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재행정은 한마디로 ‘우리의 얼’을 너무 경시한다. 그리고 문화재의 소중함을 너무 모른다. 지난해 5월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의 건축제한 제도를 폐지했을 때는 절망적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문화재 파괴의 심각성을 우려한 문화재관리청이 지난 7월 10일자로 다시 500m 이내로 강화하면서 전국 시·도에 조례제정을 요청했으나 힘없는 부처의 지시사항이어서 그런지 우선 경기도부터 조례제정을 하지 않았다.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 건축제한을 해지하여 각 시·군이 문화재보호구역내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번 국정조사 당시 문화재관리청이 제출한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건축사례’를 보면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남양주, 파주, 화성, 광주, 고양, 연천 등 경기도내 6개 시·군을 비롯 전국의 각 시·군 소재 국가지정문화재 주변의 건축행위가 지금도 무더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적 제367호인 영빈묘(남양주)를 비롯, 융릉·건릉(화성), 윤관장군묘(파주) 광주조선백자도요지(광주), 서오릉(고양), 전곡리선사유적지(연천) 등 주변에 음식점,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미 지자체의 허가가 나간 건축행위는 규제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상태로 방관할 수 밖에 없는 한심한 지경에 처했다. 게다가 문화재 관리행정을 맡고 있는 도내 문화재 관리 인력도 62명중 전문성을 갖춘 학예직이 6%인 4명 뿐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당초 문화재보호구역 100m 이내 건축제한을 폐지한 것 자체가 실책이지만 문화재 법 규정을 강화한 문화재관리청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는 시·도는 문화재보호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하루라도 늦으면 늦어질수록 문화재 주변의 경관훼손은 물론, 이로 인해 문화재가 파괴·훼손될 우려가 크다. 경기도는 500m 이내로 건축제한 조치를 다시 강화한 문화재보호법시행령에 근거 하루 빨리 조례를 제정, 시·군이 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문화재보호를 경시하면서 어찌 문화를 사랑하는 경기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설
경기일보
2000-11-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