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일산신도시에서 오늘부터 ‘2003 고양세계 꽃박람회(WFEK 2003)’가 개최된다. 다음달 8일까지 보름동안 일산구 장항동 호수공원 30만평 부지에서 1997년과 2000년에 이어 세번째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꽃과 인간의 환희’를 테마로, 화훼 업체들에 수출·입 정보 교환의 장(場)을 제공하고, 관광객들에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전시 관람 기회를 선사하는 행사여서 자못 기대가 크다. 10만평 넓이의 호수와 산책로 주변의 푸른 잔디, 수변을 가득히 장식한 형형색색의 꽃은 신록과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특히 26일부터 일반 관람객들에 전면 개방되는 박람회장과 실내·외 전시관 주변에는 장미·튤립 등 1만여종 1억여 송이의 각종 꽃이 사람들의 시선을 황홀하게 할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동남아 밀림지대에 자생하면서 개화했을 때 꽃의 크기가 지름 1m에 무게 10 ~ 15kg에 이르는 ‘라플레이사’, 열대 아프리카에 분포하며 수령이 5천년이 넘는 ‘바오밥 나무’,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극락조화’ 등 많은 희귀 식물들이 전시된다. 박람회 기간동안 호수공원에서 펼쳐지는 오페라의 유령콘서트, 댄스 페스티벌, 카네이션 노래자랑, 세계민속공연 페스티벌 등 30여 가지의 각종 이벤트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쉬운 것은 전시되는 1만여종의 꽃 가운데 우리나라 자생화는 5%에 불과해 명칭이 ‘세계 꽃박람회’이긴 하지만 외국종 꽃잔치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주최측인 고양시와 꽃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예상하는 이번 박람회 관람객은 80만명으로 이중 외국인은 5만명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스’확산을 우려해 중국과 동남아에서 오는 방문객에 대해서는 되도록 관람을 자제토록 할 계획이어서 실제로 외국인 관람객은 5만명을 훨씬 밑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설치하는 전시장 부스를 우리측 대리인이 운영할 예정이어서 전시관 운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성인 1만원, 학생 6천원, 어린이 4천원인 입장요금도 비싸다는 여론이 개최 전부터 일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렇다고 초장부터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지적된 여러가지 문제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가운데 친절하고 질서있는 박람회장 운영에 힘써 ‘2003 고양세계 꽃박람회’가 국제적으로 공인 받는 행사가 되도록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안성 사람인 안필승(안막)이 서울 출신의 최승희와 결혼한 것은 1931년 일본에서다. 안막은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공산주의 운동을 하던 스물한살의 와세다 (早稻田) 대학생이었고 최승희는 서울 숙명학교를 나와 무용 유학중 벌써 두각을 드러낸 스무살의 촉망받는 신인이었다. 안막은 문학평론가로 날렸고 최승희는 세계적인 무용가가 됐다. 1945년 유럽 등지를 절찬리에 순회 공연한 게 계기가 되어 화가 피카소는 파리 상젤리제 극장에서 공연하는 최승희의 얼굴을 그린 소묘(素描) 그림을 선물하기도 하고, 영화배우 로버트 테일러는 연서를 보내기도 했다. 또 숱한 제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9월30일 최승희 탄신 90주년 땐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몽골 등지서 지금은 각기 원로급 지도자인 10여명의 제자들이 한국 프레스센터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안막, 최승희 부부는 특히 금실이 좋았다. 1946년 그녀가 남편 따라 월북한 것은 사상보다는 남편과 함께 하고자하는 사랑이었다. 안막(안필승) 형제는 모두 예술가다. 형 안보승은 성악가였고 동생 안재승은 무용평론가다. 현재 무용계의 거목이며 경희대 명예교수인 김백봉은 안막의 친동생 안재승의 부인이다. 그러니까 최승희의 아래동서이며 또한 제자다. 안막은 1958년, 최승희는 1969년 평양에서 병으로 타계했다. 그녀의 비문엔 ‘인민배우’와 ‘무용가동맹 중앙위원회위원장’이라고 새겨있다. 숙청의 비운을 맞은 뒤에 복권됐다. 이들 부부의 초혼제가 오는 26~27일 안막의 고향이며 최승희의 시댁인 안성시 고삼면 봉산리 꽃뫼마을에서 ‘꽃뫼예술제’ 행사로 펼쳐진다. 남한에서는 월북했다고, 북한에서는 숙청 당했다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천재적 문학가며 천부적 무용가다. 천리 타향에서 숨져간 두 부부의 혼백이나마 그 옛날 새 색시시절 시댁을 찾던 신랑신부처럼 다정하게 손잡고 찾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임양은 주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의 변명을 들어보면 식사하면서 반주로 가볍게 한잔했다거나 주변에서 권하여 마지못해 마셨다는 등의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음주운전을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운동 평행 능력이 손상되며 혈중알코올 농도의 정도에 따라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므로 안전운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음주운전이 부른 사고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음주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들은 도벽과 같이 습관적이므로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가 많고 사고를 내면 순간적인 두려움에 도주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통사고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보니 주취운전자에게는 자살행위이고, 타인에게는 살인행위일 수 밖에 없다.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한 가정과 집안이 파탄에 이르게 하고 고통과 시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웃들을 볼 수 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자리에서 실수하는 것은 큰 문제를 삼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서양인에 비하여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어 같은 술을 마셔도 체질적으로 더 많이 취하는 것에 비하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약하고 비교적 관대하다. 우리나라는 혈중알코올 농도 0.05%에서 0.1미만일 경우에는 100일간의 면허정지를, 0.1%이상일때 면허 취소 및 형사입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주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음주운전자를 무기를 소지한 살인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만큼 무거운 징계를 가한다. 터키는 음주운전자를 적발하면 30km 떨어진 외곽지역에 태우고 내려준 다음 걸어서오게 하고, 호주는 신문에 이름을 게재한다. 엘살바도로에서는 적발되는 즉시 총살형에 처해지는데 주·정차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아만 있어도 총살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음주 운전자와 부인을 함께 수감하여 이튿날 훈방 조치하고, 불가리아는 초범은 훈방이고 재범은 교수형에 처한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음주운전을 과속, 무면허와 함께 교통 3악으로 규정하고 운전자뿐만 아니라 주류를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도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무거운 처벌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줌으로써 사전에 주취 운전의 의사를 차단하고 인명을 구하겠다는 강한 국가적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어 면허가 취소된 사람 중에서 억울하게 취소된 운전자 또는 면허 없이는 살수 없는 생계 곤란자들이 경찰청을 상대로 행정 심판 및 소송을 제기하여 이미 취소된 운전면허를 구제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의제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상류층의 상습 음주운전자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죄를 사면하여 운전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연례적인 행사가 되다 보니 여전히 단속 경찰과 시민의 눈을 피해가며 주취 운전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작년 여름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들에게 대대적인 특별 사면을 해주었는데 근신하지 않고 음주운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는 이들에게 운전면허증을 준 것이 아니라 음주면허증을 부여해 준 셈이 된다. 정부는 선량하게 살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도로의 무법자인 음주운전자들을 통제할 강력한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권성훈(시인)
옴부즈만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일본 가와사키시는 현직 공무원에 의한 리쿠르트 사건 발생을 계기로 행정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1990년 옴부즈만 제도를 설치하였다. 옴부즈만은 법률가 2명(그 중 1명은 여성), 대학교수 1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문조사원과 사무국, 보조직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옴부즈만은 시민으로부터의 신청에 기초하여 활동을 시작한다. 고충의 대상은 시와 산하기관의 업무집행 및 제도 전반에 관한 사항이 된다. 이에 따라 옴부즈만의 조사와 시민의 반론, 피조사기관의 변론과 시민의 재반론의 과정을 거쳐 문제가 있는 경우 조례에 따라 시정권고를 하게 된다. 가와사키시의 경우 1990년 이후 매년 150건 이상의 고충민원이 시민에 의해 제기되고 있으며 90% 이상 해결되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경우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옴부즈만 제도의 도입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정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지적할 수 있으며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즉 비대해진 행정과 이로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감시하고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옴부즈만 제도의 도입이 중요한 이유가 비단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옴부즈만 제도가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사실 지방자치가 주민의 참여와 관심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주민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지방차원의 문제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시민참여의 통로가 부재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원인이다. 옴부즈만 제도는 시민이 도의 행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민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의 문제에 대해 시민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위 의원)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와 지나친 경쟁속에 요즘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교육열 때문에 방과후 보충수업은 물론 영어, 컴퓨터, 태권도 등 여러개의 학원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느라 아이들의 개성과 특기, 취미 등을 살피지 못하고 틀에 짜인 공부의 틀 속으로 몰아 부치고 있는게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그만큼 학업스트레스도 많아지게 된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심각한 원인이며 자신의 입장에 대해 이해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폭력, 왕따, 자살, 약물남용, 가출 등 탈선으로 이어져 비행청소년이 될 수 있다. 학교나 학원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거나 학교에 간 아이가 다른 곳으로 없어지거나 학교나 학원에 결석하거나 지각 하거나 식욕과 의욕을 잃고 있을때 학업스트레스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업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껴지면 자녀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알기 위해 충분한 대화를 갖고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원한다. 누구에게도 강요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녀들의 입장에 서서 자녀들을 이해하고 취미와 특기를 살리고 자녀와 함께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올바른 청소년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시욱·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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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의 찬조금과 잡부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도내 일부 학교의 불법찬조금 모금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것은 유감스럽다. 이는 어느학부모 단체가 자체에 신고된 내용을 근거로 밝힌 사실이다. 찬조금 납부에 동조하지 않으면 자녀들이 학교에서 혹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학부모들이 마지 못해 내기는 하지만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찬조금 모금 등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불만은 1996년 학교발전기금 모금이 합법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교측이 부족한 운영비를 학교 발전 기금에 의존하면서 이같은 관행이 급속히 번졌다. 문제는 각 학교마다 있는 학부모회 등이 학기초부터 반강제적인 찬조금 모금에 나서면서 일부 학부모에게 한정됐던 촌지가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거의 집단화되다시피 한 점이다. 현행 초·중·고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발전기금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갹출을 원칙으로 한다. 학부모를 상대로 일정액을 할당하거나 갹출금의 최저액을 설정하는 일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부모회에 따라서는 학급당 100만원 조성을 목표로 학부모 개개인에게 돈을 할당하고 있다고 한다. 명목은 교사들의 회식 경비나 수고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에 접수된 부당 찬조금 모금 신고사례를 보면 학부모들의 고충을 알 수 있다 . 지난해 발생한 상당수가 교사들에 대한 수고비조로 학부모회가 중심이 돼 돈을 걷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당 20만원, 50만원씩을 내도록 해 교사들의 수고비나 교내 논술과외 강사료로 쓴 게 사실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심지어 모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학부모 900여명으로부터 2억3천여만원을 불법 모금했으며 올해도 3억원을 목표로 학생당 30만원씩 할당했다니 당치 않은 일이다.이 학교는 ‘불법 찬조금 모금’ 혐의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감사원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요즘 소풍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의례적으로 준비해오던 교사 점심까지 학교측이 본의를 떠나 일괄 주문할 정도다. 교사 보충수업 지도비, 청소 용역비, 교사 회식비, 외부강사료 등을 학생을 볼모로 학부모에게 걷는다면 심각한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 해당 학교들은 한결같이 “학부모가 한 일이다” “학교측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강제성을 띤 찬조금 모금이 더 이상 없도록 학교는 물론 당국의 지도·감독이 요구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제 폐지는 타당하다. 어제 보도된 지방자치정보센터의 조사결과가 이런 것으로 나타난 것은 수긍이 간다. 전국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을 대상으로한 설문에서 89%가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이나 광역의원 모두 정당 공천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단체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기능이 정당을 통한 교섭단체로 형성되는 점에서 논리상 합당하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는 다르다. 기초의원엔 정당 공천을 배제하면서 단체장에게만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고 기초의원에게까지 정당 공천을 확대하는 것은 무위하다. 왜냐하면 시·군의 자치행정이 정당과 유관해야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있어온 정당 공천은 사실상 허구에 불과하였다. 어느 기초단체장이 무슨 정당 소속이라 하여 역학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단체장에 대한 그간의 정당 공천은 오히려 자치행정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없지않다. 어느 당이든 정당 공천이 후보자의 능력과 꼭 비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의 자치행정과 기실 아무 관계가 없는 정당 공천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정당에선 입맛에 맞을지 몰라도 주민자치의 실익면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방자치에 정당의 필요성 논란은 전부터 찬·반 두가지가 있으나 정당의 참여가 자치행정에 반영될 게 아무 것도 없는 점에서, 순수한 생활행정·대화행정·지역행정을 강조하는 정당 불요론이 정당 필요론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지방의회, 특히 시·군의회는 정치 연습장이 아니다. 시장·군수도 정치인이기 보다는 행정인이다. 지방자치에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행정인이지 정치인은 아니다. 이 점은 광역자치도 비슷하지만 기초자치와는 차이가 없지 않아 광역자치에서까지 정당 배제를 굳이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광역단체도 최근 일본의 지사선거가 거의 무소속 당선 일색의 강세를 보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타산지석 삼아 돌아볼 필요는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더 말할 게 없다. 시장·군수 후보의 정당 공천제는 폐지되는 것이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다.
전쟁은 화력전만이 있는 건 아니다. 국제적으로 금지된 대량살상의 생화학전도 있고 이밖에 심리전도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후세인 자신은 막상 땅 속에 숨어 있으면서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른바 성전 독려를 외쳤던 것은 심리전이다. 후세인의 두더지 심리작전 주연에, 주연급 조연을 한 사람이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공보장관이다. 그는 국내 TV 시청자들에게도 낯이 익었을만큼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후세인의 연설을 대독하기도 했다. 사하프는 후세인 못지않은 허황한 말을 많이 했다. ‘승리’를 자신한다면서 연합군을 ‘격퇴’하고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지난 9일 바그다드 함락 직전의 TV화면이 세계에 방영되는 시간에도 “바그다드가 연합군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의 승리를 호언했다. 그러고 보니 6·25 한국전쟁 때가 생각 난다. 국군은 단 한 대도 갖지 않은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온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개성이 빼앗기고 장단을 거쳐 의정부가 뚫리고 있는 순간에도 중앙방송국(KBS전신) 라디오는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했다.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용맹무쌍한 국군이 적을 격퇴시키고 있다’고 허위보고해 이승만 대통령은 그 말을 곧이 듣고 대국민 방송을 했다. 당시 서울 시민의 희생이 컸던 것은 이런 엉터리 심리전 때문이었다. 다시 이라크 얘기로 돌아가 바그다드 함락 이후 허풍쟁이 사하프의 종적이 묘연한 가운데 이란 신문에 자살설이 보도됐다. 목을 매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측일뿐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라크 지도부의 행방중 가장 관심이 큰 후세인 다음으로 사하프가 인기랄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 우스꽝스런 심리전의 배우 노릇을 한 탓인 것 같다./임양은 주필
지난 4월20일. 드디어 마라톤이라는 걸 처음 뛰었다. 경기도와 경기일보 등이 주최한 제 1회 경기마라톤대회. 설레는 마음으로 수원종합운동장에 9시에 나갔다.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 5km, 10km, 하프 그리고 내가 출전한 풀코스까지 수천명의 사람들이 비가 내렸는데도 많이 왔다. 조금 떨린다. 과연 내가 뛸 수 있을까. 82kg의 몸으로. 맨먼저 풀코스 참가자들이 힘찬 총성과 함께 우르르 몰려 나갔다. 난 얼떨결에 맨 마지막에 출발했다. 운동장을 지나 창룡문 사거리쯤 오니까 하프코스 선두주자들이 나를 추월했다.(참 빠르기도 하네…) 그리고 동수원 사거리를 가기전엔 10km 선두주자들도 나를 추월했다. 동수원사거리에서 호텔캐슬 앞이 10km 주자들 반환점. 그러다 보니 난 하프코스 주자들과 함께 달렸다. 법원사거리를 지나 우회전해서 문화예술회관, 남부소방서를 지나 곡반정동 가는 사거리를 좌회전해서 경희대쪽으로 갔다. 경희대 가는 고가(高架) 못미쳐 하프코스 반환점. 난 여기서부터 앞뒤로 아무도 없이 혼자 달렸다. 중간중간에 물을 주는 자원봉사자들만이 나를 반길뿐…. 경희대를 지나 신갈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에서 내뒤로 경찰차가 호위해 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흘러나오는 말 “이제 교통통제가 끝났으니 인도로 달리세요”…“흑흑-” 마라톤도 마라톤이지만 교통 혼잡때문에 5시간 기준으로 교통통제를 해제 한다고 했다. 인도로 뛰는 나. 그러다 차량통행이 별로 없는 길에 접어들어 다시 차도로 뛰었다. 반환점 가기 2km 전에 자원봉사자들이 물과 음료를 준비하고 나를 반겼다. “어여 뛰어. 아저씨가 빨리 뛰어와야 우리가 철수하지” “ 허걱-” 그렇게 한참을 뛰니 용인 지곡리 반환점. 사람은 없고 웬 버스 한대가 왔다. 기록게시원 마저 더이상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철수를 했다. “어이 그냥 타. 어차피 제대로 못 뛰어. 교통통제를 풀어서 인도로 어떻게 뛰나” 그런가 하고 버스에 탔는데 아까 마지막 물과 음료를 준 사람들 앞에 뛰고 계신 어떤 나이든 아저씨 한분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얼른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정말 고독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노블카운티를 가는 오르막에 이르렀을 땐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거의 걷다시피 올라서서 경희대를 향해 내려가는데 철수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내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뛰다보니 나처럼 포기하지 않고 뛰는 후발선수가 보였다.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켜져 대기하고 있는 어떤 선수. 우린 서로 씨익 웃음을 보냈다. 난 그 선수를 추월해서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러다보니 또 한 선수 발견. 입술이 완전히 파래져서 덜덜 떨며 철수용 행사버스를 기다린단다. 그러면서 파이팅을 외쳐주는…. 내몸도 너무 추웠다. 왜 계속 뛰는데 추울까. 땀은 땀대로 흐르는것 같은데. 비가 와서인가? 너무 힘들다 멈추고 싶다. 그런데 이자리에서 멈추면 그대로 끝날 것같다. 빨간신호등에 걸려도 난 제자리 뛰기를 했다. 춥고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발은 앞으로 내디뎌지고 있었다. 그 흐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하프코스 반환점에 도달했다. 이제 10km 남았다. 지나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법원사거리, 호텔캐슬, 동수원사거리를 지나 창룡문 사거리. 아아~ 이제 다왔다. 난 거의 걷다시피 뛰며 나도 모르는 나만의 뿌듯함으로 창룡문 사거리 내리막에서 영화초교 사거리까지 무난히 통과, 운동장이 눈앞이다. 난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뛰어가고 있는데 등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 선이가 부른다. 선이는 같이 뛰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치 자기가 뛴 것마냥 좋아했다. 선이는 마지막 주자가 들어와서 인터뷰 하길래 남자친구가 아직 안왔다고 했다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안들어 오면 아마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그럴리 없다고 얘기하며 기다렸단다. 드디어 난 운동장에 도착해 마지막 운동장 한바퀴를 돈다. 아~ 정말 이래서 다들 마라톤을 하는구나. 열광하는 관중은 아무도 없지만 내 맘속엔 수천 수만의 관중들이 환호 감격하고 있다. 내가 해냈구나. 정말 내가 생각해도 장하다. 공식기록시간 5시간52분 25초. 원래 완주하면 기념메달도 주는데 행사팀(물품) 거의 다 철수한 상태여서 나중에 택배로 준단다. 마지막 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하던 몇분이 달려오더니 에어파스를 뿌리고 놀라는듯 이것저것 물어본다. “어, 벌써 마지막 인터뷰 끝났는데…” 하면서. (알고보니 내 뒤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나만의 마라톤이기에.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내 친구 선이와 이제 앞으로 뭐든 더 열심히 해보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 하루였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끝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경기일보사에 정말 감사 드린다. 이 대회가 매년 빠지지 않고 열리기를, 그리고 나 또한 이 대회와 함께 마라톤을 시작했기에 매년 꼭 참가하고 싶다. 경기마라톤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며 힘들었지만 보람된 하루를 맺게해 준데 대해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상훈 (수원 원일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