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 이후…

민주당의 종말, 남성끼리는 멱살잡이로 여성끼린 머리채 잡기로 끝난 당무위의 난투장 종말은 예고된 것이다. 신·구주류가 서로 보기좋은 모양새 가꾸기 이별 탐색은 결국 이렇게 끝났다. 돌이켜 보면 다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냈을 때, 그리고 당선됐을 때, 민주당 간판이 온전하게 보존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감지하기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젠 신주류의 신당 주비위가 발족됐다. 구주류가 이를 해당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공허하다. 분당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당측은 이미 지방 인선까지 거의 해놓은 상태다. 신·구주류의 이별에 더 이상의 수순이 있을 수 없는 것은 신당측이 부담을 덜었다는 뜻이 된다. 민주당의 이같은 분당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개혁세력의 결집을 표방하는 신주류의 신당과 당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구주류의 반쪽 민주당은 보혁세력 간에 이합집산을 가져올 게 거의 분명하다. 형해화한 자민련은 말할게 없고 용퇴론으로 세대갈등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크든 작든 변수가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분당은 이런 저런 파장을 미쳐 얼마동안은 정치권의 물밑 접촉속에 서로의 입지를 암중모색하는 혼돈을 면치못할 것 같다. 정치적 신념보다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 모이곤 하는 계절적 돌림병이 재발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정기국회의 부실이다. 내년 예산안도 그렇지만 선거법 등 정치개혁 입법이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처리되겠느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정감사 또한 정책감사가 되기보다는 인기성 발언 등에 치우쳐 그 어느 때보다도 부실화할 우려가 높다. 산적한 민생의안은 제쳐두거나 대강 대강 해치우면서 합종연횡에 몰두하는 패거리 정치권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러나 어떻든 정치권 개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년 4월 총선은 아무래도 다당(多黨)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많다. 어느 정당이나 다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민심을 헤아리는 길이 무엇인가를 알고자하는 부단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흠흠신서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조선조 23대 순조 때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저술한 형법서로 ‘경세유표(經世遺表)’‘목민심서(牧民心書)’와 함께 다산의 대표적인 저서다. 다산은 당시 살인사건의 조사·심리·처형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의성의하게 진행됨을 보고 개탄하였다. 다산은 이를 바로 잡고 계몽할 필요성을 느껴 형법서 집필에 착수, 1819년에 완성한 후 1822년에 간행하였다. 흠흠신서는 경사요의(經史要義) 3권, 비상전초(批詳雋抄) 5권, 의율차례(擬律差例) 4권, 상형추의(詳刑追議) 15권, 전발무사(剪跋蕪詞) 3권 으로 구성돼 있다. ‘경사요의’에는 당시 범죄인에게 적용하던 ‘대명률’과 ‘경국대전’ 형벌규정의 기본원리와 지도이념이 되는 고전적 유교경전 가운데 중요 부분을 요약, 논술하였다. ‘비상전초’에는 살인사건의 문서를 작성하는 수령과 관찰사에게 모범을 제시하기 위하여 중국 청나라의 비슷한 사건에 대한 표본을 선별, 해설과 함께 비평을 하였다. ‘의율차례’에는 당시 살인사건의 유형과 적용법규 및 형량이 세분돼 있지 않아 죄의 경중이 무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모범적인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류, 제시하여 참고토록 했다. ‘상형추의’에는 정조가 심리하였던 살인사건 중 142건을 골라 살인의 원인·동기 등에 따라 22종으로 분류했다. 법의학·사실인정학(事實認定學)·법해석학을 포괄하는 종합재판학적 저술이다. ‘전발무사’에는 다산이 곡산부사·형조참의로 재직 중 다루었던 사건과 직접·간접으로 관여하였던 사건, 유배지에서 문견(聞見)한 16건에 대한 소개와 비평·해석 및 매장한 시체의 굴검법(掘檢法)을 다뤘다. 한국법제사상 최초의 율학연구서이며 동시에 살인사건심리 실무지침서다. ‘흠흠’이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흠흠신서의 서문은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내고 또 죽이니 인명은 하늘에 매여 있다”고 시작해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이 형을 다스리는 근본이다”는 충고로 끝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 지난 1일 ‘흠흠신서’의 서문이 적힌 대형 액자를 걸어 놓은 것은 의미가 깊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광교산의 아침/‘氷炭不相容’ 정치권에 대한 선택은

지난 3일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단독 제출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져 찬성 150, 반대 7, 기권 2, 무효 1표로 처리됐다. 국회에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것은 55년 임철호 농림부장관, 69년 권오병 문교부장관, 71년 오치성 내무부장관, 200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이어 5번째이며 참여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과거 해임건의안이 의결될 때처럼 이번에도 정국이 급속하게 냉각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성공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중간 평가’를 들먹이며 건의안을 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고 청와대에 압박을 가하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수용여부를 고심중이며, 여당의 민주당은 노 대통령에게 ‘수용거부’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해임안 의결후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과’나 ‘의회의 폭거’, ‘헌법 무시’ 등 갖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그 깊숙한 내막을 들여다 보면 내년 총선을 대비한 ‘주도권 싸움’의 산물이라고 해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 중에는 “김 장관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원을 통해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든가 “내년 총선의 총 사령관은 김두관”이라는 식의 말을 서슴없이 해왔다. 즉 사인선사마(射人先射馬·상대방을 쓰러 뜨리고 굴복시키려면 그 사람이 의지하고 있는 것을 먼저 쓰러 뜨려라)를 행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보기에 내년 총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과 경찰을 맡고 있는 김 장관이 어쩌면 가장 부담스런 존재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해임안을 저지하지 못한 여당 민주당은 무기력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행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년 총선을 대비해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었는지 모르겠다. 당내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주류와 구주류로 갈리고 있는 상태에서, 더구나 소수여당으로서, 해임안 저지에 나섰다가 표대결에 질 경우, 한마디로 당이 붕괴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모한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두팔을 벌려 수레바퀴를 막는다)을 하기보다는 훗날을 기약하자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양당의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이번 해임안을 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쓰리고 공허함이 가득찰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선거라는 것은 국민들의 다양한 기대와 희망을 하나로 묶어 국가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축제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번에 보여준 행태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타협하기 어 려운 사이)의 극치였기 때문이다. 제17대 총선은 내년 4월15일에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두번다시 보기싫은 행태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 국민들은 내년에 정치권을 어떻게 심판할 지, 그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갈등’해소를 부르짖는 정치권이 오히려 더욱 다양한 ‘갈등’만을 양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일형.정치부장

천자춘추/비와 우리농업

국회 농림해양위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으로 올해 농사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추 농사, 참깨 농사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추석대목을 앞 둔 과일농사도 작황이 좋지 않고, 벼농사마저 심각한 감수가 염려된다. 높은 하늘과 밝은 햇살,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계절에 너무나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가을에 무엇을 거두란 말인가? 겨울이면 조합에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여기저기 외상으로 가져다 쓴 비료며, 농약값도 갚아야 하는데….’ 농민들의 한숨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살림살이는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농가부채는 해마다 늘어나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천정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농산물가격은 늘 낮게 형성된다. 애써 농사지어 언제 빚이나 다 갚을 수 있을는지 농민들은 불안해 한다. 여기에 한-칠레FTA, WTO/DDA 농업협상이 농민들의 시름을 더한다. 농업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늘 고민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에 문제를 풀어갈 방도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하지만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몫과 농민이 해야할 몫을 다한다면 희망은 있다. 농가부채를 경감하고 농가소득을 지지하여 농가경제를 안정시키고, 농촌을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개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농업생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식량안보, 환경보존 등)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일이다. 지금까지 국회 농림해양위 활동을 통해 농가소득안정망 구축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앞으로도 농업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고 농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농촌을 아름다운 국토로 가꾸도록 하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농민들이 해야할 몫은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로부터 우리 농산물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품질이 우수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면 우리 소비자는 주저없이 우리 농산물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실한 농업, 안정된 삶을 누리는 농민,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농촌을 우리가 만들어가야만 한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독자투고/이라크 의료봉사통해 얻은 '인류애'

나라간에 도움을 주거나 받는 경우 이를 혈맹이라 한다. 피로 맺은 연합체라는 의미일까. 우리의 40대는 유년시절 우리나라가 6·25전쟁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준 16개 국가명과 국기를 외웠다. 군대를 보낸 나라, 의무부대를 지원한 나라로 구분해서 외웠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를 도와준 16개국이 어디인지를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한번 더 상기해두면 가슴속에 맑은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6·25 전쟁시 유엔군 소속으로 대한민국에 전투 병력을 파견했던 국가는 16개국이었으며, 의료 지원 병력을 파견했던 국가는 5개국으로 참전국은 모두 21개국이었다. 파병 규모는 연인원 135만2천600여명이었으며, 이 중 인명 손실은 16만여명으로 수많은 외국 참전 용사들이 6·25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부상 또는 실종됐었다. 6·25전쟁중 인명피해는 17만8천569명이고 한국이 13만7천899명, 미국 3만6천940명 등 연합국 사망자는 4만명에 이른다. 지금도 스미스부대 참전비, 프랑스군 참전비, 영국군 참전비 등이 경기도내에 있고 주한대사는 물론 각국의 귀빈들이 반드시 들러 헌화하고 참배하는 곳이다.글로벌케어와 경기도, 도내 의료단체가 연합된 이라크 긴급 의료지원팀 110명이 지난 4월21일부터 7월26일까지 이라크 난민지역에서 긴급 의료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만명 이상의 부상자를 치료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사업도 펼쳤다. 전쟁의 와중에 약품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어려움도 있었고 통신이 두절되는 불편, 시설과 장비가 열악한 문제점 등을 ‘지극한 정성’으로 극복해 냈다. 이제 의료활동을 마치고 나니 50년전 6·25전쟁 당시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왔던 16개국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은을 한 것 같아 행복하다. 현재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에서 의료활동을 전개하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요원들의 용기와 헌신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성공적인 이라크 의료활동 모습은 이라크 국민과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행복’으로 평생 간직될 것이다./김규일·道 보건위생정책과

9월 5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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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용인간 지하차도 차단

주민생활의 광역화는 인접 자치단체 간에 상충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유발한다. 환경문제 등 행정의 광역화 추세가 이래서 더욱 다양해 진다. 교통문제 역시 이에 속한다. 성남시가 용인시와 경계를 이루는 경부고속도로 지하차도를 폐쇄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처사가 아니다. 엊그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려 7시간 동안이나 대형 덤프트럭으로 지하차도를 차단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책임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이에 이르기 까지의 경위가 어떠했던 간에 차량 통행을 저지한 물리적 적치는 도로법이 규정하고 있는 도로에 관한 금지행위에 저촉된다. 문제의 지하차도는 도청 소재지에서 시·군 소재지에 이르는 공로(公路)로 이엔 어떤 사권(私權)행사도 불가하다. 사도(私道)라 할 지라도 일방적 차단이 불가한 마당에 하물며 공공기관인 자치단체가 도로를 차단,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것은 추궁받아 마땅하다. 이로 인하여 서울 수서~분당~용인~수원으로, 또 수원~용인~성남~수서로 오가는 차량 7만여대가 인근으로 우회해야 하는 바람에 진종일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도로의 폐지와 변경 등엔 적법한 절차란 게 있다. 이를 무시한 차단행위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힌 성남시는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묻는다. 성남시가 분당~수서간 등의 교통난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공공질서 문란의 책임을 면탈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가뜩이나 사회각계의 욕구가 극한으로 치달아 어려운 터에, 공공단체가 마치 화물연대의 파업 행태를 방불케 하는 노상 적치행위를 자행한 것은 실로 유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찰측의 방임이다. 도로가 불법 적치물로 인해 공공의 질서가 어지러우면 마땅히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방관한 것은 소임에 위배된다. 아무튼 문제점은 여전히 상존한다. 교통문제는 또 어디를 가든 심각하다할 만큼 지난한 현안이다. 어렵고 또 어려워도 협의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광역행정의 숙련이 요구된다. 중지를 모아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안다. 아울러 더는 이같은 불상사의 돌발사태가 없기 바란다.

500년 천연림 ‘광릉숲’을 살리자

외래식물이 우리 재래식물의 생장을 가로 막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피해는 아니지만 광릉숲까지 잠식한다면 보통 심각한 노릇이 아니다. 조선 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이 있는 광릉숲은 500여년동안 풀 한 포기 뽑는 것 조차 금지돼와 산림이 울창하고 각종 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자생식물만 800여종에 이르는 경이로운 삼림지역이다. 활엽수만도 약 150종으로 우리나라 중부의 대표적인 낙엽활엽수종이 집결된 곳이다. 특히 약 100정보의 활엽수림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천연림이다. 이러한 광릉숲이 해로운 외래식물들에 잠식 당한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다. 최근 광릉숲 주변에서는 사람 키 높이의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 군락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은 자생식물의 생육을 방해한다. 2~3년 전부터 경기북부지역에서 대량 발견되고 있는 이 돼지풀들은 다른 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들의 꽃가루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들 식물의 생태나 분포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다. 포천군과 남양주시가 올해 각각 4천만원과 1천만원을 들여 최근 2개월간 제거작업을 벌였지만 분포지역이 워낙 넓어 군인들을 동원해도 역부족인 실정이다. 광릉숲을 병들게 하는 또 한가지는 광릉숲을 감싸고 흐르는 수질 3급수의 봉선사천이다. 1997년을 전후해 이 일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음식점들의 생활하수가 봉선사천으로 유입돼 광릉숲 수목들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포천군이 수질 개선을 위해 봉선사천에 1천500평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을 2005년까지 짓기로 했으나 이 하수처리장 건설 예정지가 광릉수목원 정문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오히려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하수처리장 건설 예정지가 반딧불이의 집단 서식지이며 해오라기나 원앙 등이 사는 곳이어서 공사가 시작되면 이들이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수종말처리장을 상류지역인 직동교 부근으로 옮기면 봉선사천 수질 정화는 물론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와 포천군은 돼지풀 제거와 하수종말처리장 위치 변경 검토 등을 통해 광릉숲 보호·보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특화 발전 특구'

재정경제부가 경기도를 특구신청 지역에서 배제한 것은 큰 실책이다. 재경부가 지난 7월8일 지자체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특화사업을 종합해 이달초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전국 시·도에 보낼 때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을 아예 제외한 일도 묵과할 수 없는 처사다. 재경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특화발전 특구 신청 사실조차 모를뻔 했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각 시·군으로부터 특구지정 사업을 신청받아 8월30일 재경부에 신청한 내용은 모두 절실한 당면 사업들이다. 수원시의 수원 일반지방산업단지, 고양시의 국제화훼특구, 부천시의 해양레저관광특구, 용인시의 골프장특구, 남양주시의 실학문화특구, 이천시의 도자산업특구, 파주시의 남북경협단지특구, 양주군의 섬유산업특구, 연천군의 전곡리 선사유적특구 등 25개 시·군 45개 사업은 매우 중요한 사업들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수도권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구지정에서 제외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만일 과밀억제권역은 빼더라도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의 규제를 받는 경기 동북부 지역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현재 경기 북부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682만원으로 전국 최저인 대구시(729만원)보다 적다. 더구나 20년 전에 비해 가평군의 인구는 3만7천명, 연천군은 1만5천명이 줄어드는 등 접경지역은 인구가 격감했다. 지금까지 대구와 광주 등 9개 시·도에서 298개 특구 사업이 재경부에 접수됐는데 경기도가 신청한 사업들이 전부 배제되었다니 실색을 금할 수 없다. 손학규 지사가 지난 1일 제2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역 특화 발전 특구에 경기도를 포함시켜 줄것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재경부는 가뜩이나 규제지역이 많은 경기도를 특화발전 특구에서 배제해서는 안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청와대 편지 ‘恨을 버리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듣기싫은 말이 그리도 듣기 싫습니까. ‘듣기좋은 꽃노래도 석자리 반이라’하였으니 그럴만도 하긴 하겠지요. 하지만 범부가 아니잖습니까. 대통령이기 때문에 다 듣는 얘기로 아시면 됩니다. 이 칼럼도 대통령이 후보시절엔 꽤나 듣기싫은 소릴 했습니다. 그랬던 게 막상 대통령이 되시고 나선 거의 침묵을 지키거나 더러는 되레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그(대통령)에게 여유를(주자고),’ 이렇게도 말했고 ‘강변의 물(사소한 일)보단 강심의 물 줄기(큰 흐름)를 보자’고도 했습니다. 한폭의 그림을 그리는데도 구도가 잡히기까지는 수많은 소묘가 점철합니다. 하물며 갓 집권하여 국정의 틀을 잡는 덴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이 정부의 국정운영 데생 시점을 반년에서 1년으로 본 가운데 이제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렇긴 하나 명심하실 것은 국정에는 연습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간 다른 지면에서 많은 공격을 받아야 했던 연유가 이에 없지 않았음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공격이 온건하다 불온하다 하는 것은 민중이 판단할 몫이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입에 담을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무던히도 애쓰신 것은 인정합니다. 검찰이나 국정원 같은 지근의 권력기관과 아직까진 전례없이 일정 거리를 두는 것 정말 보기 좋습니다. 흔히들 인재 발굴을 말합니다만 삼고초려할 제갈 공명 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잘 아는 측근을 기용하는 파격을 굳이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파탈도 좋습니다. 벌써 국회 시정연설을 두번이나 갖게 되는 것은 임기동안 국회를 한번도 찾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들에 비하면 참 좋아 보입니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가운데는 대통령께서 쓸데없는 말씀을 하신 게 더러 빌미가 된 것을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못해 먹겠다” “하야하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씀은 이유가 어떻든 할 말이 못됩니다. 투박한 언어, 거친 표현 역시 서민풍모의 대통령상을 고집하고자 하는 파탈로 짐작되긴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파탈이 순기능쪽으로 가면 보기가 좋지만 역기능쪽으로 가면 왜 그렇지 못한가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통령께선 유난히 맺힌 한(恨)이 무척 많아 보입니다. 파격, 파탈의 고집이나 돌출의 오기 같은 것 역시 재래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풀이로 보면 잘못일까요. 김해 진영의 빈가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른 것은 가히 청소년들에게 교범이 되는 입지전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성장 과정의 불우한 환경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계에 입문해서도 실로 파란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민주당 안에서 한동안 나돈 후보 교체론, 대선과정에서의 열세를 막판에 뒤집기까지는 숱하게 중첩된 역경에 역경의 극복이었습니다. 어찌 가슴에 응어리 진 한이 없다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입니다. 맺힌 한을 이젠 내 던져야 합니다. 전 대통령 박정희가 생각 납니다. 성장 과정의 어려움은 두 분이 다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박 대통령은 정치적 난관없이 총칼로 바로 집권을 시작했고, 그래서 개인의 정치적 한은 당초엔 없었던 데 비해 노 대통령은 천신만고의 정치역정 끝에 집권하여 정치적 한이 피맺힌 점이 다릅니다. 박정희는 그래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보릿고개 같은 가난을 물리쳐 독재자이면서도 오늘의 경제성장에 초석을 다진 공로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가 가난을 물리친 것은 그 역시 뼈저린 가난을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성장기를 거친 대통령께서는 이제 무엇을 해보이시겠습니까. 개혁의 웅지를 짐작 못하는 것 아닙니다. 그러나 정서를 불안케하는 한을 품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듣기좋은 말은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듣기싫은 소릴 들을 줄 아는 대통령이 되시면 참 좋겠습니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습니다. 지난 날의 정치 원한에서 해방되는 당당한 면모를 보고 싶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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