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때문이다. IMF외환위기를 조기에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건전했던 탓이다. 그러나 IMF사태를 조기탈출한 대신에 건전성이 그만큼 악화되고 말았다. 산업 및 금융부실의 위기를 재정에서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데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156조원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한 69조원 중 49조원을 재정에서 부담키로 했다. 이를 25년간 해마다 2조원을 일반회계에서 충당한다고 하나, 현재가치가 아닌 경상가치로 따지면 57조원도 더 된다. 이만이 아니다. 세수증가와 지출축소를 통한 부담을 계산하면 이자를 포함하여 96조원에 이른다. 이런데도 국민은 막대한 이 돈을 왜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공적자금 69조원이 손실되고 이중 49조원을 재정이 갚아야 하는지 그 산출근거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손실액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불신조차 팽배해 있다. 아무 죄없이 공적자금 손실액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국민은 국민이익을 위한 예산의 제반 원칙을 침해당한다. 정부 방침은 전통적 예산명료의 원칙, 현대적 예산보고의 원칙 등에 명백히 저촉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책임의 실종이다. 공적자금이 그토록 손실났으면 공적자금을 집행한 정부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누가 어떻게 책임졌다는 사람 하나가 없다. 사생활에서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책임을 지는게 법치사회다. 하물며 국가사회가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쳐놓고 아무 말한마디 없는 것은 법치정신을 일탈한 월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적자금 상환에 재정부담이 있으려면 마땅히 경위설명과 함께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공적자금의 재정부담을 앞두고 감면세 혜택을 크게 줄일 모양이다. 예산편성엔 사회복지비 등이 적잖게 장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재정부담의 부작용은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더욱 심화할 게 분명하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공적자금조사특위 구성은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 국민에게 내역을 공개해 동의를 구하는 간접 절차가 될 수도 있다. IMF사태를 가져온 게 어느 정권인데 특위를 구성하자는 거냐는 민주당의 역공세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 정권이 IMF사태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 정권의 공적자금 운용이 방만해도 묵과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면책 사유는 성립될 수가 없다.
도내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사 900여명 중 400여명인 일용직 영양사에 이어 일용직 사서들도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찾기’다. 초·중·고등학교 영양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급여가 하루 3만600원씩 일당제로 계산된다. 그나마 급식을 하지 않는 휴일과 방학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며 정규직과 달리 상여금 미지급으로 연간 6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영차수당과 퇴직금도 관계 당국에 고발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계약기간 중에도 해지통보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용직 사서들도 마찬가지다. 사서는 정규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직이다. 하지만 급여체계상 ‘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되고 도내 일선 학교에 배치된 사서 360명 중 정규직 2명을 제외하고는 일당 3만600원을 받아가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특히 방학 때나 법정 공휴일 등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무노동 무임금’원칙이 적용돼 일당이 제외되는데다 도교육청이 책정한 1년치 급료 지원액 초과 지출분은 고용계약을 맺은 해당학교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여성노조 일용영양사지부 및 학교도서관 사서연합회를 앞세워 집단적으로 권리 찾기 행사에 나서자 과학실험보조원, 운동부 순회 코치 등 다른 일용직 직업군들도 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등 일용직의 권리 찾기는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통계청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일용근로자는 252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 % 늘었다. 일용근로자는 올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전년 동기 대비 10 %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임시·일용직 근로자 10명 중 8 ∼9명은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과 퇴직금·상여금·시간 외 수당 등 부가급여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규가 정규 근로자 중심으로 돼 있는데다 정규직 중 상당수는 임시·일용직으로 분류돼 근로복지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인 것이다.이번 도내 학교의 일용직 영양사 및 사서들의 임금인상, 고용보장 등 처우개선 요구는 이런 연유로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도 교육청의 적극적인 대화 수용과 사서·영양사들의 순리적인 요구를 바란다.
정치권이 막가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연일 병풍 공방으로 영일이 없다. 벌써 두어달 된 병풍 공방으로 인하여 정치 본연의 기능이 정체됐다. 사태는 더욱 격화돼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병역비리 척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대중정권 퇴진 및 탄핵소추 발의를 추진할 태세다. 양당이 모두 이성을 잃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실정과 비정은 인정한다. 그러나 탄핵의 요건인 헌법과 법률을 현저히 위반한 증거는 아직 발견치 못하고 있다. 상당한 위반에 구체성이 없는 개연성만으로는 탄핵요건이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연한 정권퇴진 요구는 또 헌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사기 쉽다. 한나라당의 서명운동 역시 당치않다. 병역비리 척결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도 이에 예외일 순 없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문에 이 후보측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정치공세로 악용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문제의 이정연씨 병역면제 과정은 지금 검찰에서 다각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을 두고 민주당이 무슨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병풍을 둘러싼 민주·한나라당의 이전투구 싸움은 국민들을 식상케 한지 오래다. 병풍의혹은 이제 검찰에 맡겨야 한다. 민주당의 집요한 병풍공세는 대선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사회의 염증만 더할 뿐이다. 민주·한나라당이 정말 현명하다면 뭣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인가를 잘알아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의 서명운동이나 한나라당의 퇴진운동 같은 선동정치가 통할 수 있는 민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장외 투쟁은 어떤 연유로든 명분이 있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왕 임시국회는 그랬다 치더라도 오는 9월에 열릴 정기국회마저 마비되지 않을까 하여 심히 걱정된다.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남북관계에 국회의 기능이 또 있다. 이밖에도 국회가 할 일이 많은 터에 허구한 날 싸움질 뿐이니 불안할 지경이다. 정기국회는 회기가 대선과 맞물려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민주·한나라당 양당이 다 양비(兩非)를 면치 못하긴 하나, 민주당이 우선 자제하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안다.
우리 교육의 앞날이 갈수록 우려스럽다.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야기된 학교교육의 붕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겹쳐 교육현장을 더욱 일그러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의 고교배정 소동에 이은 이들 지역 학생들의 대거 서울전학 사태는 우리 교육이 중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교육계는 올 3월부터 고교 평준화가 수도권 신도시로 확대시행된 이후 고양지역에서만 10여개 고교에서 500여명의 학생이 서울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당지역도 학교별로 10∼30명씩 서울소재 학교로 옮겼으며, 이런 전학 붐은 수원 영통과 평촌지역 학교에서도 일고 있다. 평준화 확대 직전인 지난해엔 수원·안양·부천·고양 등지에서 120∼370여명의 중학생들이 서울로 전학했다. 이같은 전학사태는 평준화 확대로 도내에 명문고교가 없어지자 불안해진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찾아 나선 결과다. 이로 인해 이제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몇명씩 빠져 나감으로써 수업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학생들이 느껴야 하는 위화감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 도입된 고교 평준화의 명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고 망국적 과외병을 없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8년이 지난 지금도 입시전쟁은 여전하고 과외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수학능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 학교, 한 반에 뒤섞어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의 실력을 하향 평준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이제 고교 평준화는 적절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학부모·학생들의 학교선택권과, 원하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뽑을 학교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일반적 원칙면에서도 관(官)이 일방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학교를 배정하는 행정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점에서 국·공립은 계속 지금과 같은 평준화 방식을 유지하고 사립학교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2원화 체제로 전환, 조화를 모색하는 방안도 가치있다고 본다. 자립형 자율사립고교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정선을 유지하게 되면 학업 우수학생들의 해외 조기유학 욕구나, 공교육 불신에 따른 사교육 열풍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무조건적 서울전학 사태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국은 이제 평준화 개선논의를 금기시 할 것이 아니라 각계의 의견을 들어 진취적으로 개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장대환 총리서리의 많은 재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장상 전 총리서리의 재산에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장 전 총리서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형성 과정에 혹독한 신문을 당했다. 장 현 총리서리는 장 전 총리서리보다 몇배나 재산이 더 많다. 본인 명의만도 29억2천여만원, 가족명의를 포함하면 56억4천700여만원에 이른다. 국무위원 가운데 단연 톱이다.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회원권, 귀금속 등 내용 또한 가지가지다. 부동산도 서울시내 빌딩을 비롯, 서귀포 당진 등 전국 10여곳에 산재하여 취득 경위가 궁금하다. 예컨대 농사꾼도 아니면서 김제시 옥산동에는 왜 700여평의 논을 사둔 것인지 알수 없다. 모두 27억원대의 부동산 소유 과정이 과연 투명한 것인지 잘 알아봐야 하는 게 청문회의 큰 과제다. 주식 등 취득과정은 베일에 쌓여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골프회원권이 네개나 된다. 장 총리서리 말고 국무위원 중 네개의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고위 공직자로서는 도덕성에 관련 된다. 옛 한빛은행에서 본인 23억9천만원, 부인 13억5천만원 등 도합 37억4천만원을 대출받은 게 과연 정상인지 잘 알 수 없다. 법인도 아닌 개인 대출에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거액의 용도는 또 뭣이었는지 청문회가 정확히 짚어야 한다. 장 총리서리는 집안이나 처가쪽이 부유한 편이어서 좋은 환경에 있다고는 생각한다. 국무위원 중 1위의 재산을 지녔다 하여 부정적으로만 여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지 않다. 더욱 현직(顯職)의 공직자에게는 더 말할 게 없다. 이재(理財)의 달인인지, 투기(投機)의 명수인지를 청문회가 가려내야 하는 대상이 된다. 그리고 과정이 아무리 가혹하다 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장 전 총리서리는 장 현 총리서리보다 훨씬 못한 재산을 갖고도 신랄한 추궁을 받았다. 장 전 총리서리가 국회 인준을 못받고 낙마한 것은 결코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앞으로의 청문회 신문이 만약 형평성을 잃고 어물쩍 하게 넘어 간다면 성차별의 비난을 모면할 수 없다. 청문회 잣대는 누구에게든 똑같이 재야 공평하다. 특히 장 현 총리서리의 재산문제엔 적어도 장 전 총리서리수준 정도의 규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수해지역 곳곳이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집중 호우로 휩쓸려 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침수가옥의 가구 등이 뒤범벅이 돼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한 악취와 각종 해충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복구 작업에도 애를 먹고 있다. 안성의 금광저수지 등 일부 저수지에는 아직도 수거하지 못한 수백t의 쓰레기가 썩고 있어 수질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수재지역 지자체는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제대로 손을 못쓰고 있다. 민·관·군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과 함께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양이 워낙 많아 좀처럼 줄어드는 기미가 없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쓰레기수거 대응조치가 없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가 파악한 수재 쓰레기 발생량은 안성 평택 화성 등 17개 지자체에 모두 2천500여t에 이른다. 산과 계곡 마을에서 폭우와 함께 쓸려 내려온 쓰레기는 폐비닐·음료수병과 농약병 깡통 그리고 가전제품 등 가구들로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중 쓰레기 소각장 등 자체 처리 능력이 있는 5개 시·군등 12개 지자체가 700여t의 쓰레기를 처리했으나 나머지 5개 지자체에서 발생한 1천800여t의 쓰레기는 적환장 등에 쌓여 있거나 저수지에 떠있다. 그러나 인력·장비부족으로 이 쓰레기를 다 치우려면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처리가 늦어져 썩으면 악취와 함께 각종 질병 발생 우려는 물론 농업용수의 오염도 염려된다. 해당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에 행정력을 동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끌탕만 하고 있어선 안된다. 물난리를 한두번 당해본 것도 아닌데 수해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이렇게 무기력하다니 지자체장들의 위기대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를 빨리 치워야 한다. 인력과 장비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쓰레기 더미속에서 악취를 맡으며 지내는 수재민들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폭우가 쏟아진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쓰레기가 아직 곳곳에 쌓여 있다는 것은 행정서비스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해당 지자체들은 공공근로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총동원하는 등 특별대책으로 쓰레기를 속히 치워야 한다. 수해뒤 창궐할지도 모를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도 빈틈없이 펴야 할 것이다.
최근 시민들로부터 새로운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찜질방·사우나·한증막은 고온다습하다. 음식이 더 빨리 상한다. 그런데도 경기도·인천지역의 일부 찜질방·불가마 등에서 영업신고도 없이 음식을 조리·판매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팔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위생 사각지대’다. 그동안 이용자들이 식중독에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실시한 특별위생점검결과를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생맥주 판매기와 식품조리시설 등을 갖춘 인천시 H찜질방의 경우 영업신고 없이 유통기간이 25일이나 지난 죽염·메밀·생면을 이용, 냉면을 조리 판매했다. 안양시 S불가마 사우나내 식품접객업소는 허가없이 미역국·육개장 등을 판매하고 유통기간이 46일이나 지난 보리새우를 사용했다고 한다. 김포시 M찜질마을, 안양시 J불가마 사우나 등은 유통기간과 제조일자가 표시되지 않은 ‘깐다진 마늘’과 ‘참숯 훈제 계란’ ‘명태포’등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역국과 계란, 냉면 등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아예 표시가 없는 무허가 제품을 판매해 왔다니 어처구니 없다. 이렇게 불법영업을 해도 업소들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적절한 단속법규가 없다는 것은 더욱 한심하다. 현행법상 자유업으로 분류돼 등록만으로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엔 이용자들을 상대로 부항과 뜸을 떠주는 등 일반 한의원과 다름없는 찜질방이 생겼는가 하면 안마시설을 갖추고 안마사까지 고용한 곳도 있으나 단속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단속 사각지대’까지 된 것이다. 단속법규가 없다면 특별위생점검을 백번 한들 무슨 효과가 있는가. 식품위생법을 적용, 행정처분토록 자치단체에 통보했다지만, 다수의 이용자들을 위해서는 관련법규가 보다 강력해야 한다. 찜질방·한증막 등 업소는 어린이들로부터 노인들까지 가족단위로 많은 시민들이 휴식처로 애용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여 이용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청결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당국의 단속을 대비해서가 아니라 이용자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특히 식품 조리에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의 병역문제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씨가 제출한 테이프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녹취테이프가 녹취록과 더불어 검찰에 제출됨으로써 소위 병풍(兵風)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이제 진실 규명은 검찰의 몫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다른 사건에 우선하여 이 문제를 조속히 수사, 실체를 밝혀야 한다. 김대업씨가 제출한 테이프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공작으로 조작된 사건이고 더구나 수감중인 김대업씨를 수사에 참여시킨 검찰팀은 이 사건에서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팀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한나라당이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에 대한 침해이며, 정연씨의 병적 기록표 조작 의혹에 대하여 당사자들은 진실을 밝혀야 하며, 이회창 후보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영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수해로 수많은 수재민이 고립된 상황에서 끼니를 걱정하고 수확을 앞둔 농민들은 수마가 할키고 간 들녘을 바 라보면서 수심에 가득차 있는데 정치권은 이에 대한 비상대책은 수립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역비리 의혹문제로 연일 국회에서 사활을 정쟁만 하고 있으니 이런 정치인들을 과연 국민들이 신뢰하겠는가. 병역문제 의혹은 밝혀야 되겠지만 정치권이 이 문제만 가지고 정쟁만 하면 언제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는가. 김대업씨 테이프에 대한 사실 규명을 검찰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당사자들을 소환하여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 전말을 국민에게 조속히 밝혀야 한다. 지난 5년동안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기에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테이프 등장 인물들의 녹취내용의 진실여부와 병적 기록표의 사실 여부만 확인하면 진실 규명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검찰의 의지와 문제이다. 국민들은 이제 병역문제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지쳐있다. 정치권의 대권 경쟁 때문에 일년 내내 정쟁으로 국민들을 볼모로 하고 있으면 언제 국정을 돌볼 것인가. 이제 정치권은 수해대책 등 민생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되며, 검찰은 가능한 한 모든 검찰력을 동원하여 김대업씨 테이프에 관련된 병역문제 의혹에 대하여 총력을 기울여 조속시일내 수사하여 한점 의혹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용인시의 개발의욕이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용인시가 수원과 용인을 경계하는 유일한 녹지대인 기흥읍 영덕리 일대 흥덕지구를 경기도와 수원시의 반대에도 불구 택지개발을 추진, 또 다른 난개발을 부추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용인시가 추진중인 흥덕지구 택지개발사업은 기흥읍 영덕리 일대 65만7천평에 2007년까지 9천300가구의 주택을 건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흥덕지구는 지난해 12월 건교부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으며 지난 4월 토지공사가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용역에 착수 연말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수원시와 용인시를 잇는 유일한 녹지축으로 대규모 택지로 개발될 경우 마지막 자연보전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급증하는 인구 등으로 인한 교통난 등 도시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이웃인 영통지구에 12만명이 입주해 있어 이미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역에 아무 대책없이 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더욱이 용인시가 경기도와 수원시, 그리고 환경·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행정기관이 어떻게 앞뒤 가리지 않고 이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용인시는 이미 수지·죽전지역 등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수원과 인접한 지역만을 계속해서 억제할 경우 지역불균형은 물론 재산권 제한에 따른 현지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용인시의 이같은 주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할 행정기관으로서 경솔한 판단이다. 용인시는 작년에도 성복지구의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했다가 경기도로부터 반려된바 있고, 난개발에 시달려온 구성면 주민들로부터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용인시가 난개발의 심각성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하고 또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간 용인지역의 난개발은 수도권 베드타운의 무계획적인 조성으로 비롯됐다. 이로인해 입주민과 기존 주민들은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도시기반시설 부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갖가지 생활불편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난개발지역에 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도시계획은 당장의 이해에 얽혀 추진하기보다는 백년대계 이어야함을 용인시는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들을 끌어 들여 연체금을 대신 갚아준 뒤 고액의 이자를 뜯어내는 사채업자들이 서민들을 울리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한 검찰이 파악한 신용카드 연체금 대납 전문 사이트만 1천여개에 이르고, 이를 활용하는 사채업자도 34만 정도라고 하니 당장 돈이 아쉬운 서민들의 피해와 고통이 한눈에 보인다. 인터넷 사채업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용카드 연체금을 결제해 준다’거나 ‘신용카드를 담보로 맡기면 한달에 10%의 이자만 받고 즉시 연체대금을 대납해 준다’는 등의 광고문구를 띄운다. 신용카드사의 밤낮 없는 독촉에 시달리는 연체자들로서는 누구나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은 신용카드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담보로 연체대금을 갚아 주고선 1주일 만에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대납액의 5∼10%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연단위로 환산하면 240∼480%의 이자를 챙기고 있는 셈이다. 또 일부 인터넷 사업자들은 연체금을 해결해 준 뒤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물품구입 한도까지 상품권 등을 구입해 도매업자에게 7∼8% 할인해 되팔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잠적한다. 최근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가 적발한 14곳 인터넷 사채업자들의 경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연체자들을 모집한 뒤 3∼4개월 동안 대납해준 연체금이 114억여원이었으며 이를 대가로 챙긴 이자가 95억여원이라니 가히 살인적인 고리(高利)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신용불량자가 전년도에 비해 17.6% 늘어난 245만명에 육박해 피해자들은 수천명에 이를 것이다. 신용카드 연체는 사치와 낭비 등 무분별한 카드사용 탓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다수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사업실패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다. ‘신용카드 연좌제’도 연체자 가족들을 옥죄고 있어 결국 신용카드 연체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이 사채시장이나 인터넷 사채업자들의 홈페이지인 것이다. 인터넷 고리 사채업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강력한 단속도 절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넷 사채업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갚을 능력이 없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물품 구입 등을 억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