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속속 부조리가 드러나는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대졸(학사) 이하 학력자 중 기술능력을 갖춘 사람이 병역특례 업체에서 28∼36개월간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석사(대학원졸)이상 학력자가 전공과 관련된 업체에서 연구요원으로 3∼5년간 근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다. 최근에는 국방의 의미가 단순히 영토방위의 개념에서 벗어나 국가의 지식 기반 확장, 산업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등으로 확대됐다. 병역특례업체 범위가 공공서비스, 산·학협동을 통한 기업, 유전공학·인터넷 등 벤처기업, 지식기반사업체 등으로 대폭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병역특례제도’의 문제점이 계속 도출되고 있다. 현재 경인지역의 5천600여 곳에 이르는 산업체 및 연구기관 일부가 지정된 분야와 장소에서 대체복무를 시키지 않거나 요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병역특례가 그동안 돈으로 사고 팔렸다는 현실은 병역면제 비리에 못지 않아 실로 충격적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그동안 5천만원 정도면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벤처기업에 특례자로 입사,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고, 3천만원 수준이면 특례업체로 지정된 제조업체 등에 입사, 역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돈으로 특례를 산 사람은 해당업체에 출근하지 않거나, 출근하더라도 개인시간을 보내며 고시공부나 유학준비 등을 했다고 한다. 수천만원을 주고 병역특례를 산 사람들은 물론 부유층일 것이다. 서민 가정에서 3천만 ∼5천만원씩을 내고 병역특례를 택했을 리 없다. 특례업체 선정 과정도 허점투성이로 지적되고 있다. 특례업체 선정은 병무청 소관이다. 석사 이상 특례자가 근무하는 연구기관은 과학기술부가 추천하고, 학사 이하 특례자가 근무하는 산업체는 해당분야의 중앙행정기관이 추천한다. 그러나 추천과 선정이 올바르게 이뤄졌는지 여부 조사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의 병역특례업체와 연구기관 1만8천557개를 73명의 병무청 조사 요원이 담당한다니 알만하다. 특례업체와 특례자들에 대한 조사가 형식적이고, 특례업체와 특례자들도 병무청 조사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단속이 나오면 ‘병역특례자가 출장갔다’고 하면 됐다는 것이다. 개탄스러운 노릇이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이 지정산업체 및 연구기관 근무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조사를 촉구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2-08-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