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가업(家業)

장독대를 보면 그 집안의 살림 형편과 살림 솜씨를 안다고 했다. 드넓은 장독대에 크고 작은 장독이 즐비하면 가세가 넉넉한 집안이며, 장독마다 매끄럽게 닦여 단아해 보이면 살림 솜씨가 괜찮은 집안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간장은 해가 묵을 수록이 진한 맛이 더 하므로 여유가 있는 집에선 간장독이 많았고, 장독 관리는 아낙들의 부지런함이 배어들게 마련이므로 장독을 보면 그 집 아낙들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독은 옹기다. 옹기엔 또 오지그릇과 질그릇 두가지가 있다.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초벌구이를 한 다음에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굽는다. 검붉은 윤기가 나고 질기다. 질그릇은 그냥 진흙으로 굽고 오짓물을 입히지 않으므로 겉이 테석테석하며 윤기가 없다. 오지그릇보다 더 잘 깨져 ‘질그릇 깨지듯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옹기는 우리 식품문화의 전통적 보고다. 겨울김장을 옹기에 담아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꺼내먹는 그 맛이란 냉장고가 비할 바가 아닌 아주 일품이다. 세월이 달라져 지금의 도시 사람들에게는 장독대를 둘 곳도 없고 심지어는 김장옹기 하나를 묻을 땅이 없을만큼 온통 시멘트바닥 투성이다. 김치냉장고에 갖가지 플라스틱 제품이 나와 옹기가 추방되다시피 하였지만 옹기는 역시 고유의 식품문화 보고로 우리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여주 김일만씨(62·경기도 민속자료11호) 아들 네형제 등 5부자가 7대 200년의 가업으로 전통 옹기의 명맥을 이어 간다는 보도 내용은 그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세월이 바뀌어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인정신은 우리의 전통을 이어 준다. 가업에 자부심을 갖는 전통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옹기는 비록 사양산업이어도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되는 제조업이다. 김씨 일가의 옹기 가업에 경제적 보람도 함께 있기를 바라고 싶다./임양은 주필

기고/선생님! 우리선생님!

교육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면 자연히 학교현장을 말하게 되고 학교현장을 말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 공교육 붕괴니 교실붕괴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각 교직단체간의 갈등을 말하면서 심하게는 다른 교직단체 간에는 식사도 함께 하지않고 모임도 갖지 않는다는 말들을 쉽게 말해 버린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일부 언론매체들이 너무 심하게 교육계를 폄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유쾌하지가 않다. 정말 세상에서 일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처럼 공교육이나 교실현장은 붕괴되고 있는가.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설사 교실에서 한 두 학생이 떠들거나 잠을 잔다고 해서, 교사의 말에 반항을 한다고 해서 교실은 붕괴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약 40여년에 가까운 교직생활을 해온 필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입한 교직단체가 다르다고 해서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사실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한 두건을 가지고 전체를 그런 식으로 몰아 붙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촌지 문제도 그랬다. 서울의 일부 한 두 사건을 가지고 대한민국 교사 전체가 촌지나 받는 것으로 싸잡아 몰아 붙이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잃곤한다. 그런 논리대로 말을 한다면 마치 절도사건 한 두건을 가지고 모든 국민이 도둑이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건전하다. 물론 이 나라의 선생님들 역시 건전하고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사들은 자신이 가입한 교직단체와 무관하게 서로 협조하면서 교육행정은 물론 학습지도나 생활지도를 잘 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정말 마음이나 행동이 아름다운 선생님들을 수 없이 만나면서 살아왔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열심히 환경을 가꾸어 가는 선생님들, 새벽에 나와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맞이하는 선생님들, 장학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선생님들, 가족처럼 서로 협조하고 협의를 하면서 인간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지내는 선생님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연구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너무 아름답고 예쁘게 생활을 하고 있다. 교장의 아무런 지시나 명령 없이도 맡은 일에 충실하고 봉사와 희생적인 행동으로 가족처럼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자부하고 싶다. 가끔 교무실에 올라가면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 그냥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아침 이슬 같은 순수함을 느끼면서 찬사와 격려, 그리고 사랑을 보내고 싶어진다. 모든 것을 의논하고 협의를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학교! 다같이 마음의 손에 손을 잡고 열심히 근무를 하는 학교! 그래서 필자는 행복하다고 늘 선생님들에게 말을 한다. 솔직히 어떤 때는 필자가 모르고 지나가는데 선생님들은 내게로 달려 와서 정감있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하고 간다. 제발, 속담처럼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논리로 교육을 논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름다운 학교, 봉사와 희생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주신 선생님,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쉴새없이 학교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 학교교육인 공교육은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선생님! 우리 선생님!’ 파이팅을 외쳐보고 싶다.

천자춘추/자치경찰1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맞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으로의 이양 문제는 지방자치의 핵심 의제다. 그동안 과도한 권한을 행사해 왔던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점진적으로 이관하는 것은 보다 나은 행정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나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을 통한 행정효율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경찰이 국민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미루어 경찰조직을 지방으로 이관하는 경찰자치제도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 중앙 정부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경찰조직을 지방자치단체에 소속시켜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도록 하는 경찰 개념이 바로 자치경찰이다. 이 경우 자치경찰의 설치, 유지, 운영에 관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제도가 실시되면 무엇보다도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된다. 특히 대국민 접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방범, 교통, 수사 등과 같은 민생치안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서비스 개선은 자치 경찰을 통제하는 지자체가 다름 아닌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는 그 지역주민들의 선거에 의해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찰의 대국민 서비스가 보다 특정화된 주민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요구와 지방경찰의 수용·집행, 그리고 주민들의 평가 및 재요구라는 순환 체계가 좀더 유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와 결부되어 검·경 간의 알력이 거세지는 등의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 이미 자치경찰제도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자치경찰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의원

5월 2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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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소신있는 국정인가?

‘참여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이 혼란스럽다. 교육인적자원부가 NEIS(교육행정정보 시스템)를 둔 전교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번복이 있던 날, 노무현 대통령은 내각에 ‘소신을 갖고 일하라’고 했지만 도대체 무엇이 소신인지를 알 수 없다. 적어도 윤덕홍 교육부장관의 경우는 그러하다. 윤 장관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NEIS 백지화는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는 며칠 안되어 유보해야 할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돌아 섰다가 정보 유출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며 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랬던 게 인권위 결정이 있자 따르겠다고 했다가 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던 것이 결국 전면 재검토하는 쪽으로 또 다시 일변하였다. 이렇게 왔다 갔다하는 정책 결정이 소신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윤 장관 자신이야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예의 언론 탓으로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의 무소신은 교육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현재 초·중·고의 97%가 NEIS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그간의 비용이 헛돈이 되고도 CS(종합정보 관리시스템)로 가자면 2조원이 또 들어갈 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새삼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 또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없고 하는 그런 것을 말하자는 건 아니다. 명색이 교육의 본산인 정부 주무부처 책임자가 이토록 무소신·무정견해서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교조와의 협의과정에서 청와대측이 개입한 것도 문제다. 장관이 미덥지 못해 그런 건지는 알수 없어도 이토록 전면 개입을 일삼을 요량이면 주무 부처의 역할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국정의 중심이 내각에 실리지 못하고 청와대가 장악한 인상은 실패한 전 정부의 전철을 보는 것 같아 영 불안하기만 하다. 그나 저나 이제부터가 또 큰 일이다. “(CS로 돌아갔을 때) 앞으로 발생될 대혼란은 정부가 책임질 일로 정부 발표안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전국 시·도교육감의 성명에 교육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교총과 일부 학부모들은 윤 교육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자승자박으로 국민사회의 불안만 드높다.

행정감사 집단방해가 부당한 이유

일부 공무원들이 경기도의 하남시 행정종합감사를 농성 저지한 것은 유감이다.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도 종합감사를 폐지하라’고 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고유사무와 위임사무를 이유로 감사 대상에서 제외를 요구한 51건 가운데 30건은 제외하고 개발제한구역의 토지거래허가 처리 등 21건은 예정대로 감사에 나선 것으로 안다. 자치단체의 고유사무는 상급 기관의 감사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고유사무라도 국·도비가 투입됐거나 위임사무 등은 감사를 거부할 수가 없다. 도 감사가 대상 제외 요구를 조정하였으면 요구의 상당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공노와 공직협의 일부 공무원들이 경찰 투입이 요청되도록 감사장 입구를 봉쇄한 것은 공무원단체가 취할 상궤라 할 수가 없다. 설사, 요구 관철에 미진한 부분이 있고 그 또한 이유가 있다고 가정할 지라도 그같은 물리력 행사는 가당치 않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커녕 되레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한다. 집단이기에 들뜬 지역주민의 각종 시위로 사사건건 자치행정이 발목 잡히고 있는 마당에 자치단체 공무원들까지 그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지역주민의 집단시위를 설득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무작정 힘으로 밀어 붙이면 통한다고 보는 다중시위 풍조가 만연하여 공공질서가 심히 불안하다. 이런 판국에 공무원단체까지 가세해서는 공무원 조직의 윤리성을 저버린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 공무원 단체원이 될 수 없다고 보아 공무원 조직의 윤리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공무원사회도 물론 다중의 여러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과격을 능사로 삼아서는 공조직 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자해적 결과만 낳을 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 즉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하긴, 정부부터가 원칙이 왔다갔다하여 헷갈리게 만들고는 있지만 지방행정 공무원까지 그래서는 안된다.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지방행정 공무원만이라도 안정된 공무원사회를 이루기 바란다. 전공노나 공직협 등 공무원단체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능히 할만 하지만 법과 원칙을 지켜주길 당부한다. 지역사회에 거부감을 주기 보다는 인정감을 주는 공무원단체가 돼야 그 또한 미래가 있다.

정부 홍보

홍보의 시대다. 홍보는 광고·선전·보도의 개념을 다 포함한다. 방송 3사는 지난해 모두 막대한 광고수익을 냈다. 공영방송인 KBS도 1천60억원 가량 낸 순이익 중 대부분이 광고수익이다. 상업방송인 MBC는 7천63억원, SBS는 6천218억원의 광고수익을 올렸다. (기자협회보 5월14일자 보도) 이에 힘입어 방송사마다 큰 흑자를 기록하였다. ‘흑자’ 효자노릇을 한 광고 매출액은 물론 광고 수익금액보다 훨씬 높다. TV광고에 나가지 않으면 상품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인식받기 어렵다는 것이 TV광고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TV광고료 말고도 모델료 CF 제작비 등 연간 수 조원대의 TV광고 시장은 결국 상품가격에 포함되므로 고스란히 소비자(시청자)가 부담한다. 광고성 선전, 홍보성 보도 이런 것들을 일컬어 PR(public relation)이라고 한다. PR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주로 많이 하지만 관공서에서도 한다. 홍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홍보에 광고 윤리란 게 있는 것처럼 관공서 홍보가 ‘구렁이 제몸 추듯’ 자화자찬에 흘러서는 신뢰성이 있을 수 없다. 일반 관공서도 아닌 정부가 ‘참여정부’의 100일 성과를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적극 PR토록 하는 국무조정실의 각 부처별 홍보 계획이 보도돼 눈길을 끈다. 장·차관들이 TV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자청해 나가 홍보하고 신문 등에 홍보 칼럼 등을 게재토록하는 한편, 언론사 간부나 기자단과 홍보성 간담회를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언론 주무장관이 ‘언론이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하는 판에 언론을 통한 정부 홍보설이 나오는 것은 자못 역설적이다. 정부 홍보를 한다니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정부 정책이야 국민들이 잘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행여 ‘구렁이 제몸 추듯’하는 PR이 되어서는 국사에 바쁜 장·차관들이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임양은 주필

기고/'그래도 우리가 극복해야지요'

정 교장 선생님! 요새 교장 선생님들이 자주 모임을 갖는 것 갖습니다. 정 교장선생님도 서울에 다녀오셨습니까? 교육 현장에서 먼저 나온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고 가끔 산에 오릅니다. 오늘도 광교산에 올랐지요. 그런데 한 열 명 남짓한 교장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그리 표정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씩들 내뱉었습니다. “에이, 먼저 잘 나왔어, 그 사나운 꼴 안 보고.” “매일 저리 싸우니,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잘못된 제도가 학교를 망쳐 놓았어.”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불안해지고, 공부를 어떻게 가르치나?” 정 교장 선생님! 이 말들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저렇게들 싸우니,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져서 가르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라는 제도가 또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면 설정하고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또 암초에 걸렸습니다. 인권 문제가 있으니 몇 부분을 빼야한다고 하고, 빼면 혼선이 오니 그냥 시행하려고 합니다. 만약 밀고 나가면 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이고, 빼고 다시 고쳐 시행하려면 혼선이 올 뿐 아니라 예산 낭비가 8천400억~2조 2천억원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어디 실패한 교육제도가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뿐입니까? 지금까지 해온 숱한 일들이 그랬습니다. 7차교육과정의 실현성 문제, 학급 정원의 급속한 축소, 교원정년의 단축, 교원성과급 등 여기서 나온 부작용이 얼마나 컸습니까? 스트레스는 여기서 오는 것이지요. 병도 들고요. 하나의 제도가 생길 때에는 충분히 연구하고, 바람직한 개혁 발전성이 보장될 때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제도가 잘못되어 스트레스를 받아 살기 싫다고 귀중한 생명을 끊은 두 사람이 있잖습니까? 하나는 1999년 5월에 있었던 부산시 남구 ㅁ여중의 전 모교사의 자살 사건입니다. 개혁을 빌미로 교사들을 무능하다고 비리의 온상인 양 내몰고 있는 실정에서 학생들마저 선생님을 고발하고 구타하는 이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고 하면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몇 달 전의 일이지요. 충남 예산군 삽교읍 ㅂ 초등학교의 서 모교장의 자살 사건입니다. 그의 수첩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메모들이 있었습니다. 정 교장 선생님 ! 학교는 안정이 있어야지요. 선생님들이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서야 어떻게 잘 가르칠 수가 있겠습니까? 한 교육학자가 실험을 했지요. 두 마리 원숭이를 기르는데, ‘가’장의 원숭이에게는 매 시간 막대기로 건드려서 성질을 나게 만들고, ‘나’ 장의 원숭이는 안정을 주면서 그대로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동물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보니 ‘가’장의 원숭이는 중병에 걸렸습니다. 죽게 된 것이지요. 병인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제도는 있어야 하고 더구나 개혁을 하기 위한 것은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토론, 실험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이번의 교장(감)과 교원 노조의 관계가 피차 타도의 대상으로 대립한다면 전 교원이 스트레스에 걸립니다. 충분히 논의하고, 양보하고, 사랑으로 감싼다면 그런 슬픈 현상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젊은 교사와 원로 교사, 남교사와 여교사, 교총과 전교조, 스승과 제자도 다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드리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부산의 여중교사 유서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선생님들, 비록 잘못된 제도이지만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보블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 왕국의 몰트게 장군은 환영식장에서- ‘전쟁에 이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오랜 세월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선생님들의 공입니다.’ 정 교장 선생님! 학교 현장은 스트레스가 꽉 차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없습니다. 결국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우리는 뒤에서 기도하겠습니다. /밝덩굴.경기수필문학회장

천자춘추/5월의 무법자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비롯하여 공휴일과 기념일이 많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그래서인지 일년 중에서 가족과 함께 지루한 일상을 박차고 밖으로 외출하는 기회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그러나 자연과 빌딩을 친구 삼아 산으로 환상의 도시로 떠나려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무법자가 있다. 그 무법자의 이름은 황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2천∼5천km 떨어진 내몽고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에서 오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5월의 무법자인 황사는 174년 신라 아달라왕 21년에 흙비(雨土)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역사책에 기록된 이후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는데, 1990년 이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산림개발로 인해 토양유실 및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빈도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다행하게도 사스(SARS)가 발생하여 지구촌 가족들이 공포의 마스크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올해에는 예년보다 적게 찾아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다. 지난달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와 국회 환경포럼이 매년 반복되는 무법자의 횡포 속에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모색하기 위하여 동북아 황사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에 의하면 중국은 1993년 5월, 초속 37.9m에 이르는 황사로 85명이 숨지고 가옥 4천400채가 파괴되어 2000년부터 생태환경개선 5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황사 속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기 시작한 한국과 일본은 내몽고 및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방풍림 조성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워야 할 가정의 달 5월의 하늘이 불청객 황사와 더불어 물류대란, 공무원파업, 전교조 연차휴가, 신당창당 소음, 4천억 불법대출 등으로 한치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다. 내년에도 5월 가정의 달은 찾아올 것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 모두가 먼저 해야할 일은 자연적인 것은 물론 인위적인 5월의 무법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선우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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