 이미 외국에서는 인터넷 서점이 도서시장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온라인 서점은 정보화 추세와 더불어 더욱 성장할 기세이다. 책은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무한경쟁의 시장에 내놓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문화상품이라는 이유만 가지고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치외법권과 같이 예외적으로 보호만 받고 있다면 이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장의 기능을 무시한다면 경쟁력을 잃어 결국 스스로 퇴보의 무덤을 팔 수 있다. 책은 결국 독자들의 선택에 의하여 주어짐을 출판업계는 알아야 한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도서정가제만이 능사가 아님을 재삼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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