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신도시에 지난 4월부터 악취신고가 접수된 이래 모두 엿새 동안 500건이 접수됐다. 근래에 악취발생사고가 빈번하고 있음에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송도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고약한 냄새를 피하고자 창문을 닫아야 하므로 열대야의 어려움마저 가중되고 있다. 가스냄새로 추정되는 고약한 냄새는 무더위와 더불어 생활의 곤혹을 넘어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의 안일한 대처로 자칫 가스 폭발의 위험으로 이어질까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공포는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수구는 뒤늦게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24시간 종합상황실 운영을 강화하고 2인 1조로 24시간 상황실 운영과 악취 순찰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인천시, 타 기관과 민간 등을 총동원하여 원인 파악에 우선하겠다고 했고 환경부와 인천시에도 광범위한 악취조사를 위한 송도 일대 합동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천시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악취문제에 대한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관계당국에 악취발생 민원전화가 빗발칠 때 임기응변 대처하는 일상적인 행정 외에 특단의 조치가 없어 시민들은 더욱더 불안하고 행정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인천시가 모든 책임을 연수구에 맡기고 뒷짐 지는 것은 새로운 시정부가 추구하는 안전제일도시 가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조속히 파악하는 것인데 이를 행정력이 빈약한 기초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은 안일한 대처의 현실 모습이다. 현재 송도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진원지로 LNG와 관련된 시설들로 추정하고 있거나 명확히 배출량을 입증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이는 송도지역에 불과 5대 무인악취포집기를 운영하고 있어 포집의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환경연구원이 악취발생 후에 일시적으로 포집한 공기 분석으로는 그 진원지를 파악할 수 없다. 송도와 주변 지역 악취유발사업장 4곳과 가스 취급시설, 7곳의 생활폐기물 집하시설, 남동 유수지, 갯벌, 남동산업단지, 시화산업단지 등 악취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들에 포집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악취유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악취지도를 만들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한 예산을 단지 연수구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인천시가 적극 나서서 확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안전의 경제성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심한 결과 재앙으로 다가온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스튜어드십 코드’란 말이 유행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대한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이다. 기관투자자가 자금 위탁자의 집사(steward)처럼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7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공무원연금도 내년에 도입한다고 따라나섰다. 찬성하는 입장은 635조 원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회사의 의결권 행사에 적극 참여해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정부의 의도가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급기야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의 기업 지배로 이어져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0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며 지분 5% 이상 보유한 종목도 299개다. 정부의 뜻이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된다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없어지게 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26일 확정한다. 핵심 내용은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이 위원회에서 중요 의결권, 주주 활동 이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설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보듯이 결론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재판이다. 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핵심인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의결권 직접행사에 따른 정치적 논란과 오해를 피하고 문제 있는 기업을 견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20여 개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국가 연기금이 자국 기업 주식 투자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펀드는 운용자산이 1천475조 원에 이른다. 우리의 2.5배다. 그들은 법률상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고 펀드 내 주식에 대한 의결권과 자산 운용 모두 외부 위탁 자산운용사가 행사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의결권을 위임하면 운용사들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최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수십 년 뒤 노후에 쓸 돈을 굴리는 곳이므로 가장 장기적으로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1년째 후임을 찾지 못하는 기금운용 본부장도 정치적 고려를 넘어 빨리 적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능력자는 분명히 있다. 2천200만 명에 달하는 연금 가입자들의 귀한 돈이 함부로 쓰여서야 되겠는가.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서울 10분 시대를 열어 수도권 교통특별시 인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과 서울지하철 2호선 청라연장을 핵심 교통정책으로 하는 등 8개 철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사업이 광역철도사업이기에 국토부와 협의해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며 국비와 더불어 지방비도 소요되는 사업들이다. 이러한 대부분 교통정책사업은 인천시내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것보다 서울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서울 종속형 사업이다. 이와 같은 교통정책은 박남춘 시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민선 7기 공약과도 대치된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실천을 위해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경제중심 인천’을 제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인천 해주 개성을 연계한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 남북화해 평화통일시대를 맞이해 인천이 국제평화도시로서 한반도 평화의 주역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서해를 통해 북한과 접경해 있고 국제공항과 항만, 수도권 배후지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 및 전략과 대치되는 서울 종속성을 강화하는 동서 교통망의 확충은 인천의 자주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오랫동안 인천은 도시기본계획에서 도시성장축으로 동서축을 설정해 서울 접근성을 최대한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 제3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서울로의 간선도로망도 확충되었다. 지하철도 노선도 경기 부천을 경유하고 공항철도를 연결하는 등 서울로의 노선은 계속 확충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통행량이 획기적으로 증가되는 등 서울과의 관계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서울과의 관계성 강화로 서울의 성장 파급효과를 과연 인천이 향유하였는가라는 물음에 예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더 이상의 서울 접근성 강화 노력은 의미가 없다. 인천의 제물포항은 서울에서 필요한 많은 화물을 수출입하는 서울항으로 역할을 하면서 인천은 소음과 먼지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은 서울 부유층의 새로운 투기대상 적지로 전락하였고, 편리한 서울로의 교통망은 상위소득층의 서울 유출을 가속화했다. 서울 의존적인 교통망의 맹목적 확충에 대해서는 면밀한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안으로 남북축을 강화해야 한다. 국제평화도시로서 평화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평택, 시흥, 인천, 김포, 강화, 개성, 해주를 잇는 남북의 도시발전축을 구축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패악질도 이제 종점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딸과 엄마의 검찰 소환에 이어 조양호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현행 검경의 영장청구는 일종의 면피성 과정임을 느낀다. 이명희 씨는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갑질 폭행 혐의에 이어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죄질 역시 구속수사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현민 씨의 경우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아예 검찰이 기각했다. 잇단 기각 사태를 놓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한다. 검경이 국민 여론을 신경쓰다 보니, 일단 청구하고 법원에서 기각되면 책임은 판사로 넘어가니 욕먹을 일이 없다. 검경도 법률 전문가들이다.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사회적 관심 사건의 경우, 검경은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구속만 되면 상황 끝이라고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나오든 법원에서 무죄가 되던 관심이 별로 없다. 이러다 보니 검경 단계에서 영장이 청구되지 않도록 고액의 변호사가 동원되고 온갖 법조 브로커가 생긴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리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다고 한들 국민의 인권보장과 인신구속의 남용이 근절되지 않는 한 공염불이다. 문 대통령 회심의 역작인 검경수사권 조정도 국민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양 기관의 권한이동처럼 보인다. 조양호 일가 패악질의 핵심은 다시는 그들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땅콩 회항 조현아 씨가 몇 개월 감옥에 있다 다시 회사의 임원을 맡는 일이 반복되는 한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까지 매년 약 14만 명 정도가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구속됐다. 그 후 줄기 시작해 2010년은 3만 명, 2017년에는 1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20년 가까이 운영돼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 구속이란 제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본이 꼭 잘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일본의 영장기각률은 0.07%다. 영장을 청구하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함부로 올리지도 않지만 일단 영장을 청구하면 확실하게 나온다. 그만큼 수사에 자신 있다는 소리다.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012년부터 5년간 평균 23.2%다. 서울서부지검은 30.1%나 된다. 구속의 요건은 명확한 만큼 검경은 영장청구와 발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국민이 분노와 법 감정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천시 행정에 있을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답안지가 분실돼 피해자 17명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면서 행정의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시는 지난 5월24일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채점을 위해 밀봉된 답안지 보관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부평구 부원여자중학교 제14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자 17명의 답안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채점을 진행한 뒤 지난달 29일 예정된 날짜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공무원 시험을 담당하는 인사과는 답안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도 1달이나 늦은 지난달 25일에서야 감사관에 조사를 요청했다. 시는 결국 답안지가 없어진 17명만을 대상으로 8월11일 따로 재시험을 치르고 이 중 1명을 기존 선발 예정 인원 외 별도로 추가 임용할 계획이다. 시는 고문 변호사 3명에게 자문을 의뢰해 대처 방법을 논의했고 응시생 17명과도 재시험을 방안을 협의해서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야 할 필기시험관리 행정의 신뢰성에 크나큰 구멍을 뚫은 공직기강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 시험이 치러지고 채점하는 기간이 지방선거와 겹쳐 많은 공무원이 선거에 기웃거린 결과로 빚어진 참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 전·현직 공무원 모임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모임과 문자가 후보자 캠프에서 제기되고 이슈화한 것이 우연한 일치는 아닐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매우 소중한 원칙과 가치임에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캠프에 기웃거리는 정치 공무원들의 행태가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는 선량한 공무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이러한 구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초미의 관심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사 전문가 박남춘 시장의 첫 고위급 인사단행이다. 공정·투명성 원칙과 학연·지연을 배제한 블라인드 인사제도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음에도 과거 관습에 의한 줄 대기에 급급하고 있는 정치 공무원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시장 측근 및 비선들의 철저한 배제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원칙의 천명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실천이다. 인재를 추천한다는 미명하에 측근과 비선을 통해 인사 청탁하는 구태를 근절하기 위해 청탁 당사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이익 조치한다는 방침을 공개 선언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바로 잡히고 뚫린 신뢰성이 회복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예멘 난민을 향한 악성 글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상스러움을 넘어 극단 혐오의 쓰레기장이고 분노의 배설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자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은 당초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합리적 공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시작됐으나 폐해가 너무 크다. 물론 긍정적 측면도 있다.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답변을 남기는데 지금까지 36개의 청원에 답변이 달렸다.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이 이 제도가 존속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정부와 직접 소통할 창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완할 점으로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28.8%나 된다. 악성 글로 도배된 현 상황에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제도 개선에 더 많은 의견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청와대 게시판 뿐 아니라 SNS상의 악성 댓글은 이제 개인과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요즘 악플러들은 비호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로 도배질한다. 익명성 뒤에 숨어 남에게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주는 이런 자들에게 ‘표현의 자유’ 같은 말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책임 의식을 갖는 국가를 ‘품격 있는 국가’라 부른다.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자제하면서 흑백논리보다는 사안에 따라 수용의 폭을 조절하는 사회를 ‘교양 있는 사회’라 부른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고상하고 원만한 품성을 기르는 ‘교양’이란 단어를 가식과 위선이란 의미로 쓰기 시작했다. ‘교양 떨고 있네’ ‘교양과 가식은 종이 한 장 차이’ 등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겼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말이 솔직한 말로, 함부로 남을 비난하고 원색적인 욕설이 마치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쓰레기 글이 넘치면 절실한 글은 뒤로 숨는다. 실명제만이 답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다시 제소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현행 익명제의 저의가 의심받지 않으려면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볼테르는 ‘나는 네 의견에 반대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겠다’라고 말했다는데 볼테르가 살아 돌아와 오늘의 현실을 보면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나는 네 의견에 반대하지만, 네가 이름을 밝힌 채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하겠다.’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시민 특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계획했던 취임식을 취소한 박 시장은 태풍 북상에 따른 피해 및 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찾은 재난상황실에서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는 인천시민이 직접 촛불을 들어 탄생시킨 시민의 정부”라며 “오늘은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으로서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다. 가슴 벅찬 시대적 소명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도 제시했다. 시민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분야별 민관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시장의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시민에 길을 묻고 시민의 아픔도 함께 나누며 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박남춘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 줄곧 협치를 강조하면서 인천시 행정의 큰 변화를 예고해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모습은 과거 인천시 정부가 해왔던 다양한 위원회만을 제시할 뿐 특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민이 참여하고 실질적인 결정권한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다양한 위원회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정에 필수적인 위원회가 상위법령에서 이미 정해져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례가 상위법령에 우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조례에 근거한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다양한 법정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행정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각종 위원회에 전문성과 관계도 없이 구색 갖추기 측근 인사의 배치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인천시는 법령에 정한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2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의 과거 운영 실태를 박남춘 시장의 시정철학의 기본구상 개념에 근거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분석에 근거해 바로잡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기존의 제도적 장치를 악용하는 행정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방치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과거 정부가 해왔던 구호적인 전시행정이다. 법정위원회를 행정편의를 위해 형식적 들러리로 운영하는 적폐부터 청산하고 시민의 수요를 앞세우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시민특별시대일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규제개혁 프로세스 개선방안’을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박 회장은 “회장으로 4년 반을 일하며 38차례 규제개선 건의를 했지만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리병원 설립 허용 등 건의사항 9건을 담은 ‘혁신성장 규제 개혁과제’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제 이런 건의도 지겨울 정도다. 그래도 경제단체들이 다시 꺼내든 이유는 최근 김 부총리가 3개월이라는 기한까지 정해가며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우리나라의 해묵은 과제다. 정부는 이미 20년 전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때 규제개혁위원회를 설립해 기존 규제는 재검토하고 신설 규제는 사전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 간소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역대 대통령마다 ‘규제 전봇대를 뽑는다’, ‘손톱 밑 가시를 뽑는다’, ‘규제 암 덩어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공무원들을 독려했으나 별무신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22일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낙제이다. 아무리 대통령 의지가 강한들 이익집단의 반발, 사회적·이념적 갈등,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등으로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국회 답변에서 규제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이해당사자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은 쏙 뺐다. 그러면서 규제 개혁은 사회보상체계 변화와 관련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어렵다는 얘기다. 역대 5명의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외쳤건만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규제개혁을 할 수 있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택시업자의 반발로, 원격의료는 의료계 일부의 반발로,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공중위생관리법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와 관련법이 실타래처럼 엉켜있고 또 공무원들의 소극적 업무태도도 한 몫 단단히 한다.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 1천여 건 중 690여 건이 규제 법안이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영리병원 설립과 원격의료 허용 등 의료 분야의 규제만 풀려도 최대 37만 4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규제의 30% 이상은 법규개정 없이 공무원의 적극적 법규해석만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결국 규제개혁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가장 무섭기 때문이다. 지금 정권은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힘센 정권이다. 총선 전까지 밀어붙일 동력이 충분하다. 꼭 없애야 할 규제라면 소위 피해 본다는 기득권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상을 주고서라도 함께 논의해서 해결해야 한다.
본보 19일자 사설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문제점과 단속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을 하루 만에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결정됐다. 7월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연말까지 사업주 형사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불과 시행 열흘을 앞두고 정부가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유예조치와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측과 처벌유예이지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국론분열까지 예상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이 제도를 폐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법도 통과된 마당에 충격 최소화와 연착륙을 위한 일시적 유예조치이다. 폐기와 존속으로 싸우는 것보다 합리적 타협안을 찾는 게 옳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의 애로를 경청해 부작용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도 제도의 근본취지를 공감하고 시대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탄력근로시간제의 기간 연장,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 저축제도 등을 우리 현실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은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일정 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노사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프랑스는 특정 계절이나 시기에 일이 몰리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 근무시간 한도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 미국과 홍콩은 근로시간 제한을 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세부적인 보완책도 없이 덜컥 근로시간만 줄이겠다고 하니 이런 사태가 온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독선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예상됐지만 현장의 소리를 반영한 일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다음 기조에 역점을 두고 실천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정부는 당장 산업현장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근로시간 개념의 도입이다.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업무의 성취나 질로 생산성을 판단하는 정보통신 등 직무가 늘고 있다. 셋째, 개정 근로기준법은 선언적인 법으로 끝나야지 사업주를 옥죄고 독단적인 노동정책을 시현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법이 근로자를 실직과 임금 인하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 지금 버스기사들 이직 움직임으로 ‘버스 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산업계 각 분야별로 전전긍긍하는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원칙은 주 52시간 근무다. 운용은 그 틀 안에서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법과 세부지침에 반영해 6개월 후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의결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및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환경과 최근 운영 실정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선언한 1주년에 맞춰 정부의 탈(脫)원전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들어보지도 못한 주민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였다. 권고한 지 8개월 만에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대선 공약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문제다. 원전 대체물인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소위 ‘신재생에너지’의 비싼 단가, 불안정한 수급이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이번 한수원의 결정은 두 가지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첫째,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사우디 등 외국의 원전 수출만은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데 이게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발주처는 위험하다고 원전을 없애면서 남에게 수출하는 꼴이다. 사우디 측에선 우리 원전에 관심을 보이다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원전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이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지 밝혀야 한다. 둘째, 원전 4기 철회로 일자리 3만 개가 날아갔다는 원전산업 실태조사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원전 2기를 건설할 때 참여하는 대기업이 7곳이지만 중소기업은 1천993곳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8.7%나 줄었다. 전력을 싸게 생산하려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데 가동률이 올해 1분기에 50%대에 머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하나 그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시간문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국에서는 원전 축소를 결정했으나 차츰 변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 20% 이상 유지방침을 밝혔고 미국과 프랑스도 원전 폐쇄·축소 방침을 사실상 중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보다 안전한 원전건설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우리의 원전 비중은 27%이고 프랑스는 72%다. 이념도 좋고 신념도 좋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원전의 경제성과 기술 수출 가능성을 살려야 한다. 탈원전은 공짜가 아니다. 전문 분야라고 국민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에너지 백년대계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