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일이 무더위 만큼이나 짜증나게 한다. 회복세를 보이던 실물경제가 갑자기 침체를 보이는 등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터에 국민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이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는 것은 앞다투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성남 등 14개 시·군이 하반기에 수도요금을 최고 50%까지 대폭인상할 계획인 것도 그중의 하나다. 일선 시·군에 따르면 매년 누적되는 적자를 줄이고 시민들의 절수정신을 높이기 위해 수도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돗물값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싼 편인데다 거의가 생산원가보다 싸게 공급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채근하는 요금현실화 차원에서 불가피한 처사라는 것은 그런대로 설득력은 있다. 또 다음달부터 광역상수도 원수값이 t당 194.34원에서 231.57원으로 오르는 것도 원가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에는 반드시 원가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살펴보고 지자체 산하 수도사업소 스스로가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자체들이 상수도 사업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감사원이 최근 94개 기관을 대상으로 상수도 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45개 단체의 상수도 총괄 원가가 적정가보다 1천200만∼91억4천700만원 높게 책정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의정부시 등 18개 단체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출자한 정수장 건설비 2천452억원을 투자 자산이 아닌 가동 설비자산으로 처리하고 매년 2억4천300만∼15억5천300만원을 감가상각비로 처리해왔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요금을 올릴 경우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사전 점검, 경영부실에 따른 원가부담을 요금에 떠넘기는 일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 일반 기업에 비해 구조조정이 가장 뒤처져 있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상수도사업의 적자요인도 상당부분이 부단한 경영합리화로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대신 방만한 경영에 기인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판단이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때에 요금을 올리려는 것은 아무래도 무감각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당국은 수도료 인상에 앞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부터 씻어내는 일부터 해야한다. 아울러 원가계산 내역과 상수도 관련 모든 예산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후 객관적인 인상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 정부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고강도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투기 협의자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와 안정성이 문제없는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을 불허한다는 요지의 투기억제책을 발표했다. 고강도 대책 때문인지 강남지역은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또는 손님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일단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세무 조사 발표 이후 1천만원∼2천만원이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 업소들은 이번 정부 발표 역시 근복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 정부는 금년들어 무려 일곱번째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발표했으나, 최근 강남은 물론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아파트 값을 부추기는 역할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아파트 투기 현상은 경기지역도 신도시 지역과 용인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투자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기자금이 이동되고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경기지역은 언제든지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적절하게 예방하지 못하면 투기 열풍으로 인하여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열풍이 부는 근복적 이유는 교육 여건 등을 비롯한 생활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제한된 지역에 우수한 교육 시설이 밀집되어 있으나 자연히 수요는 폭발하게 되며, 공급이 달리니 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런 우수한 교육시설을 강남 이외의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의왕 등 수도권 지역에 특목고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성남의 서울 공항 등을 신도시로 개발하고 판교 개발도 앞당겨 강남대체지역을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정부의 조치는 환영하나 서울의 베드타운화하는 것은 안된다. 경기도와 긴밀히 협의하여 교육시설 등과 같은 생활여건의 마련과 더불어 삶의 질이 제고될 수 있는 개발을 해야 된다. 이런 제반조치가 동시에 수행될 때 부동산 투기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쌀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 당시 쌀시장 개방 10년유예를 얻어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오는 2004년은 쌀을 개방하거나 재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의 처지에선 쌀시장을 개방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재협상이 낙관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관적이다. 개방유예 조건인 감산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예조건을 안지켰으면서 또 유예를 요구하는 재협상엔 협상력을 살리기가 어렵다. ‘최선을 다해 개방을 막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은 수매가를 꾸준히 내렸다. 감산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끝에 지난 1999년 벌써 개방해 놓고 있다. 우리와 함께 관세화 유예를 받았던 일본이 이처럼 앞당겨 개방한 마당에 앞으로 1년반 남긴 재협상시 우리에게만이 유예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볼 수 있는 보장은 없다. 그동안 양곡유통위원회의 수매가 인하 건의에도 정치논리에 의해 수매가를 다섯차례나 올려 증산을 부추겼다. 재고미가 사상 최대로 1천300만섬을 돌파, 이젠 더 쌓아둘 곳도 없다고 정부는 비명이다. 연간 보관비만 해도 590억원이 드는 지경이 됐다. 400만섬을 가축용 사료로 돌리자고도 하고 북측에 퍼주자고도 한다. 농업정책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수매가 인하에 이은 폐지, 관세 자유화 등 종국적으로 시장에 맡겨도 경쟁력 있는 농업구조로 육성시킬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같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물론 국내 논농사는 외국에 비해 생산비 절감이 어려운 여건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때문에 예컨대 대단위 기계화가 불가능한 논은 전작화가 절실한데도 이런 노력마저 제대로 기울지 안했다. 그저 해마다 미봉책에 급급해 왔다. 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김영삼 정권 때 이미 쌀문제에 대한 장기계획의 집행이 있어야 했다. 전 정부가 잘못했으면 이 정부라도 잘해야 할터인데도 역시 세월을 헛보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그랬으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정권말 탓인지 아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그럭저럭 지내다 보면 2003년 2월 들어서는 새 정부는 또 새 정부 초기이기 때문에 세월을 잡아 먹을 것이다. 2004년 닥치는 쌀시장개방 재협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실로 걱정이다. 수해가 있었지만 올 논농사 또한 대풍이 예상된다. 반가운 대풍을 걱정꺼리로 만든 책임에 대해 위정자들은 어떻게 질 것인지 묻고 싶다.
자치행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종합평가제’추진은 한 마디로 당치 않다. ‘지자체 길들이기용’이라는 게 훤히 보이는데 찬성할 지자체도 물론 없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전국 232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상급기관의 각종 감사와 평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터다. 더구나 지자체 평가는 발상부터가 고압적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달 28일 밝힌 종합평가계획은 자치단체간 경쟁을 통해 행정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민선 단체장을 포함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6개 시·도가 중앙 정부를 대신해 기초자치단체의 행정 성과와 주민 만족도 등을 매년 평가, 그 결과에 따라 국비보조 등에서 차등을 두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지난 해 제정된 ‘정부 업무 등의 평가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내년 시행을 목표로 기초지방자치단체 평가 방법을 마련중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의 이 계획은 구태연한 발상이다. 관선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중앙정부의 행태가 있었다. 만일 이 계획이 시행된다면 지역특성에 따라 지방행정을 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행정이 주민을 위한 행정보다는 평가를 위한 행정으로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평가에 따른 행정력 낭비도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정부부처 주관의 평가는 주민자치의 추세를 부정하고 지방자치제의 정책을 저해할 게 분명하다. 행자부의 지자체 평가는 업무의 중복면에서도 의미가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감사원 감사, 정부합동감사, 정부예산심의, 지방의회, 때로는 국정감사까지 받고 있는 사실을 아마 잊은 모양이다. 행자부가 지자체의 업무 효율성 증대와 책임성 확보를 위해 굳이 평가를 해야 되겠다면 기존의 감사원 감사, 정부종합 합동감사 등을 폐지한 연후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에 맡겨라. 지방의회도 있고 각종 시민단체도 있다. 가장 무서운 주민들의 감시가 있다. 지자체와 마찰을 자초하지 말 것을 촉구해 둔다. 지자체의 반발때문이 아니라 행정상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신당창당추진위’를 구성, 창당 실무기구의 본격 가동에 나섰다. 외곽당을 만든 후 당대당 통합형식의 신당을 만들든, 백지상태에서 신당을 만들든 간에 새천년민주당 소멸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자민련이나 민국당, 또는 미래연합과 손을 잡든말든 간에 민주당은 어떻든 없어진다. 친노(親盧), 반노(反盧) 세력이 합치든 갈라서든 간에 민주당이 간판을 내리는 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마당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선사퇴론이나 사실상 사퇴론은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신당은 과거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바뀐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은 국민회의의 법통을 이었지만 신당은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해산되는 판에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만이 존재할 순 없다. 사퇴할 것도 사퇴로 볼 것도 없이 효력 자체가 상실된다. 창당 동의로 후보직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노후보측 관점은 공허한 자기 위안이다. 일이 이렇게 된덴 노 후보의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로 보인 독선과 돌출언행은 대통령 후보가 갖춰야 할 안정감과 신뢰성을 상실했다. 지방선거 및 재보선 참패, 수도권표 일탈 등 민심이반의 가속화가 더욱 심했다. DJ정권의 실정과 부패에 따른 민심이반을 다소나마 회복하기는 커녕 되레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민주당 주류측과 신당을 같이 한다고 보기에도 지극히 어렵다. 주류측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위한 개헌논의를 거의 공론화 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권력분산은 대선으로 공약화 할 수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바 있는 노 후보가 과연 말을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 설사, 입장을 바꾼다 할지라도 주류측과 융합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비주류측은 말할 것 없고 주류측과도 가는 길이 다르게 된다면 마지막 카드는 독자노선의 신당일 수도 있다. 만약 그럴경우 그의 입에선 모종의 소리가 터져나올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민주당의 분당, 신당 창당을 막자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되긴 했다. 그러나 그런 당위적 주장이 신당추진 대세에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게 오늘의 민주당이다. 합종연횡, 오월동주도 불사하는 신당 창당은 그래서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한국정치의 질을 더욱 떨어뜨린다. 명색이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이처럼 진퇴유곡에 처한 예는 헌정사상 일찍이 없었다. 실정과 부패, 그리고 후보의 경솔한 처신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일깨워 준다 할 것이다.
8·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13곳에서 호남 2곳을 뺀 11곳을 차지함으로써 국회 재적의원 272석의 절반(136석)을 넘긴 139석이 됐다. 이른바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1988년 13대 선거 이후 여야를 통틀어 처음으로 한 정당이 과반수가 됐다. 한나라당이 마음 먹기 따라서는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의 도움도 필요없어졌다. 적어도 국회내에서는 가히 한나라당의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개정과 대통령 탄핵 등 일부 특수안건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입법권을 모두 장악한 것이다. 우선 대통령 아들 비리 등에 대한 특검이나 청문회,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추진할 여력이 생겼다. 아울러 중립내각 구성, 햇볕정책 재검토, 인사청문회 확대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와 민주당을 더욱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어제 발표한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 국회 임명동의안도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부결될 수 도 있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은 언론과 학자, 많은 국민이 총리 서리 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했음에도 김대통령이 다시 서리를 임명했다고 공격에 나섰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휴가기간이자 평일이었던데다 수재까지 겹쳤다고는 하지만 투표율 29.6%는 선거의 의의를 무색케 했다. 부산 해운대 기장갑은 18.7%의 유권자만 투표해 국회의원 선거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불신 또는 정치염증에서 비롯된 투표기피 현상이었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이점에서는 모두 패배한 것과 마찬가지다. 승리했다는 도취감보다 먼저 자성부터 해야 한다. 재적과반수만 믿고 모든 사안을 힘으로만 밀어 붙여서는 안된다. 국회를 지배하게 된 한나라당은 이제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8·8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내 각파 세력들이 신당 창당을 향한 각개약진에 나섰다. 이런 추세라면 신당이 창당되는 등 정치권의 변동이 있을 게 분명하다. 정쟁이 더욱 격화할 지금이야말로 상생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임기말의 정부를 의석수로 무력화한다면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소지가 있다. 절대로 오만해져서는 안된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했을수록 더욱 몸을 낮추고 다수의 횡포를 부리지 말라는 뜻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새 총리서리에 장대환(張大煥)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임명했다. 장상 총리서리의 인준안이 국회서 부결된지 9일만이다. 이번에도 위헌논란을 무릅쓰고 총리서리를 임명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총리직무대행을 임명하면 ‘총리부재’상태를 즉각해소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도 ‘서리’관행을 고수하는 것은 아집으로 비쳐질수 있다. 김 대통령이 50세의 장씨를 전격적으로 새 총리로 발탁한 것은 내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총리서리는 미국 뉴욕대에서 국제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서울대 등에서 강사를 지내고 86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 88년부터 사장을 지낸 언론인으로 역동적인 리더십과 경영마인드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젊은 경제전문가 출신의 언론계 인사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장상씨를 총리서리로 임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발상의 전환 차원의 파격인사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치적인 색채가 거의 없는 인물을 지명한 것은 내각의 정치적 중립성격을 강화하고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인물인데다 언론사 사장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딱히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음직하다. 물론 장 총리서리는 경영마인드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걸맞는 참신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정수행 및 조정능력과 행정장악력 등은 미지수다. 올해 만50세인 그가 무리없이 내각을 이끌어 나갈지도 주목된다. 또 장상씨 때와 같은 임명동의안 부결사태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하나 그동안 검증될만한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확인되어야 한다. 앞으로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번 장상씨에 대한 인준안 부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나라당으로서는 강도높은 검증을 하다 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를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또 인준안을 부결시키게 되면 ‘다수의 오만’이란 역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8·8 재·보선서 압승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검증에 있는 만큼 장 총리서리에 대해 여야를 떠나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앞으로 구성될 인사청문위원들은 자료준비기간 중 치밀하고 충실하게 자료수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완패다. 13개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은 겨우 3개선거구, 나머지 10개선거구를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8·8재·보선 민심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6·13 지방선거에 이은 또 한번의 민주당 참패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설상가상의 이같은 위기는 민주당 지도부가 자초하였다. 병풍공세는 되레 역효과로 분석된다. 신빙성을 잘 알수없는 이른바 증인 위주의 병풍공세는 다분히 흠집내기 정략으로 보였던 것 같다. 보여주지 못한 테이프설은 전에 불발로 끝난 설훈 테이프설을 연상케 했다. 민주당은 이미 5년전 병풍을 재탕 삼탕하면서 새로운 시도의 공략에 나섰으나 객관적 신뢰를 얻기엔 역시 역부족이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에 너무 표가 쏠린 것으로 여기기도 했던 일반적 사회정서의 반사 이익을 민주당이 챙기지 못한 건 부질없는 그같은 정치공세 탓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8·8재·보선에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대선 전초전인 미니총선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참담한 패배는 노 후보에게 후보의 자리마저 의문시하게 됐다. 가뜩이나 신당설이 무성하다. 민주당의 분당, 즉 공중분해의 위기가 극복된다고 보기엔 지극히 어렵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어떤 형태의 신당이냐 하는 점이다. 민주당이 노 후보 중심의 신당을 재창당 한다기 보다는 친노(親盧), 반노(反盧)로 분당될 것으로 보는 객관적 관측이 더 유력하다. 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으로 개편된 건 불과 수년 전이다. 그런 여당이 새천년 벽두에 명멸할 지경에 처했다. 돌이켜 보면 민주당의 뿌리는 평화민주당에서 시작됐다. 보스(DJ) 중심의 정당이 구심점(보스)을 잃고나면 중구난방이 되는 폐습을 또 한번 정당사에 기록하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비록 탈당은 했으나 민주당은 여당을 자처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관측대로 민주당이 없어지고 나면 이 정부는 여소야대나마 원내 독자세력을 거의 잃게 된다. 친김대중 정치세력도 겉으로는 차별화를 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제부터야 말로 명실공히 초당적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8·8 재·보선은 12월 대선에 지금으로서는 예측키 어려운 새 판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말까지 정치권은 빅뱅의 소용돌이가 일 전망이다. 대선을 앞둔 정계개편은 주로 야당에서 있어 왔던 것이 이젠 여당의 핵분열로 이는 특성을 보게 됐다. 여기서 유념되는 게 공작정치다. 공작정치에 의한 신당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흘 동안 평균 340여㎜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연천·포천 등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또 마음을 졸이며 아슬아슬한 임진강과 한탄강 수위를 바라보며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남한강지역 주민들도 대피소동을 벌였다. 96년부터 연달아 침수피해를 입은 이들 지역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그 때마다 철저한 재발 방지를 위한 항구대책을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호우피해가 우려했던 것보다 적은것은 다행이긴 하다. 올 장마가 별 피해없이 지나간 이후 태풍 ‘간무리’가 엄청난 비를 몰고 왔지만 국지적인 집중호우여서 예년보다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비로 도내서 124가구 33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4500여㏊가 침수되는 등 23억원의 피해를 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재에 할 말을 잃는다. 몇년째 기막힌 참상을 겪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근본적인 수방대책은 커녕 지난해 수해 복구공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 되었다. 이번에도 상습침수지역인 연천군 청산면 조성리와 왕징면 임진강변 두일리 일대가 또 침수된거나, 배수펌프장 공사를 끝내지 못한채 물에 잠긴 광명시 광명5동 주택가의 침수피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피해복구를 해마다 수천억원씩 쏟아 붓고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거듭되는 물 난리에도 배수펌프조차 제때 설치하지 않고, 임진강 한탄강을 끼고 있는 지천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들이 해마다 침수불안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으니 이토록 한심한 일도 없다. 폭우의 와중에도 의왕시장과 시흥시장 등 몇몇 지자체장들이 한가하게 휴가를 떠나고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것은 일선 시·군의 재난에 대한 대비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사례가 아니고 무엇인가. 본란은 이미 월드컵 경기전 장마에 대비, 철저한 수방대책을 촉구한 바 있으나 마이동풍격이었다. 이번 비는 주말까지 계속되리라 한다. 당국은 이제라도 끝내지 못한 수해복구공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대형공사장과 택지개발지 등 수해취약지역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지역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이 분분한 임진강 수계 치수사업은 전문가들의 중지를 충분히 모아 항구적 대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 여름방학 때 결식학생 10만8천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대상자 선정 잘못으로 많은 학생들이 밥을 굶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방학 전 점심지원 대상 학생을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동사무소의 가정환경조사와 학내 학생복지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나 반별로 일정 쿼터를 정해 선정하는 바람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많은 학생들이 탈락한 것이다. 학교의 의뢰를 받은 동사무소의 가정환경 조사도 형식에 치우쳤다. 대부분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이 과중한 다른 업무 때문에 학교에서 조사를 의뢰한 모든 학생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할 수 없어 재산세 납부 실적, 자가용 소유 여부 등의 서류만으로 형편을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중식 지원을 받아온 도내 초·중·고등학생 4만4천여명 가운데 2천270여명만 방학중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4만2천여명은 자치단체 지원대상에 선정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식지원이 중단된 것은 학교에서 파악한 결식학생이 일선 행정기관조사에서는 집안에 재산이 있어 평소에도 끼니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나타난 탓이다. 결식학생들이 지정음식점, 무료급식소 등에서 점심을 먹으면 이를 사후에 확인, 돈을 지불하거나 현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으나 효과가 미흡하다. 무료급식소 등을 찾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 쉽지 않은데다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이 대다수가 모여 식사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방학 중 급식 지원은 단순히 예산과 대상을 늘리기에 앞서 사회복지사, 담임·양호교사·영양사들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특히 결식대책은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교육·문화·심리·정서 등 모든 면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결식아동을 한 가정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진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나머지 4만2천여명에게도 방학전처럼 점심을 제공해야 한다. 재고쌀이 남아 돌아 북한에 막 퍼주고, 사료로도 만든다는 판국에 결식학생들이 이렇게 많다니 서민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