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은 결국 죽음으로 끝났다. 용인 한 곰 사육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이야기다.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6일 용인시 이동읍의 A 곰 사육장에서 철재 사육장 바닥이 벌어지면서 그 틈으로 반달가슴곰이 도망갔다. 반달가슴곰은 같은 날 농장에서 1㎞가량 떨어진 숙대 연수원 뒤편에서 출동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의 포수들에게 사살됐다. ▲탈출은 갇힘을 전제로 한다. 위키백과는 탈출을 어떠한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오는 일을 가리킨다고 했다. 탈출은 종종 자유라는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 것이다. 자유를 주제로한 동물의 탈출 이야기는 우화(寓話)나 동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언뜻 떠오르는 동화만 해도 춤추는 홍학(오세발), 멧돼지와 집돼지(조장희), 놀이동산의 불곰대장(최인영), 자유를 사랑한 아기곰, 벨라(마리아 스트리안네제)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탈출을 행동으로 옮기든, 머뭇거리며 생각에 그치든 모두 매어있거나 갇혔단 상황을 알아챈 자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갇혀있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것은 용인 반달곰에서 보듯 사육장(감옥)처럼 눈으로 확인되는 물리적인 것보다 보이지 않는, 정신과 관련된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연, 혈연, 학연은 다 아는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이념과 사상. 500여 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이 경고한 4가지 우상(종족, 동굴, 시장, 극장)은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가늠자로 손색이 없다. ▲용인 반달곰의 탈출은 사살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 안타까운 사건은 필자에게 많은 성찰과 교훈을 주고 있다. 돈, 권력, 명예, 정의. 지금 너는 무엇에 갇혀있는가. 진보니 보수니ㆍ좌니 우니 하며 상대를 사살하는데 급급한 정치 현실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가. 스스로 만든 진영의 동굴에 갇힌 사람들의 폭거는 어디가 끝인가. 비만, 가난, 전세, 백수. 삶은 어쩌면 사람들 저마다의 탈출기를 써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박명호 지역사회부 차장
오피니언
박명호 지역사회부 차장
2021-07-29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