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경기·인천지역은 타지역이 인명만도 사망·실종이 90명에 육박한데 비해 별 피해 없이 넘겼다. 강릉의 약900mm 강우량을 비롯, 다른 곳은 보통 300mm 안팎의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으나 도내는 평균 57.7mm로 적게 내려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도재해대책본부의 기민한 조치 또한 피해예방에 크게 주효했다. 재해위험지구 680여개소에 대해 마을앰프 등으로 120여차례 걸친 홍보안내와 함께 행락 및 등산객 안전을 위해 6개소에서 약 500명을 사전 대피조치 시켰다. 41개 지구의 둔치 차량 180여대도 미리 옮겼다. 가로수 230여그루, 가로등 전신주 등 10여주가 넘어지고 농작물 시설이 파손되는 등 이밖에도 재산피해가 있긴하나 아수라장을 이룬 남부지역에 비하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태풍은 또 있다. 기상청 역시 가을까지 적어도 한 두차례의 태풍이 또 불어닥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루사’는 경부선을 비롯한 많은 철도와 경부고속도로, 88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을 이틀동안이나 마비시켰다. 이외의 도로붕괴도 적잖았다. 여러가지 원인가운데 산사태나 절개지 붕괴로 인한 교통마비가 상당수에 이른것은 경기도 당국이 역시 타산지석으로 새겨 두어야 할 일이다. 제방붕괴, 주택침수, 통신·정전대란 또한 남의 지역 일만은 아니다. 일시 정전은 도내도 수원시 등 7개 시·군에서 8천600여가구가 겪었다. 아직도 우려되는 태풍에 대비키 위해서는 지금부터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재해대책에 광역단체, 즉 경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유관기관과의 시스템 작동이 좀 더 조직화돼야 한다. 재해예방에서 구난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전, 도공, 한통, 소방서, 농기공 등이 도, 또는 시·군 재해대책본부를 구심삼는 입체적 조직화가 요구된다. 이러지 않은 산발적 대응으로는 효율적 대책이 어렵다는 판단을 갖는다. 아울러 경기도는 한강통제소, 해양당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유관기관과의 이런 시스템 활성화와 더불어 각 시·군은 취약지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절개지 및 옹벽, 위험축대, 대형간판 및 광고탑, 전주등 도시시설물의 위험 요인에 대한 안전도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재해예방의 첩경임을 강조한다. 경기도는 ‘루사’를 큰 탈없이 넘긴 것에 안도감보다는 다음 태풍에 대비하는 경각심으로 삼기를 당부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2-09-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