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금융 허브, 이는 이 정부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지향하면서 내건 비전이었다. 동북아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하는 물류·산업·금융의 복합 발전을 모델로 했다.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기는 고사하고 시작도 못하고 꿈 자체가 붕괴되어 간다. 국내의 대표적 외국계 은행인 미국 씨티은행, 영국 HSBC은행이 인터넷뱅킹 전산센터를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옮겨간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47개 은행 가운데 27개가 전산설비를 다른 나라로 이미 이전했다. 이같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전산센터 이전은 고객 관련 정보의 이탈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전 지역인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는 아시아 금융 허브를 둔 경쟁국이다. 우리 나라는 손한번 변변히 써보지도 못한 채 경쟁국에게 스스로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부산·광양의 동북아 중심 물류기지화, 남북 및 유라시아 대륙연계교통망 구축, 종합물류정보망 구축 IT인프라 확충 및 첨단산업육성, 부품·소재·R&BD허브화, 세계적 기업 적극 유치 규제완화 등 금융 외환제도 선진화, 금융 외환시장의 인적 물적 인프라 확충,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 등 그리고 이를 위한 수도권의 비전과 역할이 강조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외국기업의 이탈이 점증하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전산센터마저 경쟁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사정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고, 노동시장이 불안하고, 북 핵이 불안하고,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는 정쟁을 일삼고,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는 무책임한 시위 아니면 집단이기의 목소리만이 넘친다. 모두 정신들을 차려야 한다. 염통밑 곪아가는 줄은 모르고 손톱밑에 가시든 것만 탓해서는 미래가 어둡다. 경쟁국들에게 자멸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힘을 모아 분발해야 한다./임양은 주필
오피니언
경기일보
2003-10-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