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사흘 말미의 상봉일정을 마치는 제2차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전처럼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이산가족의 절실한 통한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인도주의적 상호방문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는 민족적 과제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비교적 냉랭한 사회반응은 당장 살기 어려운 경제난에도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 식상한 국민정서의 반발로 보인다. 북측의 기피인물로 지목된 장충식한적총재의 모호한 도피성 일본외유, 평양방문단의 홍역백신 집단접종 등은 한마디로 이쪽 체면이 말이 아니다. 평양 방문단장인 봉두완한적부총재에게 북측 관계자들이 밝힌 간접비난 역시 여전한 남한 길들이기다. 화해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인내라 할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참기로 한다면 한량이 없다. 정도를 지나친 수모까지 견뎌야 하는 화해는 참다운 화해가 아니다. 이미 화해분위기를 위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가족 상봉같은 예민한 문제는 감히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않는 것이 아니다. 하나, 이로도 모자라 줄곧 길들이기에 순치 당한다면 그 종착이 어디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상봉 또한 지금같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마치 남북의 정권이 무슨 선심이나 쓰듯이 몇달만에 겨우 100명씩 뽑아 데려가고 데려오는 반짝상봉의 모양새가 돼서는 이산가족들 숙원에 제대로 부응한다 할수 없다. 지금같은 형태의 상봉은 처음 시도된 몇차례로 그쳐야 한다. 내년부터는 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이 당연시되는 제도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장치가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남북면회소 설치 등인데도 이에 대해서는 조금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이 진실로 민족화해를 위한다면 남북면회소설치,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에 인색하지 않는 적극적 추진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이산가족들의 상봉예정이 점차적으로 가시화돼야 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서는 서신왕래, 더 나아가서는 장차 자유로운 교류의 왕래가 가능해져야 한다. 이같은 이산가족의 만남이 제대로 성취해가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정치색을 떠난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이행돼야 한다. 서울방문의 평양측 이산가족들 가운데는 정치색 발언이 잦은데도 북측에 이를 제지못하는 것은 유감이다. 본란은 적어도 이산가족 상호방문만은 철저한 상호주의원칙에 의해 추진되기를 촉구해마지 않는다. 아울러 국군포로 및 납북자에 대해서도 조속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 등 강화지역 127기의 고인돌군(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호주 케언즈에서 개최중인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어 강화·고창·화순고인돌 유적 및 경주역사 유적지구 등 우리나라 문화유적 2건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키로 의결한 것이다.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강화 고인돌은 동양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조형미를 갖춘 북방식으로 일명 ‘작은 국토 박물관’으로도 일컬어져 온 만큼 당연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5년 불국사와 석굴암·종묘·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1997년 수원의 화성, 서울 창덕궁에 이어 모두 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유산등록 심의에서 강화일대 고인돌유적은 선사시대 기술 및 사회발전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함께 이들 유적은 그 가치와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훼손방지와 과학적 보존을 위한 기술·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더욱 다행스럽다. 더불어 이들 유적안쪽과 주변에서의 건축행위 등은 엄격히 통제된다. 그동안 강화군은 고인돌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수 있도록 1998년 세계유산잠정목록에 등재를 신청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정식 등록절차를 거쳤다. 특히 강화 고인돌군 유적에 대한 학습장과 관광자원 활용을 위해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고인돌군 주변 사적지(21,487㎡)를 매입한데 이어 내년까지 나머지 사유지를 매입, 휴식공간 조성 및 선사유적 박물관 건립 등 고인돌 사적 공원화 조성을 위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 추진중에 있다고 한다. 국가적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강화군의 이러한 노력에 대하여 치하의 뜻을 표해 마지 않는다.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세계유산 등록 전 보다 등록 후의 철저한 관리이다.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고인돌군을 강화의 지역적 특성과 각각의 차별성을 부각하여 보존·정비를 실시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품격 역사문화유적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강화군은 특히 이번 세계유산 등록으로 개발과 파괴 위협에서 벗어난 만큼 보다 철저한 보전·관리에 힘써 관내의 세계문화유산이 훼손·파괴 안돼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해주기 바란다.
고양시의 예산 낭비사례가 또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고양시가 재원 조달계획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국제전시장 건립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면서 상식이하의 주먹구구식 협상으로 외자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함으로써 거액의 용역비만 날리게 돼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가 고양국제전시장건립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결과 밝혀진 고양시와 미국 터너사간에 체결한 국제전시장 건립 10억달러 투자 양해각서를 보면 고양시의 국제협상능력을 의심케하는 허술한 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양시가 외자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계약내용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고 있다. 양해각서에는 터너사가 10억달러 투자를 책임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금투자선을 고양시에 연계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인데도 고양시는 이를 바탕으로 전시장 건립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고 용역비 46만달러를 먼저 지급했다. 그러나 양해각서에 계약 불이행에 대한 대응책을 담지 않아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양해각서 체결 이후 현재까지 터너사로부터 외자유치와 관련한 아무런 회답을 받지 못해 유치계획이 사실상 무산돼 용역비만 날리게 됐다는 것이 도의회 경제투위 위원들의 지적이다. 개인간 일상적인 상거래에서조차 계약의 핵심내용을 확실하게 명기하고 계약 불이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명시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제재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건만 10억달러 유치를 위한 국제협상이 이렇듯 안일하게 진행됐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10억불 외자연계’라는 포괄적 내용을 과대 해석하고 거액의 용역비를 선뜻 내준것 부터가 잘못이었고, 계약위반시 위약금여부를 전혀 명기하지 않은 것도 불찰이었다. 국책사업이 이같이 허술한 양해각서 체결로 더 이상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당국은 이제 터너사의 처분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자세로 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두번 다시 이러한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양해각서 체결에 참여했던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주택가 소방도로의 불법주차와 주차 무질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밤낮 없이 차량이 통행해야 하고 때로는 소방차 구급차가 지체없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할 주택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가고 수시로 통행이 막히고 있다. 주민 모두가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화재 등 비상시에는 대형 참사마저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엔 이처럼 무분별한 주차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소방도로가 180곳에 총연장 79㎞나 되고 있다. 특히 소방법상 건물 밀집구역으로 화재발생의 우려가 커서 시·도지사가 지정한 ‘화재경계지구’내 소방도로 5곳(4천448m)도 차량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발만 구르게 될 것을 연상하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남의 일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오히려 차량 증가추세에 비례해 ‘막힌 소방도로’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보행자 중심의 생활도로이면서 어린이 놀이터 구실도 해야할 주택가 도로가 무분별한 주차공간으로 바뀌면서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다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도록 설치해 놓은 각종 장애물은 한낮의 통행마저 방해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소방도로도 마찬가지다. 화재취약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도내 32개 재래시장 소방도로는 상점에서 진열한 상품과 노점좌판 불법주차 등으로 막혀 있다. 목재건물에 LP가스 석유난로 등 위험한 화기를 사용하고, 일부 재래시장은 상점에서 주거하는 등 취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화재 무방비 상태다. 주택가 도로는 간선도로의 보조기능을 갖는 도로로서 유지돼야 한다. 불법주차로 온통 주택가 도로가 막히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 그러나 주택가의 심각한 주차난을 감안하면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차고지증명제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제도 도입을 계속 미룰 경우 주택가 도로의 혼잡은 더욱 악화될 뿐일 것이다.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그어 주차료를 징수하는 시책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야간 주차질서가 어느 정도 확립되고 주차선 이외의 불법주차로 인한 긴급차량의 통행장애도 줄어들 것이다. 재래시장 도로도 특정 상인들의 점유대상이 될 수 없다. 화재취약지일수록 방화관리를 강화하고 최소한의 소방도로는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영하의 날씨만큼이나 국민들의 마음도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노동운동을 계획하고 있어 사회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4일 극적으로 합의되어 전면 파업이 보류된 한국전력 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을 할 예정이고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공동투쟁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더구나 내달 5일에는 양대노총이 공동으로 시한부 경고파업에 돌입하고, 한국노총은 8일부터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노동자들만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노동자의 생존 차원에서 총파업과 같은 극단의 행위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IMF 체제 이후 노동자들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지원하였으나,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인하여 오히려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는데도 이런 책임을 노동자들이 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방만한 운영과 부실 투성이인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노동계도 파업보다는 현실을 인정, 구조조정에 응해야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앞으로 있을 공적 자금의 투입시 구조조정에 응하겠다는 노조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와 노동계간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정부는 불법 파업을 강행할 경우, 엄격한 법 적용을 할 것이라고 노동계에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집행으로 인하여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은 당연하다. 내실을 기하지 않고 또한 개혁도 원칙없이 진행하면서 최근 한빛은행, 동방금고 불법 대출 사건에서 보듯이 감독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툭하면 각종 불법 대출과 잘못된 정책으로 수백억원의 귀중한 국민의 혈세가 휴지와 같이 없어져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만 희생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정부만 탓할 수도 없다. 지금과 같이 정부만 탓하면서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파업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진화된 노조의 자세가 아닌가. 국민과 함께 하는 노조가 되기 위하여 노동계는 파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기를 요명한다.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이 도립예술단 예술감독들을 경시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11월25일자 10면)는 공무원들의 구태가 여전함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지난 1997년 6월 운영조례를 개정, 연극, 무용, 국악, 팝오케스트라의 상임 연출자나 안무자, 지휘자의 명칭을 예술감독으로 바꾸고 예술창작권은 물론 단원인사, 예산집행권을 부여해 책임있는 예술작품 창작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경기도 문예회관이 예산집행이나 단원인사는 커녕 정기공연 등의 프로그램 구성이나 협연자 선정도 예술감독의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니 간섭을 지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공연포스터나 팸플릿의 사소한 문안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객원 예술인들을 프로그램에 맞게 초청하려 해도 예술단원들로 충원토록 한다거나 아예 못하게 해 다양한 예술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관장 스스로가 “이름만 예술감독이지 실제 경기도 문예회관은 예술감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예술감독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름만 예술감독이지 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말은 운영조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으로 분명히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객원예술인 초청 거부도 큰 문제점이다. 그렇다면 도립예술단원이 다른 예술단으로 부터 객원출연 초청을 받아도 불허하겠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문예활동 지원 담당공무원이 예술인을 무시하고 상위개념에 젖어 있다면 착각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산 몇 푼 지원해 주고 관에서 지나치게 간섭하여 마찰이 생겼거나 심지어 지원비를 반납한 민간예술단체들이 과거에 있었는데 관립예술단이야 오죽하겠는가. 경기도 문예회관측의 지나친 관여는 도립예술단의 예술성은 물론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침해하는 것으로 당장 개선해야 한다. 예술감독들의 고유권한을 만분의 일이라도 빼앗아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예회관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예술지원행정의 기본방침을 잊지 말기 바란다.
부천시의 지방세 수납행정 어디엔가에 또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 부천시가 지난 94년 세무비리사건을 계기로 95년부터 도입한 세정 부문전산화 이후 5년간 수기(手記)징수 원부와 전산망에 기록된 체납액의 차액이 27억원이나 돼 또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천시가 세금 수납의 복식부기와 완전 전산화를 위해 지방세 등의 부과·징수 수납장부와 세무전산망과의 체납자료 대사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차액은 지방세무행정의 허술한 단면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이다. 차액행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 94년 벌어졌던 대규모의 지방세 횡령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이 아직 생생함에도 지방세의 운영현실은 여전히 주먹구구식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 한심할 따름이다. 세도(稅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이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했을 뿐 본질적 개선 노력은 미흡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천시가 체납액 차액에 대해 등재누락 이중등재 및 금액·연도·세목착오등재 때문이라고 밝힐 뿐 정확한 원인규명없이 불일치 차액을 일치시키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욱이 지방세 수기 징수 원부와 전산망상의 체납액 불일치는 모든 지자체에서 볼 수 있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당연시 하는듯한 관계자의 강변은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틈새에 비리가 개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해 볼수 있다. 수기 원부와 전산망간 체납액이 불일치하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의한 착오라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비리에 의한 것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 회계제도는 현금주의에 따라 지출이 발생했을 때 지출내역과 금액만 장부에 기재하는 단식부기 형태로 금전출납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역을 고의로 빠뜨리면 찾기가 어려운데다 재산의 증감상태도 일목요원하게 파악하기 곤란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도사건 이후 부분전산화가 됐고 복식부기 전산화 시범시로 지정된 부천시에서 조차 이런 차액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다른 지자체들은 더 큰 차액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본다. 부천시의 예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든 주목받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철저한 자체조사와 함께 의심스러운 점은 수사기관 수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다수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다고 믿는다. 공직사회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서 미심쩍은 부분을 철저히 가려내 국민앞에 숨김없이 내보이도록 부천시와 관계당국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더구나 최근 대우·쌍용·동아건설 등 대기업이 해체되고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도 현재와 같은 재벌 체제로는 사실상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한국경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공기업의 건실한 운영과 구조조정은 사기업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공기업 운영이나 구조조정을 보면 공기업이 오히려 사기업보다 더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거나 때로는 구조조정조차 거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주 파업 여부로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국전력도 예외는 아니다. 한전은 부채가 현재 34조원이다. 한해 순이익이 2조원 가량 되지만 이는 연간 2조6천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벅차는 액수이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앞으로 67조원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조조정없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참으로 염려된다. 이런 상황은 한전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음에도 국가 기간산업이니 또는 육성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는 이유에서 심지어 적자가 눈덩이 같이 불어나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보호 속에 온실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자들이 굳이 노조와의 충돌을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 역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조합원 감축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공기업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역시 문제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을 적용하기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또는 숫자의 힘을 가지고 대규모 시위를 하는 노조의 압력 때문에 원칙없이 방황하는 사례가 많아 구조조정이 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공기업의 책임자들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이기보다는 퇴직관리나 또는 선거때 논공행상에 의하여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식도 약하고 또한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리더십도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공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사기업 구조조정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도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 공기업이 혈세만 낭비하는 거대한 공룡(恐龍)이 되어서는 안된다.
임인배의원(한나라당·경북 김천) 등 여야의원 40여명이 시장·군수를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관련법규 개정안을 이번주 제출예정으로 추진중이고 이에 이희규의원(민주·이천) 등 경기·인천지역 의원 5명이 서명했다는 보도는 충격이다. 지방자치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이같은 개정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당론이 어떻게 결정날지 더 두고봐야 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얼마전 본란이 임명직 전환설을 일축, 기초단체장들에게 자숙의 계기를 촉구한바 있는데 비추어 막상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관련법 개정안의 취지가 밝히고 있는 지역이기주의, 선심행정, 전시행정, 인사독선 등의 부작용을 인정한다. 분별없는 난개발로 환경파괴가 심화한 현상 또한 모르지 않는다. 지방재정의 방만한 운영으로 94년말 10조3천154억원이던 지방채규모가 99년말 18조190억원으로 78%나 늘어 지극히 우려되고 있는 점 역시 동의하다. 이는 본란이 수차 지적해온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문에 기초단체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필수요건이라면 기초단체장의 직선이 배제된 지방자치는 이미 지방자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광역단체장만은 계속 직선으로 하고 광역단체장으로 하여금 기초단체장의 임면권을 행사토록하는 개정법안은 무서운 정치적 악용의 독소조항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는 권력의 편중화로 권력의 분산화를 본질로 하는 지방자치 및 민주주의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 또 지방자치는 주민과 자치행정의 피부를 맞대는 기초단체가 중요하다고 보아 광역단체장의 직선과 마찬가지로 기초단체장 또한 계속 직선이어야 하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미 지적된 기초 자치단체장의 갖가지 부작용은 어디까지나 부작용이지 원칙은 아니다. 부작용이 두려워 원칙을 바꾸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욱 두려운 지방자치의 말살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다. 기초단체장의 제반 문제점은 지방자치법의 제도적 보완으로 시정해야 한다. 부단체장의 국가직전환은 이유가 있다. 단체장의 주민소환제, 일부 업무정지, 재정손실배상 등은 자치선진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행정자치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청회등으로 지방자치법개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의 임명직 전환추진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와 경기북부 물부족사태에 대비하고자 연천군 고문2리 한탄강 계곡에 총저수량 3억6천500만t 규모의 다목적댐을 건설하려는 당위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화산과 단층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구대 협곡을 따라 흐르는 한탄강은 100∼150m로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등 지형과 지질이 적절치 못하다는 반대주장을 유의해야 한다. 댐을 건설한다해도 홍수조절능력이 약하며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이어서 댐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댐이 건설될 경우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현무암 분포지대와 농경지 20㎢가 수몰되고 500여 가구가 이전해야 된다. 특히 재인폭포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가 수몰될 뿐아니라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도 파괴된다고 한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지질조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강행하는 것은 ‘제2의 동강댐’ 논란을 자초하는 셈이다. 더구나 댐건설 예정지역인 연천군이 지난 7월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탄강댐보다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을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건교부에 보냈는데도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연천군의회도 자연생태보전과 지역여건을 감안해 지난 4일 한탄강댐설치 반대결의안을 채택,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사강행 의도가 전혀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 또 있다. 지난 1997년말 수자원공사가 펴낸 입지보고서와 경기도의 1998년 한탄강수계 하천정비계획에서 군작전지역이 많고 취약한 현무암 경관이 이어져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이미 자체적으로 평가한 바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자가당착인가. 한국수자원공사는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동강댐 건설중단 사태를 교훈삼아 연천군과 연천군의회, 그리고 연천·포천·철원군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하루 빨리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