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심리 해소가 급선무

우리 경제가 또다시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부도율이 높아지고 중소제조업의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는 등 각종 지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가계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68.8을 기록했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 미만이면 6개월 전에 비해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하는 11월의 이같은 수치는 소비자 평가지수조사를 시작한 98년 11월(65.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는 전달 70.6에서 56.6으로 급락 98년 11월 이후 경기가 가장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6개월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89.8에서 84.2로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11월중 전국의 어음부도율이 0.63%로 전달의 0.22%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중소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이 넉달째 하락 10월중엔 75.3%에 그쳤다. 이같이 경제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보이기 시작한 위기의 징조가 각종 지표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같이 우울하고 비관적인 지표와 분석들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위기상황이 닥친 것일까. 원인은 분명하다. 고유가와 반도체가격 급락, 그리고 환율불안 등 대외여건 악화에다 대우차 부도 금융경색 공기업·금융구조조정 지연 정부정책 불신등 대내 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는 지나친 위기의식과 과도한 불안감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얼어붙게 해 오히려 경기하강을 앞당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정부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비상한 대책이다. 우선 현 상황을 경제난국만이 아닌 총체적 난국으로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빨리 매듭지어 불확실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되 확고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확실히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기업활력을 되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경제성장에 걸맞는 적절하고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게 유도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생산과 수출이 순조로워야 국민생활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환경사범단속, 지방에 이양해야

환경사범 단속권을 놓고 업무이양이냐, 업무위임이냐의 해석이 엇갈리는 것 같다. 환경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이양실무추진위원회’의 환경업무지방 전이결정을 위임으로 보는 반면에 경기도는 이양으로 해석, 맞서고 있다. 이는 비단 경기도 뿐만이 아니고 모든 광역자치단체가 다 해당하는 사항인 점에서 주목된다. 위임과 이양은 근원적으로 달라 이의 해석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위임은 위임사항에 국한, 자결권이 있을 수 없는 반면에 이양은 효율적인 자결권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부와 경기도가 각기 다른 해석을 둔 환경업무의 접근이 어떤 의식에 의한 것인가를 먼저 알고 싶다. 왜냐하면 권리행사 측면으로 보고 고집한다면 환경업무 집행의 정상화가 곤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업무관장을 공권력의 의무측면으로 보고 업무집행 주체의 타당성을 밝히고자 한다. 한마디로 환경사범 단속권은 광역자치단체인 지방에 이양돼야 한다. 정부부처인 환경부는 기본적 환경정책만 수립, 제시하면 된다. 중앙부처가 지방의 환경사범을 일일이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이와관한 공권력이 이원화 아닌 이원화의 기형적 구조가 되어 환경사범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환경폐해의 현실이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막상 단속권을 가진 환경부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반면에 막강한 행정력을 지닌 지방은 정작 단속권에 제약을 면치 못하여 사각지대로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이양실무추진위원회’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또한 불만을 제기한다. 환경사범 단속의 지방전이를 결정해 놓고 환경부가 이의를 제기하자 단서를 붙여 위임도 이양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대통령의 직속기구라 할수 없다. 환경사범 단속은 국토의 청정화작업이며, 환경공해는 더 미룰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마당에 단속권의 지방이양에 인색하려 드는 환경부의 자세는 부처탈거주의의 통폐라 아니 할수 없다. 중앙권력의 지방분산을 수반하는 지방자치 취의에도 어긋난다. 우리는 환경사범 단속권을 지방에 이양,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법령 및 시행규칙의 과감한 개정을 촉구한다.

음란사이트 강력 규제를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컴퓨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인터넷을 이용하여 홈뱅킹, 홈쇼핑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발전된 정보화 수준이 긍정적으로 유용하게 이용되기보다는 음란사이트와 같은 불량한 내용이 인터넷을 통하여 파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요망되고 있다. 현재 음란사이트는 무려 11만여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니 놀라운 현상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많은 청소년들이 음란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어 교육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된다. 이번주 부터는 학교들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되어 청소년들이 음란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질 수 있어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면 더욱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최근 한국성과학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중3 이상 고3 학생들의 77%가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접속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 이들은 음란사이트를 통하여 성적 자극을 충동받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원조교제, 매춘 등 비행의 길로 접어들어 성범죄와 연결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이런 음란사이트에 재미를 붙인 청소년들은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어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당국이 관련 법규의 제정, 개정 등을 통하여 인터넷 정보의 자율적 등급제 도입 등을 실시해야 되며, 동시에 음란사이트의 제작, 유통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된다. 특히 검찰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법을 위반한 경우, 엄격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며 게시판 대여업자들의 음란사이트 유통구조도 강력하게 규제, 단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음란사이트 접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급적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갖고 컴퓨터 사용 규칙 등을 정해 음란사이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해야 된다. 추운 겨울 방학동안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음란사이트에 물들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심이 요망되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악화일로의 경제상황이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가난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고아원, 양로원 등이야 오죽하겠는가 싶지만 올해는 특히 사회복지시설을 돕는 온정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비인가 사회복지시설까지 살펴보면 그 실정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3세 이하 어린이 74명이 있는 S아기집의 경우 12월 들어 고작 10여명이 방문했고 성금은 200만원에 못미쳤다. H보육원은 전화만 간간이 걸려올 뿐이어서 70여명의 어린이가 쓸쓸하게 지낸다. 47명의 청각장애 어린이가 모여 사는 S농아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어린이집과 보육원 등은 실내인데도 어린이들이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지낸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탁노인 90명이 살고 있는 H양로원의 경우 이달 들어 성금과 떡 등 위문품을 갖고 찾아온 단체는 1곳, 개인후원자 1명에 불과하고 게다가 100명이던 고정후원자가 절반이나 줄었다. 특정 유료시설을 제외한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게 하는 사례들이다. 국민성금이 한데 모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화 02-360-5990∼6)의 이웃돕기 성금모금 창구도 지난 해 이맘때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달 1∼13일까지의 전국 모금액이 11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예년에는 기업체 성금이 모금액의 98%정도 차지했지만 올해는 기업의 연쇄부도와 경기불황 등으로 모금참여가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은 국고와 자치단체의 빈약한 보조금, 줄어드는 후원금 때문이지만 점점 부족해지는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수 많은 과소비 향락과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자기중심주의가 더욱 팽배해진 것 같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경제가 불황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유가 다소 있는 사람들은 딱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인심을 베풀자. 봉사의 손길을 모아 옷 한벌 덜 사고, 술 한병 덜 마시면 소외받는 이웃들의 가슴 속 슬픔이 가셔진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이 이 추은 세밑을 훈훈하게 녹여주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쌍용차 재기, 노사의 ‘개가’

보도된 쌍룡자동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성공사례는 고무적 현상이다. 암울하기만 기업소식 가운데 마치 청량제같은 신선감마저 준다. 이미 수다한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실패로 공적자금 수조원을 날렸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은 ‘돈물먹는 하마’처럼 공적자금만 축내다가 결국 법정관리로 가는 인식에 새로운 희망적 확신을 심어준게 쌍룡차의 워크아웃 성공인 것이다. 이같은 배경이 노사화합, 산업평화 정착에 있음은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생산비 감축을 위한 경영절감도 성공의 요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적 교훈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엔 노사분규가 잦았던 기업이다. 이런 쌍룡차에 산업평화가 깃든 것은 노조를 상시적 대화의 파트너로 대해 이해와 협조를 얻기에 부단히 노력한 소진관사장의 건전한 노조관에 기인한 사실은 새로운 모럴로 평가할만 하다. ‘경영현안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회사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것은 좋은 사례다. “나도 노조원”임을 자임하며 작업복에 운동화차림으로 가능한한 많은 시간을 생산라인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보낸 것은 그 자신 솔선한 노사일체의 기업정신이다. 이같은 열정은 공채1기 출신으로 아는 그 자신 평생직장을 살려내고자 하는 집념의 회사사랑 의지였으며, 이를 인정한 노조 또한 대승적 구사운동으로 창사이래 최대생산(11만8천722대), 최대판매(1조8천173억원)의 위업을 열매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워크아웃이후 신규지원된 437억원을 연내 다 상환, 채권단에 새로 낼 회사자구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는 것 또한 여전한 동반자적 확립의 협력관계라 할수 있다. 2001년의 경영목표로 정한 영업이익흑자 및 자체 자금유동성확보를 위한 비상경영대책표방은 주목할만 하다. 사업구조개편, 경영효율개선, 내수영업망확충, 자체수출네트워크구축(사업구조개편), 생산성향상운동, 고수익 신규차종(Y200) 개발 등 (경영효율개선) 추진방안은 능률적 과제로 평가된다. 특히 노조와 협의중인 무분규선언등 협력적 신 노사관계정립엔 가일층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을 믿어 기대하고자 한다. 올 생산·판매의 증가세에 의한 재무상태호전 여세를 몰아 경영정상화가 내년에는 꼭 이룩되길 충심으로 당부하는 것은 지역사회 대기업에 대한 기업가치상승의 기대가 담긴 지역주민의 사랑이라 할 것이다. 노사의 지속적 상호노력으로 ‘쌍룡차 신화’가 반드시 창조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학력파괴, 사회구조파괴 다원화

사회는 다양화를 수반한다. 다원, 다양화사회는 사회구조의 요소마다 특성을 갖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어야 안정된 사회라 할수 있다. 고학력자의 일용직취업현상은 사회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결코 안정된 사회라 할수 없는 것이다. 교육법은 대학의 목적을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하고 정미한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지도자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 단순노무직이나 일용잡부취업이 그같은 대학교육의 목적에 합치된다고는 볼수 없다. 대학졸업생 3명 가운데 1명이 이처럼 단순노무직, 건설일용직에 취업하고 있다는 보도는 심각한 불균형사회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발간한 3·4분기 고용동향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일찍이 취업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위기수준으로 심각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 앞으로 경제난이 풀리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그많은 대학졸업자의 하향취업이 일시적 현상으로만 볼수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대학졸업자라 해도 정상취업과 취업탈락의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취업난이 사회위기수준에 이른 것은 취업을 못하는 사람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대학 입시철을 맞아 요즘 입학지원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가정이 많다. 도대체 대학나와서 깃껏 단순노무직에 취업할 요량이면 굳이 대학인들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대두된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은 가고 봐야 하는 것으로 보편화된 사회인식은 교육정책의 결함을 시사한다. 실업사태의 심각성은 대학나온 학사뿐만이 아니고 박사실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마다 8천명이상의 박사가 배출되고 있는데 비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채용하는 인원은 고작 연3천여명에 불과하다. 박봉의 대학시간강사자리 하나 따기도 무척 힘든 실정이다. 정부차원에서 고급 인력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흔히 21세기는 학력보다 전문성이 우대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학력우위도, 전문성우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무정견이다. 대학입학이나 졸업을 인력수급상황은 전망하지 못한채 무작정 대학에만 맡기는 단견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대학졸업자의 단순노무직이나 건설일용직등 하향취업은 막상 그 자리에서 일할 사람들의 몫을 침해한다. 범상치 않은 사회구조 파괴현상인 것이다.

대우車 이럴 때 아니다

대우자동차의 앞날이 아무래도 불안하다. 대우차 노조가 회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과 채권단의 자금지원 지연에 반발하며 협력업체와 함께 거리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무노위 또한 희망퇴직자를 위한 상여금 200%반납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 회사측이 개입, 조작했다며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모처럼 조성된 노사화합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법정관리 개시결정에 앞서 노조가 어려운 결단을 내려 사측과 합의한 구조조정이 구체적 협상 시작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무노위의 협상불응 선언과 노조의 투쟁체제 전환에 협력업체까지 가세함으로써 부도직후 겪었던 가동중단 사태를 또 맞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대우차 인수협상자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우차 매각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당초 대우차 노사가 난항을 거듭한 끝에 구조조정에 합의한 것은 지난달 8일 부도처리된 후 부평공장 가동중단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통해 회사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노사는 마땅히 합의문의 화합정신에 따라 합의내용을 이행하면서 구조조정의 폭과 시기 등 구체적 협상에 성실이 임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채권단측이 구체적 인력감축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근로자들의 체임해결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가 미흡한 채 일방적으로 인력감축내용만을 흘려 노조측을 자극한 것은 채권단 및 사측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채권단측은 현안해결을 위해 먼저 노사가 구조조정에 합의할 때 약속한 체임해소와 대우차의 운영자금 추가지원 및 협력업체의 자금지원을 지체없이 이행함으로써 노조를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대우차는 채권단의 추가자금을 지원받아야 납품대금 결제가 가능하고 협력업체도 부도를 면할 수 있다. 또 채권단의 지원으로 유망한 협력업체가 살아남아야 대우차의 경쟁력 유지도 가능하다. 노조 역시 인력감축안 마련에 시간을 끌지 말고 자체 구조조정안을 속히 제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노조가 인력감축을 외면한 채 시간 끌기에 집착한다면 그럴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져 매각협상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사 및 채권단은 구조조정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과 추가협상의 신속한 진행으로 위기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충고

정기국회 회기 절반을 헛되이 보낸 정치권이 임시국회를 열고도 쌈박질로 법정기일을 이미 넘긴 새해 예산안조차 처리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교착상태는 자민련 교섭단체구성을 둘러싼 국회법 개정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데다가 한나라당의 대선문건, 청와대 총기사고의 타살설이 돌출돼 더욱 혼선을 빚고 있다. 우리는 원래 다툼의 관계인 여야가 싸우는 그 자체를 나무라고자 하진 않는다. 정권장악을 최고목표로 하는 여야간에 다투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아니며 여야의 밀월정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폐악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판인지 우리의 정치권은 싸움만이 정치의 전부로 착각하듯 해 쌈질로 날이 새고 쌈질로 날이 지는 폐해가 고질화 됐다. 사안마다 사안에 따른 사리의 분별보다는 눈치싸움이나 기세싸움에 열을 올려 정치판이 마치 시정배를 방불케 한다. 국회법 개정문제도 그렇다. 자민련의 캐스팅보트역할에 눈치싸움만 있을뿐 원칙이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비록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한때 이면합의설을 드러낸 책임이 없다 할수 없다. 민주당은 공조를 내세워 더욱 자민련 눈치보기에 매달려 있다. 정치편의를 위한 정략적 위당설법(爲黨設法)은 불가하다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이다. 한나라당의 대선문건에 대한 이회창총재의 단순 사과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언론엔 오직 시시비비만이 있을 뿐이다. 적대적 언론인 우호적 언론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으며, 비리수집이니 조직화니 하는 발상은 한나라당 원조인 민정당 군사정권시절을 연상케 하는 망발이다. 공식문건이 아닌 기조위 하부직원의 습작이라는 말도 당치 않은 것이 당의 문건에 습작과 비습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 일부 언론인출신의 관료나 당직자가 언론인을 더 혹독하게 다루었던 사실에 비추어 한나라당 기조위원장이 언론인 출신인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청와대 경비원 총기사고의 살해은폐설은 무작정 아니라고만 우길일이 아니다. 청와대나 당국의 책임있는 객관적 재조사가 요구된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문제의 초소가 청와대 경외가 아니고 경내며, 관할경찰서의 현장 검증이 사건 이튿날 겨우 이루어져 초동수사를 방해당한 사실은 의혹을 떨어버리기가 어렵다. 우리는 이런저런 돌출사건에 대해 앞서 밝힌 것처럼 여야가 서로 공박하는 것을 탓하진 않겠다. 하지만 상대당 공격에 앞서 국민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자신들을 돌아보는 양식을 갖고 싸워야 한다. 또 국회일은 그대로 일을 처리해가며 다투어야 한다.

형평성없는 市·郡 수수료

경기도 31개 시·군의 각종 증명서류 발급 수수료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값 등이 최고 10배이상이나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민원사항이다. 경기도가 지난 10월6일부터 14일동안 조사한 31개 시·군의 증명서류 수수료 및 사용료 현실화 추진실적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 먼저 식품영업 휴·폐업 증명서 발급 수수료의 경우 가평군은 300원인데 비해 인근 광주군은 11배가 비싼 3천4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시설보유증명서는 용인시(3천500원)가 안산시(300원)보다 12배 가까이 수수료가 비싸다. 공장등록 증명 수수료는 평택시 등 2개 시·군이 2천600원으로 광명시 등 3개 시·군의 300원보다 8배이상 비싸고 각종 신고 및 등록필증 수수료는 화성군이 1천500원으로 성남 등 6개 시·군(300원)보다 5배나 비싸다니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지 불분명하기 짝이 없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쓰레기봉투값의 경우는 주부들의 불만이 날로 증폭하고 있어 쓰레기봉투 사용거부운동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20ℓ들이 봉투를 수원시에서는 개당 1천원이나 받고 양평군은 230원이다. 50ℓ들이 봉투도 수원시(개당 2천500원)와 김포시(580원)사이에 4배 이상 차이가 나 수원시민들의 불만이 십분 이해가 간다. 지적도면 발급 수수료와 토지공부 열람비, 지방세 납과세 증명수수료, 인감증명 수수료 등도 각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조사결과 수원시는 타시·군 평균에 비해 31.9%나 높게 적용, 지난해보다 약 27억여원이, 화성군과 용인시는 각각 7억원가량 수입이 늘었다고 한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시·군 재정 일부를 마련한 셈이다. 1998년 이후 각종 증명서류 수수료 및 사용료가 자율화됐기 때문에 시·군별로 차이가 나더라도 제재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경기도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주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이러한 ‘멋대로’ 수수료와 사용료를 방관할수 만 없는 일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가장 큰 목적인 지방자치제의 기본을 소홀히 한다면 엄청난 저항이 발생한다. 극히 작은 불만에서 큰 재앙이 비롯됨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표류하는 임시국회

지난 11일부터 개회한 임시국회가 하루살이 일정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하여, 더구나 4·13 총선으로 개혁인사들이 어느 때보다 의회에 많이 진출하여 국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국회운영은 과거 국회보다 개선은 커녕 의정사상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울 정도로 후퇴하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도대체 100일의 정기국회 회기를 허송세월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한번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단독국회, 국회의장 사회저지 등과 같은 파행운영을 하였다. 이제 예산안을 심도 있게 다루겠다고 하면서 임시국회를 개회하였는데, 임시국회 역시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의하여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은 야당이 예산안을 담보로 국정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야당은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당정개편 등을 이유로 국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위기로 제2의 IMF를 걱정하면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대단한데, 여·야당이 정치놀음만하고 있으니, 국회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당정개편도 좋고 당총재의 민심파악을 위한 지방행차도 좋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이에 대한 심의를 게을리 하고 있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이번 임시국회는 어느 때보다 처리해야 될 중요한 안건이 많이 있다. 예산안은 말할 필요도 없고 농어촌 부채경감을 위한 특별법,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등 민생관련법과 개혁을 위한 입법이 산적해 있어 연말까지 강행군을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물론 동방금고, 열린금고 등 벤처기업인들에 의한 대형금융비리도 국회는 파헤쳐야 된다. 하루살이식 국회운영은 안된다. 여·야는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하지 말고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국회에서부터 보여주어야 된다. 가뜩이나 겨울 한파로 얼어붙어 민심을 녹여줄 수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새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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