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화물수송 시스템의 개선

화물연대 휴업사태로 우려되었던 물류대란은 조합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의 운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제에 완벽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만일 화물연대의 집단휴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요즘처럼 몇 개월마다 반복될 경우 우리경제는 빈사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 외에는 먹고 살 도리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출업계가 가뜩이나 어렵게 따낸 오더를 화물 수송 때문에 제대로 이행치 못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다. 제조업체는 원자재를 적기에 조달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고 있고 수출업자는 물건을 쌓아놓고도 항구로 배송하기는커녕 빈 컨테이너조차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입된 원자재는 항구의 컨테이너 야드에 적체되어 장치할 곳이 모자라고 해외수송 선박은 빈 배로 출항한다. 외국의 바이어는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나라로 공급선을 바꾸고 있다. 이미 지난 5월에도 한차례 파란을 겪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휴업사태 재발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수출업계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수출에 있어 운송은 인체의 혈액과도 같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운송업체의 휴업은 마치 인체에서 적혈구가 산소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물이나 공기, 전기 등과 같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운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고 국가적인 운송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무역업계가 공동 물류회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밖에도 운송관련 법제도의 정비, 하역과 운송의 분리 등 운송시스템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물류비 절감대책도 함께 마련되어 무역업체들이 운송 걱정없이 마음놓고 수출에 매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 성 철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기고/학교급식 위탁과 직영 공존해야

당연한 일이지만, 새는 날개가 둘 이기에 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견제속에 발전해 왔다. 어느 한 쪽이 지나쳐 무게 중심이 흔들릴 때 새는 추락하고, 인류는 혼란스런 시기를 겪어 왔다. 초중고에 대한 학교급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위탁과 직영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운영 및 관리자의 책임의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위탁과 직영이 공존해야 하며, 학교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사)이 객관적인 틀 안에서 자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 교육청의 최근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서울시는 중고교에 대한 급식방법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반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8월 이전까지 초중고교에 대한 급식을 전면 직영으로 고집해오다, 여론에 밀려 중고는 학교 자율에 맡겼다. 그런데 최근 다시 전면 직영을 강요하는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내는 등 오락가락 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정책변경은 지난 해부터 모 정당 등이 ‘학교급식네트워크’라는 단체를 구성, 학교급식법 개정과 직영화를 추진한데 고무받은 듯 하다. 이들의 주장은 “민간업체가 학교급식을 하게 되면 이윤 추구를 위해 질 낮은 급식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음식점 특급호텔 병원 우유회사도 위생이 중요하므로 정부가 직영해야 옳다. 민간 급식전문업체는 체계화된 조직과 노하우에서 이윤을 얻고 있지, 저급한 식자재를 사용해 이익을 얻고 있지 않다. 또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직영하면 전국적으로 약 3만명에 달하는 교육관련 공무원이 늘어나 특정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급식종사원 인건비 및 각종 시설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만 1천억원에 이르는 신규 세원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 학교급식방법의 비율은 직영이 80%인 반면, 위탁은 20%에 불과하다. 또 전체 위탁급식학교중 40%를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 엘지 CJ 풀무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에서 해야 오히려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도 식중독사고가 발생하면 위탁급식 때문에 비롯됐다며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것이 올 상반기에 발생한 3건의 식중독 사고는 모두 서울지역 위탁업체에서 비롯됐는데, 서울에서는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교 전체가 위탁급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다. 이밖에 직영급식은 관할 교육청에서 1명의 직원이 위생점검을 하지만, 위탁급식을 하게 되면 관할 교육청뿐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지역 시민단체 및 학부모, 교사 등 여러 조직에 위해 중첩 감시돼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3~4년전 도시락이 없어지고 학교 급식이 일반화 됐을 당시 서울 도봉구청과 농협이 공익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학교급식에 덤벼들었지만, 현재는 학부모들이 외면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유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이 운영했기 때문에 책임의식 및 전문성이 민간 전문업체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될수록 모든 분야가 책임경영체제로 간다. 선진국들도 시행착오를 거쳐 직영과 위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위탁과 직영의 비율을 각각 50%로 해서 자율경쟁토록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이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처럼 급식은 전문업체에 맡기고 교육당국과 학교는 급식 안전을 위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해 학교급식이 보다 더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위탁과 직영급식이 공존하고 수요자 중심의 자율경쟁이 보장되는 가운데 학교급식은 질적 발전을 할 수 있다. 서 원 현 한국급식관리협회 경인지회장

비지정 문화재 보전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근대문화유산 보호에 나서고 불교계가 사찰문화재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비지정 문화재 현황은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다. 더구나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부족으로 훼손되거나 도난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대로 둔다면 모두 멸실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가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엔 훼손·도난될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남공철(南公轍·조선 순조 때 영의정)의 집터 귀은당지(歸恩堂址)로 추정되는 유적 훼손은 비지정 문화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530 일대인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귀은당지는 남공철이 만년에 살았던 99칸 규모의 집터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후손은 물론 지자체 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이 유적의 일부가 최근 한 마을 주민이 동원한 굴착기에 의해 무참히 훼손된 것은 실로 안타깝다. 지난해말 성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된 ‘남공철묘’인근 유적 200여평이 굴착기로 파헤쳐진 것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조사한 관계 당국의 해명은 지정·비지정을 떠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안이함을 드러낸다. 주민이 농사 지으려고 잡풀을 제거한 것으로 특별히 훼손된 것은 없어 보인다는 등 축소·은폐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그린벨트의 나무들이 뽑힌 것은 물론 건물터임을 입증하는 초석(礎石)을 비롯, 장대석, 기와편들이 발견됐다.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되는 19세기 전반 반가(班家)의 대규모 집터 주춧돌 등이 마구 파헤쳐져 원형이 훼손된 것이다. 바로 옆의 군부대에서 도요지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집터 유적지에서 백자편 등이 발견된 것은 주변지역에 가마터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화재 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귀은당지 뿐만 아니다. 도내 각처에는 문화재로 마땅히 지정돼야할 근대 문화유산과 옛 역사의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지정문화재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훼손되고 있는 비지정 문화재도 함께 보전해야 한다. 비지정 문화재 보호 대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장군님의 초상화’를 감히…

북쪽 사람들은 으레 그런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그들의 사는 방식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본 그 장면은 마치 코미디 같았다. 대구 U대회에서 북측 선수단이 두번이나 문제삼은 것은 그래도 꼬투리는 있었다. 그러나 세번째의 현수막 파동은 실로 황당하다. 현수막은 예천지역 농민회에서 내 건 것이다. 내용은 북측 선수단을 환영하는 것으로 ‘하나가 되자’는 것이다. 북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을 포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같은 자구보단 무엄하게 다룬 ‘장군님’의 길거리 초상화에 대한 불경죄가 더 큰 관심사였다. 6·15 공동선언을 한 남북의 정상이 서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 그것을 길에 내걸면 찬양으로 보는 남쪽 시각과는 달리 불경으로 보는 그들의 시각차는 참으로 민족의 불행이다. 경기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우정 세워 앞다투듯이 뛰어가 현수막을 내리는 북측 여대생 응원단의 분노는 가히 절규였다. “장군님의 초상화 얼굴을 감히 구겨지게…” “장군님의 초상화를 어떻게 비오는 길 거리에…”, 그러면서 오열하듯 눈물을 쏟기도 했다. 똑같은 말을 쓰고 혈맥의 피도 같은 핏줄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사는 방식이 이토록 다른가. 다름을 모르진 않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것이 엄존하는 남북의 체제 차이다. 아직도 ‘김일성 수령’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훈통치를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이 곧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인식된 저들의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기막힌 현상이다. 대를 이어 충성을 다짐하는 저들의 정치적 공동선은 이미 정치학의 연구 대상이 된 지 오래이긴 하지만 참으로 절묘한 감이 없지않다. 물론 여대생 응원단은 북의 체제에서 선택된 계층이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저런 천신만고를 해가며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 입국 러시에 비하면 알다가도 알 수 없는 것이 저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남북의 체제 차이는 합쳐질 수 없는 이질의 장벽이 이처럼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하나다’란 말처럼 말인즉슨 더 좋은 건 없지만 서로의 체제를 고집하는 한 그것은 허구다. 북의 여대생 응원단과 마찬가지로 ‘장군님’의 길거리 초상화 앞에서 울부짖는 통일을 바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한 아직은 요원하다. 그같은 감상보단 평화 공존이 민족의 이익이다. 북측 응원단의 행위를 비방하기 위해 이를 거론한 것은 아니다. 체제의 차이에 대한 이성적 인식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8월 29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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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이야기

독일군이 2차대전에서 패배한 원인 중 하나는 ‘잠’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지던 날, 이 긴급한 비상사태에도 독일군의 대응은 마낭 늦어지고 있었다. 히틀러가 전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들어 부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부 전선의 롬멜 장군마저 부인의 생일파티로 전선을 이탈해 있는 바람에 히틀러의 세계 지배 야욕은 허무하게 사그러 들었다. ‘삼국지’의 호쾌하고 우직한 장비는 특이한 잠버릇의 소유자였다. 장팔사모(長八蛇矛)를 호기롭게 다루며 중원을 달리던 장비는 독특하게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잠을 잤다고 한다. 원래가 험상궂은 외모인데다 두 눈마저 광채가 형형해 다들 잠을 자는 장비 보기를 두려워해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나 장비에게 호되게 체벌을 받은 부하 범강과 장달은 잠자는 장비의 얼굴에 수건을 덮어 그 눈을 가리고는 그를 암살했다. 간디는 정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30분 후에 일어나겠다”고 했으면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또한 간디는 차를 타면 1분도 못되어 잠이 드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느날 타고 가던 자동차가 전복되어 길 밖으로 튕겨 나간 때에도 친구들이 그를 구하러 달려가 보니 그는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하루 중 적어도 열 시간은 잠자는 데 소비했다. 자칫 게으르고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론인 상대성 이론을 침대 위에서 생각해냈다. 밤중에는 거의 잠을 못자고 낮이면 쉽게 잠 자는 사람도 있다. 버스에서나 영화관, 심지어 은행, 음악회에서도 코를 골며 잠드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밤에 못 자는 것보다는 수면제를 먹는 편이 낫다고 한다.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잠옷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샤넬 NO.5 향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릴린 먼로는 수면제 과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날 밤에도 그녀는 샤넬 NO.5를 잠옷으로 입고 영원한 잠에 들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는 무슨 연유로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먹었을까. 그러나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떠나 마릴린 먼로는 영원히 젊은 모습, 백치미로 살아 있다./임병호 논설위원

독자투고/북한 참가 U대회 성공 ‘민족화합’ 이끈다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달구벌에서 화려한 막이 올랐다. 역대 최대규모인 172개국에서 온 선수와 임원들 앞에서 펼쳐진 4천여명의 축하무대 ‘한국의 美’는 세계인들을 감탄시켰다. 남북한 선수와 임원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할 때는 감동의 환호와 박수소리로 경기장이 떠나갈 듯 했다. 인공기 훼손문제로 인한 북한의 불참 시사, 뒤이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표명 등을 놓고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북한당국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수용한 것은 적절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대회참가를 끝까지 거부하게 될 경우 U대회가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쌓아온 남북관계를 그르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해온 우리정부 및 국민 대다수의 열망이 좌절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야말로 북한을 품어 안는 차원 높은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대회기간중 인공기를 소각하는 등 대회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북측을 자극할 필요 또한 없다고 할 것이다. 경협합의서가 발효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대가 높아지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포함한 중소기업인 200여명은 9월말 개성공단을 방문해 투자 등을 위한 현지답사에 나설 예정이다. 학계 관계자는 “북한의 대구 U대회 불참 시사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간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 모두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어 향후 경협과 당국간 대화 전망은 밝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는 행사 성공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남북이 화해·협력 기류를 이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스포츠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 동포애를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만 하는 중대한 시기에 남북 대화기류를 흐트러뜨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북한의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를 계기로 민족의 단합 분위기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남북한 서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유용수·수원시 영통동

천자춘추/어머니

30년이 웃도는 몇 명의 지기(知己)들이 있다. 매달 같은 날에 만난다.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자식들 얘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는 것이 전부일 뿐인데, 새벽에나 헤어지게 된다. 이번 달 만남 때도 자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늘 그랬듯이 벨을 울리지 않고, 자물쇠를 직접 열고 들어섰다. ‘애비 이제 오니?’ 어머니가 한잠도 못 주무신 채 기다리고 계셨다. 늦는다는 내용의 전화통화를 했음에도, 괘념치 않으시고 걱정이 되셨나보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겨우 거동하시는 어머니다. 아내가 일을 갖고 있어, 여름과 겨울에나 몇 주 정도 함께 지낼 수 있는 어머니다. 큰 아들 곁을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어머니, 형수 휴가 좀 주자며 모셔놓고는 걱정만 끼쳐드렸다.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안심이 되신 듯 잠드신 어머니 얼굴을 들여다본다. 백발, 잔주름 등 세월의 무게가 무겁게 내려 앉아있다. 현실의 벽에 직면해 힘들 때나, 알 수 없는 고독감이 엄습해 올 때에 떠올리곤 하는 어머니다. 아직도 어머니에게 응석부리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일게다. 어쩌면 청소년기를 유난히도 심한 방황으로 보냈던 탓에, 무척이나 어머니 애를 태우던 자, 그 어머니에 대한 원죄의식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역정 내시는 방법을 모르셨을까? 회초리 드는 방법을 모르셨을까? 자식의 방황을 당신의 잘못인양 타는 속을 삭이시던 어머니다. 그 조차도 청소년기에는 싫었다.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어머니 속을 태우던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식을 향해 회초리를 들고서야 어머니의 쓰린 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돌아 가 쉬고 싶은 고향과 같은 존재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서는 문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생각에’ ‘어머니 은혜’의 노랫말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주희 선생께서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라고 했다는데, 반포보은(反哺報恩)은 못하더라도 마음하나 편안하게 해드려야 되리. 어머니 얼굴에서 배어나는 세월의 무게가 애처롭다. 백 운 화 향토사학자

기고/21세기 국가경쟁력은 여성

며칠 전에 모 여교장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개교한 지 불과 1년 남짓한데 내가 보는 한에 있어서는 학교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모든 것들이 매우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듯하였다. 학교의 외관 관리나 청소 상태는 물론 액자나 게시물의 배치가 아름답고 효용성이 있었으며, 각종 교수·학습 기자재를 거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건물의 미관이나 청결도는 신설교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교수·학습 기자재나 게시물의 배치와 그 내용의 교육성은 여교장의 면모와 안목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안내와 학생들의 예의바름도 꼼꼼하고 치밀한 그분의 체취와 생활습관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었다. 학교의 살림이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치밀하고 섬세한 여교장의 마음과 손길이 참으로 돋보이는 그런 학교를 방문하고 많이 배우고 왔다. 그러면서 비록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작년에 교육부 여성정책과에서 응모한 ‘중등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바 있었다. 그때 프로그램을 만드느라고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최고경영인들이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에 관한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두 가지 면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그녀들이 자기 분야의 일에 책임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시대적 요구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시대적 여건이 여성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하여도 아무나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잡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그러한 안목을 갖고 있었고 또 열정적으로 자기 일에 매달려서 성공을 일구어낸 것이다. 21세기의 성공요인을 ‘3F’라고 한다. 감성(Feeling)·상상력(Fiction)·여성(Female)의 세 요소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인식되면서 여성인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여성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 여성인력의 개발은 국가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필수과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에 대한 배려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 CEO 중 4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데 비해, 국내 여성 CEO는 3%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경우 상위직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OECD 70개국 중 63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회구성원의 절반인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여성이 많은 나라에서는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진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김 현 옥 수원 수일중교장·시인

막오른 세계도자비엔날레

지구촌 ‘흙과 불’의 큰 잔치인 ‘제2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9월1일 이천·광주·여주에서 동시에 화려한 막을 올리고 두달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창조의 열정, 전통의 격조, 생활의 향기’를 주제로 10월30일까지 열리는 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천(세계도자센터), 광주(조선관요박물관), 여주(세계생활도자관) 등 3대 도자기 생산지 및 행사장의 특성에 맞게 16개의 전시·학술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제17회 이천도자기축제, 제6회 광주왕실도자기축제, 제15회 여주도자기박람회 등 그동안 매년 개최해온 도자기축제도 함께 열려 그야말로 도자기 잔치가 펼쳐진다. 세계도자비엔날레에는 465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고 전시작품수가 2천400여점에 이르는 초대형 비엔날레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가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박람회 성격이었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도자기의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격년제로 열리는 2005년 도자기엑스포를 위해 행사규모를 축소, 올해 예상 관람객수는 100만명으로 2년전 관람인원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행사의 수준과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 중 ‘국제공모전’에는 40개국 응모작가들의 입상작 215점이 전시되고, ‘조선도자 500년전’에는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 지향했던 절제와 품격, 자유분방함이 깃든 국보급 도자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다. 순백자·청화백자·진사백자·철화백자·분청 등 도자기의 본질적인 미를 추구한 조선의 명품 180점이 선보인다. 현대 전통자기의 새로운 미학에 주목하는 ‘한국도자 특별전’, 피카소의 영감이 담긴 ‘피카소도자특별전’, 세계적인 유명 도자 브랜드를 살펴보는 ‘세계10대 도자기업명품전’ 등 특별전도 눈길을 끄는 기획전이다. 전시회 뿐만 아니라 공연과 참여 이벤트도 많은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주최측이 각별히 주력해야 할 것은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전시작품들의 안전관리다. 전시작품들은 모두가 각국의 국보급이다. 추호도 훼손돼서는 안된다. 3개 지역을 하루에 돌아보기엔 벅찬 일정이므로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교통편의 제공에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된다. 세계도자비엔날레가 높은 문화의식이 발휘되는 가운데 질서있게 열려 한국, 특히 경기도가 도자기의 메카로 전 세계에 널리 선양되도록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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