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하는가?

아시아의 금융 허브, 이는 이 정부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지향하면서 내건 비전이었다. 동북아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하는 물류·산업·금융의 복합 발전을 모델로 했다.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기는 고사하고 시작도 못하고 꿈 자체가 붕괴되어 간다. 국내의 대표적 외국계 은행인 미국 씨티은행, 영국 HSBC은행이 인터넷뱅킹 전산센터를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옮겨간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47개 은행 가운데 27개가 전산설비를 다른 나라로 이미 이전했다. 이같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전산센터 이전은 고객 관련 정보의 이탈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전 지역인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는 아시아 금융 허브를 둔 경쟁국이다. 우리 나라는 손한번 변변히 써보지도 못한 채 경쟁국에게 스스로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부산·광양의 동북아 중심 물류기지화, 남북 및 유라시아 대륙연계교통망 구축, 종합물류정보망 구축 IT인프라 확충 및 첨단산업육성, 부품·소재·R&BD허브화, 세계적 기업 적극 유치 규제완화 등 금융 외환제도 선진화, 금융 외환시장의 인적 물적 인프라 확충,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 등 그리고 이를 위한 수도권의 비전과 역할이 강조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외국기업의 이탈이 점증하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전산센터마저 경쟁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사정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고, 노동시장이 불안하고, 북 핵이 불안하고,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는 정쟁을 일삼고,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는 무책임한 시위 아니면 집단이기의 목소리만이 넘친다. 모두 정신들을 차려야 한다. 염통밑 곪아가는 줄은 모르고 손톱밑에 가시든 것만 탓해서는 미래가 어둡다. 경쟁국들에게 자멸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힘을 모아 분발해야 한다./임양은 주필

월요칼럼/무너지는 性

세상 망징패조가 들었다. 정치판은 배반과 음모를 일삼고. 사회윤리와 공공도덕은 시궁창으로 떨어졌다. 性타락은 특히 더 더욱 극심하다. 원조교제, 노래방도우미, 주부 알몸 채팅 등이 자고 나면 독버섯처럼 번지더니 이제 동물들도 상상할 수 없는 ‘스와핑’까지 등장했다. 돈 많고 유식한, 소위 잘 나간다는 인사들의 집단 스와핑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의 사회 반응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어이가 없다. 천만 뜻밖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성의식이 개방돼 있을 뿐이다. 아내와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 “인신매매, 매춘 등 스와핑보다 심각한 문제도 많다. 왜 돈을 주고 성을 사는 관행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에서 돈 주고 매매춘하는 것은 정상이고 맘이 맞는 사람끼리 합의로 즐기는 것은 죄악이냐?” “배우자를 속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국가와 언론이 간섭인가. 매매춘이 일상화한 나라에서 고작 몇 명이 스와핑이라는 합의섹스를 가진 것에 언론이 난리치는 게 아이러니다.” “스와핑의 고발자는 누구인가. 고발자와 언론이 사생활을 훔쳐보는 변태들이다. 이런 식으로 사생활 침해의 명분을 늘려 가는 것은 안될 일이다” 스와핑을 즐긴 사람들은 거의 이런 사고를 가졌다. 개인의 성취향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라고 강변한다. 사람 웃기는 별 모임이 다 있지만 ‘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짜경모?)’ 등과 같은 스와핑 모임에 참여하는 부부가 6천여쌍에 이른다는 것도 졸도할 노릇인데 스와핑을 기대하는 미혼 연인들마저 있다는 것은 정말 참담하다. 짜장 종말이 다가온 모양이다. 스와핑이 무엇인가. 좁은 의미로는 두쌍 이상의 부부가 배우자와 함께 한자리서 혼음하는 것을 뜻한다. 넓은 의미로는 부부끼리 성행위 파트너를 바꾸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완전히 미친 짓이다. 스와핑은 고대 각국에서 종교문제로 존재했었다. ‘플라토닉 러브’ 나 ‘이데아’로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실은 넓은 의미의 스와핑주의자였다. 그는 ‘철인(哲人)도 가족 때문에 공평무사한 정책을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인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궤변이다. 동의 받을 수 없는 망상이다. 스와핑이 현재 정신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는 않지만 정신질환자들의 광란이다. 성도착증이다. 성도착증의 특징 중 하나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 쾌락에 도달하는 행위다. 부부 교환 성행위 자체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짓이다. 비정상적인 쾌락을 찾기 위한 호기심은 결국 자신과 가정을 해친다. 사회질서도 무너 뜨린다. 도덕적 차원을 넘어서 법적 차원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통탄할 일은 스와핑 경험자가 아닌데도 부부간에 합의된 개개인의 취향인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공권력으로 다스릴 일이 아니며 도덕적으로만 비판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부부가 스와핑을 하든 집단섹스를 하든 문제가 되지 않으며 스와핑을 크게 보도하는 신문·방송이 ‘관음증언론(smtts)’이라는 스와핑 옹호자들이 적지 않은 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거대한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이었던 목욕탕을 전수하여 스와핑을 일궈내는 PC방을 건설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처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이 한국사회에 몰고 온 대표적인 폐해가 바로 음란성과 불륜의 만연이다. 스와핑도 인터넷을 통해 성사된다. 음란 사이트의 종류와 수량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나라가 돼버렸다. 그렇다면 전염병처럼 스와핑이 만연하는 한국 성타락은 치유 불가능한 중병인가. 불행하게도 비관적이라고 한다. 한가지 방법은 있다. 스와핑 커플들이 우리 사회를 떠나 따로 거주하는 일이다. 말세에 살고 있는 절망적인 느낌이 제발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천자춘추/전문대 발전이 지역사회 발전 원동력

학년말이나 학년초에 시행했던 입시제도와 달리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학기회를 확대하고 학생 선발방법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금년도 9월1일자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그 내용은 전문대학에서도 수시 전형 입학제도를 도입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다. 따라서 종전의 4년제 대학 입학전형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수시 전형을 전문대학에서도 금년도 2학기부터 도입운영 할 수 있게 되었다. 4년제 대학과 경쟁하여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개정초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깊은 관심을 갖고 전문대학 수시 전형에 학생들 지원이 몰리고 있다. 정시학생 모집에도 전문대학에 학생들이 몰리고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전문대학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단기교육을 통하여 하루빨리 직업을 찾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계의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요인은 정보화 시대요 개성화 시대라 일컫는 21세기의 빠른 시대 적응성 교육이 전문대학에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개성과 다양성을 모토로 하여 다양한 직업을 창출하고 시대 적응에 민감한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대학 나름의 교육콘텐츠의 독특성과 다양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문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기술과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요.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시해서 안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전문대학의 발전방안을 전문대학과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 산업체 근무자의 재교육 또는 직업전환 교육 등의 제공을 위해 전문대학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고등전문대학(Senior College)설립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소재 대학을 통하여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창출, 인력공급, 평생교육 등이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애착을 갖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문대학의 발전이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독자투고/'잘못된 성의식' 바로잡아야

지금 우리 사회는 외래 문화의 범람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자유방임 행태 만연, 폭력과 인신매매, 마약과 퇴폐풍조, 과소비와 향락산업, 한탕주의와 쾌락주의 등 국민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반국가적 행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부모가 양녀를 성폭행하고, 자식을 유흥가에 팔아넘기고, 전국에 퍼져있는 티켓다방의 여종업원중 70%가 10대이고, 노래방, 대화방, 비디오방, 안마시술소 등은 성매매의 온상이다. 심지어 부부끼리 배우자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갖는 ‘스와핑’이 30~40대의 고학력·전문직 종사자 사이에서 6천쌍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니 정말 한심하고 개탄스러우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톨스토이가 우리 모두에게 던진 삶의 본질적인 문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마련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사랑’이라는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랑은 누가 누구를 소유하거나 또는 누가 누구에게 소유당하는 소유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는 인간의 진솔한 삶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요즘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부부교환 성관계 ‘스와핑’은 사랑의 의미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도덕과 윤리의식을 회복시켜야 하고 그 토대위에서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야하며 불법과 무질서를 일소하고 퇴폐와 향락산업을 추방하여 밝고 명랑한 살기좋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송창섭·해공 신익희선생 기념사업회 부회장

10월 27일 경기만평, 당구公

{Image}

북의 ‘서면고려 용의’ 이후?

북 외무성 대변인의 ‘서면불가침담보’ 고려 용의 발언은 종전의 북·미불가침조약의 고집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긴 하나 아직은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태경제협력체(AFEC) 정상회의 기간에 나왔던 다자틀 내의 서면보장 제시를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던 북측이 돌연 “고려 용의”로 급선회한 배경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적 검토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고 긍정적 진전으로 본다”는 정부 당국의 평가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안전보장에 관한 미국측의 공식입장 표명이 최고위급에서 나왔고 한·미 정상간 공동발표문에도 문서화돼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이를 근거할 만한 자료로 봤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유가 없진 않다. 문제는 조약이란 법적 담보성의 요구를 완전히 철회하느냐에 있다. 이 점에서 다자간 서면불가침담보를 북측이 수용하더라도 난관은 많다. 서면작성의 형식과 형태 및 서명의 주체, 북의 동시행동 원칙과 미국의 순차적 접근의 괴리 등 방법에 적잖은 이견이 예상된다. 또 북측은 먼저 대미협상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받은 뒤 양자 대표가 서명하고 다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연대 담보 서명하는 절차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양자대화를 생략한 채 6자회담으로 직행해 다자간 안전보장을 서면 결의하는 형식으로 나올 것이 예견된다. 그러나 어떻든 전망이 불투명했던 6자회담 연내 속개가 가능한 것은 거의 분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북측의 진의에 대한 심층분석과 함께 미·일 중·러 등 주변국과 충분한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또한 북에도 더 이상의 무모한 핵 도박을 중지하고 국제사회의 지원 등 안정위주의 실리주의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가져할 줄로 믿는다. 아울러 이같은 내부 준비의 분위기가 성숙된 6자회담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 서로가 미흡한 점은 만나서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순리다. 때마침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는 29일 방북하는 것은 핵 문제를 비롯, 이라크 추가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등이 맞물려 있는 시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방북회담 이후의 북측 후속 태도가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북측은 남북 공존 공영의 길이 무엇인가를 잘 헤아리는 고려가 있기를 촉구한다.

실패한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

우리 정부의 맹점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각 부처마다 100% 성공을 자신하는 점이다. 장관이나 집행자들도 10%, 20%의 문제점 또는 실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교육, 그린벨트, 경제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최근의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역시 마찬가지다. 농림부가 농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 7월 도입한 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제도는 문제점 투성이다. 우선 외국인 연수생들이 도착한 지 며칠만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사전 상의 없이 달아나는가 하면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고용한 농민들이 여간 애를 태우고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탈한 외국인 연수생들이 남아 있는 동료들을 부추기는 바람에 농가는 예기치 않은 ‘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일도 속출한다. 농사에 문외한인 연수생들도 적잖은 문제거리다. 전직 택시운전사나 목공들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농사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 게다가 말까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간신히 의사소통을 하는 실정이다. 연수생들은 입국한 뒤 2주일동안 한국말과 문화, 풍습, 농업기술을 익히고 농가에 배치된다. 한국에 온지 며칠 안되는 외국인들이 겨우 2주일만에 어떻게 우리 말과 문화를 익힌다는 것인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요구하는 고용절차는 더욱 농민들을 어렵게 한다. 연수생을 고용하려면 신청서, 영농규모 확인서, 납세서류 등 각종 서류를 갖추기 위해 6,7개 기관을 돌아 다니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불법체류 외국인을 선호하는 지경이 됐다. 연수생의 비싼 인건비 때문에 차라리 불법체류자가 낫다는 생각을 농민들이 갖는 것도 심각한 실정이다. 퇴직금을 포함한 기본급 65만원에 건강산업재해, 상해, 임금체불 보상 등 4개 보험 가입비, 숙식비 등을 합치면 연수생 한명당 월 120만원 안팎이 들기 때문이다. 농업연수생들 가운데는 연수를 위장해 입국하자마자 이탈,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체도 아닌 농가에서 이탈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는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특별 과외

조선의 왕세자는 3정승을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다. 학습에 필요한 시중을 드는 하급 관리를 거느렸으며, 교육에 필요한 서책을 관리하는 장서각 관리를 따로 두었다. 오늘 날로 말하자면 20명의 과외 교사, 39명의 학습 도우미, 13명의 개인 사서를 둔 셈이다. 왕의 맏아들인 ‘원자(元子)’의 교육은 왕위에 오르기까지 계속됐다. 보양청과 강학청에서 담당한 어린 원자 교육은 ‘천자문’, ‘동몽선습’ 등 경서 학습 뿐만 아니라 음식과 옷차림을 보살피는 일까지도 포함했다. 아침에 일어나 왕실 어른께 문안을 올리고 저녁에 잠자리를 보살피며 식사를 살피는 게 기본이었다. 행사에는 반드시 전례(典禮)가 따랐다. 어린 왕자가 스승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 강의를 시작할 때의 개강례, 성균관에 가서 사부에게 교육을 받는 입학례 등을 올렸다. 국가 행사가 있으면 국왕을 수행하여 국가 전례를 익혔으며 외국 사신이 왔을 때는 국가를 대표해 손님을 접대했다. 왕자의 일과는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조강에 들어갔으며 낮과 저녁에는 주강과 석강, 수시로 관리를 불러 공부하는 소대(召對), 밤중에 침실로 불러 공부하는 야대((夜對)가 있었다. 여기에다 수시로 경서에 대한 지식을 평가하는 구술시험을 봐야 했고 닷새에 한번은 배운 내용을 모두 점검하는 문제은행식 시험을 봐야 했다. 원자가 세자로 책봉되면 본격적인 제왕수업을 위한 세자시강원이 설치됐다. ‘효경’과 ‘소학’을 쉽게 풀어 쓴 ‘효경소학초혜’나 역대 국왕의 행적 가운데 모범이 되는 사례를 모은 ‘조감’등 특별 편찬된 책을 교재로 택했다. 친히 밭을 가는 친경례와 누에를 치는 침잠례 등을 통해 백성의 삶 체험에도 동참했다. 왕세자의 신분으로 왕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청정이 왕세자 교육의 마지막 코스였다 . 그러나 왕세자들이 모두 훌륭한 왕이 되지는 못했다. 지도력 부족도 원인이겠으나 올바르지 못한 인성탓도 있었다. 대통령이 왕은 아니지만 한국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지도력과 반듯한 인성을 갖춘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임병호 논설위원

기고/산업재해없는 사회구축

올해 8월말 통계에 의하면 한국산업안전공단 수원지도원 관내(경기남부지역) 산업재해자수는 5천514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8%나 급증했다. 이중 제조업에서 발생한 재해자수는 2천647명(전체 48%)인 가운데 협착에 의한 재해가 890명(전체 33.6%)으로 작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물론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근골격계 관련 재해(547명)가 급증했으나 아직 절대 재해자수는 협착에 의한 재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협착 재해의 주범은 프레스 기계로 프레스 협착에 의한 재해는 대부분 장애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산업재해자수는 8만1천911명이다. 통계에 의하면 산업재해자중 약 16%정도는 장애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레스, 전단기 기계에서 발생되는 협착재해는 대부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신체장애를 일으키고 장애인이 됐을 경우 본인은 물론 가정 및 사회에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끼치고 있다. 올해 8월말 현재 수원지도원 관내 제조업 협착재해자 890명중 프레스 기계에 의한 재해는 50% 이상이라고 판단된다. 수원지도원 관내 프레스 보유현황을 보면 713개 사업장에서 약 4천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프레스 기계에 의한 협착재해를 줄이기 위해 공단에서는 융자 및 보조금지원과 기술지원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먼저 보조금 지원 실적을 보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에 2001년 하반기 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클린(CLEAN) 인정신청 428개 사업장에 보조금 57억9천만원을 지원했고 이중 프레스기계의 안전 및 방호장치 관련 보조금지원은 69개 사업장에 7억8천100만원을 지원했다. 아쉽게도 올해 예산이 소진돼 7월 이후 잠시 보류된 상태고 내년에는 재개되리라 생각된다. 다음은 융자지원금이다. 지원대상은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중 작업환경불량사업장 또는 위험기계 보유사업장에서 환경 또는 시설개선시 소요되는 금액을 신청사업장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9월말까지 수원지도원에서는 137개 사업장에 융자금 102억2천만원을 지원하는 등 중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중 안전이 확보된 유압 또는 마찰클러치식 프레스로 신규 구입시 지원된 융자금은 51개 사업장에 43억4천600만원이다. 그리고 공단에서는 방문기술지원과 교육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수원지도원에서는 올 하반기에 프레스 보유 713개 사업장중 한번도 기술 및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 348개 사업장을 교육(4회 316개 사업장) 및 방문기술지원(33개소)을 실시할 계획이고 교육을 희망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방문기술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 감량경영 등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조직이 와해되는 등 산재예방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가 장애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업주는 우리 공단에서 지원하는 융자 및 보조금 등을 활용 또는 자비로 기존 프레스에는 안전 및 방호장치를 설치해 주어야 되고, 신규 구입시에는 안전이 확보된 프레스를 구입·설치하고 근로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 및 방호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작업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에 따라 우리 공단에서는 이같은 사업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에도 프레스 보유사업장에 대해서 교육과 기술지원 및 자금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제조업 협착재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손재병.산업안전공단 수원지도원 안전지원팀장

천자춘추/인천경제특구에 거는 기대

인천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입지적 조건은 예부터 국가간 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근대적 통신 시설과 우편제도, 기차, 종교를 비롯한 의료 시설 등이 모두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던 것이다. 요즈음 인천을 동북아의 관문도시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입지적 조건으로 정부가 한국 경제의 미래발전 전략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인천에 먼저 지정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됨과 동시에 인천국제공항과 청라매립지, 송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국제 물류와 비즈니스, 금융과 IT, 국제적 관광과 레저 단지를 개발, 유치하기 위한 본격적 사업에 착수하였다. 이 사업이 2020년까지 외자 276억 달러를 포함하여 202조원을 투자, 향후 312조원의 생산효과와 484만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가져온다는 야심찬 계획에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이 계획이 장밋빛 그림으로만 그쳐서는 안되고 사업투자와 재원 확보가 착실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므로 자연스럽게 교육을 포함한 삶의 질 분야에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명문대학 유치는 물론 첨단 장비와 인력을 갖춘 우수한 병원을 유치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때로는 가족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심심치않게 보게 된다. 경제자유구역이 주거와 교육 환경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이같은 유학병은 어느 정도 완화 될 것이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사교육비도 국내 산업발전에 투자전환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동북아의 확실한 경제중심도시, 국제 관문 도시로서 자리잡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산과 바다, 하늘을 체험학습하고 여기에 더해 국제적인 감각과 경제적인 마인드까지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도시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이 삶의 터전 위에 교육, 문화, 산업과 정보가 역동하는 비전있는 도시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자.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