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과 민주적 절차에 충실한 송도워터프런트를

해묵은 송도국제도시 분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일부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근거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으나 그 현실성은 미약하며 행정력을 낭비하는 등의 혼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송도주민들이 앞장서서 송도 분구를 주창하는 배경은 송도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을 민선 7기 시정부가 원안보다 후퇴하고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한 데서 기인한다. 송도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의 대형 사업이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연기되거나 좌초되고 있다’며 인천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법률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기 때문에 복잡한 입법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현행 법령에서 분구에 대한 50만 명 이상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이처럼 현실성 없는 분구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민선 7기 시정부의 워터프런트 사업의 원안 조기 조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6천21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프로젝트로, 기본적으로 경제성이 확보되고 투명하고 공정한 민주적인 행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시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경될 수 없으며, 시장이 독단적으로 변경할 수도 없다. 다만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거나 민주적 절차가 미흡한 경우 보완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기본적으로 비용편익비율이 0.739로 기준치 1에 못 미쳐 경제성이 확보되진 않았지만, 지방재정투자심의위원회에서 홍수방재 목적으로 1-1공구만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원안대로 추진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업성과 경제성의 확보가 급선무다. 이러한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사업을 단지 지방선거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것은 행정의 원칙이 아니다. 설사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서 추진한다고 해도 시장이 결단해서 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행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송도주민들도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우선 협력하여 행정력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민선 5기 송영길 시장은 시정부 인수인계기간 동안 지역사회의 뜨거운 현안을 지역주민의 반발 때문에 결정을 번복하면서 일부 주민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돌이킬 수 없는 과제를 안겨줬다. 경제성의 확보원칙과 민주적 절차가 미흡한 아시안게임 경기장 신설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설] 대체복무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기관으로 교도소와 소방서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이 대체로 합숙 가능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대체복무 인력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이달 말까지 대체복무제 정부안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대체복무제가 명시 안 된 현행 병역법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결정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병역법 개정에서 정부는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용어의 선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란 말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은 사전적 의미의 양심이 아니라 종교적·법률적 의미의 양심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지만, 대다수 국민은 병역거부에 ‘양심’이란 말을 붙이는데 분노를 느낀다. 굳이 표현한다면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정도가 온당하다. 훈련소에서 돌아온 자식의 사복 보관박스를 보고 눈물짓는 부모들에게 ‘양심’ 운운하는 것은 모독이다. 둘째, 대체복무의 기간과 형태가 국민의 감정적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들이 현역병 복무기간보다 2배 더 근무하고 합숙을 원칙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은 종교적 신념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한다면 지금의 정부안보다 훨씬 혹독해도 기꺼이 감수할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대체복무 법안에는 ‘지뢰 제거’가 1번으로 명시돼 있는데 너무 징벌적이고 보복성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체복무는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국가가 처한 현실과 개인의 종교적 신념, 국민정서와의 접점을 찾는 데 있다. 셋째, 연간 500∼600여 명으로 예상되는 집총 거부 등 병역거부자들을 심사하는 기구나 기능을 정부 어느 부처에 둘지도 이번에 결정해야 한다. 대체복무제가 허용되면 지원자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체복무 심사는 종교·심리·법률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복합영역에 속한다. 양심을 핑계로 장난치는 사람들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 대체복무 기간이 2배에 달하고 합숙을 한다면 상당수의 가짜는 골라낼 것이나, 그들을 처벌하고 공직 제한 등 사회적 제재를 담당할 부서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달라진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말하지만, 대체 복무제가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병역을 거부하는 풍조로 이어져선 안 된다.

[사설] 원칙과 소통이 빛난 인천광역버스 대책

‘인천시민 특별시대’를 선언하고 출범한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가 원칙과 소통을 통해서 위기의 인천광역버스 사태를 해결했다. 인천~서울을 운행하는 인강여객 등 6개 광역버스 업체는 지난 9일 19개 노선 259대를 21일자로 폐지하겠다고 인천시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경영난을 이유로 노선폐지 카드를 들고 나선 이들 업체는 시의 재정지원 및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인천시는 업체와의 소통을 통해 업체가 스스로 신고를 철회하게 하는 양보를 이끌어 냈다. 업체들의 운행포기라는 광역버스 대란문제 위기를 극복하고 행정의 원칙이 정립돼 실효성 있게 작용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광역버스 운영업체들이 주장하는 준공영제는 그동안 여러 문제를 안고 봉합된 형태로 유지돼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업체에 적자를 보전함으로써 수익성이 낮은 노선 폐지를 막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도입한 제도이다. 작년에는 지난 10년간 매년 시의 지원금이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904억 원까지 치솟아 7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경영투명성과 서비스는 크게 개선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시 감사관실이 2015년 버스 준공영제 운영 전반을 감사한 결과 총 41건의 지적사항이 드러나 지원비용과 직결되는 표준원가 산정 용역 추진 부적정 등에 대한 시정이 필요했다. 120미추홀 콜센터에 접수된 버스 관련 민원은 2013년 5천907건에서 작년 9천32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난폭운전, 무정차 통과, 불친절 등의 불편을 지적하면서 시정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재정문제를 개선하고 시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천시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 인천시 주관의 외부회계감사를 시행해 재정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전문가나 시민 등이 참여하는 버스준공영제 운영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이들이 정책 결정 과정과 추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광역버스의 위기는 공익성의 원칙 고수와 소통에 따른 타협으로 해결돼야 한다. 시내버스와는 특성에 다소 차이가 있으며 시내버스 공영제가 안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그 답이 될 수 없다. 버스 업체들의 투명경영 장치를 도입해서 도덕적 해이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사설] 다시 떠오른 개고기 논쟁

식용견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축산법이 정한 가축에서 개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시적인 개고기 금지는 아니어서 개고기 찬반을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당장 개의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먹지 않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2004년에는 국민 10명 중 9명이 보신탕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엔 찬성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공식자료는 없지만, 식용견은 전국 3천여 농장에서 해마다 100만 마리 이상이 도축되고 유통된다. 관련 종사자들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현재 축산법이 정한 가축은 모두 35종으로 소, 돼지와 함께 개도 포함돼 있다. 식용견 업계는 개도 가축이라는 근거를 들어 식용견 유통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정작 축산물위생법엔 ‘개고기’가 빠져 있어 그동안 위생관리 등의 별다른 제재 없이 도축해 왔다. 이 법에서는 가축이고 저 법에서는 반려동물인 이중호적(二重戶籍) 신세다. 1980년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개고기 먹는 우리나라를 ‘야만스럽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프랑스가 달팽이를 먹고 거위 간을 먹는다며, 개고기 먹는 건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법으로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서울 올림픽을 앞둔 상황이어서 보신탕 대신 영양탕이나 사철탕으로 이름을 바꾸고 개고기 집을 골목으로 내쫓았다.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사실 개고기 찬반 논란은 답이 없는 시빗거리다. 가치판단이 개입되는 윤리의 문제이고 개인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서 2017년 280곳으로 줄었다. 법적으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려고 하니 당장 개 사육 농가는 모두 불법이 돼 생존권 문제가 걸리고, 식용 가축에 포함하면 합법적인 개고기 식용 국가가 된다. 문제는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개고기를 좋아하는 국민이 많다는 데에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개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개식용업자, 시민들 간 위생적인 도축과 제한적 식용 등 제반 문제를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먹는 것을 강제적으로 규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채식주의자이자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은 ‘개를 먹는 것이 돼지를 먹는 것보다 나쁘다는 윤리적 근거는 없다. 돼지도 개만큼 영리하고 사람들의 친구가 된다. 우리가 동물을 먹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잘 대해주며 얼마나 자비롭게 그들을 죽이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 내실 있는 인천시 조직개편을

인천시가 원도심과 신도심 균형발전·일자리 창출·민간협치·남북 교류협력 등 박남춘시장의 시정철학을 반영한 민선 7기 첫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조직과 함께 민선 7기 시정 역점사업인 원도심 균형발전 전담기구와 일자리 창출, 남북교류 등 시정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전담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미흡한 요소와 허점이 노정되고 급기야 공무원들과 시민의 기대에 대한 실망이 표출되고 있다. 발표된 개편안은 향후 입법예고를 한 뒤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의회 심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따라서 개편·신설한 상위기구와 그에 속한 과들의 위치변경이 주요 내용으로서 구체적인 세부기능과 역할의 정립은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져 충실한 내실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 정무경제부시장을 균현발전정무부시장으로 바꾸고 원도심 재생을 전담하는 원도심재생조정관을 개방형 2급으로 채용해서 도시재생국과 도시균형계획국을 총괄하도록 한 것은 도시재생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집중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특별한 개편의 특징 없이 기존의 과를 이쪽저쪽으로 위치만 변경시키거나 ‘재생’이라는 글자만 덧입혀졌다. 모든 과에 재생이라는 명칭만 덧붙여 과연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지 선뜻 알기도 구별하기도 어렵다. 특히 본청의 기획과 감독 통제 기능만 다양하게 확충하고 현장에서 대상사업을 직접 담당하는 사업부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사업현장의 활동가와 전문적인 지원이 절실한 현장 밀착형 사업이다. 실제적인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과 지원이 절실한 곳이 도처에 산재해 있음에도 이를 사업화 하지 못해 주민과 상인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곳이 인천이다. 현장에서 주민이나 상인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일할 수 있는 현장사업팀이 필요하다. 원도심과 구도심의 균형발전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혁신은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인기 있는 부서로 그동안 방만하게 조직이 비대해졌음을 새로운 시정부는 인지하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시청과의 중복기능 부서는 일체 손도 대지 못하고 오히려 시청의 투자유치팀을 흡수하면서 조직이 확대됐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옛 구호가 새삼스럽게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진정으로 소통해 시민이 함께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일하는 조직을 내실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설] 에어컨이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품이 되려면

살인적인 무더위다. 대통령도 휴가를 마치자마자 ‘폭염으로 전기요금 걱정이 많다’면서 7·8월 2달간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일 당정 협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1·2단계 누진제의 상한선을 올려 가구당 19.5%가량 요금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차제에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에어컨 2대를 8시간 켜면 월 10만원가량 요금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요금을 줄이려고 설정온도를 높이고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에어컨 바람을 불안한 마음으로 쐰다. 조금만 방심하면 몇 십 만원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에어컨을 마음껏 틀 수 있느냐에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도 전기요금 걱정 안 하게 하는 대책을 세워야지 한시적 누진제 완화니, 최대전력수요니, 에너지 절감이니, 전력예비율이니 하는 어려운 말만 해봐야 국민은 피곤할 뿐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21도에 맞추고 마음껏 에어컨을 가동해도 1달에 1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4분의 1이다. 일본 대개의 가정은 방마다 밤새 에어컨을 틀고 정부는 틈만 나면 에어컨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전기료 폭탄이 없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저렴한 요금으로 펑펑 쓰려면 어떤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해 하는지, 충분한 전력 수급계획을 차질 없이 수립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금 정부가 표방하는 탈원전 정책으로 이것이 가능한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번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위태로울 때 정부는 세워둔 원전을 돌렸다. 전력 수급과 관련해 비판적인 언론과 대통령이 각을 세운 것을 보고 국민은 우려했다. 전력예비율이 간당간당하게 된 원인이 탈원전이든 아니든 에너지 수급정책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의 발전비중은 원전 29%, 석탄 39%인데 석탄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원전과 석탄을 확 줄였을 때 무엇으로 부족분을 채울 것인가. LNG가 해법이라고 하지만, 올해 들어 가격이 폭등했고 완전히 해외 의존적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로 지금의 폭염은 이제 상시적인 자연재난이 됐다. 111년 만에 40도가 넘는 살인적 폭염은 우리로 하여금 전기요금과 전력수급체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탈원전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가지고 충분한 전력공급이 가능한지 정말 에어컨 펑펑 쓰면서 전기요금 걱정 안 해도 되는지 정부는 답변할 의무가 있다.

[사설] ‘스트롱맨’ 전성시대의 명암

지금 세계는 ‘스트롱맨’의 전성시대다. 트럼프·김정은·시진핑·푸틴·에르도안·마크롱·두테르테 등 강한 리더가 대세다. 남미에서는 오르데카 니카라과 대통령이 임기 무제한 대통령에 올라 부인을 부통령에 임명하기도 했다. 혼란의 브라질은 국민의 40%가 군부 쿠데타를 원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역사의 반동일까, 아니면 시대의 요청일까? 21세기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신 권위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공통점은 ‘강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열망, 무역 역조 등 세계화에 대한 반감, 강경한 난민·이민 정책 등이 그것이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오히려 스트롱맨을 도와주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진보는 필연적으로 독재를 약화시키고 시민혁명을 초래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중국·러시아·이란·터키 등의 사례를 보면 스트롱맨들은 인터넷 여론을 쉽게 통제해 자신의 이미지나 정책을 대중에게 전파, 조작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쓴다. 트럼프는 이 분야의 달인이다. 트위터와 자기 입맛에 맞는 매체만으로도 뉴욕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등 주류 언론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른바 민주적 지도자가 국가의 안보와 일자리, 대중적 기대를 보장하지 못할 때 이런 스트롱맨이 나타난다. 특히 경제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낄 때 포퓰리즘 정치인에게 투표할 확률이 14.5%나 높아진다고 밝혔다. 결국 ‘약한 경제’가 ‘강한 지도자’를 부르게 된다.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수상이 집권하기 전 1970년대 미국과 영국의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두 지도자는 과도한 복지 등 정부 지출축소, 감세, 규제 완화, 금리 인상, 노동개혁을 내세워 성공했다. 사실 트럼프 경제정책도 레이건하고 똑같다. 유일한 차이는 보호무역을 추가했을 뿐이다. 지금의 스트롱맨들은 레이건이나 대처와는 많이 다른 사람들이다. 스트롱맨들이 이 세상을 망칠 거라는 관측이 많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스트롱맨들이 기존 질서와 정치 어법을 무너뜨리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스트롱맨 뒤에는 숨겨진 민심이 있다. 집권여당이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우리 정치현실도 마찬가지다. 풀뿌리 민심을 읽지 못한 야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자국우선주의, 강한 국가에 대한 열망으로 스트롱맨들은 패권주의, 무력과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래서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다. 역사는 죄가 없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국민이 자꾸 잊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고금의 진리가 지금 스트롱맨들에게도 해당할까? 지켜볼 일이다.

[사설] 자전거 헬멧 착용과 국가주의

오는 9월 22일부터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자전거 운전자 및 동승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대여론이 더 많다. 한마디로 귀찮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한 이유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작년 자전거 사고 1만 5천여건 중 38%가 머리부상이었다. 자전거 단체는 헬멧의무화가 자전거 이용을 줄이게 할 것이라며 헬멧 착용보다는 자전거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고 반발했다. 해외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의무화를 도입했고 미국과 일본은 연령이나 지역별로 부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안전을 위해 헬멧 의무화가 필요하나, 자전거 인구를 확산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호주에서는 헬멧 의무화 이후 자전거 이용자 수가 오히려 37% 감소했다. 덥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네 편의점이나 공원을 다니는 주부에게 헬멧 미착용을 이유로 제재를 하면 이른바 국가주의다. 어린 아이들과 위험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착용케 하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하나. 반대론 중 또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슬픔이여 안녕’을 쓴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소지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될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혼자 주행할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부터 국가가 나의 생명에 대해 이런 관심과 애정을 가졌는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경향이 있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탈 원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취지는 좋은데 너무 일방적이다. 현실에 맞도록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정말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자전거 도로와 거치대의 확충, 어린이 안전교육 등 기본여건을 구비하는 것이 먼저다. 헬멧착용의 자발성과 헬멧강제의 당위성은 다르다. 전면적 시행보다는 지역별로, 연령별로 시범적으로 해본 후에도 늦지 않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국가가 나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선(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사고 책임을 나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설] 인천시장은 ‘인화회’에서 탈퇴해야

인천에는 독특한 단체가 있다. 회장이 인천시장이며 정무경제부시장이 운영위원장이고 간사는 총무과장이며 회원 220명 중 기업인이 102명, 나머지는 지역의 주요 기관장이나 유지로 구성된 ‘인화회’다. 인화회의 출발은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기관간의 업무 조율과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이었으나 현재 회원 중 민간기관 및 기업인 등이 절반에 가깝게 차지하고 있다. 인화회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요소를 안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친목모임이라고는 하지만 회칙에서 가입의 조건을 까다롭게 명시해 진입 장벽을 높게 쌓고 있다. 지역 유지와 기관장, 기업체 대표만 가입할 수 있고 가입절차도 폐쇄적으로 운영위원회가 좌우하는 등 회원가입이 가히 ‘산 넘어 산’과 같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회원의 구성과 활동 면에서도 ‘인맥을 활용한 청탁의 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동안 그들만의 활발한 모임은 빠짐없이 개최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과제의 도출이나 방향을 제시한 적은 거의 없고 기업의 이권을 위해 시정정보를 이용하여 사업계획을 도모하는 데 활용했다. 친목을 위한 사모임 단체인데 인천시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대표가 민간 기업인과 친밀하게 모여 인천 시정의 주요 정보를 취합 보고하는 것은 그들만의 공동체로써 정경유착과 토착비리의 근원지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촛불혁명이 정권을 탄생시킨 이 시대와는 거리가 먼 딴 나라의 모임으로 혁신이 필요한 인화회다. ‘탈권위’를 앞세우는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회장으로 있기에 회장이 선도적으로 탈퇴를 선언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친목단체인 사모임에 인천시장이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부시장 이하 직원을 동원해 모임의 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타당한 행정논리도 없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지원해온 것이라 치더라도 앞으로는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향후 관련공무원들이 이 모임의 활동에 관여하여 행정력을 낭비할 경우 철저히 그 책임을 추궁하여 잘못된 적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인천에는 모범적인 시민단체와 건전한 인사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새얼문화재단’과 ‘인천경영포럼’은 다양한 지역인사들이 참여하여 인천지역발전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써 발전해 왔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충분히 시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지역발전을 논의할 수 있다. 인화회 회원들도 폐쇄적인 모임을 과감히 해체하고 이러한 공개 장소로 나와 인천시민 모두와 함께하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사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해병대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영결식을 보면서 새삼 죽음의 의미가 떠오른다. 1계급 진급이니 현충원 안장이니 위령탑 건립이니 하는 것 모두가 부질없어 보인다. 베테랑 간부 군인과 청춘에 죽은 우리 자식들만 불쌍하고 애통할 뿐이다. 사고 당시 장면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회전날개가 통째로 분리되는 충격적 영상은 온 국민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보며 오열하던 유족들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들의 얼굴은 가족과 친지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늘 그랬듯이 합동조사위원회 구성→사고원인 규명→재발 방지대책 강구→망각의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사고 하루 뒤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헬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사람이다. 애도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야 했다. 말만 하면 헛소리만 하는 국방장관은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 난 것’이라고 망언을 했다. 대통령은 순직 3일째 ‘희생당한 분들과 그 유족들께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유족들은 ‘어떻게 세월호 때와 이리도 다를 수 있느냐’며 절규했다. 장병의 순직은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원은 세월호 희생자 발생에 대한 일부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헬기 사고는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다. 사고원인 규명에 유가족 측이 지명하는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하고 거짓 없는 조사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장병들의 피해가 반복돼선 안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부와 군은 장병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원인을 애매하게 말하거나 초점을 흐리는 듯한 태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국방부는 지금까지 연평해전, 천안함 피폭에서 보듯 우리 장병들을 기리는 일을 놓고도 위의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야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정부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낚싯배 전복 사고 죽음에 청와대에서 묵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과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세상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것이나 그들의 희생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온 장병들의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기리면서 마음속 깊이 그들의 명복을 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