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총리 인준안 부결의 교훈

장상(張裳)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본회의 부결은 본인은 물론 인사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다. 특히 이번 부결사태는 지난 60년 김도연 총리 인준안이 부결된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인사권 행사가 저지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임기말인 김 대통령에게 여러가지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레임덕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총리 인준안 부결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으로 볼 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비록 7개월짜리 내각의 수장이라고는 하지만 청문회에서 불거진 장총리 서리의 흠결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청문위원들로부터 위장전입이 아니냐고 추궁받았던 주소이전은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었던 79∼88년에 집중돼 부동산 투기의혹을 벗어날 수 없었다. 미국 국적인 장남에게 보낸 학자금 초과송금, 주민등록등재와 의료보험 혜택, 학력기재상의 문제점에서도 양식과 도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볼때 약삭빠르게 사회적으로 누릴것은 누리고 피할 것은 피해나간 인상이 짙다. 총리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행적이라 하더라도 눈살은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모든 책임을 시모나 비서 직원 등 주변에 떠넘기거나 말을 바꾸는 등 의혹들에 대한 답변태도도 기대이하였다. 그로부터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신뢰성은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일방적 여론이었다. 그럼에도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를 발탁한다면서 이런 인물을 지명한 것은 대통령의 선택과 판단력에 이상이 있음은 물론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또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통령 보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도 사람이므로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 보좌기능이다. 이번의 경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됐다고 볼수 없는 것이다. 이제 청와대는 흠없는 새 총리후보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고 총리부재 장기화에 따른 국정공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서두를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철저한 사전검증으로 제대로 된 인물을 골라 더 이상의 국정혼선을 되풀이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총리인준부결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정치안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생태공원 지정,계속 추진해야

경기도가 민선 3기 환경분야 중점추진계획의 하나로 도립공원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각종 개발압력으로부터 동·식물을 보호하고 도민들의 여가생활과 정서함양을 위해 현재 중앙부처와 협의를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한 연천 고대산, 포천 운악산, 가평 연인산, 양평·가평 유명산, 김포 문수산 등 5개소는 이미 산자수명하여 도민은 물론 전국 각처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이미 알려진대로 연천 고대산은 경의선 철도의 최종 중단점이 있으며, 포천 운악산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현등사가 있다. 가평 연인산, 양평·가평 유명산, 김포 문수산도 모두 경치가 빼어나고 삼림이 울울창창한 곳이다. 이 다섯 곳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경기도에는 남한산성을 비롯 6개소의 도립공원을 갖게 된다. 여기에다 최근 희귀수목 불법채취 일제단속 등 산림생태계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경기도 제2청이 갈대군락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기러기 등 각종 철새 도래지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파주시 장단반도 일원 3.2㎢의 면적에 대해 별도로 ‘장단반도 도립 생태공원’을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중에 있어 더욱 활력이 넘친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가 생태공원 예정 구역내에 육군 모사단 훈련장이 있어 대체부지가 마련되지 않는 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환경부까지 현재 접경지역 생물권 보전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도립 생태공원지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고 한다. 군부대 훈련장 대체부지를 요구하는 국방부의 입장은 그래도 이유가 있지만, 환경부의 난색은 이해하기 어렵다. 장단반도 일대가 최근 경작지로 개간되고 있는 실정을 아마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경기도는 생태공원 지정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차선의 계획대로 장단반도 일대를 생태계 보전지구 및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특히 환경부와 계속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하기 바란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동·식물을 보호하는 일은 결국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람들이 살아갈 터전을 가꾸는 일이다. 즉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인 것이다. 타당성 조사가 10월에 마무리되는 도립공원 5개소와 도립생태공원이 함께 지정된다면 경기도의 삶의 질은 훨씬 높아질 게 분명하다. 도립공원은 많을수록 좋다.

교육감실 농성 당장 풀어라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경기지부 간부들이 지난 26일 경기교육청 교육감실을 기습 점거, 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상궤를 벗어난 일이다. 전교조측은 도 교육청의 단체교섭 일방 중단에 대한 항의표시라고 하지만 교원신분인 조합원의 특수성과 단체행동을 금지한 관계법률에 비추어 합당치 않은 일이다. 물론 공무원법에도 위반이다. 전교조측은 단체교섭의 일방적 중단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여부는 교섭중단 이유의 정당성 유무에 달려 있다. 물론 정당한 이유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에 속한다. 그러나 교육청측은 전교조와 공동교섭단의 일원인 한교조가 지난달 말 본부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자 무효선언으로 위원장이 궐위 됐기 때문에 단체교섭권이 한교조 경기본부에 위임되지 않아 일시 중단 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부당노동행위 여부 다툼은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엄연히 있음에도 집단농성을 벌인 것은 그 자체가 쟁의행위로 실정법 위반이 분명하다.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신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전교조가 법을 어기며 행하는 지나친 투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교원노조의 활동에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교사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교육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현장의 일반 근로자와는 분명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후세를 가르치는 교직의 공공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교원노조는 노동 3권가운데 단체행동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교섭재개 촉구를 위한 교육감실 불법점거 농성이 또 다른 목적달성을 위해 장기화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그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측이 미타결 46개 항중 인사위원회에 교원노조 참여보장·주번교사 제도 및 방학중 근무조 폐지 등 쟁점사안을 관철시키려는 압력수단으로 농성을 지속한다면 이 또한 위법임을 알아야 한다. 노사간 근로조건에 관해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당사자간 주장이 불일치할 때는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조정 및 중재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전교조는 당장 농성을 풀어야 한다. 교사들이 대화와 협상 대신 교육감실을 힘으로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할 수 없다. 또 학부모나 사회의 동정도 받을 수 없다. 노조 지도부의 각성과 결단을 촉구해 둔다.

선거공영제, 정치권 적극 수용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제시한 선거공영제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금권정치, 탈법정치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기에 이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요청한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목표로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하고 있는 이번 선관위의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후진적인 한국의 선거문화, 정치문화를 한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선관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를 저비용·고효율구조로 바꾸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는 전제하에 12월 대선시부터 정당연설회와 유급사무원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TV 합동연설회와 신문 합동광고등을 도입하여 언론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실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선거 및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단일 은행계좌를 통하여 관리토록하고 동시에 100만원 이상 기부시 반드시 수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연간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토록 함으로써 투명한 정치자금 운용을 통한 소위 정치자금 실명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선거공영제는 그동안 학계,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요청한 내용이다. 선관위도 유사한 개정안을 과거에도 제출하였으나, 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입법화되지 못하였다. 현재 정치권은 총론에 있어 환영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다소 이견이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어 선관위의 개정제안이 국회에서 입법화하기에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정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당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TV합동연설회, 신문합동광고 등에 국고가 막대하게 지출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정치권은 중앙당 및 지구당 조직등을 축소해서 비용을 절감하는 등 자구노력을 할때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개정 제안은 앞으로 토론회등을 통하여 보완될 것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 차원보다는 한국 정치문화와 선거문화를 선진화시킨다는 각오로 문제점을 보완하여, 오는 대선전에 입법화시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금권정치를 없애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택시파업 타결, 신뢰가 ‘관건’

매월 기본급 82만5천원에 운송수입금에 따라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가감누진형 성과급’ 월급제가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이런데도 인천지역 택시파업이 장장 65일을 끈 것은 노사간의 불신 때문이었다. 파업은 34개사에 택시 대수는 3천여대에 이르렀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타결이 이루어져 불편이 막심했던 시민의 발이 풀린 것은 환영하나, 앞으로 노사 합의사항의 확실한 이행여부가 크게 주목된다. 이와 비슷한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일본 등 선진국처럼 우리도 완전월급제가 돼야 한다. 그래야 택시기업도 건실해지고 근로자들 또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국내 법률 역시 완전월급제 실시를 못박고 있다. 그런데도 완전월급제 시한을 5년이나 넘겨 택시기업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노사분규의 쟁점은 완전월급제도 아닌 기본급+성과급 월급제인데도 난항을 겪은 것은 노사간의 의심에 연유했다. 그 초점은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로 모아진다. 기사가 벌어 전액 입금시키는 금액을 회사가 사실로 받아 들이냐가 문제였지만 일단은 믿어야 한다. 행여라도 음성적 사납금을 또 두어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근로자인 기사도 회사가 믿을 수 있는 모든 성실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회사측 판단이 중요하다. 전에도 월급이란 게 있긴 있었다. 그러나 사납금을 벌지 못하면 근로자가 채워 입금시켜야 했다. 고작 40만원인 월급에서 그나마 깎였다. 이의 원인이 된 운송사업 전액관리에 대한 회사측 의문을 털어내는 게 기본급+성과급 월급제 성공 여부의 관건이다. 어떻든 사납금제는 바람직한 건 아니다. 1일 2교대로 한번 나가면 기상관계나 시가지 교통 등 근무조건에 관계없이 7만원씩 의무적으로 납입케 해 택시 한대당 하루 14만원을 보장하는 것은 사업면허권의 부당한 프리미엄이다. 회사측은 반대로 기사, 즉 근로자측의 부당한 프리미엄을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이로 인한 난폭운전, 합승, 불친절 등 또한 그 요인이 회사측 책임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노사합의로 이런 폐단도 지난 일이 됐다. 남은 것은 인천지방노동위가 성과급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 역시 원만한 결말로 노사합의의 원칙적 상호 호혜정신을 살려가기 바란다. 아울러 선진적 신 택시문화의 성숙이 업계에 널리 파급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미성년자들, 사회를 너무 모른다

10대 미성년자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키는 속칭 ‘영계 티켓다방’이 경기도에서 성업중이라는 검찰 발표가 나왔다. 특히 4천여개의 중소업체에서 12만여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안산·시흥시의 반월·시화사업단지에 최근 몇년새 사악한 지하 산업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고 한다. 수도권 신흥도시 일대 30여곳을 집중단속한 서울지검 소년부에 따르면 티켓다방은 노예수용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업주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찾아온 미성년자들에게 ‘선불금’으로 500만∼1천만원을 지급한 뒤 ‘계약을 어기면 선불금의 30%를 위약금으로 지불한다’ ‘하루 결근하면 벌금 30만원, 지각하면 1시간당 3만원씩 벌금을 낸다’등 4∼5가지의 각서를 쓰게했다. 노비문서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여기에 커피 재료비 명목으로 1인당 하루 1만원씩 매월 30만원을 떼고 이와는 별도로 숙식비도 월급에서 공제했다. 집단 숙식에 외출까지 통제당하는 종업원들은 매일 오후2시∼새벽 4시까지 14시간 동안 일하며 10차례 이상 가정집과 비디오방, 노래방, 여관 등으로 소위 ‘영업’을 나가도 수입은 거의 없고 오히려 빚만 늘어났다. 반면 업주들은 매월 2천만∼3천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니 인간 거머리가 따라 없다고 하겠다. 미성년자의 성매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점이지만 업주들의 비인간적인 착취행위는 말할 나위도 없고 유혹에 너무 쉽게 빠져드는 미성년자들의 사회인식과 각성도 동시에 요구된다. 물론 교묘한 술수에 넘어간 경우도 상당수 있지만 부모와 함께 살던 평범한 여고생이 다방에서 몇달 아르바이트를 하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꾐에 빠져 계약서에 생각없이 손도장을 찍었다니 아무리 철없는 학생이라고 해도 세상 무서운줄을 너무 모른다. 매일 눈만 뜨면 TV와 신문에서 미성년자 원조교제, 성폭행, 성매매 등에 대한 뉴스가 귀가 따갑도록 접하는데 ‘핸드폰 새로 구입하려고’수렁에 빠져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반월·시화공단 주변에만 이같은 티켓다방이 300여개나 있고 고용된 여종업원 1천여명 중 70%가 미성년자라니 이 사회구조부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미성년자 특별교육과 선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티켓다방과 같은 사회악은 점점 독버섯처럼 무섭게 번진다. 당국의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단속이 실로 절실히 요청된다.

‘문화재청’은 무엇하나?

문화재를 소홀히하는 선진문화는 없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일수록이 문화재를 소중히 한다. 프랑스는 조선조말 자기네 군대가 강탈해간 우리의 규장각 문헌을 아직껏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만큼 자기네 문화재 뿐만이 아니고 남의 나라 문화재도 소중히 한다. 프랑스 문화재 당국의 그같은 비협조적 태도는 심히 괘씸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깊은 인식은 우리가 크게 배워야 할 점이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1 사적382호 고달사지에 있는 국보4호 부도가 도굴당해 훼손됐다는 보도가 있은지 한참 됐다. 이런데도 경찰 수사가 미진한 가운데 문화재관리청마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문화재당국이 현장 조사나 제대로 해봤는지 의심스럽다. 국보가 도굴당했으면 의당 도난품 회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급한 게 복원이다. 옥개석 등이 훼손된채 방치되면 더욱 손상되는데도 복원공사를 서둔다는 말 한마디 아직 듣지 못했다. 문화재관리청의 소임이 무엇인지 걱정된다. 도대체가 문화재 당국의 인식이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전국 곳곳의 비지정 문화재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마구 갈아 엎어도 방관만 해온 게 문화재 당국이다. 이 때문인지 지정 문화재에 대한 훼손마저 둔감해졌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역시 국보인 불국사 석가탑 도굴사건 때만 해도 당시의 문화재 당국인 문화재관리위원회는 도난품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즉각 복원공사에 힘썼다. 이를위해 학계의 권위자들을 현장에 상주 시키다시피 했다. 이에 비해 문화재관리청으로 승격한 지금의 문화재 당국은 국보가 도굴·훼손당했는데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복원공사와 더불어 고달사지 부도와 같은 외딴 지역의 국가문화재 관리에 화급히 특별대책을 강구해야 할 터인데도 보고만 있다.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조치를 하고 관리에 지방위임이 필요하면 하루빨리 조치를 취하는 특단의 노력이 지금이라도 당장 추진돼야 한다. 통일 신라시대 경덕왕 23년(764년)에 건립된 고달사는 비록 폐사됐으나 고려땐 전국 삼원(三院)의 하나였을 만큼 유서 깊은 사찰이었다. 고달사지엔 국보인 부도 이외에도 원종대사 혜진탑비귀부 및 이수(보물6호), 원종대사 혜진탑(보물7호), 석불좌(보물8호), 쌍사자석등(보물 282호)등 많은 보물이 있다. 고달사지 일련의 문화재에 보호 및 관리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또 어떤 훼손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문화재관리청의 깊은 인식을 거듭 촉구한다.

도자기엑스포시설 死藏말라

지난해 성공적으로 끝낸 세계 도자기엑스포장의 각종 시설이 활용되지 않고 방치·사장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8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80일간 내외국인 600만명이 관람한 엑스포는 이제까지 지자체가 벌여온 각종 문화행사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만큼 시설 또한 최대 규모다. 이천 광주 여주 등 3개 시군 40여만평에 1천500억원을 들여 마련한 전시장과 다양한 체험공간 상품판매장 등 그 규모가 방대하다. 그럼에도 민선3기 출범이후 엑스포 조직위 기구개편 움직임과 함께 각종 사업에 대한 연속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설물이 활용되지 않고 9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도자기엑스포는 고려청자 조선조 백자 등 세계적으로 빼어난 도자기를 문화유산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수준급으로 열린 문화박람회였다는 점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여준 행사였다. 84개국에서 국보급 등 2천200여점의 도자기가 출품된 각종 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한국 도자산업이 미래산업으로 한단계 발돋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우리의 도자문화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각종 시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조직위원회측이 엑스포를 세계도자비엔날레로 계승해 격년제로 열기로 구상한 것도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민선3기 출범이후 사업전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설활용 사업이 주춤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통가마를 비롯, 곰방대 등 시설물을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훼손될 우려마저 있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 등 관계기관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한 자산이 사장되지 않도록 활용방안을 속히 강구, 시행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전국에서 약 700개의 문화행사를 갖고 있지만 세계에 내놓을 만한 지역축제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로 7년째 맞는 부산영화제 정도가 고작이다. 한국 도자산업의 중심인 경기도에서 열린 엑스포가 아무쪼록 격년제로 이어져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되도록 해야 한다. 문화관광상품이 미미한 우리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 및 조직위는 해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광주비엔날레나, 1조4천억원을 쏟아 붓고도 무용지물이 돼버린 대전엑스포를 반면교사로 삼아 착실한 활용계획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작금의 북한과 남북관계

작금의 북한을 두고 군맹무상(群盲撫象)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급제 폐지를 시장경제의 전환으로 보는 시각은 성급하다. 쌀이 귀해 배급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성과제 도입을 중국식 개방·개혁으로 보는 정부의 관점은 근거가 희박하다. 경제난 타개를 위한 임시방편의 고육책일 뿐이다. 중국의 논평이 설득력을 갖는다. ‘국가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라며 ‘시장경제를 도입하거나 중국식 개방·개혁의 가능성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측 역시 중국의 개방·개혁이 경제성장에 크게 성공한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모르지 않으면서 중국의 모델을 따라가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체제와의 모순 때문이다. 개방·개혁, 시장경제는 저들이 고수를 다짐하는 ‘우리식 사회주의’와 상충된다. 수령론, 즉 김일성주의의 폐쇄성을 위협받는다. 평양정권이 이제 와서 새삼 ‘우리식 사회주의’를 포기, 중국처럼 개방·개혁하거나 시장경제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국기(國基)차원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 북한 경제 일련의 변화가 아무리 중국의 개혁 초기와 비슷하다 하여도 근원적 변화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주목할 점은 있다. 마지못한 제한적 조치가 기대하긴 어려우나 앞으로 점차 더욱 파급돼 근원적 변화 유도가 불가피할만한 대세화 형성 여부는 크게 지켜볼만 하다. 이런 가운데 돌연 서해교전의 유감표명과 함께 7차 남북장관(상)급 회담을 제의해온 것은 북측 사정의 급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이쪽 요구사항인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다짐 등이 비록 간과되긴 했으나 본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만 고집하던 저들이 서울서 갖자면서 남북 철도 연결을 말하고 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저들대로 어느 정도는 물러선 것으로 볼만하다. 여기엔 쌀 30만t 지원을 포함한 경제지원의 실익과 더불어 서해도발로 이 정권의 대북정책에 치명상을 입힌데 대한 고려 등 다목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서해도발에 이은 장관(상)급회담 제의는 교란과 대화를 병행하는 타타담담(打打談談), 그리고 제한적 시장경제 조처는 절대 불변의 전략에 무한 가변의 전술을 구사하는 저들의 혁명 기본노선과 일치된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대화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 것은 동족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같은 전면전의 재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축성 있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더는 일방적으로 끌려가선 참다운 남북관계 개선에 유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의 문제점

2005년부터 서울과 인천, 경기도 19개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배출허용 총량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환경부가 24일 발표한 ‘수도권 대기질(質) 개선 특별법 시안’은 한 마디로 “맑은 날 서울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게 하겠다 ”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서울과 인천, 부천·고양·의정부·안산·용인 등 경기도 19개 시가 특별대책관리대상 지역으로 지정돼, 처음으로 대기오염 물질의 지역별 배출허용 총량제가 실시된다. 수도권 대기질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평택·당진·보령·태안화력발전소와 평택 포승산업단지도 관리대상에 포함됐다. ‘배출허용 총량제’는 공장이나 발전시설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해 업체별로 삭감 목표량을 할당해 지역 전체 배출량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등 네가지가 대상이다. 환경부의 특별시안은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기존의 사후관리 체계를 사전관리 방식으로 바꿔 지역별, 사업장별로 오염물질 배출자체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후차량의 조기폐차 프로그램이 도입돼 낡은 차를 폐차하면 세금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경유차의 대기환경 개선부담금을 휘발유 및 LPG 승용차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기 오염 개선책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민·지자체·타 부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난항이 예상된다. 수도권의 휘발유·LPG차량에도 환경개선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세를 더 내야 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유를 쓰는 승용차·버스·트럭에 대해서만 배기량에 따라 내도록했기 때문이다. 배출총량제와 배출권 거래제 정착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시·군 등 지자체 단위로 오염 정도를 정확히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지자체·기업체별 배출량·삭감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배출기준 강화나 저공해차 도입 등만으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자동차 운행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교통체계를 만들어야할 문제점도 있다.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 시안’이 공청회는 물론 도시·교통·에너지 등 관련 부처간 협의를 충분히 거친 뒤 시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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