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참상과 ‘성금’모금

태풍 ‘루사’의 피해가 정말 참혹하다. 인명피해 220여명, 재산손실 3조원대, 이재민 5만여명 등을 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의 굼벵이 잠정집계가 이러하다. 피해 상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재현장의 참상은 한마디로 날벼락이다. 강원도 삼척의 한 마을은 수해로 도로가 끊긴 바람에 며칠째 철길로 걸어 생수와 라면 등을 나르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잠 잘곳이 없어 학교 같은데서 담요조차 모자라 새우잠을 자고, 헬기서 떨어뜨려 주는 컵라면 생수로 연명하면서 밤이면 촛불에 의존하는 고립 마을의 난민생활이 강원, 영남, 호남, 충북 등서 수십곳에 이른 것으로 전한다. 여기에 피부병 설사병 눈병이 번져 엎친데 덮친 고통까지 가중하고 있다. 물끓일 휴대용 가스레인지, 생필품, 구급약품 등이 절실한 수해지구에 정부는 아직도 체계있는 구호품이나 의료지원을 못한채 특별 재해지역 선포마저 갈팡질팡 하는 등 본격 재해대책이 지연되고 있다. 성난 수재민 민심은 정치인이나 고관들의 생색내기 방문을 거부하는 지경이다. 지자체가 이들의 영접으로 인해 오히려 지방재해대책에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런 겉치레 위문보다 의료봉사와 생필품 지원이 하루가 시급한 가운데 전국에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이 멍든 재해민들의 가슴을 달래주고 있다.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면서까지 자원봉사자로 나서 흙탕물에 잠긴 가재도구 등을 세척하는 등 무엇부터 어떻게 할지 몰라 망연자실한 수재민의 손발이 되어주고, 여성봉사자들은 밥을 지어 끼니를 잇게 해주는 등 폐허속에 온정을 꽃피우고 있다. 수재민에게 필요한 것은 재기의 용기를 실어주는 이웃의 도움이다. 집을 잃거나 폐농 등 생계의 수단을 잃은 재해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것은 바로 우리들 몫이다. 다행히 수재민돕기 모금에 많은 의연금이 답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따뜻한 사회정서의 반영으로 보아져 고무적이다. 이런 가운데 1억509만원을 본사에 기탁해온 독지가가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성금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많든 적든 다 고마워 금액을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용인 수지에 사는 이남림씨 일가족이 거금을 쾌척한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도덕성 높은 결단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이런 충정을 헤아려서라도 수재민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의 수재예방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수재민들은 재기의 용기를 가져주기 바라면서 수재민돕기 모금에 지속적인 지역사회의 참여가 있어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의문사委 활동 연장해야

국회나 정부 등 관련기관들이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기간 연장과 조사권 강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의문사위의 법정 활동시한은 9월16일이다. 의문사위는 그동안 접수한 의문사 관련사건 83건 중 36%에 불과한 30건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그중 20건은 기각, 3건은 진상규명 불능, 1건은 유가족의 진정 취하에 따른 조사불가로 처리됐다고 한다. 문제는 16일까지 조사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조사가 끝나지 않을 53건 대부분이 활동시한 종료로 인한 ‘진상규명 불능’결정이 내려지게 돼 영구미제로 남을 게 확실시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 국회도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 연장과 조사권 강화 등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 대책마련에 소극적이어서 의문사 규명을 통한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의문사위는 의원입법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그 기간 연장 여부도 국회에 달려 있다”고 책임을 미룬 채 손을 놓고 있는 청와대도 답답하지만 대선에만 목을 매단 채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국회의원에 의해 법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미 두 차례나 기간이 연장된 데다 정당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지지부진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의문사위는 진상규명이 미진한 것은 “진상이 규명될 때 도덕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사건 관련 기관들의 방해 및 비협조가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다. 특히 진상 규명시 협조가 필수적인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검찰, 경찰, 교도소 등 관련조사 대상 기관들이 현장조사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탓에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문사위의 판단이다. 의문사위가 대통령 소속인데 비춰 사실상 ‘항명’하는 셈이다. 본란도 의문사위의 주장과 판단에 공감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 잔재 청산에 실패한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당국은 물론 국회가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등은 의문사위의 활동기간 연장과 조사권한 강화에 지금 곧 협조할 것을 촉구해둔다.

신도시계획 철회돼야

서울 중심의 의왕·청계축을 비롯, 4개축으로 하는 도내 신도시 건설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2020년이면 180만가구의 신규 주택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한다는 착상부터가 당치않다. 인구가 많아질 것이므로 신도시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은 가장 졸렬한 시책이다. 그럴수록이 인구 유입을 더 부추겨 교통 환경등 문제만 열악해진다. 주택문제 또한 여전히 심각하여 주택난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구 분산책이다. 이런 근원적 조치는 물론 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고도의 정책에 속하긴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 또한 이를 중앙에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 지방시책 역시 개발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우리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산업입지의 규제는 부당하다고 보면서 신도시 조성등 대단위 택지개발은 거부해 왔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반대로 지금까지 산업입지 규제는 강화하면서 신도시 조성 등으로 인구 유입만 부추겼다. 이제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추진하겠다는 4개축 신도시 건설계획은 중앙정부의 잘못을 새삼 답습하는 것 밖에 안된다. ‘제2의 강남’ 조성발상은 제반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될 참으로 무모한 계획이다. 우리는 도대체 이런 계획이 검토 단계의 여과도 없이 어떻게 갑자기 나왔는지 경위가 궁금하다. 책상 머리에서 몇몇이 짜낸 탁상계획이 장기계획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점은 있다. 수도권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계획의 청사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난개발의 원인중엔 이도 연유함을 인정은 한다. 그러나 장기계획이 4개축 신도시건설 형식으로 짜여져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통일이 언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척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지역은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이다. 지금은 소외지대인 민통선 땅이 각광받는 시대가 언젠가는 온다. 장기계획이라면 이런 점도 상황 변동에 따른 고려가 내포돼야 한다. 4개축 신도시 건설은 필연적으로 그린벨트의 대규모 훼손이 불가피하다. 그린벨트가 비록 형해화 됐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존이 더욱 요구된다. 주택공급을 내세우는 당국의 단순 관념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의 반대가 더 설득력이 있다. 4개축 신도시 건설계획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경기지방노동청 신설의 당위성

경기지역에 노동사무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사무소가 없어 노동서비스에 대한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이 노동계는 물론 기업측으로부터 대단하다. 현재 경기지역의 노동업무는 1987년 인천에 설치된 경인지방노동청이 관장하고 있으나, 지역적인 여건이나 업무집행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경기지방노동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경기지역은 앞으로 2∼3년 있으면 인구나 산업생산에 있어 서울을 능가하는 한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이다. 경기도는 전국 기업체의 36%와 산업단지의 23%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중심(hub)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은 물론 물류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경기도는 한국경제의 견인차가 되고 있으며, 따라서 경기지역 산업체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는 타지역의 비상한 관심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발전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현재 전국에는 광역시 중심으로 지방노동청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대부분의 광역시가 인접 도에 중심에 있고 또한 노동행정의 수요나 활동 수행에 있어 여러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지역은 광역시 중심의 지방노동행정이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도 유독 경기도만의 경우, 사정이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차이가 있다. 우선 경인지방노동청의 7개 지방사무소 중 6개소가 경기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천에는 단 하나뿐이다. 또한 경기지역은 인천지역에 비하여 인구는 물론 산업체 수나 각종 경제활동측면에서 인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시 많다. 특히 경기남부지역은 급속한 인구 및 산업성장으로 인하여 노동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노동행정 수요는 인천에 비하여 무려 3배가 더욱 많은데 지방노동청이 인천에 있으니 효과적인 노동행정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행정도 서비스시대다. 주민 편의를 최우선하는 행정이 수행되어야 한다. 시대적 상황이 변하고 행정수요에 대한 환경이 달라졌으면 이에 신속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산업평화를 위한 노사관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 경기지역의 효과적인 노동행정 수행을 위하여 경기지방노동청의 신설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임진강 치수와 ‘4월5일댐’

임진강의 남북공동치수사업이 논의된 가운데 북측의 ‘4월5일댐’ 방류로 연천·파주 일대서 물난리를 또 겪었다. 지난 1일 오후 11시 1.05m에 불과하던 수위가 북측 무단 방류로 5시간만에 2.73m까지 올라가 임진강 일원의 어망 통발등 6천여만원 상당의 어구가 유실됐다. 연천군 군남면 진상·선곡리 등 강변에선 텐트를 이용하던 야영객 1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연천군 중면 황산리 남방한계선 인근에 설치된 임진강수위관측소는 도대체 뭘했는지 모르겠다. 이 관측소는 지난해 10월11일 역시 댐 무단방류로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자 정부가 경보체계를 갖추기 위해 설치했는데도 이번에 아무 구실을 하지 못했다. 북방 비무장지대 임진강 상류에 2000년말 준공된 ‘4월5일댐’은 1,2호댐이 있어 저수량이 모두 2천770만t에 이른다. 갈수기엔 댐 물을 인근으로 돌려 우리측 중·하류는 건천화하는 반면에 범람기엔 무단방류로 수해소동을 일삼게 하는 댐이다. 이번의 댐 방류는 며칠전 서울서 가진 남북경협추진위 2차회의 합의정신에 비추어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다.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쌍방 현지조사를 오는 11월에 갖기 앞서 다음달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를 개성서 갖기로 했다. 동시에 임진강 상류의 정보를 통보 및 교환키로 했던 것이다. 비록 아직은 실무협의회가 공식으로 가동된 것은 아니지만 ‘4월5일댐’ 방류가 불가피했다면 어떤 경로로든 미리 우리측에 알려주는 것이 합의의 호혜정신으로 보는데도 북측은 여전히 무단 방류했다. 본란은 임진강 치수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점을 수차 강조해온 바가 있다. 다행히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공동수방 사업이 거론돼 지난해 11월28일부터 31일까지 공동 현지조사를 갖기로 일정까지 잡았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러다가 제7차 장관급 회담으로 열린 남북경협 2차회의에서 우리측은 임진강 상류의 치산치수를 위해 북측에 묘목을 제공하기로 해가면서까지 공동치수에 합의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이에 선행 조건이 되는 군사적 보장조치를 해결할 군사실무회담이 잘되기 전에는 아직도 낙관하기 어렵다. 임진강 치수는 이처럼 넘고 넘어야할 난제들이 많지만 결국은 남북이 공동으로 해야 제대로 추진되는 점엔 다름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있을 군사실무회담이 잘 되길 바라면서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가 공식 가동되기 이전이라도 댐 방류가 있을 땐 미리 알려주는 호혜정신이 있기를 촉구해 둔다. 아울러 정부는 임진강수위관측소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어민들 피해를 충분히 보상해 주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태풍 난리에 또 정쟁?

지난달 31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 국회의장 공관은 김정길법무 해임건의안 저지를 위해 박관용 국회의장의 출근을 완력으로 막는 민주당 별동부대 의원들의 인질작전이 한창이었다. 이어 234회 정기국회가 열렸으나 정국은 계속 소모적 정쟁에 고착됐다. 내년도 예산안, 공적자금 국정조사, 김법무 해임안 재발의, 총리 임명동의안, 국정감사 등 예민한 정치권의 뇌관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 또한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일이다. 이밖에 민생 법안역시 산적해 있다. 국회는 회기마저 100일에서 20일을 줄여 80일로 했다. 이런 판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병풍공세, 탄핵공세로 회기를 또 낭비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국민은 지금 말 못할 고초를 겪고있다. 웬만한 국토는 거의 도배하듯 황토화하다시피 한 ‘루사’의 피해로 곳곳에서 목불인견의 참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 김천, 강원 강릉 등 도시기능이 며칠째 마비된 지역이 허다하고 안방까지 덮친 홍수로 가재도구가 엉망인 가구가 수만가구에 이른다. 벼가 물에 잠겨 썩어가고 나무에 달린 과일보다 낙과가 더 많은 피해 농가의 한숨소리가 드높다. 적조에 겹쳐 태풍으로 가두리 양식장을 잃어버린 어민들은 바다만 바라본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악의 불통사태를 겪은 고속도로, 간선철도가 아직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국민생활의 불편이 막심할뿐만이 아니라 물류관리가 잘 안돼 추석물가가 크게 위협받는 지경이다. 130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 가족들은 장례도 옳게 지내지 못하거나 행방을 알수 없는 시신을 찾지못해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리 염치가 없다한들 이같은 국민들 고통속에 또 병풍타령, 탄핵엄포로 정쟁을 일삼겠나 했는데도 여전하다. 태풍은 ‘루사’에 그치지 않고 제16호 ‘신라쿠’가 최대풍속 초속 40m의 맹위를 떨치며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다. 대비가 시급하다. 기왕 당한 ‘루사’피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신라쿠’마저 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며, 이에 정치권이 책임이 없다할수 없다. 여야는 소모적 정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적 고통과 함께하고 국민적 불행을 덜어 주고자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정당은 국민과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1957년 태풍 ‘사라’이후 최대 피해를 안겨준 ‘루사’의 강타에 이어 ‘신라쿠’위협에 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이 무엇을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자성해야 할 시기다.

정부가 부동산투기 부추긴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비과세저축을 대거 폐지키로 했다. 은행 수신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것은 유휴자금의 수익률을 낮추어 주식시장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다.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한 근로자우대저축의 수신고는 10조원이 넘는다. 이밖의 투자상품에도 3조8천700여억원이 들어 있다. 약 14조의 이런 돈을 압박해 주식시장으로 유입할 의향을 정부는 갖고 있지만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주식시장 보다는 되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수익성이 높고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한동안 전매권 허용등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넣던 정부가 이제는 부동산 투기가 말썽이 되자 강도 높은 억제책을 강구하겠다는 등 부동산시장을 속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속사정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 자신이 수도권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투기를 충동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수익이 주식시장보다 높고 안전한 것 역시 이같은 정부 시책에 기인한다. 여유자금의 부동산 투입 열기를 타고 사기 행각이 판을 치는 지경이다. 전문가도 알아보기 어려운 가짜 분양계약서가 나도는가 하면 근거없는 개발정보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하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들린다. 가짜 분양계약서는 도심지역, 가짜 개발정보는 도시변두리나 휴전선 서해안 등지서 특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앞장선 수도권 난개발이 부동산 시장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부는 또 2020년까지 수도권에 1억평 상당을 개발한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집중억제를 위해 대학, 산업 입지규제 등을 지속하겠다면서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2년∼2020년)에 이같은 수도권개발용지계획을 포함하는 것은 혼선을 일으키지만 어떻든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바라는 수도권 개발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관련한 입지규제의 완화에 있지, 주거환경의 질을 떨어뜨리는 택지개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시장을 고무케 하면서 고강도의 투기억제책을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정책결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과세 저축을 없애면 연 4%선의 저리로 만족할 예금자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압박한 예금액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결국 부동산시장만 규모가 커진다. 투기억제책은 언제나 미봉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갈수록이 점점 더 사회를 어렵게 만든다.

인터넷 취업사기에 속지말아야

하반기 취업시즌인 요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취업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온다. 취업사이트에서 구인을 위장해 물건을 팔거나 수강생을 모집하는 것은 물론 직종·고용형태·근로조건 등을 거짓으로 게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사무직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내놓고서 실제로는 영업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사례다. 면접 때 채용공고와 다른 직종을 권유하거나 일정기간 연수기간을 거친 뒤 정식채용한다는 식으로 사탕발림을 하면 일단 의심해야 된다. 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적(籍)’이라도 두고 보자고 취직했다가는 불법 다단계 판매원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채용공고대로 일반 사무직을 채용하더라도 사업아이템이 실제와 딴판일 수 있으니 회사의 주요 업무, 설립연도, 직원수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응시해야 한다. ‘보수 ○○○만원 보장(마케팅직·영업관리직)’과 같은 유형의 공고는 거의 사기라고 봐야 한다. 다단계 판매 또는 기본급이 없는 강제매매식 판매업무가 이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사의 사업자등록과 등록번호 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학원○○○과정 수료후 100% 취업보장’, ‘아르바이트 알선’ 등을 내걸고 고액의 학원비를 요구하는 업체 광고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의 고배를 수차례 마시고 나면 여기라도 매달려 보려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심리다. 통상 수개월치 학원비를 한꺼번에 납부한 뒤 교육내용의 부실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병역특례업체가 아닌 위장 병역특례업체도 있고, 병역특례로 입사할 때 사례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지방병무청에 문의하면 병역특례업체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준다.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를 당한 경우, 노동부 고용 안정센터(지역국번없이 1588-1919)나 시·군·구청 노동 관련 부서 등에 신고해 구제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취업사기 의심이 가는 경우 취업 사이트별로 제공하고 있는 허위·과대 광고 신고 내용, 불량기업 리스트, 허위광고 유형 등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을 되레 악용하는 사기 등 피해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암담하다.

태풍 또 온다, 이에 대비를

제15호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경기·인천지역은 타지역이 인명만도 사망·실종이 90명에 육박한데 비해 별 피해 없이 넘겼다. 강릉의 약900mm 강우량을 비롯, 다른 곳은 보통 300mm 안팎의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으나 도내는 평균 57.7mm로 적게 내려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도재해대책본부의 기민한 조치 또한 피해예방에 크게 주효했다. 재해위험지구 680여개소에 대해 마을앰프 등으로 120여차례 걸친 홍보안내와 함께 행락 및 등산객 안전을 위해 6개소에서 약 500명을 사전 대피조치 시켰다. 41개 지구의 둔치 차량 180여대도 미리 옮겼다. 가로수 230여그루, 가로등 전신주 등 10여주가 넘어지고 농작물 시설이 파손되는 등 이밖에도 재산피해가 있긴하나 아수라장을 이룬 남부지역에 비하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태풍은 또 있다. 기상청 역시 가을까지 적어도 한 두차례의 태풍이 또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루사’는 경부선을 비롯한 많은 철도와 경부고속도로, 88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을 이틀동안이나 마비시켰다. 이외의 도로붕괴도 적잖았다. 여러가지 원인가운데 산사태나 절개지 붕괴로 인한 교통마비가 상당수에 이른것은 경기도 당국이 역시 타산지석으로 새겨 두어야 할 일이다. 제방붕괴, 주택침수, 통신·정전대란 또한 남의 지역 일만은 아니다. 일시 정전은 도내도 수원시 등 7개 시·군에서 8천600여가구가 겪었다. 아직도 우려되는 태풍에 대비키 위해서는 지금부터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재해대책에 광역단체, 즉 경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유관기관과의 시스템 작동이 좀 더 조직화돼야 한다. 재해예방에서 구난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전, 도공, 한통, 소방서, 농기공 등이 도, 또는 시·군 재해대책본부를 구심삼는 입체적 조직화가 요구된다. 이러지 않은 산발적 대응으로는 효율적 대책이 어렵다는 판단을 갖는다. 아울러 경기도는 한강통제소, 해양당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유관기관과의 이런 시스템 활성화와 더불어 각 시·군은 취약지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절개지 및 옹벽, 위험축대, 대형간판 및 광고탑, 전주등 도시시설물의 위험 요인에 대한 안전도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재해예방의 첩경임을 강조한다. 경기도는 ‘루사’를 큰 탈없이 넘긴 것에 안도감보다는 다음 태풍에 대비하는 경각심으로 삼기를 당부한다.

남북경협위 서울회담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북측에 쌀 40만t과 비료 10만t을 제공키로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북측 구간 철도 및 도로 연결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 등을 또한 제공한다. 임진강 홍수대책 일환의 북측 치산치수와 관련한 묘목도 남쪽이 제공하기로 했다. 이 대신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착공식을 오는 9월18일 남북이 동시에 갖고 경의선은 연말, 도로는 내년 봄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했다. 동해선 임시도로는 11월말까지, 철도는 저진∼온정리 사이 송현리∼고성구간 연결을 1년으로 잡았다. 아울러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해결할 수 있는 군사실무회담을 착공 이전에 갖기로 했다. 이밖에 개성공단건설 실무협의회와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를 10월 중 개성에서, 임남댐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9월16일 금강산에서 갖기로 하였다. 이번 서울서 가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 회의는 그동안 수차례 합의만 되풀이 하고 이행이 미뤄진 경협현안에 대해 구체적 일정이 잡힌데 일단은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함정은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공사 착공에 앞서 갖는 군사실무회담의 투명성 보장이 없다. 군사회담은 북측의 경우, 경협소관 밖이라 회담일자를 잡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합의만 있고 실천은 없었던 것이 이에 연유한다. 북한은 군사문제엔 내각과는 별도 기구인 군사위원회가 따로 있어 내각에 속하는 북측 경추위 합의사항을 이번엔 이행할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임진강 수해방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북철도 및 도로연결 실무협의회 1차회의를 9월13일부터 15일까지 금강산에서,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쌍방 현지조사를 오는 11월 중 갖기로 했지만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군사실무회담이 지지부진하면 경협합의사항은 또 무산된다. 아시안게임에 북측을 참가시키는데도 37억원 상당의 체제비를 이쪽에서 부담한다. 이렇게 추진하는 아시안게임 참가도 있고하여 합의사항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르겠으나 예컨대 돌연히 서해교전 같은걸 일으키는 저들이다. 확실한 것은 이쪽에서 또 퍼주는 것 뿐이다. 경의선 철도만 해도 남측구간은 벌써 마친지 오래다. 북측은 이제와서 뒤늦게 착공하겠다면서 경의선 뿐만 아니라 동해선 북측 구간까지 자재와 장비를 대달라고 하여 정부는 주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쌀과 비료, 자재 장비등 무한정 지원하는 경협사업에 책임있는 성과를 국민에게 가시화할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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