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은 칼럼] 송해같이 살아라

열창의 메들리, 복고풍의 신파극은 버라이어티 쇼였으므로 뭔가 보여줘야 할 장면이긴 하다. 거기에 더한 코미디는 원래의 분야다. 주목되는 것은 이외에도 약 두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로 이어진 그의 체력이다. 12일 어버이날 주말 수원체육관에서 가진 송해 빅쇼다. 오후 2시, 6시 두 번에 걸친 공연의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모습은 올해 나이 아흔으로 보기에 믿기지 않은 정도다. 뭣이 그토록 세월을 잊게 했을까. 열정이다. 일에 대한 애착이다. 돌아보면 57년전 악극단을 통해 연예계 데뷔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생업에 정년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 세계만큼 생존경쟁이 심한데도 없다. 스타덤에 올랐다가 떨어진 별들이 수다하다. 그 역시 우여곡절이 심했으나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늘 절차탁마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KBS 노래자랑의 장수 MC는 우연이 아니다. 개인적 불운도 수차 있었으나 이를 딛고 일어선 것은 집념이다. 난 서울신문 TV가이드부에서 방송국 출입을 했다. 그 무렵엔 SBS가 없었으므로 주로 KBSMBC에 나갔고 MBC 본관KBS 별관엔 탤런트실이 있어 연예기자 노릇도 해야 했다. 때론 녹화현장을 찾아 취재하기도 했다. 유명 연기인들 인터뷰도 적지 않게 했는데 희극인실에 대한 생각이 미치지 못한 잘못으로 그를 만나보지 않았던게 후회스럽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송복희란 본명으로 살았던 북녘 황해도 재령 고향땅을 늘 잊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KBS 별관 희극인실은 쟁쟁한 멤버로 유행어의 산실이었다. 자기 일에 지칠줄 모른 열정 새삼 이제 와서 이런 말을 꺼내는덴 연유가 있다. 우린 지금 사회적 변화의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다. 다시 말하면 고령화속에 산다. 좀 있으면 고령사회가 된다. 초고령사회도 불과 20여년 앞두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 젊은 생산성 인구보다 늙은 소비성 인구가 훨씬 더 많아진다. 은퇴의 연령이 낮아지는 현실적 문제도 심각한터에 앞으로 닥칠 고령사회초고령사회 문젠 설상가상이다. 노인도 일하는 생산성 사회가 돼야한다. 그렇다고 정년을 연장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일의 개념부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는 빨라진 30년 공백을 뭘로 어떻게 채우느냐가 현안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한다. 임금의 피크타임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보다 필요한 것이 있다. 뭣을 하든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와 애착이다. 가령 노랠 예로 들면 무슨 노래를 부를까 보다는 어떻게 부르느냐가 문제인 것처럼,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송해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면, 돈벌이 격차를 들어 이의를 달 것이다. 고령사회 노년의 시범적 모럴 그렇지만 인생사의 값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는 공식엔 차이가 없다. 사람 사는 개연적 공식은 똑같다. 수원 만석공원엔 이런 노인이 있다. 담배꽁초를 줍는 70대 노인이 있다. 돈은 커녕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일과로 삼는다. 물론 노인 일자리 만들기엔 관의 비상한 노력이 부단히 요구된다. 하지만 노인 스스로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해야 한다. 일하는 노인은 아플 틈이 없다. 나이 아흔에 두 차례 공연을 마치고도 끄떡없는 그 같은 건강은 일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또한 송해 선생처럼 열정적인 삶을 갖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대기자

김정은 영웅 되어라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 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로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된 북의 공동사설 제목이다.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곧 김정일 장군, 김일성 수령이라며 세습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대남노선엔 역적 패당의 반통일적 동족 정책대결을 짓부셔야 한다고 했다. 다목적 논지다. 예상치 못한 게 아니다. 구랍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서 정치국 확대회의로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그가 새해 첫나들일 탱크부댈 시찰한 것 또한 있을법한 수순이다.핵과 위성은 저들이 공식 천명한 김정일의 혁명유산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말한다. 이를 유훈으로 받드는 김정은이 당장 어떤 변화를 보일 조짐은 없다. 그러나 이런 건 있다. 집단지도체제의 얼굴마담 노릇은 거부하고자 하는 점이다. 섭정을 조기수료하는 절대적 권력 장악이 가시화 된다.전범독재 나이 아까운 파멸의 길당년 28세의 김정은 집권은 아버지 김정일 집권의 52세, 할아버지 김일성 집권의 36세보다 훨씬 빠르다. 주목되는 것은 약관의 지도자지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혈기왕성한 이 젊은 지도자의 앞길을 양극화로 전망한다. 올핸 그 첫 해다.김정은을 가리켜 위대하다는 수식어는 수령론의 순혈주의 논리다. 그 나이에 이렇다 할 업적이 있을 순 없다. 이래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진짜로 만들어 보이는 것이다. 그도 단번에 경천동지할 업적이어야 할 것이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지 않으면 더 큰 도박이 있다. 남침전쟁의 재도발이다. 공동사설은 (남측이)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고 생떼를 부렸다. 자기네들이 혹시 도발할지 모를 대남공격의 구실을 미리 마련해둔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625 남침을 일으킨 것이 38세 때다. 남침이 재발한다면 625와는 비교가 안되는 신무기의 잔혹한 대량 살상이 자행될 것이다. 군부의 강경파는 그러잖아도 비싼 신무기들을 고철로 쓰려고 군비확장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 전쟁도 통일도 원치 않는 것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다. 예컨대 북녘의 광업채굴권 등을 70% 이상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안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가령 아버지가 원하지 않은 일을 아들이 저질지라도 아버진 아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해야 하는 것처럼, 중국은 전쟁을 원치 않아도 평양사람들이 저지르면 거들어야 하는 것이다.개혁 자유로운입장, 시대적 기회김정은이 위대한 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것도 있다. 개혁개방은 그만이 단행할 수 있는 시대적 기회다. 우선 스위스 유학으로 서구사회를 경험했다.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4대 세습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폐쇄사회를 더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핵과 미사일만이 유훈통치인 것은 아니다. 기와집서 이밥에 고깃국은 일찍이 김일성 생전에 신년이면 으례 나왔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화두였다. 개혁개방으로 인민이 잘먹고 잘입고 잘살아 탈북이 없는 개방사회가 되면 유훈통치의 백미라 할 것이다. 개혁개방은 우리 식대로 산다는 우리식사회주의를 훼손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중국의 시장경제는 모택동의 계급혁명과는 거리가 멀지만 국부로 받든다. 공산당 일당체제 역시 그대로다. 평양정권 또한 김정은 동지의 개혁 개방 법통을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을 명맥으로 하여 로동당 일당지배체제를 그대로 이어갈 수가 있다. 개혁개방의 걸림돌이었던 세습을 자신의 후대엔 포기할 수 있는, 젊은 그로선 결단만이 남았다. 그렇다 해서 부동의 위치를 굳힌 권력 승계가 개혁개방으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을 것이다.요컨대 20대 지도자 김정은에게 파멸의 전범이나 카다피 같은 독재자가 되기보단, 평양의 등소평으로 겨례의 영웅이될 업적을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본지 대기자

평양정권의 권력세습

평양정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권력 승계는 왜 세습으로 가는 것일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권력투쟁이 부단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직후 중국이 평양에 보낸 조전 본문 중 김정은 동지 영도라는 대목이 있는 것은, 언감생심 권력을 탐내어 까부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상층구조에 대한 경고다. 김정은 삼대 세습의 뿌리가 되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집권은 장구한 권력투쟁의 연속이었다. 1945년 광복 직후 국내파 공산주의 거두 현준혁의 암살을 필두로 1956년까지 허가이 등 소련파, 박헌영 등 남로당, 김두봉 등 연안파를 잇달아 숙청했다. 김일성의 갑산파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까진 쟁쟁한 국내외 공산주의운동 선배들을 제거하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이 실로 파란만장했다. 김일성이 다신 그같은 권력 투쟁이 없어야 하겠다고 해서 생각해낸 것이 권력의 순혈주의다. 순혈주의 세습은 부모가 혁명가라야 자식도 혁명가가 될 수 있다는 노동당 이론이다. 이에 따라 조작된 것이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을 비롯해 조부모 를 잇는 혁명가 가계다. 김일성가계 순혈주의김형직은 독립운동. 할아버지는 1866년 대동강에 온 미국상선 셔만호를 물리친 주동자로 묘사했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혁명의 시조로 우상화가 시작됐다. 노동당 제5차 대회는 이를 공식화 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조선로동당은 김일성 동지가 창건한 김일성 동지의 당이며 영원히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라고 했다. 김일성주의의 시작인 것이다. 대를 이어 충성하렵니다란 김정일의 노래가 중앙당의 지정곡으로 보급된 것은 1972년이다. 아울러 위대한 김일성 동지께서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비서 동지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옹위 보위한다는 충성 맹서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헌법 제2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반대하며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 투쟁에서 이룩한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혁명적인 정권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노동당 규약 전문은 공화국을 이어 받았다는 빛나는 전통의 헌법상 주체를 김일성으로 못박았다. 즉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의해 창건된 주체형의 맑스-레닌주의 당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1926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공산주의적 혁명조직으로서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으며 오랜 항일 투쟁을 통해 당 창건을 위한 조직적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에 기초하여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을 창건하였다고 밝히고 있다.누가 감히 김일성 가계의 권력을 찬탈할 꿈을 꿀 수 있겠는가, 예컨대 권력층 내부의 쿠데타가 어려운 것이 40년 가까이 그들 사회에 길들여진 세습의 순혈주의를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에 이은 김정은의 지도자 추대 또한 당연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일성의 핏줄이 권력 승계의 기준인 것은 그들이 말하는 우리식 사회주의다. 평양시내 거리에 나붙은 갖가지 구호 가운덴 이런 게 있다. 우리식대로 산다는 것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17년동안 비워둔 자리가 주석 자리다. 김일성은 아직도 주석인 것이다. 아마 국방위원장 자리 역시 비워두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죽어서도 영원히 국방위원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유훈통치는 권력의 순혈주의 극치다. 앞으로의 시효는 의문김정일 통치는 김일성의 유훈통치였다. 이젠 김정은을 가리켜 김정일의 유훈통치시대가 시작됐다고 한다. 김정은에겐 아버지 김정일 뿐만이 아닌 할아버지 김일성의 유훈까지 겹친다. 참 묘한 권력구조다. 하지만 우리식대로 산다는 사람들이다. 자기네 방식대로 보면 이상할 게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인성 본연의 사회가 아니다. 인성 거역의 필멸은, 자연법적 불멸의 법칙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의 삼대 세습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국도 아니다. 순혈주의가 앞으로 얼마나 갈진 모르겠다. 겨울이 혹독해도 붐은 온다. 다만 북녘의 겨울은 유난히 길 뿐이다.임양은 주필

국회, 깡패가 ‘왕’인가

외신감이다.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이 짓을 한 민노당 김선동 의원더러 민노당 대표 이정희 의원은 윤봉길 같은 사람이라고 추켜 세웠다. 슬픈 코미디다. 국회 의석은 국민이 주는 자리다. 지지를 많이 받은 정당은 많은 의석을, 지지를 조금 받은 정당은 적은 의석이 돌아간다.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다. 정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려는 이유다. 의회민주주의는 또한 정당정치다. 국정 현안을 협상, 합의처리하는 것이 정당정치다. 그러나 협상이 안될 땐 다수결로 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협상이 빈곤했다고 할 순 없다. 끝장토론, 원내협상, 대통령 국회 언질 등 할만큼 했다. 민주당은 자기네 집권 때 FTA를 추진하면서 한 말을 그땐 나쁜지 몰랐다며 낯두꺼운 반대가 집요했던 것은 정략상 애초부터 동의할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의 백약이 무용했던 연유다.불법이 합법을 매도하는 모순 원내 일당의 집권당이 유감이긴 하나 단독국회로 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언제까지 다수가 소수에 끌려다녀야 할 것인가, 문제는 불법이 오히려 더 큰 소리로 합법을 매도하는 데 있다. 국회의장의 한미FTA 등 직권상정, 한나라당 단독국회 의결은 비록 모양새는 안좋아도 국회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에 폭력도 모잘라 최루탄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불법이 합법의 우위에 선다면 정치깡패 조폭집단이지 결코 선량이라 할 수 없다. 난투극에 대한 양비론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 난동을 말리는 사람을 난동 부리는자와 똑같이 책하는 것은 선악의 혼동이다. 무턱대고 싸잡아 욕하기보단, 난동을 능사로 아는 난동꾼을 가려 비판하는 것이 옳다. 해머 전기톱에 이어 최루탄까지 나온 난동의 다음 차롄 또 뭔가, 국회 자체의 방어책이 촉구된다. 민주당은 잘못가고 있다. 국회 통과의 무효화 투쟁은 양식을 의심케 한다. 헌법 소원을 내고 대중집회를 갖는 것은 자생력 상실이다. 국회의 입법 활동은 헌법재판소 재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알지만, 걸핏하면 정치권 일을 법원으로 들고가는 것에 창피할 줄 모르는 것도 큰 병이다. 대중집회는 선전선동이다. 일자리가 없는 등 불만층을 아무 대책없이 자극하는 것은 사회 교란이다. 그렇긴 해도 이런 투쟁을 선택하는 것은 민주당의 임의다. 그러나 민주당 맘대로할 수 없는 것은 정기국회 일정의 거부다. 국민의 세금으로 비싼 세비를 받아가며 누구 맘대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단 말인가, 정부의 예산안 심의도 시급하지만 민생 현안과 각종 법안 심의가 산적해 있다. 정치투쟁을 해도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은 해가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협박도 유분수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으로선 해서 안되는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소리다.손학규, 야권 통합의 덫에 걸려민주당의 이 같은 극한 투쟁의 배경이 야권 단일화에 올 배팅하는 정략인 것을 안다. 야권 단일화는 바람직하긴 하다. 보수 진보, 진보 보수의 양대 정당체제가 정치 발전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긴 해도, 두고 보면 알겠지만 이번 야권통합의 단일화는 환상일 것 같다. 우선은 민주당과 혁통 세력의 친노 진영이 1차 통합을 하고, 새로 창당될 진보 통합정당과 2차 통합을 계획하는 것이 범야권 단일화 시나리오다. 그러나 열손가락이 넘는 여러 정파의 이런 동상이몽 통합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여러 말이 흘러 나온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의 범야권 단일화 옹립은 고사하고, 내년 4월 총선 연대도 제대로 형성될지 의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한미 FTA 반대투쟁과 야권통합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그의 정치행각에 관심을 안가질 수 없는 것은 경기도지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또 괜찮은 정치인으로 믿었다. 한나라당 탈당으로 비난이 나돌적도 더 두고볼 영양가 있게 보는 시선이 없잖았다. 민주당에 가서도 분별있는 처신으로 성공했다. 그런 그가 망가졌다. 저 사람이 정말 손학규인가 하고 다시 본다는 사람이 많을 만큼 변질됐다. 야성의 선명성 경쟁에서 본의 아닌 말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아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회 일정에 복귀하는 용단은 그런 선명성 경쟁과는 별개다.임양은 본사 주필

FTA뒤에 도사린 ‘반미종북세력’

참여정부역 출발부터 FTA호 탄 사람들이 차장 바뀌자 열차서 내려 돌 던지더라고 했다.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이다. 그 역시 전 정부의 그 직책에 있으면서 한미FTA 한국 측 수석대표로 1년2개월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한 협정문 체결을 이끌어 내어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있는 FTA도사다. 이 도사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옷 바꿔입은 이완용이란 말을 듣는 수모를 당했다. 정 최고위원 역시 참여정부역 출발부터 FTA호를 탔던 사람이다. 전 정부의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에 이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까지 했다. 대통령 후보 땐 한미 FTA 없인 살 수 없다던 사람이 지금은 을사늑약이라고 하는 이유를 그 땐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 그땐 몰랐다는 정동영의 망발조선 팔도강산이 왜군에게 짓밟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을 예견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이율곡은 십만 양병설을 조정에 제청했으나 외면됐다. 1592년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잇해 전엔 도요토미 막부 탐색의 일본 통신사를 보냈으나 돌아온 통신사들 말이 헷갈렸다. 정사 황윤길은 전쟁이 일어난다고한 반면에 부사 김성일은 전쟁은 안 일어난다고 했다. 김성일의 잘못된 말은 잘못본 탓도 있겠지만 이만도 아니다. 황윤길이 서인이기 때문에 동인인 김성일 자신은 반대 말을 했던 것이다. 나라는 안중에 없는 무서운 당파싸움이다. 토론이나 협상은 물론 좋다. 좋지만 상대에 따라 다르다. 아예 반대를 작심하고 반대하는 상대에겐 쇠 귀에 경 읽기다. 남경필 외교통상위원장은 국회 운영에 여야 협상을 무던히 강조해온 국회 바로세우기 멤버다. 이런 그가 오죽했으면 외교통상위원장실을 점거한 민주당더러 (당신네들이)집권하면 재재협상 하시오하고 쏘아부쳤을까, 옳은 말이다. 불가한 것을 주장하는 건 억지다. 김성일의 후예 같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그들은 정략에 눈이 멀어 국익은 안중에 없다. 주목되는 것은 FTA정국의 종북주의자들 편승이다. 결사 반대한다는 사람들 가운덴 반미의 종북주의자들이 눈에 띈다. 다른 나라와 비슷한 FTA도 상대가 미국이면 트집을 잡고, 이 말고도 사사건건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반미종북주의자들이다.625남침으로 3만여명의 미군 장병이 죽고 10만여명이 다쳐가며 나라를 지키는 데 도와줬다고 해서가 아니다. 종북주의자들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미480잉여농산물인 밀가루가 아니었으면 보릿고갤 넘기기가 더 어려웠을 것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다. 평양정권 , 중국, 러시아 일환으로 포위된 동북아 안정의 균형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수출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상호 호혜의 용미주의인 것이 한미FTA다. 연평도 사태엔 입다문 사람들이를 친미 사대주의로 폄훼 매도하는 종북주의자들은 예컨대 평양정권 3대세습의 중국 인준 등엔 입을 다문다. 이명박 정권이 밉고 또 한나라당이 맘에 안 드는 것과 한미FTA는 별개인데도, 이를 혼돈케 해가며 반미 정서를 부추긴다. 정치권 일각과 일부의 시민단체 등에 도사린 종북주의자들은 종북주의를 말하면 이념 논쟁으로 돌려 실체를 감추는 보호색 띄우기가 카멜레온 뺨친다.소매치기는 장이 시끄러울수록 좋다. 종북주의들 역시 마찬가지다. 뭐든 꼬투릴 잡아 민심을 교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민중을 위한다지만 민중을 팔아 민중위에 군림해가며 잘먹고 잘사는 상류 족속이다. 민생국회는 어디로 갔나,FTA호에서 내려 FTA정국에 던지는 그들의 돌맹이질로 개구리 서민층은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눴을 만큼 환대 받았다. 지금은 민중더러 국회의사당을 포위하라고 선동한다. 얼마전 여의도 국회앞 한미 FTA반대 데모 땐 정동영, 강기갑,이정희 등 국회의원들도 함께 했다. 북에서 쏘아댄 포화로 쑥밭이된 연평도 사태엔 구린 입도 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본사 주필

지금 뉴욕 ‘북미회담’이

오늘부터 주말까지 미국 뉴욕에서 북미회담이 열린다. 6자회담과 북미관계의 전망을 낙관한다는 것은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존 F 케네디 공항 도착 인터뷰에서 밝힌 첫 마디다. 미국측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은 북측에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전반적 핵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남북관계 개선, 식량지원, 체제보장 등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다. 인권 문젤 거론치 않는 것은 회담 분위기를 위해 예민한 부분은 건들지 않겠다는 배려로 보인다. 김계관은 한 술 더 떠서 평화협정 체결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의 도착 일성은 이를 위한 미소공세일 수 있다.회담 결과는 양측이 나름대로 총론적 만족을 갖는 두리 뭉수리한 선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진짜 주요한 것은 각론이다. 각론에서 으례 트집잡아 총론 합의를 뒤엎곤 한 것은 그간 저들을 상대해 오며 터득한 경험법칙이다.그런데 정작 남북간 당사자인 남쪽은 깜깜하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둔 선 사과 후 대화냐, 선 대화 후 사과냐로 논란을 빚고 있다. 진보진영은 물론 선 대화를 주장한다. 문젠 보수진영에서도 양론이 제기된 점이다. 심지어는 정부에서도 외교부는 선 대화, 통일부는 선 사과로 엇갈린다. 미국 중국 등 주변 국가에서 한반도 문젤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각주구검 형상이다. 투 트랙이다. 주변국은 선 사과나 선 대화는 남북 당사자간 내부 문제로 돌린다. 즉 그런 문제로 협상을 정체시킬 생각을 갖지 않는다.정부의 대북정책 혼선그러나 우린 다르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연평도를 쑥대밭 만든 변을 당하고도, 사과 한 마디 받지않고 웃는 얼굴로 마주 대하는 것은 쓸개빠진 짓이다. 저들은 뻔한 천안함 폭침을 부인 한다. 하지만 동족에게 포탄을 퍼부은 연평도 참사는 세상이 다 안다.이명박 대통령은 원칙있는 대화를 강조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원칙있는 포용을 표방한다. 옳은 말이지만, 분간키 어려운 것은 원칙의 한계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방위주권을 말 한다. 사과를 받지않고 넘어가는 것은 방위주권 포기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나, 사리엔 현실성이 고려된다. 평양정권은 속성상 공개 사과는 치명상이다. 하고싶어도 못한다. 그래도 정부가 북에 사과를 촉구한 당초의 응징은 마땅하다. 한데, 이젠 자충수가 됐다. 주변 정세가 이렇게 돌아간다. 평양 사람들이 틈을 노린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반도 안정을 위한 진전의 대의를 위해 북의 선 사과 촉구를 한동안 유보한다는 대내외 메시지 천명은 한 방법이다.그러나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저들의 본심은 아무리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한다 하여도, 평화공존이나 평화통일로 가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적어도 핵 무기 보유를 고집하는 한 남조선 해방 혁명의 일관된 정책 기조에 수정이 없음을 반증한다. 절대 불변의 전략(남조선 해방)에 무한 가변의 전술(국지전 또는 회담)을 구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마오 쩌 둥(모택동)이 국민당의 치앙 치엔 신(장개석)과 한동안 손잡은 국공합작의 담담타타, 타타담담 전법에서 유래한다. 즉 유리할 땐 들이치고 불리할 땐 대화로 시간을 버는 것이다. 평양정권은 6자회담을 하릴 없이 끌면서 핵을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김계관이 뉴욕에 가 있는 지난 27일엔 평양체육관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58주년 되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이라며 대대적 군중집회의 중앙보고대회를 연출했다. 북은 이 날을 국가 명절로 정해 이른바 해마다 남조선 해방 완수를 다짐한다.새롭게 가닥을 잡아야하지만, 우린 이런 저런 속내를 알면서도 저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고 대화가 겉돌지라도, 만남을 지속해 저네들을 우리의 가시권 안에 두어야 된다. 또 여건이 조성되면 식량이나 물자 같은 것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것은 평화를 위해서다. 이를테면 통일비의 선불이다.참으로 이상하고 복잡한 집단으로중국의 강력한 후견에도 불구하고 가끔 붕괴 가능설이 나온다. 그럴 경우, 우리가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이 천문학적 수치다. 그러하나 예측이 불가한 미래의 일이다. 당장의 예측은 지금 테이블을 맞대고 있는 북미회담 결과가 현실적 전환의 가이드 라인이 될 듯 싶다.본사 주필

경기도, 핍박에서 깨어나야

초원에 던져진 먹이 신세다. 경기도가 이렇다. 갈기갈기 찢긴다. 아프단 소리도 내지 못한다.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특히 경기도엔 치명상이다. 과천정부종합청사에 든 기획재정부 등 11개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간다. 성남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공기업을 비롯한 도내 수십개의 공공기관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또 간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102개가 수도권 중에도 대부분 도내에 있는 것들이다. 부산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1개, 대구에 한국가스공사 등 8개, 광주전남에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울산에 한국석유공사 등 7개, 강원에 도로교통공단 등 10개, 충북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8개, 전북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경북에 한국도로공사 등 6개, 경남에 국민연금공단 등 10개, 제주에 공무원연금공단 등 3개 등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 말까지 이전 완료를 목표로, 올 말까지 청사 건립에 들어갈 계획이다.지방균형발전을 위한다고 한다. 지방특화산업의 고른 육성지원이 균형발전의 요체다. 공공기관을 떡 가르듯 배급하는 것이 과연 균형발전인 진 의문이다. 현 국회의원 다 떨어져야 한다한심한 것은 도내 출신 여야 국회의원들이다.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목됐다. 신공항 문제로 부산대구 등지 출신 국회의원들이 난리를 피웠다. 과학벨트 지정을 두고는 충청영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분을 챙기고도 뭔가를 더 가져가지 못해 안달을 부렸다. 정부 부처며 공공기관을 다 뺏기고도 방관만 하는 것은 점잖은 것이 아니라 태만과 무능이다. 여야를 통틀어 거물이면 뭐하나, 자신의 도내 출신지역이 공공기관 이전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데도, 말한마디 못하는 것을 선량이라 해야할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은 이들을 보다못한 숱한 유권자들의 분노다.이 바람에 경기도는 마치 봉 취급하듯이 당하기만 한다. 예컨대, 과천을 교육과학연구중심도시로 개발 할 수 있도록 종합청사를 과학기술R&D산학협력단지로 이용케 해 달라는 경기도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막무가내로 손사래를 친다.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인 수도권규제완화 또한 공수표가 됐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임창열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이를 가리켜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면) 대통령령의 개정으로도 가능한 문제라고 지난 7일 경기언론인클럽 창립 9주년 기념 특강에서 말했다. 문제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무려 29년 전 굴뚝산업 시대에 만들어 지금의 정보화산업엔 맞지않은 일몰돼야 할 법률이다. 이런 법을 비록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지역이기로 고집해 개폐치 않은다 해도, 국무회의 의결사항인 대통령령의 시행령 개정으로도, 현안의 정비지구 도입 등 상당한 규제완화가 능히 가능하다. 이런데도 대통령의 비수도권 보비위에 겹친 도내 국회의원들 무능으로 하릴없이 임기만 차간다.비수도권 눈치 보기가 그토록 바쁘면, 그럼 수도권은 홀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정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분명한 것은 있다. 인구 1천100만명의 웅도, 경기도를 무시해서는 예를 들어 대권가도 또한 평탄치 않단 사실이다. 경기도 보다 인구가 절반, 절반의 절반 되는 데서도 똑같은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지분권을 챙기는 터에 경기도민은 여태껏 빼앗기기만 해왔다.다 빼앗기고대통령도 거짓말우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은 기전 문화의 긍지를 살려야 한다. 나라의 수부를 포옹하고 있는 것이 기전지역 전래의 문화정서다. 이 시대 말로 표현하면 국가경쟁력이다. 이리 뺏기고 저리 뺏기는 게 언짢은 덴 지역감정도 없는 것은 아니다.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더 걱정되는 것이 있다. 국가경쟁력 저해다. 공공기관 이전으로도 모자라, 규제완화까지 틀어막고 있는 건 성장의 자해행위다. 대통령이 앞뒤를 구분못하고, 지역 국회위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우리 민초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경기도는 더 이상 잠자는 거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다. 거인다운 면모가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4월이 총선의 달이다. 이어 12월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임양은 본사 주필

김일성은 전범이다

흥남부두 울며 새던 눈보라 치던 그날 밤/내 자식 내 아내 잃고 나만이 홀로/한이 맺혀 설움에 맺혀 남한땅에(후략) 625전쟁 당시 유행한 흥남철수 가요의 노랫말이다.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밀린 것이 14 후퇴다. 그중 흥남철수작전은 군함도 아닌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7천600t)에 국군과 유엔군 말고도, 남쪽을 향해 무작정 쏟아져 나온 북녘 피난민 10만여명을 태워 남하했다. 이때 미군을 설득, 피난민을 정원 외로 승선시킨 김백일 장군은 이듬해 4월 아깝게 전사했다. 중공군의 추격으로 시각이 급박했던 흥남철수는 밤중 아비규환의 수라장을 이뤄 바다에 빠졌거나 배를 놓친 피난민 또한 적잖았다.내가 겪으며 보고 들은 625 이야기를 어떻게 이 좁은 지면에 다 쓸 수 있으리, 흥남철수는 전쟁이 빚은 한대목 참상의 얘기일 뿐이다. 숱한 생명이 삼대처럼 쓰러져 죽었거나 다쳤다. 다음의 자료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내용이다. 우선 국군 전사자가 14만7천여명에 실종자가 13만1천여명이며, 부상자가 70만9천여명이다. 국군의 전체 손실 인원은 98만7천여명이다. 민간인 피해는 피학살자 12만8천900여명, 사망자 24만4천600여명, 부상자 22만9천600여명, 피랍자 8만4천500여명, 행방불명 33만300여명, 의용군 강제 징집 40만여명, 경찰관 손실 1만6천800여명 등 140만여명이다. 국군과 민간인을 합친 남쪽 인명 피해가 도합 230만여명이다. 유례 없는 625의 동족상잔인명 피해는 북쪽 역시 크다. 인민군 52만여명이 죽고 40만6천여명이 다쳤으며, 민간인 손실은 200만여명으로 저쪽의 인적 손실은 모두 292만여명이다.한편 참전 16개국의 유엔군은 전사 3만5천여명, 실종 1천500여명, 부상 11만5천여명으로 약 15만명의 손실을 냈다. 중공군의 인적 손실은 모두 합쳐 약 90만여명이다. 결국 남북 간 우리 동포의 인적 손실은 522만명이고, 유엔군과 중공군을 합치면 627만명의 손실을 냈다. 이만이 아니다. 1천만 이산가족을 낳았다. 전쟁통에 한반도 산하가 폐허가 되고도 이런 참극을 빚었다.이의 장본인이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이다. 전쟁 직전의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면 남쪽 군대는 10만5천752명인 데 비해 북쪽은 약 곱절인 19만8천380명이다. 무기는 북녘이 더 월등했다. 예컨대 저들은 T-34 전차가 232대인데 이쪽은 한 대도 없었다. 항공기 역시 남쪽은 22대인 데 비해 북쪽은 211대나 됐다. 당시 내각수반이며 인민군최고사령관인 김일성은 자신을 위원장으로 한 군사위원회를 만들어 전쟁 중 법령에 버금가는 군사위원회 정령을 수시로 발표했다. 1 남조선 청년 의용군 징발 2 남조선 주민 노력 동원 3 양곡 등 병참물자 현지 동원 4 서울로 수도 이전을 위한 건물 및 주택 징발 5 남조선 우익 및 중간파 체포 등은 군사위원회의 남조선 점령 시행계획으로, 남침을 하면 바로 통일이 될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저들은 625를 남조선 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난 1935년생이다. 1919년 31 독립운동은 내가 태어나기 불과 16년 전 일이다. 이런데도 31 운동을 말하면 먼 역사 얘기로 들리곤 한다. 1950년 6월25일 발발, 1953년 7월28일 휴전된 625전쟁은 올해 61주년이 된다. 반세기에서도 10여년을 더한다. 내가 31 운동을 실감 못하는 터에 하물며 전후 세대가, 21세기로 세기를 달리한 지금 625를 알 리 없을 턱은 당연할지 모른다. 증언한다. 평양정권은 625를 일으킨 전범 집단이며, 저들이 수령으로 받드는 김일성 주석은 동족상잔 원흉의 전범자란 사실을 알아야 된다. 물론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선 웃으면서 대화도 하고, 협력도 하고, 왕래가 있어야겠지만 근본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잊어선 안된다. 호국보훈의 달이 슬픈 이유625가 나던 해 난 중학교 2학년생이었다. 인공(인민공화국) 치하 3개월 동안 세포회의다, 노력 동원이다, 인민재판이다, 현물세다 하는 것을 경험했다. 하마터면 의용군으로도 끌려갈 뻔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으면 왠지 눈물이 자꾸 난다. 죽어간 동네 사람들이 생각나 눈물이 나고, 호국영령들이 생각나 슬프다. 이토록 목숨 바쳐 지킨 나라의 벼슬자리에서, 나쁜 짓 해먹는 벼슬아치들이 들끓어 또한 슬프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슬픈 것은 625가 점점 잊혀가는 사실이다. 세월이 무섭다. 북이 노린 심리전이 바로 세월이 가면 잊는다는 점이다. 제2의 625 참화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미 비싼 대가를 치른 625를 잊지 말아야 한다.임양은 본사 주필

대학이 이래서는

체격(體格)은 좋은데 비해 체력(體力)은 약하고, 학력(學歷)은 높은데 비해 학력(學力)은 떨어진다고 한다. 한국 청소년문화의 현실이다. 대학 진학률이 83%다. 한데, 대졸 백수가 300만명이다. 단순히 취업난 때문만은 아니다. 무턱대고 대학에 간 구조적 사회문제다. 해마다 25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다. 1970년에 15만8천여명이던 대학생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배가 늘어 255만5천여명이다. 대학도 87개에서 202개로 늘었다. 대졸 학력자 비율이 세계 1위다.영국은 학문을 하기 위한 학생만 대학진학을 한다. 생활전선에 나설 사람은 고졸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고등 보통교육의 고졸만으로도 시민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게 돼 있다. 아니라면 고등학교서 제대로 배우지 않은 탓이다. 뭐땜에 대학에 가나, 취직을 위해서라지만 대학 백수에서 본 것 처럼 보장이 없다. 앞으론 더 심해진다. 대학은 어디 나왔냐?는 것은 혼담에서 으례 나오는 말이다. 대학은 당연히 나왔을 것이고 스카이(SKY) 출신인 질 확인하는 것이다. 결국 남들이 다 대학에 가고 또 보내니깐, 나도 가고 또 보내는 것이 우리의 진학문화다. 입시원서 마감 막판에 전공과목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저 들어갈 수만 있는 만만한 데를 물색하기에 혈안이 되곤 한다. 등록금 반값, 구조조정 병행해야등록금이 1천만원 시대다. 그 많은 대학생들 집이 다 요족한 것은 아니다. 아마 등록금에 부담을 갖지 않는 수는 10%도 안될 것이다. 서민층 자제가 대부분이다. 뼈 빠져가며 보내는 진학문화로 재미보는 것은 사립대다. 원래 사학은 재단의 수익용 기본 재산에서 나온 이익금을 대학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벌써 죽은 법조문이다. 이런 사립대는 거의 없다. 순전히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한다. 등록금이 비쌀 수 밖에 없다.우리의 대학문화엔 돈벌이 원죄가 있다. 625 때 젊은이들이 군대가면 십중팔구 전선으로 갈 무렵, 군대 안보내기 위해 소팔고 논밭 팔아가며 대학 보내는 바람에 사학들은 떼돈을 벌었다. 당시 대학생은 징집이 보류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땅을 사둔 것이 요지가 돼 땅장사로 재벌이 된 대학도 있다. 대학장사 불패의 신화는 후발 사학을 부추겨 생소한 대학이 많다. 마치 우후죽순 처럼 생긴 그 많은 대학에서 석학이 얼마나 된다고 실력있는 교수를 초빙하겠는가, 난 그같은 대학도 안 나왔지만 그런 대학과 그런 교수 밑에서 배울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대학이 지금 같은 개념으로 더 보호되는 것은 국력 소모다. 구조조정에 의한 개편이 필요하다. 대학 다운 대학만이 남아, 대학생 다운 대학생만 배출시켜야 된다. 외국의 대학에 문호를 개방, 국내 대학 역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우물 안에서 벗어난다.한나라당이 모처럼 집권여당 구실을 한다고 등록금 반값 시책을 들고나서 당내는 물론이고 청와대며 정부하고도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같은 충돌은 좋다. 재원 대책도 없이 포퓰리즘에 치우친다는 비난도 있지만, 아무튼 등록금을 문제삼는 것은 올바른 진맥이다. 그렇다고 어떤 가시적 성과가 당장 있을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어느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만약 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학에 예산을 퍼주는 식으로 추진되면 최악의 세금낭비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대학 같지 않은 대학에 반값 등록금 보상으로 국민의 세금을 퍼주어서는 안된다는 말은 맞다. 이런점은 있다. 구조조정 대상의 대학은 없애도, 그 대학 재학생의 기득권은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대학 안나와도 대접받는 사회를대학 자체의 노력을 촉구하는 인센티브 부여도 한 방법이다. 그 교수는 대학들이 기부금이나 산학협력을 통해 등록금 대체방법을 찾는 등 자구책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미국은 대학교육에 쓰는 예산 중 학자금 대출 등으로 직접 지원하는 비율이 21.5%이고 노르웨이는 43.8%다. 우리나란 10%도 안 된다. OECD 국가의 평균 비율은 19.5%다.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천정부지의 등록금 앙등은 수술이 불가피한 사회적 등창과 같은 환부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 또한 있다. 학력(學歷) 인플레를 조장, 대학장사를 시키는 장본인이 바로 우리들이다. 대학을 안나와도 실력에 따라 대접하고, 예컨대 며느리 사위로도 반기는 사회적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임양은 본사 주필

‘칸’ 사건의 저변

프랑스 사람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대한 미 당국의 성폭행 미수 등 혐의의 사법 절차엔 반 양키(反 Yankee) 정서가 깔린 것 같다. 뉴욕 경찰이 그를 법원으로 호송하는 과정에 몸 뒤로 수갑을 채운 것이나, 잡범들 속에서 카메라 공세를 받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법정 면모는 평소의 그가 아니다. 풀죽은 성추행범 그대로다.IMF는 일찍이 환란을 겪은 적이 있어 생소하지 않다. 이런 국제금융기관의 수장이 당하는 재판 과정은 가히 수모다. 물론 미국 경찰은 연방의회 의원도 불법 시위 등엔 수갑을 채운다. 문제는 칸의 법정 모습까지 드러난 사진 공개의 허용이 인권에 부합되느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가 분개하고 있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수갑 찬 충격적 이미지 제하의 기사에서 이를 비난한 각계의 목소릴 실었다. 사회당은 매우 모욕적인 일이라 했고 야만적 폭력 용인할 수 없는 잔인한 행위라는 말이 또한 정치권에서 나왔다.양키는 미국을 깔보는 서구인들 자만심이다. 특히 프랑스가 영국보다 더한다. 원래는 미국 동북부 대서양 연안 뉴햄프셔 등 6개 주의 뉴잉글랜드 원주민이 양키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로 건너간 영국 이주민들이 원주민인 양키를 몰아내고, 식민지를 개척한 것이 미국 독립전쟁의 발원지가 됐다. 남북전쟁 땐 남군이 북군을 조롱하는 말로 썼다.IMF 총재가 파렴치범그러나 지금은 양키란 말을 역설적으로 받아들여 일부러 쓰기도 한다. 예컨대 프로야구 뉴욕양키스 팀이나 양키스타디움 등이다. 뉴욕 자유금융시장엔 유로달러시장에 대응한 양키달러시장이 있다.비록 이렇긴 해도 양키란 말이 미국인에 대한 원초적 비칭인 덴 변함이 없다. 어원은 여러 설이 있어 확인키 어렵다. 아마 뉴잉글랜드에서 쫓겨난 원주민처럼 멍청한 사람이란 의미로 짐작된다. 그러니까 속된 말로 골 빈 사람, 머릿속에 든 것은 없이 폼만 잡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 실제로 말쑥한 양복 차림에 사사건건 잘난 체하는 짓을 두고 양키 스타일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면 추잉껌 씹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기질을 가리켜 양키이즘이라고도 한다. 프랑크왕국으로 프랑스 역사가 시작된 것이 5세기다. 이토록 장구한 프랑스가 보는 미국은 겨우 200년이 좀 넘는 풋내기일 뿐만이 아니라 전통문화가 없는 상것들인 것이다. 프랑스가 자유사상과 계몽주의 신문화를 꽃피울 적에 미국은 총잡이가 설쳐대는 황무지였다. 유서 깊은 문화적 정서를 지닌 프랑스 사람들 눈으로는 오늘의 초강대국 미국은 마치 졸부로 보이는 것이다. 칸 총재의 혐의 내용에서 피해자인 객실 담당 청소원은 30대 흑인여성이다. 그녀가 빈방으로 알고 들어갔을 적에 그는 공교롭게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오던 참의 알몸이었다. 알몸만 아니었어도, 예의 그런 버릇이 발동 안 됐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객실 마루에서 침실로 침실에서 다시 객실 마루로 끌려다니다 탈출하기까지의 칸의 행위는 몹시 집요했고 거칠었다.그러나 변호사 측 주장은 다르다. 바로 그 시각에 칸은 딸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로 생각된다. 객실 담당 여종업원이 거짓말 아니면 과장을 했거나, 칸은 딸과 점심을 안 했거나 했다면 점심 직후에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진실은 더 두고 볼 일이다. 반 양키 정서의 앙갚음도미국 법원은 칸 총재가 보석금으로 무려 100만달러를 건 보석 신청에도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거절했다. 하루 방값이 3천달러짜리인 방에서 자다가 구치소 독방 신세가 됐다. 파리행 비행기 1등석에서 이륙 10분 전에 체포된 비행기를 또 언제 타게 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 또한 미국인을 내심 양키시했던 프랑스 사람이다. 뿌리가 일천한 양키문화는 부인될 수 없는 미국사회의 열등 의식이다. 이의 앙갚음이 반 양키 정서다. 물론 이에 티를 낼 순 없다. 굳이 프랑스인들의 분노가 아니어도, 칸이 그 같은 미국사회의 정서적 보복을 당하는 느낌이 든다. 혐의에 대해선 엄벌해 마땅하다. 이런데도 염려되는 것은 장차 이 같은 문화적 격차가 지구촌 공동체 균열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래학이 내다보는 충돌 현상의 주요 대목이다. 임양은 칼럼

김문수의 길

박근혜, 이재오, 정몽준, 오세훈 등이 모두 나와서 당을 구해야 한다. 다 나오면 나도 나가겠다. 모두가 한번 해보자고 하면 당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조선일보 기자가 인터뷰한 지난 10일자 보도다. 오는 7월 전당대회를 두고 한 소리다. 당대표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는 분리규정의 당헌을 어떻게 하고, 대선 주자군 구당 역할론을 당대표 출마와 결부시키는진 모르겠다.아무튼 그 같은 흥행은 427 재보선 완패의 만회책이다. 하지만 성공은 미지수다. 감동을 주는 흥행이 아니고 오히려 흙탕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주목되는 것은 자신을 대선 주자군에 포함시킨 사실이다. 대선 출마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이 인터뷰 시기와 별로 머잖은 지난 6일이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어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같이 말했다. 요점은 인터뷰에는 자신을 대선 주자군에 노골적으로 포함시키면서, 의회 답변에선 한자릴 깔고 왜 간접 표현을 했느냐는 것이다.대권가도, 지사직 사퇴 시기지난달 19일은 내년에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역만리 미국에서다. 뉴욕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같이 밝혔다. 경기도지사가 자기 처신을 지역사회의 지역주민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엉뚱한, 나라 밖 미국 땅에서 밝힌 게 그리 유쾌한 일은 못된다. 그랬으면 도의회서 질문받은 데 대한 답변은 진솔한 입장을 밝히는 좋은 타이밍이다. 한데도, 예의 우회적 둔사로 얼버무리고 인터뷰에선 나도 나가겠다(대선 주자다)고 한 것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범절이 아니다. 관심사는 그럼, 도지사 자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짐작건대 그 역시 지사직 처리에 작심을 못해 공식 표명을 못하고 있는 듯싶다. 하지만 무작정 끌 수는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자군이지만 김문수 도지사처럼 유별나진 않다. 사흘이 멀다 하고 대선 얘기가 나오는 경기도지사가 과연 도지사 일에 얼마나 충실할 것인진 의문이다. 도의회 답변에서 도정을 소홀하게 한다든지 (생략)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직무 소홀을 부인했지만 믿기 어렵다.차라리 내 뜻이 이러니까 도지사 자리는 적절한 시기에 사퇴하겠다며 당내 경선에 전념하는 것이 떳떳하다. 그는 경기도지사 재선된 지 1년도 안 됐는데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하면 얼마나 가볍게 느끼겠나. 그래서 고민스럽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어차피 본인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재출마했던 것이고 찍은 사람들 역시 짐작지 못하고 표를 준 것은 아니다. 가령, 당내 경선에서 다른 누가 후보가 되면 다시 돌아올 요량으로 도지사 자릴 유지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럴 사람으로는 믿지 않는다. 우파 가치, 당당한 보수 정객김문수 지사는 당당하다. 예를 든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우파에 두고 우파의 가치를 정정당당하게 말하는 정치인이 보수진영에서도 그 말고는 없다. 대한민국의 적대 세력이 누구인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성장시킨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실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세우는 것이 극우라면, 난 극우를 택하겠다. 가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없이 무조건 중간이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은 보도된 한 대목이다. 이처럼 통렬하게 우파의 가치를 설파하는 정치인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 더욱 그는 좌경향 민중운동을 했던 사람이다.바로 이 점이다. 좌파도 잘못된 좌편향이 날뛰는 시대다. 이런 시류에 조금도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소신 있게 밝힌 것처럼, 대권 도전의 공식 표명 역시 좌고우면 않고 천명하는 것이 그다운 처신인 것이다. 도지사직 사퇴 시기 표명 또한 해답이 이 속에 있다.이성적인 것이 비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 이성적이다는 이성의 능력을 비판한 순수이성비판에 있는 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금 이 말의 뜻이 뭣인지 잘 되새김해 봐야 할 시기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괜찮은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 임양은 본사 주필

비틀댄 지방자치 20년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기 이전의 얘기는 접어둔다. 다만 경기도의회로 말하면 1952년 제1공화국 당시 초대가 시작돼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된 것이 3대 의회다. 1972년 4 공화국 옛 유신헌법은 지방자치 조문만 두고 실시는 통일이 될 때까지 유보한다고도 했다.1988년 4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제4대 경기도의회와 시군의회의원 양대선거의 지방자치가 실시된 게 1991 년이다. 명실공히 도지사 및 시장군수를 포함한 4대 지방선거가 시작된 것은 4년 뒤인 1995년이지만, 1991년을 기점으로 통칭 올해를 지방자치 부활 20년으로 꼽는다. 전에 읍면의회에서 읍면장까지 뽑은 중단된 지방자치 10 년을 합하면 30년 연륜이다.한데, 실익이 없다. 물론 그동안 유능한 지자체장, 쓸만한 지방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막대한 지방자치비 부담에 비하면 대체로 대차대조표의 자치실익이 미약하다. 더욱이 78대 도의원을 비롯한 시군의원들에겐 상당한 급여가 지급된다. 경기도의원 연봉은 자그만치 6 천만원이 넘는다.지방선거 한번 치룰려면 주민세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엔 1천16억7천여만원을 썼다. 지역주민이 봉급을 부담하는 지방선거직을 선거비용까지 써가며 뽑는 민선자치 효과가 도대체 관선자치 때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지방재정의 낭비 요인이 많다. 민선자치에 지역 여론 수렴을 말한다면 이 또한 관선자치 시절에도 없었던 소린 아니다.주민세금 축낸 효과 의문잘못은 제도에 기인된다. 현행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청부업이 대부분이다. 참다운 지방자치는 찾기가 힘들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상 각기 독립된 법인이다. 이런 지자체가 중앙의 하청업자로 전락했다.만약 언젠가 개헌을 하게되면 지방자치 조항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 과거의 개헌 논의는 언제나 대통령 임기, 권력구조 개편 위주일 뿐 지방자치에 관심을 둔 적은 한번도 없다. 그동안 헌법을 8차나 고쳤다. 한데도 지방자치 조항은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그대로인 단 두 조문이다. 자치권, 자치단체의 종류(117조) 자치 단체의 조직 운영(118조)이다. 모두 합쳐야 150자도 안되는 두 조문으로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기할 헌법상 장치가 빈약할 수 밖에 없다.지방자치는 지방분권을 전제하는 데도 역대 중앙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간혹 지방에 이양한다는 권한을 보면 뒤치닥거리 검불 뿐, 실속은 여전히 거머쥐고 있다. 특히 국내 중앙집권 모델엔 문제가 있어 일제의 악성이 잔존한다. 식민지 통치의 효율화를 기한 것이 일제 조선총독부의 중앙집권형이다. 이 틀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엔 그같은 중앙집권을 원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민주화 구가시대다.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런 지방자치를 홀대하는 민주주의는 인식에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지방자치는 차별이다. 획일화 된 기계식 지방자치는 지방자치가 아니다. 경쟁력에 따라 천차만별화 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책임이다. 가령 지자체 공무원 봉급 또한 지자체 살림에 맞춰 더 많이 주기도 하고 더 적게도 주고, 살림살일 잘못 살면 파산도 되고 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흥미다. 지방자치에 지역주민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관심의 동기다. 지방자치의 성공 요인이 이에 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재량권 확대다.이젠 제대로 뿌리 내려야그렇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재량권 강화가 요체다. 식품위생법 상의 식당영업 허가를 예로 들겠다. 산간야촌해안 등 지역에 따라 조건이 다를 수 있는 것을 현행 법률은 모든 조건을 획일화 하고 있다. 이러지 말고 법률은 기본 요건만 간단히 정하고 세부 내용은 지역 사정에 따라 만드는 조례에 위임하는 것이 생활자치다. 지자체마다 갖는 이같은 생활자치의 품질경쟁이 곧 지방자치의 차별이며 책임이며 흥미를 갖는 참여자치가 되는 것이다.물론 어느날 갑자기 일시에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어렵다. 단계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문젠 이런 조짐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다. 요컨데 지방자치를 하려면 지방자치 답게 하고, 지방재정만 축내는 어설픈 지방자치일 것 같으면 때려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지방자치를 그만둘 순 없다. 그렇다면 지방의 자구 노력과 함께 중앙의 잘못된 인식을 일깨우는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된다. 임양은 본사 주필

손학규 누군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 그의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은 이적이다. 한나라당 텃밭에 들어가 박힌돌을 빼냈다. 사지에서 살아났다. 분당을 출마는 민주당내 비주류의 꼬드김 때문이다. 떨어질 게 뻔한 나무에 올라가라는 부정적 꼬드김을, 그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정면돌파 한 것이 이번의 출마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의 개선은 배수진의 선물이다. 분당을 선거에 운명을 걸겠다는 막판 선언이 배수진이다. 진짜 시골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는 것은 측근의 말이다. 민주당은 잔뜩 고무됐다. 하지만 손대표의 당선을 승리의 축배로 알기보단, 자신의 고배로 알고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한나라당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실패는 아깝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당내 사정은 그의 실패에 내심 축배를 드는 사람 또한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격동의 회오리 바람이 한차례 일 것이다. 분당을에서 부활하다그러나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가 더 굳어졌다. 이젠 정세균 전 대표도 정동영 의원도 더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됐다.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 항로를 향해 당을 정비하는 일만 남았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인지는 물론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점이다.선거운동 기간 동안 많은 외지사람들이 잇달아 그의 선거사무실을 찾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경기도지사를 마치고 나선 100일 민생탐험 장정등으로 당시에 접촉했던 민초들이다. 예컨대 수해 현장에서 삽질을 하고 탄광 막장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뙤약볕에서 쟁기질을 해본 정치인은 그 말고는 없다. 이도 사진만 찍고 마는 게 아니다. 민중과 더불어 진종일 계속하기가 예사였다. 2009년 1028 재보선 때다. 수원시장안구에서 무명에 가까운 이찬열 민주당 후보가 쟁쟁한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백의종군한 손학규의 선거운동 덕이다. 이때 손학규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만석공원에 나왔다. 아침 산책을 나온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유권자보다 일찍 나와 기다린 것이다. 그는 빈 공원의 벤치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당에 이찬열을 당선시켜 보이고 나서, 다시 춘천에 칩거하더니 어느날 나와 당대표 도전에 성공한 데 이어 분당대첩까지 이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가리켜 좌파라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듣겐 됐다. 그렇긴 해도 그가 좌파라면 믿어도 되는 좌파란 사람도 많다. 그의 당선은 당보다 인물에 대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에 강재섭 후보의 고배는 인물보다 당에 대한 실망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타성에 젖은 구곽을 깨고 새싹을 틔워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무사안인은 더 이상 국가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개혁 성향이라는 진보주의자들 역시 안일에 도취된 신기득권층이 돼 버렸다. 포지티브 정치 병행을인간 손학규의 취미는 용접이다. 구로공단 위장취업 시절에 기술을 익혔던 기능공이다. 남의 생업분야인 용접을 취미라고 한다면 어폐가 있을지 몰라도,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쇠붙이끼리 잇는 용접은 합성에 묘한 쾌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그의 정치적 과제는 네거티브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포지티브 정치도 병행할 줄 알아야 포용력을 갖는다. 네거티브 정치가 분해 정치라면 포지티브 정치는 용접정치라 할 것이다. 분당생환으로 끝날 것 같으면 몰라도, 더 큰 생각이 있다면 포지티브정치를 명심해야 한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경쟁보다는 포용이다. 정치인 손학규 앞의 유일한 야권 경쟁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임양은 본사주필

다문화시대 곧 온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통령 입후보자는 당선이 어렵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해야 된다. 국방부가 이번 개정한 장교 임관식 선서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방부는 민족을 위한다란 선서 내용을 국민을 위한다라고 바꿨다. 시대의 조류다.민족지상주의의 폐쇄사회는 세계화시대에 뒤떨어진다. 세계는 지금 닫힌 민족 개념의 시대가 아니다. 열린 국민 개념의 시대다. 단일문화가 아닌 다문화로 가고 있다. 단일민족이 더는 자랑이 아니다. 한무제(漢武帝)가 황해도 등지에 한사군을 두었으며 거란이나 말갈족이 귀화하여 사성(賜姓)을 받기도 하고, 중국의 당송명나라 귀족이 한반도로 망명해와 우리 성씨의 시조가 되기도 했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몽고항쟁 등 오랜 전란 또한 겪었다. 이래서 단일민족이라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어쨌든 그동안 단일민족이라고 해왔다.도내 다문화가정 전국의 27%한데, 이젠 진짜 단일민족이 아니다. 귀화 및 결혼이주여성이 도내에 4만9천850여명이다. 전국의 18만1천100여명 중 27.4%다. 경기도에 다문화가정이 가장 많다. 도내 다문화가정은 2006년만 해도 1만8천420여명이었다. 불과 5년 사이에 170%나 늘었다.내년 12월19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날이다. 첫머리에서 말한 대로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않고 민족을 위한다는 대통령 입후보자는 다문화가정의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만도 아니다. 국외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 대통령 선거엔 해외국민도 투표한다. 해외국민 가운데도 또한 다문화가정이 많다. 민족이라고 하면 이질감을 갖고 국민이라고 해야 동질감을 갖는 연유다. 해외국민 550만여명 중 유권자는 약 150만명일 것으로 당국은 추산한다. 대통령 선거가 20만~30만표 차이로 당락이 판가름나기도 해, 무시될 수 없는 절대적 대상인 것이 해외국민 유권자다.다문화가정은 지금도 많지만 해가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출신국 수 또한 많다. 경기도에 의하면 70여개국에서 왔다. 많긴 하나, 놀랄 일은 아니다. 통일부 통일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해외국민이 나가 사는 나라는 140여개국이다. 가히 5대양 6대륙에서 와서 살고 또 나가 산다. 다문화가정만이 아니다. 다문화사회가 곧 닥친다. 도내 다문화가정 자녀 수가 근 3만명인 2만9천900여명이다. 아마 전국적으로는 5만명에 육박할 것이다. 이들 중엔 중학생들이 많다. 앞으로 10~15년 뒤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사회생활이 본격화된다. 사회 각계의 활약이 보편화되는 것이다. 어느 유명 여배우는 옛날에 딸이 흑인을 사윗감으로 선보여 결혼은 시켰지만 처음엔 충격을 받았노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딸은 유학 간 미국에서 신랑감을 데려왔다. 하지만 이젠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곧 생긴다. 다문화의 보편화, 즉 다문화사회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예컨대 다문화가정 자녀를 며느리 삼고 사위 삼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서로 좋다면, 부모 또한 제3자다. 머지않아 이런 때가 온다. 민족 개념보다 국민의 시대더불어 산다. 영국의 앵글로색슨은 어느 민족 못지않게 배타적이었다. 그런 영국에서 지금은 많은 이민족이 함께 산다. 지구촌이 이렇게 돌아간다. 우리의 다문화는 많이 늦은 편이다. 과도기다. 사회적 관심을 갖는 것은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의 다문화 이주여성을 위한 초청 행사, 새마을운동단체의 반찬 만들기, 주부교실의 김장 담그기 체험 등은 그 같은 사례다. 우리에게 민족의 개념은 친일 청산까지다. 나라가 없었던 시절, 반민족 행위가 친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하나 민족을 내세워 더 얻을 것은 없다. 지구상의 분쟁은 민족 우월의 사고 방식이 부른 갈등이다. 국민의 시대다. 세계적 인종시장이 미국이다. 없는 민족이 없다. 이런 미국이 초강대국인 것은 여러 인종을 하나의 고리로 엮은 국민이란 이름 때문이다.우매한 자는 모자를 눌러쓰며 보고, 현명한 자는 모자를 벗어들고 본다는 것은 중국 속담이다. 다문화는 조만간 사회생활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에 모자를 눌러쓰고 부정적으로 보는 우매함보단, 모자를 벗고 보는 긍정적 시각이 행복을 가져온다. 국민이란 이름은 그만큼 위대하고, 국가의 소임은 그토록 막중하다. 본사 주필

빚 투성이 나라

서민경제가 여전히 어렵다. 불황의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라는 온통 빚 투성이다. 중앙재정도 지방재정도 적자다. 공기업은 빚더미 위에 앉았다. 가계빚 증가율 역시 가파르다. 2010년말 기준 가계부채가 937조1천억원이다. 전년도보다 8.9% 늘었다. 금리를 5% 잡아도 연간 이자 부담만도 42조원을 넘는다. 집 사면서 은행빚을 안진 예는 거의 없다. 이런 담보대출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금융불안 유발의 잠재 도화선이다.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한다는 조치가 말썽많은 취득세 감면이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주택거래는 투기대상이어도, 반대로 외면대상이어도 문제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서민들은 시장에 집이 없어 집을 못사는 게 아니고,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뉴타운은 포퓰리즘이다. 이의 실패를 부동산 침체의 수익성 추락, 보금자리주택의 수요 잠식, 지자체장 교체 혼선 등으로 꼽긴 한다. 하지만 근본 요인은 가진자와 없는자의 갈등으로 집약된다. 여유있는 유산계층은 헌집을 뜯어 새집을 더 크게 짓는 투자가 즐겁지만, 여유없는 무산계층은 당장 살기가 마뜩찮은 현실이 서글프다. 진솔해야 감동준다어느지역 동네 골목이나 재래시장 할 것없이 자영업 상인들에게 물어보라,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 들이다. 한데도 MB 정부는 딴청 별곡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고 주가는 연일 최고치며, 외환보유고 또한 사상최대이고 수출은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지표가 서민경제와 무관한 것은 고용이 없는 성장과 마찬가지로 한국경제의 괴질이다. 서민들은 살기가 힘든 데 높은 사람들은 경제가 자꾸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정말 좋아진 것일까, 경제불안 요인이긴 가계부채와 더불어 공기업부채나 국가부채 또한 다를바 없다. 2010년말 기준 공기업부채는 소문난 LH를 비롯해 도합 254조6천900억원이다. 이 중엔 순수 금융부채가 90조7천억원 규모다. 국가부채는 역시 같은해 말 기준으로 367조1천억원이다. 정부의 한 해 예산보다 훨씬 많다. 2002년의 99조8천억원에 비해 물경 267.8%나 늘었다. 가계부채는 물론 국민이 갚지만 국가부채나 공기업부채도 결국은 국민의 몫이다. 생산성채무가 아니다. 빚을 내어 이자를 갚는 악성채무가 태반이다. 이솝 우화다. 쥐들이 모여 고양이 대처법을 의논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그 무서운 고양이의 목에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엔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국가부채나 공기업부채를 놔두면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이 미친다. 재정의 건전성 강화가 시급한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린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이런 무대응 문제점 속에 살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간다. 어느 누군 이렇게 진단했다.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아 박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서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비제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등 불균형을 예로 들었다. 서민경제 나아져야물론 이같은 구조적 불균형이 이 정부들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며 공기업채무, 가계채무 역시 증가율은 많아도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국민사회가 피로감을 갖는 것은, 비유컨대 현금서비스 빼온 가장이 가족들에게 돈자랑 하듯이 솔직하지 않은 데 있다. 진솔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를 감동시킬 수 없다. 중산층, 즉 서민경제엔 경제지표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계비 지수다. 국가 경영의 시발점이면서 또한 종착점이 서민경제다. 서민경제가 나아져야 이 빚, 저 빚도 갚아 나간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길이 서민경제의 향상에 있다. 다른 왕도는 없다. 노력의 대가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잘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국가사회가 이룩되는 게 요체다. 본사 주필

신정아 ‘신드롬’

동국대 전 교수 신정아 사건의 핵심은 학력 위조와 가짜 박사다. 스캔들은 독신녀인 그녀보다 (당시의) 전직 고위 공직자 책임으로 돌아간 도덕성 문제다. 2007년의 일이다. 세인은 잊고 살았다. 당장 살기가 바빠 그런 일엔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수인 생활을 마친 그녀가 사건을 두고 무슨 책을 펴냈다고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좀 맹랑한 생각이 든다. 가짜 인생의 핵심보다, 스캔들에 책의 무게가 실렸다는 것 같다. 즉 스캔들의 상품화다. 헤타이라(hetaira)는 아테네 사교계의 유녀다. 그렇다고 몸을 판 것은 아니다. 매춘부는 따로 있었다. 남성 중심의 고급사회 주연 등에서 시중들며 흥을 돋우는 것이 헤타이라로 재색을 겸비했다. 고급사회 남성들과 걸맞는 대화 파트너가 되어야 하므로 용모 뿐만이 아니라, 위트와 유머가 풍부한 지적수준 또한 갖춰야 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예 출신이다. 그러나 차츰 영향력을 가져 권세가들을 매혹시키는 일이 많았다. 아테네의 최대 정치가 페리클레스(B.C 495~429)는 아스파시아란 헤타이라에 빠져 정실 부인을 쫓아내고 후처로 들여 앉혔다.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의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에 개입하기도 했다. 빗나간 사건 핵심남자가 한 여성에게 빠지면 이성을 잃기 쉽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성을 잃어도 제대로 빠진 관계일 것 같으면 탈이 없다. 잘못된 관계일 적에 탈이 난다.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일겉는다. 양귀비에 빠진 당나라 황제 현종이 한 말이다. 이 바람에 양씨 일가는 승상 등을 지내며 막강한 세도를 휘둘렀다. 양귀비가 어느날 궁녀들을 데리고 황궁 연못가에서 탐스럽게 피어있는 수중 연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를 멀리서 보게된 현종은 주변 환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떠냐, 연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도 해어화(양귀비)의 아름다움엔 미치지 못하리로다 그러나 현종은 해어화로 인한 안록산의 난을 맞아 황위를 결국 태자에게 양위해야 했다. 해어화의 유래가 잘된 관계가 아닌, 잘못된 관계에서 나온 것은 태생적 불행이다. 문화일보가 신정아에게 되게 혼났다. 스캔들이 한창일 적에 어디서 구했는지 누드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가 정신적 위자료를 요구한 손배소를 당해 조정금액 8천만원으로 간신히 마무리 지었다. 공연한 사실(사진)을 적시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겠지만, 사진 한장 싣고는 거금을 물어준 셈이다.모니카 르윈스키는 백악관의 일개 사환이었다.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노출되고 나서다. 1997년의 일이다. 그후 수기를 펴내어 돈도 벌었다. 헤타이라나 해어화나 르윈스키 수기는 스캔들의 상품화다. 르윈스키도 어느덧 서른일곱살이다. 이런 그녀가 환갑넘은 클린턴을 여전히 사랑한다했다고, 지난 3월10일자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이 전했다. 자신은 세컨드로 남아 있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여전한 상품화다. 이제는 잊어야 할 일신정아씨가 책을 펴낸 것은 그의 자유다. 내용 또한 임의에 속한다. 그대신 자유롭지 못한 것도 있다. 이 책으로 모든 것을 털어내고 싶었다지만, 더 화제에 올리고 싶어 책을 썼다는 세간의 평판이 없지 않다. 사회에 말썽을 일으켰으면 자숙해야 할 사람이, 무슨 좋은 일이라고 더 벌이냐는 비판은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흥밋거리는 될 지 몰라도, 공익의 화젯거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형사책임을 이미 이행했다. 돌을 더 던질 이유는 없다. 스캔들의 상품화일지라도 관심 유무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이같은 사건의 사회적 물의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학력 위조나 스캔들 어느쪽이든 조만간 잊혀질 것이다. 남의 신변잡기에 매달릴 만큼 한가한 세상이 아니다.임양은 칼럼

들어도 잘 모른 ‘원전소식’

서울 노량진수산물시장, 방사능 점검에 나선 서울시청 직원이 가게마다 돌아가며 즐비한 생선 위를 측정기로 훑곤 한다. 국내에 날아든 방사능 물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1년동안 노출돼도 허용치의 3만분의 1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산시장은 썰렁하다. 일본산 생태, 갈치, 고등어는 아예 팔리지 않고 국산 매출도 여느 때 비해 절반도 안된다는 상인들 비명이다. 수산물도매시장이 이러니 이를 식자재 삼는 음식점 역시 다를바 없다.일본의 지진 해일이 가져온 피해가 크다. 해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망가져 연일 핵과의 전쟁을 벌인지가 벌써 2주가 넘는다. 불안은 먹거리에 국한하지 않는다. 봄철에 잦은 비를 맞아도 괜찮은지 걱정이다. 괜찮다고 하지만 왠지 찝찝하다는 사람이 적지않다. 악화된 후쿠시마 원전 소식이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국내 언론 또한 이슈다. 도쿄에선 수돗물 불신으로 생수가 동이 났다. 이런 가운데 연료봉이 녹으면서 나오는 플루토늄까지 검출됐다. 플루토늄은 그 자체가 핵이다. 후쿠시마서 40km 떨어진 잡초에서 역대 최고치인 kg 당 287만 베크릴의 세슘이 검출되는 등 확산된 방사능 오염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다.피해의 실상과 허상일본이 전쟁 목적의 핵 무기에 의해 재앙을 당한지 66년만에 이번엔 평화이용의 핵 연료로 재앙을 겪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을 종말지은 것이 미국의 일본 본토 원폭 투하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같은 달 11일 나가사키 원폭은 모두 3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 가운데 숨진 우리동포 또한 수만명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처럼 버섯구름은 피지않아 당장 떼죽음 당한 것은 아니어도, 자신도 모르게 피폭된 오염자가 훗날 떼거리로 후유증에 의해 죽거나 만성적 시달림을 당할 수 있다.후쿠시마 원전 누출 방사능은 일본 열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확산됐다. 그렇긴해도 우리가 걱정되는 것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 나라다. 이젠 방사능 공포까지 끼치고 있다.이에 주요한 것은 우린 얼마나 안전하냐는 것이다. 편서풍이 불어 날아오지 않을 것이라던 방사능이 북태평양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유입됐다. 이도 지난 23일 검출된 것을 나흘이 지난 27일에야 공개했다. 국민사회가 괜찮다는 말을 잘 믿지 못하는 이유다. 노량진수산시장 생선이 잘 안팔린 연유도 이에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한다. 여기엔 언론의 책임도 있다. 예를 든다. 전면 노심용해 가능성, 냉각수 채우며 핵연료 추가파손 막는 중 이런 기사를 알아들을 독자가 얼마나 될까, 전문용어는 어쩔 수 없을 지라도 무슨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미니해설 쯤은 있어야 할 터인데 볼 수가 없다. 당국의 발표에 나오는 요오드니 세슘이니 하는 방사성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방사성 수치 역시 일반사람은 실감하지 못한다. 예컨대 병원에서 일상화하는 방사선 촬영 수치와 비교하면 알기 쉬운데 이런 친절은 보이지 않는다.방심도 과민도 금물이틈을 노려 헤집고 나오는 것이 잡소리다. 동풍이 불면 방사성 물질이 직방으로 들어온다는 등 선동적 잡소리로 불안감을 고조시킨 족속이 있다. 심지어는 국내 원전에 사고가 나면 어떻다는 등 가상 피해를 들어 사회교란을 획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고예방을 촉구하는 것과 가상 피해로 민심을 자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이른바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자칭 반핵운동가들이 이렇다. 주장은 자유다.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것까진 좋다. 문제는 방법이다. 반핵을 말하면서 북의 핵 무장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이들이다. 결론은 명백하다.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국내 파급을 여러 경로로 주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또한 이의 정보를 신속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국민사회는 이를 믿어야 한다. 이래야 썰렁한 수산물시장의 국산 매출이 활기를 띠게 된다. 본사 주필

孫·柳의 ‘동상이몽’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동상이몽이 주목된다. 이들에겐 오는 427 재보선이 각별한 연유가 있다. 여권은 그냥 재보선이지만 야권은 내년 4월11일 갖는 제19대 총선의 시금석이며, 12월19일 치르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다. 427 재보선 가운데도 특히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두 대표의 단일화 샅바 싸움 또한 내년 대선의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오월동주다. 손 대표는 자당공천의 김해을 단일화를 위해 텃밭인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을 내지 않기로 했으나 유 대표는 시큰둥하다. 민주당에 그 같은 무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순천 선거구에 상관없이 자당 후보의 김해을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해에 이처럼 서로 목매는 것은 친노의 세 규합을 위해서다. 두 대표는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손 대표를 찾은 자리에서 서로 끌어안고 우리는 하나다라며 정권 교체를 위한 서로의 역할을 다짐했다. 이의 역할에 손 대표는 합당을 말했으나 유 대표는 연대를 말하면서 여전히 자당 후보의 김해을 단일화를 주장했다. 김해 보선에 거는 운명앞으로 김해을의 야권 단일화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년 대선에서 과연 야권 단일화 연대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손 대표는 이에 마음을 두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곤 하면서, 유 대표에게 성심을 다하는 친노 정서를 쏟아 왔다. 그러나 친노도 분화돼 여러 갈래다. 민주당 내의 친노 그룹은 손학규, 정세균 등 지지파가 있고 민주당 밖에선 이해찬과 한명숙이 이끄는 시민주권모임 그리고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등이다. 이토록 얽히고설킨 가운데 손유 두 대표가 각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대선후보 공천을 받는다 해도 진보진영 야권은 두 당만이 있는 게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있고 진보신당 등도 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뒀을 때다. 개헌으로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뀌었을 적이다. 군부정권에서 민주화를 이끈 김영삼김대중 민추협 공동의장의 단일화가 국민적 관심사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단일화가 된다 말했다. 단일화에 경선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두 사람 모두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결과는 노태우에게 어부지리를 줘 두 사람 다 떨어졌다. 주요한 것은 두 사람이 무엇을 믿고 국민에게 단일화 가능성을 장담했냐는 것이다. 그 답은 이타(利他)가 아니고 이기(利己)에 있다. 즉 자신은 양보하지 않고 상대가 물러서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이솝우화가 있다. 돼지 열 마리가 강을 건너고 나서 무사히 다 건넜는가 싶어 저마다 헤아려 봐도 아홉마리밖에 안 되더라는 것이다. 자신은 빼놓고 헤아렸기 때문이다. 단일화엔 상대가 있다. 돼지산수식 셈이 되어선 불가한 것이 단일화다.정치권의 단일화 실패는 계구우후(鷄口牛後), 즉 쇠꼬리보단 닭대가리를 쫓는 고질적 생리 탓이다. 일찍이 보수진영에서 성사되지 못했던 단일화가 내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라고 성사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역시 계구우후의 병리 때문이다. 범야권 연대를 통한 승리로 개혁적 국정을 창출한다는 것은 진보세력 단일화를 입에 담는 사람마다 하는 소리다. 하지만 단일화를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자기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생각들이다. 내년 대선 단일화 향방그렇다고 진보세력의 범야권 단일화가 의문시되는 게 쌤통이라는 것은 아니다. 보수진보, 진보보수 어느 한쪽에서라도 단일화가 돼야 다른 쪽에서도 단일화 성사가 가능해진다. 다당제는 독재정치의 어용물이다. 참다운 민주정치 체제는 양대 정당이 이상적이다. 범보수범진보, 범진보범보수의 양대 정당이 병립돼야 정치발전 또한 촉진된다. 야권 단일화를 어렵게 전망하면서도 손유의 두 대표 행보를 눈여겨 보는 이유가 이에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야권 단일화가 불발돼도, 보수진영이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보수세력 역시 단일화가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요한 것은 이념정치가 아닌 민생정치가 정답이란 사실이다.임양은 주필

장자연, 그만 괴롭혀라

문제의 장자연씨 편지라는 게 가짜로 밝혀졌다. 이미 2년전 결말이 난 일이 호사가들 입에서 다시 회자된 것은, 지난 6일 SBS 방송이 그녀가 31명을 100번도 넘게 성접대 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자필 편지 50여통을 단독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가고 나서다. 그러나 이 편지 필적 감정 결과 장씨의 필적이 아니라는 게 재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발표다. 가짜 편지의 장본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고인과 동갑내기 친구로 지냈다는 사람인 데, 실은 고인과 지역 및 학교 등 성장 배경이 판이하여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친구를 자칭한 사람은 정신장애 증세 등으로 수감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광주교도소의 장기수 전모씨다. 결국 정신장애자에게 놀아난 셈이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전씨와 장씨는 전혀 만날 수 없는 인생항로였고(중략), 전씨는 편집증적 망상장애로 독방을 쓰며 교도소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문제수들이 조작한 편지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란 건 연합뉴스가 전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의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중략) 착각할 수 있고 200쪽(전씨가 쓴 50통은 모두 231쪽이다)이 넘는 편지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짜에 당한 잡소리경찰이 전씨의 감방을 압수 수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 감정을 의뢰한 편지는 그 중 23통이다. 친필 주장 편지의 필적과 고인의 실체 필적이 겉보기엔 유사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획을 긋는 방식과 필압 등이 다르다는 게 감정 내용이다. 예컨대 ㅃ 같으면 가짠 세로선을 먼저 긋고 가로 가운데 가로선을 그은 데 비해 진본은 세로선을 마지막에 그은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친필 주장 편지는 필압이 강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데, 이는 위조된 필적에서 자주 발생되는 필적이다 양후열 국과수 문서과장의 설명이다. 친필 주장의 SBS 보도는 충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좀 미안한 예를 들겠다. 창녀더러 간밤 횟수를 물어도 화를 낼것이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고인은 연예인 규수다. 생각해보자, 31명에게 100번이상 성접대했다는 기록을 자신이 자필로 남긴다는 게 상식에 맞는 말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로도 있을수 없다. 기획사 계약문서가 가혹하다 해도, 그토록 강요당하는 성노가 있다는 것은 과장이기 보다 거짓이다. 편집증적 망상장애의 작화에서나 가능하다. 이런데도 장자연을 말하는 이들은 작화를 진실로 믿는다. 더 설명하면 믿고 싶다보니 진짜처럼 여기는 것이다. 요사스러운 것은 고인을 가장 위하는 척 하는 점이다. 입으로는 몹쓸 가상 행적을 토해내면서 불특정 다수의 상대방을 욕해댄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이도 일종의 관음증이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입으로 관음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상식밖의 거짓말도 사실이길 바라는 엽기적 심보가 된다. 관음증적 병리현상납득이 안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모씨라는 사람이 흉내낸 고인의 필체를 어디서 구했냐는 것은 아직 설명이 없다. 하지만 경찰조사 발표를 무턱대로 부인하는 것은 사회 안녕을 위해 옳지 않다. 의문의 꼬투리나 문건을 왜곡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가짜 편지를 만든 전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검토되고 있다. 미진한 대목은 앞으로 또 밝혀질 것이다.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2009년 3월7일 분당 자택에서다. 나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건이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종결지었다. 좋지 못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등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그해 11월12일이다. 이번 필적 감식에서 경찰이 제시한 원본은 분당경찰서가 당초 확보해 보관하던 장씨의 친필 노트다. 이에 비해 SBS가 전모씨의 가짜 친필을 감정한 것은 문서감정 사설업체로, 대조한 필체도 장씨 필체의 원본이 아닌 사본이다. SBS가 일부러 가짜편지를 알고 내보낸 것은 아니다. 이제 이쯤 됐으면 고인이 편히 쉬도록, 더는 망자를 두고 괴롭히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본사 주필

국산무기 왜 이런가?

총알이 빗나가 조준이 안되는 총이 있다. 다연발 K-11 복합형 소총이다. 화기 및 사격통제 장치의 결함이다. K-2 흑표 탱크는 걸핏하면 엔진 손상을 일으킨다. 냉각기능이 잘 안돼 과열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K-21 보병 전투장갑차는 앞부분의 부력이 약한 쏠림현상으로 침수되곤 한다. 고속항진을 하면 갈지자(之)로 배가 간다. 워터제트 추진기가 결함인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이다. 이런가하면 제멋대로 가는 어뢰가 있다. 백상어 어뢰다. 목표물에 명중해 폭발하기도 하지만, 명중은 해도 폭발이 안되거나 중간에서 폭발하기도 한다. 신관 탄두 불량에 의한 표적감지센서 오작동이 원인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옮기며 좀 달리 표현해봤다.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불량무기로 싸우다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국군이 먼저 죽는다. 전선이 무너진다. 국기가 흔들린다. 물론 결함을 개선한다지만 왠지 미덥지가 않다. 수년전 포천에선 훈련 중인 전차가 포탄 발사로 포신이 찢어진 적이 있다.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무기가 고장나 쓰지 못한 사례는 지난번의 연평도사태 때다. 주력무기 K-9 자주포 6문 중 3 문이 고장났다. 자주포는 지난해 8월에도 조향장치 결함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엔진실린더 외벽의 이상이 발견된 사실이 있다.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연평도 포격 도발시 여전히 고장이 심해 쓰지 못했다.방위산업 부실 안보저해도대체 0.001mm면 얼마나 될까, 육안으로는 실감할 수가 없다. 방위산업은 이토록 프로젝트가 정교하다. 아예 기술이 모자라서 결함 방지를 감당할 수 없으면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산무기의 개발은 연습이나 실험장이 아니다. 허점이 용인 안되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연간 군의 방위력 개선 사업비가 9 조6천억원이다. 국산무기 개발을 관장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해 예산이 1조300여억원이다. 2천500여명이 근무한다. 이런 구조에서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은 방위산업 비리다. 율곡산업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벌인 방산업체 청소작업이다. 한데도 비리는 여전하다. 원가를 부풀리거나 단가를 속이는 수법은 그래도 좀 낫다. 금전상 손해만 입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량품이나 가짜 부품을 납품하는 몹쓸 짓은 국군을 죽게해 전선을 망친다. 국기를 위협하는 역적행위다. 예컨데 대공포 35mm 포신을 불량품으로, 또 76mm 함포 핵심부품을 모조품으로 납품하는 업자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이 이미 수사했거나 수사 중인 지난 3년간의 방산업체 비리 적발에서 나타난 사실이다. 수십건으로 비리규모가 350억원대다.아무리 최신무기의 위력이 대단해도 강도 미달의 나사 한개가 잘못돼 쓸모없을 수 있는 것이 현대무기다. 0.001 mm를 따지는 이의 정교함에 비춰 불량품이나 모조품이란 실로 가당치않다.비리척결 등 개혁긴요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불량 모조품의 납품에 뇌물이 거래되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관련의 무기 생산을 두고 어떻게 뒷돈 흥정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순히 특가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로만 사법처리 되는 점이다. 뇌물수수 양자가 엉터리 부품의 무기로 사고가 생겨 죽거나 다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미필적고의를 완전 배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의 객관화가 어렵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방위산업 비리를 국사범으로 다뤄 엄히 가중처벌해야 된다. 국산무기의 결함을 유발하는 부품 등 열악성은 비리도 비리지만 첩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군 개혁은 방위산업 개혁 또한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방위산업 개혁은 비리만이 아닌 전방위 문제점을 과제삼아야 된다.국회가 앞장서면 좋겠다. 국방위원회는 국내 방위산업의 열악성 실태를 파악, 처방에 따른 특별법 제정 추진이 절실하다.한마디만 더하겠다. 손톱밑에 가시 든 줄은 알아도 염통밑 곪는 줄은 모른다는 옛 말이 있다.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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