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령화·가계부채 잡는 내집연금 3종 세트

2015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배포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 34개 중 가장 높았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60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은퇴 후 금융자산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이 재산 대부분인 노령층이 주택담보대출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주택연금의 가입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2007년 처음 출시한 주택연금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소유주택으로 어르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을 받는 일종의 ‘역모기지론’이다. 2016년 3월말 기준 전국주택연금가입가구 3만1천504건 중 경기지역주택연금가입가구는 1만1천37건으로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48만가구가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고령자의 가처분소득 확대를 위해 기존 주택연금의 보완책인 ‘내집연금 3종 세트’를 출시했다. ‘내집연금 3종 세트’의 주요 내용은 첫째, 주택연금 일시금 인출 한도를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해 주택연금 가입 후 목돈을 한 번에 받아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으로 40~50대 중장년층이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집을 구입할 때부터 주택연금 가입 약정을 할 경우 금리를 인하해준다.또 금융권에서 이미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인 보금자리론으로 바꾼 뒤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추가로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끝으로 주택가격 1억5천만원 이하 주택 소유자인 경우, 기존 주택연금보다 8~15%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이같은 서비스 확대는 주택연금가입 활성화 및 고령층 가계부채 부담감소, 주택연금을 통한 소비진작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금융상품 결정판인 ‘내집연금 3종 세트’를 통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길 바란다. 최혁순 한국주택금융공사 경기중부지사장

[천자춘추]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오해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일상의 대화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24절기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24절기는 중국 황하강 유역을 중심으로 태양의 궤도를 15°간격으로 24등분하여 절기를 구성한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절기가 음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갖고 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하면 금방 풀리게 된다. 그러나 휴대폰으로도 쉽사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은 되더라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으려고 하지 않는 오해도 있다. 수돗물에 대한 오해가 그 중 하나다. 정수기와 생수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은 뒤떨어진다’라는 오해로 정수기를 집집마다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먹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은근히 과시하는 듯 외국 생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과연 생수와 수돗물의 물 맛 차이를 구별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맛과 냄새 구별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을 선발하여 국내외 유명생수와 수자원공사 및 지자체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두고 물 맛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수온 20℃에서는 생수 선호도가 다소 높았는데 수온 10℃에서는 오히려 수돗물이 생수보다 맛이 좋다는 응답이 많았다. 벌써 10년도 넘은 실험이었지만, 당시에도 우리나라 수돗물 맛이 유명 생수와 비교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수자원공사의 물 관리 패러다임이 단순히 ‘안전한 물’에서 맛있고 ‘건강한 물’로 변화하며 사람들의 오해는 많이 개선되었다. 또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블라인드 테스트와 세계 물맛대회 수상을 통해서 수돗물 맛이 여타 생수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수돗물을 마시면 일석삼조(一石三鳥)라고 한다. 각종 미네랄이 살아있어 몸에 좋을 뿐 아니라, 값이 싸 경제적이며, 페트병 생산 등이 필요 없어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의 맛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들 각자가 제 역할에 맞는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맛좋고 몸에 좋은 수돗물을 오해 없이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조관식 K-water 수도권지역 본부장

[천자춘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설탕과의 전쟁

오죽했으면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금지어(?)인 ‘전쟁’까지 언급하며 식생활개선의 그 절박함을 표현할까? 비만과의 전쟁, 담배와의 전쟁, 트랜스지방산과의 전쟁, 소금과의 전쟁, 이제는 설탕과의 전쟁... 요즈음 젊은이들은 흔히 한 손에 커피나 음료수 등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보편화되고 있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음료수를 들고 들어온다. 기회다 싶어서 즐겨 마시는 음료수의 용량, 열량, 용도, 함유된 성분 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학생들의 대답은 놀랍게도 잘못 알고 있거나 전혀 모르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다. 특히, 모두가 다이어트에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지만 청량음료 250㎖한 캔에 함유된 설탕이 37.5g, 각설탕 12개 이상으로 하루 설탕 권장량을 훌쩍 넘는 숫자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지금부터 상표 뒷면의 깨알 같은 글씨를 꼭 읽어보겠다고 한다. 그 비싼 가격에 그 허접한 성분이라니 그야말로 무식한 소비자는 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에 맞추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2020년까지 하루 섭취 열량의 10%이내로 억제하겠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가공식품 중 주로 탄산음료, 빵, 과자, 떡, 쿠키 등에서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가공식품에서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초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높다고 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최근 5년 사이 50만명 늘어 150만명을 넘어선 것도 당분 섭취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의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은 2013년 이미 10%를 초과했다. 이로 인한 소아비만은 지방간, 수면부족,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피부질환, 당뇨병, 뼈·관절장애 등의 성인형 만성질환의 주범이다. 설탕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과잉섭취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입맛은 점점 자극인 것에 탐닉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설탕의 과잉섭취로부터 지켜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이 힘들다 보니 너무 달콤한 세상을 원해서 일까? 연인들의 애정표현의 절대수단이 된 쵸코렛과 마카롱조차도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그야말로 개념있게! 맛에 대한 적응은 보름 정도부터라고 하니... 최근 집밥을 컨셉으로 하는 TV ‘쿡방’에서는 성공한 유명 요리연구가의 “맛이 없으면 설탕을 듬뿍 넣으라”는 말에 온통 달달함이 인기절정이다. 대중매체의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정재홍 신안산대학교 호텔조리과

[천자춘추] 손자병법에서 배운다

얼마 전 4월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목표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비통해 하는 당이 있는가 하면,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온 당도 있었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나,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에서 손자는 전쟁이 나라 존망의 길이니 꼼꼼이 살펴야 함을 지적하면서, 살펴야 할 대상을 오사(五事)로 정의하고, 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칠계(七計)를 주장하였다. 오사는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의미한다.도(道)는 대의명분을 뜻함과 아울러, 국가와 구성원이 하나됨을 표현한다. 천(天)은 계절의 조건, 전쟁의 시기 등을, 지(地)는 지리적 여건을, 장(將)은 장수의 지혜, 용기, 위엄을 뜻한다. 법(法)은 그 나라 군의 편성, 직제, 복무 등과 군수물자, 병기 등을 의미한다. 이를 선거에 비유한다면, 선거와 출마에 대의명분과 출정의 의도는 분명하고 순수했는지, 시대적 흐름과 지역적 정서, 그리고 유권자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그리고 선거에 대응하여 편제와 조직은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지를 판단해 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손자는, 칠계(七計)를 훈수한다. 즉 어느 쪽이 더 도의적인지, 장수가 더 능한지, 시기와 장소를 활용하는 데 능숙한지, 법을 잘 운용하는지, 병력이 더 강한지, 군사훈련이 잘 되어있는지, 상벌은 분명한지를 판단해 보면, 전쟁의 승부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선거의 상대방이, 또는 상대당이 어떠한 정비를 하고, 민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유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다음과 같이 훈수한다. 勢者 因利而制權也(세자 인리이제권야) (형)세라는 것은, (상황을) 이용함으로 인하여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즉 오사와 칠계 외에도,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손자의 말을 들어보면, 선거에 실패한 사람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선거에 승리한 사람들은 어떤 점이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거가 전쟁과 다른 점은,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일 것이다. 경우야 어찌되었건, 이번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부디 민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재진 변호사·법무법인 정상 대표

[천자춘추] GDP와 경제전망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이 연쇄도산한 데다 철도운송량과 철강생산량마저 급감하면서 대량 실직이 발생했으나 경제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종합적 경제지표가 없어 대응책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1901~1985)였다. 쿠즈네츠는 ‘한 나라에서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국민계정 체계를 확립한 공로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GDP와 국민계정 체계는 2차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면서 경제성장 측정과 계획수립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GDP는 시장가치로 환원되기 어려운 국민들의 행복감, 좋은 환경, 공동체의 상호부조 등의 질적 지표나 불법적 지하경제를 포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투자를 비롯한 숱한 물적 자본형성을 담아내는 유용한 지표로 발전해 왔다. 특히 GDP는 경제와 사회 각 부문의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처리기법의 획기적 발달에 힘입어 미래의 경제성장 전망 지표로 발전되면서 중장기 정책수립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IMF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금년 GDP성장률이 지난해 10월 IMF전망(3.2%)보다 낮아진 2.7%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2014년(3.3%)을 제외하고는 2%대의 성장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한 국가들에 대한 IMF의 금년 성장전망 역시 이탈리아 1.0%, 러시아 -1.8%, 브라질 -3.8% 등으로 낮은 점에서도 많은 국가에서의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비록 2%대 성장에 머물게 될지라도 우리가 그동안 이룬 성장의 결실이 경제주체들에게 고르게 확산되어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80여년전 GDP개념을 제시하여 미국의 대공황 극복에 일조했던 쿠즈네츠도 하늘에서나마 자신의 의미있는 기여에 흐뭇해 할 것이다.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천자춘추] 한류 현대미술을 위한 투자

프랑스 브루타뉴 지방의 반느시에 있는 케르케닉(kerguhennec) 미술관에서는 지난 달 6일부터 한국현대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6월 5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이 소장한 단색화 작품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어 경기도의 존재와 경기도미술관의 역량을 프랑스에 과시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파리도 아니고 파리에서 남서부로 800km나 떨어진 곳에 단색화전이 초대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프랑스의 지방도시까지 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색화’는 글자 그대로 단순한 색조로 그려진 1970년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회화작품들을 지칭한다.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러한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이는 백색, 회색, 검정 등 단일한 색조로 제작된 추상회화로서 예전엔 서구의 미니멀아트와 유사하다하여 ‘한국적 미니멀’로 불리기도 하였다.그러던 것을 한 미술평론가가 화면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서양의 미니멀과는 달리 동양적 정신성이 강한 특질을 규명하며 독자적인 고유명사인 ‘단색화(Dansaekhwa)’로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단색화는 최근 높은 국제적 지명도를 가진 한국현대미술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홍콩 등의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한류가 유행할 때, 국내에선 그 사실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KM9346’전시 참관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현지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파리의 유명화랑에서도 단색화 관련 전시들이 열리고 있고 현지 미술계에선 ‘단색화’를 모르면 미술계의 흐름에 어두운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상업화랑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일시적이고 작위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미술에 있어서의 한류적 단초가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조심스레 가져본다.그간 한류는 대중예술과 생활문화가 주된 것이었지만 단색화는 순수미술 영역에서 새롭게 일고 있는 현상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류의 성취는 탄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도의 상품화 전략과 투자가 주효했던 것이다.단색화로부터 일고 있는 현대미술 한류 역시 이러한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이 10년전 탁월한 안목으로 구입했던 단색화 걸작들의 성취에서 보듯, 미술관소장품의 지속 확충과 연구를 위한 적극적 투자가 절실하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천자춘추] 과감한 구조개혁 절실하다

어떤 기업이든 정문에 써 붙인 구호(口號)와 조직을 보면 그 회사의 문제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인사가 만사다’ 라고 정부마다 강조하고, ‘인사위원회’나 ‘인사혁신처’까지 둔 것을 보면 과연 우리 정부 심층에 문제가 어디 있는지 또 얼마나 심각한지 분명해진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를 못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는 ‘개방형 인사’라는 미명 하에 민간의 우수한 인재를 공직에 등용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오염된 강물에 세척제 몇 방울 떨어뜨린다고 깨끗해질 수 없다. 이미 타성(惰性)에 젖어있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1~2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인사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깨끗해야 될 군부나 법조계의 부조리도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무너진 사회 기강도 바로 세워야 한다. 복지에 대한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잘못된 구조는 두고, 겉으로 보이는 것 몇 가지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재등장 그리고 미국의 이기적 태도 등 국제 정세도 날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한 번 국난을 겪는 것 아닐까 걱정이다. 외환위기 때 정부는 기업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역사는 국가 구조개혁이 먼저임을 가르치고 있다. 위정자들이 정쟁에 한눈팔 때마다 백성은 어김없이 국난을 당했다. 100년에 가까운 몽고의 지배,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일제 50년! 씻을 수 없는 그 치욕의 역사를 다시는 겪지 않으려면 스스로 강해지는 길 뿐이다. 감히 제안하고 싶다. ‘국가구조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연령 및 연임 문제, 교육감 및 기초단체의원 선출 문제, 등의 정치 현안은 물론, 인구변화와 인간의 능력 그리고 직업의 분포 등을 감안한 교육부문의 구조개혁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법제도와 금융, 노동 분야 등 모든 부문에 대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때가 되었다. 개혁안을 국민의 동의를 거쳐 시행할 수 있도록 현 정부가 추진해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어렵다고 하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뿌리이다. 문제마다 임시 조치하는 실수가 반복해서 저질러지고 있다. 사고방식이 문제다. 이제는 꼭대기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되었다. 고맙습니다. 이용근 파주문화원장

[천자춘추] 4·19혁명 유감

오는 19일은 4ㆍ19혁명 제56주년이 되는 날이다. 4ㆍ19는 1960년 자유당이 저지른 3ㆍ15부정선거에 분노한 국민들이 봉기하여 이승만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역사적 사건이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그 한 축을 이룬 민주화의 시발점이 바로 4ㆍ19혁명이었다. 그리하여 현재 한국사 개설서에서는 4ㆍ19혁명이 아시아 최초의 혁명으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그 의의를 비중있게 설명하고 있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불의에 항거한 4ㆍ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4ㆍ19 ‘혁명’에 대한 회의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듯하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퇴행성 때문으로 이해된다. 역사에서 ‘혁명(revolution)’이라는 말은 적어도 이전 시대와는 다른 새 시대의 문을 연 획기적 사건에 붙이는 명사이다. 여기에는 역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한다고 보는 발전사관이 깔려 있다. 그런데 4ㆍ19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달라졌는가라고 하는 의문이 바로 4ㆍ19 ‘혁명’ 회의론의 출발점이다. 이런 비판적 역사인식은 얼마 전 작고한 인문학 저술가 남경태의 역사저술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의 글을 인용하면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혁명의 본질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우리 역사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단절의 계기가 여러 차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구체제와의 단절을 경험한 적이 없다. 조선의 선조가 일본의 외침을 맞아 도망쳤을 때도, 조선 인조 정권이 백성들을 버리고 강화도로 들어갔을 때도 왕실은 다시 나와 멀쩡히 권력을 이어갔다.대한제국의 고종이 을사늑약을 나 몰라라 하고, 순종이 한일합병조약을 물리치지 못했을 때도 우리 민중은 복종하고, 나중에는 그 못난 왕들이 죽었을 때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 애도해 주었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 입장에서 이미 ‘혁명’으로 정의된 자랑스런 역사적 평가를 부정하거나 전복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결코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퇴행적 태도이다. 우리는 ‘혁명’의 완성이 장기지속적인 민족공동체의 부단한 노력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오늘을 살면서 과거 선조들이 이룩한 ‘영광’의 순간만을 회고하면서 사는 정체되고 무능한 후손들은 아닌지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박성순 단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천자춘추] 아동학대, 예방이 최우선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아동학대가 전년대비 1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1709건으로 2014년 1만27건보다 16.8%가 늘어난 것이다. 아동학대 판정건수는 2010년 5천657건, 2011년 6천58건, 2012년 6천403건, 2013년 6천796건 등으로 해마다 차츰 증가추세에 있다가 2014년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별법의 시행됨에 따라 아동학대신고 의무가 강화되면서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무려 2.1배가 늘어난 것이다.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다양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가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겠다. 지금까지의 임기응변식 처방으로는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 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생애주기별 아동학대 예방교육체계를 강화하고 아동권리와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야겠다. 아동은 우리 사회의 미래 주인공일 뿐 만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이고 성인과 동일한 인격체임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으로는 아동학대 유형별 위기도에 따른 보호시스템를 마련하여 운영하여야겠다. 위기도에 따른 차등 대응전략을 마련하여 아동학대 예방시스템을 운용하고, 아동학대의 고위험가정과 중위험가정, 그리고 저위험가정을 분류하여 이에 필요한 차등적 서비스를 제공하여야한다. 또한 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의 79.8%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겠다. 부모에 의해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아동을 가해자인 부모와 신속히 격리하여 치료하기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학대사건을 전담하여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을 늘려야 하며 전문상담 인력의 증원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예산확보와 제도적 뒷받침 마련이 시급하다. 아동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학대피해 아동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학대의 재발을 방지하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 정상완강동대 경찰행정학과 학과장

[천자춘추] 청년실업과 리빙랩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가 아니다. 피터보겔 ‘청년실업 미래보고서’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초년에 실업을 경험하면 개인소득에 평생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진입 초년에 실업을 겪은 개인의 소득격차는 20퍼센트로, 궁극적으로 이를 다시 ‘만회하려면’ 최장 20년까지 걸린다고 말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준비하는 작은 청년실업 해소 방법으로 ‘리빙랩’(living lab)을 제안하고자 한다. 리빙랩은 사용자주도형 혁신모델로 친환경도시 설계 및 도시재생을 위한 청년실업 해소등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시도로 활용할 것이다. stepi자료, ‘국내 리빙랩의 현황과 과제’(2016)에 의하면 리빙랩은 사용자 참여를 고도화, 확장하여 개발성과의 수용성 활용성 제고를 도모한다. 즉 기존 혁신 플랫폼에 비해 사용자의 역할 및 행동을 강화하여, 테스트 뿐만 아니라 사전기획, 개발과정의 피드백 등 다양한 단계에서 참여한다. 10년동안 방치되었던 고양시 폐정수장의 동양최대의 고양아큐아스튜디오로 탈바꿈해,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촬영장으로 활용되어, 2012년 타워즈를 본격적으로 해운대, 해무, 명랑, 국제시장, 태양의 후예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촬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 25편 이상의 작품에 140여일 사용과 1억5천만원 내외의 수입으로 영상촬영의 허브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리빙랩과의 접목을 통해, 첫째, 아큐아스튜디오를 단순 촬영장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의 기획, 로케이션, 후반작업, 마케팅 등에 처음부터 수요를 반영하여, 선순환구조의 허브로 활용할 것이다. 둘째, 특수촬영, 미술, 특수효과 등의 인력양성과 새로운 기회의 공동 리빙랩을 연계할 것이다. 셋째, 수중촬영, 특수촬영, 스카이 캠 등 다양한 사업적인 수요를 위해 현장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여 영상 콘텐츠제작기반 기업의 인력난 해소 및 창업 등을 선도할 것이다. 고양아큐아스튜디오 리빙랩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협업클러스터로 지역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기업과 청년간의 전문화된 커뮤니티 활용을 통해 리빙랩의 잠재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 지역사회 서비스, 청년실업 해소 등 지역혁신 모델로 발전시킬 것이다. 김인환 고양지식산업진흥원장

[천자춘추] 춘래불사춘

완연한 봄이다. 교정에 노란 산수유 꽃이 돋기 시작하더니 이어 하얀 매화꽃이 솟아나고 어느 틈엔가 하얀 목련 꽃이 피었다. 며칠 새 벚꽃까지 활짝 피어올랐다. 훈훈한 봄기운으로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더욱이 올 봄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출마자들의 확성기 소리로 열기가 뜨겁다. 이번 선거를 위해 각 당의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시끄러운 소리도 많이 들렸다. 지난번 여·야의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심경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이 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중국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 왕소군(王昭君)이다. 북방 흉노 땅에 끌려가 있는 왕소군의 심경을 헤아리며 당대(唐代)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쓴 시 ‘소군원(昭君怨)’에 ‘오랑캐 땅인들 화초가 없으랴만,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고 하여 왕소군의 심경을 표현한 데서 유래하였다. 왕소군은 중국의 4대 미녀의 한 사람이다. 왕소군은 원제가 흉노 왕에게 내주어야 했던 절세미녀의 궁녀였다. 왕소군의 미모에 놀라 날아가던 기러기가 넋을 잃고 날개 짓을 멈추는 바람에 그만 땅에 떨어졌다고 하니, 그 미모가 어떠했을까 짐작이 간다. 왕소군은 당시 궁중화가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그녀의 초상화가 추하게 그려진 탓에 북방 흉노 왕에게 팔리게 되었다. 그녀와 이별하는 자리에서 뒤늦게 그녀의 미모에 놀란 원제가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오늘날 왕소군과 같은 억울한 원(怨)과 한(恨)을 가진 사례는 없을까? 주변의 모함과 왜곡에 의해 잘못 그려져 뜻을 펴보지도 못한 인사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일은 권력 주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곁에는 측근 권력이 있고 여기에 줄을 대어 상대를 모함하고 잘못된 얼굴로 그려 권력자의 눈을 가려 진정한 모습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하지 않는가. 권력의 우산 아래 또 다른 작은 권력이 몰려드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인사권자는 인재를 잘 찾고 헤아릴 줄 하는 지혜의 눈으로 제2, 제3의 왕소군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릇이 안 되는 사람들이 걸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여 역량 있고 훌륭한 인재들이 빛을 못 본 채 묻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훌륭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사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학연, 지연에 얽혀서 능력과 인품을 사장시키는 서투른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김유성 청덕고등학교 교장

[천자춘추] 주객전도

#1.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유사·중복 기관을 통폐합하고 기능을 조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경기도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2.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이 분명하고 여전히 유효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을 이유로 무리하게 통폐합을 할 경우 공공성은 훼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최근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문제로 이해관계자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그 이해관계자의 한사람으로서 여러 상반된 주장을 접하는 것은 필자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경영합리화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논의할 과제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공공기관의 미션(존재이유)과 미래예측이 설명돼야 한다. 설립목적을 상실하고 실효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조직이 있다면 통폐합하는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공공기관의 설립목적과 사업 취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검증이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등 신사회위험 등의 미래복지수요에 대한 경기도의 공적대응도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에서 충분히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의 논리중의 하나로 재정을 절감하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만약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정비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왜 이 조직과 사업이 민간과 시장영역에 맡기지 않고 공공기관에서 담보하는지에 깊은 고려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칫 효율성만의 극대화를 위한다면 공적 가치와 지금까지의 축적된 성과를 일순간에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관 통폐합이라는 목표만으로 몰아가는 접근은 당장의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또다른 사회적 추가비용을 감당해야하는 결과를 초래될 수 있음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주(경영합리화)객(기관 통폐합)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송원찬 경기복지재단 지역복지실장

[천자춘추] 섣부른 훈수, 홀대받는 과학기술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옆에서 구경하던 제삼자가 수를 가르쳐주는 것을 ‘훈수를 둔다’라고 한다. 훈수 여덟이라는 말도 있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여덟 수 앞을 내다본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는 당사자가 일에만 집중하다보면 객관적으로 형세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무명자(無名) 윤기(尹) (1741~1826)는 이와 관련하여 실제로 일을 담당하는 자가 그 일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더 명확히 볼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 고전번역가 권경열은 훈수의 부정적 측면을 다음의 예로 설명한다. 임진왜란이 끝날 즈음 조정에서 도원수(都元帥) 권율(權慄)에 대한 교체 여론이 일자 선조(宣祖)가 말하길 “곁에서 보는 것과 직접 담당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아무개가 가면 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그 사람이 가도 역시 전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속담에, ‘고양이를 쥐로 바꾼다’고 한 것이 또한 이런 이유이다” 최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은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 용역결과로 발칵 뒤집혔다. 도내 25개 공공기관을 통폐합, 기초지자체나 민간이전 또는 폐지를 통해 13개로 줄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당사자들은 이러한 훈수에 대해 용역업체의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결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을 통폐합 시키는 등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컨설팅 결과에 수많은 도내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강의 기억’을 이루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지난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4.29%로 세계 1위이다. 전국 기업부설연구소의 약 32%를 보유한 경기도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지이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100년이 과학기술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연희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

[천자춘추] 백조는 우아하지 않았다

다양한 대상으로 심리특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성공을 이루려는 자와 성공을 이룬 자 모두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특강 주제 중 하나는 ‘열등감’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열등감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반증한다. 열등감은 다른 이와의 비교에 의해 자기가 뒤떨어졌다거나 자기에게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 또는 의식을 뜻한다. 이 땅에서 비교대상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터이므로 열등감은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자리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열등감에 빠지면 자신을 무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고 실제 자기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에서는 열등감을 다르게 해석한다. 아들러(Adler) 심리학 이론의 핵심은 ‘열등감’과 ‘우월 추구 욕구’이다. 아들러는 정도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사람들은 열등감이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보았다. 열등감이 있기에 우리는 우월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파나소닉을 창업한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한 답으로 세 가지를 말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에 부지런히 일해야 했고,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초등학교도 졸업을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스승으로 삼아 열심히 배웠다고 말이다. 아들러 역시 동생의 죽음과 자신 또한 병약했기에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었고 형에 대한 열등감을 바탕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만들어냈다. 부러움과 찬탄의 대상인 백조의 물밑 행동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 물 위의 우아한 자세를 위해 부단히 발버둥 쳐야 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마음속 한편에 나름의 열등감이 자리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지만, 또 어떤 이는 열등감에 영혼을 저당 잡힌다. 그렇다면 열등감은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열등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특강의 마지막을 늘 이렇게 마무리한다. 내 삶의 걸림돌이 내 인생의 디딤돌이라고. 다만 걸림돌로 그칠지, 디딤돌로 도약할지는 내 태도에 달렸다고 말이다. 그리고 내 태도는 나를 바라보는 눈과 아주 밀접하다고 말이다. 긍정하기 어려운 자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게 하는 힘은 오직 내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주연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학과장

[천자춘추] 예술과 아이

공연장에 있다 보면 입장 불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관객들이 가끔 있다. 특히 클래식 공연에 많다. 간혹 누가 봐도 일곱 살이 아니되 보이는 아이라 7세 미만의 아동은 입장이 불가라고 얘기 하면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불편한 말투로 ‘1학년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말투와 표정을 봐서는 엄마로부터 모종의 교육(?)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그렇다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입장을 시키기는 하지만 하우스 매니저의 입맛은 쓰다. 대부분의 공연은 관람 가능 연령이 정해져 있다. 공연이 아동극이라 해도 그렇다. 이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또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이 공연시간 2시간 가까이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10~20분 지나면 잠을 자거나 같이 온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지루함에 몸을 이리 저리 뒤척이기 일쑤다. 잠을 자는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지루함을 참다못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이 문제다. 하우스 어셔나 옆자리 엄마가 주의를 주지만 그 때 뿐이다. 이런 일 때문에 가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 문제이기 보다는 아무런 준비 없이 어른을 위한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은 40분이고 중학교는 45분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과 함께 하는 클래식 공연이나 연극 대부분은 공연 시간이 1시간은 훌쩍 넘긴다. 대중음악도 아닌 클래식 음악에 아이들이 1시간 이상 집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이의 진정한 욕구를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의 과욕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즐거워야 할 아이가 음악을 통해 괴로움부터 알았다면 이 아이에게 예술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이들의 예술체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다.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고 느낀 것을 짧게라도 얘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최고의 선생은 부모이고 최상의 교육기관은 집이다. 김대종 수원문화재단 경영사업국장

[천자춘추] 안전은 생명이다

매년 산업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안전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 경기지역에서 작업 중 안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176명에 이른다. 이는 전국 806명의 21.8%를 차지하는 것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대부분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다. 이러한 사망사고는 근로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죽음이고, 남은 가족에게는 큰 아픔이다. 또한 사망사고로 인한 직접비용과 노동력 상실 등에 따른 간접비용 등 회사와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사망사고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정부에서는 ‘작업 전 안전점검, 당신의 생명을 지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매년 안전관리 취약 사업장에 기술·재정·교육지원을 해 오고 있다. 우리 지역의 산업재해 예방을 감독하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도 지난 2월24일 ‘산재 사망사고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역사회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사업을 사망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한편,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장의 안전관리는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처럼 정부, 사업주 그리고 근로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낼 때 가능하다. 정부는 재해예방단체와 함께 사고 예방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사업장에 지원과 관리감독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사업주는 무엇보다 사망사고가 기업의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경영을 실천하고, 안전보건 관련 투자와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에도 힘써야 한다. 근로자는 작업 전 안전점검을 실시한 다음 안전작업절차에 따라 작업을 하고, 자신을 넘어 동료 근로자의 안전까지 배려하는 안전작업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관리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자식, 내 형제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겠는가? 직장도 가정이라고 생각하자. 직원이 가족인 것이다. 안전은 직원을 행복하게 하고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다. 사업주는 안전을 귀찮은 것으로 여기거나 비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근로자도 안전작업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안전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서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정성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

[천자춘추] 고촌물류단지 인계인수 국가가 나서라

김포를 사랑하는 김포여성으로서 국정의 신뢰와 책임이 얼마나 중한지를 알기에 경인항 김포고촌물류단지의 공공시설 인계인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대형 국책사업으로써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 원의 세금으로 이루어져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국가 운영을 하고자 이루어진 사업입니다. 그러기에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했고 사업의 성패를 면밀하게 살펴 공과를 따져보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더하여 과정과 절차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때 그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면 검토하고 검토해서 백년대계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권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 사람, 사업을 진행한 실질적인 주체가 끝까지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인기 영합적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한 정치인, 무사안일한 공무원, 기계적으로 형식적인 사업타당성을 평가하는 전문기관 등이 소신없이 맞물려 했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며 세금이 아까워집니다. 사업을 주도한 고위 공직자나 정치가들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모두 빠져나가면 결국 김포시 공무원이나 수자원공사 직원들에 의해 인계인수되는 상황이 오고 맙니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소관이 아닙니다” 또는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로 일관되다가 시간에 쫓기고 민원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선출직이 아닌 부시장 입장에서 떠맡고 다른 임지로 가버리면 그다음은 김포시 재정문제로 남는 거지요. 지금 인계인수의 쟁점이 되고 있는 고촌물류단지의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 김포시가 다 떠맡아야 하는 건가요. 굴포천이 예전에는 그냥 흘러가는 지방천이었지만 이제는 아라뱃길로 인해 부천 쪽에서 흘러오는 오ㆍ폐수를 김포 쪽에서 퍼올려야만 흐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도 아무 말없이 몽땅 김포가 떠맡는 것이 당연한 힘의 논리인가요. 해사부두로 인해 김포시민들이 그 당시 48번국도 직접 진입은 안 된다고 반대를 했습니다. 모래 먼지 때문이죠.그래서 해사부두가 계획에서 제외되었으면 그 상황에 맞는 계획을 재성립했어야 되지, 김포시민이 반대했다고 몰아붙이는 임기응변이 국책사업의 끝판왕의 모습인가요. 신뢰와 책임지는 국정을 보고 싶습니다. 옛날부터 신뢰를 잃은 국가는 존립의 위기가 옵니다. 책임지는 문화를 보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철저히 할 수 있고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심재금 김포한강신용협동조합 이사장·김포시여성단체협의회장

[천자춘추] 우리 맑은내로 봄나들이 가요

지난 22일 ‘제24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K-water는 과천 막계천에서 과천시와 군부대, 사회단체와 함께 하천정화활동을 펼쳤다. 막계천은 한강수계 양재천의 지류로서 청계산으로부터 발원하여 조절저수지, 서울대공원을 지나 인공호수인 과천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규모는 연장 1.75km, 유역면적 10.48㎢인데, 길이에 비해 면적이 넓고 유량이 많아 서울대공원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과천저수지 인근에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막계천은 옛날에는 아름다운 순 우리말인 ‘맑은내’로 불리우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에 맑은내의 한자표기인 막계천(莫溪川)으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옛날 서리풀이 무성했다 하여 ‘서리풀이’라고 불렀던 서초동(瑞草洞)이나, 개울물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르는 벌판이라는 뜻의 ‘서릿벌’이 반포(盤浦)로 변경된 것처럼, 본래의 아름다운 뜻을 잃어버린 사례가 막계천만의 일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맑은내’라는 지명이 사라져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하천정화활동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은 이른 봄이라 그런지 주변이 조금 삭막하다. 막계천을 따라 쭉 걷다보니 교량 아래에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군데군데 산책로가 끊겨 있고,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접근 또한 쉽지 않다. 화창한 날씨인데도 산책을 나온 시민보다는 여기저기 돋아난 쑥 뜯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일 뿐이다. 이러한 막계천이 시민들과 함께하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천시는 국토교통부의 ‘2017년 지방 하천정비 국고보조 사업’으로 약200억원을 신청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음달 초에는 현장실사가 이루어지고, 이후 우선순위 심사를 통해 금년 중에 사업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2~3년간의 정비기간을 거쳐 새롭게 변화된 막계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라이딩을 즐기는 학생들, 물길을 따라 산책로를 한가로이 거니는 노년의 부부, 그리고 진달래, 개나리, 철쭉 등 온갖 봄꽃들이 만발해 있는, 그야말로 ‘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막계천의 모습을 그려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하천정비가 끝나게 되면 아름다운 옛 이름 ‘맑은내’로 하천이름이 다시 바뀌는 바램을 가져본다. 자연과 어우러진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다시금 되찾은 맑은내로 우리 봄나들이 한번 가시지 않을래요? 조관식 K-water 수도권지역 본부장

[천자춘추] 날마다 기념일, 감사행복 데이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새 날에 대한 기대감으로 늘 마음이 설렌다. 시간에 쫒기는 동동거림으로 시작하는 매일이지만 날마다 기념일로 여기니 기쁘고 즐겁다. 인생은 해석하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기념일이 누구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증후군의 홧병(?)을 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은 관계적 의미부여의 차원에서 기념일들을 계속 제조하는 것이리라. 매달 14일 마다의 이색적인 기념일들이 있다. 아마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가 그 시발점이 된 듯하다. 원래는 성 발렌티누스(발렌타인)의 축일을 기념하여 카드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서양에서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은 19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로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정착했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여성이 연인이나 친구에게 초코렛을 주는 날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론 진작 좀 나오지 하는 청춘의 아쉬움이 남는 날이기도 하다. 3월 14일은 거꾸로 쵸코렛을 받은 남성이 보답으로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 데이’이다. 1월 14일은 새 일기장을 서로 교환하여 사랑을 기록해 나가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날 가장 먼저 인사를 하면 사랑을 얻는다고 하는 ‘다이어리 데이’, ‘헬로우 데이’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4월 14일은 짝을 못 찾은 남녀들이 검은색 옷·구두·양말·액세서리 차림으로 자장면을 먹고 블랙커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블랙 데이’다. 5월 14일은 노란 옷을 입고 노란색 카레를 먹으며 싱글의 외로운 신세를 광고하는 ‘옐로 데이’다. 6월 14일은 화근한 ‘키스 데이’, 7월 14일은 은반지를 교환하며 장래를 약속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애인을 선보이는 ‘실버 데이’다. 8월 14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숲속에서 산책을 하는 ‘그린 데이’다. 9월 14일은 함께 사진 찍고 노래방 가서 노래 가사로 사랑을 재확인하는 ‘포토 데이’, ‘뮤직 데이’이다. 10월 14일은 흠뻑 취하는 ‘와인 데이’, 11월 14일은 함께 영화를 봐야 하기에 극장과 DVD방이 만원사례인 ‘무비 데이’다. 12월14일은 한해가 가는 걸 아쉬워하며 그냥 서로 껴안아 주자는 ‘허그 데이’다.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는 소박한 행복을 불러 온다. ‘오늘은 어제 죽은 자의 그렇게 갈망하던 바로 그 내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오늘도 많이 웃을 것이다. 정재홍 신안산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천자춘추] 우리에게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들

부모의 학대를 받다가 숨진 아이, 심지어 락스를 아이의 몸에 뿌린 인면수심의 계모, 딸을 살해한 엄마, 야단치는 아버지를 죽인 아들.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잔인한 행동이 가족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이다. 한편 얼마전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의 바둑을 꺽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제 인간의 영역을 로봇이 대신하게 될 세상을 현실로 접하면서, 두려움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우리를 더 무섭게 만들었던 것은, 승리를 위해서 한 치의 양보나 배려도 없는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인공지능의 모습이었다. 도덕과 인간성을 알지 못하고 감정이 없는 기계들이 세상을 지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순간 느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맹자를 떠올린다. 맹자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심성을 인(仁), 의(義), 예(禮), 지(智)로 설명하고,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풀어냈다. 즉 인간은 남을 불쌍하게 여길 줄 알고,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줄 알며,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덕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가장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덕목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 예전 우리 농경사회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가족과도 같이 생활했던, 강제되지 않은 공동체사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고, 힘든 일은 두레와 품앗이로 서로 힘을 보태었다. 어른을 중심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고, 청년들은 어른들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한 가정의 아이는 마을 전체의 아이처럼 여겨졌고, 아이도 그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오늘날에 그러한 시골마을의 정서를 옮겨놓을 수는 없을까.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파 급하게 떠나며 두고 온 그 자리에,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남겨져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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