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재철, 스스로 내려놓다

심재철 전 의원이 경기지사 경선전에서 내렸다. 12일 사퇴했고, 짧은 입장문을 냈다. “최근 들어 지방선거가 다시금 ‘대선 시즌 2’로 극단적인 진영 싸움으로 혼탁해지는 것을 보고 경기도를 온전히 도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각오만으로는 역부족임을 깨달았다.” 그는 경기도가 만든 정치인이다. 안양에 자리한 이래 5선을 했다. 국회부의장이라는 중책도 맡았었다. 비(非)경기 정치인이 유독 판 치는 이번 선거판이다. 그가 가진 자리가 컸었다. 선거 기간 내내 경기 정치의 자존심을 말했다. 중앙 정치권 인사의 등판을 거침 없이 비판했다. ‘비서실장을 했던 분이 주군 탄핵에 앞장서고 탈당까지 했다’고 공격했다. 일부의 거물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7 대선 5명 중 5등’, ‘2022 대선 예선 탈락’을 들며 정치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은 곧 도민의 얘기였다. 적어도 어떤 계층의 도민엔 속 시원한 대변이었다. 그걸 당도 언론도 눈치 보며 말하지 않고 있을때 그 혼자 당당히 말했다. 경선룰의 공정성 왜곡도 넘어가지 않았다. 중앙당 및 도당 공천관리위원들이 사퇴 후 특정 후보의 선대 위원장, 비서실장 등으로 옮겼다. 그는 이 문제도 강하게 지적했다.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행태라며 “심판이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선수와 한 편이 되겠다고 급작스럽게 링 안으로 뛰어 들어간 사례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행”이라고 비판했다. 백 번 옳은 지적이다. 안 그래도 일고 있는 ‘윤심(尹心)’논란이다. 누군가에는 불공정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런 그에게 선거판은 곁을 주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모두가 외면했다. 언론의 스피커도 수치로 드러나는 당선 가능자를 쫓았다. 유력 후보에게 치명적일 지적이다 보니 기사화하기를 꺼렸다. 심재철 SNS가 유독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도민에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그는 잊혀져 갔다. 지지율이 4%에서 2%로, 다시 1%대로 무너졌다. 이 즈음에서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서운했을 것 같다. 귀 열어 주지 않은 경기도민, 써 주지 않은 경기 언론, 봐 주지 않은 경기 당원이 서운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정치를 누구보다 잘 알 그다. 그런 정치에서 30년 살아온 그다. 짧은 기간 그가 해온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의 수원 사무실 외벽에 대형 사진이 아직 붙어 있다. 목이 좋아 많은 도민이 봤다. 그 중에 누구는 ‘심재철 기적’을 생각했을 것이다. 중앙에서도 당당할 경기도 정치인은 심재철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난 부족하다’며 그는 떠났다. ‘더 부족하다’고 고백해야 할지 모를 둘이 남았다. 그가 했던 독한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배신자 후보. 불공정 후보.

[사설] 고착 상태 빠진 민주당에 지사 후보 단일화論/‘수성 더비’가 플레이오프 효과 낼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선거에 단일화 화두가 등장했다. 이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측은 안민석 의원이다. 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3인간의 단일화를 요구했다. 정치적 뿌리가 같다는 것을 3인 단일화의 명분과 당위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단일화 목표는 도지사 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다. 경기도를 발전시키고, 윤석열 정권 폭주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숙성된 상태라며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염 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동의한다”면서 “방법은 합의만 되면 어떤 방법이든 가능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부정적이다. “단일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생각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은 “3자와의 꾸준한 접촉을 일주일간 해왔고 상당한 의견 진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후 맥락을 취합해 보면 ‘안-염 단일화’ 논의가 더 많이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인 단일화가 어렵다면 우선 2인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안 의원 언급도 그런 취지로 본다. 앞서 우리가 민주당 후보들 간의 단일화를 언급한 바 있다. 김동연 대표의 합류로 기존 판세가 변하는 시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염태영-안민석 간의 단일화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2, 3위 권이었다. 김 대표의 지지율은 24.1%로 1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염-안 후보 지지율의 합이 31.7%였다.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한 자료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상세히 나와 있다. 자연스레 2, 3위간 단일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고, 그 실현성을 미리 예고했던 것이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단일화 필요성이 더 커졌다. 안, 염 예비 후보는 여전히 6.7%, 6.5%다. 김 대표는 13.7%로 전체 3위로 내려 앉았다. 전체 1위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으로 17.6%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6.7%, 국민의힘 36%로 좁혀졌다.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 의뢰로 8~9일 이틀간 벌인 조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2, 3위간 단일화가 당사자는 물론 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앞서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단일화의 코드는 학연이다. 같은 수성고등학교 동문이 염태영(22기)· 안민석(25기) 예비 후보다. 안 그래도 지역을 중심으로 둘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단일화 기대 효과도 둘의 조합이 가장 크다. 두 동문간 벌일 ‘수성 더비’가 당에도 위기 탈출의 수일 수 있다. 전국 최대 관심인 선거 아닌가. 그 판에서 펼치게 될 후보 단일화 경쟁이다. 갑자기 정체된 민주당을 위해서 더 없는 플레이오프전이 될 수 있다. 그 경쟁이 깔끔하다면 도민도 기꺼이 지켜 볼 것이다.

[사설] 치솟는 물가, 서민들 가계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대비 4.1% 올랐다. 이는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무려 31.2% 폭등했고,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 등 모두 두 자릿수로 대폭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다. 외식물가지수도 6.6% 올라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져 물가에 대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전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수출국으로 유럽에 엄청난 양의 가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가스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가스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본 기준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였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밥상 물가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작년 3분기(7~9월) 기준 국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대비 5.0%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에 올랐는데, 이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시행된 조사이기에 전쟁 후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식량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지난 2020년 기준 옥수수 수출량은 전 세계 13.2%, 밀 수출은 8%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우크라이나는 전쟁 여파로 농사에 차질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곡물 주요 수출 창구인 흑해도 막혀 이대로 가면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밀과 옥수수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다. 이러한 물가 폭등에 대해 한국은행은 통계청의 물가 발표 직후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한국은행의 장기 물가 안정 목표인 2%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속한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는 물론 석유, 가스 등을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를 비롯한 업계가 식량은 물론 석유, 가스 등 원자재 공급선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코로나 확산으로 서민들의 일상생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물가까지 치솟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이 참으로 힘들다.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쟁만 하지 말고 물가폭등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사설] ‘김은혜 돌풍’이 일자 뒤를 따르는 궁금증‘/대장동 환수 8천억원은 누구에 줄 것인가’

김은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것은 6일이다. 그보다 전인 1~2일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다. 조원씨앤아이의 조사였는데 거기서 김 의원은 당내에서도 1위와 차이가 큰 2위였다. 그 뒤 출마 선언을 했고, 그 하루 뒤인 7일 조사된 결과가 있다. 여론조사공정㈜이 실시했는데 김 의원이 당내, 전체 모두 1위에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는 ‘김은혜 바람’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입-대변인-이었다. 김 의원 본인 빼고는 모두가 ‘윤심(尹心’을 말한다. 향후 당원 여론 변화 등도 주목된다. 자연스레 따라 붙는 것이 대장동이다. 우리는 이미 김 의원 출마와 대장동을 연계했었다.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저격수’였고, 지역구인 분당구 갑이 대장동 소재지다. 김 의원의 출마는 곧 경기도지사 선거판에 대장동 등장이었다. 시작부터 예상대로 갔다. 첫 행보로 찾은 곳이 대장동 건설현장이었다. 흙먼지 풀풀 나는 현장에 서서 출사표를 던졌다. “누군가는 3억5천만원을 투자해 8천여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대장동 원주민은 반값에 토지수용을 당한 채, 삶의 터전을 잃고 전월세로 옮겨 다녔다”고 했다. 도지사 취임하면 감사로 다 밝히겠다고도 약속했다. 대선(大選)에서의 대장동은 시종 정치였다. 이재명 게이트를 주장하는 한 쪽과 윤석열 게이트를 주장하는 다른 쪽의 무한 폭로전이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대장동은 무엇이 특혜였는지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구속된 개발 주체 4인의 혐의조차 논란이 많다. 이랬던 대장동이 지방선거로 왔다. 차라리 잘됐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차분히 따져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성남시와 경기도에 남아 있는 행정 흔적이 있다. 실체적 진실을 파고 들어갈수 있을 것이다. ‘취임하면 전면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김 의원에 약속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그걸 밝힐 수 있는 자리라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있다. 대장동 실체 파악의 실익이 누구에 있느냐다. 불필요한 오해를 남겨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그간 원주민 이익을 유독 대변해왔다. 지난해 10월5일 국회에서 대장동 지적확정 지연으로 재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원주민을 대변했다. 같은달 20일에도 “그대로 살고 싶었는데 헐값에 수용을 당하고 떠나야 했다”며 보상 문제를 지적했다. 이것 말고도 많다. 당시는 대장동 국회의원이었다. 옳았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도지사 후보다. 경기도민 또는 성남시민 전체 이익을 말해야 한다. 달라져야 할 수 있다. 더구나 약속에는 (8천억원)환수라는 금전적 문제도 있지 않나. 적지 않은 도민은 벌써부터 궁금해 한다. ‘8천억원을 환수하면 누구에 주겠다는 것이냐. 원주민이냐, 성남시민이냐, 경기도민이냐.’ 행정을 알면 아주 우매한 질문이다. 하지만 경기지사 선거판에서는 아주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

[사설] 소방 중앙·지방 이원화 비효율, 지휘체계·사무 일원화해야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2년 됐다. 2020년 4월1일 전국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돼 시·도에 분산돼 있던 권한 일부가 중앙으로 모아졌다. 대형재난 시 소방청장이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하고, 초기대응도 시·도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과 가까운 소방서에서 출동하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시·도 소방본부가 ‘지원’이나 ‘요청’하는 구조여서 지휘 체계나 현장대응에 한계가 있었는데 소방청장이 직접 지휘하는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가동한 것은 잘된 일이다. 하지만 신분만 국가직이고 조직, 인사, 예산 등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남겨둬 ‘두 집 살림’하는 꼴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중앙·지방의 이원화 체계로 국가직 전환을 체감하지 못한다. 소속은 시·도지사 직속 소방본부로 돼있고, 소방본부장과 지방학교장을 제외한 시·도 소방공무원 임용권도 시·도지사가 갖고 있다. 예산안(소방안전특별회계)도 시·도가 편성하고, 인건비 일부만 국가지원을 받는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소방안전에 대한 의식 차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다른 소방서비스를 받고 있다. 같은 소방직이라 해도 전국 소방공무원이 균등한 서비스를 받는게 아니다. 소방현장의 인력도 국가직 위상에 한참 못미친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소방공무원은 2018년 8천941명에서 올해 1만1천445명으로 2천504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소방본부(29.7%)와 소방서(29.1%)는 30% 가까이 늘었으나 소방서 소속 출동대는 19.8% 증가했다. 특히 출동대는 안전센터 진압대 16%, 구급대 30%, 지역대 6.5% 등으로 구급대를 제외하면 증가폭이 20%가 안된다. 지휘체계와 사무의 이원화는 문제가 많다. 소방청과 지방정부의 지휘권이 겹쳐 비효율적이고, 재난대응 역량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같은 국가직이면서 지자체 형편과 소방의식에 따라 지역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는건 옳지 않다. 통일된 조직에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위해 일원화가 시급하다. 소방 지휘체계를 중앙으로 일원화했으면 그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도 늘려야 한다. 현행 소방기본법은 시·도 소방본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관할 시·도지사에게 주고, 대형 재난 등 ‘특별한 경우’에만 소방청장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둘로 나뉜 지휘체계를 ‘소방청장→시·도 소방청→일선 소방서장’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비해 낮은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소방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국가직 전환에 따른 미흡한 조치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사설] 경기북부 300만票, 거저먹을 수 있다고 보나/知事하겠다면서 북부는 쳐다도 안보는 후보들

경기도의 표심에는 분명한 구획이 있다. 남북 간 표심이 다르고, 동서 간 표심이 다르다. 가까이는 3월 대선의 득표 현황이 그랬다. 경기 동서간 표심이 극명히 갈렸다. 동부인 연천, 포천, 가평, 양평, 여주, 이천, 광주에서 모두 윤석열 후보가 이겼다. 나머지 서부 지역은 모두 이재명 후보가 이겼다. 지도 위 색인이 ‘좌청우홍(左靑右紅)’으로 명확히 대조된다. 과천 한 곳만 푸른색 가운데 홀로 붉은 색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구획은 남북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 때 경기 북부는 보수적 표심을 유지했다. 접경지역이라는 환경에서 오는 안보 표심이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이런 기준이 의미를 잃었다. 남북 관계와 안보를 보는 인식이 다양해졌다. 대신 삶의 질 자체에 대한 목소리가 담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북부만의 자치 의식이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고양, 파주 등 신도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경기 북부 10개 시 인구도 이제 330만명을 넘는다.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에 이어 인구 5위다. 선거에 미치는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북부 유권자만의 욕구가 분명해졌다. 상징적으로 분도(分道)가 있다. 1992년 대선(大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오래된 논의가 근래 들어 본격적으로 커졌다. 특히 2017년은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북부 지역 주민의 바램이 가시적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경기북부의장협의회와 함께 동두천·포천·의정부·남양주시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에서는 법안도 만들어져 상임위까지 갔다. 그리고 맞는 도지사 선거다. 경기도지사 선거 자체의 비중이 크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관심보다 위에 있다. ‘2022 지방 선거가 곧 경기도지사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름 거물이란 명함을 앞세운 후보군이 북적인다. 의욕 가득한 출사표를 낭독한다. 그런데 국회 아니면 경기남부다. 행보에서도 경기북부는 빠져 있다. 경기북부를 향한 약속도 들리지 않는다. 무려 330만이나 되는 거대 표밭이고, 남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북부인데도 이런다. 어제야 들린 소식이 이거다. 염태영 예비 후보가 어제 양주를 찾았다. 북부 지역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북부를 위한 지원책을 말했다. 경기 북부 공공의료원, 한방 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GTX-C 사업, SRT 운행을 조기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수원특례시에서 세 번의 시장을 했던 그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장도 했다. 경기도스런 행보라고 평한다. 염 후보를 추켜 세우려 함이 아니다. 눈길 안주는 후보들에 경고하려는 것이다. 북부가 안 찍을 텐데 그래도 이길 수 있겠나. 경선, 그리고 본선. 다 떠나서 이건 기본 도리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가져야 할.

[사설] 지방선거,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된다

6·1지방선거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여야 모두 서서히 공천 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양당의 총력전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선거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고,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딛고 집권여당의 견제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소속당 의원들에게 “진짜 대선은 6월1일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지방선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거대 야당의 입법권력과 지방권력에 둘러싸여 집권 초기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또한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 ‘윤석열정부 견제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역할론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여기고 선거전략을 짜는 듯한 모습이다. 지방선거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지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했거나 대선 직전 사퇴한 인물들이 지자체장 도전장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 당선인의 의중을 뜻하는 이른바 ‘윤심’(尹心)이 지방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런 현상은 경기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경기도지사직은 대선후보들의 재도전 디딤돌처럼 여겨진다. 경기도와 정치적 인연이 없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도의 미래 비전,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콘텐트로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경북의 꼿꼿한 선비정신을 제 몸에, 핏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던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이들이 경기도의 미래와 비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숙고의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복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한 김 의원과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려는 범진보 후보들이 ‘윤심’(尹心)과 ‘이심’(李心)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가 예상됐던 국민의힘 내부 경선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전면 실시된 1995년 이래 8번째다. 지방이 중앙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방선거에 지방이 잘 보이지 않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후보들이 적임자라고 하는 건,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지방선거가 자꾸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된다.

[사설] CCTV로 확인된 경찰의 흉기 현장 내빼기

인천 다세대 주택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도 5개월여 지났다. 층간 소음에서 시작돼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모두를 경악케 한 것은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보여준 행동이다. 눈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데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함께 출동한 경찰도 현장을 제압하기는커녕 다른 곳에서 망설이며 시간을 지체했다. 결국 주민은 흉기에 찔렸고, 피해자의 남편이 범인을 제압하고서야 경찰이 개입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경찰관 둘은 직위해제됐다. 그 사건을 다시 거론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누구도 공개하지 않았던 현장 CCTV가 공개됐다. 피해 가족이 당시 경찰의 대응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해 공개했다. 영상 속 녹화된 장면이 볼수록 어처구니 없다.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 1층 현관이 보인다. 3층에서 비명이 들리자 박모 경위와 3층 거주자가 뛰어 올라간다. 복도에서 내려오던 김모 순경과 마주한다. 김 순경은 3층에서 거주자의 부인 딸과 함께 있어야 했다. 흉기를 휘둘렀다는 설명을 하는 듯했다. 거주자가 범행 현장인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박 경위는 내려온 김 순경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 순간 범인은 흉기로 3층 가족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경찰 2명이 현장을 피해 달아나는 생생한 모습이다. 1층 현관에 내려와서도 두 경찰은 어쩔 줄 모른다. 김 순경이 펄쩍 뛰며 뭔가를 설명했다. 박 경위에서 사건 현장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한 차례 문을 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멈춘다.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하고 삼단봉과 테이저건까지 꺼내고 나서야 다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이번에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경비로 보이는 사람의 도움을 얻어서야 진입한다. 3분의 시간이 지체됐고, 그동안 혼자 뛰어 올라간 남편은 맨손으로 흉기를 든 남성과 맞섰다. 남편이 격투 끝에 범인을 기절시켰고, 그제야 경찰이 진입해 범인을 검거했다. 모두 말로써 설명되던 현장이, 생생한 화면으로 공개된 것이다. 기가 차고 어처구니 없다. 경찰은 이 CCTV를 보지 않았겠나.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입장 모르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범죄 현장을 뛰는 경찰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 얼마나 큰 모멸감을 주겠나. 조직의 자긍심, 조직원의 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CCTV 속 두 경찰은 선량한 경찰이 아니다. 직무를 유기하는 범죄자의 모습이다. 공개하고 벌해야 한다. 인천 다세대 주택 흉기 난동 사건 CCTV는 한국 경찰사에 불미스럽지만 꼭 남겨야 할 현장 자료다.

[사설] 대장동 논란, 김은혜 등판에 재점화 되나

대장동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어떻게 처리해야 정의에 부합한 것인가. 대통령 선거에서는 펄펄 끓기만 했다. 연일 새로운 의혹으로 상대를 끝낼 것처럼 공격했다. 하지만 모두 조용해졌다. 요란하기만 했지, 진실로 정리된 건 없었다. 기소된 피고인도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 4인이 전부다. 금품 비리 관련 피고인도 곽상도 전 의원이 유일하다. 이해관계인과 시민이 주목하는 부당이득금 환수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유보다. 이랬던 대장동 진실 게임이 다시 불거지는 판이 열릴 것 같다. 바로 경기도지사 선거다. 더불어민주당은 안민석, 염태영, 조정식, 그리고 김동연 예비 후보다. 길게는 3개월여 전, 짧게는 2주일 전부터 경쟁 중이다. 대장동 언급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심재철, 함진규, 그리고 유승민 전 의원이다. 4일 강용석 전 의원도 범보수로 가세했다. 역시 대장동 언급은 없었다. 대장동의 소재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능히 다뤄질 소재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를 언급하는 후보는 없었다. 유불리에 대한 확신이 없을 수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때 김은혜 의원이 등장했다. 대장동은 그의 지역구다.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저격수를 자임했다. 그의 등판이 곧 대장동 이슈의 점화가 될 것이다. 사실 정리가 필요한 대장동 사태다. 어떤 특혜 행정이 있었는지 결론 내야 한다. 행정에서 시작된 개발행위다. 그런데 현재까지 기소된 4인은 모두 공무원이 아니다. 김은혜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한 국감도 벌써 반년 전이다. 당시 이재명 지사를 향해 초과이익환수 규정을 넣지 않은 이유 등을 추궁했다. 하지만 결론을 얻지는 못했다. 대장동 논란의 관련 열쇠가 경기도와 성남시에 있다. 어떤 것은 자료로, 어떤 것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김은혜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한다면 이 행정의 집행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장동 특혜를 누구보다 직접 치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천~수조원짜리 특혜 논란이다. 환수 규모, 방식, 대상이 다 관심이다. 성남시가 지난해 10월 부당이득 환수 TF를 구성은 했다. 시행사업자 자산동결, 추가 배당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 하지만 성남시라서 갖는 한계가 있다. 모두 형사 사건의 결과와 연계시키고 있다. 성남시의 행정 책임은 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강제 수단을 ‘형사 사건의 판결 이후’로 미뤄두고 있다. 환수 규모도 형사 사건의 최대 범죄 액수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은혜 의원의 등판이 이 논쟁도 가속화 할 것이다.

[사설] ‘법카 의혹’ 철저히 수사하되 보복·편파 논란 없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4일 경기도청 총무과, 의무실 등에 수사관 10여명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수행비서 채용, 불법 처방전 등 정당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경기도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지 10일 만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25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경기남부청에 고발했다. 배씨가 현재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 경찰에 진상 규명을 의뢰한 것이다. 이 사건은 배씨 지시를 받고 법인카드로 소고기·초밥 등을 사서 김씨에게 배달하거나 약을 대리 처방받아 전달했다는 전직 경기도 7급 공무원의 제보로 불거졌다. 배씨는 이 전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임 당시 김씨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경찰은 대선이 끝난 후 김씨의 수행비서 채용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고발한 장영하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장 변호사 등 국민의힘은 “혈세로 지급하는 사무관 3년치 연봉이 ‘김혜경 의전’에 사용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었다. 법인카드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경찰은 배씨와 김씨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씨 선에서 자발적으로 카드 유용을 결정했는지, 김씨 등 ‘윗선’이 지시하거나 방조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압수물 분석 등을 거친 후 김혜경씨 소환도 불가피해 보인다. 김씨는 대선을 한 달 앞둔 2월9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마땅히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경찰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경찰의 첫 강제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맛에 맞는 ‘코드 맞추기’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수사 범위 등을 둘러싸고 정치공방이 예견된다. 민주당 주장대로 ‘코드 맞추기’나 ‘보복 수사’는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은 그런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권력 눈치보기 등 편파 수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되 오해 소지는 없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또 다시 진흙탕 싸움에 빠지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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