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언더독 효과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에는 맨유, 첼시, 아스널 등 유명 구단이 즐비한데 유명 구단 소속 스타 플레이어들 몸값만 합쳐도 웬만한 소국의 GDP 수준이라는 우스개까지 있다. 이런 EPL에서 무명팀이었던 레스터 시티가 3월말 현재 19승 9무 3패로 2015/16시즌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창단 132년만에 EPL 최초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레스터 시티처럼 스포츠에서 우승 가능성이 낮은 팀이나 선수들은 흔히 ‘언더독’으로 불린다. 언더독은 원래 투견에서 밑에 깔린 개(underdog)처럼 세력이 불리한 약자를 뜻한다. 잘 알려진 언더독으로는 돌팔매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트렸던 소년 다윗이 있다. ‘언더독 효과’란 EPL 약체였던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응원하는 것처럼 스포츠나 선거 등에서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현상을 뜻한다. 경기지역 기업 중에도 언더독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올린 강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수년전 한국방송 프로그램 ‘히든 챔피언’에서 국내 유망 강소기업들을 소개한 바 있다. 분당의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마이다스 아이티’와 군포의 광학 전문회사 ‘휴비츠’ 등도 당시 프로그램에 등장했는데, 모두 언더독에서 출발했지만 꾸준한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지역은 스타트업(소규모 창업기업)을 포함한 벤처 창업 육성에 필요한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편이다. 지난주 판교 테크노밸리에 문을 연 ‘스타트업 캠퍼스’ 역시 전국 최대 규모의 신생벤처기업 육성기관으로서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창업, 성장, 해외진출 등 기업성장에 필요한 핵심 요소의 체계적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언더독’처지에서 창업 단계를 밟아 왔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 자립하려 애쓰는 기업을 보살피는 일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제 봄 기운이 완연하다. 새싹처럼 푸른 기운이 충만한 언더독 기업들에게도 용수철같은 봄기운이 왕성하게 발현되어 가까운 미래에 언더독 효과를 풍부하게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천자춘추] 공공뮤지엄 경영합리화 문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는 어제 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전지구적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IMF체제하의 대처 수상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통해 이들의 방만경영을 다잡고 운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신자유주의는 경제를 전적으로 시장논리에 맡기는 입장으로 국내에서는 문민정부의 이래 국가의 경영혁신이란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와선 공기업의 민영화가 국가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공공뮤지엄의 민영화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영화 논의이다. 국가기관으로 운영되던 미술관을 책임경영기관으로 그리고 다시 민간법인으로 전환코자하고 있지만 수년째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미술계의 반발이 심하여 구현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영국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공공뮤지엄을 민간조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이미 자신들의 정책을 실패로 선언한 바 있다. 그 실효성보다는 연구기능 축소, 전시의 질적 저하 등 뮤지엄의 본령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상업주의적 폐해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의 ‘공공기관경영합리화 용역과제보고’에 따르면, 기관의 통폐합 등 강력한 합리화방안이 제시되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이 수탁운영하고 있는 도립뮤지엄의 일부를 민간위탁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초안으로 심도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지만 뮤지엄을 단순한 ‘전시시설’로 이해하고, 과다한 관리운영비의 해소 방안에만 촛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뮤지엄은 전시시설이 아니라 국가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 가치를 재생산하는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 절대적으로 민간이나 시장이 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사립뮤지엄들의 극심한 경영란은 그 반증이다. 시장실패 영역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영역이 부담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기본이다. 대표적 시장실패의 영역인 뮤지엄을 민영화나 민간위탁할 경우, 그 본령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구한 뮤지엄의 역사를 가진 구미의 경우, 우리와 달리 시장과 경제논리의 도전을 받더라도 본령이 흔들리진 않는다. 재정자립도 제고나 민간경영방식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뮤지엄의 튼실한 기초를 위해선 컬랙션과 전문인력 확충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단계이다. 뮤지엄은 국가문화유산의 R&D기관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천자춘추] 민심이 천심 되려면

“고객은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유명 디자이너의 말이다. 소비자, 즉, 일반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하여 제품기획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디자이너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고객은 물건을 보는 순간,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용해보고 나서야 비로써, 좋아하는지 아닌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디자이너는 그렇게 탄생한다고 했다. 민심(民心), 늘 천심(天心)은 아닌 것 같다. 신기루처럼 황당(荒唐)한 경우도 많지 않던가. 선거에서 투표율이나 득표율에 관계없이 단 1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당선되면, 대중은, 하늘의 뜻으로 알고, 그를 지도자로 따른다. 그리고 그때부터 평가한다. 잘못 뽑았구나! 할 때는 이미 늦었다. 계산은 끝났고 상품은 이미 사용 중이다. 문제는, 물건을 살 때나, 선거할 때나, 직전까지는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 보다 더 유능한 인재가 대중 앞에 나설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선거제도에 많은 모순도 있고 보완해야 할 절차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월등한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첫째, 쇼 윈도우에 속지 말라!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것이 아름다워서 볼 것도 없다 하고 덥석 사버리면 후회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사는 것을 따라 사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4~5년을 함께 해야 한다. 불편하면 안 된다. 둘째, 표정과 행동을 보라! 아무리 내세우고 싶어도 가진 것 이상 나타내기 어렵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드러나는 것이 인격이다. 사람 됨됨이를 읽어야 할 것이다. 말씨도 보고, 약속을 잘 지키는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 인기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셋째, 직업, 특히 그의 주요 경력을 보라! 지역과 시민을 위하여 알뜰하게 챙겨줄 사람을 골라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시민 위에 군림하거나 사리사욕만 추구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를 듯한 사람을 선별해내야 한다. 일단 의심이 가면 피하라! 요즘에는 대중매체가 발달하고 전달 수법이 개량되어 여론을 잘못 이끌어 가도 알아채기 어렵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의 의도를 간파하여, 진위(眞僞)를 가리는데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투표장에 가는 대중의 심리는 의외로 단순한 것이다. 결정은 최후의 순간에 하라! 천심이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고맙습니다. 이용근파주문화원장

[천자춘추] 독도 수호와 국제외교

온 국민들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 흥분하고 있던 지난 18일에 일본 정부는 2017년 고교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고교 사회과 교과서 35종 가운데 27종(77.1%)에 “다케시마(독도)가 일본 고유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는 표현이 삽입되었다. 아베 신조 내각은 한국의 독도영유권을 비웃듯,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후원 하에 재무장의 길로 들어선 그들의 군국주의적 자신감이 짙게 묻어있다. 1905년 독도가 일제에게 침탈당할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일본은 사전에 영국 및 미국과 모의하여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고, 그 와중에 독도를 불법적으로 일본 영토로 편입하였다. 그리고 5년 뒤인 1910년에 한국을 강점하였다. 일제에 의한 독도침탈은 일개 바위섬을 빼앗긴 데 그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권을 상실하게 된 전조(omen)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복 이후에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는 빌미도 그들의 집요한 외교적 노력(?)에서 기인한다.1947년 발표된 미국측 대일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제1차 초안에서부터 1949년의 5차 초안까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사실이 명기되었으나, 일본 요시다정부의 집요한 대미 로비활동으로 6차 초안에는 오히려 독도가 일본 영토로 명기되었다. 논란이 일자, 1951년 조인된 최종 대일강화조약에는 독도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져버렸다. 이를 빌미로 일본 정부는 1952년 초에 독도를 주일미군의 폭격 연습지구로 지정하여 미국으로부터 일본 영토로 인정받으려는 책략을 구사하였다. 최근 일본 정부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려는 것도 역사적 연원이야 어찌됐든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닥에 깔려있다. 이는 중국과 분쟁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분쟁지역화 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북아시아에서 미·일·한의 방위 공조체제를 원하는 미국에게 독도는 한국정부를 다루는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동북아에서의 균형외교에 실패하면 한국정부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미·일·한 방위 공조체제의 최말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110년 전과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능동적이고 유연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박성순 단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일학습병행제 내실화 통한 질적 성장

‘독일ㆍ스위스식 도제 시스템’을 표방하며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한 ‘일학습병행제’가 어느덧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취업 희망자를 근로자로 채용하여 일을 하면서 교육훈련을 실시하여 현장에 적합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로써, 청년 고용률 제고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이다. 지난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되어 2015년 말 기준 약 5천600여개 기업, 9천7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유니테크(Uni-Tech), IPP형 일학습병행제 등의 사업이 추진되면서 일학습병행제의 대상이 기존 입직자에서 재학생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또한 향후 2017년까지 1만개 기업, 7만여 명의 근로자 참여를 목표로 지속적인 양적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속도감 있는 제도의 양적 확산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추진 체계가 아직 완벽하게 정착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참여기업 및 근로자들 역시 이와 관련하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일학습병행제의 양적 확산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일학습병행제의 실효성 제고와 사업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한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유관기관 및 참여기업,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행정업무에 대한 관리’가 아닌 ‘교육훈련 지도’ 위주의 제도 운영을 통한 기업 실무자들의 행정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기업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애로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여기업의 책임의식 또한 필수이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하며, 숙련된 기술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입사한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 스스로가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6년은 일학습병행제가 시작된 지 3년차가 되는 해인만큼 사업의 양적 확산 뿐만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일학습병행제의 가시적인 성과가 좀 더 촉발될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제 유관기관 관계자 및 참여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분발을 기대한다. 김진우 경기경영자총협회 상임이사

[천자춘추] 청년세대 희망은 도전과 배려로

지금 우리사회는 청년세대를 희망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희망이란 감히 말할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20~30대 가구소득과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급기야 금년 3월 발표된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56만 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7만6천명이 늘어난 수치로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예, 결혼, 출산, 주택,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한 ‘N포 세대’, 그리고 부모의 재산, 직업에 따라 자녀의 운영이 결정된다는 ‘금수저 계급론’ 등의 사회현상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세대의 고개숙인 뒷모습이 고스란히 통계속에 담긴 셈이다. 일자리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국제시장이 전후 기성세대의 일자리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였다면 미생은 청년세대에게 일자리는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청년세대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미래를 위한 희망을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청년세대에게 일자리라는 희망을 함께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에서 일어나야 한다. 첫 번째, 청년세대 스스로의 자발적 도전이 필요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다면 희망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중앙부처, 지자체의 일자리 관련 사업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2016년 13개 정부부처에서 57개의 청년일자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전국 230여개의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한다면 실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도전과 참여를 위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셋째, 기족간, 계층간, 사회적인 배려문화가 필요한다. 일자리는 계층간 다툼도 아니고, 정규직-비정규직간 갈등도 아니다. 함께하는 배려문화, 선배세대는 청년세대에 창조경제의 용기노력도전 정신만 주문하지 말고 튼튼한 ‘희망의 사다리’부터 만들자. 혹시나 포기할 것이 너무 많고 포기에 길들여진 우리 청년세대가 주어진 ‘희망의 사다리’마저 너무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까? ‘성공’, ‘이룬다’라는 단어를 망각하고 살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오늘부터, 나부터 새로 시작해야겠다. 김인환 고양지식산업진흥원장

[천자춘추]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는 교육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귀하게 여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 때 미래 삶의 목적으로서의 꿈과 비전을 갖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인 가능성을 갖고 있다. 보통 사람은 계발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는 능력이 80% 이상이다. 능력을 뛰어나게 발휘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 능력의 20% 정도를 발휘한다.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무한한 가능성으로서의 ‘잠자고 있는 거인’을 갖고 있다. 이 거인은 주인이 흔들어 깨워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잠자고 있는 거인’은 더욱 크다. 학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하여 안내하고, 촉진하고, 조장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책무이다. 여기에는 인내와 끈기가 수반되는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고의 노력 끝에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 위해 열정과 도전, 창조의 교육이 필요하다. 어느 유명한 고등학교 정문에 학생들을 위한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새겨져 있다. 거기에는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이 아닌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 ‘아무도 가지 않은 곳’,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안락한 성공을 좇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택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울타리 바깥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새로운 황무지를 개척할 수 있게 해보자. 자신이 하고 싶은 새로운 일에 과감히 즐겁게 도전하게 하자.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잠들어 있던 뇌신경 세포들을 자극해 엔도르핀과 같은 몸에 유익한 호르몬들이 나온다. 미래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몸에 밴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의 행태를 바꿔보도록 하면 어떨까? 우선 흔히 사용하는 말을 바꿔보자. ‘고맙다’,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보겠다’로. 빌 게이츠는 “어차피 인생은 공평하지 않으니, 현실을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했고, “부모 탓을 하지 말고, 자신이 잘못한 것에서 교훈을 얻어라”고 하였다. 자신의 삶에 대한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학교 교육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변화는 새로운 기회이다. 변화는 새로운 도전이다. 변화는 새로움의 창조이다. 교육 마당에 열정이라는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자. 학생들에게 비전과 미션을 갖고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사랑과 열정의 교육을 펼치자. 김유성 청덕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사회복지종사자 처우는 인권문제

경기도에서는 사회복지종사자 처우문제가 이슈다. 경기도 사회복지종사자들은 종사자 처우개선 현안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민선6기 공약사항이기도하고 경기도 여야의 연정과제이기도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그 일환으로 올해 예산에 3종 복지관(사회복지관·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따복수당’을 개인별로 월 10만원 씩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3종 복지관에 비해 더 열악한 시설이 많은데 그 우선순위 근거가 부족하고, 시혜적인 수당 차원으로 접근한 것은 임기응변의 대증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있다. 더구나 3종 복지관에서도 기관장, 국(부)장 등 관리자는 제외되고 한 복지관내의 사업에 따라 적용대상이 달라 수당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람도 다수 발생해 따복수당이 ‘따돌리는 복지수당’이라는 비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사회복지종사자 처우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들의 급여는 월평균 196만원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인 243만원의 80% 수준으로, 사회복지공무원과 간호사 등 다른 보건복지분야 노동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단순히 임금문제를 넘어서 사회복지종사자의 인권적 관점에서 종사자 처우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고용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사회복지사들의 일가정양립 등 근로조건 개선, 폭언 및 폭행으로부터의 안전권과 건강권의 문제, 사회복지시설마다 각기 다른 급여체계 개선과 제한된 예산으로 인한 합리적인 우선순위 결정 등 풀어야할 난제들이 놓여 있다.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앞으로 경기도에 설치될 경기도 민관 복지거버넌스 기구를 통해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의 방향과 우선순위 등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이상 정책결정권자의 자의적이거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민관의 합리적 결정과 함께 경기도만이 아니라 각 시군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선의지도 너무나 중요하다.따라서 경기도의 2천여개 사회복지시설, 1만5천명의 현직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불합리한 처우의 개선으로 전문지식과 경험, 양심에 따른 휴먼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은 오롯이 경기도민에게 양질의 복지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송원찬 경기복지재단 지역복지실장

[천자춘추] 道 중소·벤처기업 기술력이 미래다

“경기도는 임대료도 비싸고 공공 R&D(연구개발)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곳이다. 그래도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바이오벤처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많은 국책연구기관의 지방이전, 충청·경북권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수도권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 2월말 기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된 전국기업부설연구소는 총 3만5천952개이다. 이 가운데 약 65%에 해당하는 2만3천409개가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데, 대부분이 첨단 중소·벤처기업이다.이들이 다양한 지원혜택이 주어지는 충청도나 경상도, 전라도로 이전하지 못하는 것은 ‘고급인재 확보’와 ‘해외고객과의 접근성’ 때문이라고 한다. 첨단기업은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또는 융합기술로 장착된 창의적인 제품을 경쟁자보다 먼저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연구자와 신제품을 구매해 줄 고객이 필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도 근무지가 어디냐에 따라 ‘좋은 사람’ 뽑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하물며 중소기업은 어떠하랴? 연구 인력이 핵심경쟁력인 중소·벤처기업 CEO들이 수도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또한 해외바이어들이 국내 벤처기업들을 방문하고자 하는 경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객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한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머무는 두 번째 이유이다. 정작 정부와 비수도권지역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비수도권 중심의 지역산업육성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닭이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듯이 서울·경기지역이 우리나라 첨단 중소·벤처기업들을 품고 있는데 이들을 하루빨리 부화시키려면 기존 틀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조만간 화려하게 부상할 경기도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 잠재력을 깨워줄 마중물로 이들에게 연구개발, 공용연구장비시설, 기술사업화 등과 같은 관심어린 공공지원을 한다면 한미약품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연희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

[천자춘추] 늦게 피어나는 꽃

나이가 들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인은 출장을 다녀온 후 익숙했던 아파트 키 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나이 듦의 위기감을 둘러 표현하였다. 얼마 후 다시 그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인은 평소 감정기복이 심한 상사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차다. 그래서 오늘도 힘들었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반응이 예외였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상사의 말과 행동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파악이 된다고 그래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고 하였다. 심리학적으로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감퇴되지만 지능도 따라서 감퇴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발달하는 지능이 있다. 케텔과 혼(Cattel & Horn)의 지능이론에 의하면 지능은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으로 구분된다. 유동성 지능은 암기력, 집중력, IQ 등 타고난 유전적 지능을 말한다. 이 지능은 18~25세가 절정으로 이후 서서히 떨어져 40대에 접어들면 급강하한다. 아파트 키 번호를 잊었던 것은 유동성 지능의 저하를 의미한다. 반면, 결정성 지능은 이해력, 통찰력, 지혜, 판단력 등 경험에 의해 획득되는 후천적 지능이다. 60대 무렵 절정에 이르러 생의 말기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지는 것은 바로 경험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적응이 가능했던 것 역시 나이가 들면서 경험을 통해 획득되고 향상된 결정성 지능 향상 덕분이다. 결정성 지능 차원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뇌는 늙지 않고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결정성 지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수록 경험에 의한 결정성 지능이 높아지므로 경험을 성장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엄마의 뱃속부터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지 않고는 적응할 수 없는 시대이다. 자신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 즉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사이버대학은 평생교육차원에서 성인 학습자들에게 유용하다. 초기 사이버대학은 취지가 고등교육 기회를 가지지 못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면 지금은 은퇴 후를 대비해서 또는 자기실현(self-actualisation)을 위해 다시 대학문을 두드리는 자발적 학생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으로 그 패러다임이 확장되고 있다. 사이버대학에서의 평생학습은 결정성 지능 향상과 연결되어 있다. 결정성 지능은 지혜롭고 통찰할 수 있는 성숙된 인간으로 이끄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여러 번 피는 꽃도 있고 또 나중에 피는 꽃도 있다. 또 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식물도 많다.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성숙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나이 들어 오히려 인생의 역작을 발표한 괴테(파우스트)와 빅토르 위고(레 미제라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성숙하게 나이 드신 분들의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했을 뿐이다.

[천자춘추] 예술, 그리고 직업

얼마 전에 민간 예술단체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에 창단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과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공연은 꾸준히 준비 해왔기 때문에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심포지엄이라는 것이다. 이 심포지엄 주제를 어떻게 정했으면 좋겠냐고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필자가 5년 전쯤에 민간예술단체 재원조성과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민간 예술단체가 맘 놓고 예술 활동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는 자리였는데, 여기에는 대학교수, 관련부처 담당자, 민간예술단체 실무자 등 민·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제자, 토론자로 참여 하였다.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면서 나온 결론은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답이고 매번 반복되는 뻔한 답이다. 그렇다면 그 돈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누가 구해 줄 것인지를 물어보면 아무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렇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즈음 연극계에 몇 년 몸을 담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단순 호기심에 서울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수입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해보았더니 평균 연봉이 300만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사 과정에 대부분 투잡은 기본이고 일부 연극인들은 동대문, 남대문 등 야시장에서 아르바이트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작품 당 1천만 원 이상 받는 배우들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을 후배 배우를 통해 들었다.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 활동을 통해 벌이를 하는 사람치고 쪼들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예술을 사랑하는 죄로, 내가 아니면 누가하겠냐는 사명감 하나로, 관객의 박수소리로 배 채우며 묵묵히 그 길을 간다는 그들을 보면 왠지 가슴이 아리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경쟁력이라 했다. 문화의 발전이 그 나라의 발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 했다. 그러나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시장에 나가야 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아무도 없는 한 평짜리 단칸방에서 쓸쓸하게 죽어 가는 예술인이 존재하는 한 문화는 경쟁력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수단도 결코 될 수 없으리라. 김대종 수원문화재단 경영사업국장

[천자춘추] 새봄을 맞는 ‘칼랑코에’ 농가의 설렘

신학기가 다가왔다. 입학하는 새내기들, 한 학년을 진학하는 학생들은 새 학교 새 친구를 맞을 기대에 마음이 설렌다. 한 반에 수십 명이 옹기종기 모여 설렘에 가득한 채로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 분위기가 비슷한 꽃을 꼽자면 단연 ‘칼랑코에’다. 칼랑코에는 꽃대 하나에 30여개의 작은 꽃을 만발하며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소분화류 꽃의 여왕이다. 또한 ‘설렘’이라는 꽃말도 갖고 있다. 칼랑코에의 고향은 2천 년 전 인류가 들어가 살기 전까지 거의 지리적으로 단절됐던 마다가스카르 섬이다. 칼랑코에가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세계에 알려진 것은 1763년 프랑스 식물학자 미셀 어댄슨(Michel Adanson)이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원예종으로써 상품적 가치를 알아본 독일의 식물 육종가 브라설드(Blossfeld)가 1932년 칼랑코에의 한 종인 ‘브라설디아나(blossfeldiana)’를 상업적으로 출시했다. 네덜란드는 칼랑코에의 유전자원 들을 수집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전 세계 칼랑코에 시장을 90%를 장악, 신품종 마다 값비싼 로열티를 부가하여 팔고 있다. 칼랑코에 꽃 색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우는데 그 중에서 빨강, 분홍, 노랑, 오렌지, 흰색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분화류 농가의 소득원으로써 매우 중요한 화훼작물 중이 하나이다. 그렇지만 칼랑코에는 재배역사가 짧고 재배면적이 작아서 변변찮은 국산 품종이 없어 우리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식물 한 개체 당 100원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만큼도 못한 소분화류 값이 똥금이다.’라는 말이 화훼농가의 장탄식처럼 들린다. 원두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우리 음료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저렴한 가격에서부터 고가의 커피까지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지만 꽃은 값의 고하를 떠나 우리 생활에 아직까지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몹시도 안타깝다. 고양시에서 10여 연간 칼랑코에 농사를 짓고 있는 L씨는 올해 경기도에서 개발하여 로열티 없는 신품종 ‘핑크원’, ‘오렌지원’ 칼랑코에를 올 가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수출용 모종을 키우는 L씨의 마음은 새학기를 맞은 소년처럼, 봄을 맞은 처녀처럼, 마치 칼랑코에 꽃말처럼 설렌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정성들여 키운 칼랑코에를 일본에 처녀 수출 하는 L씨의 기대가 가슴 벅차오르는 환호로 바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서명훈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 소장

[천자춘추] 진실의 순간

고객 만족과 응대 있어 하나의 고전이 된 마케팅 용어 ‘진실의 순간’은 요즈음과 같이 고객 만족이 마케팅 분야 뿐 만 아니라 성공적인 경영관리와 리스크 관리에 있어 더욱 중요시 되고 있어 살펴봅니다. 마케팅에 있어 ‘진실의 순간(MOT : Moment of Truth)’이란 서비스가치를 전달할 때 고객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순간 약 15초 정도의 응대 서비스를 말합니다. 고객이 기업의 직원 또는 특정자원과 접촉하는 순간으로 서비스에 대하여 ‘만족, 불만족’을 판단하는 중요한 순간을 말하죠. 따라서 MOT를 잘 관리하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반대로 MOT에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고객 가치 요소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고객은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원래 ‘眞實의 瞬間’은 스페인 투우경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투우사가 투우와의 대결에서 마지막 검을 소의 급소에 찌르는 순간 즉, 결정적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를 스웨덴의 마케팅 전문가인 리처드 노만이 마케팅에 처음 사용 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순간을 뜻하는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 결정의 순간이나 개인이나 조직의 관계 설정 변화를 위한 결정의 순간을 의미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북한 대응에 대한 정치적 상황을 두고 ‘한·중 관계에 진실의 순간이 왔다’는 논평도 있었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이런 저런 결정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그러한 순간에 진실에 기초한 선택 즉 진지하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선택 그리고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 ‘진실의 순간’인 것입니다. 기업 마케팅은 고도의 계산된 매뉴얼을 통하여 ‘진실의 순간’ 을 관리하지만,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진실의 순간’을 그냥 변화만을 의미하거나 그 변화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 결정과 그에 따른 관리 또한 진실에 기초하여 프로그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법무사 업무를 하다보면 상담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업으로 고객과의 만남에 MOT가 기초가 되어 업무를 의뢰받게 되고 나중에 그 업무의 성패까지 좌우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상담 중에서 필자는 고객이 처한 상황 내에도 ‘진실의 순간’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고객의 상황이 ‘진실의 순간’에 있음을 인식시켜 드렸을 때 고객은 일이 잘 해결되고 평화를 얻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수한 법무사

[천자춘추]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기념일이라고 하면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각종 기념일부터 달력에 빨간 날로 표기된 법정공휴일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곧 다가올‘물의 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계 물의 날’은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물 부족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UN이 제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이 보다 앞선 1990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매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여러 행사를 개최해 왔다. 7월 1일은 산업기지개발공사가 1988년에 한국수자원공사로 재창립된 기념일인 동시에, 매년 갈수기에서 수해가 빈번한 홍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이날을 택한 것이었다. 이후 우리나라도 UN에서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 오자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물의 날’을 변경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다. 아직 많은 달력에는 물의 날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물의 날이 국가기념일도 아닐 뿐 더러, 근거가 되는 명확한 법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기념일은 ‘보건의 날’, ‘과학의 날’ 등 45개이며, 이외에 ‘사회복지의 날’, ‘소방의 날’등은 개별 법령에서 따로 정하고 있다. ‘물의 날’도 이처럼 국기기념일로 지정하거나, 관련법에서 정하여 그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달력을 살펴보면 3월 22일은 물의 날이고, 다음 날인 23일은 기상의 날이다. 작년의 심각한 가뭄에서 알 수 있듯이, 홍수, 가뭄 등 기상과 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아예 물의 날 전날인 21일을 상하수도의 날로 정하여, 그 한 주간을 물에 대하여 생각하고 준비하는 ‘Water Week’으로 삼는 것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또한 ‘워터코리아’라고 매년 열리는 상하수도산업 박람회가 올해는 세계 물의 날이 있는 기간인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이참에 워터코리아를 매년 상하수도의 날과 물의 날이 있는 ‘Water Week’에 개최할 것을 정례화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빛날지 않을까 싶다. 물의 소중함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결혼기념일, 생일 등을 통해 배우자의 소중함, 나를 낳아준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스레 느끼듯, ‘물의 날’을 더 발전적으로 기념함으로써 전국민이 물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끼길 소망한다. 조관식 k-water 수도권지역 본부장

[천자춘추] 행복과 건강

신년 하례, 신학기 인사, 오랜만의 모임에서의 덕담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하나같이 건강과 행복 기원이다. 건강 염려증도 한 몫 했겠지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 딱히 부정도 할 수 없는 나이가 아닌가? 얼마 전 나는 행복과 건강에 관한 아주 흥미 있는 해외 뉴스를 접했다. 하버드대 의대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1938년부터 10대 남성 724명의 삶을 무려 75년간 추적해왔다. 현재는 60여 명만 생존해 있고 대부분 90대 나이가 되었다. 한 그룹은 하버드대 2학년생들, 또 다른 그룹은 보스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청소년들로서 이들은 공장노동자, 변호사, 벽돌공, 알코올 중독자, 정신분열증 환자, 의사, 심지어 1명은 대통령이 되었다. 바닥에서 최고 정상까지 사회계층을 올라간 사람도, 그 반대 방향으로 추락한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은 ‘행복과 건강의 비결은 바로 좋은 관계’라고 평범한 한마디로 결론지었다. 가족, 친구,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게 장수한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바로 독약 그 자체로서 불행할 뿐 아니라 건강과 뇌기능도 일찍이 중년기부터 쇠락시켰다고 한다. 특히 누군가를 미워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행복과 건강 모두를 잃었다. 80대의 건강함은 50대 때의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와 상관이 없을 정도로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이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좋은 관계의 대명사 내 오래된 친구를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가 몸에 배여 있고, 새벽마다 소박한 기도로 후원하며, 진심의 위로로 사람을 편안하는 엄마 같은 존재, 크게 욕심내지 않아도 후손도 살림도 기쁨으로 부요케 하고 한 결 같이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는 아름다운 친구, 종교단체와 여러 모임에서 흔쾌히 자원봉사를 하는 중에도 손녀를 사랑으로 기르고,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며 신의 축복을 감사하며 누리고 살 줄 아는 삶은 부럽다 못해 살짝 질투(?)가 난다. 늘 새로운 경험과 지혜의 메신저 아이콘, 45년 지기의 우리의 삶은 이 후에도 그녀가 있어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 지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하지만, 정작 친구는 지금처럼 많이 웃으면서 살다가 10년 후 딱 71세에 하늘나라로 가면 좋겠다고 늘 입버릇처럼 노래하는 통에 친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중 가장 오래 살 것이다. 정재홍 신안산대 호텔조리과 교수

[천자춘추] 서희의 실리외교를 생각하며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유비가 자신의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여, 조조의 경계심을 풀도록 했던 계책에서 나온 말이다. 80년대 등소평의 외교 기조다. 그렇게 힘을 키운 중국은 이제는 보란 듯이 힘을 과시하고 있다. 시진핑 시대를 맞으면서 이른바 대국굴기(大起)로 표현되고 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1789년에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유럽에서는 혁명을 맞은 프랑스와 혁명의 기운을 저지하고자 하는 영국, 스페인 등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신생독립국으로서 힘이 미약할 때였다. 미국 내에서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미국의 독립을 도왔던 프랑스를 도와야 할지, 자신들의 모국인 영국을 지지해야 할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 때 워싱턴 대통령은 평화유지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철저한 중립주의 외교정책을 펼쳤다.유럽 강국들이 군사, 외교적으로 미국을 압박했지만, 워싱턴은 흔들리지 않았고, 탁월한 외교력으로 미국의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이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고려 초기, 고려는 송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었는데, 당시 중국 북방지역을 차지하고 남하하고 있던 거란은, 고려의 항복을 요구하며 고려를 침입했다.당시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에 항복하자는 주장과 일부 땅을 주고 화친을 맺자는 주장이 있었다. 이 때 협상에 나선 서희는 당시 거란이 대군으로 침공해 들어오지 않고, 국경 지역 교전을 하면서, 항복을 종용하는 모습에서, 거란이 협상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직감했다. 서희는, 그 중간에 위치한 여진족 때문에 거란과 교류가 어려웠음을 주장했다. 즉 고려에게 여진족을 정벌하고, 성을 쌓으며, 그 교역로를 정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거란과 교류가 이루어리라는 것이었다.거란은 고려의 화친의사를 확인하고는 군대를 철수했다. 서희는 그 이후 여진족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강동6주를 구축하였다. 절묘한 외교책이었다. 외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교는 국내정치와는 다르다.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고,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최근 정세를 보면서, 서희와 같은 외교관이 아쉬워지는 것은 왜일까. 이재진 법무법인 정상 대표ㆍ변호사

[천자춘추] 마이너스 금리

초기 기독교 사회는 이자를 죄악시했는데 이는 성서 출애굽기(22장25절)의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주면 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라는 계명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중세 이후 16세기부터는 국가가 금리 수준을 직접 정하기 시작했다. 1515년 교황 레오 10세가 금리 상한을 연5%로 정한 후 영국의 헨리 8세는 1545년 대금업 금지법을 통해 금리 상한을 연10%로 올렸다. 18세기 산업혁명을 필두로 현재의 정보기술혁명기까지 숱한 경기변동을 거치면서 동서양 주요국의 금리 수준도 높은 변동을 겪었다. 1980년대 초 폴 볼커 미국 연준의장은 기준금리를 연20%로 올려 폭등했던 미국 물가를 안정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초 외환위기 당시 외자유출을 막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동원했을 때 예금금리는 18%까지 상승한 바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2008년말 이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0%가까이 유지한 초저금리 정책을 펴왔는데 2015년말에야 비로소 경기회복을 이유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금년 1월말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마이너스 금리(-0.1%) 정책을 도입하였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이미 2009년 스웨덴을 필두로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 불황 극복을 위해 채택되면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시중은행이 일반고객들의 예금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간의 당좌나 지불준비금 또는 국채발행시 등에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적정 수준의‘플러스 금리’를 통해 이자소득을 누려왔던 실버 세대들에게 최근 고령화 추세 속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확산 소식은 미래의 연금소득과 이자수입을 위협할 수 있는 우울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 앞에는 ‘마이너스 금리’로 상징되는 불황기를 안전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자기고유의 경쟁력과 정보력을 발판으로 삼아 ‘플러스 자산관리’에 한층 노력해야 할 시기가 펼쳐지고 있다.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천자춘추] 스마트뮤지엄과 창조산업

1980년대 이후 중요 도시들은 창조도시의 기치를 내걸고 도시브랜딩을 위한 문화주도적 도시재생(culture-led regeneration)에 열을 올리고 있다. 뮤지엄들 역시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도시재생과 관광산업을 통한 도시경제활성화를 꾀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대세이다. 빌바오 구겐하임(Bilbao Guggenheim),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은 대부분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반의 문화콘텐츠산업에 치중되어 있지만, 기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의 건립과 운영은 가장 중요한 창조산업중 하나이다. 모나리자를 가진 루브르나 타임스퀘어 뮤지컬 시장의 문화산업적 가치를 떠 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명 뮤지엄들은 저마다 우수기획전을 문화상품화함으로 소장품의 가치를 재생산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구겐하임미술관이나 루브르의 예에서 보듯 해외 브랜치를 만들어 다국적 기업의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하지만 국내의 뮤지엄 정책은 아직까지 문화산업적 차원보다는 시민들의 문화향유나 교육을 위한 문화기반시설 정도의 인식에 머물고 있다. 공공뮤지엄의 경영마인드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 뮤지엄 수는 1천11개(2015.1.1.기준)에 이르며, 경기도는 187개로 그 숫자에 있어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 시도에 비해 우월한 문화산업적 기반여건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반의 역동성은 미미하며 정책적으로도 막대한 운영비가 소요되는 ‘돈 먹는 하마’ 정도로 재정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뮤지엄들에 역동성과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적 발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탁월한 컬렉션의 확보와 연구, 잠자고 있는 소장품들에 대한 디지털 콘텐츠화, 그리고 전시공학적으로 콘텐츠를 재가공해내는 스마트뮤지엄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격조와 어메니티(amenity)를 갖춘 시설과 환경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시ㆍ도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어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위한 지원과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복합 창조산업기반 조성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융복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채 무늬만의 창조산업 양산을 우려하는 지적들이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프로젝트들과 뮤지엄을 접목해 스마트뮤지엄의 기반을 조성하고 뮤지엄 창조산업의 멋진 모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천자춘추] 산업화와 민주화

모든 생물은 편안한 쪽에 적응한다. 꿀벌을 사계절꽃이 피는 열대지방에 옮기면, 첫해엔 예상대로 꿀을 많이 수확하지만, 이듬해부터는 겨울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꿀을 모으지 않는다고 한다. 무상복지는 뇌물(賂物)과 같아서 처음 한번은 고맙지만, 다음부터는 당연한 것이고, 점점 작게 느껴지며, 결국은 일하기 싫어지게 하는 일종의 마약이다. 무상복지의 끝은 파멸임을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공정(公正)이다. 그런데 공정사회가 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유를 누리려면 그만큼의 통제를 견디고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에 기여한 만큼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한다. 또, 남보다 더 잘 살려면 자유롭고 건전한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평등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지만, 게으르면 뒤쳐지는 사회, 이것이 민주이고 진정한 평등사회인 것이다. 근면과 정직이 존경받아야 공정사회인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에 ‘산업화’보다 ‘민주화’가 먼저 이루어졌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보다 좋을까?, 나쁠까? 적화통일이 되어 공산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화문 광장 시위는 ‘민주’를 앞세워 약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다.하지만 정말 약자들은 말없이 일하면서 생활에 열중하고 있다. 남을 대신하는 자유와 권리를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 본인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라! 우리는 국가의 정체성을 꼭 지켜야 한다. 민주화와 평준화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그들이 독재라고 하는 시대에 이룬 ‘산업화’는 소득 3만 달러라는 확실한 자산을 우리에게 남겼고, 가능성과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그들이 민주를 외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고,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랑하지만, 알맹이 없는, 그들만의 비뚤어진 민주화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진정한 민주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상대가 승리하면 인정하고 칭찬하면서, 자신의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상대를 위로하는 풍토는 언제 만들어질 것인가? 혼돈과 갈등의 끝에는 반드시 통제가 따른다. 스스로 통제를 부르지 말고 민주를 실행해야 한다. 이용근 파주행복장학회 이사장

[천자춘추] 대한민국의 뿌리

어제는 제97주년을 맞는 3ㆍ1절이었다. 1919년에 일어난 3ㆍ1운동은 세계만방에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알린 민족적 거사였다. 3ㆍ1운동은 세계적인 반제국주의 민족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비폭력·불복종 운동, 베트남·필리핀 등 식민지 아시아 각국의 민족운동에도 큰 자극이 되었다. 3ㆍ1운동의 영향은 여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3ㆍ1운동에서 표출된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수렴하여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후 임시정부는 한민족의 독립운동을 영도하는 민족대표 기관으로 활동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919년 4월 11일, 상하이 첫 번째 임시의정원(국회)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임시정부의 수립이 선포되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선포는 대한제국의 국호를 계승하되, 국체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화제를 채용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황제 일인만을 위한 전제국가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권자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첫 발을 디딘 것이다. 미국·프랑스·중화민국 등의 건국기념일이 바로 구체제와의 항쟁을 선포한 날을 연원으로 하여 기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건국도 그런 세계사적 보편성과 혁명적 성격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해방 직후 제헌헌법 전문에도 “대한 국민은 기미년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1948년 정부수립 직후의 ‘관보(官報)’나 공식 문서의 연호도 ‘대한민국 건국 30년’으로 표기하였다.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서 세워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주장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른바 1948년 ‘건국절’ 주장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승만 국부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이승만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행위이다.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이승만이 제헌헌법 전문에 못 박은 대한민국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은 겨레와 민족을 위해서 피 흘린 숭고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친일적인 행위이다. 아울러 역사적 정통성에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북한정권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1919년 3ㆍ1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절대로 훼손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박성순 단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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