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도 국회에서 제기됐던 문제가 있다. 소년원 수감자들의 형편 없는 급식비 실태다. 당시 정성호 의원이 분석한 법무부 자료였다. 소년원과 소년교도소 하루 밥값이 5천409원이었다. 이를 세 끼로 나눠 보면 1천803원이다. 당시 서울 지역 중학생 한 끼 급식비는 3천629원이었다. 절반도 안 된다. 소년원 수감 청소년의 상당수는 결손·조손 가정 출신이다. 가난에서 출발한 비행이 교화 과정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인권 단체 등의 개선 요구가 줄을 이었다. 나아졌을까. 전혀 아니다. 본보가 2022년 급식비를 조사했다. 한 끼당 2천185원으로 책정돼 있다. 얼핏 2019년에 비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다. 4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이다. 소년원에서 쓰일법한 식재료비는 더욱 올랐다. 빵 9.1%, 국수 29.1%, 식용유 22%, 수입 쇠고기 28.8%다. 일반 학교 급식비 대비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학생 급식비는 3천859원으로 여전히 두 배다. 문제가 불거졌던 2019년 이후 반짝 개선된 시기는 있었다. 2021년에 소년원 한 끼 급식비가 9.93%까지 올랐다. 올해 다시 꺾여 4.99% 오르는 데 그쳤다. 앞서 살폈듯이 올해 물가 인상률은 기록적이다. 논리적으로는 2022년 인상률보다 더 높아야 맞다. 그런데 실제 증가율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곧바로 식단 부실화로 이어졌다. 2~3개 반찬에 내용마저 부실하다. 양도 충분치 않다. 오죽하면 맨밥만 많이 먹을 때 생기는 ‘탄수화물 비만’우려까지 나온다. 법무부도 잘 안다. 2020년에는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단계적으로 일반 중학교와 같은 수준으로 급식비를 인상하라고도 권고했다. 하지만 자료에서 보듯 실질적 인상은 그 때 뿐이었다. 일반 중학생 급식비에 비하면 여전히 반토막이다. 교도 행정의 기본은 처벌이 아니라 교화다.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 교화해 복귀시키는 것이다. 소년원의 목적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각종 교화 프로그램이 그래서 운영된다. 이런 곳에서 배를 곯린다는 게 말이 되나. -소년원에 수감된 한 소년이 있다. 노상에서 체크 카드를 주워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원래는 판사가 1호 처분을 결정했다. 보호자 위탁 처분이다. 보호관찰 기간 중 가출과 귀가를 반복했다. 소년원 처분으로 다시 처분됐다. 소년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 상태다. 어머니는 젖먹이 시절에 가출했다.- 아주 흔한 소년원 수감자의 사정이다. 많은 소년원 수감자 사정이 이렇다. 이런 상황을 안다면 ‘맨밥 먹이는’ 식단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도 인권유린이다. 지금 즉시 해결해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일 고양시를 방문했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공사현장을 둘러본 뒤 지역주민들을 만나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했다가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인수위가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과 운영원칙, 국정 목표와 과제를 발표했다. 국정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고, 국정운영 원칙은 국익·실용·공정·상식으로 했다. 국정과제 110개도 제시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다행히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경기도내 5곳이다. 분당신도시에는 지난해부터 입주 30년 되는 단지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는 일산·평촌·산본, 내년엔 중동신도시가 30년이 돼 순차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인수위는 부동산정책으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양질의 10만 호 이상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도별·지역별 25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생애최초 취득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확대 및 다주택자 중과 완화도 제시했다. 교통정책으로는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위해 GTX A·B·C 및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신규노선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미운행지역은 BRT와 광역버스노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경부·경인 등 주요 고속도로 지하에 대심도고속도로를 건설해 상습정체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밋빛 국정과제를 발표한다. 이명박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박근혜 정부는 140대 국정과제,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내놨다. 하지만 말잔치에 끝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상당수다. 중요한 것은 재원확보 방안과 실행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위한 예산을 한해 약 40조원, 5년간 209조원으로 추산했다. 재원은 예산 구조조정과 세수 확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 한 해 40조원 추가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과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라도 국정과제를 더 세밀하게 다듬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경기지사 선거가 본격화 되는 시간이다. 꽁꽁 숨겨 뒀던 무기를 꺼내 보일 순간이다. 이쯤에서 ‘한 방’이라 여겨질 건 두 가지다. 도민 눈을 확 휘어잡을 대형 공약이 하나다. 가장 바람직하고 보기 좋은 선거 캠페인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를 침몰하게 할 대형 폭로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치 현실에 빠지지 않는 캠페인이다. 도민들이 이런 기대와 초조함으로 김동연·김은혜 후보를 보고 있다. 그런데 영 격에 맞지 않는 논란이 생겼다. 논란을 야기한 게 김동연 후보다. “경기지사는...얼굴로 하는 것 아니다.” 2일 YTN라디오에서 김동연 후보가 했다.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말에 한 답이다. 앞 뒤 얘기 전체를 풀어 볼 필요가 있다.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다.” 실력과 전문성을 강조하고자 한 설명으로 보인다. 이 설명 속에 ‘얼굴’이 문제가 됐다. 김은혜 후보는 여성이다. 여성의 외모 평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 곧바로 국민의힘측이 반발했다. 김은혜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발끈했다. ‘지존파 사건 최초 보도’ ‘삼풍백화점 부실 보도’ 등의 전력을 소개했다. 기자로서 걸어온 여정을 강조한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도) 여성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은혜 후보 측은 발언의 부당성을 곳곳에 호소하며 노기를 피력했다. ‘여성’ 또는 ‘여성 후보’로 내몰렸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여성 정치인을 능력이 아닌 얼굴로 평가했고 비난했다. “도지사는 (이런) 막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후보 사퇴까지 요구했다. 정치인들의 목소리다. 역시 정치적 대응인 점이 없지 않다. 지사 후보직 사퇴 요구를 과하다고 볼 도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여성 구별’ ‘양성 구분’의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 전후 맥락에 꼭 필요한 언급도 아니었다. 뭐하러 그런 단어를 선택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전문가로 자임해 온 김동연 후보다. 경기도민을 살릴 경제 능력자로 자처했다. 5선 국회의원, 3선 특례시장을 꺾었던 경선 무기도 이거였다. 이 점을 높이 사는 도민이 많다. 그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있다. 출마 선언 이후 꽤 시간이 흘렀는데 주목할 경제 공약이 없고 경제부총리급이라 봐줄 워딩도 뜸하다. 이런 마당에 난데 없이 등장한 게 ‘얼굴 평가’ 설화다. 아무리 봐도 ‘경제전문가 김동연’스럽지지 않은 말이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거나, 건설산업법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가짜 건설사’가 아직도 많다. 공공 건설공사 입찰에서 낙착률을 높이기 위해 가짜 건설사를 허위 등록, 응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름만 있고 실체도, 시공 능력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는 건설업계의 독버섯과 같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전 단속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2019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1억원 이상의 공공 건설공사 경쟁 입찰 866건에 대해 사전단속을 실시, 총 296건(34%)을 적발했다. 적발업체에 대해선 등록말소(16건), 영업정지(241건), 과징금·과태료(7건)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 가짜 건설사의 경기도 발주 공공 건설공사 입찰 참여는 지난해에만 383개사 중 149곳(38.9%)에 이른다. 경기도는 공공 건설공사 입찰 때 사무실, 기술인력, 자본금 등을 조사해 등록기준 미달업체에 대해 행정처분, 입찰 배제,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낙찰을 위해 실체도 없는 여러 이름의 건설사를 등록하거나 자격증 대여로 면허를 늘리는 등 가짜 건설사를 두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A업체는 안성시 한 상가 빈 사무실에 주소지만 등록하고 응찰했다가 적발됐다. 도는 A업체 연락처가 서울에 있어,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용인시의 한 부동산과 협력해 사무실 일부를 빌려 주소를 등록하고 입찰에 참가한 B업체도 사전단속에 걸렸다. 가짜 불공정 관행은 불법 하도급, 면허 대여, 현장 대리인 미배치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시장을 교란시킨다. 공공건설 입찰에서 가짜 건설사가 40% 가까이 적발된다는 것은, 일부 건설업자들이 가짜 회사 등록 관행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경기도는 페이퍼컴퍼니가 입찰에 응찰해 공사를 따낼 경우 불법 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공사를 우려, 2019년 전국 최초로 공공건설 입찰 페이퍼컴퍼니 사전단속 제도를 도입했다.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사전단속 제도는 타 지자체와 정부기관으로 확산돼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벤치마킹 했고, 올해 4월부터는 국토부도 2억원 미만인 지역제한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상시단속을 하고 있다. 페이퍼컴퍼니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사업자 선정방식, 단속, 처벌 등이 미흡해서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등하는 가운데 페이퍼컴퍼니가 또 활개를 칠 수 있다. 가짜 건설사를 근절하려면 사업자 선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서류평가보다 공공건설 분야에서 활용 중인 적격심사나 내역입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상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내 마스크 제작업계 사정이 심각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입주 업체 리스트를 보자. 경기도 내 마스크 관련 제조 업체가 2020년 4월 현재 16개였다. 이게 지난 3월 기준 174개 업체로 늘었다. 2년 사이 11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도 있다. 어림잡아 300개는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단일 업종 규모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이다. 이들에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폐업하거나 폐업 자체도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최악이다. 2년 전 KF 94 마스크의 온라인 가격이 4천원대였다. 이게 최근 들어 500~6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반 저가 마스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폐업이 늘면서 속칭 ‘땡처리’까지 등장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제 100원대 팔리는 제품도 있다. 업계가 말하는 최소 생산비는 150원 선이다. 본보가 양주의 한 업체 대표를 만났다. “2년 전 1억원을 넘게 주고 산 생산 장비가 헐값으로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피크 때 마스크 제조 설비 기계는 최고 3억원에 달했다. 현재는 중고가 5천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설비를 내다 팔아도 6분의 1을 건지기 어렵다. 석호길 한국마스크산업협회 회장이 수출 장려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값 싼 중국산이 시장을 점령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선 회장도 “(정부의) 수출 금지로 수출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앉아서 망하는 것 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때 노마스크 정책까지 더해졌다. 당국에 묻고 싶다. 그냥 외면해도 되는가. 제작 업체 폭증에 기본 출발은 코로나19 대책이었다.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면서 제작 지원 정책이 쏟아졌다. 지자체마다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공장 설립을 도왔다. 결정적으로는 정부가 부추긴 측면이 크다. 식약처가 관련 허가 절차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간단한 설비만 갖추면 공장 가동이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수출 제한 등 수급 비상 해소를 위한 공익성 부여까지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에 온 것이다. 모두가 순수했다고 보긴 어렵다. ‘코로나 특수’에 기대려던 투기 자본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체 업계 고통을 외면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고통 아닌가. 정부 또는 지자체 장려도 책임 아닌가. 사태를 막았던 사회적 역할도 있었잖은가. 수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코로나 보상을 국가 책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독 마스크 제작업체 고통만 외면해도 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보상 안되면 지원이라도 토론해 보라.
경찰이 성남시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정책기획과, 도시계획과 등 5개 부서가 대상이다. 압수수색에 나선 수사 주체는 분당경찰서다. 이른바 ‘성남 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서다. 대선 과정에서 각종 고발이 이뤄졌었다. 주목되는 압수수색은 지난주에도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원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도시계획과 등 수원시청 4개 과를 뒤졌다. 뇌물 첩보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의 수사 당사자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다. 성남시장 재직시절 성남FC 구단주였다. 2014∼2016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줬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었다. 이에 고발인 측이 이의 신청을 하면서 현재 추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정치적 파급이 커질 수 있는 사건인데 치고 들어갔다. 수원시청 대상은 2015년 이뤄진 도시계획이다. 수원지역 소재 지구단위계획 내 체육시설 용도변경이 있었다. 당시 도시 분야 위원회 위원 가운데 일부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이 압수수색에서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 명단 등을 확보했다. 해당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의 경우 공무원이 아니어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공무원 의제대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지역 사회가 경찰만 보고 하고 있다. 고발을 푸는 수사 절차다. 첩보 내용의 확인 절차다. 이렇게 보면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대입해 보면 다르다. 여야가 칼처럼 대립하는 시기다. 이런 때 시청을 발칵 뒤집은 압수수색이다. 선거판의 압수수색은 늘 이슈였다. 특정후보측에 피해를 주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 있다. 작금의 검수완박이다. 국회 입법 과정 충돌이 최고조다. 이런 때 이해 관계 조직일 수 있는 경찰이 움직였다. 지켜보는 국민에 주는 의미가 크다. 검수완박을 보는 추론이 있다. ‘윤석열 검찰 무력화다.’ ‘문재인 정부 보호다.’ ‘이재명 수사 막기다.’ 혹여 이게 사실이면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속칭 ‘파출소 김순경’ 시절이 아니다. 상상 못할 정보력에 막강한 수사권까지 쥐었다. 경찰이 수사하겠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있다. ‘1천 검사 피하려다 10만 경찰 만날 것이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성남시청·수원시청 압수수색을 보며 ‘경수완박’을 상상하는 세력이 있을듯도 싶다.
지난달 18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로 거리두기 제한,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철폐됐다. 또 금일부터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없어지고 실내와 50인 이상 집회, 행사, 공연, 스포츠경기 관람 등에서만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더구나 방역당국의 예상대로 코로나 확진자도 감소하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달 중순부터는 독감과 같이 풍토병으로 간주되는 엔데믹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최고단계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췄다.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일주일 평균 5만 명대 전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증환자는 500명대, 사망자도 110명대 전후를 기록하고 있어 안심할 시점은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천7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격리해제 뒤 후유증,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 이상 코로나로 인한 갖가지 증상을 호소하고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일부는 장기 후유증이나 합병증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어 확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격리해제 이후 기침과 호흡기 증상, 피로감, 불면증 등 각종 후유증이 심해 병원을 다니면서 약물 치료를 하는 사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국내 코로나 환자 2만 1천여명 가운데, 약 20%에 가까운 4천여 명이 롱코비드로 의료기관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후유증 환자에 대한 명확한 실태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코로나 후유증 진단과 치료를 하는 전담 의료기관도 없는 상황이다. 일선 보건소에 따르면 정부 방역당국으로부터 롱코비드 후유증 치료에 대한 지침이 따로 내려온 게 없다. 실제로 시군 보건소에서는 후유증 관리에는 여력이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으니,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 후유증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팬데믹 초기부터 확진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와 함께 전문 치료센터 설립 등 감염 후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7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코로나 후유증 상황을 조사해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제2의 팬데믹은 ‘코로나 후유증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 하에 코로나 후유증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료체계를 조속히 마련, 코로나 후유증 환자들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민선 7기 시장은 민주당 싹쓸이였다. 그 필연적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현역이 압도적인만큼 공천 탈락자도 많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에 불복하는 이들이 생긴다. 민주당을 탈당하는 현역 시장들이 생기고 있다. 무소속으로 민선 8기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다. 이번에는 현역 파주시장 최종환, 현역 남양주시장 조광한, 현역 안산시장 윤화섭 등이 그런 경우다. 모두 여론조사 1위권이다. 조직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당연히 억울할 만 하다. 최종환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 정도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야 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다. 그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항간에 가정 폭력이라는 네거티브가 있었고, 이것이 탈락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최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조광한 시장은 송사가 공천탈락의 원인이 된 경우다.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 비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당으로부터 이미 당직을 정지 당했다. 공천 배제가 예견됐었다. 그런데도 조 시장은 탈당을 선언했고 ‘소신 있는 행동’을 예고했다. 윤화섭 시장도 컷 오프 이후 침묵하고 있으나 무소속 출마 전망이 나온다. 이들의 낙천 사유는 확실치 않다. 무엇 때문에 떨어졌다는 공개적 언급이 없다. 당사자가 낙천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지역 내 국회의원, 또는 당 지도부와의 악연이 빌미가 된 경우도 없지 않다. 이미 낙천을 정해 놓고 가정 폭력이니 비위 송사니 끌어다 붙이는 모양새도 엿보인다. 그렇게 보면, 낙천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탈당, 무소속 출마를 이해하게 되는 측면이다. 하지만 예상 결과가 뻔하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과거의 예가 많다. 매 선거에서 공천에 탈락하는 현역은 있었다. 그들 가운데 탈당과 무소속를 강행한 이들이 있었다. 그 결과는 대체로 두 가지였다. 막판까지 현역의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다. 이 경우 소속 정당 후보자는 떨어진다. 본인은 선전 끝에 낙선한다. 또 하나는 선거 기간 중 소멸해 버리는 경우다. 이 경우 정당 후보자는 당선된다. 본인만 존재감 없는 득표율로 끝난다. 어느 쪽이든 본인은 진다. 우리 유권자가 가진 정서 때문이다. 공천 불복, 탈당, 무소속 출마 행위를 거부한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일탈을 품어주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선례가 우리 선거 역사에 쌓여 있다. 저 시장 셋, 대부분이 능력 있는 현역 시장이다. 유권자도 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이런 정서가 투표장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수치와 결과로 증명된 선거 법칙이다. 분노를 삭이고 불출마를 결단하는 고민이 지금 저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14년 전 모란꽃 툭 떨어질 무렵 아무 말씀 없이 홀연히 떠나신 어머니 올봄 모란꽃 툭 떨어질 때 내 가슴에 다시 오셨네 매년 모란꽃 피고 질 때마다 어김없이 내 가슴에 오셨다 가시는 어머니 올봄에는 아예 내 가슴 외딴 방에 자리 잡으시고 편히 누우셨다네 주광일 시집 『저녁노을 속의 종소리』로 작품 활동. <Fides(신의)> 발행인. 가장 문학적인 검사상(한국문인협회) 수상.
주장에 앞서 분명히 해둘 점은 있다. 깨끗이 행실한 의원들이 많다. 선진 연수에 충실한 의원들도 많다. 의정 활동에 매진한 의원들도 많다. 당연히 다시 일할 기회를 주는 게 옳다. 우리가 지적하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의원들이다. 이런 저런 비위로 시민 얼굴에 먹칠한 의원들이 있다. 연수 간다며 여행 돌아다닌 의원들이 있다. 의회에서 꿀 먹은 벙어리로 산 의원들이 있다.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퇴출해야 한다. 성실한 다수를 위해서라도 솎아 낼 필요가 있다. 잊기에 너무 생생한 일이다. 안양시의회가 ‘짬짜미 의장 선거’를 했다. 자기들끼리 작전을 짰다. 각자 다른 위치에 기명토록 했다. 같은 당 내 이탈표를 막으려는 술수였다. 상대 정당은 물론 시민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처음에는 잘했다고 갖은 변명을 했다. ‘전에도 이렇게 했다’ ‘선거법 위반 아니다’ ‘짰지만 투표는 자율로 했다’. 결국 재판으로 갔고 비위로 판정났다. 그제야 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물러났다. 그랬던 사람들 중 일부가 또 시의원 한다며 나섰다고 한다. 관광성 연수로 시민을 분노케 한 의원들도 있다. 시흥시의회의 ‘독도 워크숍’이 그런 예다. 2019년 10월 말, 워크숍을 했다. 워크숍 장소가 강릉·울릉도·독도다. 시의원 사무국 직원 등이 대거 떠났다. 혈세 2천여만원이 들었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워크숍 장소다. 딱히 독도 문제가 불거진 때도 아니다. 언론이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전해 들은 시민들도 화를 냈다. 하지만 의회는 강행했다. 시간 지나면 잊힐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들도 출마했다. 능력 없고 성의 없는 의원들도 있다. 본보가 수원특례시 의회를 분석했다. 4년 간 시정 질문을 한 의원이 3명이다. 문병근(5건)·채명기(4건)·최인상(3건)의원이다. 5분 발언도 비슷하다. 37명 중에 21명이 침묵을 지켰다. 윤경선· 이미경·조미옥·최찬민 등이 열심히 한 의원들이다. 시정 질문과 5분 발언은 의정활동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바쁜 지역구 활동은 핑곗거리가 안 된다. 시의원 아닌 순수 봉사 활동가라면 몰라도. 그 ‘침묵자’들도 명함을 돌리고 있다. 우리가 실명을 거명하지는 않겠다. 어차피 시민 기억 아니면 언론 기록에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을 되살려 투표에 참고하면 된다. 잊기엔 너무도 가까운 날의 파행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선수(選數)까지 보태주면 안된다.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하게 갈게 뻔하다. ‘당선시키는 투표’만큼 중요한 게 ‘낙선시키는 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