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예금인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업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1조원의 유동성 지원등 몇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고객들의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아 예금인출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우량금고조차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구리금고 등 3개 금고가 또 영업정지됨에 따라 올 들어 경기·인천지역에서만 12개 금고가 문을 닫았고 전국적으론 31개 금고가 영업정지되는 등 사실상 퇴출됐다. 참으로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신용금고의 위기는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주주들이 고객예금을 마음대로 빼내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안전확보 장치의 미비와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잇따른 불법 대출 사건이 신용금고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결과다. 여기에다 정부 당국자가 동방금고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가 1∼2개 신용금고에서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업계 3위의 동아금고가 특별한 불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예금인출사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문을 닫게된 것은 경솔한 당국자의 실언책임이 크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용’이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잘못이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든 신용이 추락하게 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맡겨진 돈이 이탈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금융신용추락은 곧 금융기관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전국의 사금융업자들을 편입, 서민금융의 대명사로 성장해오면서 서민과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이용해온 신용금고 업계의 붕괴는 자칫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특별대책이 시급하다. 물론 당국은 유동성 지원과 사고 금고의 예금인출 허용범위를 2천만원으로 늘리는 등 몇몇 조치들을 취하고 유동성 문제로 퇴출될 금고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으나 업계와 투자자들의 신용 공황상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예금인출사태를 잠재우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새해에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에 대비해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예금을 옮기려는 금고 고객들의 심리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당국은 우선 살려야 할 대상 금고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선 고객의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후속조치로 신용금고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사고예방체제를 강화하는 등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금고업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재무행정 규범인 예산의 원칙은 전통적·현대적 원칙의 두 종류가 있다. 전통적 원칙 7개항 가운데는 예산공개의 원칙, 예산명료의 원칙, 예산 한정성의 원칙 등이 있다. 현대적 원칙 8개항중에는 행정부 책임의 원칙, 보고의 원칙 등이 있다. 이는 노이마르크의 예산원칙(전통적), 스미스의 예산원칙(현대적)으로 행정학의 통설이다. 경기도의 새해 예산안 가운데 업무추진비라는 것이 심히 들쭉날쭉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건설도시정책국은 올해 200만원이던 시책업무추진비를 무려 30배가 넘는 6천300만원을 책정했는가 하면 소방본부 산하의 각 소방서는 올해와 같은 500만원을 책정하는 등 외청은 동결했다는 것이다. 도 본청은 업무추진비를 턱없이 늘리면서 외곽부서는 동결한 이유가 본부 우대만도 아닌 이유가 있는것 같다. 통상 단체장은 소정 판공비말고도 별도의 판공비가 다른 예산항목 곳곳에 숨겨져 있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새해 예산안에 나타난 본부 실·국의 턱없이 높은 업무추진비는 곧 도지사의 판공비 일부로 볼 수가 있고, 외청은 업무추진비를 늘려봤자 본부에서 쓸수 없으므로 동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본부 실·국의 업무추진비가 만약 지사의 판공비가 아니라면 도청 중간 간부들을 위한 선심예산이라는 비난을 모면키 어렵다. 도 당국은 “교부금중 10%를 시책사업비로 쓸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지만 예산안의 방만성을 합리화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예산을 부담하는 도민은 뼈빠지게 세금을 내는데 비해 관치단체도 아닌 자치단체라는 경기도는 절로 생긴 돈인 것처럼 흥청망청 쓰는것 같다. 부당함이 심히 지나친 업무추진비 과다책정이 예산의 원칙 어느 대목에 합치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도둑’이라는 말을 들어선 안된다. 본란은 엊그제 ‘광역단체장 판공비’라는 제하를 통해 듣기좋은 말로 도의 각성을 촉구한 바가 있다. 그런데도 오불관언으로 보조기관의 업무추진비등에까지 지사판공비의 계상을 끝내 일삼는다면 다르게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경기지사의 업무추진비로 그토록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며, 그같은 산출이 타당성을 갖는다고 보는데 동의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업무추진비 편성에 코걸이 귀고리식 해석보다는 진실로 주민위주의 자치정신을 일깨우고자 한다. 우리는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지사왕국’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도당국의 현명한 재고와 함께 일단은 도의회의 건전한 견제를 바라며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경기북부 휴전선 접경지역 개발사업이 관련법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마냥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낙후지역 개발과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접경지역지원법이 우여곡절끝에 국회를 통과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행령이 지난 8월 확정됐는데도 정부의 종합계획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고질적인 늑장행정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원래 휴전선 일대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입법은 지난 정권에서도 여러차례 추진됐으나 접경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여론에 부딪쳐 번번히 백지화되곤 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후 통일에 대비해서 접경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산업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명분에 따라 법제화됨으로써 50년간 개발억제로 낙후된 지역이 개발의 길이 트였다. 따라서 개발 지원대상으로 지정된 파주·고양시와 연천군 등 도내 7개 시·군은 자체사업계획 구상에 분주하다. 남북교류 물류단지를 비롯 평화공단 조성과 택지개발 전철 신설 등 사업구상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정부의 종합계획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인 개발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민간인 통제선 이남 20㎞ 안에 있는 지원대상 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기준 보조율에 20%를 더해 보조비를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회사를 설립하거나 공장을 신·증축할 때 조세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세부적 지원방안도 행정자치부의 종합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법제화로 기본틀만 갖춰진 채 정부의 종합지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군이 중구난방식 개발계획을 발표, 주민들이 혼란을 빚고 지자체들은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접경지역 개발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나 그렇다고 이유없이 마냥 지연돼서도 안된다. 관련법규상 접경지역 개발계획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선 행자부의 지침통보를 시점으로 1년 이내에 시·군 계획을 광역자치단체가 조정, 이를 중앙부처의 협의를 거치는 등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련부처의 신속한 실무처리가 필요하다. 더욱이 경기북부지역은 각종 규제법규로 주민들이 50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에 지역민은 물론 지자체의 지역개발욕구는 화급한 사안이다. 당국은 이런 점을 헤아려 개발이 빨리 시동되도록 종합지침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10일(일요일) 금감원이 긴급 발표한 상호신용금고 지원책은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시의 적절한 조치이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금감원은 예금인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용금고에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함은 물론 금고의 영업정지기간 중에도 대지급(代支給) 한도를 10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신용금고업계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최근 신용금고업계는 정현준과 진승현 사건으로 동방·대신·열린금고 등이 영업정지되었으며, 그후 대한상호신용금고를 비롯, 대한·동아·울산 등이 영업정지를 당했거나 또는 스스로 영업정지를 신청함으로써 일대 위기에 놓여 있다. 경기지역에서도 수원상호신용금고가 지난 6일 영업정지를 당해 신용금고 업계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2개정도의 신용금고가 불법대출 사건으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설이 파다해 더욱 우려되고 있다. 신용금고는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곳이다. 소액의 저축에서부터 퇴직인사들이 퇴직금을 예금하여 이자로 생활하는 등 신용금고는 서민들이 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어 주로 소지역 단위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예금된 돈도 주로 중소기업이나 긴급한 가계자금으로 대출되어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기 때문에 신용금고는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더욱 성장시켜야 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용금고 영업정지는 예금주들이 정현준, 진승현 사건 등으로 신용금고에 대한 신뢰를 잃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현재 규정에 의하여 신용금고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전액 인출이 보장되고, 내년에도 최고 5천만원까지 인출이 보장되는데,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무조건 인출하고 보는 예금자가 갑자기 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신용금고의 위기가 장기화되면 서민경제가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여하한 경우에도 서민들의 예금은 보호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2개정도가 더 영업정지를 당할 것이라는 등 불안을 조성하지말고 조속히 감사, 퇴출시킬 것은 빨리 조치함으로써 다른 신용금고가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해야 된다. 또한 이번 발표된 내용도 미진한 부분은 조속 보완하여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게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 정권의 당정에 책임이 실종된지는 벌써 오래다. 그렇긴하나 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판이다. 작금의 경찰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잡음 또한 이에 속한다. 취임 3일만에 사임한 박금성 전 서울경찰청장의 인사 이변은 경찰사상 초유의 불상사다. 많은 사람들이 당사자를 책망하였지만 본란은 과연 그만의 책임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의 초고속 승진, 인사기록상의 목포고, 목포해양고 출신 혼선은 현 정권 실세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경찰인사에 정권의 입김이 얼마나 좌우했는가를 실감하는 것으로 그의 처신은 그같은 분위기에 적응할 수 밖에 없었던 수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 부당한 것이 발령권자며 이를 둘러싼 권력 실세들이다. 우리는 이처럼 경찰인사를 좌지우지한 배후세력의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그러지 않고서는 제2·제3의 사례가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경찰인사의 독립이 그만큼 절실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중진인 어느 실세는 ‘과거의 여당과 달라서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그럼 경찰수뇌부의 특정지역 독식이 우연이었다는 것인지, 누가 봐도 곧이 들리지 않는 강변이다. 행자부 전신인 내무부 구조의 치안본부를 따로 떼어내어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시킨 것은 경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였고 이를위해 ‘경찰위원회’인가를 두는 것을 완전히 유린한 것이 현 정권이다. 경찰내부에 만연된 고위직 승진에 권력의 실세 줄을 잡지 않곤 불가능한 것으로 공공연하게 인식된 잘못된 풍토는 바로 부도덕한 정권의 책임이다. 하긴, 경찰조직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공권력의 조직이 이처럼 당정의 부당한 영향력하에 훼손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 세간의 정서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권력기관의 인사개입에 탈피해 보이려는 실증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난맥은 있고 책임은 실종된데 대해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찰 후속인사부터 순리에 맡겨야 한다. 경찰의 중립은 인사에서 비롯되고 경찰인사의 공정성은 경찰의 독립성 보장에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권노갑씨 퇴진론에 투영된 당내동향은 가히 공당의 자질을 심히 의심케 한다. 각자 의사의 선택이라 할 친권, 반권의 움직임은 있을수가 있겠으나 조직의 근간을 위해하는 험악한 분위기조성은 민주당이 그간 권씨 중심으로 얼마나 심히 경직돼 왔는가를 실감케 한다. 엊그제 열린 최고위원 회의장 주변에 몰려든 권씨 지지세의 전·현직 부위원장이란 사람들의 막말과 고성이 뒤섞인 집단시위, “법안도 예산도 모르는 최고위원들이 쓸데없는 얘기들이나 하고 다닌다”는 이해찬 정책위의장의 폭언은 ‘각목대회’시대 정당에서나 볼수 있었던 미숙한 모습이었다. 퇴진론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려면 마땅히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충정의 고언을 덮어놓고 그런 식으로 매도, 언로를 봉쇄하고자 한다면 듣기좋은 소리나 듣자는 것 밖에 안된다. 당내 화합은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가며 융합시킬 줄 아는 것이 참다운 화합이다. 민주당이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평소 다져진 권씨 중심계파의 독선적 성역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권씨가 ‘그(정동영)를 정치에 입문케 한 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떤 개인적 감정에서 한 말이라면 흘려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도 그랬으니까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구태적 경직성 연유가 바로 그런 패거리 인맥구축에 있다. 당운영 중심은 무엇이 당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것인가가 무항심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과거의 개인적 은원관계가 중심이 되는 상전하복관계 구축은 붕당이지 정당의 민주화가 될수 없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환골탈태 해보이는 요체는 과거의 여당처럼 총재나 실질적 2인자가 곧 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당내 민주화를 이룩해 보이는데 있다. 권노갑씨가 오늘의 김대중대통령을 위해 재야 투쟁시절부터 얼마나 말못할 고초를 겪으며 한몸을 던져 충성해왔는가는 능히 짐작한다. 그 반면에 집권후는 고사하고 재야 투쟁때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영화를 누렸는가도 능히 짐작한다. 역사는 세월의 흐름이며 흐름은 변화를 가져온다. 민주당이 특정계보의 정당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변화를 애써 거부하고자 하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퇴진론 요구를 크게 키운 것은 권씨측이다. 정씨의 최고위원은 당원의 선출직이며, 당내 민주화요구의 그같은 힘이 선출직에 기인하는 것은 그나마 유의해야 할 점이다. 권씨의 최고위원은 어떻든 임명직이다. 퇴진여부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판단이다. 당정쇄신에서 김대중총재의 선택은 그 자신의 정치적 향배를 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광역단체장의 판공비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장관 판공비가 연간 2억원인 것도 뭐가 그리 많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같은 시민단체는 인천시장 판공비 7천만원 증액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내역 사본공개 촉구등 법정투쟁태세를 다지고 있다. 이런가운데 나온 경기도지사 연간 판공비가 11억6천만원에 이른다는 보도는 놀랍다. 장관보다 광역단체장의 업무추진비가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는 이해된다. 그렇지만 한달 평균 1억원에 육박하는 판공비가 소요될 것으로는 이해하기가 심히 어렵다. 경기지사는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출장이 잦았으나 이는 여비규정에 의한 예산처리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지역사회가 지사의 판공비 내역에 의문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기도는 이같은 의문에 납득되는 해명이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믿는다. 소상하게 밝힐 수 없으면 적어도 객관적 타당성을 지닌 집행내역만이라도 밝히는 것이 순리다. 경기도의회가 예산결산심의과정에서 지사의 판공비대목을 어물쩍하게 넘긴 대목은 유감이다. 내년도 판공비는 더욱 증가됐을 것인데도 여전히 장막에 가려져 있다. 경기도는 국고보조금 및 교부세 감소이유를 들어 농촌예산사업을 516억원이나 대폭 삭감했다. 이에비해 제2건국위원회 지원예산은 12억1천만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국보보조등 감소로 농촌사업은 깎아내고 같은 형편에서 유명무실한 제2건국위엔 쏟아붇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수 없다. 판공비 편성 또한 이같은 주먹구구식 지침에 의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민생은 날이 갈수록 어렵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갖가지 생필품가격마저 줄줄이 올라 서민가계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내년이라고 희망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2001년의 성장률은 올해보다 4%포인트가 낮은 5.3%에 머물고 실업률은 4.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 또한 2.3%에서 3.7%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민생의 실정이 이러한터에 광역단체예산은 방만한 가운데 단체장 판공비만 증액되는 것은 누가 보아도 객관적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광역단체장의 판공비가 늘면 광역단체 실·국장 등 보조기관의 판공비가 늘고, 기초단체장을 비롯한 기초단체 판공비 역시 늘어간다. 자치단체의 판공비나 늘리자고 지방자치를 한 것은 아니다. 주민 세부담의 판공비에 도덕성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모든 정책과 제도의 생명은 그 실효성에 있다. 정책과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거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정책과 제도는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경기도가 지난 93년부터 실업자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조성한 각종 기금의 운용실태에서 실감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기금운용보고서에 따르면 도가 실업자 대책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1조4천500억원의 각종 기금을 조성 운용하고 있으나 집행률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실업대책기금의 경우 실업자 일자리 및 취업기반 확대를 위해 112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나 올해 집행률은 고작 0.04%에 불과했고, 외국산업단지 진출기금 17억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 중소기업 유통구조개선기금도 390억원 중 집행률은 3.9%에 그쳤으며, 1조원이 넘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과 운전자금 역시 집행률은 16.7∼17.1%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도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은 특정한 정책목적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그 목적에 합당하게 운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기금의 경직운용 탓으로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의 수혜효과를 올린다는 기금 본래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명무실하게 한 실책은 질책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기금운용 관계자는 수혜대상자 대부분이 담보능력 부족으로 기금손실이 우려돼 지원을 할수 없게 됐다고 하나 이는 구차스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말썽 여지가 있는 일은 손도 대지 않는 무사안일한 공직사회의 고질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이어야 할 공직자가 돈 떼일 것부터 걱정하며 금융지원을 아예 기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각종 기금에 대한 이같은 소극적 운용행태는 정책기금 운용의 기술적 후진성과 경영마인드의 안일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당국은 기금대출을 대행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여신심사 기술을 발전시켜 은행 자신의 책임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선진기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환란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며 유수한 기업들이 돈줄 찾기에 허둥대고 있다. 이런 터에 막대한 정책기금을 사장시킨 채 이들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도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둔다.
경제난에 따른 서민경제의 붕괴로 금융기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어 그야말로 돈 없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 되었다. 수백억원씩 불법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 금융기관이 서민들의 자그마한 신용불량에는 가혹하기가 마치 중환자 앞의 저승사자와도 같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대출과 신용카드거래 등이 차단되고 경제활동에서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신용사회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에서는 인정사정이 추호도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공동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법인 포함)수는 10월말 현재 238만2천717명으로 경제활동인구 10명당 1명꼴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말(225만65명)에 비해 13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며 11월말 현재는 2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연체 뒤 3∼6개월 뒤 등록되기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경기위축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개월간 신용불량자 급증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금융기관 신용불량자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휴대전화·PC통신·인터넷회사 등도 자체적으로 요금을 연체한 회원을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를 씌워 불이익을 주고 있다. 대출이나 사용료를 조금만 연체하면 ‘신용불량자’ 낙인을 찍으려는 금융기관과 업체들이 서민들을 도처에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살기가 어려워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사용료를 연체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서민들이 신용불량자로 찍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각종 악랄한 범죄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에서 퇴출된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월 10∼20%에 달하는 고리(高利)의 사채를 급전으로 빌려쓰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돈을 빌렸다가 약속기한내 갚지 못해 폭행을 당하고 재산을 강제로 빼앗기는 등 낭패를 보는 불상사가 속출하는 것이다. 죄라곤 가난밖에 없는 서민층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금융기관에서 신용불량적용을 현행보다 연장해주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비싼 연체료를 물면서 고의로 연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과 서민들은 결국 공존하는 관계가 아닌가. 서민들이 규정을 이행치 않았다하여 신용불량자로 금융공동전산망에 즉시 등록시킬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들 나름대로 구제대책을 모색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