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경험하였다. ‘국민의 정부’ ‘문민정부’ 시절 개혁 차원에서 그랬고, 그 이전의 정부에서도 서정쇄신이란 이름으로 수차 있었던 일이다. 심지어 한 임기의 정부에서 몇차례씩 시도된 적도 있다. ‘공무원 행동강령’(윤리강령)은 이토록 습관성 유산인 것이 숙명이다. 유사한 명칭에 내용도 한결같이 비슷하였다. ‘준칙’ ‘훈령’ 등 형태도 여러가지였던 것을 이번엔 ‘대통령령’으로 한다지만 습관성 유산을 면할 전망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시행 첫날 관가 주변의 고급 음식점들이 한산한 것도 과거 실패한 경험과 똑같다. ‘3만원 초과 식사 금지’ ‘5만원 초과 경조금 금지’ 등등, 이런 것들은 결국 지켜질 수 없는 것들이다. 여럿이 먹다보면 덜 먹을 수 있고 더 먹을 수도 있다. 경조금 봉투 또한 일일이 얼마나 들었나 하고 열어보고 받는 것은 아니다. 지켜질 수 없는 것은 이밖에도 많다. 이런 강령 따위로 공무원 사회의 부패가 추방될 것으로 기대하는 발상 자체가 유치하다. 냉소거리 밖에 안되는 선언적 규정으로 이를 위반하면 징계한다는 으름장 역시 웃기는 이야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하는 소리로 치고 처음 한동안만 바짝 긴장하다 마는 전철이 또 되풀이 되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부패방지위원회’는 할 일이 그렇게도 없는 곳인지, 정 한 건 올리려거든 좀 그럴싸한 작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기껏 실패한 습관성 유산의 전작을 표절해서는 새 정부의 권위만 흠집낸다 할 것이다. 정부 기관은 무슨 일에 포장만 거창하게 하기보다는 내실을 먼저 생각해가며 일을 하는 것이 참다운 개혁적 자세라고 믿는다. 공무원 사회의 청정화는 당연한 과제이지만 이런 겉치레 틀을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윤리강령)에 대해 표명한 노무현 대통령의 노여움 역시 바로 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임양은 주필
‘평택항’ 명칭문제를 5월중으로 결론지을 것으로 알려진 해양수산부 방침에 이미 보도된 합동조사위의 ‘평택·당진항’절충안이 채택될 공산이 높은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 당진군측이 당초 요구한 ‘평택항’분리의 주장이 뜻을 이루지 못한 대안으로 제시된 명칭 절충의 ‘평택·당진항’안은 참으로 황당하다. 1986년 12월 5일 국제무역항으로 문을 연 ‘평택항’은 이미 지구촌 해양물류에 그 이름이 각인된 세계적 공식 명칭이다. 그런데도 17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국제항의 고유 명칭을 새삼스럽게 변경하는 것은 위상을 떨어뜨리고 또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다분하다. ‘평택항’의 구조로 보아도 명칭 절충은 이유가 될수 없다. 평택쪽에 3천810m 규모의 무역항 선좌가 있는데 비해 당진엔 겨우 880m 선좌인데 그나마 기능이 부곡공단 원자재 하역을 위한 전용부두에 불과하다. 인천항·부산항과 함께 가는 평택항이 고작 공단 전용부두 수준에 머문 부분이 당진땅에 물렸다해서 국제항의 이름을 바꾸는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이에 평택시 발전협의회등 여러 시민단체가 정치논리에 치우친 줏대없는 해양수산부 처사를 지탄하고 나선것은 당연하다. 항만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 평택항 분리 논의에 이어 이젠 명칭을 바꾸려는것은 순전히 지역 이기에 영합하는 것이라는게 이들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평택항’은 법규에 의한 공식명칭인데도 그간 정부의 문서에는 ‘평택(아산)항’으로 표기한 편법을 써온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진쪽에서는 가당치않은 주장을 제기하여 마침내 절충안 명칭으로 변경될 지경에 이르도록 지역사회가 힘써온 판에 평택에서는 도대체 뭘 했느냐는 데에 있다. 평택시는 말할것 없고 평택 출신 국회의원등 정치권에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가 ‘평택항’ 이름을 빼앗길 형편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무심해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평택시와 정치권이 처음부터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결과에 시민단체들이 해양수산부에 항의하고 나서는 등 사태 만회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엔 역시 한계점이 있어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민단체의 고독한 투쟁에 힘을 실어주어야할 사람들이 방관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택시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듯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정치권은 저마다 당내 입지에만 신경을 쓸뿐 누구하나 거들고 나선 이가 하나가 없다. 평택뿐만이 아니다. ‘평택항’을 ‘평택·당진항’으로 빼앗기는 부당함은 또 비단 평택만의 일이 아니다. 마땅히 경기도 차원의 거도적 관심사가 돼야하는데도 그같은 기미 또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웅도를 자랑하는 경기도가 당치않은 지역 이기로 ‘평택항’ 이름을 충청남도에 빼앗길 판인데도 보고만 있는것은 이 역시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 많은 평택시민들의 의문이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설마”하다가 해양수산부의 최종 결정이 난뒤엔 이미 때가 늦다. 정당한 자기 이름 하나 지역사회가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데서야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평택시는 더 말할것 없고 경기도 역시 ‘평택항’명칭 지키기에 앞장서야 한다. 도내출신 국회의원등 정치권에서도 마땅히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수영.남부권 취재본부장
시화호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다. 시화호에는 중생대 호수지역으로 많은 국보급 매장 천연기념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화호 주변에서 발견되는 암상(岩床·암질의 특성)을 살펴 보면 호수에서 볼수 있는 퇴적구조를 갖추고있다. 정갑식 박사(한국해양연구소)는 “시화호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에는 호수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호수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암층이 발견되고 있으며 사암 등 호수지역에서 볼 수 있는 퇴적층의 평행구조 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있다. 때문에 호수의 고운 흙은 공룡의 발자국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호수에 묻혀 공룡의 발자국이 잘 보존됐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대부도지역이 섬지역으로 육지와 단절된 특수한 환경이 오랫 동안 문화재급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러한 대부도지역이 섬지역에서 육지로 편입되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여기에 행정당국의 안이한 문화재관리와 개발 우선 정책으로 문화재는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단적인 예로 대부도 황금산에 옛날 봉화터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원형이 잘 보존된 봉화터가 언젠가 사라져 버렸다. 이렇듯 문화유산이 개발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으며 시화호 주변 곳곳이 훼손되어 가고있다. 중요 문화재가 시화호 개발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잡석으로 변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화호가 품고 있는 광활한 공룡화석 단지에는 그 옛날 공룡이 살아 숨쉬고 있는 많은 흔적을 품고있다. 현재 운명처럼 중생대 호수의 모습으로 시화호는 거듭나고 있다. 자연은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 사이로 생태공원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항상 같은 주장이지만 자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 스스로 정화하고 가꿔진다. 우리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시화호와 그 주변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잘 가꿔 관광상품화 한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시화호 남측간석지 인근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단지가 시민단체를 비롯, 전문가, 지자체등이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문화재로 지정된 남측간석지가 하루 빨리 관광코스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안산 탄도지역의 공룡발자국 발견지인 대부광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지방문화재로 지정했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발굴할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최종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새롭게 변경된 음주단속이 1개월이 경과되며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방법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대로를 막는 음주단속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경찰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국민들이 이해를 하여 자칫 음주운전이 늘어나는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대로를 막아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사람도 무작위로 음주단속을 하여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마치 범죄자인것 같은 수치심을 들게 하고, 음주단속으로 인하여 차량이 지체되는 불편을 준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같은 단속 방법을 개선코자 대로를 막는 음주단속은 폐지하고 유흥가 등 골목길에서 선별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성남남부경찰서에서는 사이카를 이용하여 검문조와 사이카의 무선교신을 이용하여 골목길 및 음주차량이 많이 다니는 주요 도로에서 합동 근무를 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자신만의 피해를 보는 범죄가 아니라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범죄로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이러한 경찰의 음주단속 노력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음주운전행위는 범죄라는 시민의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엄원석·성남남부경찰서 경무계 경사 (733-0002)
{Image}
인천시가 지난해 11월 영종도와 영흥도 일대 갯벌을 ‘임시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을 때는 기대가 컸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및 영흥도 연륙교 개통에 따라 영종도와 영흥도를 찾는 관광객은 증가했으나 갯벌 무단 출입으로 어·패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갯벌의 오염물질 자정작용 저하가 심각한 상태여서 관광객 출입금지와 각종 개발을 제한하는 임시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은 타당했다. 특히 2004년 말까지 임시생태보전 기간이 끝나면 2005년 1월부터는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 영구보전키로 발표, 더욱 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6개월이 지나도록 갯벌보전을 위한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아 갯벌 훼손 및 생태계 파괴가 심히 우려된다. 인천시가 갯벌 출입 이용객들의 출입을 강력히 제한하는 임시생태보전 대상지역은 영종도 남단 공유수면(해수욕장 제외) 29.5㎢(2천950㏊)와 옹진군 영흥도 공유수면(해수욕장 제외) 16㎢(1천600㏊)등 모두 45.5㎢이다. 갯벌보전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출입을 금지키로 하고 주민들에겐 한정면허(어·패류 채취권)를 부여, 갯벌감시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관광객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안내판 설치와 갯벌체험장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전대책이 지연되거나 실행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에게 발급키로 했던 한정면허의 경우, 지난 3일에야 허가권자인 중구와 옹진군 등에 승인을 내줘 해당 지자체가 어촌계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주민들에게 한정면허를 발급하기 까지 2개월이나 소요된다. 관광객 증가에 따라 영종·영흥도 갯벌 45.5㎢에 추가 설치키로 한 출입제한 안내판과 3.5㎞에 이르는 부이(해상에 띄우는 라인)도 국고보조금 9천979여만원을 지원받지 못해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갯벌이 육지 오염물질을 정화하여 바다를 살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각종 어·패류 등 바다 동·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여‘논이 쇳덩어리라면 갯벌은 금덩어리’라고 한다. 그만큼 갯벌은 소중한 자연의 보고다. 인천시 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지 말고 한정면허 조기발급 등 갯벌보호 대책을 역동적으로 시행하기 바란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동향은 자못 유감이다. 파업으로 치닫기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것 부터가 사회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다. 도대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이 노조를 자청하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 그래도 선진국은 아니지만 선진국의 추세가 그러하다면 이해하려고 노력은 한다. 그래도 그렇지 한술 더 떠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공노의 주장은 지나치게 황당하다. 공무원노조원들의 월급 돈을 부담하는 서민대중은 공무원 노조원들보다 생계가 더 열악한 사람들이 다대수다. 이러한 서민대중은 곧 무산대중이다. 무산대중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공무원들이 노동자를 자칭해서는 정작 무산대중의 진짜 노동자들은 할말이 없다. 공무원들의 근무조건이 어려운 것은 모르지 않지만 공무원의 월급 돈을 부담하는 무산대중들보다는 훨씬 인간다운 문화적 삶을 누린다. 그 어느 직장보다 신분이 보장되고 봉급 외의 각종 수당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것이 전공노 조합원들이다. 이러한 공무원들이 노조의 이름으로 파업할 의향이 있다면 도대체 이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토록 불만이 있으면 아예 공무원을 그만 두어야 한다. 전공노의 불만은 복에 겨운 과욕이다. 그같은 과욕을 탐내지 않고도 공직을 맡겨주면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무산대중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데도 참여정부는 무산대중이 달갑지 않게 여기는 ‘공무원조합’에 노조를 인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면 이같은 참여정부의 전향적 조치에 만족해야할 공무원들이 더 나아가 노동3권 보장을 들고 나선 것은 해도 너무 몰염치하다. 단체교섭권만 인정하면 됐지 단결권도 모자라 단체행동권까지 보장하는 공무원 노조는 선진국 그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공권력 수임자인 공무원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로 수임된 공권력을 위배하는 파업을 용인하는 국민은 그 역시 어디에도 없다. 이에 정부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친노동 정책은 능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여 국민총생산의 저해까지 불사하는 의도적 악덕행위를 용납하여서는 안된다. 일반 노조도 아닌 전공노 같은 공무원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정부가 이같은 횡포를 엄단하는덴 아무리 가혹하여도 비난할 국민은 없다. 그것은 바로 정부와 함께하는 이 시대의 사회정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경방침 고수를 요구한다.
얼마전에 보도된 대학생들의 보수단체 활동소식은 흥미롭다. 진보성향 풍조만이 풍미하는 것으로 여겨온 대학가에 보수성향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래한국연구회’ ‘청년우파연대’ ‘보수학생연대’외에 또 ‘청년한국대학생연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성된지 3개월~9개월된 이 보수단체는 회원 수가 각기 800여명에서 1천500여명에 이른다니 작은 단체가 아니다. 시장경제, 국가안보, 자유통일 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심전심으로 뜻을 같이하게 된 이들 단체는 세미나·토론·집회 등으로 젊은 생각들을 피력하는 모양이다. 예컨대 북 핵문제, 이라크전쟁 같은 걸 주제로 삼기도 하고 사회문제도 다룬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생들 가운데는 보수·진보 어느 단체든 가입하지 않은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 다만 한총련처럼 진보성 단체만이 아니고 이젠 보수성 단체가 존재한다는 게 세태의 또 다른 변화를 실감케 한다. 전체주의는 단원화 사회인데 비해 자유민주주의는 다원화 사회다. 단원화 사회는 단독선의 맹종을 요구하는데 비해 다원화 사회는 공동선의 토론을 추구한다. 북에서는 유일사상과 신격화 승복만이 존재하는데 비해 남에서는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의 구사가 이래서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점이다. 상대를 부정하면 나도 존립할 수 없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점이면서 또한 최대 강점이다. 그러므로 법질서가 존중돼야 한다.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의 어떤 학생단체이든 간에 법질서를 이탈해서는 자신의 활동을 인정받을 수 없다. 지금은 유신정권이나 신군부 독재시대가 아니다. 헌정을 파괴하는 독재에는 법질서를 이탈하는 투쟁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를 혼동하는 일부 대학생들의 잘 못된 판단이 심히 안타깝다./임양은 주필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 당국은 최근 미2사단과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해 평택·오산 미군기지 주변 땅 500만평을 제공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과 같은 안보환경의 변화 없이 섣불리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특히 전투사단인 미2사단을 후방이나 다름없는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것은 휴전선 일대 군사력의 균형을 해치고,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하여 평화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의 재배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킬 수가 있다는 점을 한·미군사 당국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한·미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통해 “한강 이북 미군기지의 재배치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치·경제·안보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추진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힘으로써 당분간 미2사단의 한강 이북 주둔을 계속키로 합의한 결정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직접적인 전투를 수행하지 않는 용산기지의 이전 문제는 한·미간 사정을 감안하여 다소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전대상지역 주민들이 받게 될 고충과 피해에 대하여 정부 차원의 충분한 보상과 지원의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하며,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일방적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주한미군은 필요하지만, 주둔지역은 기지로 인하여 장기적인 도시발전 저해요인과 미군 범죄, 환경 피해 등으로 항상 미군과 지역주민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또한 주민간에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인한 갈등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평택지역 주민들은 지난 50년간 미군기지 주둔으로 인한 고충을 감내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또 다시 미군기지를 확장, 수용해야할지도 모르는 처지를 당하게 됨으로써 주민들의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만약 정부가 미국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가피하게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결정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한다. 첫째, 미군과 정부 당국은 미군범죄와 환경 피해 등에 대한 철저한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한미간 SOFA개정도 동시에 이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군기지 이전 대상지역의 충분한 주민 피해 보상과 더불어 이전 기지 주변 도시정비 및 생활 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차원의 예산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평택 지역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어마을 대상지역으로 여건이 갖춰져있는 미군기지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외국대학 설립에 있어 미군기지 내에 설치되어 있는 미 대학 분교 및 외국대학을 국내 미군기지주둔지역에 설립시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평택, 동두천 등 미군기지주둔지역 관광특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별 지원을 통하여 국제적 쇼핑타운으로 탈바꿈 시키는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섯째, 현재 국회에 입법 청원 및 법안 계류 중인 미군기지주둔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원유철.국회의원
가끔은 텔레비전도 쓸만할 때가 있다. 얼핏 지나가는 화면을 고정시켰다. 기인처럼 생긴 한 소설가가 얘기를 한다. “예술이란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아름답지 않은 것을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아름다워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뒤집어서 내게 아름다움이 있어야 그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 새롭게 울려온다. 다른 채널을 돌려본다. 피아졸라의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안트리오의 피아노 삼중주가 연주되고 있다. 화려하고 거침없는 연주가 끝난 후 진행자가 묻는다. “음악에 활력을 주기 위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여행이고 두 번째는 하고 싶지 않은 것 안 하는 것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안 하기’, 안트리오라 안 하는건가. 거 참, 기분 좋게 당돌하구나. 당장 안트리오 앨범 하나 사야겠다. 헌데 왜 이 대목에서 시인이자 목사인 한 선배형이 생각날까. 서재로 달려가 그의 책들을 모조리 꺼냈다.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등의 시집과 산문집,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 ‘나무 신부님과 누에성자’ ‘부드러움의 힘’을 닥치는 대로 뒤적이며 훔쳐보았다. 종교와 문학, 성과 속 사이를 부단히 서성거리며 부대꼈던 그의 고뇌의 흔적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 삶 한복판에서 ‘우주적 영성’을 발견하고 ‘일상의 성화’를 통해 화해를 이루어 나가는 그 진지함과 절묘함이 참 아름답다. 글쓰기를 자신의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 믿는 그는 시쓰기를 통해 넓고 깊은 영성의 바다로 나아간다. 그는 옻나무가 온몸이 칼금투성이가 되면서 내어주는 진액이 썩지 않는 불멸의 재료가 되는 것을 보고, 상처 속에 빛나는 아름다움과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갖는다. 그가 기록한 시 한편을 음미해 본다. 과일의 껍질을 벗기면/과일의 몸에서/짙은 향기가 퍼져 나온다//알맞게 잘 익은 과일이다// 과일의 껍질 같은 옷을 벗기면/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도 있고/견딜 수 없는 악취를 풍겨내는 사람도 있다//껍질만 화려한 박제의 시대//하지만/누더기 옷을 걸치고도/향기로운 사람이 있느니//누더기 옷을 벗으면/더욱 그윽해지는 사람도 있느니// 껍질만 화려하고 말만 무성한 시대에 그윽한 속향기 풍기며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아름다운 사람 만나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 속내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