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사외이사(社外理事)제도의 난맥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및 종금사 등 18개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빌려준 대출잔고가 지난 6월말 현재 7천7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자문을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은 견제와 감시인데도 금융권의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이 은행과 자금 대차관계에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을 위한 대출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만도 한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개혁과정에 있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등이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규모가 153억7천900만원에 이르는 것은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러고서는 금융도 그렇고 기업 모두 개혁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직을 이용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마땅히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설사 재벌그룹회장이나 주주가 이미 돈을 빌려 쓴 여신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경우에도 비록 선임자체가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도입정신이나 국민정서에 비추어 볼때 온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차관계기업의 대주주 등에 사외이사직을 제공하는 것은 마땅치 않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쓴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가 은행의 사외이사로서 핵심적 기능인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옳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활동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대체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가을단풍 놀이 등과 같은 행락철을 맞이하여 한국인의 음주문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주말만 되면 전국의 유원지는 행락철을 맞이하여 인파들로 넘치고 있으며, 이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어 술타령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술취한 취객들의 고성방가가 난무하여 모처럼 즐기는 휴일 나들이를 망치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담배와 더불어 인간의 기호품인 술은 인간사에 있어 스트레스 해소나 타인과의 의사 소통 등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친 과음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파괴는 물론 사회질서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음주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교통사고와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이다. 한국은 아직도 교통사고 최다국의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바, 이들 사고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된 예가 많다. 지난 해 우리 나라에서는 무려 38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이는 전년보다 6.1%가 증가된 것이며, 거의 충남 천안시 인구와 비슷하다. 음주운전은 죄없는 타인에게 희생시키는 범죄행위이며, 음주자 스스로도 파멸의 길을 가는 것이다. 경찰이 음주단속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지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음주로 인한 산업현장에서의 피해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공사장과 같은 산업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0%가 음주 때문에 야기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놀라운 사고율이다. 작업장에서의 음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심지어 물놀이 사고나 화재 사고의 경우도 무려 70∼80% 정도가 음주로 인한 사고라고 하니 결코 간과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음주로 인한 사고는 너무도 많아 염려된다. 음주로 이러한 사고율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니,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건전한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교육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 등에서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과음으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기 전에 건전한 음주문화 확립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된다.
끝간데 없는 의약분쟁속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은 정부에 그 책임을 묻는다. 1년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선 더 물을 생각이 없다. 도대체 석달동안에 의료파업이 서너차례나 자행되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치료를 못받는 암환자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줄을 잇대는 지경이다. 돈 있는 환자들이야 그럴수 있지만 돈 없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검만 기다려야 할 판이다. 의료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가고 있다. 의사들은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 파업을 일삼고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끌려만 간다. 의·정 대화가 겉돌고 있는 것은 결국 정부의 무능이다. 의약분업을 위해 국민은 내년까지 1조5천억원을 추가부담한다. 정부가 의료계 주장대로 약사법개정을 다짐하는데도 의료계는 이를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도대체 진료권의 한계는 무엇이고 조제권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오죽하면 의사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시책에 기를 쓰고 반대하겠는가 싶어 이해하려 했던 국민들도 이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보편화 됐다. 지금 이 마당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약분업의 전반적 추진에 잘못이 있으면 과감하게 인정,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의료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데도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 그대신 국민을 위한 의약분업에 객관적 확신이 서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파업의사들에 대한 행정대응으로 면허취소도 불사한다고 하지만 그 말이 곧이 들리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물며 의사들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공권력이 이토록 실추된 것은 사회공익을 위해 유감이다. 의료계 또한 이번 파업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이었는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인명을 다루는 의사는 직업상 그에 상응한 예우를 물론 받아야 하지만 의료계 내부문제를 의약분업과 연계시키는 비약이 없지 않았나 돌아보기 바란다. 당초 파업률이 전보단 낮고 파업 참여율 역시 당초보단 점점 낮아지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나 하루라도 빨리 전 의료계가 정상화되는 자체노력이 요구된다. 파업은 어떤 이유로든 더이상 안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납득되는 대타협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예산집행 행태에 제동을 걸게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감사원이 만들어 재정경제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국회통과 즉시 시행된다는데 ‘상급자의 위법한 자금 지출 지시에 대해 회계관계직원이 이유를 명시해 거부했음에도 다시 지시한 경우 상급자가 단독 책임을 진다’는 조항(제8조)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이 규정을 어기거나 변칙적으로 집행한 돈은 변상해야 한다. 즉 불필요한 보상, 시가보다 과다한 지출, 다른 항목의 예산을 특정 항목에 끌어 쓴 경우 단체장이 변상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의 모든 長으로도 변상책임을 확대시켰지만 사실상 초점은 자치단체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으로 뽑힌 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기위주의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업무지침을 묵살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혈세를 잘못 쓴 책임에 대해선 자기 돈으로 물게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법을 고쳤다는 것이다. 현행법엔 ‘규정위반으로 인정되는 회계행위를 명령했을 때는 상급자가 연대책임을 진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단체장이 책임을 진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감사원으로부터 변상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으로 79억원의 변상액을 모두 회계직원에게 부과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계직원들은 기관장 등 상급자의 부당한 자금지출 지시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어 ‘억울한 변상’ 사례는 없어질 전망이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착돼 가는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 정당한 시책을 위해 예산을 집행토록 지시하는데도 만일 잘못될 경우를 생각한 회계직원들이 지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면 지자체장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선임을 내세워 국민의 혈세를 주머니돈 쓰듯 한 일부 지자체에 국고의 소중함을 자각시켜준다는 점에서 환영을 한다. 아울러 하급자가 거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수 있도록 ‘거부의견 표시로 인사 등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 김대중민주당총재와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청와대에서 여야총재회담을 갖는다. 아울러 국회가 정상화된다. 정기국회 회기 100일중 40일을 허비한 국회가 남은 회기나마 충실하기 위해서는 총재회담이 잘 돼야 한다. 지난 6월 24일 의약분업때문에 만났다가 선거부정공방으로 국회가 파행에 들어간 이래 약 3개월반만에 만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는 여섯번째 갖는 총재회담이다. 오늘의 총재회담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관계법개정 및 경제청문회개최, 인위적 정계개편중단 및 여야경제협의회구성, 상생의 정치구현, 남북문제의 초당적 협력 등은 과거 수차 가진 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이었으나 결과는 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분업분쟁은 최악의 고통을 국민들이 겪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의제나 합의문등에 철저한 사전조율이 있었던 과거회담과는 달리 현안전반에 터놓고 논의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될 것을 서로 다짐하고 있어 다른 점은 있다. 김총재는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4대부문 개혁, 남북관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정치권의 협력등을 당부할 것이고 이에 이총재는 구조조정의 투명성, 시장원리존중의 촉구와 함께 유연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제기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국경색의 발단이 된 한빛은행사건 등 3대 쟁점의 구체적 해법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자민련의 교섭단체문제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 또한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떳떳하다. 여야총재가 가진 두·세시간의 회담으로 국정 전반에 걸친 상호 조율이 가능하고 정기국회가 꼭 순탄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서로간에 얽힌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씻길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내치의 안정없이는 남북관계도 대외신인도도 어려운 것이 집권여당의 입장임을 알아야 한다. 야당도 국민이 용인하는 장외투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형식적회담이 아닌 실질적회담이 돼야 한다. 회담결과를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밝혀 쌍방의 책임을 국민에게 담보해둘 필요가 또한 있다. 이에대한 능동적 노력이 김대중총재에게 요구된다고 보는 것은 평소 강조한대로 정국주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집권여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큰 정치는 생산적인 정치이며, 이는 상생의 정치에 있는 사실을 총재회담, 그리고 정기국회에 일러둔다.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 하면서 부천시에서는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반면에 옹진군에서는 섬지역까지 허가하는등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양 일산주민들은 러브호텔 출입차량번호의 인터넷공개를 들고 나서 주목을 끈다.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한 것은 그 연유가 환경파괴에 있다. 자연환경파괴로는 남한강등 산자수명한 자연을 형질변경, 막심한 폐수공해등을 유발한다. 육지의 강변으로도 모자라 이젠 해상의 섬까지 러브호텔이 상륙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주거 및 교육환경 파괴 또한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륜현장의 온상으로 각인된 러브호텔은 인격형성과정의 자녀, 학생들에게 적절치 못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들로선 마땅히 경계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도대체가 독버섯처럼 번진 그 하고많은 러브호텔이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러브호텔이란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 턱이 없는 점에서 일부 기성사회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대저, 러브호텔을 그토록 애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호텔 종업원의 눈까지 마주치는 것을 꺼린 고객성향을 틈새삼아 무인봉사 시스템을 둔 러브호텔이용은 두가지를 생각해볼수 있다. 그 하나는 불륜의 사안이다. 불륜에 경중을 가리는 것은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미지거나 무인시스템의 러브호텔을 굳이 이용해야 할 정도의 불륜이라면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엄히 받아야할 대상으로 볼수 있다. 또 하나는 서민대중과는 거리가 먼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고객임을 생각할 수가 있다. 권세깨나 있고 재력깨나 지닌 이들이 가치관 전도의 이면생활을 탐닉하는 장소가 바로 러브호텔인 것이다. 결국 러브호텔족은 상류층 또는 지도층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충격적인 현상은 도대체 러브호텔 소비계층의 성문화가 얼마나 심히 타락했으면 그토록 많고 많은 업소가 성업을 누리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 어느나라에서도 러브호텔은 고사하고 숙박업소가 우리만큼 범람한 나라는 없다. 사회의 성도덕 문란도 문란이지만 행세계층의 우심한 성문화 타락상을 보여주는 것이 러브호텔의 호황인 것이다. 지도층부터 자각하는 기성사회의 각성이 크게 요구된다. 일산주민들의 러브호텔족 차량번호의 인터넷 공개는 이런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의 하나로 볼수가 있다.
경기 인천지역 등 전국 20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지방분권 확대와 자치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최근 정부가 지자체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과 단체장에 대한 서면경고 및 대리집행제 등 단체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단체장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때에 전개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설정한 핵심과제는 ▲주민투표법 제정 ▲주민감사청구 요건 중 필요 청구인수 하향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주민의 조례개정 및 개폐청구에 필요한 인원수 축소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등 4개항이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목표들은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 등 문제점을 주민들의 감시·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독창성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자주입법권 자주조직권 자주행정권 자주재정권 등 소위 자치4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주민들로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 있어야 완전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의 자치4권중 어느 것 하나 자치단체들이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없다. 또 현행 지자법은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없어 반쪽자치란 비판을 들어 왔다. 주민감사청구도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50분의1 범위내’로 되어 있고, 조례개정 청구는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20분의1’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청구권 행사가 어렵다. 그런만큼 시민단체가 주민감사청구권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의 주요현안을 주민이 직접나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의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행자부와 국회는 시민단체의 이같은 요구를 검토, 법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행정의 독창성과 자율성이 강화되고 자치권이 확대되어야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대로라면 ‘개성공단’은 개성의 동남쪽인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서 오는 11월 착공된다. 2008년까지 800만평의 공단과 1천200만평의 배후도시를 건설한 뒤 공단운영이 성공적일 경우 4천만평, 나아가 최대 1억평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시범공단 100만평은 내년 9월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원활히 조성되면 남북통일과 경제발전의 획기적인 기반이 될 것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500년간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게 도출되는 문화재 보호 대책이다. 당초 남북 합의안에 개성공단 부지의 유적에 대한 조사가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정표대로라면 사전 학술조사가 수월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단 부지의 지표상에 나타나는 뚜렷한 유적은 없지만 왕도(王都) 유적으로서의 중요성과 함께 고려시대 지배층의 주거지와 무덤 등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국내학계의 주장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현재 건설중인 함경남도 신포시 경수로 발전소 부지의 경우 선사시대 및 발해시대 유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없이 공사가 착공된 사실이 그 실례의 하나이다. 따라서 자금을 대는 정부와 특히 현대아산은 국내의 역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고고학회 등 15개 학회가 주장하고 있는대로 개성공단 조성에 앞서 문화유적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 등 사전 학술조사를 남북공동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각종 개발에 만신창이가 된 천년고도 경주나 서울 풍납토성지를 비롯한 남한 각지의 문화유적 훼손상태를 상기하면 개성에 대한 우려 역시 여간 깊은 게 아니다. 앞으로 남북경협에 따라 활성화할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에서 문화재 보호 문제는 계속 주요 이슈가 되겠지만 특히 개성이 지난 날 경기도 땅이었음을 상고할 때 우리가 갖는 문화유적 보호의식은 더욱 절실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개성공단조성에 앞서 반드시 학술조사가 선행되기를 기대하여마지 않는다.
경기도내 시·군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내용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도 교육청과 전교조 도지부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년간 도내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심의한 학교정화구역내 유해업소 건수는 5천873건으로 이중 4천37건(68.7%)을 무더기로 승인해줬다. 이중엔 819개소의 유흥업소가 포함돼 있으며, 특히 정화구역내에는 들어설 수 없는 숙박업소가 179개소나 됐다. 학교주변의 유해환경을 정비·정화해야 할 학교정화위원회가 어떻게 이 많은 유해업소들이 영업할 수 있게 승인해주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원칙적으로 세우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정화위원회는 이같은 유해업소들이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어떻게 내릴 수 있었는지 그 경위가 궁금하다. 항간에는 학교정화위원회가 정화구역내 유해업소를 승인한 데는 건건마다 그럴만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하다. 최종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이 허가신청자인 민원인의 입장을 동조적으로 강변한다든지, 교육청이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것 등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만일 심의내용과 승인근거가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움의 길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라의 희망이요 미래다. 그들이 건전하고 올바르게 자라야 나라의 장래도 보장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물들지 않게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당연한 책무이며 국가경영의 주요부분의 하나다. 그런데도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학교정화구역내에 유해업소를 무더기로 승인한 것은 이들의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군 교육청은 이제라도 심의록을 공개, 유해업소의 승인경위를 밝히고 잘못된 부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정화위원회에 학부모 시민단체도 참여시키는 한편 심의기준도 강화해 학교환경을 정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최근 경기·인천지역은 소위 러브호텔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러브호텔과의 일전을 불사하면서 대대적인 러브호텔 저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미 관할 교육장이 사직하고 해당지역 국회의원들까지 가담하여 러브호텔 저지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부천시는 이미 허가된 러브호텔 건축허가 2건을 취소하였는가 하면, 앞으로도 러브호텔 건축 허가는 일절 불허키로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남양주시 별내면의 작은 마을에서도 러브호텔 신축반대투쟁위원회가 결성되어 저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러브호텔 문제는 이미 단순한 지역문제가 아니고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해결치 않으면 안될 문제가 되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고교생의 41%가 러브호텔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4.4%는 한차례 이상 러브호텔에 출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13%는 러브호텔에 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하니, 러브호텔 문제를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근처나 주택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러브호텔에 왜 관심이 없겠는가. 선정적인 네온사인, 요란망측한 불빛 등은 충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건전한 청소년 여가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러브호텔 문제를 이제 우리는 교육청이나 또는 시청, 건축주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우리 모두 향락업소가 번창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였다면 왜 러브호텔이 붐을 이루겠는가. 그럼에도 청소년 교육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법한 절차라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준 관청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정치권은 물론 관련 기관은 도시계획법, 학교보건법, 건축법을 개정해서라도 더 이상 러브호텔이 주택가나 학교 근처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해야 된다. 정부도 이미 건축 허가를 받은 러브호텔에 대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 이미 영업중인 숙박업소는 숙박업소밀집단지를 조성하여 이주토록 한다거나 또는 러브호텔을 매입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된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더 이상 러브호텔 천국의 부끄러운 오명을 가진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