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M.Inoue의 메모

얼마 전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10년 연속 일본의 살기 좋은 5대 도시, 살기 좋은 세계 10대 도시에 선정된 후쿠오카는 비행기로 서울에서 1시간 30분, 부산에선 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규슈와의 일상화된 국제교류를 주창해 온 터라 유독시리 지인이 많고 찾는 횟수 또한 잦다. 이제는 관광명소나 유명세 탄 시설이나 공간보다는 인근 시골이나, 숨겨진 맛 집을 탐색하는 재미가 더 솔솔 하다. 그러다보니 참새방앗간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골목식당이 더러 있다. 후쿠오카 시청 뒤 톈진 중앙공원 옛 만국박람회 영빈관 건물 근처에 가면 ‘멘타이쥬우’라는 2층짜리 명란 전문 가게가 보인다. 5년 전, 우연히 묵었던 근처 호텔에서 이른 점심을 탐해 발견하곤 이내 방앗간으로 삼은 별미집이다.올해도 같은 숙소를 나와 이른 점심을 위해 그곳을 찾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2층의 가장 좋은 창가에 앉아 손가락 주문을 했다. 명동교자를 가면 늘 칼국수를 시키듯, 멘타이코우동 하나를 주문했다. 명란젓을 풀어 넣은 양념국물에 쫄깃한 생면을 찍어 먹는 별미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반쯤 먹었을까. 여직원 이노우에상이 클립보드를 하나 놓고 간다. 열어보니 계산서가 아닌 이노우에가 손으로 쓴 간단한 메모였다. “Enjoy Fukuoka, Thank you, Korea-Hakata. M. Inoue”라고 쓴 손 글씨에 그의 얼굴을 그려 넣었고 맨 위에 음식 값을 적었다. 늘 맛있게 먹었지만 그날의 멘타이코우동은 정말 최고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보여준 이노우에의 배려는 후쿠오카가 살기 좋은 도시임을 심증하게 하는 작지만 따듯한 단서로 충분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친절과 창의적 사고는 고색창연한 역사문화유산과 앵커시설, 상업시설과 거대한 도시브랜드 못지않게 관광도시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날 참 따듯했다. 이 글을 스크랩해서 이노우에에게 보낼 것이다. 그 또한 포근하고 행복한 세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재근 경기문화재단 前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노후 마르지 않는 샘물 ‘연금’

사람마다 은퇴시기, 건강 정도, 수명, 욕구수준이 달라서 노후자금의 규모에 대한 절대적인 수치를 정하기는 어렵다.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13년 현재 우리나라 50세 이상 국민이 노후에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조사된 월 생활비는 부부기준 약 160만원, 개인기준으로는 약 99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적인 생활을 위한 월 적정 생활비는 부부기준 약 225만원, 개인기준으로 142만원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경제협력기구(OECD)에서는 은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이 7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 중 절반이 월 25만원 이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노후준비 전문가들은 대개 3층 구조의 연금설계를 통해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3층 구조연금란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구성한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의미한다.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대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민연금으로 기본적인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한 해 동안 375만 명의 수급자에게 총13조 7천799억이 넘는 연금을 지급하였다. 다음으로 퇴직연금을 들 수 있다. 퇴직연금은 은퇴 후 생활안정을 위해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충당 상당액을 회사 外의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운용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연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개인연금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소득의 20% 정도를 개인연금으로 납입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복리효과 때문에 일찍 가입할수록 가입액의 부담이 낮아진다고 조언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국민연금만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3층 구조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그 기본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여타 연금에 비하여 법정 수익이 가장 크고, 수급기간동안에는 물가만큼 따라 오르며, 노령, 장애, 사망까지 지급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은 부동산보다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자금의 70% 정도는 매월 꾸준히 들어오는 연금이 유용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3층 구조연금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배성훈 국민연금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속절없는 스트레스

지난 몇 년간 몇몇 이유로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상당 기간 동안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니던 직장의 의료보험조합으로부터 공기청정기라는 다소 황당한 ‘상품’을 받기도 했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꽤나 자주 찾는 셈이다.후반생(後半生)에 접어들면서 소형 승용차 상당 비용이 입으로 들어갔고 종합병원 내 주요 진료과목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심지어 응급실을 몇 차례 제발로 찾기도 했으니, 기록으로만 따지면 움직이는 종합병동인 셈이다. 만났던 대부분의 의사들은 말한다. 스트레스와 술, 담배를 줄이라고.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진료과목은 달라도 처방에 앞서 의사에게 공통으로 듣는 말들이다. 텔레비전에서 흔히 접하는 이런저런 건강 관련 프로그램의 패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순서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같은 말을 하는 한의사 친구에게 “그놈의 의사, 나도 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던 기억이 있다. 의사들은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권면한다. 스트레스가 신체 이상 징후의 주범이라는 말이다. 이를 악물고 일해서 생겨났다고 자위하는 잇몸 질환도, 이따금 경험하는 기분 나쁜 흉통과 어지럼증도 그리고 자고 또 자도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도 대부분 스트레스로부터 기인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는 법.더군다나 늘 생각하고 긴장해야하는 전시(戰時)상태의 전시(展示)업무 특성상, 또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고 미술주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성격상 이 녀석과의 공생은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에 애써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이유다. 또하나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다. ‘기술피로증후근’이라 일컫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다. 고속, 초고속을 넘어 광속을 지향하는 무한 빠름의 경쟁시대, 고도로 산업화된 기술 환경에서 생겨나는, 숙명과도 같은 스트레스다. 폰의 알림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폰이 너무 조용하면 이따금 비번치고 열어봐야 안심이 되는 상황. 남들의 자랑질에 은근 스트레스 받으면서 의무적으로 눌러줘야 하는 ‘좋아요’. 동기화하려다가 아예 초기화시켜버린 일. 아내에게 보낼 답문자를 관장님에게 보낸 일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별별 경험을 스마트폰 때문에 하지만, 이 모두가 싫지 만은 않은 현실이 또한 스트레스다. 베이비부머이자, 대표적인 교복 세대로서 ‘스마트’한 세상을 ‘엘리트’하게 살아내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또한 의사가 그토록 피하라는 스트레스를 애지중지 키우면서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벌고 있는 자신과 현세태가 마냥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과연 속절없는 세상이다. 하늘나라 잡스 아저씨가 고맙기도 하고 한 없이 미워지기도 하는 이유다. 박천남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장

[천자춘추] 배움이 즐거운 혁신학교

교육을 학교에서 교실부터 바꿔보자고 시작한 혁신학교 운동은 이제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2009년 민선교육감 시대와 함께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 혁신학교 정책은 지금 14곳 시도교육청으로 퍼져갔다. 나머지 3곳 교육청도 이름과 방식은 다르지만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건 같은 방향이다.경기도는 처음 13개교로 출발한 혁신학교가 내년 3월이면 모두 416개교로 늘어난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220곳, 중학교 146곳, 고등학교 50곳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학교 중심, 학생 중심에서 교육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 흐름이다. 혁신학교는 학교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협력하여 추진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곳은 교육청이다. 따라서 교육청의 정책 방향과 추진 방식에 따라 혁신학교의 확산 정도와 질의 깊이도 달라진다.이 점에 주목하여 내가 한 해 동안 연구 과제를 맡아 진행한 것이 ‘시도 교육청 혁신학교 정책 비교 연구’이다. 시도 교육청 가운데에는 비교 대상으로 차별성 있는 경기, 서울, 전북 교육청의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 작업을 하였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 지역 혁신학교 정책의 생산과 학교 운영에 참여했던 교사, 장학직, 전문가, 학부모들에게 두루 정책 추진 과정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세 지역 교육청의 교육기반과 교육감의 정책 의지, 교사들의 자발성 정도에 따라 혁신학교의 성과와 한계도 상당히 달랐다. 혁신학교 정책을 학교현장과 호흡을 맞춰 펼쳐서 활력을 얻었는가 하면 조급한 성과를 노려 일방적으로 끌고가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특히 학교현장과 소통이 부족하고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그 교육정책은 빈껍데기밖에 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혁신학교는 겉만 번지르르한 실적이나 과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살리는 게 근본이자 최종 목적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 세상을 헤쳐나갈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혁신학교의 성공이 혁신학교만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교육을 혁신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내 혁신학교 정책 연구도 그 길에 작은 쓰임이라도 된다면 더없이 큰 보람이겠다. 혁신학교 힘내라. 으랏차!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천자춘추] 재난안전정책 남녀 고려해야

우리사회는 작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중앙 정부 뿐만 아니라 경기도도 조직을 개편하고 강화하였으며, 재난대비와 위기관리체계의 정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난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성별 차이는 재난안전정책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의 75%는 여성이었다. 또한 1991년과 2005년 아시아지역을 휩쓸었던 사이클론과 쯔나미로 인한 사망자 역시 남성 보다 여성이 훨씬 많았다. 2011년 3월 일본을 뒤흔들었던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여성 사망자가 남성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이는 재난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름을 의미한다. 이미 유엔은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재난예방, 재난발생과 복구과정에 있어서 성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제시한 바 있다. 작년 본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경기도 도민 중 소화기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비율이 남성은 40.2%인데 비해 여성은 8.5%에 불과하여 남녀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피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으니, 남성은 28.4%가 알고 있는 반면, 여성은 8.2%에 불과했다. 그런데 안전과 관련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경험은 남성이 70.3%인데 비해, 여성은 41.3%에 불과했다. 이 조사결과로부터 여성은 학교나 직장이 아니면 소화기 사용법 등 재난 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지 않은 전업주부나 직장 안전교육에서 제외되는 비정규직, 무직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 없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평일 낮에 아기를 동반한 어머니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난대비훈련과 교육을 실시하는 지자체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여성의 관점에서 어떤 재난안전정책이 필요한지 세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었고, 지역방재회의에 여성의 비율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의 통장 중 75%는 여성이다. 우선은 통장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사용법 등 안전교육을 실시해보면 어떨까. 동남아시아의 경우처럼 아이와 노약자를 동반하고 대피하여야 하는 여성들이 대피방법을 몰라 재난에 희생되는 일이 없으려면 지금이라도 성 인지적 재난안전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생각의 오류

우리 몸 중에서 무게는 2.5%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전체 혈액의 15%가 흐르고, 전체 20%의 산소를 사용하는 곳, 이것은 사람의 뇌이다. 우리는 뇌로 모든 것을 인지하고 판단한다.컴퓨터로 말하면 입력된 정보 수준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처럼 뇌에 기억된 학습과 경험치 등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자기의 주관을 만들어낸다. 컴퓨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은 심리가 개입되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경험에 의한 판단, 직관적인 판단을 뜻하는데,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하면 의사결정 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경험에 의해 결론을 내려버리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즉 가용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자신의 생각의 틀 안에서 판단이나 결론을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거부하는 ‘확증편향’과도 유사하다. 조직에서 직장 상사나 부하, 그리고 동료의 리더십을 평가한다고 치자. 리더십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렵거니와 기준도 다양하다. 보스처럼 잘 통제하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을 잘 하는 경우를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혁신성을 리더십의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사람, 그리고 뒤에서 지지하고 밀어주는 서버트 리더십이나 팔로우 십, 믿고 맡기는 권한 위임(empowerment)을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등 수많은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신념으로 평가에 참여하게 된다.결국 휴리스틱한 방법으로 평가하게 되며, 자기의 내면화된 신념들과 가치들을 기준으로 결론을 짓는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나와 경쟁관계다. 결국 평가자 보다 높게 평가하기가 본능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관계를 위해 진화해 왔다.그러나 가진 것이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게 마련이라고 평가함에 있어 다양한 심리적 편향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객관적 검증 없이 자기 생각이 옳고 보편적이라는 ‘허위 합의 효과’, 자신이 생각하는 현상 그대로라고 믿는 ‘소박한 실재론’에 입각한 생각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잘못 예측하고 있고, 판단하는데 오류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창덕 경영지도사

[천자춘추] 고된 자녀양육이 행복한 부모 만든다

“아이가 없으면 훨씬 편할텐데,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미국기업연구소의 아서 브룩스 소장은 ‘국가총행복’(2008)이란 저서에서 웰빙의 핵심요소는 삶의 가치와 성취감, 관계에 있다면서 “역설적으로 고된 육아의 과정에 당신의 행복을 얼마나 기꺼이 희생했느냐에 따라 행복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셀리그만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성취감을 느끼는 일에 몰두하면서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에 가치를 형성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힘든 자녀양육과정에서 때때로 인생을 한탄하는 부모들을 본다. “내가 너를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다.” 더 심하게는 “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안산다”며 푸념을 넘어 비난하게 되면, 아이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이 심어지게 된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고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녀를 낳아 선한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변질되어 간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자녀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냐”고 물으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고 대답하면서 정작 자녀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국영수가 아닌가? 행복이 무엇이고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며 행복은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부모는 얼마나 되며 부모자신이 행복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행복은 체험이다. 부모의 긍정성과 부모의 행복습관을 보고 배운다. 부모는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일이 바빠서 자녀에게 관심 줄 시간이 없다면 자녀는 어떻게 느낄까? 현재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국영수가 아니라 어쩌면 행복의 습관만들기다. 긍정심리학자 탈 벤 샤하르가 제안하는 행복의 노하우가 있다. ‘천명의 SNS친구보다 절친 1명 만들기, 현재에 집중하여 몰입하고 즐기기, 포기하지 않고 맞서기’ 중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솔로이거나 자녀가 없으면 편할지 모르겠으나 정서적 허기는 다른 것들로 채우려 해도 만족되지 않는다. 잠시 핑크빛 희망이었던 결혼 생활과 기대에만 차 있던 자녀양육의 길이 자신을 속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험한 비탈길을 포기하지 않고 걷는다면 결코 삶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열매와 보람은 수고와 땀 없이는 거둘 수 없고 온전히 수고한 사람 것이다.부모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희생함으로써 양육에 성취감을 느끼고, 자녀의 삶에 가치를 형성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잘 겪어왔고, 앞으로 더 잘해낼 행복한 부모가 될 것이다. 이기화 부모교육전문가코칭심리전문가

[천자춘추] 외국어 학습의 왕도 ‘운율’

“어떻게 하면 우리 한국 사람들도 영어를 유창하게 잘 구사하는 능력을 구비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현 시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사회 교육기관에서 영어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교사들과 강사들, 교육정책 담당자들, 그리고 일반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절실한 물음이다. 영어는 국제 공용어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명시대를 맞이하여 소통되고 저장되는 자료의 70% 이상이 영어로 처리된다. 하지만 영어는 잘 알다시피, 한국어와는 문법범주와 그 구조가 크게 다르고 음소체계 및 운율법도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구태의연한 ‘영어 교수법’과 ‘교원 연수 방법’에 의존하여서는 유능한 교사들 및 강사들을 제대로 양성한다든가, 피교육생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좋은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고 하겠다. 드디어 우리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외국어 교육 이론인 ‘정원수 운율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우리는 모든 인간 언어의 심층에 내재하는 ‘보편적 박자 리듬꼴들’을 찾아냈다. 이 원형리듬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개별 언어의 ‘기저형’을 형성하며, 이 기저형은 어떤 원리에 의해 ‘최종 표면 운율형’으로 변하는지 인간 말소리의 논리적이고 단계적인 변형 과정과 원리를 구명해 낸 것이다. 즉, 일선 교육 현장에 적용시켰을 경우, 영어 교육 전담 교사들의 교수법 실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피교육생들이 유능한 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학습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영어의 운율 이론, 즉 구어체 영어 문장의 말소리 구조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운율법 교육 이론인 ‘정원수 운율법’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지난 세기 1980년대부터 ‘실험 음성학’과 ‘음절 음운론’ ‘리듬 운율론’ 분야에서 일구어 낸 언어의 음운 구조와 운율법에 대한 연구 성과물을 집대성하여 이론을 구축하였으며, 이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영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희망과 실마리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제부터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우선 이론에 기반한 교육 이론의 개발을 위해, e-book이나 mp3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현행 초, 중,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수록된 영어 문장들의 음원을 분석하고 각 문장에 대한 운율 악보를 작성해야 한다. 이 작업을 통해 구어체 영어 문장의 말소리 구조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창조적 파괴’의 마인드를 통해 정원수 운율법 이론에 기반한 새로운 개념의 바람직한 영어 교육 교재를 제작해야 한다. 정원수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온누리한글연구소장

[천자춘추] 의원 비서관 상납사건과 지방자치

최근 박 모 국회의원(이하, 박 의원)의 전 비서관 A씨가 비서관 재직 시 국회로부터 받은 월급 중 일부를 상납해 왔다고 밝힘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의 또 다른 전비서관 B씨 역시 재직 시 8개월 간 매월 월급에서 120만원씩 상납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사람은 현재 박 의원 지역구 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박 의원 지역구 구의회 C의원은 정당공천에 앞서 박의원에게 정치후원금 한도액인 500만원을 후원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이에 대해 박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 운영을 위해 발생된 일이라며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 아울러 사실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점이 있다며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칫 이 문제를 박 의원과 보좌관 간의 사사로운 개인사로 접근할 경우, 사안이 비약될 수 있으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박의원 사건은 지방선거에 그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실상 정당공천권을 행사 하게 되는 현행 지방선거제도의 폐단이 빙산의 일각으로 노정된 것이라 생각한다.어찌 이러한 폐단이 박의원 지역구만의 일이겠는가?.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유사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힌 후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는 비밀이 없으며, 내가 행하는 부정에 대한 징벌은 항상 내 주변에서 가해진다는 사실을 위정자는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위정자으로서 정의롭지 못하면 자신을 보좌하는 비서관이나 직원들 그리고 가족마저도 어느 순간 나를 떠나 국민의 편에 설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위대한 것이다. 끝으로 지방자치의 폐단으로 계속 노정되고 있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도’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이참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은 그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아울러 국회의원 총선 시 선거운동에 앞장서야 하고, 차기 지방선거에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처럼 그 지역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보험을 들어야 한다. 이는 권력 간 갑 질이라 할 수 있다.이러한 폐해를 여야가 익히 인식하여 여당은 지난 대통령선거 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야당은 전국 당원 투표를 거쳐 이를 당론으로 결정 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여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제도 폐지가 불발된 사실을 국민이 생생히 기억 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재학 성결대학교 행정학부 객원교수·행정학박사

[천자춘추] 보행자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과거 우리나라의 도시개발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개발이다. 일순간 불량주택이 철거되고 높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식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이루어진 이런 재개발 방식은 개발이익의 분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부족, 기존 도시가 갖는 가치 보전 등이 문제가 되어 더 이상 흔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도로, 상하수도 등 기존 도시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노후화된 건축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어져 정부가 적극 지원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졌다. 도시 기능을 정비하고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교통문제를 완화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열악한 교통 환경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도시의 단독주택가 골목길은 매우 비좁다. 차를 세울 곳도 부족하다. 이런 길로 아이들과 노인이 차를 조심하며 걷는 것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런 열악한 가로 여건을 개선하는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기존 도시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지구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교통 측면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걷기도 좋고 차량 통행에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경중을 따진다면 걷기 좋은 도시가 우선이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지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해서 차가 배제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의 소통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 단독주택가를 보행자가 중심으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로망 체계를 차량 중심이 아닌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떤 길로 많이 다닐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딘지 알 수 있다. 이런 길은 차도의 폭을 좁혀서라도 보도를 확충하는 편이 좋다. 그러기 어렵다면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해서 차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행자가 보호받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행자 동선을 고려한 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된 이후 차량 네트워크 체계를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차량의 소통도 보장되는 주택가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식의 도시재생사업을 할 경우 가장 문제되는 것은 주차공간의 확보이다. 이를 위해 블록단위의 공동주차장이나 주차빌딩을 공공 혹은 민관 합작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걷기 좋은 도시 개발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앞서가면 어떨까? 문득 작고하신 한 도시계획가의 말씀이 생각난다. ‘걷기 좋은 도시라야 살기 좋은 도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 그룹장

[천자춘추] 한글날 중앙 경축식

한글날 기념식은 한글을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그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조선어연구회가 세종실록을 근거로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을 반포일로 보고 ‘가갸날’ 기념식을 1926년 11월 4일 서울 식도원에서 열었던 것이 시초이다. 1928년 ‘한글날’로 바뀐 뒤 1945년 광복 후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되었으며, 2006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돼 오늘에 이른다. 한글은 세종 25년 서기 1443년에 완성하여 3년의 시험 기간을 거쳐 1446년에 반포되었다. 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주도하여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로,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한글만큼 우수한 문자가 없다는 것을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한글 창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다. 해마다 행정자치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글날 중앙 경축식을 열고, 각 자치단체와 재외공관도 행사를 열어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세종대왕릉에서도 경기도와 여주시가 주최하고 여주문화원이 주관하는 한글날 기념식이 열린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를 모색할 때다. 10년에 한 번씩이라도 한글날 중앙 경축식을 세종대왕 영릉에서 가져보자. 추석 귀향은 그리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이토록 가슴 저리도록 고향이 그리운 이유는 부모님이 계시고, 조상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추석 귀향이라는 민족대이동은 한 해 동안의 농사를 무사히 마치는 중추절이라는 시간과 조상님의 묘소가 있는 곳이라는 공간이 만나 생겨난 새 풍속도이다. 여주의 영릉(英陵)은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명당으로, 그 명칭 자체에 세종대왕 생전의 빼어난 업적을 기리는 뜻이 담겨 있다.원래 헌릉(서울 내곡동) 서쪽에 있던 것을 예종 1년(1469년)에 여주로 옮겼다. 왕릉은 도읍지를 기준으로 하루에 이동 가능한 80리 이내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반발도 있었지만 남한강 뱃길을 이용하면 하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에 영릉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의 발달로 1시간 30분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한글 반포일이라는 시간과 세종대왕께서 잠들어 계시는 곳이라는 공간을 조합하여 내년의 제570돌 한글날 중앙 경축식은 세종대왕 영릉에서 풍성한 행사와 함께 개최하자. 그리하여 한글의 의미를 특별하게 되새기고, 민족정신을 되살려 분열에서 화합으로 하나가 되어보자. 정종민 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ㆍ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천자춘추] 사업자와 증빙

사업자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에서 사업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차감한 소득을 관할세무서에 신고하고 해당 소득에 대해서 소득세 혹은 법인세를 부담한다. 이때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는 관련 증빙을 보관하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세무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세법에서는 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직불카드, 외국신용카드, 기명식선불카드 등을 포함함), 현금영수증을 정규증빙으로 인정하고 있다. 간이영수증은 정규증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거래 후 간이영수증을 수취한다면 가산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거래를 경험하게 되는데 단 4가지의 종류만을 인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세법에서는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당 3만원 이하의 거래에 대해서는 정규증빙을 수취하지 않더라도 세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금융ㆍ보험용역을 제공받는 경우, 농어민과 직거래 하는 경우, 읍면지역에 소재하며 『여신전문금융법』에 의한 신용카드가맹점이 아닌 간이과세자와 거래하는 경우, 국외거래, 송금명세서 제출대상 거래(부동산임대용역, 중개수수료 등) 등도 적격증빙을 수취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없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주재료인 쌀을 농민인 B씨와 직거래로 구입하는데 B씨는 사업자가 아니라 계산서를 발행 할 수 없다면 영수증 혹은 계좌이체내역으로 비용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쌀 중간상인 C씨에게서 구입한다면 반드시 계산서를 수취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가산세 등의 세무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또한 A씨가 간이과세자인 D씨(서울 소재)에게서 의자를 5만원에 구입하려고 하는데 D씨는 간이과세자라 세금계산서 등을 발급할 수 없어 간이영수증을 수취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A씨는 적격증빙인 현금영수증 등을 수취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므로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그러나 같은 이유로 A씨가 간이과세자인 E씨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고 영수증을 수취하였다면 임대료를 계좌이체하고 소득세 신고시 송금명세서를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하였다면 정규증빙을 수취한 것으로 본다. 만약 A씨가 C씨에게서 쌀을 구입하고, D씨에게서 의자를 구입하고 영수증을 수취하였다면 A씨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적격증빙을 수취하지 아니한 거래에 대해서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비용으로 인정은 하지만 미수취금액의 2%에 해당하는 증빙불비가산세가 부과된다.따라서 장부기장의무가 있는 사업자는 반드시 적절한 증빙관리를 통해 손금불산입 혹은 증빙불비가산세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신혜진 공인회계사

[천자춘추] 사회서비스 대상자의 의식전환

오늘은 사회서비스 대상자의 의식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복지란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노력하는 정책’[백과사전]으로 정의된다. 사람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답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런데 주변 여건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부분 저소득층의 보육, 아동, 장애인, 노인 보호, 간병, 교육 등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지원되고 있다. 바우처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회서비스 대상자는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00% 이하에게 제공되고, 어르신 및 장애인은 120-150%까지 제공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정말 이 복지를 받을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가서비스를 하며 방문한 어떤 대상자는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00%가 맞나 싶을 정도의 평(坪)수에, 출입허가를 받아야 들어가는 아파트에 사는 분도 있고, 유명 해외 브랜드 차량을 가지고 서비스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또는 제공되는 서비스에 부합하지 않은 형태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대상자(아이를 서비스 시간만큼 대신 돌보아 달라, 서비스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감액해 달라) 요구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이외에도 올바른 복지를 만들지 못하고 이루어지는 수많은 부정 행위 기사를 많이 듣게 된다. 정부는 복지사업에 대한 감찰과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국번없이 110)’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운영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부정수급 가담자 처벌 기준 강화하여 이용자가 부정수급에 가담한 경우 3년간 해당 서비스의 이용이 제한되고, 종사자의 경우에도 2년간 종사 자격 제한, 제공기관의 경우에는 최대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발전과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올바르게 집행되어야 하고, 사회서비스 정착을 위한 공익신고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용하는 대상자의 윤리적인 양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해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올바른 사회인식과, 복지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문황운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천자춘추] 수돗물과 환갑잔치

필자가 어렸던 60년 대 초반에는 먹을 것이 귀했다. 풍족하지 못했던 그 시절엔 동네 어르신의 환갑잔치는 평소 맛보지 못했던 음식도 먹을 수 있어 명절 다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행사였다. 그러나 어느덧 필자가 오십 줄에 들어선 최근에는 환갑잔치는 커녕 칠순잔치를 구경하기도 힘들어져 고령화 사회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60대가 더 이상 노인취급을 받기 부끄러울 정도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데에는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생활환경의 개선과 영양상태의 양호, 의료기술의 발달 때문이라고 연관짓기 쉽다. 그러나 미국공학원에서 발표한 ‘20세기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기술업적 20선’에 전기, 자동차, 비행기에 이어 상수도를 4위로 선정하였으며,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서 ‘위생적인 상하수도의 공급은 1840년 이래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진보다’ 고 평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00년 대 초 인간의 수명이 40대에서 최근 80대로 늘어난 데에는 “깨끗한 상하수도의 공급”이 웬만한 의료기술 이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살기 위해’ 수돗물을 마시려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50% 이상인데 반해 우리나라가 5% 미만에 그친 원인의 상당수는 뚜렷한 근거나 증거에 있다기보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노후 수도관에 대한 불신과 수돗물 냄새를 꼽는다. 전국의 상수관로 가운데 20년 이상된 것은 약 30%로 추정되는데 녹슨 수도관은 주로 산화철로 수돗물 공급과정 상 이물질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산 속 흙을 통해 흐르는 물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또 수돗물 냄새의 원인인 염소는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물이라는 반증이다. K-water와 파주시는 수돗물 신뢰 회복을 위해 ‘스마트워터시티(SWC) 시범 사업’을 작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아파트 저수조, 가정에 연결되는 배관, 실시간 수질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하천에서 취수한 물이 가정의 수도꼭지에 나오기까지의 전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직접음용률의 비율을 1%에서 작년 19%로, 올해 25%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먹는 샘물 및 정수기 등 물관련 시장의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편견을 조금만 덜어내면 월평균 2~3만원에 달하는 물값을 단돈 32원으로 해결할 방법이 바로 여기 있다. 거두절미하고 “수돗물을 마시자!” 최재웅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장

[천자춘추] 도시는 생물(生物)이다

도시는 만들어진다. 경기도시공사는 도시를 만드는 회사다. 광교신도시를 만들었고, 화성에선 동탄2신도시를, 남양주에서는 다산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소위 신도시다. 신도시는 활력이 넘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래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 앞서 일산, 평촌, 분당이 그랬던 것처럼. 또한 도시는 변한다. 활력이 넘치던 도시는 때로는 중후하고 멋스럽게 변해가지만 때로는 흉물처럼 늙어가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떠나가고 더 이상 도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막는 방법은 관심과 사랑이다. 그래야 도시의 노후화와 공동화를 늦추거나 막아낼 수 있다. 그래서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生物)과 같다. 생물(生物)과 같은 도시에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요즘은 도시재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기도시공사에서 올해 한 역할 중 언뜻 작아 보이지만 의미있는 도시재생 업무가 ‘경기도 맟춤형 복지마을 사업’이다. 경기도 맟춤형 복지마을 사업은 경기도내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택을 개·보수해주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화장실, 창호, 지붕 등을 리모델링해서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올해 수원, 성남, 평택 등 3개시에 93세대를 지원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사업의 주민 만족도는 매우 높다. 주택이 고쳐지는 모습을 보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지역주민들께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 또한 느낀 점이 많다. 경기도시공사가 앞으로 어떤 역할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도시재생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주민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번 질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에 대해 지역의 다양성과 역량을 분석하는 전수조사를 지난 11월 마무리 했다. 또한 도시재생에 대한 지원과 사업 참여를 위해 해당지역의 역사성, 문화적 전통성을 연구했고 지역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관계들도 검토했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경기도시공사는 앞으로도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어 행복한 도시로 재탄생하게 하는 그런 일들을 구체적으로 추진코자 한다. 도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최광식 경기도시공사 도시재생본부장

[천자춘추] ‘교육환경개선’ 응답하라! 2016

‘응답하라 1988’은 시청하고 있으면 그 시절을 생생하게 재연해서 마치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 아련한 추억들이 따뜻하게 전해져온다. 특히 공감한 장면은 가난한 집안의 노을이가 부모님 모르게 용돈벌이를 위해서 일일찻집을 운영하다 학교 단속에 걸렸다. 결국은 아버지가 학교로 호출 당하게 되고 선생님은 노을에게 화장실 청소로 벌을 주겠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 화장실 청소도 용역을 주어 학생들이 그 시절처럼 만큼은 청소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학창시절 학교 화장실은 언제나 코를 막아야 할 정도의 악취가 났으며 무척 더럽고 불편했었다.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의 최대 고역은 다른 당번보다도 유난히 빨리 돌아오는 듯 했던 전혀 반갑지 않은 화장실 청소였다. 선생님들도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제일 무서운 벌의 단골손님은 언제나 화장실 청소였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화장실 문화가 위생적이고 깨끗해져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앞 다투어 선정할 정도이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도 20세기의 화장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 화장실이다. 지난달 19일 전국적으로 노후된 학교의 화장실을 바꾸고 노후시설 개선 사업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적극 검토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학교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생들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서 학교환경개선은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다. 교육 예산은 몇 년 전부터 무상급식 예산이 계속해서 증액이 되다보니 교육환경개선이나 프로그램 개발 등의 예산편성 증액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필자가 남양주시의원과 교육지원 심의위원으로 예산심사 했었던 당시에 신규 사업예산이 세워지면 기존의 사업예산이 삭감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일몰(日沒)되는 예산도 거의 없었다. 집행부가 처음에는 단기적으로 필요한 신규 사업 예산이라고 하면서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예산 편성하여 의회에서 통과시키게 만든다. 하지만 정해진 사업기간이 만료가 되어도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워 결국은 사업을 연장 하게 한다. 2016년 예산 심사를 위해서 국회 또는 지방의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챙기기 또는 상반된 입장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토해서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일몰시키고 급하게 필요한 민생 예산에 우선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남혜경 정치학박사·前남양주시의원

[천자춘추] 중독조직의 최후

임상병리학을 연구하며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의 조직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앤 윌슨 새프와 다이앤 패설은 이미 이십 년 전에 “살아남기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신조”가 현대사회의 정의로 자리 잡는 것을 우려했다.이런 경우 사기, 기만, 협잡, 무책임, 극단적인 자기중심성 같은 생존을 위한 증상들이 조직과 사회를 황폐시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이 같은 예상은 현실이 되었고 그들은 이 같은 현상을 중독조직이라 칭한다. 불행하게도 주변에서 중독조직을 목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들은 중독조직이란 책에서 한 폐쇄적 수도원의 알콜중독자인 원장의 독단과 부정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 동반중독자들이 생겨나고, 수도원 전체가 중독조직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술하여 결국 중독조직의 원인은 독단적 폐쇄성과 리더의 윤리적 인식의 결함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언한다. 또 리더의 중독을 덮기 위해 앞장서는 동반중독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을 조직의 생존을 위해 앞장서는 희생과 헌신의 봉사자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껏 ‘정상’이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은폐해 온 조직의 문제들은 사실 ‘중독’이라는 이름의 병리적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중독조직은 구성원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좀비 같은 상태로 남아 있길 바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것도 할 수도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중독된 리더와 동반중독자가 주도하는 혁신은 중독을 더욱 악화시키는 처방전이다. 또 컨설팅 전문가의 조언은 중독의 휘장에 묻힌다. 새프와 패설은 중독조직의 회복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리더와 조직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를 통해 중독을 벗어나려는 교육의 과정을 거친 후, 조직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안정감과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전문가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구성원 스스로 회복과정에 참여하는 참여의 방식, 상호 의사소통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의 방식, 각각 분권화된 경영을 가능케 하는 리더쉽의 방식을 통해 조직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느리고 오랜 시간을 전제한다. 통합적이고 유기적 시스템속에서 효율화된 기능을 하게해야 한다. 중독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인재가 떠난다는 것이다. 중독된 공공기관을 가려내는 것은 지자체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차재근 경기문화재단 前 문화예술본부장

[천자춘추] 청소년의 꿈 찾기, 진로교육의 시작

청소년들에게 ‘네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교사, 의사, 경찰’ 등 몇 가지 직업에 몰리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희망직업은 20여개 직업으로 한정된다. 청소년들이 ‘꿈’을 찾아가는데 있어 다양한 직업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기회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기회 제공이 사회적 여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관련 학계 및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로 ‘진로교육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올 해 6월 22일 공포됐다. 더불어 정부에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중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진로체험을 통한 진로탐색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학생 맞춤형 진로설계를 지원하고 학생의 진로탐색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진로체험 및 진로상담 기능을 확대시킬 것이다. ‘진로교육법’은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진로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규정함으로써 학생의 기본권으로 진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학교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인 진로교육 과정과 진로체험 지원이 제도적으로 마련됐다. 또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자유학기 동안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업들과 체험활동 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며,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로체험이나 진로캠프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학생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서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체와 지역사회에서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글로벌 진로체험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주한외국대사관 등 10개 글로벌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자녀의 진로를 함께 찾아보려는 학부모들의 의식개선과 체험활동 활성화를 위한 현장 선생님들의 능동적 참여도 요구된다. 진로교육은 개인이 지닌 가능성을 계발해 개인이 의미 있고 생산적인 활동에 종사하고 행복한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적 활동이다.따라서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진로교육 인프라가 구축되고, 종합적이 연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천자춘추] 마을에 사니 세상과 사람이 보인다

지난해에 20년간 줄곧 살던 일산신도시 아파트에서 벗어나 예전부터 있던 자연마을로 이사왔다. 이 곳 내곡동에서 지내다 보니 무엇보다 자연스레 생겨난 자연이 있어 좋다.마을을 병풍처럼 두른 영주산, 그 아래 펼쳐진 논과 밭, 구부러진 골목길들이 생긴 그대로 편안하다. 사시사철 논에 벼가 자라고 밭에서 푸른 채소가 커가는 걸 보면서 계절의 바뀜과 세월의 흐름을 맛본다. 자연마을에서 사는 즐거움이 자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을 사람들과 이웃처럼 어우러져 지내는 맛이 더 달콤하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일찍이 출자금을 모아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독립된 집을 한 채 빌렸다.‘영주산다락방’이라고 이름 붙인 집 한 쪽의 ‘두근두근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는다. 이 공동체 공간에서 뜻 맞는 어른들끼리는 악기나 붓글씨 배우면서 문화 활동을 한다. 어머니들은 뜨개질을 하거나 때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다락방에서 나는 지난 1년 전부터 마을 아버지들과 기타를 배우는 ‘7번줄 모임’을 가져왔다. 주마다 월요일 밤에 7명의 아버지들이랑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기타 치는 사이사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직장의 애환을 나누기도 한다. 기타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다. 허름한 비닐하우스 포장마차에 들러 막걸리를 마시면서 뒷풀이를 하곤 한다. 그때마다 아이들 키우는 교육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세상 걱정 다 짊어지고 가슴을 치기도 했지. 얼근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는 휘영청 밝은 달은 어디에 댈 수 없으리만치 아름다웠다. 지난 1년 동안 추억어린 7번줄 기타 모임도 이번 달이면 끝을 맺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어우러져 배우면서 정을 쌓다 보니 서로 헤어지기가 못내 섭섭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마을에서 텃밭을 공동으로 지어보자는 제안에 모두가 흔쾌하게 뜻을 모았다. 곧바로 1천㎡ 넓이의 밭을 빌려 이번 겨울부터 마늘과 양파 농사를 시작하였다. 함께 땀 흘려 밭을 가꾸면서 우리는 또 다른 작당을 했다. 기타 배우기를 끝내면 우리 민요 배우기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마을에 살면서 비로소 제대로 세상이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천자춘추] 연금수급자 봉사단과 활기찬 노년

‘연금수급자 봉사단’은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어르신들로 구성되었다. 현직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퇴직 후에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다. 국민연금공단 경인지역본부의 경우, 경기 인천권 18개 지사에 등록된 봉사단이 900명에 이른다. 운전원, 간병인, 전기 기술자, 공·사기관 임직원 출신 등 다양한 경력으로 무장하였다. 매월 정기봉사활동 외에도 수시봉사활동에 적극 참석하는 등 그 열정이 예사롭지 않다. 지속 가능한 자립모임의 틀을 만들고, 활동 영역을 확대하여 나가기 위하여 공단의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책임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장애인생산물품 검수 및 포장, 장애인여행 1대1 케어봉사, 독거노인 반찬 배달 및 말벗, 농촌일손 돕기 등 그 활동 콘텐츠가 다양하다. 또한 무학자를 위한 검정고시 학습 지도나 컴퓨터 교실, 장애인야학에서 학습지도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봉사자 자신의 힐링을 위한 공단의 ‘노후준비 아카데미’나 영화관람, 각종 교양강좌에도 초대된다. “귀찮은 면이 없지 않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눠주는 기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람을 갖게 해준다. 봉사활동은 결국 나를 치유해준다.”고 말한 어느 회원님의 말씀처럼, 현직을 떠나신 분들이 다양한 경력과 기술을 우리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은 단순한 봉사로 만 그치지 않는다.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우리사회 곳곳에 다시 활용된다는 점은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고귀한 활동이다.또한 어르신들이 봉사하는 모습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젊은이들에게는 간접교육을 하게 된다. 나아가 봉사자 자신에게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의 기회가 되니 이 또한 건강하고 활기찬 삶의 모습이기에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국민연금공단 경인지역본부에서는 그 동안 자생적으로 이어온 수급자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정기 봉사활동 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추고 봉사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또한 지역본부 관할 18개 지사의 개별모임을 통합하여 ‘경인지역본부 수급자모임 협의회’를 발족하였고, 인터넷카페 개설 등 온라인 및 오프라인 모임 기회를 만들어 활동일정과 미담사례를 공유하는 등 회원 간 소통과 교류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앞으로도 공단의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각종 정보나 활동 콘텐츠, 모임장소 제공 등 자립조직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연금수급자 봉사단에 대한 지역 주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배성훈 국민연금공단 경인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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